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건강,의학

잠 못 드는 밤, 당신의 몸이 병든다

淸潭 2007. 1. 31. 13:10

잠 못 드는 밤, 당신의 몸이 병든다

잠 부족하면 식욕 자극해 비만 유발
심혈관질환으로 돌연사 위험도 증가

수면부족은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현대병이다. ‘21세기 재앙’으로 불리는 비만, 각종 합병증을 불러오는 당뇨병,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혈관질환도 만성적 수면부족과 연관돼 있다. 개인의 잠버릇 문제로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보건학적 문제다.

1999년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Lancet)’에는 미국 시카고 의대 이브 밴 코터 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대 남성 12명을 이틀 동안 네 시간만 자도록 한 뒤 호르몬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포만감을 뇌에 전달하는 호르몬 ‘렙틴’은 평균 18% 줄어들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 ‘그렐린’은 28% 증가했다는 것이다.

잠 부족이 인체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비만을 유발한다는 결론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대규모 역학조사에서도 증명됐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연구팀이 16년간 6만8000여명의 여성을 조사한 결과, 수면 시간이 5시간인 여성은 7시간인 여성에 비해 15㎏ 이상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33% 이상 높았다.

고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잠자는 동안엔 식욕 억제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장(腸) 활동도 활발해져 소화기능을 돕는다”며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면 배가 쑥 꺼진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이 부족하면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져 당뇨병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정상체중인 23~42세 성인 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30분 이하인 13명은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40% 낮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스웨덴 말뫼의대 연구팀이 6599명을 14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수면제를 사용하거나 잠 드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52% 더 높았다.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과의 연관성도 밝혀지고 있다. 보스턴 의대 대니얼 고틀리브 교수 연구팀이 40세 이상 성인 5910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수면시간이 7~8시간인 경우에 비해 6시간 미만일 땐 고혈압 발병 위험도가 66% 더 높았다. 돌연사 위험도 높아진다.

UCLA의대 마이클 어윈 교수팀이 3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잠이 부족한 사람은 심혈관계질환의 원인이 되는 염증반응이 2~3배 높았다. 심혈관계 질환은 돌연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수면부족은 두뇌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중력 저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미주리대 의대 대니얼 빈슨 박사 연구팀이 4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전 1주일간의 수면시간이 적은 그룹은 부상을 당할 확률이 12% 더 높았다.

집중력 저하뿐 아니라 뇌기능의 근본적인 장애도 초래된다. UC샌디에이고 의대 크리스천 길리언 교수팀이 13명의 피실험자들을 35시간 동안 잠 못 자게 한 뒤 기능성MRI(fMRI)로 뇌를 촬영한 결과, 언어학습 과정에 사용되는 두뇌 측두엽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

뺄셈을 시킨 실험에서도 연산능력에 관계된 뇌 영역이 기능하지 않았고, 오답률이 정상적인 경우에 비해 크게 높았다.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다만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자거나 3~4시간의 수면이 며칠씩 이어지면 우울해지고 과도하게 흥분하며 짜증을 잘 내는 등 기분장애가 올 수 있다.

또 시간·장소·상황·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지남력(指南力)이 떨어지고 편집증적 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정상적인 사람도 수면이 부족하면 호르몬 수치와 대사 기능에 이상이 온다”며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은 잠 부족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 2007.01.30 17:28 입력 / 2007.01.31 09:0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