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지식관련글

宮詞(궁사) - 146수 / 기타작가

淸潭 2020. 4. 6. 11:21

宮詞(궁사) - 146수 / 기타작가


宮 詞 란  ?


중국詩의 한 체()로서, 궁정 내부의 비사(秘事) 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칠언절구의 형식으로 읊은 것.

당나라
왕건(王建)이 유명한 현종(玄宗) 황제의 궁정생활에 대해 고로(古老)들로부터 들은 것을 칠언절구의 형식으로 읊어, 궁사 100를 지은 것이 그 처음이라고 한다.

그뒤 5대의 후촉시대(後蜀時代)에 촉왕(蜀王) 맹창(孟昶)의 왕비인 비씨(費氏), 즉 보통
화예부인(花蘂夫人)으로 알려진 부인이 왕건의 궁사체를 본떠서, 스스로 경험한 궁정생활을 읊어 궁사 100를 만들었다. 왕건과 화예부인의 이 작품이 말하자면 궁사의 정형이라 하겠다.

본래 왕건은 훌륭한 시인이었고, 화예부인 또한 뛰어난 여류작가였으므로 이들은 다 같이 화려한 궁정생활의 숨은 이면을 훌륭하게 묘사했던 것이며, 따라서 후세에 그들을 따르는 작가가 많아 드디어 중국시에 宮詞라는 한 유형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

송대(宋代)에는
왕규(王珪)궁사 100가 유명한데 왕건·화예부인의 작품과 더불어 '삼가궁사(三家宮詞)'로 일컬어진다. 원대(元代)에는 양유정(楊維禎)의 궁사가 유명하고, 명대(明代)에는 종실(宗室)

영권왕(寧權王)이 지은 궁사 107,

같은 종실의 주정왕(周定王)이 지은 《원궁사(元宮詞) 100,

그리고 진종(陳悰)이 지은 《천계궁중사(天啓宮中詞) 100수 등이 뛰어나다.

진종의 궁사는 매 수마다 상세한 주석이 있어 시 속에 담긴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한층 더 흥미가 있어서 청조(淸朝)에 이르러 오성란(吳省蘭)의 《십국궁사(十國宮詞)》 등 이것을 모방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고로들로부터 들었거나 스스로 경험한 일을 읊은 것이 아니고, 사서(史書)나 수필 등에서 취재한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고래의 뛰어난 궁사를 편집한 것으로, 청나라 주이존(朱彛尊)의 《십가궁사(十家宮詞)》가 있다.

 

………………………………………………………………

 

 

 

 

宮詞(궁사) – 한국궁사

 

1.  牧隱 李穡-2


玄墀鉛砌月如波 검은 뜰 빛나는 계단에 달빛은 물결 같은데 /

對影焚香露已多 그림자랑 향 사르니 이슬 이미 흠뻑하구나 /

怪底夜深猶獨坐 괴이도 하여라 밤이 깊도록 홀로 앉아서 /

欲看牛女渡銀河 은하수 건너는 견우 직녀를 왜 보려 하는고 /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 | 2001

 

玉堂高處絶塵埃 옥당 높은 곳 진애를 벗어났는데 /
白日淸風動緣槐 흰 날의 맑은 바람은 푸른 홰나무를 흔드네 /
一揖長官終日坐 장관에게 한 번 읍하고는 한종일 앉았노니 /
數聲啼鳥滿庭苔 두어 소리 새는 울고 이끼는 뜰에 찼다 /

 

2. 惕若齋 金九容-2


禁院春深綠映紅(금원춘심녹영홍) 대궐안에 봄은깊어 녹음속에 붉은꽃 비치는데 

紗窓玉漏響丁東(사창옥루향정동) 비단창가에 물시계 소리 똑똑 들리어 오네.

名花灼灼舒遲日(명화작작서지일) 모란은 활짝피고 긴긴해 나른한데

細柳依依弄慢風(세류의의롱만풍) 실버들 간들간들 봄바람에 나부낀다오.

 

夜闌金殿燭搖紅(야동금전촉요홍) 밤늦은 궁궐안에 붉은 촛불 흔들리는데

星斗欄干尙在東(성두난간상재동) 북두성이 아직은 동녘에 보이네.

漏罷曉鐘驚鎖直(누파효종경쇄직) 새벽종은 그치어 인기척에 놀라지만

倚欄饒睡牧丹風(의란요수목단풍) 난간에 기댄채로 모란 향기에 포근히 잠들고자 하네.

 

3. 雙明齋 李仁老(11521220) –1


李仁老가 草書로 쓴 작품이다.

紅葉題詩出鳳城 붉은 잎에 시를 지어 궁중 밖으로 보내니,

淚痕和墨尙分明 눈물자욱 먹과 어우러져 아직 뚜렷하구나.

御溝流水渾無賴 궁궐 도랑에 흐르는 물 도무지 믿을 수 없어,

漏洩宮娥一片情 궁녀의 한 조각 情을 흘려보내는구나.

 

4. 白雲 李奎報(11681241) -2


앵무(鸚鵡)-이규보(李奎報)

衿披藍綠?丹砂(금피람록자단사) : 옷깃은 남색 푸른빛, 부리는 단사빛

都爲能言見?(도위능언견위라) : 모두가 말할 줄 알아 그물에 잡혔구나.

?小兒圓舌澁(교차소아원설삽) : 애교스런 아이처럼 혀 놀림 어색하고

玲瓏處女惠容多(령롱처녀혜용다) : 차려입은 처녀인 듯 꾸밈새가 예쁘구나.

 

慣聞人語傳聲巧(관문인어전성교) : 익히 들은 남의 말은 교묘히 소리로 옮기나

新學宮詞道字訛(신학궁사도자와) : 새로 배운 궁중 가사는 글자를 잘못 읽는구나.

牢鎖玉籠無計出(뢰쇄옥롱무계출) : 옥구슬 조롱에 굳게 갇혀 벗어날 길 없어

? 山歸夢漸蹉 ?(롱산귀몽점차타) : 둘러선 산으로 돌아갈 꿈 점점 어긋나는구나.

 

5. 고려여인 권귀비(權貴妃) 궁사(宮詞)-2


忽聞天外玉簫聲(홀문천외옥소성) 홀연히 하늘 밖에서 옥소소리 들려

花底徐聽獨自行(화저서청독자행) 그 소리 들으면서 꽃 아래 천천히 홀로 걷네

三十六宮秋一色(삼십육궁추일색) 삼십육궁은 가을빛 한가지인데

不知何處月偏明(부지하처월편명) 달빛 밝은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네

 

玉琯携來玉殿吹(옥관휴래옥전취) - 옥피리를 꺼내 옥전에서 부니,

天生艶質自高麗(천생염질자고려) - 고려에서 온 타고난 미인이구나.

無端北狩蛾眉死(무단북수아미사) - 북벌에 나선 미인이 까닭 없이 죽고,

風雨荒城葬盛姬(풍우황성장성희) - 비바람 몰아치는 성에서 그녀의 장례가 한창이구나

 

6. 김인경 金仁鏡(12001235)貞肅 慶州 김양경(金良鏡)-1


銀臺承制五更來 은대(승지(承旨))를 은대사(銀臺司))가 명령 받잡고 오경에 오니 /

月在西南玉漏催 달은 서남에 있고 옥누수는 재촉한다 /

再拜請將金鑰出 두 번 절하고 금열쇠를 청하여 받아 가지고 나와 /

千門萬戶一時開 천문 만호가 한꺼번에 열리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 | 1968

 

7. 徐居正 宮詞 (1420-1488 四佳詩集卷之四○第四 / 詩類 -1


露滴梧桐月半樓 오동에 이슬 듣고 누각 반쯤 달빛 밝고 /
銀河耿耿欲西流 은하수는 반짝반짝 서쪽으로 흘러가는데 /
洞房深鎖無消息 동방은 깊이 잠긴 채 아무런 소식도 없어 /
咫尺長門萬里愁 지척의 장문에 만리의 시름이 이는구나 /

 

8. 李承召 (1422-1484) 삼탄집 제8 / () -4


궁사를 모방해 짓다〔擬宮詞

玉輦宸遊白日長 옥련 타고 임금 놀자 하얀 해는 길고 길어 /
樓臺隨處好風光 누대 주위 곳곳마다 풍광 모습 아름답네 /
閑將羯鼓催桃杏
한가로이 갈고 치며 복사꽃을 재촉하고 /
更遣仙簫學鳳凰 다시금 또 선소 불어 봉황 우는 소리 내네 /


繡幄臨池開曲宴 연못 임한 수악에서 곡연 잔치 열었거니 /
佳人拾翠鬪群芳
습취하는 고운 여인 뭇 꽃들과 빛 다투네 /
侍臣爭和徘徊韻 배회하며 읊는 시에 시신 다퉈 화답하매 /
把釣看花樂未央 낚시 잡고 꽃을 보는 즐거움은 한이 없네 /

 

乳燕雙雙掠水飛 어린 제비 쌍쌍으로 물결 스쳐 날아가고 /
御溝楊柳正依依 궁궐 도랑 수양버들 정히 한들거리누나 /
離離花影搖靑瑣 축 늘어진 꽃 그림자
청쇄문에 흔들리고 /
恰恰鶯聲在翠微 정에 겨운 꾀꼴 소리 푸른 산들 사이 있네 /


