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제자들은
언제나 깨어 있고
밤이나 낮이나
부처님을 생각한다
- 『법구경』
|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
위의 게송을 설하게 된 인연은 어린 소년이 친구와 놀이를 할 때에도 또는 어떠한 곤경에 처하더라도 항상 마음을 집중해서 부처님을 생각하는 기도를 하였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염삼보경』에 보면 극한상황에 처하여 몸이 곤두서는 공포의 한 가운데 있더라도 마음을 집중하여 삼보를 생각(念)하면 모든 곤경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곧 오늘날 우리가 하는 염불과 기도의 근원이 되는 이야기이다. 게송 속의 소년도 친구와 놀 때나 길을 잃고 헤맬 때에도 두려워서 허둥거리기 보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처님을 상념(想念)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밤길에서 부모를 잃고 혼자 밤을 새우게 되어 악귀가 접근 하였을 때에도, 소년은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으로 오히려 선신(善神)의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이 일이 나라의 국왕에게 알려지자 국왕도 부처님 계신 곳에 찾아와서 법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모두를 위하여 법을 설하셨다.
나의 제자들은 극도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언제나 마음을 고요히 하여 사물의 실상을 관찰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상념하라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언제나 깨어 있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승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몸이 무상(無常)함을 생각하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을 생각하고, 마음 고요의 선정의 경지에 머무름을 생각하라는 여섯 가지 법을 설하신 대목이다.
곤경에 처했을 땐 기도가 최우선
이는 결국 삶을 살아가면서 극도의 곤경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는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서 부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제일 우선이 됨을 가르치시고, 부처님 진리의 실천과 승가의 수행공덕을 생각하는 힘으로 악업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가르치신 게송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으로 자신의 몸의 덧없음과 어떠한 원한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잃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비수행의 방법을 설하신 것이다. 끝으로는 이 모든 기도와 수행의 깊이를 결정짓는 힘은 선정, 곧 명상으로 자신을 가다듬는데 있다는 마음의 힘을 기르도록 일러주신 것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 기도와 수행의 힘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극한상황에 처하면 불가사의한 힘이 내면세계에서 솟아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기적이라고 하고 부처님의 가피(加被)라고 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는 반드시 부처님으로부터 응답이 있음을 경험한다. 불교에서는 이 불가사의한 가피조차도 부처님을 생각하는 강열한 마음이 부처님의 충만한 자비의 에너지를 나의 쪽으로 당겨오는 마음의 힘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는 나의 마음은 가장 청정하고 최상의 진리에 머물러 있을 때 그 힘이 더욱 강력해 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청정하고 진리로운 마음은 일상의 수행생활에서 축적해 두어야 한다. 첫 번째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기도라면, 나머지 다섯 가지는 자신이 쌓아가야 하는 수행의 공덕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모든 불자의 본분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사는 청정승가를 공경하는 것은 청정승가의 공덕에 함께 동참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에는 나 자신, 내 몸만을 생각하던 애착을 떨쳐버림으로서 비로소 모든 생명의 동일한 가치에 눈뜨게 된다.
모든 생명이 동일한 뿌리라고 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몸소 느낄 때 모든 두려움은 사라지고 악연(惡緣)의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이는 모든 생명이 서로 죽이고 헐뜯음으로 함께 고통을 느끼는 실상을 깨달음으로서 불살생의 자비를 실천하는 것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힘의 원천은 평상시 선정(禪定)의 힘이고 명상으로 가다듬은 마음의 힘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시방일체불에 예경하는 마음 가져야
결국 부처님의 제자들은 제일 먼저 항상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승가를 생각한다는 의미가 된다. 곧 이는 불법승삼보(佛法僧三寶)를 잊지 않고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불행과 위험에 처해서도 불법승삼보를 마음에서 잊지 않는 것이 불자가 곤경을 벗어나는 자세이다. 부처님을 잊지 않음은 보현행원의 10종대원에서 제1원인 예경제불원(禮敬諸佛願)을 생각할 수 있다.
모든 부처님께 예경한다는 것은 부처님을 목전에 대하고 있는 듯 깊이 믿고 자신의 청정한 몸과 입과 마음으로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예경의 대상은 한 곳에서 한 부처님께만 예경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처에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곧 예경제불의 삶인 것이다.
우리는 어리석고 무지한 생각에 젖어 있어서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나 괴로움에 직면하게 된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려고 다짐하는 것이 불자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마음 속에는 항상 부처님을 모시고 예배 공경하면서 살아가면 나날이 충만한 삶이 될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1005호 [2009년 07월 07일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