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부패 경찰관 “사회는 우릴 필요로 할걸”

淸潭 2007. 1. 20. 11:05
부패 경찰관 “사회는 우릴 필요로 할걸”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지상사|310쪽|1만7000원

바람이 세게 부는 날 손에 쥐고 있던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놓쳤다. 하수구를 향해 날라가는 이 지폐를 잡기 위해 뛰어가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할 일이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경제학자들은 달리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주워가든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지폐를 줍기 위해 뛰어가야 하는 노력의 가치가 500원 정도 된다고 치자. 자신이 지폐를 되찾을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500원의 손실이 난 셈이 된다. 반면 내버려두면 사회 전체적으로 아무런 손실이 없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그 돈을 줍게 되면 그 사람이 얻은 이익과 내가 잃은 만원의 손실이 서로 상쇄된다. 또 아무도 줍지 못하면 그만큼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역시 손실은 없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상충하는 것이다.

뭔가 속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논리는 이같이 일반의 상식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괴짜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런치타임 경제학’ ‘벌거벗은 경제학’ 등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어 썼다는 경제학 관련 서적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제논리를 터득하면 세상살이에 좀더 유리해질 것이라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기도 하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은 이런 경제학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에서 상당히 극단을 치닫는 책이다. 부패 경찰관, 위조지폐범, 고리대금업자, 공갈협박꾼, 매춘부, 포주, 마약밀매상 등 ‘사회악’으로 지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사회에 유익한 존재라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 경제논리에 비교적 익숙한 사람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주장이 넘쳐 흐른다.

예를 들어 마약밀매상들은 마약 금지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마약 관련 범죄가 많은 것은 마약 중독 그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마약금지법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마약 유통을 불법화했기 때문에 마약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고, 그래서 마약중독자들이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당으로 매도 당하고 법의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약 가격 인하에 도움을 주고 있는 마약상들이야말로 영웅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범죄와 폭력까지 미화하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자발적인 거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거래는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잘못된 이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온갖 규제와 제한으로 자발적인 거래를 가로 막는 일이 허다하다. 그로 인한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골격이다. 저자의 무정부주의적 시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론 세상이 경제논리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기천 논설위원 , k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