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음악실

7.vii. 단가

淸潭 2022. 11. 21. 10:26

·       7.
vii.
 단가

[ 短歌 ]

 

요약

단가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소리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단가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소리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사설 내용은 판소리 일부분에서 따온 것으로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내용이 담긴 단가도 있다.

 

이를테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단가 「사철가」는 「이산저산」이라고도 하며 노랫말도 가장 현대화되어 있다. 조상현 명창이 부른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늙음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에국곡투식하는 자와 불효하는 사람, 형제 화목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있어 특이하다. 즉 계세적(戒世的)인 내용이라 할 것인데, 이것은 아마도 20세기에 들어 기존의 「이산저산」에서 어려운 한문투의 말을 배제하고 누군가가 새롭게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단가의 노랫말은 부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단가는 약 50종 이상이나, 많이 부르는 것은 약 20종이다.

 

단가 중에서 임방울 명창이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불렀다는 노래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단가에 후세 사람들이 「추억」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 단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앞산도 첩첩허고 뒷산도 첩첩헌디 혼은 어디로 행하신가

황천이 어디라고 그리 쉽게 가럇던가

그리 쉽게 가럇거든 당초에 나오지를 말았거나

왔다가면 그저나 가지

노던 터에다 값진 이름을 두고 가며

동무에게 정을 두고 가서 가시는 님을 하직코 가셨지만

세상에 있난 동무들은 백년을 통곡헌들

보러 올 줄을 어느 뉘가 알며

천하를 죄다 외고 다닌들 어느 곳에서 만나 보리오.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전생에 무슨 함의로 이 세상에 알게 되야서

각도 각골 방방곡곡 다니던 일을 곽속에 들어도 나는 못잊겠네

원명(原命)이 그뿐이었던가

이리 급작시리 황천객이 되얏는가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어데를 가고서 못오는가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을 보고지고

 

o    사철가

 

요약

「사철가」는 단가(短歌).

 

노랫말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가 있더냐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寒露朔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 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死後)에 만반진수(萬般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풀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녹음이 짙고 꽃이 필 때

 

한로삭풍(寒露朔風): 찬 서리와 차가운 바람. ‘한로상풍(寒露霜楓)’으로 부를 수도 있다.

 

낙목한천(落木寒天): 낙엽이 떨어진 나무에 차가운 하늘, 즉 겨울을 말함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달도 희고 눈도 희니 천지가 하얗구나. 이 구절은 김병립(김삿갓)과 공허(空虛)스님이 금강산에서 주고받았다는 한시(漢詩)에서 유래한다. 공허스님이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도 희오)라고 하자 김병립이 산심야심객수심(山深夜深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시름도 깊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후(死後)에 만반진수(萬般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죽은 후에 만 가지 반찬의 진수성찬도 살아생전의 한 잔 술과 같지 못하다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가는 세월을 늘어진 계수나무 가지 끝에다가 달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는

 

해설

「사철가」는 단가(短歌). 「이산저산」이라고도 하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단가이며 노랫말도 가장 현대화되어 있다. 노랫말은 부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조상현 명창이 부른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늙음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에국곡투식하는 자와 불효하는 사람, 형제 화목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있어 특이하다. 즉 계세적(戒世的)인 내용이라 할 것인데, 이것은 아마도 20세기에 들어 기존의 「이산저산」에서 어려운 한문투를 배제하고 누군가가 새롭게 붙인 것으로 보인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명기명창

 

요약

 「명기명창(名妓名唱)」은 단가다.

 

노랫말

명기명창(名妓名唱) 풍류랑(風流郞)

갖은 호사(豪奢)시켜 교군(轎軍)태워 앞세우고

일등(一等) 세악수(細樂手) 통영갓 방패 철리 안장 말을 태우고

팔도(八道) 오입쟁이 성세(形勢)도 있고 활협()도 있고 알음알이 멋도 알고

간드러진 오입쟁이 수백명 모두 모아 각기 찬합(饌盒) 행찬(行饌) 장만허여

팔도강산 구경간다

경상도 태백산 낙동강을 구경허고 전라도 지리산의 동진수를 구경허고

충청도 계룡산 백마강을 구경허고 평안도 자문산의 대동강을 구경허고

황해도 구월산의 옹진수를 구경허고 강원도 금강산의 세류강을 구경허고

경기 삼각산의 임진강을 구경허니

왕십리 천룡(天龍)이요 태산대악(太山大嶽)이 전부 금성(金城)이라

종남산은 천년산(千年山) 한강을 만년수(萬年水)

북악은 억만봉이요 상봉삭출(上峰削出)은 대모색(玳瑁色) 허니

선장인지(仙場人地) 천하건곤(天下乾坤) 사방 산수(山水)가 지중(至重)허여

만리건곤만안경(萬里乾坤滿眼景)이라

수락산 폭포수 남으는 서장대 이화정 장춘대

비륜대 세검정 백련동 달 뜬 경 구경허니

아니 놀고 무엇 헐거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풀이

갖은 호사(豪奢)시켜 교군(轎軍)태워 앞세우고: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꾸며 가마꾼을 앞 세우고

 

세악수(細樂手): 세악을 연주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세악은 장구, , 피리, 해금, 대금 등으로 구성한 음악을 말한다

 

철리: 검은 말

 

성세(形勢)도 있고 활협()도 있고: 집안 형편(경제적으로)도 있고, 호탕하고 의협심도 있고

 

찬합(饌盒) 행찬(行饌): 반찬 그릇에 음식을 담아 소풍 등을 가는 것

 

왕십리 천룡(天龍)이요: 왕십리는 풍수지리상 명당을 이루는 산세를 몰고 내려오는 가장 큰 줄기. 청룡은 잘못.

 

태산대악(太山大嶽)이 전부 금성 (金城)이라: 아주 큰 산이 아주 튼튼한 성이요. 서울의 지세를 뜻한다.

 

상봉삭출(上峰削出)은 대모색(玳瑁色) 허니: 산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은 바다 거북의 등껍질 색과 같고

 

선장인지(仙場人地) 천하건곤(天下乾坤) 사방 산수(山水)가 지중(至重)허여: 신선이 사는 곳과 사람이 사는 땅이며, 온 세상의 하늘과 땅은 그 사방 산수가 몹시 중하여. 즉 풍수지리적으로 서울이 좋다는 말.

 

만리건곤만안경(萬里乾坤滿眼景)이라: 한없이 넓은 땅과 하늘이 눈에 가득차는 광경이라

 

해설

「명기명창」은 단가다. 명창 임방울의 창으로 유명하다. 「명인명창」일고도 한다. 명기와 명창들이 모여 산천을 유람하며 유유자적하게 일생을 산다는 다소 퇴폐적이면서 향락적인 내용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많이 부른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백발가

 

요약

 「백발가(白髮歌)」는 단가다.

 

노랫말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다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로구나

분수(汾水)의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의 설움이라

장하도다 백이 숙제 수양산 깊은 곳에 채미(采薇)하다가 아사(餓死)를 한들

초로 같은 우리 인생들은 이를 어이 알겠느냐

야야 친구들아 승지강산(勝地江山) 구경가자

금강산 들어가니 처처(處處)이 경산(景山)이요 곳곳마다 경개(景槪)로구나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술렁 깊었네

그 산을 들어가니 조그마한 암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여들어 재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남관(藍冠) 쓰고 어떤 중은 법관(法冠) 쓰고

또 어떤 중 다리 몽둥 큰 북채를 양손에다 갈라 쥐고

법고는 두리둥둥 목탁은 따그락 뚝딱 죽비는 좌르르르 칠 적에

탁자 위에 늙은 노승 하나 가사(袈裟) 착복(着服)을 어스러지게 매고

구부구부 예불을 하니 연사모종(煙寺暮鐘)이라 하는 데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풀이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요: 제나라의 경공이 우산(산 이름)에 올라 지는 해를 보고 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눈물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오는 말

 

분수(汾水)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漢武帝)의 설움이라: 한무제가 분수라는 강을 건널 때 지었다는 노래가 「추풍곡」이며, 늙음을 한탄하는 노래라고 한다

 

승지강산(勝地江山): 경치가 좋은 강산

 

처처(處處)이 경산(景山)이요 곳곳마다 경개(景槪)로구나: 곳곳마다 경치좋은 산이요, 곳곳마다 경치가 배어나게 좋구나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술렁 깊었네: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채련곡(採蓮曲)」에서 인용한 것이다

 

계산파무울차아 稽山罷霧鬱嵯峨  안개 걷힌 회계산은 울창하고도 높아

경수무풍야자파 鏡水無風也自波  거울같이 맑은 물은 바람 없이도 물결인다

막언춘도방비진 莫言春度芳菲盡  봄이 지나 꽃다운 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별유중류채기하 別有中流采芰荷  가운데 흐르는 물에 마름과 연밥 딸 것 있단다

 

재맞이: 명복을 비는 불공

 

남관(藍冠): 남빛 관

 

연사모종(煙寺暮鐘): 안개 낀 산사의 저녁 종소리. 원래는 소상팔경의 하나.

 

해설

「백발가」는 단가다. 박녹주, 오정숙, 이일주, 성창순 등 많은 명창들이 부른 대표적인 단가이다. 늙음을 한탄하여 경치 좋은 곳을 구경 가자는 내용이며, 후반부는 절의 재맞이 풍경을 그리고 있다. 노랫말을 보면 「백발가」는 「불수빈」이나 「대장부한」 같은 여러 곳에서 조금씩 차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소상팔경

 

노랫말

산악(山嶽)이 잠형(潛形)하고 음풍(陰風)이 노호(怒號)하니

수면(水面)에 듣는 소리 천병만마(千兵萬馬) 서로 맞아

철기도창(鐵騎刀槍)이었는듯 처마 끝에 급한 형세

백척폭포(百尺瀑布) 솟아 있고 대숲을 흩뿌릴 제

황영(皇英)의 깊은 한을 엽엽(葉葉)이 호소하니

소상야우(瀟湘夜雨)라 하는 데요

칠백평호(七百平湖) 맑은 물은 상하천광(上下天光) 푸르렀다

얼음바퀴 문득 솟아 중천(中天)에 배회(徘徊)하니

계궁(桂宮) 항아(姮娥) 단장(丹粧)하고 새 거울을 열었는데

적막(寂寞)한 어룡(漁龍)들은 세()를 얻어 출몰(出沒)하고

풍림(楓林)에 귀아(歸鴉)들은 빛을 놀라 사라지니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이 아니냐

연파만경(烟波萬頃)은 하늘에 닿았는데

오고 가는 상고선(商賈船)은 북을 둥둥 울리면서

어기여차 닻 감는 소리 보아 알든 못하여도

다만 앞에 섰던 산이 문득 뒤로 옮아가니

원포귀범(遠浦歸帆)이 아니냐

수벽사명양안태(水碧沙明兩岸苔)에 불승청원각비래(不勝淸怨却飛來)