十二樓臺多勝事 십이 경루 누대에는 좋은 일이 많거니와 /
三千歌舞贊春輝 삼천 궁녀 노래와 춤 봄 경치를 찬미하네 /
只緣四海昇平久 온 천하가 오래 승평 누린 탓에 이런 거지 /
不是君王倦萬機 군왕께서 만기 돌봄 싫증 나선 아니라네 /

 

9. 宮詞四首 春夏秋冬(춘하추동)  成侃-5


()

陰陰簾幕燕交飛(음음렴막연교비) 어둑어둑한 주렴 장막엔 제비는 번갈아 날고요

日射晴窓睡起遲(일사청창수기지) 햇빛이 밁은 창을 비치니 자다가도 더디 일어나

急喚小娃供頮水(급환소왜공회수) 급하게 어리고 예쁜 계집종을 불러 세숫물 바쳐

海棠花下試春衣(해당화하시춘의) 해당화 꽃이 핀 아래에서 봄철 옷을 입어보도다

()

陰陰簾暮暑風輕(음음렴모서풍경) 어둑어둑한 주렴 장막엔 여름 바람이 가벼운데

閑瀉銀漿滿玉缾(한사은장만옥병) 한가로이 은빛의 음료를 따라서 옥병에 가득차

好箇黃多事在(호개황리다사재) 예쁘고 예쁜 꾀꼬리는 하는 일도 많고 많아서요

隔墻啼送兩三聲(격장제송양삼성) 담장을 넘어서 고운 소리릏 두세번을 울어 보내

()

碧梧金井換新秋(벽오금정환신추) 오동닢은 금정에 떨어져서 새 가을로 바꾸고

斜倚薰籠一段愁(사의훈롱일단수) 화로(훈롱)에 비스듬이 기댄 채 한가닥 시름

明月滿庭天似水(명월만정천사수) 밝은 달은 뜰에 가득차 하늘 빛이 물과 같아

起來撫御上簾鉤(기래무어상렴구) 일어나서 말도 없이 주렴 갈고리를 롤리도다

()

七寶房中別置春(칠보방중별치춘) 칠보 방 안에는 따로이 봄을 감추어 두었다가

羅巾斜帶辟寒珍)라건사대피한진) 비단 수건을 비낀 띠에는 피한진과도 똑같네

朝來試步梅花下(조래시보매화하) 아침에 와선 시험삼아 매화나무 아래를 걸고

上臙脂懶未勻(검상연지라마균) 뺨 위에 연지를 찍고도 게을러서 고르지 못해

 

봄옷  성간(成侃 : 1427~1456)

依依簾幕燕交飛 의의렴막연교비 한들대는 주렴장막 제비는 엇겨날고

日射晴窓睡起遲 일사청창수기지 맑은 창에 볕들고야느지막히 일어난다.

急喚小娃供頮水 급환소왜공회수 서둘러 시녀 불러 세수물들이라곤

海棠花下試春衣 해당화하시춘의 해당화 꽃 아래서 봄옷을 걸쳐 보네.

 

10. 백원항(白元恒)-1


君王宴罷據胡床 군왕은 잔치를 파하고 호상에 걸터앉아 /

特喚名臣賜碧香 특히 명신을 불러 푸른 향을 내리나니 /

須信恩波草木 알겠구나 그 은혜의 물결은 초목까지 미쳐 /

牧丹芽拆柳絲黃 모란꽃 움은 트고 버들개지 누르도다 /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 | 1968

 

11. 象村稿   申欽(신흠)-8


閒愁脈脈倦粧梳(한수맥맥권장소) : 맥맥한 시름 속에 빗질 단장도 싫어

花暗簾帷柳暗渠(화암렴유류암거) : 꽃은 우거져 발 가리고 버들잎 개울 가린다

莫遣苔痕迷御道(막견태흔미어도) : 이끼의 흔적으로 임금님 오는  방해하지 말라

至今猶記度金輿(지금유기도금여) : 지금도 금 수레가 오시던 일 기억한단다

 

複道新連御苑斜 ~ 複道가 御苑과 連結되고

觚稜初日散彤霞 ~ 殿閣 모서리 햇빛 노을처럼 퍼진다.

春來漸覺稀封事 ~ 봄 들자 上疎도 드물어짐을 알겠는데

一豫何妨管歲華 ~ 한 番 즐긴들 時節 管理에 무엇이 害로울까.

 

未央前路接長門 ~ 未央宮 앞길이 長門宮으로 通해

牌字新題賜淑媛 ~ 牌字를 새로 써서 淑媛이라 하였네.

從此羊車不須引 ~ 이제부턴 임금 탄 수레를 誘引할 必要 없느니

夜來天語有殊恩 ~ 밤 되면 임금님의 말씀 特別한 恩寵 있을 것이네.

 

紫宮新構切雲霞 운하에닿을듯이 자궁을 새로 짓고 /

一豫宸情屬物華 님의 마음 기쁘게 하려 좋은 경치 꾸몄지요 /

黃繖乍開移鳳輦 누른 일산 살짝 펴고 봉연이 움직이더니 /

上林斜日照棲鴉 상림원에 지는 해가 까마귀를 비치고 있네 /

 

綺閣深深錦幕塵 깊고 깊은 화려한 전각 장막에는 먼지로세 /

羅巾拭盡淚痕新 비단수건으로 늘 닦아도 눈물자국 새로워라 /
武皇去後繁華盡 무황이 가고 나니 번화도 끝이 나서
/
輦路苔痕又一春 님 가신 길 이끼 끼고 일년이 또 다 갔다오 /

 

桂苑香風透六銖 향기로운 계원 바람 육수의에 스며들고 /
繡簾斜捲綴眞珠 수놓은 발 걷으면 주렁주렁 진주라네
/
金盤滿摘宜男草 의남초 잔뜩 따서 금쟁반에 채워두고
/
更塌高
第一符 고매에 또 제사 차려 으뜸 상서 빈다 하네 /

이상은 궁사(宮詞)이다.

 

銀河平似水晶盤 은하수가 펀펀하여 수정쟁반 흡사하고 /
星影參差檗月寒 별그림자 들쭉날쭉 둥근 달은 차가워라
/
吹盡紫簫騎鶴去 자색 피리 불고 나서 학을 타고 갈라치면
/
玉皇宮闕絳雲端 붉은 구름 저 끝이 옥황상제 궁궐이라네 /

이상은 유선사(游仙詞)이다.

 

沙磧沈沈殺氣漫 음침한 모래벌판 살기가 등등한데 /
長圍初合鼓聲寒 포위 끝에 붙은 싸움 북소리도 차가워라
/
誰將榦木河邊骨 그 뉘라서 황하 가의 백골들을 주워모아
/
畵上甘泉殿裏看 그를 그려 감천전에 올리어 보게 할까 /

이상은 새하곡(塞下曲)이다.

 

12. 송당집(松堂集) 조준 -16


宇宙風塵一歎長 이 세상 어지러운 일 긴 한 탄식에 날리고 /

朝天馬上憶南陽 사신 가는 말 위에서 남양을 생각한다 /

山西將士誰豪俊 산서 장사 그 누가 호걸 준재였던가 /

圖畫凌煙鬢未蒼 능연각에 그려질 때 귀밑털도 푸르지 않았으니 /

이 시는 〈낭천 객사의 운을 빌려〔次狼川客舍韻〕〉로, 송당이 1376(우왕2), 31세로 강릉도 안렴사가 되어 나갔을 때 지은 시로 보인다.

 

棲棲六月路三千 허둥지둥 유월 달 삼천 리 길 달리는데 /

野渡無人獨上船 들 나루터 사람 없어 홀로 배에 오르네 /

採蕨出師誰得計 <채궐〉과 〈출사〉에서 누가 계책 얻었던가 /

赤登樓下水如天적등루 아래로 하늘빛 같은 물 흐르네 /

이 시는 송당이 38세로 경상도 체복사(慶尙道體覆使)가 되어 나갔을 때 쓴 시이다.

 

炎蒸酷暑欲生煙 찌는 듯한 모진 더위 타서 연기 나려는 듯 /

奉使南方路二千 남방으로 사신 길은 이천 리나 되는데 /

滅賊朝天知有日 도적 없애고 조회할 날이 있음을 알기에 /

聞鷄起讀出師篇 닭소리 듣고 일어나 출사편을 읽어 보네 /

 

荒涼公館似村家 황량한 공관은 시골의 민가와도 흡사한데 /

木落關山路正 나뭇잎 지는 관산에는 길이 정녕 여유롭네 /

誰使民生臻此極 누가 백성들의 삶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나 /

臨觴不覺涕流多 술잔 잡고 나도 몰래 눈물 줄줄 흘리누나 /

이 두 수의 시 역시 같은 해 같은 지역에서 쓴 〈상주 객사 동헌의 운을 빌

次尙州客舍東軒韻〕〉와 〈약목현 객사를 읊다〔題若木縣客舍〕〉라는 시이다.

