쉼터/요즘소식

''등록금 분쟁'' 몸살앓는 대학가

淸潭 2007. 1. 31. 10:14

''등록금 분쟁'' 몸살앓는 대학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 온 대학의 등록금 분쟁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상당수 대학들이 만성적인 적자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두 자릿수 인상방안을 내놓자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전국 대학가에 불어닥친 등록금 분쟁의 실상을 짚어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공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면서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국립대는 등록금 인상 이유로 법인화에 대비한 재정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사립대도 평균 10% 이상 인상을 추진해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국·공립대 인상 주도=서울대는 올해 등록금을 학부 신입생 12.7%, 재학생 5.4%, 대학원 신입생 12.8%, 재학생 5.0%씩 올린다는 계획이다. 전북대 29.4%, 부경대 28%, 경북대 17.7% 인상하기로 하는 등 국·공립대가 지난해에 이어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또 한성대 22%, 감리교신학대 20%, 상명대 14.5%, 한양대 11% 등 일부 사립의 경우 국·공립대 못지않은 인상률을 내놓고 있다.

각 대학은 등록금 인상 이유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 수입이 주는 데 반해 국고보조금은 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교수진 충원 등 교육환경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장학금 및 연구 지원사업 확대, 학생 복지를 위한 시설 증축 등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 강력 반발=전국 53개대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는 최근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금 규제정책 마련과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요구했다.

또 서울대는 지난 29일 기성회 이사회에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학생 등의 반발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달 3일까지 이사회 개회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앞서 지난 22일 서울대 행정관 1층을 기습 점거하고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대책위는 등록금 동결 요구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 등을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학교 측과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등록금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지역 대책위 집행위원인 안서영(광운대 4년)씨는 “대학들이 등록금 의존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 교육재정을 확충해 국·공립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립대는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법정전입금은 몇 천원에 불과한 곳이 부지기수다”면서 “이들 대학이 적립금은 놔두고 해마다 등록금을 올리는 것부터 제도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자 교육부는 최근 2차례에 걸쳐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협조를 통해 등록금을 책정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해결책은 없나=해마다 되풀이되는 등록금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 측이 등록금을 인상할 때 학생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때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학생들에게 통보하고 실정이다. 또한 일부 대학에선 등록금 등에 대한 투명성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학교·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논의기구 등을 만들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등록금 결정 시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반드시 묻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또 미국처럼 등록금 인상률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대학이 교육부에 사유서를 제출, 심의받도록 해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특히 국립대는 대학 자체에 예산편성권이 있는 기성회를 중심으로 올린 것으로 분석돼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을 막으려면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6년간 얼마나 올랐나

물가인상률 2배 상회…서울대 67%·고대 55%


2001년 이후 등록금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할 것 없이 거의 해마다 평균 5%를 웃도는 인상률을 보여왔다.

30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따르면 4년제 국·공립대 평균 재학생(학부생 기준) 1인당 연간 등록금 인상률은 2001년 4.9%, 2002·2003년 각 7.4%, 2004년 9.4%, 2005년 7.3%, 2006년 10.0% 등으로 분석됐다. 특히 등록금 인상률은 2004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001년 이후 최고 인상률을 나타냈다.

사립대는 2001년 5.9%, 2002년 6.9%, 2003년 6.7%, 2004년 5.9%, 2005년 5.1%, 2006년 6.6%를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물가가 매년 평균 2∼4% 정도 오른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은 연간 물가인상률보다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의 경우 2000년 평균 219만3000원에서 2006년 342만6000원으로, 사립대는 같은 기간 451만1000원에서 647만2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주요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2000년 297만8000원에서 지난해 499만원으로 67.5%의 인상률을 기록했고, 다음은 고려대 476만9000원에서 738만원으로 54.8%, 연세대 476만1000원에서 721만6000원으로 51.6% 올랐다.

계열별로는 국·공립대의 경우 의학계열이 가장 높아 2000년 대비 2006년 등록금이 62.9%나 올랐고, 공학계열 60.7%, 예·체능계열 60.4% 등의 순이었다.

사립대에서 계열별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자연계열 남서울대(815만5000원) ▲인문·사회계열 백석대(664만원) ▲의학계 가천의대(1016만4000원) ▲예체능계 이화여대(899만5000원) ▲공학계 고려대(851만8000원) 등이다.

전문대의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2002년 6.2%, 2003년 6.6%, 2004년 6.1%, 2005년 4.3%, 2006년 6.1%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등록금이 2000년 380만2000원에서 487만5000원으로 증가했다.

황계식 기자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