날아오는 저 기러기 갈순 하나 입에 물고

일점이점(一點二點) 점점마다 행렬(行列)지어 떨어지니

평사낙안(平沙落雁) 이 아니냐

격안어촌(隔岸漁村) 양삼가(兩三家)에 밥 짓는 연기 일고

파조귀래(罷釣歸來) 배를 매고 유교변(柳橋邊)에 술을 산 후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흥을 겨워 비겼으니

소림(疏林)에 던진 새는 지는 해를 설워 울고

벽파(碧波)에 뛰는 고기 빗긴 볕을 맞어 노니

어촌낙조(漁村落照) 이 아니냐

천지 자욱하여 분분비비(紛紛霏霏) 나리는 양

분접(紛蝶)이 다투는 듯 유서(柳絮)는 전광(顚狂)한 듯

위곡(委曲)한 늙은 가지 옥룡(玉龍)이 서리었고

기괴한 성낸 바위 염호(鹽虎) 엎쳤는듯

강산이 변화하여 은세계가 되었으니

강천모설(江天暮雪) 이 아니냐

산천에 쌓인 안개 무르녹아 빚어내니

청담(淸談)한 새 얼굴은 가는 구름 속여 있고

진천(秦川)에 고운 계집 깁비단 씻어건듯

발 밖에 기음저서 취적적(翠寂寂) 전비비(轉霏霏)하니

산시청람(山市晴嵐)을 구경하고 만리청산이오 일편고성(一片孤城)이라

달 떨어지자 가마귀 까욱 까욱 서리 가득찬 하늘에 난데없는 쇠북소리

객선(客船)에 뎅뎅 떨어지니, 한사만종(寒寺晩鐘)이 아니냐

 

풀이

산악(山嶽)이 잠형(潛形)하고 음풍(陰風)이 노호(怒號)하니: 산악이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바람이 심하게 부니

 

철기도창(鐵騎刀槍)이었는 듯 처마 끝에 급한 형세: 각종 무기, 칼 창 등이 서로 부딪치는 듯이 처마 끝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며

 

백척폭포(白尺瀑布) 솟아 있고: 백척이나 되는 폭포가 우뚝 솟아 있고

 

황영(皇英)의 깊은 한()을 옆옆이 호소하니: 순임금의 두 아내의 한을 호소하니

 

소상야우(瀟湘夜雨): 비가 대숲에 거세게 내리는 형상을 묘사하는 구절이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이 아니냐: 칠백평의 맑은 동정호는 하늘과 물빛이 다 푸르고, 흰 달(얼음바퀴)은 하늘로 둥실 떠 하늘을 밝게 비추고 적막한 가운데 물고기들은 달밤에 나타나고, 숲 속의 까마귀들은 달빛에 놀라 사라지니 이것이 동정호의 가을 달()이로구나

 

 

수벽사명양안태(水碧沙明兩岸苔)에 불승청원각비래(不勝淸怨却飛來): 당나라 시인 전기(錢起)의 「귀안(歸雁)」에서 온 구절.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소상하사등한회 瀟湘何事等閑回  소상에서 어찌하여 생각없이 돌아 왔는가

수벽사명양안태 水碧沙明兩岸苔  물은 푸르고 모래는 밝아 강가에는 이끼가 가득한데

이십오현탄야월 二十五絃彈夜月  스물다섯 줄 거문고로 밤에 달빛 받으며 뜯나니

불승청원각비래 不勝淸怨却飛來  소리는 맑은 한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 오르는구나

 

평사낙안(平沙落雁)이 아니냐: 평사의 기러기 나는 풍경이 아니냐

 

파조귀래(罷釣歸來): 낚시하다 돌아와서. 당나라 시인 사공서(司空曙)의 「강촌즉사(江村卽事)」에 나오는 구절.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파조귀래불계선 罷釣歸來不繫船  낚시하다 돌아와 배도 매지 않았소

강촌월락정감면 江邨月落正堪眠  강촌에 달은 지고 바로 잠에 빠졌네

종연일야풍취거 縱然一夜風吹去  밤새 제멋대로 바람 분다 하여도

유재로화천수변 唯在蘆花淺水邊  갈대꽃 핀 얕은 물가 그대로 있겠지

 

 

해설

「소상팔경」은 단가다.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이가 선원들에게 팔려갈 때의 배 위에서 부르는 한 대목으로 단가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판본에 따라 노랫말은 조금씩 다르다. 심청의 절박한 사정과는 다르게 중국 소상(瀟湘)의 경치를 한가롭게 노래하고 있다. 소상팔경의 여덟 경치를 차례로 노래하고 있다.

 

o    초한가(단가)

 

노랫말

어와 청춘 소년님네 초한승부(楚漢勝負)를 들어 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한 패공(漢沛公) 백만대병(百萬大兵) 구리산하(九里山下) 십사면(十四面)

대진(對陣)을 둘러치고 초패왕(楚覇王)을 잡으랼 제

천하병마도원수(天下兵馬都元帥)난 걸식표모(乞食漂母) 한신(韓信)이라

대장단 높이 올라 천하 제후를 호령헐 제

형양성고(滎陽城皐) 험한 길과 팽성도(彭城道) 오백리는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

모계(謀計) 많은 이좌거(李左車)로 패왕을 유인헐 제

산 잘 놓는 장양(張良)이는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

옥소(玉簫)를 슬피 불어 그 노래여 허였으되

구추(九秋) 깊은 밤은 하늘이 높고 달이 밝구나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객의 수심을 돋우난 듯

변방만리사지중(邊方萬里死地中)의 정벌(征伐)허는 저 군사야

너희 패왕 세곤(勢困)하여 전쟁하면 죽을 때라

철갑을 고쳐 입고 팔척장검 빼어 들고

천금같이 중한 몸이 객사 전장이 웬일이냐

호생오사(好生惡死)하는 마음 사람마다 같건마는

너희들은 어이하여 죽기를 저대지 즐기느냐

너의 처자 소년들은 한산낙우(寒山落雨) 찬바람에

핫옷 지여 넣어 두고 끼리끼리 손을 잡고

이제 가면 언제 와요 무정처자(無定處者)를 허리라

 

풀이

초한승부(楚漢勝負)를 들어 보소: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이야기를 들어 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절세의 용기가 부질없고 민심을 따르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항우의 힘과 용기가 유방의 민심을 읽는 전략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한패공(漢沛公) 백만대병(百萬大兵) 구리산하(九里山下) 십사면(十四面)은 대진(對陣)을 둘러치고 초패왕(楚覇王)을 잡으랼 제 천하병마도원수(天下兵馬都元帥)난 걸식표모(乞食漂母) 한신(韓信)이라: 한의 유방이 백만대병을 구리산1)에 매복하여 진을 치고 항우를 잡으려 할 때 한나라 대장군은 표모걸식하던 한신이라. 표모걸식이란 한신이 젊을 때 매우 가난하여 허기가 심할 때 표모(漂母)라는 아낙에게 밥을 얻어먹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 표모는 빨래하는 여인이라는 뜻. 한신은 후에 천금으로 은혜를 갚았다고 함.

 

해설

「초한가(단가)」는 단가이다. 이 「초한가(단가)」는 서도좌창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다. 이 노래의 내용은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웠을 때 한신(韓信)이 진을 치는 모양과 장량(張良)의 옥퉁소 소리에 초패왕 항우(楚覇王: 項羽)의 군사들이 사기를 잃게 되는 장면, 그리고 항우의 한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o    호남가

 

노랫말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고향(光州故鄕)을 보려 하고

제주어선(濟州漁船) 빌어 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 제

흥양(興陽)에 돋은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 있고

고산(高山)의 아침 안개 영암(靈岩)을 둘러 있다

태인(泰仁)하신 우리 성군(聖君) 위력(威力)을 장흥(長興)하니

삼태육경(三台六卿)의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수령진안군(方伯守令鎭安郡)이라

고창성(高敞城)에 높이 올라 나주풍경(羅州風景) 바라보니

만장운봉(萬丈雲峯)은 높이 솟아 층층(層層)한 익산(益山)이요

백리담양(百里潭陽)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만경(萬頃)인데

용담(龍潭)의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龍安處)

능주(綾州)의 붉은 꽃은 곳곳마다 금산(錦山)인가

남원(南園)에 봄이 들어 각색화초(各色花草) 무장(茂長)하니

나무나무 임실(任實)이요 가지가지 옥과(玉果)로다

풍속(風俗)은 화순(和順)이요 인심(人心)은 함열(咸悅)인데

이초(異草)는 무주(茂朱)하고 서기(瑞氣)는 영광(靈光)이라

창평(昌平)한 좋은 세상(世上) 무안(務安)을 일삼으니

사농공상(士農工商) 낙안(樂安)이요 부자형제(父子兄弟) 동복(同福)이라

강진(康津)의 상고선(商賈船)은 진도(珍島)로 건너갈 제

금구(金溝)의 금()을 일어 쌓아노니 김제(金堤)로다

농사(農事)하는 옥구백성(沃溝百姓) 임피사의(臨陂) 둘러입고

정읍(井邑)의 정전법(井田法)은 납세인심(納稅人心) 순창(淳昌)이요

고부청청양류색(古阜靑靑楊柳色)은 광양춘색(光陽春色)이 새로워라

곡성(谷城)에 숨은 선비 구례(求禮)도 하려니와

흥덕(興德)을 일삼으니 부안(扶安) 제가(齊家) 이 아니냐

우리 호남(湖南)의 굳은 법성(法聲) 전주백성 거느리고

장성(長城)을 멀리 쌓고 장수(長水)로 돌아들어

여산석(礖山石)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꽂았으니

대장부(大丈夫) 할 일이 이 외에 또 있는가

 

풀이

삼태육경(三台六卿)의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수령진안군(方伯守令鎭安郡)이라: ‘삼태육경은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과 이조판서, 호조판서, 예조판서, 병조판서, 형조판서, 공조판서를 이르는 말. 이 삼태육경이 하늘의 뜻을 따른다(順天)는 말이며, 또한 순천은 지명이다. ‘방백수령진안군은 각 지역을 다스리는 관찰사나 고을 사또가 아주 편안한 얼굴(鎭顔)이라는 뜻. 진안(鎭安)은 지명이지만 같은 음의 한자로 대체해서 의미를 부여했다. 「호남가」의 노랫말은 대개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해설

「호남가」는 정조 · 순조 때의 문신 이서구(李書九, 1754~1825)가 짓고 후에 조선 고종 때의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가 고쳐 지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노랫말을 잘 살펴보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노래가 아니라 호남 지방의 여러 풍물을 소개하고 호남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문에 조예가 깊은 특정 개인이 만든 것이 틀림없다. 이본(異本)이 현재 8, 9종 있으며, 모두 56구로 된 신재효본(申在孝本)의 노랫말에서 갈라진 것이다. 호남의 여러 고을의 한자음을 활용하여 말의 유희를 잘 늘어놓은 노랫말이라 볼 수 있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불수빈

 