 

良辰無酒苦無良 좋은 때도 술 없으니 괴롭기 한이 없어 /

悵望春光獨斷腸 서글피 봄빛 보니 홀로 애가 끊어질 듯 /

曾奉先王爲近侍 이전에 선왕을 가까이서 모셨을 때 /

當時宮柳又鵝黃 그때 궁 안 버들빛도 샛노란 빛이었지 /

이 시는 앞 시를 지은 다음 해인 1383(우왕9)에 창작한 것이다.

 

洛陽秋半暑初殘 낙양 가을 깊어지니 더위 그제야 수그러들고 /

小閣棋燈簟色寒 작은 누각 밤새워 바둑 두니 대자리 차갑구나 /

心不動來身亦泰 마음 동요 없으니까 몸 또한 편안하니 /

都緣榮利不相干 이 모든 것 영리에는 상관하지 않아서지 /

이 시는 〈궁사 야직 운을 빌려〔次宮詞夜直韻〕〉라는 시이다.

 

客裏相逢欲相別 나그네 길 만났다가 헤어지려 하니 /

危樓寒壁夕陽明 높은 누각 시린 벽에는 석양이 비치네 /

此行不是觀周樂 이 사신 길 주나라 음악 살피는 길 아니니 /

要使吾民見太平 우리 백성들 태평성대 보기만을 바라네 /

이 시는 〈신미년 6 20일 명나라로 사신 가는 길에 황주를 지나다가 관찰사 윤취에게 주다

 

薩水湯湯漾碧虛 살수가 넓고 멀어 허공에 출렁일 때 /

隋兵百萬化爲魚 수나라 백만 군사 물고기로 변했지 /

至今留得漁樵話 지금도 어부와 나무꾼 이 이야기 하는데 /

未滿征夫一笑餘 나그네에겐 한 웃음거리도 안 되는구나 /

이 시는 송당의 대표작으로도 언급되는 〈안주에서 옛일을 떠올리며〔安州懷古〕〉이다.

 

秋館蕭條蟋蟀鳴 쓸쓸한 가을 객사 귀뚜리만 울어 대는데 /

却嗟豪氣誤書生 문득 서글퍼라 호기가 서생 망친 것 /

斯民憔悴君知否 이 백성들의 초췌함을 그대 알지 못하는가 /

獨凭東軒月正明 홀로 기댄 동헌에는 달만 정녕 밝구나 /

이 시는 송당의 〈인주 현판의 운을 빌려〔次麟州板上韻〕〉이다.

 

明河如掃月如眉 은하 밝아 쓴 듯하고 달은 눈썹 같은데 /

風定危欄獨夜時 바람 잔 높은 누각 홀로 밤 맞는 이때 /

輔相七年無寸補 재상 자리 칠 년 동안 한 치 보탬 없었으니 /

于今白首知非 지금 와서 흰머리로 뒤늦게 잘못 알았네 /

 

病後山齋夢未成 병 뒤 산집에서 꿈도 못 이루는데 /

竹窓松吹月光明 대나무 창의 솔바람 달은 휘영청 밝네 /

悄然剩得林泉趣 쓸쓸하게 숲과 샘의 정취 맘껏 얻고서도 /

不省吾身負大名 내 몸이 큰 이름 저버리는 것 살피지도 못했다니 /

이 두 수의 시는 중국 사행 이후 창작된 칠언절구로는 가장 앞선 시이다.

 

承乏中書昧所施 능력 없는 중서령 정치에 어두워 /

白頭墻面負明時 흰머리로 담장 마주하여 밝은 때를 저버렸네 /

如今乞得松堂臥 지금 와서야 송당에 누울 수 있기를 바라니 /

欲與曾生共浴沂증점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기를 바라네 /

 

冬雨浪浪苦夜長 겨울비는 주룩주룩 밤은 길어 괴로운데 /

無人識得波蒼蒼 짙푸른 저 물결을 아는 이 하나 없네 /

明時厥咎其誰執 밝은 시절의 허물은 그 누구 때문인가 /

獨坐寒堂鬢欲霜 홀로 앉은 시린 방 귀밑머리만 희어 가네 /

앞의 시는 〈기묘년 겨울 12 4일 사직소를 올리고 김 관찰사의 시운을 빌려己卯冬十有二月初四日上箋乞退次金觀察詩韻〕〉이며, 뒤의 시는 〈겨울비〔冬雨〕〉로기묘년 12 4일 사직을 청했다.

 

龍山翠色八松欞 용산 푸른빛은 팔송정 난간에 어리고 /

一掬孤忠日下螢 한 줌 외론 충정 태양 아래 빛이 나네 /

白髮漸疏心益壯 흰머리조차 드물어져도 마음 더욱 굳세지니 /

德音在耳骨猶銘 덕 있는 말씀 귀에 있고 뼈에 아직 새겨 있네 /

이 시는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며〔感主恩〕〉이다.

 

少年一謁大明宮 소년은 한 번 대명궁서 알현한 뒤로 /

馳騁功名作上公 사방을 내달린 공명으로 상공이 되었지만 /

慙愧蒼生不見德 백성들 그 덕 보지 못한 것 부끄러우니 /

時時擧筆但書空 백성들 그 덕 보지 못한 것 부끄러우니 /

 

誤着儒冠受侮多 유자의 관 잘못 쓰고 모욕받은 것 많으니 /

陶潛身世兩蹉跎 도연명 신세와는 둘 다 어긋나 버렸네 /

男兒大事惟尊主 남아로서 큰일은 임금을 높이는 것인데 /

流涕何人不顧家 눈물 흘리며 그 누가 집안을 돌아보지 않는가 /

이 두 수의 시는 〈열마의 벽에 쓰다〔閱馬壁上〕〉와 〈느낌이 있어 바로 읊다有感卽事〕〉이다.

 

13. 화청궁사〔華淸宮詞 /이수광 지봉집-8

 

羯鼓聲中夜宴開 갈고 소리 속에 밤잔치가 열리니 /

玉樓春艶白雲杯 갈고 소리 속에 밤잔치가 열리니 /

君王醉倚遊仙枕 군왕이 술에 취해 유선침에 기대어 /

不夢商巖夢楚臺 상암을 꾸지 않고 초대 꿈을 꾸는구나 /

 

禁苑春晴晝漏稀。 비원의 비 개인 봄 날 낮 시간은 늘어지고

閑隨女伴鬪芳菲。 한가로이 친구따라 꽃놀이(鬪花) 하지마는

落花也被東風誤。 지는 꽃도 봄바람에 엇나가게 불려지고

飛入宮墻更不歸。 날려서 宮壇에 들어와서는 다시 못 돌아가네.

 

鳳闕平明雉尾開 이른 새벽 봉궐에치미선이 열리니 /
金輿出幸望仙臺 황제의금여가 망선대에 납시었네
/
臺前侍女爭嬌笑 누대 앞에서 시녀들이 다투어 웃으며
/
玉盌盛將瑞雪廻 옥 사발에 서설을 가득 담아 돌아가네 /

 

閶闔紅雲拂曉開 이른 새벽 홍운 속에 창합문이 열리니 /

六龍扶日上蓬萊 육룡이 해를 받들고 봉래에서 솟아오르네 /

君王早御金鑾殿 군왕이 이른 아침 금란전에 임어하니 /

花外宮臣奏事回 꽃밭 너머 궁신들 일 아뢰고 돌아가네 /

 

露滴瑤階浸月華 이슬 내리는 옥섬돌 달빛에 잠기는데 /

夜深蓮燭出天家 깊은 밤중에 연촉이 궁궐에서 나오누나 /

君王政罷求賢夢 군왕이 마침내 어진 재상감 찾았으니 /

喚取詞臣草白麻 사신을 불러들여 백마지에 쓰게 하네 /

 

入夜銀床露壓煙 은상에 밤들자 이슬이 연기를 누르니 /

漏聲初下紫微天 누고 소리 자미에서 퍼지기 시작하네 /

君王此際憂民切 군왕은 이 밤에도 백성 걱정 간절하여 /

案上時看七月篇 안상에서 때때로 칠월편을 읽는구나 /

 

霏霏下玉霙 금원 가득 펑펑 눈꽃이 쏟아지니 /

折綿嚴氣透西淸 솜을 꺾는 맹추위서청에스미누나 /

君王想得邊寒甚 군왕은변방추위 혹심할까 생각하여 /

替却貂裘賜遠征 초구를 벗어서 원정에 하사하네 /

 

桂苑香風透六銖 향기로운 계원 바람 육수의에 스며들고 /

繡簾斜捲綴眞珠 수놓은 발 걷으면 주렁주렁 진주라네 /

金盤滿摘宜男草 의남초 잔뜩 따서 금쟁반에채워두고 /

更塌高第一符 고매에 또 제사 차려 으뜸 상서 빈다 하네 /

이상은 궁사(宮詞)이다.

 

金獸爐中燼水沈 금수향로 속에 수침향이 사위었건만 /
疏螢暗度玉階陰 반딧불만 몰래 옥섬돌 그늘을 지나누나 /
秋來獨有姮娥月 가을이 온 뒤로는 항아의 달만 홀로 /
共此長門夜夜心 밤마다 애타는 장문의 마음을 함께하네 /

 

 

14. 宮詞 思菴 朴淳-8

 

答恩無術寸心違 은혜 갚을 길도 없고 한 치 맘도 어긋나서

收得殘骸返野扉 은퇴를허락받아 시골집에 돌아가네.

