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 날을 절에서 보내는 것도 꽤 뜻깊은
일이 될 듯하다. 전국의 사찰들이 새해맞이 템플스테이를 한다. 대개 1박 2일로 31일 오후에 들어가서 1월 1일 오후에 나오는 일정이고, 2박 3일 일정이면 30일에 시작한다. 새해맞이인 만큼 새해 첫날 해맞이와 떡국이 공통으로 들어있다.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묵으며 불교와 절집 문화를 체험해보는 행사다. 절집의 일과에 맞춰 예불하고 참선하고 주변의 산이나 바닷가를 거닐어보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가톨릭 신부나 수녀, 개신교 목사 등 다른 종교인들도 심심찮게 참여하곤 한다.
별이 총총한 새벽 3시, 목탁을 두드리면서 절 마당을 한바퀴 돌며 절집 식구들을 깨우는 스님의 도량석 소리에 일어나서 코 끝이 시원한 법당에 모여 올리는 새벽 예불의 장엄함이나, 어스름 저녁 하늘 멀리 울려 퍼지는 부드러운 범종 소리, 몸을 낮추어 마음을 낮추는 108배, 음식을 먹을 만큼만 덜어 설거지 할 일도 없게 깨끗이 비우는 발우공양 체험 등은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나온 뒤로도 오래 동안 기억에 남는다.
2002년 월드컵 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2004년부터 종단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에 템플스테이를 한다고 신고한 사찰 만도 50개가 넘는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중의 숫자로 날로 늘어 2004년 3만 6,000명에서 2005년 5만 2,000명, 올해는 9월 현재 5만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특별 프로그램도 많다.
어느 절로 가든 춥지 않게 따뜻한 옷을 챙기는 건 기본이다. 해맞이 등산과 산책에 좋게 등산화를 신으면 편하다. 밤과 새벽에는 절집이 캄캄하니 손전등도 갖고 가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