노랫말

어화 청춘(靑春) 소년(少年)님네 장부가(丈夫歌)를 들어 보소

국내청년(國內靑年) 모아다가 교육계(敎育界)에 넣어 두고

각종학문(各種學問) 교수(敎授)하여 인재양성하는 것도 장부의 사업이요

천리준총(千里駿驄) 바삐 몰아 칠척장검(七尺長劍) 손에 들고

백만대병(百萬大兵) 지휘하여 통일천하(統一天下)하는 것도 장부의 사업이라

장부가로 노래하니 뜻이 깊고 애가 타서 가슴이 답답 목마르다

뒷동산 지는 꽃은 명년삼월 다시 피되

우리 인생 늙어지면 다시 청춘 어려워라

개벽후(開闢後)에 내린 사적(史蹟) 역력(歷歷)히 들어 보소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공맹안증(孔孟顔曾) 정주자(程朱子)

도덕(道德)이 관천(貫天)하사 만고성현(萬古聖賢)일렀건만

미미(微微)한 인생들이 저 어이 알아보리

강태공(姜太公)과 황석공(黃石公)과 사마양저(司馬穰苴) 손빈(孫臏) 오기(吳起)

전필승(戰必勝) 공필취(功必取)는 만고명장(萬古名將)일렀건만 한번 죽음 못 면했네

멱라수(汨羅水) 맑은 물은 굴삼려(屈三閭)의 충혼(忠魂)이요

상강수(湘江水) 성긴 비는 오자서(伍子胥)의 정령(精靈)이라

채미(採薇)하던 백이숙제(伯夷叔齊) 천추명절(千秋名節)일렀건만

수양산(首陽山)에 아사(餓死)하고 말 잘하는 소진(蘇秦) 장의(張儀)

열국제왕(列國諸王) 다 달래도 염라왕(閻羅王)은 못 달래어

춘풍세우두견성(春風細雨杜鵑聲)에 슬픈 혼백(魂魄) 되었도다

맹상군(孟嘗君)의 계명구폐(鷄鳴狗吠) 신릉군(信陵君)의 절부구조(竊符救趙)

만고호걸(萬古豪傑)일렀건만 한산세우미초중(寒山細雨微草中)에 일부토(一抔土)만 가련(可憐)하다

통일천하(統一天下) 진시황(秦始皇)도 아방궁(阿房宮)을 높이 짓고

만리장성(萬里長城) 쌓은 후에 육국제후(六國諸侯) 조공(朝貢) 받고

삼천궁녀(三千宮女) 시위(侍衛)할 제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五百人)

삼신산(三神山)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려고 보낸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고

사구평대(砂邱平臺) 저문날에 여산(驪山) 황초(荒草)뿐이로다

역발산(力拔山) 초패왕(楚覇王)도 시불리혜추불서(時不利兮騅不逝)

우미인(虞美人)의 손목 잡고 눈물 뿌려 이별(離別)할 제

오강(烏江) 풍랑중(風浪中)에 칠십삼전(七十三戰) 가소롭다

동남제풍(東南祭風) 목우유마(木牛流馬)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諸葛孔明) 난세간웅(亂世奸雄) 위왕조조(魏王曹操)

모연추초(慕烟秋草) 처량하고 사마천(司馬遷)과 한퇴지(韓退之)

이태백(李太白)과 두목지(杜牧之)는 시부(詩賦) 중에 문장(文章)이요

월서시(越西施)와 우미인(虞美人)과 왕소군(王昭君)과 양귀비(楊貴妃)

만고절색(萬古絶色)일렀건만 황량고총(荒凉孤塚)되어 있고

팔백장수(八百長壽) 팽조수(彭祖壽)며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

차일시(此一時)며 피일시(彼一時)

안기생(安期生) 적송자(赤松子)는 동해상(東海上)의 신선(神仙)이라 일렀건만

말만 듣고 못 보았네 아서라 풍백(風伯)에 붙인 몸이 아니 놀고 무엇하리

 

풀이

전필승(戰必勝) 공필취(功必取): 싸우면 다 이기고 성을 공략하면 다 빼앗는

 

맹상군(孟嘗君)의 계명구폐(鷄鳴狗吠): 제나라의 맹상군이 진나라에 연금되었을 때 개 짖는 소리와 닭울음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나라를 탈출한 사건을 이르는 말

 

신릉군(信陵君)의 절부구조(竊符救趙): 조나라의 신릉군이 훔친 병부(兵簿)로 조()나라를 구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해설

「불수빈」은 단가다. 「장부가(丈夫歌)」라고도 한다. 덧없이 청춘을 보내고 어느덧 백발이 된 노년에 인생의 무상함을 후인에게 경계삼아 부른 단가이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진국명산

 

노랫말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峯)이요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北主)는 삼각(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陡起)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좌룡낙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蟠空) 응상궐(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鍾英) 출인걸(出人傑)이라 미재(美哉)

아동방(我東方) 산하지고(山河之固)

성대태평(聖代太平) 의관문물(衣冠文物)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라

연풍(年豊)코 국태민안(國泰民安)커늘 구추황국(九秋黃菊) 단풍시절(丹楓時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緬岳登臨)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하오리라

남산송백(南山松柏)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한강유수(漢江流水) 호호양양(浩浩洋洋)

주상 전하는 차산수류(此山水流)같이 산붕수갈(山崩水渴)토록 성수무강(聖壽無彊)하사

천천만만세(千千萬萬世)를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우리도 일민(逸民)이 되어 강구연월(康衢煙月)에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리라

연광(年光)이 반이 넘거들랑은 부귀공명(富貴功名)

세상 사람에게 모두 다 전하고 가다가

아무데나 산 좋고 물 좋은 데 명당(明堂)을 가려고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유정(有情)한 친구(親舊) 벗님 좌우로 늘어앉아 서로 의논을 하올 적에

일모도궁(日暮途窮)하면 납촉(蠟燭)을 도두 켜고

남녀풍류랑(男女風流郞)이 좌우로 모두 다 늘어앉아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풀이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峯)이요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진국명산만장봉은 북한산 만장봉을 이름. ‘청천삭출금부용은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올라 금빛의 연꽃 봉우리 같다는 말. 이백의 「망오로봉(望五老峰)」에서 그대로 인용한 말이다.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北主)는 삼각(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陡起)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거대한 산벽이 우뚝 서서 북쪽 주봉은 삼각산이요, 그 산세가 남쪽은로 흘러 (경복궁은) 남쪽 누에머리(남산을 이름)를 대하는구나

 

좌룡낙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蟠空) 응상궐(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鍾英) 출인걸(出人傑)이라 미재(美哉): 좌측 용인 낙산과 우측 호랑이인 인왕산(좌청룡우백호)은 공중에 서리어 대궐문을 마주하고, 그 상스러운 기운(숙기)는 영기를 모아 인걸을 나게 하니 이 아니 아름다운가

 

아동방(我東方) 산하지고(山河之固)여 성대태평(聖代太平) 의관문물(衣冠文物)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라: 우리나라 산하의 견고함이여, 태평성대이며 의관문물이 만세를 가도 견고하도다. ‘금탕은 금성탄지(金城湯池)의 준말. 쇠 같은 성()과 끓인 물과 같은 못. 즉 방어가 견고함을 말한다.

 

 

해설

「진국명산」은 많이 부르는 단가 중의 하나이다. 사설시조에서 노랫말을 가져와 전반부는 그 노랫말이 같고 후반부는 다르다. 서울 경복궁(景福宮)의 대궐터를 찬양하고 산세와 지령(地靈)이 좋아서 인걸(人傑)이 난다고 하는 내용이다. 태평성대를 찬양하고 우리 임금을 칭송한다. 송만갑을 비롯한 여러 명창들이 불렀다. 후반부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뒷부분은 노래하는 사람에 따라유정한 친구 벗님과 좌우로 모두다 늘어앉어, 오음 육률을 찾어 보세로 부르기도 한다.

 

o    강상풍월

 

노랫말

강상(江上)에 둥둥 떴는 배 풍월(風月) 실러 가는 밴가

동강칠리탄(桐江七里灘)의 엄자릉(嚴子陵)의 낚싯밴가

십리장강벽파상(十里長江碧波上)에 왕래(往來)하던 거래선(去來船)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 술 사 싣고 가는 밴가

오호상연월야(五湖上烟月夜) 범상공(范相公) 가는 밴가

이배 저배 다 버리고 한송정(寒松亭) 들어가

길고 긴 솔을 베어 조그마하게 배 무어 타고 술렁술렁 배 띄워라

강릉(江陵) 경포대(鏡浦臺)로 달맞이를 가자

대인난(待人難) 대인난은 촉도지난(蜀途之難)이 대인난(待人難)이요

출문망(出門望) 출문망은 월상오동(月上梧桐) 상상지(上上枝)

자라 등에 달을 실어 우리 고향을 어서 가세 저 달을 다 보내고

오월(五月) 단오일(端午日)은 천중지가절(天中之佳節)이요 일지지창외(日遲遲窓外)

창창(蒼蒼)한 수풀 속에 백설(百舌)이 자자(孜孜)꾸나

시재시재(時哉時哉) 성언(聖言)이요 산양자치(山梁雌雉) 나는구나

광풍제월(光風霽月) 넓은 천지(天地) 연비어약(鳶飛魚躍)을 하는구나

백구(白鷗)야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성상(聖上)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강상(江上)에 터를 닦아 구목위소(構木爲巢)한 연후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大丈夫)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할까

(일촌간장(一寸肝腸) 맺힌 설움 부모(父母)님 생각뿐이로다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원정부지(怨征夫之) 이별(離別)이라

 송백수양(松柏垂楊)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 매고

 녹의홍상(綠衣紅裳) 미인(美人)들은 오락가락 추천(鞦韆)을 하는데

 우리 벗님은 어디를 가고 단오시절(端午時節)을 모르는가 거드렁거리고 지내 보자)

 

풀이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 이 부분은 당나라 시인 두목의 『박진회(泊秦淮)』에서 따온 구절이다. 어둠속 진회강가 배를 대니 술집이 가깝구나.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연롱한수월롱사 煙籠寒水月籠沙  안개는 찬 강물 뒤덮고 달빛은 모래위에 그득하네

야박진회근주가 夜泊秦淮近酒家  어둠속 진회강가 배를 대니 술집이 가깝구나

상녀부지망국한 商女不知亡國恨  기생은 망국의 아픔을 몰라

격강유창후정화 隔江猶唱后庭花  강 건너 저쪽에서 후정화를 부르네

 

촉도지난(蜀途之難)이 대인난(待人難)이요: 길이 험해 오기 어려운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다

 

출문망은 월상오동(月上梧桐) 상상지(上上枝): 문밖을 나가 바라볼 만한 경치는 오동나무 가지위에 걸린 달이라

 

일지지창외(日遲遲窓外): 창밖의 해가 느리고도 느리다, 해가 늦게 진다. 제갈공명이삼고초려때 지은 시의 한 구절.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대몽수선각 大夢誰先覺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울 것인가