一點終南看漸遠 한 점이 된 저 남산은 볼수록 멀어지니

西風吹淚碧蘿衣 가을바람에 떨군 눈물 숨을 이의 옷 적시네.

肅拜後歸永平

 

鄕心未斷若連環 고향 생각 끊임없이 고리처럼 이어져서

一騎今朝出漢關 필마 타고 오늘 아침 한양 성문 나서시네.

寒勒嶺梅春未放 추위가 영매 묶어 봄인데도 못 피게 해

留花應待老仙還 꽃을 남겨 노신선이 돌아오길 바래서지.

送退溪先生還鄕

 

谷鳥時時聞一箇 골 새소린 때때로 한 소리씩 들려오고

匡床寂寂散群書 너른 평상 고요한 채 여러 책들 흩어졌네.

可憐白鶴臺前水 안타깝다, 백학대 앞 흘러가는 저 물결은

纔出山門便帶淤 산문 겨우 벗어나자 흙탕물과 섞여지네.

박순, ?思菴集?, 칠언절구, 題二養亭壁

 

小齋朝退偶乘閒 퇴근 뒤의 작은 서재 우연히도 일이 없어

隱几悠悠望遠山 안석 기대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니,

從古世紛誰盡解 예로부터 세상 분란 그 누가 다 풀었냐만

祗今人事轉多艱 지금에도 인간사는 갈수록 더 어려운데,

 

長空過鳥元超忽 먼 하늘에 나는 새는 원래부터 메임 없고

落日孤雲自往還 지는 해에 외론 구름 제멋대로 오가누나.

遙想舊遊天外寺 아득히 그리워라, 하늘 저 끝 옛 놀던 절

木蓮花發水潺潺 목련화 꽃 만발하고 물은 졸졸 흐르겠네.

박순, ?思菴集?, 칠언율시, 題僧軸

 

亂流經野入江沱 물길 마구 들을 질러 큰 강 들어 없어지고

滴瀝猶存檻外柯 난간 밖의 가지 끝에 빗물 방울 아직 남아

籬掛衣檐曬網 도롱이는 울에 걸고, 추녀에단 그물 말려

望中漁屋夕陽多 멀리 뵈는 어부 집들 석양빛이 물들었네.

朴淳, ?思菴集?, 칠언절구, 湖堂口號

 

醉睡仙家覺後疑 신선 집에 취해 잤나? 깨고 나니 알쏭하네.

白雲平壑月沈時 흰 구름 깔린 골짝 새벽달도 기울기에.

翛然獨出脩林外 훌쩍 털고 울창한 숲 밖으로 나오자니

石逕音宿鳥知 돌길 울린 막대 소리 자던 새만 알고 깨네.

朴淳, ?思庵集?, 訪曹雲伯二首

 

王程那得駐征騑 나라 일로 가는 길에 어찌 말을 멈추리오?

愁外靑山幾夕暉 시름 밖의 푸른 산엔 거의 해가 저무는데!

金馬古城相送處 금마산성 옛터에서 서로 이별 맞는 지금

刺桐花落雨霏霏 엄나무 꽃 떨어지고 부슬부슬 비 내리네.

박순, ?思菴集?, 칠언절구, 礪山郡別行思上人

 

15. 宮詞[궁사] 蓀谷 李達[손곡 이달]-5

 

平明日出殿門開[평명일출전문개] : 아침 되어 해가 뜨니 궁궐 문이 열리고

鳳扇雙行引上來[봉선쌍행인상래] : 봉황 부채 두줄 지어 인도하여 오르네.

遙聽太儀宣詔語[요청태의선조어] : 큰 거동 멀리 들리며 조서 밝혀 말하고

罷朝新幸望春臺[파조싱행망춘대] : 조회 마치고 첫 거동은 망춘대로 가시네.

 

宮墻處處落花飛[궁장처처락화비] : 궁전 담장 곳곳에 떨어진 꽃이 날리고

侍女燒香對夕暉[시녀소향대석휘] : 시녀는 향 사르며 저녁 노을 마주하네.

過盡春風人不見[과진춘풍인불견] : 봄 바람 다 지나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院門金綠生衣[원진금쇄록생의] : 금빛 잠긴 정원 문에 푸른 이끼 자라네.

 

中官淸曉覓才人[중궁청효멱재인] : 맑은 새벽에 내시가 재인들을 찾더니

合奏笙歌滿殿春[합주생가만전춘] : 생황 노래 합주하자 궁궐에 봄 가득하네.

別詔梨園吹玉[별조이원취옥적] : 다른 조서로 이원에 옥피리 불게 하시고

御袍新賜錦麒麟[어포신사금기린] : 도포로 거동하며 기린비단 새로 하사하네.

 

東風院院落花飛(동풍원원낙화비) : 봄 바람에 전각마다 지는 꽃잎 날리고

侍女燒香掩夕扉(시녀소향엄석비) : 시녀들은 향을 사르며 저녁 문을 닫는구나

過盡一春君不見(과진일춘군불견) : 온 봄이 다 지나도록 임금님을 뵙지 못해

殿門金鎖綠生衣(전문금쇄록생의) : 궁문의 황금 자물쇠에 푸른 이끼 돋았구나

 

龍與新幸建章宮(용여신행건장궁) : 천자의 수레는 새로 건장궁으로 행차하니

十部笙歌後苑中(십부생가후원중) : 십부의 생가소리 후원에서 들려오는구나

深院綠苔人不見(심원녹태인불견) : 이끼 낀 깊은 궁궐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石榴花影曲欄東(석류화영곡난동) : 굽은 난간 동쪽에 석류꽃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도다

 

16. 최경창 궁원 (宮怨) 궁안에서의 원망 -1

 

櫻桃花落玉階空앵도화락옥계공 앵도 꽃은 떨어지고 옥 계단은 비었는데

淚濕羅巾襯淺紅누습라건친천홍 비단 수건 눈물 적셔 엷은 빛을 띠고 있네

愁倚繡床無戱伴수의숙상무희반 수심으로 비단 침상 기대봐도 희롱할 짝없으니

喚回鸚鵡出金籠환회앵무출금롱 앵무새나 부르려고 금빛 새장 내어오네

이 시도 앞에서 살펴본 <閨思>와 같이 악부시 계열에 속하는 작품으로, 시적 주체가 여성이다. 이 시는 궁안에서 있을 수 있는 궁녀들의 한을 상상을 통해 그려낸 시인데, 차천로(車天輅) <악부신성(樂府新聲)>을 편찬하면서, 궁사(宮詞)규원(閨怨)새하곡(塞下曲)유선사(遊仙詞) 등 몇편은 제목이 매우 좋은데, 이러한 시들은 그 제목만 바라보고도 당시(唐詩)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17. 姜希孟 궁사-2

 

碧梧金井換新秋 우물가 오동잎에 가을이 다가왔네 

斜依薰籠一段愁 향기로운 농에 기대니 한결 시름이 겹다.

明月滿庭天似水 달빛은 뜰에 가득하고, 하늘은 물 같은데 

起來無語上簾鉤 일어나 말없이 주렴의 갈고리를 올린다네

 

七寶房中別置春 칠보로 꾸민 방에 따로이 봄을 두고

羅巾斜帶劈寒珍 비단 수건빗겨 띠고 찬 보배 갈라놓았네.

朝來試步梅窓下 아침에 매화 창 앞을 거니는데

頰上娟脂懶未勻 뺨 위의 연지찍은 것이 고르지 못했구나.

 

18. 高敬命-1


春寒惻惻羅衫薄   봄날 추위 쌀쌀한데 비단 적삼 얇은 채로

深院無人掩珠箔   깊은 정원 사람 없어 구슬 주렴 드리웠네

雕梁燕子來不來   고운 들보에 제비는 올동말동 한데

十日東風杏花落   십일 동안 봄바람에 살구꽃만 져버렸네

<效一庭風雨自黃昏體 (한 뜰에 비바람 부니 절로 황혼이 찾아든다는

시체를 본받아)>

 

19. 樂全堂集) 신익성 (申翊聖)-11

 

五步池塘十步樓 다섯 걸음 연못 열 걸음 누대 /

金輿分日作春遊 금수레는 한낮에 봄나들이 한다 /

千行粉黛迎蹕 천 줄로 선 미녀들이 신선의 행차를 맞이하는데 /

特許昭容壓上頭 다만 맨 앞에 소용을 허락하네 /

 

中使朝朝魚鑰開 내시가 아침마다 궁궐 문을 열면 /

御筵還壓瑞蔥臺 서총대에서어연이 성대히 베풀어지네 /

須臾天樂隨風便 잠시 동안 궁정 음악이 바람 따라 들려오면 /

知是三媛進餠來 바로 세 미인이 떡을 내오는 것이라네 /

 

雙鶴翩步輦回 두 마리 학 보련을 돌며 춤을 추고 /

春塘臺上綺筵開 춘당대 위로 화려한 연회가 열리네 /

宮娃引出處容舞 궁녀가 나와서 처용무를 추니 /

催賜纏頭金帛來 금과 비단 내와 전두를 서둘러 내리네 /

 

