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상주 ‘의로운 소’ 할머니 곁으로

淸潭 2007. 1. 13. 08:16

상주 ‘의로운 소’ 할머니 곁으로

‘의우총’ 만들기로

 

1994년 자신을 돌봐주던 이웃집 할머니 묘소를 찾아가 화제를 모았던 경북 상주시의 ‘의로운 소’ 누렁이가 숨졌다. 상주시는 12일 꽃상여를 만들어 누렁이 장례를 치른 뒤 상주박물관 옆 시유지(市有地)에 누렁이를 묻었다.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 임봉선(73) 할머니 집에서 자란 한우 누렁이는 올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인 19세가 됐는데, 지난 10일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한 채 11일 오후 숨을 거뒀다.

누렁이가 의로운 소로 알려진 것은 1994년. 1992년 8월 경북 예천에서 팔려와 임씨 집에서 자라던 누렁이는 94년 5월 26일 갑자기 고삐를 끊고 사라졌다. 임씨 부부는 소를 찾아 온 동네를 뒤졌고, 몇 시간 뒤 집에서 2㎞ 떨어진 은치산 중턱에서 누렁이를 찾아냈다. 누렁이가 발견된 곳은 사흘 전 숨진 이웃집 김보배(당시 85세) 할머니 묘소 앞이었다.

발견 당시 누렁이는 묘소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달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갑자기 주인 손을 뿌리치고 김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빈소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김 할머니는 생전에 누렁이를 만나면 쓰다듬고 먹이를 줬다고 한다. 당시 상주(喪主)였던 서창호(78)씨는 빈소를 찾은 누렁이에게 막걸리 2병과 두부 3모, 양배추 1포기, 배추 1단을 주며 문상객처럼 예를 갖췄다. 당시 누렁이에 감동한 주인 임씨 부부는 묵상리 입구에 ‘의로운 소’ 비석을 세웠다.

누렁이 장례를 치러준 상주시는 앞으로 ‘의우총(義牛塚) 건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누렁이 행적과 이야기를 길이 전하기로 했다.

 


 

[이규태 코너] 義牛碑(의우비)

 

길러준 주인의 정을 못 잊어 팔려간 몇백 몇천리 밖에서 옛집을 찾아오는 등의 의로운 개 이야기는 많지만 의로운 소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한데 상주에 의로운 소가 있어 의리 인정이 증발되고 없는 세상을 아프게 고발하고 있다. 임씨 할머니 집에서 기르는 13년생의 암소 누렁이가 옛 주인이던 이웃 김씨 할머니가 죽자 여물을 먹지 않더니 삼우젯날 외양간에서 사라지고 없어졌다. 산소에 가 보니 무덤을 바라보고 움직이질 않는 누렁이를 발견한 것이다. 무덤은 외양간에서 6㎞나 떨어져 있을뿐더러 누렁이에게는 낯선 산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 외양간에 들르지 않고 김씨 할머니 집에 가 서성거렸다 하여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 사연을 적은 의우비를 세우고 유지들이 돈을 모아 이 소를 사서 공동관리해 팔려나가지 못하로독 했다 한다. 석가모니의 씨성은 고타마인데 「최상(타마)의 소(고)」란 뜻이다. 그래서 이따금 우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스도가 태어난 베들레헴의 마굿간 그림을 보면 왼편에 나귀가 있고 오른편에 소가 있다. 이처럼 소는 성스러운 짐승으로 우러른 데는 동서가 다르지않지만, 의리를 지키는 소는 한국의 소뿐이 아닌가 싶다. 이번 의로운 소도 상주에서 났지만 조선조 후기에도 상주에는 의우총이 있었다. 낙동면 사는 권씨가 집 근처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데 호랑이가 덤벼든지라 곁에서 풀을 뜯던 소가 달려들어 주인을 구하고 소는 죽어있었던 것이다. 호랑이와 싸워 주인을 구한 의로운 소는 선산 문수산 아래에서도 있어 의우비를 세웠다 했는데, 상주 의우총이나 의우비가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소를 기르던 노파가 죽어 30리 밖 개령땅에 팔았다. 한데 매일처럼 울기를 멎지 않더니 출상날에 30리 길 달려와 옛 주인 상여나가는 데 뒤따랐다고 「학산담수」라는 문집에 나온다. 여진 말로 소를 이판이라 한다던데 함경도 단천에 있는 이판령의 연유는 이렇다. 고려시대에 한 사람이 고개너머로 송아지를 팔았는데, 어미소가 이 새끼 찾아 넘어가는 바람에 고갯길이 생겼다 해서 이판령이라 한다고 「동국여지승람」에 적혀있다. 이판령의 소 이야기는 세종실록에도 나오는데, 널리 알려 거칠어진 민심순화를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