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외과의사다
민병철 지음 | 새론북스 | 240쪽 |
- 그는 서울이 아직 ‘경성부’라고 불리던 1929년에 태어나, 태평양 전쟁 와중에 서울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군 전투기 소음을 들으며 학교에 다니다 해방 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다. 의대 강의실에서 몰래 빠져 나와 텅 빈 강당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혼자 바이올린을 켜곤 했다. 6·25가 끝난 뒤 미국으로 떠난 그는 4년간 악전고투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외과전문의 자격을 딴다.
이 책은 서울대 의대 교수·고려대 구로병원장·서울아산병원장을 지낸 저자의 자서전이다. 간명한 문장으로 물 흐르듯 경쾌하게 써 내려간 자기 인생의 기록인데, 다 읽고 나면 ‘개인 민병철’의 이야기를 넘어, 의대와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살아낸 한국 현대사가 눈에 보인다.
저자는 전후 미국 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수술 환자 관장을 도맡아 한다. 미국인 선배들은 “수술하다가 똥이 나오면 너한테 먹인다!”고 불호령을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 “외국 갔다 왔다고 뻐긴다”는 선배들 텃세에 편두통을 앓으면서도, 막상 미국 병원에서 “여기 남으라”는 권유를 받자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라며 거절한다. 고(故) 정주영 현대 그룹 회장을 만나 아산병원을 국내 정상급 병원으로 키운 뒷얘기가 박진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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