閶闔初開日映墀 창합이 처음 열려 궁전 뜰에 해 비추는데 /

別監催喚問安兒 별감이 심부름하는 아이를 재촉해 부르네 /

相公沈菜尙書麪 상공에게는 김치를 상서에게는 면을 /

須及宮中水剌時 궁중의 수라 시간에 맞추어야만 하기에 /

 

瑤函十襲紫絲籠 옥함을 열 겹 싸고 자색 실로 묶었으니 /

云是成都新進封 성도 수령이 새로이 진상한 것이라네 /

錯落明珠大如栗 여기저기 박힌 진주가 밤알만큼 크고 /

黑貂被上盤龍 흑초피 위로 서린 용이 수놓아져 있네 /

 

新製靑羅十里帷 새로 지은 푸른 비단 십 리 장막이 /

圍遮外苑作宮墀 외원을 둘러 가려 궁정 뜰을 만들었네 /

紅粧直進龍牀下 미녀가 곧장 용상 아래로 나아가서 /

齊唱君王萬歲詞 일제히 군왕의 만세를 노래하네 /

 

玉輦春遊慶德宮 임금의 수레가 경덕궁 봄나들이 나가니 /

尙宮先入御門東 상궁이 먼저 어문 동쪽으로 들어가네 /

松牌點檢題名處 송패의 이름 적힌 곳을 점검하고 /

晩幸龍池合閣中 저물녘 용지의 정자각으로 행차하네 /

 

使价新從上國還 사신이 새로 상국에서 돌아오니 /

苞封日積殿中間 전각 가운데에 선물이 날마다 쌓이네 /

爭如白玉龍樽刻 백옥에 용 새긴 동이와 우열을 겨루니 /

贏得君王帶笑看 웃음 띤 군왕께서 오래 바라보시네 /

 

日南初進小龍舟 동지에 처음 나아갔던 작은 용주 /

御沼春風日日浮 봄바람 부는 궁중 연못에 날마다 떠있네 /

宮女乍移蘭棹去 궁녀가 목란의 노를 잠깐 저어 가며 /

蘋花折得隱洲 신선 사는 모래톱에서 마름꽃을꺾는다네 /

 

蓬萊子入丹墀 봉래산 선인이 궁궐에 들어와 /

拜獻眞宮祝聖詞 진궁에서 성상께 축사를 절하고 올렸네 /

會散瓊樓留玉牒 모임 흩어진 화려한 누대에 옥첩이 남았으니 /

恰如王母宴瑤池 흡사 서왕모가 연 요지의 연회와 같구나 /

 

五步池塘十步樓 다섯 걸음 연못 열 걸음 누대 /
金輿分日作春遊 금수레는 한낮에 봄나들이 한다
/
千行粉黛迎
蹕 천 줄로 선 미녀들이 신선의 행차를 맞이하는데 /
特許昭容壓上頭 다만 맨 앞에 소용을 허락하네 /

 

20. 簡易集최립(崔岦1539~1612)-2

 

眞得驚人一兩篇 참으로 경탄하게 하는 한두 편 그대의 시 /
何來相識費翹然 그동안 다른 곳에 공연히 기대들 해 왔도다
/
春辭太液池邊樹 봄날에하직하였나니태액지의 수풀이요 /

夏滯淸川江上天 여름에 머물게 되었나니 청천강의 하늘이라 /

千里雨徵頻失鶴 천리에 비 올 징후 자꾸만 학이 잘못 우니 /
一年農候錯憑鵑 두견이 소리만 듣다가는 일년 농사 망치겠네
/
此時目覩蒼生困 지금 창생의 고달픔을 눈으로 직접 보셨으니
/
近遠兼憂定自連 원근의 근심 걱정 자신의 일처럼 애써 주리 /

화양(華陽)의 풍속은 두견이의 애달픈 울음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그런 중에도 농가(農家)에서만은 그 소리를 듣고서 농사철을 짐작한다고 한다.

 

21. 宮詞-孫雲鳳-1

 

淚濕紅裳欲斷魂 눈물이 붉은 치마에 젖어 넋이 끊어질듯 하니

昭陽歌舞孰承恩 소양땅의 노래와 춤을 그누가 은혜 입으랴.

西宮盡日無人到 西宮에는 날이 다하도록 아무도 오지 않고

春雨梨花晝掩門 봄비에 배꽃이 흩날려 낮에 문을 닫는다오.

 

22. 궁사 趙緯韓-1

 

柳葉陰陰荷葉肥유엽음음하엽비버들잎 그늘지게 자랐고 연잎 제법 넓적해졌는데,

水晶簾外落薔薇 수정렴외낙장미수정 발 밖으로 고운 장미꽃은 지네.

黃鶯似識君王意 황앵사식군왕의노란 꾀꼬리는 임금님 뜻을 알고 있는지,

不斷柔腸終不飛부단유장종불비내 마음 달래려는 듯 끝내 날아가지 않는구나.

23. 淸陰集 金尙憲 궁사(宮詞)에 차운한 시 -15

 

고금의 궁사는 모두 궁중의 행락에 관한 일만 읊어 대부분 음란하고 설만한 말이 많아서 대아군자(大雅君子)가 즐거이 말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한 예를 일으켜 전 시대 제왕과 후비들의 미악(美惡)과 득실(得失)을 낱낱이 서술해 징창(懲創)하고 감발(感發)하는 의리를 부친다.

 

成周當日宅王城 성주 시절 그 당시에 왕성 안에 살면서는 /
治先防逸欲生 궁궐 안을 다스림에 먼저 일욕막았다네 /
宮女夜來移玉几 궁녀들은 밤이 되면 옥궤석을 옮기었고
/
月明椒掖誦詩聲 달 밝은 밤 초액에선 시를 읊는 소리 났네 /

이상은 주궁(周宮)을 읊은 것이다.

 

庭燎煌煌列火城 뜨락 횃불 환히 빛나 화성이 죽 서 있는데 /
東方未啓月光生 동녘 아직 아니 밝아 달빛 내리비추었네
/
君王尙戀蟲飛夢 군왕께선 아직 벌레 나는 꿈을 꾸려는데
/
環珮先聞下殿聲 먼저 전각 내려오는 환패 소리 들리누나 /

이상은 제궁(齊宮)을 읊은 것이다.

 

西施初見闔閭城 월나라의 서시 처음 합려성에나아오매 /
笑態嚬姿百媚生 찡그리고 웃는 데에 따라 미태 생겨났네
/
齊向吳王候顔色 모두오왕 향하여서 얼굴빛을 살펴보다
/
一時宮掖盡歡聲 궁액들이 일시에 다 환호성을 질렀다네 /

이상은 오궁(吳宮)을 읊은 것이다.

 

楚王宮殿枕方城 초나라의 왕의 궁전 방성 베고 누웠는데 /
夢裡巫山誤一生 무산선녀 꿈을 꾸어 한평생을 그르쳤네
/
瘦盡細腰君不見 비쩍 말라 가는 허리 그댄 보지 못하였나
/
暮天長怨雨來聲 저녁 하늘 비가 오는 소리 길이 원망하네 /

이상은 초궁(楚宮)을 읊은 것이다.

 

洮河去歲築長城 조하에는 지난해에 만리장성 쌓았는데 /
內院今年少子生 궁 안에선 금년 되어 작은 아들 태어났네
/
趙瑟楚歌俱望幸 조의 악기 초의 노래 모두 행행 바라는데
/
却來前殿試秦聲 도리어 또 전 앞에서 진 소리를 시험누나 /

이상은 진궁(秦宮)을 읊은 것이다.

 

齋宮夜靜月臨城 재궁의 밤 고요하고 달은 성에 임했는데 /
御席前虛引賈生 어전 앞에 자리 비워 가생 불러들이었네
/
天子正論神鬼事 천자께서 신과 귀신 이치 한창 논하기에
/
後庭休奏樂歌聲 후정에선 음악 소리 울리기를 멈추었네 /

이상은 한궁(漢宮)을 읊은 것이다.

 

二更眉月下樓城 이경 밤에 초승달은 누성으로 내려오고 /
仙掌高秋玉露生 선장에는 가을 깊어 옥 이슬이 생기누나
/
看罷魚龍宮漏盡 어룡희가 다 끝나서 궁루가 다 떨어지자
/
禁門先唱放衙聲 금문에선방아하는 소리 먼저 외치누나 /

위와 같다.

 

瓊奩寶篋出中城 옥 경대와 보석상자 중성에서 꺼내 오자 /
彤史光輝暎日生 동사의 빛 해에 비쳐 찬란하게 생기누나
/
女士滿宮俱動色 궁 가득한 여사 모두 얼굴빛이 변했거니
/
當熊辭輦摠賢聲 당웅이나 사련 모두 어질다고 소문났네 /

위와 같다.

 

深宮無事閉重城 깊은 궁에 일 없어서 겹 성문이 닫혔는데 /
鬪草藏鉤度半生 풀싸움과 고리 감춤 속에 반생 보내었네
/
一自大家迎入後 대고 한번 영입하여 들어오게 한 뒤로는
/
玉窓秋夜讀書聲 가을밤에 옥창에서 글을 읽는 소리 났네 /

위와 같다.