평생아자지 平生我自知  일평생 나는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었네

초당춘수족 草堂春睡足  초가집에서 봄 낮잠을 늘어지게 잤는데도

창외일지지 窓外日遲遲  창밖의 해는 아직 지지 않고 느리게 가는구나

 

 

해설

「강상풍월」은 단가다. 강이나 호수의 풍경을 노래하면서 한가롭게 사는 삶의 즐거움을 표현한 단가이다. 마지막 대목일촌간장부터는 줄여서거드렁거라고 놀아보세로 축약하여 부르기도 한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운담풍경

 

노랫말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넘노나니 황봉백접(黃峰白蝶) 쭈루루 풍덩 옥파창랑(玉波蒼浪)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자랑한다

어디메로 가잤어라 한 곳을 점점 나려가니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하(石壁下)에 어옹(漁翁)이라

새벽별 가을달빛 강심(江心)에 거꾸러져 수중산천(水中山川)을 그렸난데

편편(翩翩) 나는 저 백구는 한가함을 자랑한다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쌍쌍원앙(雙雙鴛鴦)이 높이 떠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종일위지소여(縱一葦之所如)하여 능만경지망연(凌萬頃之茫然)이라

살과 같이 가는 배는 양진(陽津) 포진(浦津) 배회(徘徊)로다

남해팔경(南海八景) 소상동정(瀟湘洞庭) 청풍적벽(淸風赤壁)이 이 아니냐

풍월강산(風月江山) 구경하고 동해(東海)로 건너갈 제

아동방(我東方) 금수강산동금강(錦繡江山東金剛) 서구월(西九月) 남지리(南智異) 북향산(北香山) 가야산(伽倻山) 속리산(俗離山)을 편답(遍踏)하고

삼각산(三角山)을 올라가니 금부용(金芙蓉) 만장봉(萬丈峯)에 서색(瑞色)은 반공(蟠空)이요 남산송백(南山松柏)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한강유수(漢江流水)는 호호양양(浩浩洋洋) 춘대일월(春臺日月) 태평기색(太平氣色)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로구나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풀이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송나라의 학자 정호(程顥)의 「춘일우성(春日偶成)」에 나온 구절이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운담풍경근오천 雲淡風輕近午天  구름은 맑고 바람이 가벼운 봄 한낮에

방화수류과전천 訪花隨柳過前川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앞 시내를 건너간다

방인불식여심락 傍人不識余心樂  사람들은 내 즐거운 마음을 알지 못하고

장위투한학소년 將謂偸閑學少年  나 보고 한가하게 소년처럼 논다고 말하는구나

 

종일위지소여(縱一葦之所如)하여 능만경지망연(凌萬頃之茫然)이라: 한 잎의 갈대 같은 배를 가는 대로 맡겨 두어,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소식의 「적벽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로구나: 만세를 가도 견고하도다. ‘금탕은 금성탄지(金城湯池)의 준말. 쇠 같은 성()과 끓인 물과 같은 못. 즉 방어가 견고함을 말한다.

 

해설

「운담풍경」은 단가다. 산천경개를 아름다운 사설로 노래하고 군주의 만수무강을 비는 노래이며 연원이 그래 오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죽장망혜

 

노랫말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가니

폭포(瀑布)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廬山)이 여기로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옛말삼아 들었더니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河落九天)은 과연(果然) 허언(虛言)이 아니로다

그 물에 유두(流頭)하여 진금(塵襟) 씻은 후에

석경(石逕) 좁은 길로 인도(引導)한 곳을 나려가니

저익(沮溺)은 밭을 갈고 사호선생(四皓先生) 바둑을 둔다

기산(箕山)을 넘어들어 영수(潁水)로 내려가니

허유(許由)는 어찌하여 팔을 걷고 귀를 씻고

소부(巢父)는 무삼 일로 소 고삐를 거사렸노

창랑가(滄浪歌) 반기 듣고 소리 좇아 나려가니

엄릉탄(嚴陵灘) 여울물에 고기 낚는 어옹(漁翁)들은

()의 갓옷을 떨뜨리고 벗을 줄을 모르는구나

오호(嗚呼)라 세인기군평(世人棄君平) 미재(美哉)

군평역기세(君平亦棄世)라 황산곡(黃山谷) 돌아드니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모였구나

영척()은 소를 타고 맹호연(孟浩然) 나귀 타고 여동빈(呂洞賓)은 사슴 타고

두목지(杜牧之)를 보이랴고 백락천변(白樂川邊)을 나려가니 장건(張騫)의 승사(乘槎)로다

맹동야(孟東野) 넓은 들에 와룡강변(臥龍崗邊) 내려가니 과연 선생(先生) 계시는데

학창의(鶴氅衣) 흑대(黑帶) 띠고 팔진도(八陣圖) 축지법(縮地法) 흉장만갑(胸藏萬甲)하여 두고

초당(草堂)에 앉아 조을며 대몽시(大夢詩)만 읊는구나

물외협경(物外狹逕) 다 버리고 탄탄대로(坦坦大路) 다시 찾아

문수(汶水)에 배를 타고 이천(伊川)으로 흘리저어 명도(明道)에게 길을 물어

염계()로 나려가서 회암(晦庵)에 들어가니

성리대전(性理大全) 가례책(家禮冊)을 좌우에 벌여 놓고

사서삼경(四書三經) 예기(禮記) 춘추(春秋) 집주(集註)를 내계시니 호걸지풍(豪傑之風)이요 성현지학(聖賢之學)이로다

고래천지기천년(古來天地幾千年)이요 금성옥신(金聲玉) 여기로다

강산풍경(江山風景) 매양 보니 풍월(風月)이나 하여 보자

음영완보석양천(吟咏緩步夕陽天)에 촌려(村廬)로 돌아오니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명월(明月)은 만정(滿庭)이라

강산풍경 이러하니 금지할 이 뉘 있으리

어화 벗님네야 빈천(貧賤)을 한치 말고 자락(自樂)하며 지내보세

 

풀이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옛말삼아 들었더니: 이백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서 따온 구절이다. 여산폭포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는데, 바로 여기가 여산폭포구나.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일조향로생자연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요간폭포괘장천 遙看瀑布掛長川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쏟아 길이 삼천 자

의시은하락구천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가

 

해설

「죽장망혜」는 여러 명창들이 애창하는 곡이다. 대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자연 속에 들어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내용으로, 중국의 유명한 고사와 인물들의 나열로 이루어졌다. 후반부에강산풍경 매양보니이후는 생략하여 부르기도 한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o    홍문연가

 

노랫말

천하(天下)가 태평(泰平)하면 언무숭문(偃武崇文)하려니와

시절(時節)이 분요(紛擾)하면 포연탄우(砲煙彈雨) 만날 줄을 사람마다 아는 바라

()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초야(草野)에 묻힌 영웅(英雄) 질족자(疾足者)의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江東)의 성낸 범과 패택(沛澤)에 잠긴 용이

각기 기병(起兵) 힘을 모아 진()나라를 멸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면 왕하리라 깊은 언약(言約)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楚覇王)은 당시 세력(勢力) 힘만 믿고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단 말가

무죄(無罪)한 패공(沛公)을 아무리 살해(殺害)코저 홍문(鴻門)에다 설연(設宴)한들

하날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고 벗어날 길 없을소냐

유능제강(柔能制剛) 옛 말씀을 이로 보아 알리로다

위의(威儀)를 살펴보니 백모(白矛) 황월(黃鉞) 장창(長槍) 대검(大劍) 청도(靑刀) 금고(金鼓) 대기치(大旗幟)

영기(令旗) 방패(防牌) 숙정패(肅靜牌) 주장(朱杖) 능장(稜杖) 사모창(蛇矛槍)을 좌우(左右)로 늘어 세우고

중군(中軍)에 수자기(帥字旗)를 반공(半空)에 높이 치켜 달고

좌상(座上)에 앉은 영웅(英雄) 누구누구 모였던고

녹포홍대(綠袍紅帶) 호수염(虎鬚髥) 팔척장검(八尺長劍) 비꼈으니 역발산(力拔山) 기개세(氣蓋世)

당시(當時) 호걸(豪傑) 초패왕(楚覇王)은 제일 좌상(座上)에 앉으시고

흑포윤건(黑袍綸巾)에다 옥결(玉玦)을 차시고 창안학발(蒼顔鶴髮)에 표연(飄然)히 앉았으니 가빈칠십호기계(家貧七十好奇計) 신기묘산(神奇妙算) 자부(自負)하던 범증(范增)이가 분명쿠나

홍수남대흑전립(紅袖藍帶黑戰笠)에 얼굴은 관옥(冠玉)이요 풍채(風采)는 반악(潘岳)이라

직결(直潔)에다가 뜻을 두고 육출기계(六出奇計)를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진평(陳平)이가 그 아닌가

동벽(東壁)의 황금전포(黃金戰袍) 황금(黃金) 투구 조대(朝帶) 띠고 좌수(左手)에 홀()을 들고 우수(右手)에 칠성검(七星劍) 두렷이 비꼈으니

의리(義理) 있고 사정(私情) 없는 항백(項伯)이가 이 아니냐

서편(西便)에 앉은 영재(英才) 정신(精神)이 호매(豪邁)하여 장검을 어루만져 기회를 기다리던 홍포은갑(紅布銀甲) 저 장수는 항장(項莊)일시 분명쿠나

위엄(威嚴)이 늠름(凜凜) 살기가 등등하니 이름이 모두 다 잔치라 할망정 어느 누가 두려워 할거나

대장부 평생사업 할 일을 하며 지내 보자

 

풀이

천하(天下)가 태평(泰平)하면 언무숭문(偃武崇文)하려니와: 천하가 태평하면 칼쓰기보다는 글쓰기나 글 읽기를 숭상하고

 

시절(時節)이 분요(紛擾)하면 포연탄우(砲煙彈雨) 만날 줄을 사람마다 아는 바라: 시절이 어수선하고 어지러우면 전쟁의 일어날 줄은 사람마다 아는지라

 

()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진시황제 이후 정사가 어지러워 정치의 잔혹함이 호랑이나 독사보다 심하여 천하를 잃는 단 말인가. 진나라의 승상 조고(趙高)는 신하들을 시험하기 위해 말을 사슴이라 하고, 신하들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사슴이라 대답한 신하는 몰래 죽이고, 말이라 대답한 신하는 살려두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이 때사슴은 천하라는 말로 사용됨. 위록지마(爲鹿之馬)의 고사에서 나온 말.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도 한다.

 

해설

「홍문연가」는 단가다. 중국의 고사(古事) 중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등장하는 홍문연(鴻門宴)에 얽힌 이야기를 사설로 엮은 단가이다. 홍문연은홍문의 회(鴻門之會)’라고도 하며 중국 진나라 말기에 항우와 유방이 함양(咸陽) 쟁탈을 둘러싸고 홍문에서 회동한 일을 말한다.

