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서 기자회견
“건강한 종단 위해 사부대중 의식의 각성 필요
…스님들 생활인 아닌 수행자로 남아있어야”
특권층 위한 종단 아닌 모든 종도가
부처님 품안에서 자유롭게 정진하고
헌신하는 종단으로 만들어졌으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8월21일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납은 오로지 부처님 제자로써 한국불교 개혁을 위해 지난날 은혜를 입고 살았던 사람이 마지막 여생을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총무원에 왔다”면서 “이같은 생각은 1994년 종단 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가 체제를 모방한 선거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위계질서와 장로정신은 무너지고 화합은 다 깨져버리고 삼보정재가 탕진되는 악순환과 정치 권승들이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종단은 뿌리 깊은 폐해를 되돌아보고 청정승가 구현을 통해 개혁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1700년 역사 속에서 국민들과 고락을 함께 해온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고 금권화, 정치화, 세속화 되고 있는 종단 현실이 너무도 비참하고, 부처님 답지 않은 모습들이 계속되는 한 우리 불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서 총무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우리 종단은 지금 바로 즉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부대중의 뼈를 깎아내는 대각성을 통해 건강한 종단으로 나가기 위한 의식의 각성 필요하다”면서 “1700년 동안 흘러내려온 한국불교의 정신이 아름답게 계승발전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이것이 바로) 현실적으로 가장 요청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지난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했듯 종단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사부대중,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진실로 듣고 그분들이 나를 비판했던 비판하지 않았던, 모든 의견을 규합해 들으려 했다”는 심정도 털어놨다.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 수행자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그러면서 “항상 말씀드리지만 생활인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행자로 남아있어야 한다. 수행자는 부처님 가르친 대로 그것이 참선, 주력, 염불, 간경, 봉사 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그걸 하지 않는 사람은 수행자라 할 수 없다. 우리가 다 부처님 제자 수행자로 태어날 때 한국불교는 튼튼해지고 건강해 지고, 모든 사람에게 희망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행가풍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던 점과 앞으로의 종단 개혁을 위해 몇 가지 사항을 당부하기도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스님 네가 절에 들어와 입산부터 화장터에 갈 때까지 책임을 져야하고, 부처님때부터 내려온 정신은 원융살림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면서 “복과 염원이 담겨 있는 삼보 정재를 마구잡이로 쓰거나 탕진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런 것을 변화시키려고 종단에 나왔지만, 저는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저는 늙었고 의지만 갖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불교의 변화와 개혁은 여기 있는 여러분의 것”이라며 “말없이 정진하는 무한한 정진대중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특권층을 위한 종단이 아닌 온 종도가 모두 부처님 품안에서 자유스럽게 정진하고 교육하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런 종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끝으로 “나라는 것을 내려놓고 자기를 버려야한다”면서 “나를 내세우고 불교가 있을 수 없다. 내려 놓는 사람이 함께하는 불교개혁이 됐으면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자회견 마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기자회견 직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예를 올린뒤, 곧바로 덕숭총림 수덕사로 떠났다.
홍다영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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