 

漳水悠悠繞鄴城 장수의 물 유유하게 업성 밖을 감도는데 /
春芳先向樹頭生 봄꽃 향기 먼저 나무 끝머리에 생겨나네
/
夜來飛上凌雲殿 야래 궁전 들어와서 능운전에 오른 다음
/
一曲歌停衆樂聲 노래 한 곡 부르자 곧 뭇 음악이 멈추었네 /

야래(夜來)는 기생의 이름이다.

이상은 위궁(魏宮)을 읊은 것이다.

 

席捲鍾陵掃錦城 종릉 지역 석권하고 금성 지역 휩쓸어서 /
外寧誰戒內憂生 바깥 온통 평안한데 내우를 뉘 경계하랴
/
西宮南掖巡遊遍 서궁남액 두루두루 떠돌면서 노니노니
/
慣聽羔兒齕竹聲 새끼 양이 댓잎 핥는 소리 자주 들려오네 /

이상은 진궁(晉宮)을 읊은 것이다.

 

南朝妙麗集臺城 남조 시대 아름다움 대성에 다 모였거니 /
新作金蓮逐步生 새로 만든 금 연꽃이 걸음 따라 생겨나네
/
醉裡不知風雨惡 술 취하여 비바람이 사나운 줄 몰랐거니
/
嬌羞猶愛枕邊聲 침소 가의 아양 교태 떠는 소리 좋아했네 /

이상은 소제궁(蕭齊宮)을 읊은 것이다.

 

錦帆龍舸下蕪城 비단 돛을 단 용가가 무성으로 향하거니 /
堤柳靑靑汴水生 방죽 버들 청청하고 변수의 물 일렁이네
/
共說憨娘亦恩幸 감랑들도 역시 은총 받았다고 말들 하매
/
六宮無復怨嗟聲 육궁에서 원망하는 소리 다시 안 일었네 /

이상은 수궁(隋宮)을 읊은 것이다.

 

車駕東征安市城 황제 거가 동정 위해 안시성을 향하는데 /

千官無語暗愁生 몰래 천 관원들 말 못하고 수심 짓는구나 /
淸晨玉殿新封事 맑은 새벽 옥전에서 새로 봉사 올리거니

認聽賢妃進讀聲 현비 읽어 진언하는 소리 들릴 줄 알겠네 /

이상은 당궁(唐宮)을 읊은 것이다.

 

十月驪山雪壓城 시월이라 여산에는 눈이 가득 쌓였건만 /
華淸水滑暖波生 화청지 물 미끄러워 따순 물결 생기누나
/
朝來禁苑花爭笑 아침 되자 금원에는 꽃들 다퉈 웃거니와
/
知有前宵羯鼓聲 지난밤에 갈고 소리 울렸음을 알겠구나 /

위와 같다.

 

24. 杜鵑花 戊辰- 無名子 尹琦 -1

 

薰風麗日氣淸和훈풍 불고 햇살 맑아 날씨가 화창하니 /
起拓南窓玩物華일어나 남창(南窓) 열고 경치를 감상하네
/
一夜雨聲春滿眼간밤 내내 비 듣더니 봄빛이 눈에 가득
/
遶山紅錦杜鵑花산을 두른 붉은 비단 저건 바로 진달래 /

 

25. 雪蕉遺稿 川寧 崔承太-1

 

無復行宮聽玉音 행궁의 옥음을 다시 들을 수 없으니 /
夢中迷路可能尋 아득한 꿈길에서나 찾아뵐 수 있을까
/
越松亭畔三更月 월송정 가에 뜬 삼경 달은
/
未死孤臣一片心 죽지 못한 이 신하의 일편단심일세 /

 

26. 아게유고 李山海-1

 

無復行宮聽玉音 행궁의 옥음을 다시 들을 수 없으니 /
夢中迷路可能尋 아득한 꿈길에서나 찾아뵐 수 있을까
/
越松亭畔三更月 월송정 가에 뜬 삼경 달은
/
未死孤臣一片心 죽지 못한 이 신하의 일편단심일세 /

 

27. 宮詞 月沙集 李廷龜 -7

 

女史宣香出太常 여사가 향을 갖고 태상을 나오나니 /
寢園佳節薦蘭觴 이 가절 능침에선 향긋한 술잔 올리지
/
宮壺向晩頒新醞 저물녘 궁중의 술을 새로이 하사하여
/
分賜金門鎖直郞 금문에서 숙직하는 낭관에게 나눠 주누나
/

朝元閣裏罷淸齋 조원각 안에서 맑은 재계를 마치고 /
雙黛扶輿出殿來 미인 부축 받으며 전각을 나오누나
/
纔問上林春早晩 상림원에 봄이 왔는가 묻자마자
/
帳頭鸚鵡奏花開 장막 위 앵무새가 꽃이 피었다 아뢴다
/

太平天子樂時 태평 시대 천자 풍요한 시절 즐기나니 /
一曲雲和瑞氣濃 한 곡조 운화에 상서로운 기운 짙어라 /
詞掖誰裁封禪草 사액의 그 누가 봉선서(封禪書)를 지을거나
/
漢家新起柏梁宮 한나라 왕실이 새로 백량궁 세웠는데
/

沈香亭上仗初移 침향정 위에는 천자의 행차 막 옮겨 가나니 /
更築歌臺俯碧池 다시금 푸른 못 가에 가무 위한 누대 지었어라
/
皇極庭虛人不掃 황성의 뜰은 비어 아무도 비질하는 이 없건만
/
年年春草遍瑤墀 해마다해마다봄풀은 섬돌에 두루 푸르구나
/

三月輕衫綠紵新 삼월이라 산뜻한 녹색 모시 가벼운 적삼 /
湖邊無限看花人 호숫가엔 꽃 구경 나온 사람 무한히 많아라
/
歸時頭上渾簪柳 돌아올 때 머리 위 모두 버들가지 꽂았으니
/
損却河堤幾樹春 강둑에선 몇 그루의 봄빛을 덜어 내었는고 /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여 궁사(宮詞)를 본떠서 짓다. 2

 

搖蕩春風楊柳枝 봄바람은 버들가지에 마구 일렁이고 /
畫樓西畔夕陽移 고운 누각 서쪽에는 석양이 옮겨 간다
/
宮娃睡罷多情思 잠이 깬 궁녀는 님이 하도 그리워서
/
打起鴛鴦泛夕池 시샘으로 연못에 뜬 원앙새를 때리누나
/

輕輿夜度上陽宮 가벼운 가마 타고 밤에 상양궁 지나노니 /
玉漏稀聞殿角風 옥루 소리 드물고 궁전 모서리에 이는 바람
/
烟鎖九霄春色靜 안개는
구소에 자욱하고 봄빛은 고요한데 /
鳳簫聲在月明中
봉소 소리가 밝은 달빛 속에서 들려 오누나 /

 

28. 東州集 시집 제14 / (西湖錄三) 이민구(李敏求)-10


동래 부사 유심을 전송하다〔送柳東萊

疾風破東極 모진 바람이 동쪽 끝에 휘몰아쳐 /
碧海生層濤 푸른 바다에 높은 파도 일렁이지 /
積陰帶霜氣 짙은 구름은 서리 기운 띠었고 /
曙色沈雲鼇
새벽빛에 자라 잠기지 /

 

杈枒珊瑚枝  삐쭉삐쭉 뻗은 산호 가지 /
影動初日高 그림자 일렁이며 아침 해 높이 오른다네 /
君侯始出車 그대가 비로소 수레 몰고 나가니 /
節制聲嗷嘈 절제사 그 목소리 우렁차네 /

威稜駕殊域 위풍당당 타향으로 달려가니 /
百靈擁旌旄 신령들이 깃발을 옹호하네 /
借問聖政初 묻노니 성정의 초기에 /
帷幄渴雋髦 유악의 훌륭한 인재 다 쓰시는가 /

 

用才曷異宜 인재 등용하는 것이 어찌 다르랴 /
偃蹇領簿曹 당당하게 서리들 거느리게나 /
島夷數反覆 섬나라 오랑캐들 자주 태도 바꾸는데 /
爭恨緣秋毫 한스러움은 작은 일로 인연한다네 /

 

邊和與國體 변방의 안정과 나라의 체통 /
緩急在所操 그 완급이 조절하는 바에 달렸으며 /
內外互輕重 안과 밖이 서로 경중이 되니 /
利器得辭勞 훌륭한 인재가 수고를 마다하랴 /

 

金緋照靑春 금비가 청춘에 빛났으니 /
舊佩三公刀 오래전에 삼공의 칼을 찼네 /
喧喧名都會 시끌시끌한 큰 도회지 /
樹羽排林皐 기 세운 호위군 숲 밀치고 나가네 /


舌變 때까치 소리가 시끌시끌하게 변하여 /
拜跪羅酋豪 꿇어앉은 추호들 많기도 하네 /
.
懷柔道已優 이미 충분하게 회유하였으니 /
網紀愼爬搔
기강 세워 다스림 삼가시라 /

 

淸規映方隅 맑은 법규로 변방 비추어 /
僕隷洗脂膏 종들도 기름진 혜택으로 씻어 주오 /
男兒富勳業 남아가 공업 많이 세운다면 /
豈惟沐恩褒 어찌 큰 은혜를 입을 뿐이랴 /