 

기원전 208년 항우는 북로(北路)에서, 유방은 남로(南路)에서 함양으로 진격하게 되었는데, 이때 회왕은 맨 먼저 관중(關中)에 들어간 사람을 관중왕(關中王)으로 삼을 것을 약속했다. 항우가 곳곳에서 승리를 하고 있을 때 유방은 항우에 한발 앞서 함양을 점령했다. 이에 격노한 항우는 함곡관(函谷關)을 돌파하고, 홍문(鴻門)에 진을 쳤다. 이때 유방이 항우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열린 회동이 홍문지회(鴻門之會)이다. 항우 진영에서는 유방을 암살하려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천하의 패권은 유방에게 돌아갔다.

 

o    조어환주

 

노랫말

세상공명(世上功名) 부운(浮雲)이라 강호어옹(江湖漁翁)되오리라

일엽편주(一葉片舟) 흘리저어 임기소지(任其所之)하올 적에

만경창파(萬頃蒼波) 넓은 물에 호호탕탕(浩浩蕩蕩) 떠나간다

주경(舟輕)하니 산사주(山似走)요 파급(波及)하니 야여주(野如走)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백구편편(白鷗翩翩) 비꼈는데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좌우 산천 살펴보니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격안전촌(隔岸前村) 양삼가(兩三家)에 저녁 연기 일어나고

반조입강번석벽(返照入江翻石壁)에 거울 낯을 열었에라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 아래 어옹(漁翁)이라

창랑곡(滄浪曲) 반겨 듣고 소리 쫓아 나려가니 엄릉탄(嚴陵灘)에 다다랐다

경치 과연 장할씨고 천척단애(千尺斷崖) 높은 곳에 창송녹죽(蒼松綠竹) 푸르렀고

칠리청탄(七里淸灘) 고요한데 쌍쌍(雙雙) 오리 높이 떴다

일간어옹(一竿漁翁) 흘림낚시 거구세린(巨口細鱗) 낚아 내어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케 먹고 맹서한다

오호(嗚呼)라 세상사 여몽(如夢)이라

거포준이상속(擧匏樽以相屬)하니 호리건곤(壺裏乾坤) 되었구나

도착접리(倒着接罹) 흥을 겨워 노를 저어 노래하니

구맥홍진(九陌紅塵) 티끌 소식 범범창파(泛泛滄波) 내 알소냐

일락황혼(日落黃昏) 해 저물어 월출동령(月出東嶺) 소상 온다

봉창노저(篷窓蘆底) 어디메노 배를 저어 돌아갈 제

선압수중(船壓水中) 천여월(天與月)하니 어언간작(於焉間作) 천상인(天上人) 무궁하다

이내 흥취 세상 알까 두려하노라

 

풀이

임기소지(任其所之): 가는대로 맡겨 둠

 

주경(舟輕)하니 산사주(山似走)요 파급(波及)하니 야여주(野如走): 배가 가볍게 나아가니 산이 마치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물결이 빨리 흘러가니 들이 마치 달리는 것 같다

 

은린옥척(銀鱗玉尺): 비늘이 은빛인 모양 좋은 큰 물고기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 오고 불결은 일지 않는다

 

격안전촌(隔岸前村) 양삼가(兩三家): 강 언덕 너머 동네 대여섯 집에

 

반조입강번석벽(返照入江翻石壁)에 거울 낯을 열었에라: 물에 비친 햇빛이 석벽에 반사되어

 

일간어옹(一竿漁翁) 흘림낚시 거구세린(巨口細鱗) 낚아 내어: 늙은이가 낚싯대 하나로 흘림낚시를 하여 고기를 잡아내어. 흘림낚시는 견지낚시를 말한다. ‘거구세린(巨口細鱗)’은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는 물고기, 즉 농어.

 

오호(嗚呼)라 세상사 여몽(如夢)이라: 아 세상사가 다 꿈이로다

 

거포준이상속(擧匏樽以相屬)하니 호리건곤(壺裏乾坤) 되었구나: 표주박으로 술동이의 술을 떠 서로 권하니 술동이 속의 세상, 즉 늘 취하여 사는구나

 

도착접리(倒着接리): 흰 모자를 거꾸로 쓰고. 즉 술에 취했다는 것. 이백의 시 「양양가」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왔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낙일욕몰현산서 落日欲沒峴山西  해는 현산 서쪽으로 넘어 가려는데

도저접리화하미 倒著接리花下迷  흰 모자 거꾸로 쓰고 꽃 아래 방황하네

 

구맥홍진(九陌紅塵): ‘구맥은 장안성의 아홉 개의 큰 길, ‘홍진은 티끌. 즉상의 번잡한 일들.

 

봉창노저(篷窓蘆底): 배의 창문

 

선압수중(船壓水中) 천여월(天與月)하니: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시에서 나온 말.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물 위에 뜬 배가 달빛에 비친 달과 하늘을 누른다는 뜻.

 

도천파저월 棹穿波低月  배를 젓는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으며

선압수중천 船壓水中天  물 위에 뜬 배는 물 속에 있는 하늘을 누른다

 

어언간작(於焉間作) 천상인(天上人) 무궁하다: 어느새 하늘 사람이 되어 무궁하다

 

해설

「조어환주」는 단가다. 고기를 낚아 술과 바꾸어 먹는다는 뜻의 단가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전통낚시인 견지낚시(흘림낚시)를 하는 장면이 나와 이채롭다.

 

o    광대가

 

노랫말

고금(古今)에 호걸문장(豪傑文章) 절창(絶唱)으로 지어 내어 후세에 유전(流傳)하나 모두 다 허사로다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唐賦)와 조자건(曹子建) 낙신부(洛神賦)는 그 말이 정녕한지 뉘 눈으로 보았으며 와룡선생(臥龍先生) 양보음(梁甫吟)은 삼장사(三壯士)의 탄식(歎息)이요 정절선생(靖節先生) 귀거래사(歸去來辭) 처사(處士)의 한정(閑情)이라

이청련(李靑蓮)의 원별리(遠別離)와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며 원진(元稹)의 연창궁사(連昌宮詞) 이교(李嶠)의 분음행(汾陰行)이 다 쓸어 허황사설(虛荒辭說) 차마 어찌 듣겠느냐

인간의 부귀영화(富貴榮華) 일장춘몽(一場春夢) 가소롭고 유유한 생리사별(生離死別) 뉘 아니 한탄하리

거려천지(蘧廬天地) 우리 행락(行樂) 광대 행세 좋을씨고 그러나 광대 행세 어렵고 또 어렵다

광대라 하는 것은 제일은 인물치례 둘째는 사설치례 그 지차(至次) 득음(得音)이요 그 지차 너름새라

너름새라 하는 것은 귀성 끼고 맵시 있고 경각(頃刻)에 천태만상(千態萬象) 위선위귀(爲仙爲鬼) 천변만화(千變萬化) 좌상(座上)에 풍류호걸(風流豪傑) 구경하는 노소남녀(老小男女) 웃게 하고 울게 하니 어찌 아니 어려우며

득음(得音)이라 하는 것은 오음(五音)을 분별하고 육률(六律)을 변화하여 오장(五藏)에 나는 소리 농락(籠絡)하여 자아낼 제 그도 또한 어렵구나

사설이라 하는 것은 정금미옥(精金美玉) 좋은 말로 분명하고 완연하게 색색이 금상첨화(錦上添花) 칠보단장(七寶丹粧) 미부인(美婦人)이 병풍 뒤에 나서는 듯 삼오야(三五夜) 밝은 달이 구름 밖에 나오는 듯 새눈 뜨고 웃게 하기 대단히 어렵구나

인물은 천생(天生)이라 변통할 수 없거니와 원원(遠遠)한 이 속판이 소리하는 법례(法禮)로다

영산초장(靈山初章) 다스림이 은은(隱隱)한 청계수(淸溪水)가 얼음 밑에 흐르는 듯 끌어 올려 내는 목이 순풍(順風)에 배 노는 듯 차차(次次)로 들리는 목 봉회노전(峯廻路轉) 기이하고 돋우어 올리는 목 만장봉(萬丈峯)이 솟구는 듯 툭툭 굴러 내리는 목 폭포수가 쏟치는듯 장단고저(長短高低) 변화무궁(變化無窮) 이리 농락 저리 농락

아니리 짜는 말은 아리따운 제비 말과 공교(工巧)로운 앵무(鸚鵡)소리 단산(丹山)의 봉()의 울음 청원(淸遠)하게 뜨는 목은 청전(靑田)의 학()의 울음 애원성(哀怨聲) 흐르는 목 황영(皇英)의 비파(琵琶) 소리 무수(無數)히 농락 변화 불시(不時)에 튀는 목이 벽력(霹靂)이 부디친 듯

암아질타(暗啞叱咤) 호령 소리 태산(泰山)이 흔드는 듯 변화하여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 소슬(蘇瑟)하게 부는 소리 왕소군(王昭君)의 출새곡(出塞曲)과 척부인(戚夫人)의 황곡가(黃鵠歌)

좌상(座上)이 실색(失色)하고 구경꾼이 낙루(落淚)하니 이러한 광대 놀음 그 아니 어려우냐

우리 나라 명창(名唱) 광대(廣大) 자고로 많건마는 기왕은 물론하고 근래 명창 누구누구 명성이 자자하여 사람마다 칭찬하니 이러한 명창들은 문장(文章)으로 비길진대

송선달(宋先達) 흥록(興祿)이는 타성주옥(唾成珠玉) 방약무인(傍若無人)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시중천자(詩中天子) 이태백(李太白)

모동지(牟同知) 흥갑(興甲)이는 관산만리(關山萬里) 초목추성(草木秋聲) 청천만리(靑天萬里) 학 울음 시중성인(詩中聖人) 두자미(杜子美)

권생원(權生員) 사인씨(士仁氏) 천층절벽(千層絶壁) 불쑥 솟아 만장폭포(萬丈瀑布) 울렁출렁 문기팔대(文起八代) 한퇴지(韓退之)

신선달(申先達) 만엽(慢葉)이는 구천은하(九天銀河) 떨어진다 명월백로(明月白露) 맑은 기운 취과양주(醉過楊州) 두목지(杜牧之)

황동지(黃同知) 해청(海靑)이는 적막공산(寂寞空山) 밝은 달에 다정하게 웅창자화(雄唱雌和) 두우제월(杜宇啼月) 맹동야(孟東野)

고동지(高同知) 수관(秀寬)이는 동아부자(同我婦子) 염피남묘(彼南畝) 은근 문답하는 거동 권과농상(勸課農桑) 백낙천(白樂天)

김선달(先達) 제철(齊哲)이는 담탕(淡蕩)한 산천영기(山川靈氣) 명랑한 산하영자(山河影子) 천운영월(川雲嶺月) 구양수(歐陽修)

주랑청(朱郞廳) 덕기(德基)는 둔갑장신(遁甲藏身) 무수변화(無數變化) 농락하던 그 수단이 변화불측(變化不測) 소동파(蘇東坡)

이러한 광대(廣大)들이 다 각기(各其) 소장(所長)으로 일세천명(一世擅名)하였으나 각색구비(各色具備) 명창 광대 어디 가 얻어 보리 이 속을 알건마는 알고도 못 행하니 어찌 아니 답답하랴

 

풀이

고금(古今)에 호걸문장(豪傑文章) 절창(絶唱)으로 지어 내어 후세에 유전(流傳)하나 모두 다 허사로다: 예부터 문장 잘 쓰는 사람의 좋은 시와 문장이 후세까지 전해지지만, 그 모두가 허사로다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唐賦)와 조자건(曹子建) 낙신부(洛神賦): 송옥, 고당부, 와룡선생(제갈량), 삼장사(공손첩, 전개강, 고야자), 정절선생(도연명), 이청련(이태백), 백낙천, 원진, 이교 등은 모두 중국의 문장가 이름. 이름 뒤에 나오는 것은 모두 그들이 지은 작품 제목.

