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기장을 왔다갔다하며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공교롭게 이번 주에 연락한 네댓 곳에서 취재를 거절한 게 계기가 됐다. 기장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밀면, 돼지국밥, 삼겹살집 등 몇 곳에서 맛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다. 나름대로 다 고민이 있었다. 장사가 안 되어서 걱정, 장사가 잘되는 집에서는 세를 올려달라거나 나가라고 하는 고민도 들었다. 일년중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자식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느꼈다. 사연을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먹고살기 쉽지 않다. 언젠가는 보람으로 돌아오겠지.... 시원한 육수가 생각난다-기장 밀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는 '기장 밀면' 집의 밀면.예전에 알고 지내던 한 스님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몇 년 전 기장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는데 놀러오라고 했다. 직접 밥을 해주며 "요즘 밖에 먹을 게 뭐가 있냐"고 타박하던 이 스님으로부터 줄을 선다는 기장읍 대라리 '기장 밀면' 집을 소개받았다. 사실 스님들은 국수라면 꺼벅 넘어간다. 스님들이 오죽 국수를 좋아하면 '승소(僧笑)'라고 하지 않는가. 기장에 사는 이 스님, 찾아온 손님들에게 자주 밀면을 사 주었다. 사실 밀면은 부산 지방의 향토 음식 중 하나가 아닌가. 서울에 사는 어떤 스님은 몸이 아프거나 울적하면 일부러 내려와 이 밀면을 먹고 간단다. 찾아온 스님들이 밥 대신 사 달라고 난리 치는 '기장 밀면'이다. "10명을 데려가도 다 맛이 있다고 하는 집이다." 그런데 난감한 문제가 생겼다. 밀면집 사장님이 취재를 거절하는 게다. 이유를 듣고 나니 공감이 간다. 지금도 손님이 많아 감당을 못하는데 기사가 나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가게에 찾아가서 먹어보고 판단할 문제이다. 가게 앞 도로에는 나무 한 그루가 서서 가게를 반쯤 가리고 있어 정취가 있다. 전망도 시원하게 좋아 밀면 먹기에는 딱이다. 반찬은 달랑 무채 하나. 그런데 새콤한 무채의 맛이 심상치 않다. 뻘건 양념에 달걀과 무를 예쁘게 얹은 밀면이 나왔다. 맛을 보는데 같이 온 일행이 "맛이 어때요, 어때요"라며 자꾸 묻는다. "좀 먹어보고, 먹어보고" 하다가 밀면 한 그릇이 홀라당 다 들어가 버렸다. 남은 밀면 육수를 후루룩하고 마셨다. 이 시원하고 얼큰한 육수는 해장의 최고봉이다.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서 이제는 비빔밀면에 눈을 돌렸다. 비빔밀면은 매콤하면서 쫀득해 여자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밀면이 냉면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버려야겠다. 잘 안 만나 주려던 장경희 사장을 만나 딱 한마디를 들었다. "손님 많은 것도 필요없고 단골들에게 꾸준히 잘하고 싶다." 제발 기사를 쓰지 마라고 신신당부하는 장 사장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한다. 업이 되다 보니 때로는 불편도 끼치게 된다. 기장에서 먹은 밀면 국물이 지금도 심하게 당긴다. 10년째라는 이 집 밀면 맛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다. 밀면 4천원, 비빔밀면 4천500원. 오전 10시∼오후 9시. 대변 입구 2주공 아파트 앞. 051-721-3087. 싱싱한 삼겹살이 그립다-합바지 숯불갈비 손님들로 넘치는 '합바지 숯불갈비' 집의 비결은 생삼겹살이다.삼겹살 가격이 치솟으며 인기높은 LA갈비 가격을 추월했단다. 삼겹살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싸고 맛있어서인데 이제는 그렇게 말하기도 힘들게 됐다. 아쉽다. 기장에서 돼지고기로서는 가장 맛있다는 기장읍 대라리 '합바지 숯불갈비'에 가게 됐다. 일단 이 집은 고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생삼겹살만 취급한다. 함양, 고령, 합천의 특별하게 돼지를 잘 키우는 농가에서 고기를 공급 받는다. 오후 2시가 넘자 최태홍 사장이 고기 배달을 간다며 나간다. '합바지'는 식육도매도 겸해 식당 20여곳에 고기를 공급해 주고 있다. 돼지고기가 나왔다. 이렇게 두툼한 고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고기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꺼운 고기가 불판에서 무게감 있게 익어간다. 삼겹살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이 두툼한 삼겹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이 맛에 생삼겹살을 찾는다. 안주인인 박현자씨는 "손님들에게 싱싱한 것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항상 생고기만 고집한다. 고기는 너무 커도 작아도 맛이 없고 딱 좋은 크기가 있다. 고기를 손질하다 보면 감이 온다"고 말한다. 아무리 삼겹살 가격이 올라 금겹살이 되어도 국내산 생삼겹살구이 150g에 6천원을 고수하려고 한다. 최태홍 박현자씨 부부는 서울의 직장 생활을 접고 내려와 이곳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합바지란 이름은 이전 가게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다행히 이전에 주인들도 이 곳에서 장사를 모두 잘했단다. 고기가 좋아서 비싼 만큼 이익은 덜하다. 이들 부부가 고기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인건비 절감이다. 부부가 주방, 서빙, 배달 일을 도맡아한다. 일하는 종업원들이 많은 가게를 보면 계산이 바로 나온다. 인건비는 어디서 빠지겠는가? 저녁이면 항상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식당 안에는 최씨의 부친이 해병대 생활을 하며 받은 훈장들을 전시해 놓았다.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장사를 한다. 돼지갈비 220g 6천원, 된장 및 밥 2천원. 영업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 기장초등학교 올라가는 사거리 기장초등학교 앞. 051-721-299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
'쉼터 > 맛 있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고성]'당항포 암소고기 (0) | 2010.04.05 |
---|---|
[부산 중구] 중앙동 '동신참치' (0) | 2010.04.05 |
부산 강서구 강동동 '소담재' -사찰음식 (0) | 2010.04.05 |
[서울 명동] 할머니국수 (0) | 2010.03.19 |
[서초구반포]한식-언제나 정겨운 홍일이네 밥집, 홍일회관 (0) | 2010.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