鄙夫奉末契 내가 그대와 교분 나누며 /
夙昔佩服牢 예전부터 마음에 굳게 담았지 /
窮老且遠別 한참 늙은 나이에 멀리 이별하니 /
暮景颯二毛 늘그막
흰머리가 바람에 날리네 /

 

惻愴曩游地 서글프다 지난날 노닐던 곳 /
陳迹遍蓬蒿 묵은 자취가 모두 쑥대밭 되었겠지 /
寒空望鵬路
찬 하늘 붕새의 길 바라보다 /
閉關中鬱陶 문 닫으니 마음 울적하다 /

 

29. 虛白堂風雅錄 卷一 / 詞體  성현(成俔)-10성현(成俔)


仙樂嘈嘈出絳宮 궁궐에선 신선들의 음악이 연주되고 /
煙細散天風 향로에는 바람에 가는 연기 흩어지네 /
滿庭鵷鷺呼嵩後 뜰을 채운 조관(朝官)들이 만세를 외친 뒤에
/
螭陛前頭日紅色 아로새긴 섬돌 앞에 붉은 햇볕 쏟아지네 /

 

朝罷君王倚玉床 조회를 마친 왕이 옥평상에 기댔는데 /
才人擎
奉龍章 궁인(宮人)이 용 문양의 옷을 갖춰 올리누나 /
披香殿畔離離樹 전각 옆의 나무들은 향기를 흩날리고 /
花影晴搖萬歲觴 축수하는 술잔에는 꽃 그림자 움직이네 /

 

五更無寐聽鷄鳴 오경에 잠이 깨어 닭이 우는 소리 듣고 /
鴦夢雖酣意自驚 원앙 꿈이 달지만 절로 깜짝 놀라누나 /
急喚宮官催進盥 다급히 궁관 불러 세숫물을 재촉하니 /
恐君贏得晏朝名 군왕께서 아침 조회 늦을까 염려되네 /

 

玉龍銜水吐淸漣 옥룡이 물 머금어 맑은 물결 토하는데 /
翳井榴花暖欲燃 우물 덮은 석류꽃은 불꽃처럼 뜨겁구나 /
尙得君王一面顧 군왕의 눈길 한 번 받을 수 있을는지 /
急隨諸伴競金錢 다급히 동반들과 금전을 겨룬다네 /

 

午漏遲遲日似年 하루가 일 년인 듯 한낮이 더디 가니 /
繡針慵把坐
붉은 방석 위에서 수를 놓다 싫증 내네 /

紛紛花蝶許多種 분분한 꽃과 나비 종류가 하 많건만 /
獨刺彩鴛交頸眠 목을 서로 감고 잠든 원앙새만 수를 놓네 /

 

牧丹濃艶露溥溥 이슬이 흠뻑 맺힌 아름다운 모란꽃을 /
折揷瑤甁一笑看 꺾어서 화병에다 꽂아 놓고 보며 웃네 /
鬢亂玄雲猶未整 헝클어진 검은 머리 아직 손질 못했는데 /
六龍扶駕上雕欄 군왕께서 이르시어 난간으로 오르시네 /

 

春入公桑日正薰 봄이 깊은 공상에는 햇볕이 따뜻한데 /
親蠶心事獨殷勤 몸소 나가 누에 치니 유독 뜻이 은근해라 /
翟褕繰繭盆三手 유적(褕翟) 입고 고치 켜며 손을 세 번 담그니 /
欲遂衣裳黼黻文 의상에 보불문장(黼黻文章) 이루고자 함이라네 /

 

閒調桑葉倚疏 뽕잎을 고루 펴고 격자창에 기댔는데 /
學語嬌鶯舌不停 말 배우는 꾀꼬리가 쉴 새 없이 지저귀네 /
獨使梨園新作譜 혼자서 이원더러 새 악곡을 짓게 하니 /
深宮不許李
궁궐 깊어 이모가 듣는 것을 허락 않네 /

 

東風吹擺碧桃枝 봄바람이 복사나무 가지를 흔들어서 /
謾惜殘英坐玉墀 남은 꽃잎 옥섬돌에 지는 것을 슬퍼하네 /
一片春心無處寫 한 조각의 춘심을 쏟아 놓을 곳이 없어 /
旋呼鸚鵡敎新詞 앵무새를 불러서 새 곡조를 가르치네 /

 

笙歌迢遞會雲龍 운룡이 모인 자리 풍악 소리 퍼져 가고 /
花萼相輝午影重 한낮에 꽃받침과 꽃이 빛나 그늘 짙네 /
秩秩錦筵宣促味 질서 있는 주연(酒筵)에서 귀한 음식 재촉하니 /
內廚供進紫駝峯 어주에서 붉은 낙타 혹 요리를 내어 오네 /

 

30. 차천로 오산집(五山集)-10

 

왕 안찰(王按察)을 송별하며

帝命詞臣按節來 황제가 문신 명해 안찰사로 나오니 /
使星光照海東
사성의 광채가 해동에 비추었지 /
職兼分陝金章紐 어사 직책 겸하여 금장을 찼었고 /
事大臨戎玉帳開 군대 시찰 큰 임무 옥장을 열었지 /

 

擥轡澄淸風烈肅 고삐 잡자 숙청할 뜻 열풍처럼 엄숙했고 /
埋輪慷慨義聲催 바퀴 묻은 강개함에 의로운 소문 몰아쳤지 /
扶搖自是摩天翼 부요는 하늘 끝을 노닐었던 날개이고 /
滅沒元非伏櫪才 멸몰은 우리 안에 갇힐 자질 아니었지 /

 

意氣激傾汲鄭 격앙된 의기는 급정을 경도하고 /
文章卓犖倒鄒枚 탁월한 문장은 추매를 앞질렀지 /
詞林繡虎騰挐出 사림에선 수호가 당당하게 출현하고 /
學海金鼇贔
廻 학해엔 금오가 기세등등 돌아왔지 /

 

急病壯心方激烈 남의 환난 구하려는 마음이 격렬하니 /
解紛高義肯低回 분란 해소 의리상 주저할 수 있겠나 /
暫辭北極分符竹 북극을 하직할 때 부죽을 나눠주니 /
倂送東征應斗魁 동정 함께 보내어 두괴에 응하였지 /

 

政肅簡書驅虎豹 정무 계율 엄숙하여 호표를 몰아가고 /
更嚴威令走風雷 다시금 명령 엄해 바람 우레 달려갔지 /
指揮得算陰符失 지휘에 묘책 얻으니 《음부》도 소용없고 /
談笑論兵虜騎摧 담소하며 병법 논하매 적 기병 꺾였지 /

 

光潤胃星師宿飽 위성 광채 윤기 나서 군대가 포식하고 /
戰餘鋒鏑士爭推 전장에 남은 무기를 군사 서로 추심했지 /
黃山旌旆沈滄海 황산의 깃발처럼 창해에 잠기었고 /
赤壁樓船燼死灰 적벽의 누선같이 잿더미 돼버렸지 /

 

殺氣暗銷明日月 살기가 사라지자 일월이 밝아졌고 /
妖氛淨掃刮塵埃 요기가 없어지니 티끌이 씻어졌지 /
六韜制勝知誰是 누가 《육도》로 승리를 주도했나 /
一戰收功亦壯哉 일전에 성공하니 또한 장하였지 /

 

已見皇威淸鰈域 황제의 위엄이 해동 지역 숙청하니 /
直須雄略到蓬萊 웅대한 지략가가 봉래에 이르렀지 /
三軍喜氣天應動 삼군의 환호성에 하늘이 동하였고 /
萬馬班聲地欲頹 만마의 울음소리 대지가 무너졌지 /

 

雨捲歸旗連細草 회군 깃발 거둔 비는 풀밭에 내리었고 /
春生別夢繞殘梅 이별 뒤에 찾아온 봄 매화를 감돌았지 /
功高大樹何曾伐 대수처럼 공 높아도 자랑한 적 없지만 /
思入甘棠不自裁 감당에 젖은 생각 자제할 수 없었지 /

 

海月照空遙塞靜 바다 위에 달만 비춘 변새는 조용했고 /
江雲飛盡暮天哀 강 구름 다 사라진 저녁 하늘 쓸쓸했지 /
眼前物色皆離恨 안전에 하나같이 이별 한이 서린 물색 /
觸忤居人倒酒
이내 마음 자극하여 술잔을 기울였지 /


31. 담원 팔영(澹園八詠) -연암 박지원 -8

 

紅蕉綠石出東墻 붉은 파초 푸른 돌 동녘 담에 솟아 있고 /
一樹梧桐窈窕堂 한 그루 벽오동은 그윽한 누각 앞에 /
傲骨平生迎送嬾 꿋꿋한 한평생 손님 응대 게으르니 /
丈人惟拜暮山光 저물녘 산 풍경에나 허리를 숙이신다네 /

이상은 내청각(來靑閣)이다.

