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맛 있는집

부산 강서구 강동동 '소담재' -사찰음식

淸潭 2010. 4. 5. 14:18

부산 강서구 강동동 '소담재'


[이 집에 가면] - 부산 강서구 강동동 '소담재' 
 사찰음식 대가에게 전수받은 작품 수준의 맛

'소담재'는 들녘이 확 트여 눈이 제법 시원한 부산 강서구 강동동에 있다. 옹기와 각종 조각들, 아!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숱한 야생초들.... 총 700평, 앞마당이 자연 정원이다. 주인 허경혜(57)씨는 '흙사람'을 빚는 도예작가다. 식당 건물 옆에 허씨의 공방이 있다.

이 분위기들이 이곳의 음식을 미리 얘기하고 있다.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이 담긴 두툼하고 묵직한 그릇들, 허씨가 자연스러운 선을 살려 손으로 직접 빚은 것이다. 샐러드 소스의 이 상큼한 맛, '백초차'란다. 민들레 취나물 원추리 방풍 인동초 제비꽃 토끼풀 겨우살이 두릎 엉개잎 곤달비..., 100가지 풀을 3년 이상 발효시킨 것이다. 정성과 시간적인 면에서 인간 음식의 한 절정을 달린다고 할까. 달아난 입맛을 단번에 싹 돌아오게 하는 맛이다. 시원한 창밖으로 바람이 걸어가는 게 보인다. 잎과 풀들이 푸르게 하늘거리고 있다. 실내의 천장도 높아 느낌이 더욱 시원하다.

이 집의 메뉴는 두 가지. '소담재 웰빙 코스'(1인 2만원)와 '비빔밥 세트'(1인 1만5천원).

웰빙 코스는 샐러드 잡채 오색판 수수전 버섯볶음 훈제오리 바다장어구이(혹은 생선그라테) 해초비빔밥(혹은 산채비빔밥 연밥 중 택일)으로 이뤄져 있다. 사찰음식의 대가 대안 스님에게서 사찰음식을 배운 대로 음식들이 작품 수준이다. 버섯볶음에 들어 있는 바삭 말린 묵이 특이하고, 다섯 가지 재료의 색이 조화로운 오절판의 분홍색 무 쌈은 비트에 담근 것이다. 잡채는 부드럽고 장어구이는 생강 잔파 깨의 양념이 잘 어울려 있다.

웰빙 코스는 밥으로 마무리된다. 해초비빔밥 산채비빔밥 연밥 중에서 택일을 하여 먹는데 세 가지의 맛이 모두 그저그만이다. 톳, 곰피 등 여섯 가지 해초와 멍게젓갈의 향이 어울린 해초비빔밥 한 숟갈에 기분이 좋다. 머릿속에 파도가 철썩이는 것 같다. 해초의 향이 상큼한 바닷바람을 마시는 느낌을 안긴다.

산채비빔밥 또한 특색이 있다. 고추장에 비벼 먹기보다는 조린 된장에 비벼 먹는 것이 제격이다. 각종 산채들과 어울린 구수한 된장 향이 혀에 날개를 달아준다. 연밥은 연잎으로 싼 찹쌀밥인데 은행열매 해바라기씨 잣이 들어 있다. 쫄깃한 맛에 근기가 넘친다. 밥에 딸려 나오는 국물김치 나물 멸치무침 두릅 김치 장아지 등의 반찬 맛이 모두 깊다. 허씨는 "같이 사는 외손녀에게 먹이는 음식들을 그대로 내놓고 있다"고 했다. 또 메뉴 중 튀기는 음식은 한 가지뿐이고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비빔밥 세트'는 해초비빔밥(혹은 산채비빔밥)에 장어구이와 각종 밑반찬으로 이뤄져 있다.

식사를 하고 쉬어가기 좋다. 평일인데도 몇 팀이 와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을숙도 건너 녹산수문 방향. 명지회센터와 공항대로 지나 1㎞ 지점에서 청량사 가는 길로 우회전, 3㎞ 더 가면 있다(평강천을 지나야 한다). 낮 12시~오후 9시 영업. 051-941-0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