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박현철 기자]뜻깊은 홈런이다. 7년 만에 리그에 탄생한 40홈런 타자인 동시에 팀이 배출한 첫 한 시즌 40홈런 타자이기도 하다. '빅 보이' 이대호(28.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6시즌 동안 명맥이 끊겼던 4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대호는 20일 사직 두산전에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첫 타석 볼넷, 두 번째 타석 3루수 병살타에 그친 뒤 2-5로 뒤진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홍상삼의 초구 직구(144km)를 통타했다. 이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긴 데 이어 구장 밖으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장외포(비거리 145m)였다.
이미 지난 4일 잠실 두산전 이후 9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연속 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바 있던 이대호는 이 홈런으로 2003시즌 이승엽(56홈런, 당시 삼성, 요미우리), 심정수(53홈런, 당시 현대, 은퇴) 이후 7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되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기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호의 시즌 40홈런은 좌측을 완전히 넘어가 구장 밖으로 날아간 장외 홈런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11일 사직 현대전에서 정민태(넥센 투수코치)를 상대로 비거리 150m짜리 장외포를 작렬했던 이대호는 자신의 시즌 40호를 사직구장 개장 이래 두 번째 장외포로 장식했다. 물론 그 두 홈런의 주인공은 이대호다.
올 시즌 이대호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120.3m.(20일 현재) 8개 구단 전체 타자들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120.8m의 최희섭(KIA)과 최준석(두산, 이상 18홈런)으로 이들과의 격차도 얼마 크지 않은 뛰어난 기록이다.
특히 사직구장이 이동식 담장이 없는 잠실구장(두산 홈경기 시)에 이어 8개 구단 홈구장 중 홈런을 뽑아내기 어려운 구장임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기록은 더욱 값지다. 홈플레이트에서 중앙까지 118m, 좌우 95m의 사직구장은 담장 높이가 무려 4.7m에 달해 오히려 이동식 담장이 설치된 잠실(LG 홈경기 시)보다도 홈런 양산이 어려운 곳이다.
이대호가 상대적 악조건 속에서 홈런 타이틀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데는 구장 크기를 압도하는 파워에 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애런 타사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가 "거포로서 매력을 지닌 이대호는 발 빠르기와 컨택 능력을 앞세운 전형적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야수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라며 주목도를 높인 데에는 수준급 비거리에도 이유가 있다.
함께 파괴력을 뽐내던 홍성흔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견제도가 높아진 이대호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40홈런 째를 때려냈다.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보는 이대호의 올 시즌 최종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새겨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