 

南陀竟日影婆娑 남녘 둑의 못에 종일토록 그림자 한들한들 /
耐可呼吾亦喚他 저 그림자 나를 부를 듯하고 나도 저를 부를 수 있을 듯한데 /
乍綴微風鳧鷺去 갑자기 산들바람 그치고 오리 백로 지나가니 /
不禁撩亂百東坡 내 그림자 어지러이 백 갈래로 나눠지고 말았네 /

이상은 감영지(鑑影池)이다.

 

已觀微白鼻端依 코끝을 따라서 어렴풋한 흰 기운을 바라본 뒤 /
欲辨臟神掩兩扉 장신을 분별코자 두 눈꺼풀을 감았더니 /
獨有暗香侵夢冷 그윽한 향기 호올로 쓸쓸한 꿈결에 스며들고 /
羅浮明月弄輝輝 나부산(羅浮山) 밝은 달이 환히 빛나네 /

이상은 소심거(素心居)이다.

 

松覆深深卍字欄 만() 자 난간 깊고 깊어 솔 그늘 덮였는데 /
垂蘿攲石翠相攢 늘어진 다래 기울어진 돌 서로 얽혀 푸르네 /
一任畵舫風吹去 그림배 바람 따라 흘러가게 맡겨 두니 /
盡夜寒聲瀉作灘 밤새도록 차거운 솔바람 소리 여울처럼 쏟아지네 /

이상은 송음정(松蔭亭)이다.

 

輕堪醒醉魂花 꽃잎에 살짝 뿜어 취한 넋을 깨워 주고 /
行空翠鬣髿 푸른 갈기 더풀더풀 허공 닫는 천마(天馬)인 양 /
採藥將尋劉阮去 불사약을 캐고자 유신(劉晨) 완조(阮肇) 찾아가니 /
路迷廉閃赤城霞 적성 노을 아른아른 길을 잃었네 /

이상은 비하루(飛霞樓)이다.

 

花似將歸强挽賓 꽃은 흡사 가려는 손 억지로 잡아 논 듯한데 /
囑他風雨反逢嗔 비바람에게 불지 말라 당부했다가 되려 꾸짖음만 당했다오 /
自從洞裏修甁史 두어라 골짝에서 병사(甁史)를 익힌 이래로 /
三百六旬都是春 삼백이라 예순 날이 모두 다 봄이로세 /

이상은 유춘동(留春洞)이다.

 

淸宵獨上臺 옥주 쥐고 맑은 밤 홀로 누대에 오르니 /
杞棚霜落鴈流哀 구기자나무 시렁에 서리 지고 기러기 울음소리 애처롭네 /
一聲劃裂秋雲盡 한 가락 휘파람 소리 가을 구름을 다 흩날리니 /
萬里瑤空皓月來 창공이라 만리에 하얀 달이 솟아오르네 /

이상은 소월대(嘯月臺)이다.

 

花蘂夫人初入宮 화예부인 처음으로 궁중에 들어오니 /
含羞將語先紅 부끄럼이 말을 앞서 볼 먼저 붉어지네 /
鸚哥舍利元非妙 앵가사리 본래로 묘한 게 아니라오 /
誰識阿難悟道功 도를 깨닫게 한 아난의 공덕 그 뉘라 알려는지 /

이상은 어화헌(語花軒)이다.

 

32. 梅山集 卷二(五言詩)  홍직필-5*4=20

자극궁사(紫極宮詞)

 

結髮念善事 머리 묶을 때부터 선한 일 생각하여 /
至道窺汗竹 지극한 도를 엿보려고 한죽을 가까이 하였노라 /
采采靈芝草 영지의 풀을 캐고 캐지만 /
終朝不盈掬 아침 내내 한 줌도 차지 못하네 /

 

南山白雲裏 남산의 흰 구름 속에서 /
悠悠處幽獨 한가로이 홀로 거처하니 /
餐霞
邃壑 노을 먹으며 깊은 골짝에 누워서 /
永矢自寤宿 이곳에서 잠들고 일어날 것 맹세하노라 /

 

我生命在天 나의 생과 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
何用詹尹卜 어찌 첨윤에게 점칠 필요 있으랴 /
靜坐觀
고요히 앉아 여러 동하는 것 관찰하고 /
時序感剝復 절서(節序)의 박복에 감복하노라 /

 

萬化相回薄 온갖 변화 서로 무상하게 돌지만 /
一理存培覆 한 이치는 북돋고 뒤엎음에 있네 /
語默心俱寂 말하든 침묵하든 마음은 늘 고요하니 /
玄酒味更熟 현주의 맛이 더욱 익숙하네 /

 

綵鳳下玄霄 채색 봉황새 검은 하늘에서 내려와 /
翺翔赤水竹 훨훨 적수의 대나무에 날아다니네 /
亭亭琅玕實 우뚝한 낭간의 열매를 /
當食不自掬 먹을 수 있어도 스스로 움켜잡지 않네 /

 

冬夏不變色 겨울과 여름에도 색깔 변치 않으니 /
亦有松栢獨 또한 외로운 소나무와 측백나무 있다오 /
洪柯傲霜雪 큰 나무는 서리와 눈을 하찮게 여기니 /
許雲鶴宿 오직 구름 속의 학만 머물도록 허여하네 /

 

驪龜沈河洛 흑마와 거북 하락에 잠겨 있으니 /
大衍數難卜 대연(大衍)의 수 점치기 어려워라 /
其用四十九 그 쓰임은 마흔아홉 개이니 /
我年不可復 내 나이 다시 돌아올 수 없네 /

 

從今自知非 지금부터 스스로 잘못을 알아 /
庶幾收水覆 행여 엎어진 물 수습하려 하노라 /
雖無秋 오곡을 추수(秋收)하지 못하더라도 /
不願荑稗熟 익은 가라지와 피 되기 원치 않노라 /

 

度秋巒 서늘한 바람 가을 산을 넘어와서 /
嫋嫋鳴窓竹 한들한들 창가의 대나무에 울리네 /
寒菊開林耀 차가운 국화 숲 속에 활짝 피었으니 /
淸露手自掬 맑은 이슬 손으로 움키노라 /

 

俯仰宇宙內 우주 안을 굽어보고 우러러봄에 /
閒靜如我獨 한가롭고 고요한 사람 나 홀로라오 /
不與衆鳥托 새들에게 의탁하지 않고 /
但依孤雲宿 다만 외로운 구름에 의지하여 자노라/

 

隣曲無人來 이웃집에 찾아오는 사람 없으니 /
晴晝時自卜 밝은 대낮에 때로 스스로 점치네 /
宴坐冥眞心 편안히 앉아 진심을 생각하니 /
湛然絶往復 담담하여 오고가는 일 없구나 /

 

俯瞰崍坂 공래산(崍山)의 구절판(九折坂) 굽어보니 /
車馬帶傾覆 수레와 말 줄줄이 전복되었네 /
不做邯鄲夢 한단의 꿈을 꾸지 않으니 /
何待黃粱熟 어찌 황량이 익기를 기다리랴 /

 

.

晩塗見淸士 만년에 청빈한 선비를 보니 /
貞操逾松竹 맑음이 소나무와 대나무보다 뛰어나구나 /
鼎苔自成紋 솥의 이끼 절로 무늬를 이루니 /
徒把寒泉掬 다만 차가운 샘물을 움켜 마신다오 /

 

藏北山側 북산 곁에 높이 은거하니 /
遺世心期獨 세상을 버리기로 홀로 마음 다지네 /
無衣以禦冬 겨울 추위를 막을 옷이 없고 /

掀房露地宿 방이 바람에 뒤집혀 노지에서 잠자네 /

 

秪信晦翁天 다만 회옹의 천리(天理)를 믿고 /
不就季主卜 계주에게 찾아가 점치지 않노라 /
知非伯玉年 계주에게 찾아가 점치지 않노라 /
修身不遠復 수신함에 멀리 가지 않아 돌아오리 /

 

何論甲雌雄 어찌 갑의 자웅을 논하랴 /
定無手翻覆 참으로 손으로 번복함이 없다오 /
相期在皓首 서로 기약함은 백발에 있으니 /
忘言道機熟 말을 잊음에 도기가 익숙하네 /

 

有懷素心人 마음 깨끗한 사람 그리워하여 /
孤吟猗猗竹 무성한 대나무 시 외로이 읊노라 /
鞠華雖已衰 국화는 이미 시들었으나 /
梅香猶堪掬 매화 향기는 손에 잡을 수 있네 /

 

嘗恨涑水翁 항상 한하는 것은 속수옹이 /
有園樂云獨 동산의 즐거움 혼자 지녔다고 한 것이니 /
願言空山月 원하는 것은 고요한 산 달 밝은 밤에 /
臥雪對床宿 눈 속에 누워 침상 마주해 자는 것이라오 /

 

冬日苦嫌短 겨울 해 짧아 괴로우니 /
曷不良夜卜 어찌 좋은 밤에 만나지 않으랴 /
賓主澹若忘 손님과 주인 완전히 잊은 듯하니 /
靜見天心復 고요함에 천심의 복을 보겠네 /

 

須君切磋力 그대의 절차탁마한 공력을 빌려 /
我德免顚覆 나의 덕 전복되지 않기를 원하노라 /
歲暮空延佇 세모에 부질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
床頭酒已熟 평상 머리에 술이 이미 익었네 /


………………………………………………………………

32 - 1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