 

 

해설

「광대가」는 신재효(申在孝)가 지은 단가이다. 조선 말기의 판소리 명인과 판소리의 이론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랫말 내용은 광대(廣大)노릇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설명하고, 광대로 성공하는 데 인물 · 사설 · 득음 · 너름새 등 네 가지 조건을 들고 있다. 또 역대의 명창들의 노래 솜씨를 중국의 문장가들과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송흥록(宋興祿)은 이태백(李太白), 모흥갑(牟興甲)은 두자미(杜子美), 권사인(權士人)은 한퇴지(韓退之), 신만엽(申萬葉)은 두목지(杜牧之) 등에 각각 비유하고 있다. 노랫말 자체가 음악적으로나 국문학적으로 귀중한 자료적 가치가 있는 단가이다.

 

o    만고강산

 

노랫말

만고강산(萬古江山) 유람할 제 삼신산(三神山)이 어디메뇨

일봉래(一蓬萊) 이방장(二方丈) 삼영주(三瀛洲) 이 아니냐

죽장 짚고 풍월(風月) 실어 봉래산(蓬萊山)을 구경갈 제

경포(鏡浦) 동령(東嶺)의 명월(明月)을 구경하고 청간정(淸澗亭) 낙산사(洛山寺)와 총석정(叢石亭)을 구경하고

단발령(斷髮令)을 얼른 넘어 봉래산(蓬萊山)을 올라서니

천봉만학(千峯萬壑) 부용(芙蓉)들은 하늘 위에 솟아 있고

백절폭포(百折瀑布) 급한 물은 은하수를 기울인 듯

잠든 구름 깨어 일고 맑은 안개 잠겼으니 선경(仙境)일시 분명쿠나

때마침 모춘(暮春)이라 붉은 꽃 푸른 잎과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색(春光春色)을 자랑한다

봉래산 좋은 경치 지척에 던져 두고 못 본 지가 몇 날인가

다행히 오늘날에 만고강산(萬古江山)을 유람하여 이곳을 당도하니 옛일이 새로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야 상전벽해(桑田碧海) 웃들 마소 엽진화락(葉盡花落) 없을손가

서산에 걸린 해는 양류사(楊柳絲)로 잡아매고 동령에 걸린 달은

계수(桂樹)에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자

 

풀이

삼신산(三神山):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

 

일봉래(一蓬萊) 이방장(二方丈) 삼영주(三瀛洲) 이 아니냐: 첫째는 금강산, 둘째는 지리산, 셋째는 한라산이 아니냐. 방장산은 지리산, 연주산은 한라산의 다른 이름.

 

봉래산(蓬萊山): 금강산의 다른 이름

 

천봉만학(千峯萬壑) 부용(芙蓉): 수많은 골짜기와 산봉우리. 부용은 연꽃인데, 산봉우리의 비유.

 

백절폭포(百折瀑布): 백 번 꺾이는 폭포

 

모춘(暮春)이라: 늦은 봄이라

 

엽진화락(葉盡花落): 나뭇잎이 지고 꽃이 떨어짐

 

양류사(楊柳絲): 버드나무가지를 실에 비유한 말

 

해설

「만고강산」은 단가이다. 여러 명창들이 많이 불렀다. 금강산을 유람하는 내용이다.

 

o    편시춘

 

노랫말

아서라 세상사 가소롭다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 창가소부(娼歌少婦)야 웃들 마라

대장부 평생사업(平生事業) 거연(遽然)히 지나가니

동류수(東流水) 굽이굽이 물결은 바삐바삐 백천(百川)이 동도해(東到海)라 하시(何時)에 부서귀(復西歸)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요 분수(汾水)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漢武帝)의 설움이라

피 죽죽 저 두견아 성성제혈(聲聲啼血) 한을 마라 기천년(幾千年) 미귀혼(未歸魂)이 너도 또한 슬프련만 천고상심(千古傷心) 우리 인생 봄마다 수심이라

낙양성동(洛陽城東) 낙화(落花) 소식 공자왕손(公子王孫) 처량하구나

청춘 꿈을 놀라 깨니 백발(白髮) 설움 더욱 깊다

오릉금시(五陵金市) 은안백마(銀鞍白馬) 당시 행락 내련마는 장안청루(長安靑樓) 소년들은 저 혼잔 듯 자랑한다

창강(滄江)에 배를 띄워 풍월(風月)을 가득 싣고 범범중류(泛泛中流) 나려가니 백구비거(白鷗飛去)뿐이로다

어디서 비파소리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 수봉청(數峯靑)하니 소상고적(瀟湘古蹟)이 방불하구나

음풍(陰風)이 노호(怒號)하여 탁랑(濁浪)이 배공(排空)이라

저 건너 성낸 조수(潮水) 절강(浙江)일시 분명하구나 은은한 옛 사당은 상산사(湘産祠) 형적(形蹟)인가 일호주(一壺酒) ()토록 만고사(萬古事)가 암암(暗暗)이라

유령(劉伶)이 기주(嗜酒)한들 분상토(墳上土)에 술이 오랴

아마도 우리 인생(人生)이 춘몽(春夢)과 같으오니 한잔 먹고 즐겨보세

 

풀이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 창가소부(娼歌少婦)야 웃들 마라: 그대는 봄동산에 복숭아꽃 오얏꽃이 잠깐 피었다 이내 지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창가소부(娼歌少婦)’는 사창가의 젊은 여인아. 이 노랫말은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 650~ 676)의 「임고대( 臨高台)」에 나오는 구절이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창가소부불수빈 倡家少婦不須嚬  사창가의 여인들아 비웃지 말아라

동원도리편시춘 東園桃李片時春  봄꽃은 잠깐이면 지고 마는 것을

 

동류수(東流水) 굽이굽이 물결은 바삐바삐 백천(百川)이 동도해(東到海)라 하시(何時)에 부서귀(復西歸): 동으로 흐르는 여러 강물은 동쪽 바다에 닿는데 어느 때가 되어야 서쪽으로 돌아올까. 중국의 강은 대개 동족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나온 말.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요: 제나라의 경공이 우산(산 이름)에 올라 지는 해를 보고 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눈물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오는 말

 

분수(汾水)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漢武帝)의 설움이라: 한무제가 분수라는 강을 건널 때 지었다는 노래가 「추풍곡」이며, 늙음을 한탄하는 노래라고 한다

 

성성제혈(聲聲啼血): 소리소리 피를 쏟음

 

미귀혼(未歸魂): 돌아오지 않는 혼

 

낙양성동(洛陽城東) 낙화(落花) 소식 공자왕손(公子王孫) 처량하구나: 낙양성 동쪽에 꽃이 졌다는 소식에 공자와 왕손들이 처량하구나

 

오릉금시(五陵金市) 은안백마(銀鞍白馬) 당시(當時) 행락(行樂) 내련마는: 이백의 시 「소년행(少年行)」에서 나온 말. 오릉은 장안에서 귀족들이 살던 곳이며 금시는 시장. 즉 귀족 자제들이 은 안장에 백마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행락을 즐길까만.

 

장안청루(長安靑樓) 소년들은 저 혼잔 듯 자랑한다: 소년들은 세월을 모르고 젊은 혈기에 스스로 자랑한다

 

범범중류(泛泛中流) 나려가니 백구비거(白鷗飛去)뿐이로다: 물 가운데로 떠 내려가니 흰갈매기 날아갈 뿐이로다

 

어디서 비파(琵琶)소리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 수봉청(數峯靑)하니 소상고적(瀟湘古蹟)이 방불하구나: 어디서 비파소리는 끝나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푸른 산이 두어 봉 보이니 소상강의 옛자취를 방불하게 하는구나. 당나라 시인 전기(錢起)의 「상령고슬(湘靈鼓瑟)」에서 따온 구절.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곡종인불견 曲終人不見  노래가 끝나자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상수봉청 江上數峯靑  강상에 산봉우리 푸르르다

 

음풍(陰風)이 노호(怒號)하여 탁랑(濁浪)이 배공(排空)이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 탁한 물결이 공중에 솟아 오르고

 

유령(劉伶)이 기주(嗜酒)한들 분상토(墳上土)에 술이 오랴: 유령이 술을 좋아한들 무덤 위의 흙에 술이 오랴

 

해설

「편시춘」은 단가다. 임방울을 비롯 많은 명창들이 부른 단가이다. 가야금 병창으로도 부른다. 세상사는 허무하고 인생은 마치 춘몽과 같으니 술로나 즐겨보자는 내용이다.

 

o    공도라니

 

노랫말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면치 못할 것 인생 늙어 죽음이라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씨며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도덕이 관천(貫穿)하되 한 번 죽음을 못 면하고

사마천(司馬遷) 한퇴지(韓退之)는 제일 문장 하여 있고 독행천리(獨行千里) 관공(關公)님은 명진천하(名振天下)를 하였으되 절통타 한 번 죽음 황초(荒草)를 못 면하고

어리도다 진시왕은 아방궁 높이 짓고 만리장성 멀리 쌓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삼신산으로 보낸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구나

그런 만고 영웅들은 사적(史蹟)이야 있건마는 우리 같은 초로인생이야 한 번 아차 죽어지면 육진장포(六鎭長布) 일곱 매를 상하로 질끈 묶어 소방상(小方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 메고

북망산(北邙山)으로 돌아들어 황토로 집 삼고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아 두견 접동 벗이 되니 산은 첩첩 밤은 깊은데 처량한 건 인생 늙기로구나

자손이 늘어서 평토제(平土祭)를 지낼 제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늘어놓고

칠팔촌 강근(强近) 친척 처자공(妻子公) 자식공(子息公)이 제절하(祭節下)에 늘어 엎져 앙천통곡(仰天痛哭) 울음을 우니

자는듯이 누웠으며 먹는 줄을 아느냐 우는 줄을 누가 알 수 있느냐

사후(死後)에 만반진수(萬般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로구나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세

 

풀이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면치 못할 것 인생 늙어 죽음이라: 누구나 다 가는 길이라 백발이요, 못면하는 것은 죽음이라

 

도덕이 관천(貫穿)하되: 도덕이 꿰뚫되, 즉 도덕이 높고 널리 통하되. 한 번 죽음을 못 면하고.

 

독행천리(獨行千里) 관공(關公)님은 명진천하(名振天下)를 하였으되: 혼자서 조조를 떠나 유비를 찾아 천리를 갔던 관우의 이름은 천하에 떨쳤으되

 

황초(荒草)를 못 면하고: 거칠게 자라 무성한 풀을 못 면하고, 즉 황량한 무덤이 되었다는 말

 

육진장포(六鎭長布) 일곱 매를 상하로 질끈 묶어 소방상(小方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 메고: 육진장포(함경도 육진에서 나는 베)로 입곱 번 상하로 묶어 작은 상여 위에 놓여 있다가

 

평토제(平土祭): 봉분을 한 후에 지내는 제사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생선은 동쪽, 육고기는 서쪽,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육포는 오른 쪽, 식혜는 왼쪽

 

강근(强近): 가까운 친척

 

제절하(祭節下): 제사의 절차대로

 

앙천통곡(仰天痛哭): 하늘을 우러르며 슬프게 욺

 

사후(死後) 만반진수(萬般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 죽은 후에 만 가지 반찬의 진수성찬도 살아생전의 한 잔 술과 같으랴

 

해설

「공도라니」는 「초로인생」, 「백발가」로도 불리는 단가이다. 한자로는공도난이(公道難離)’로 표기하기도 한다. 가야금 병창으로도 불린다. 인생의 무상함과 나이가 드는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성창순을 비롯한 많은 명창들이 불렀다. 사설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서도좌창 「초로인생」에도 비슷한 가사가 보인다.

 

o    대장부한

 

노랫말

대장부(大丈夫) 허랑(虛浪)하여 부귀공명(富貴功名)을 하직(下直)하고

삼척동(三尺童) 일필려(一匹驢)로 승지강산(勝地江山) 유람(遊覽)할 제

진시황 고국지(古國趾)와 만리장성 아방궁과 봉황대(鳳凰臺) 황금대(黃芩臺)

한무제(漢武帝) 천추유적(千秋遺跡) 선인장(仙人掌) 승로반(承露盤)

오수당월노채송(吳隋唐越魯蔡宋) 도읍(都邑)터를 다 본 후에

강산이 기진(旣盡)하되 호흥(豪興)이 상존(尙存)하여 옥난간(玉欄干)에 높이 올라

인호상이자작후(引壺觴而自酌後) 한단침(邯鄲枕) 도두 베고 장주호접(莊周蝴蝶) 잠깐 되니

꿈이 또한 생시(生時)같이 우수(右手)를 높이 들어 소상반죽(瀟湘斑竹) 둘러 짚고

녹수청산(綠水靑山) 들어가니 산용수세(山容水勢)도 좋거니와 초목무성(草木茂盛) 아름답다

층층(層層)한 절벽상(絶壁上)에 낙화(落花)로 자리하고

고금영웅(古今英雄) 문장열사(文章烈士) 은일호탕(隱逸豪蕩) 절대가인(絶代佳人) 훤화(喧譁)하여 앉았는데

좌상(座上)에 계신 손님 누구누구 모였던고

천하장상(天下將相) 풍운영무(風雲英武) 사군무양(事君無讓) 고요직설(皐陶稷契)

만고충신(萬古忠臣) 용방비간(比干) 제일총명(第一聰明) 사광(師曠)이며

용병여신(用兵如神) 사마양저(司馬穰苴) 지절(志節) 높은 백이숙제(伯夷叔齊)

효친양지(孝親養志) 증자(曾子) 맹종(孟宗) 검무일수(劍舞一手) 항장(項莊)이며

추풍강동(秋風江東) 장한(張翰)이며 오호범주(五湖泛舟) 범상공(范相公)

기주(嗜酒)하던 유영(劉伶)이며 애월(愛月)하던 이태백(李太白)

첩첩이구(喋喋利口) 소진(蘇秦) 장의(張儀) 일변(一邊)에 앉았는데

영웅호걸(英雄豪傑) 모인 곳에 일등미색(一等美色) 둘러있네

매희(妹姬) 달기(妲己) 하희(夏姬) 서시(西施) 포사(褒姒) 당명황(唐明皇)의 양귀비(楊貴妃)

식부인(息夫人) 채문희(蔡文姬) 오강낙루(烏江落淚) 우미인(虞美人)

경국경성(傾國傾城) 영웅절색(英雄絶色)이 모인 곳에

경치(景致) 무궁(無窮) 기이(奇異)하다

수천장(數千丈) 걸린 폭포(瀑布)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下落九天)이요

백만(百萬) () 높은 봉()은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백로(白鷺) 백구(白鷗) 부안(鳧鴈)들은 도화유수(桃花流水)에 떠서 놀고

난봉(鸞鳳) 공작(孔雀) 청학(靑鶴) 백학(白鶴) 두견(杜鵑) 앵무(鸚鵡)

만학천봉(萬壑千峯)에 왕래(往來)한다

춘주(春酒)나 먹으리라 백옥반(白玉盤) 경골준(鯨骨樽)

제일산채(第一山菜) 불로초(不老草)

일등해물(一等海物) 설리어(雪鯉魚)를 가득히 담아놓고

좌상(座上)에 앉은 손께 순배(巡杯)없이 권()할 적에

전계어부(前溪漁父) 애내성(乃聲)에 남가일몽(南柯一夢) 흩어지니

어화 애닯도다 대장부(大丈夫) 평생(平生) 뜻을 꿈에도 못 이루니

긴 한숨 짧은 탄식(歎息) 어느 때나 그칠거나

 

풀이

대장부(大丈夫) 허랑(虛浪)하여: 대장부가 말이나 행동에 거짓이 많고 착실하지 못하여

 

삼척동(三尺童) 일필려(一匹驢)로 승지강산(勝地江山) 유람(遊覽)할 제: 아이 한 명과 한 마리 나귀를 타고 경치가 아름다운 강산을 유람할 때

 

한무제(漢武帝) 천추유적(千秋遺跡) 선인장(仙人掌) 승로반(承露盤): 한무제의 천년의 자취와 한무제가 선약을 달이는 그릇과 그러한 광경과

 

강산이 기진(旣盡)하되 호흥(豪興)이 상존(尙存)하여: 강산을 이미 다 보고 그러한 흥취가 아직 남아

 

인호상이자작후(引壺觴而自酌後): 술동이와 술잔을 스스로 가져와 마신 후에

 

훤화(喧譁)하여 앉았는데: 시끄럽게 지껄이며 떠들며 앉았은데

 

천하장상(天下將相) 풍운영무(風雲英武) 사군무양(事君無讓) 고요직설(皐陶稷契): 천하의 장수와 재상, 좋은 기운을 타고난 장수, 충성스러운 신하와 순임금을 보필한 고, , , 설 네 신하

 

만고충신(萬古忠臣) 용방비간(比干): 만고의 충신인 용방과 비간

 

제일총명(第一聰明) 사광(師曠)이며: 제일 총명 했던 사광이며

 

용병여신(用兵如神) 사마양저(司馬穰苴): 신과 같은 용병술을 보였던 사마양저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下落九天)이요: 마치 높은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 하고.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서 나온 구절.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이백의 「망오로봉(望五老峰)」에서 따온 구절. “여산의 동남쪽 오로봉, 푸른 하늘에 금빛 부용처럼 솟았네(여산동남오로봉廬山東南五老峰,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

 

부안(鳧鴈): 물오리와 기러기

 

경골준(鯨骨樽): 고래뼈로 만든 술잔

 

설리어(雪鯉魚): 눈 속의 잉어

 

전계어부(前溪漁父) 애내성(乃聲): 앞 시내 어부의 노래 소리에

 

남가일몽(南柯一夢): 한 순간의 부질없는 꿈

 

해설

대장부한」은 「장부한」이라고도 하는 단가이다. 중국의 명승과 고적을 두루 돌고 또 역사 속에서의 영웅이나 문장가, 충신과 효자 미녀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산해진미로 한 잔 먹고 즐기다가 깨어 보니 꿈이어서 장부의 한이라고 이름했다. 김창룡을 비롯한 많은 명창들이 노래했다. 가야금 병창으로도 불린다.

 

o    고고천변

 

노랫말

고고천변일홍(皐皐天邊日輪紅) 부상(扶桑)에 높이 떠

양곡(暘谷)에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예장촌(豫章村) 안개 짙고 회안봉(廻雁峰) 구름이 떴나

노화(蘆花)난다 눈 되고 부평(浮萍)은 물에 둥실

어룡(魚龍)은 잠자고 자교새 훨훨 날아

동정여천(洞庭如天)에 파시추(波始秋) 금색추파(金色秋波)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碧波)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滄浪)을 탕탕

요리조리 저리요리 앙금 둥실 높이 떠 사면을 바라보니

지광(地廣)은 칠백리요 파광(波光)은 천일색(天一色)인데

천외무산십이봉(天外巫山十二峰)은 구름 밖으로 가 멀고

해외소상(海外蕭湘)은 일천리 눈앞에 경()이라

오초(吳楚)난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여있고

건곤(乾坤)은 어이하야 일야(日夜)에 둥실 떠

남훈전(南薰殿) 달 밝은데 오현금(五絃琴)도 끊어지고

낙포(洛浦)로 둥둥 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수(武關囚)의 초회왕(楚懷王)의 원혼이요

모래속에 가 장신(藏身)하야 천봉만학(千峰萬壑)을 바라보니

만경대 구름 속 학선(鶴仙)이 울어 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산은 칭칭 높고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풍풍 깊고

만산은 우루루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낙(落落)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둥 칡넝쿨

머루다래 어름넌출 능수버들 벚남기 오미자 치자 감자(柑子) 대추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白鷗)는 분비(奔飛)

갈매기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상 두루미 수많은 떼고니

소천자(小天子) 기관(紀官)하든 만수문전(萬壽門前)의 봉황새

양양창파(洋洋滄波) 점점 사랑허다고 원앙새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 놓던 오작(烏鵲)

목파리 해오리 노수 진경새 아옥따옥이 날아들 제

또 한 경개를 바라보니

치어다보니 만학천봉(萬壑千峰)이요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白沙地)지로구나

에구부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기여 우줄우줄 춤을 출 제

원산(遠山)은 암암(暗暗) 근산(近山)은 중중(重重)

기암은 촉촉(矗矗) 뫼산이 울어

시내 유수(流水)는 청산(靑山)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루루루루 저 골 물이 콸콸

열에 열두 골 물이 한데로 합수(合水)쳐 천방져 지방져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큼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꽝꽝 마주 때려

대해수중(大海水中)으로 흘러가느라고 버큼이 북쩍 물너울이 뒤뚱

어루루루 꿜꿜 뒤둥구러져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 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개가 또 있나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개가

 

풀이

고고천변일륜홍(皐皐天邊日輪紅) 부상(扶桑)에 높이 떠: 동이 틀 때의 붉은 해가 동쪽 하늘에 높이 떠

 

양곡(暘谷)에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해 돋는 골짜기에 잦은 안개가 월봉으로 돌고

 

예장촌(豫章村) 안개 짙고 회안봉(廻雁峰) 구름이 떴나: ‘장촌회안봉은 모두 중국의 지명 이름

 

노화(蘆花)난다 눈 되고 부평(浮萍)은 물에 둥실: 갈대꽃이 나니 눈처럼 희게 날리고 물풀은 물에 둥실

 

어룡(魚龍)은 잠자고 자교새 훨훨 날아: 물고기는 잠자고 자고새는 훨훨 날아. 자고새는 메추라기와 비슷한 새.

 

동정여천(洞庭如天)에 파시추(波始秋): 하늘처럼 넓고 맑은 동정호의 물결은 비로소 가을을 일러

 

금색추파(金色秋波)가 여기라: 금성(金聲)과 추파(秋波). 가을바람 소리와 가을 물결.

 

해설

「고고천변」은 『수궁가』에서 별주부가 용왕의 병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러 세상으로 나와서 산천경계를 구경하는 장면을 노래하는 대목의 단가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른다.

 

o    녹음방초

 

노랫말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에 해는 어이 더디간고

그달 그믐 다 보내고 오월이라 단오일은 천중지가절(天中之佳節)이요

일지지창외(日遲遲窓外)하여 창창한 숲속의 백설(百舌)이 자자(孜孜)꾸나

때때마다 성현 앞에 산양자치(山梁雌雉) 나단말가

광풍제월(光風霽月) 넓은 천지(天地) 연비어약(鳶飛魚躍) 허는구나

백구야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성상(聖上)이 버렸으매 너를 쫓아 여기 왔다

강상(江上)에 터를 닦어 구목위소(構木爲巢) 허여두고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허면 넉넉헌가

일촌간장(一寸肝腸) 맺힌 설움 부모님 생각뿐이로구나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원정부지(怨征夫之) 이별이야

송백수양(松柏垂楊)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매고

녹의홍상(綠衣紅裳) 미인들은 오락가락 노니난데

우리벗님 어디가고 단오시절인 줄 모르는구나

그달 그믐 다 보내고 유월이라 유두일에

건곤(乾坤)은 유의(有意)하야 양신(良辰)이 생겼어라 홍노유금(紅爐流金)되얐으니

나도 미리 피서(避暑)하야 어데로 가자느냐

갈 곳이 막연쿠나 한 곳을 점점 들어가니

조그마한 법당 안에 중들이 모여 서서

재맞이를 하느라고 어떤 중은 꽝쇠 들고

또 어떤 중은 바라들고 어떤 중은 목탁을 들고

조그마한 상좌 하나 다래멍덩 큰 북채

양손에 갈라 쥐고 큰북은 두리둥둥 꽝쇠는 콰광광

바라는 촤르르르 목탁 따그락 똑딱 탁좌 앞에 늙은 노승하나

가사(袈裟) 착복(着服) 으시러지게 메고 꾸북꾸북 예불을 허니

연사모종(煙寺暮鐘)이라고 허는데요

제 절로 찾아가서 재맞이 밥이나 많이 얻어먹고

우리 고향을 어서 가세

 

풀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꽃 피는 봄보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 초입이 더 경치가 좋다는 뜻

 

천중지가절(天中之佳節): 단오를 말함

 

일지지창외(日遲遲窓外)하여: 창밖의 해가 느리고도 느리다, 해가 늦게 진다

 

백설(百舌)이 자자(孜孜)꾸나: 때까치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는구나

 

때때마다 성현 앞에 산양자치(山梁雌雉)나단말가: 때마다 공자님 앞에 산비탈의 꿩이 난단 말인가

 

광풍제월(光風霽月) 넓은 천지(天地) 연비어약(鳶飛魚躍) 허는구나: ‘광풍제월은 비가 갠 후 구름 속에서 나온 달, 즉 비 온 후의 풍월. ‘연비어약(鳶飛魚躍)’솔개는 하늘에서 높이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오른다는 뜻.

 

구목위소(構木爲巢): 나무를 얽어 집을 지음

 

원정부지(怨征夫之): 수자리 간 낭군을 원망한다는 뜻. 원망하는 이유는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건곤(乾坤)은 유의(有意)하야 양신(良辰)이 생겼어라: 하늘과 땅이 다 뜻이 있어 몸이 생겼다

 

홍노유금(紅爐流金): ‘홍로유금을 합친 말로 삼복더위를 비유한 말. ‘홍로빨갛게 달아오른 화로를 말함. 금속이 흐를 정도로 빨갛게 단 화로이니 그 뜨거움을 짐작할 수 있다.

 

재맞이: 명복을 비는 불공

 

연사모종(煙寺暮鐘): 안개 낀 산사의 저녁 종소리. 원래는 소상팔경의 하나.

 

해설

「녹음방초」는 단가다. 「강상풍월」과 「백발가」와도 서로 노랫말이 겹치는데, 단오 풍경을 서술하고 있는 내용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른다.

 

o    청석령 지나갈제

 

노랫말

청석령(靑石嶺) 지나갈제 초하구(草河溝)가 어디메뇨

호풍(胡風) 참도찰사 궂은 비난 무삼일고

뉘랴 내 형상 그려다 임 계신 곳 전해주리

부귀와 공명을 하직허고

가다가 아무데나 의산대해처(依山帶海處)명당(明堂)을 가리고서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앞냇물 차거든 백주(白酒) 황계(黃鷄)로 벗님네를 거나리고

옛 노래를 한 후에 내 나이 팔십이 넘으면

승피백운(乘彼白雲)하야 옥경(玉京)에 올라가

제방투호(帝傍投壺) 다옥녀(多玉女)를 나 혼자 임자가 되여서

 

늙어 노락(老樂) 허오리다 타고 놀자 타고 놀아

헌원씨(軒轅氏) 습용간과(習用干戈) 능작대무(能作大霧)

치우(蚩尤) 탁록야(琢鹿野)에 사로잡고

승전고(勝戰鼓)를 울린 후에 지남거(指南車)를 타고 놀자

노자 청운(靑雲)을 타고 일모장강(日暮長江) 어부들은

일엽선(一葉船)을 흘리 저어 도용도용(滔溶滔溶) 떠서 놀 제

나 탈 것 바이없어 한송정(寒松亭) 잔솔 베어 조그만허게 배을 모아

일등 명기명창들과 피리 젓대 삼잽이며

술과 안주 많이 실어 술렁술렁 배 띄워라

동자야 노을 좌로 저라 강릉 경포대로 달마중 가자

대인난(待人難)대인난이라 촉도지난(蜀途之難)이 대인난은

출문망(出門望)출문망 허니 월상오동(月上梧桐)상상지(上上枝)

금잔디 좌르르르 깔린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헐 일을 허여가며 지내보세

 

풀이

청석령(靑石嶺) 지나갈제: 봉림대군(훗날의 효종)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면서 지은 시조. 원시(原詩)청석령 지나거냐 초하구 어듸메오 / 호풍도 참도 찰샤 구즌 비난 무스 일고 / 뉘랴셔 내 행색 그려내여 님 겨신 데 드릴고이다. ‘초하구는 지명 이름, ‘호풍은 오랑캐 땅에 부는 찬바람.

 

부귀와 공명을 하직허고: 부귀와 공명을 다 그만두고. 이 이하는 『청구영언』에 수록된 고시 조에서 온 것이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공명(功名)과 부귀(富貴)과란 세상(世上) 사람 다 맛기고

가다가 아모데나 의산대해처(依山帶海處)에 명당(明堂)을 갈외셔 오간 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 맛치 집을 짓고 벗님네 다리고 주야(晝夜)로 노니다가 압 내예 물 지거든 백주(白酒) 황계(黃鷄)로 내 노리 가잇다가

내 나이 팔십이 넘거드란 승피백운(乘彼白雲)하고 하날에 올나 가셔 제방투호(帝傍投壺) 다옥녀(多玉女)를 내 혼쟈 님자 되어 늙을 뉘를 모로리라

 

가다가 아무데나 의산대해처(依山帶海處) 명당(明堂)을 가리고서: 가다가 아무 데나 산을 의지하고 강이 감돌아 도는 곳에 좋은 땅을 정하고서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다섯 칸 팔작지붕으로 황학루 같은 집을 짓고. 팔작지붕은 지붕의 한 형태. ‘황학루는 중국의 유명한 누각.

 

앞냇물 차거든 백주(白酒)황계(黃鷄)로 벗님네를 거나리고: 앞 냇물에 물이 적당히 차면 막걸리와 닭 안주로 친구들과 함께

 

승피백운(乘彼白雲)하야 옥경(玉京)에 올라가: 흰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옥경(玉京)’은 옥황상제가 사는 곳.

 

제방투호(帝傍投壺) 다옥녀(多玉女): 옥황상제 옆에서 투호하는 많은 선녀를. ‘투호는 사대부가 손님과 함께 놀며 강론하고 기예를 하는 일.

 

늙어 노락(老樂)허오리다: 늙어 늙음을 즐기는 일

 

헌원씨(軒轅氏) 습용간과(習用干戈) 능작대무(能作大霧) 치우(蚩尤) 탁록야(琢鹿野)에 사로잡고: 중국 옛날 황제가 창과 방패를 사용하여 큰 안개를 일으키어 치우를탁록야라는 곳에서 사로잡고. 이 이하는 『춘향가』에 보이는 내용이다.

 

일모장강(日暮長江): 해가 지는 긴 강에서는

 

일엽선(一葉船)을 흘리 저어 도용도용(滔溶滔溶)떠서 놀 제: ‘일엽선을 저어서 넘실넘실 떠서 놀 때

 

한송정(寒松亭): 강릉에 있는 정자 이름

 

피리 젓대 삼잽이며: 피리와 대금 그리고 해금까지. ‘삼잡이는 피리, 대금, 해금.

 

대인난(待人難) 대인난이라 촉도지난(蜀途之難)이 대인난은: 이 부분은 「강상풍월」에도 있다. 길이 험해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

 

출문망(出門望)출문망 허니 월상오동(月上梧桐)상상지(上上枝): 문밖을 나가 바라볼 만한 경치는 오동나무 가지 위에 걸린 달이라

 

해설

「청석령 지나갈제」는 단가다. 「청석령 지나갈제」는 효종의 지은 시조와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가 합쳐지고 이어 『춘향가』의 일부분과 단가 「강상풍월」의 일부 사설이 합쳐진 이색적인 단가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른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한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른다. 노랫말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다. 판소리와 상관없는 노랫말의 단가도 있다. 단가는 약 50종에 이르나, 흔히 부르는 것은 약 20여 종이다. 단가는 판소리에 앞서 부르기에 기교를 덜 부리고 담담하게 노래하여야 한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청석령 지나갈제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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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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