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꿈을 기록하다 10수 / 이익(李瀷)

淸潭 2025. 1. 11. 09:55

꿈을 기록하다 10 / 이익(李瀷)

 

성호전집 제1 / ()

꿈을 기록하다 10. 소서(小序)를 덧붙이다.

 

정해년 맹춘(孟春)에 내가 꿈속에서 서산(西山)을 만났는데, 공이 절구 한 수를 읊고 나에게 좋은지 좋지 않은지를 물었다. 먼저 앞의 두 구()를 말하고 한참 뒤에야 뒤의 두 구를 말했는데 내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놀라 잠을 깼다. 단지 결구(結句) 열 자만을 기억할 뿐이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할 만하다. 내가 두 구절만으로는 세상에 전해질 수 없다고 여겨 마침내 그 열 자를 모두 압운(押韻)하여 절구를 지었다.

 

사람이 언덕에 있는 듯한데 / 若有人在阿

입은 옷이 어찌나 환히 밝던지 / 被服何炳

산하는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 山河豈不美

천지는 어찌 드넓지 않으랴 / 天地豈不廣

 

봄이 오니 아침 햇살 따스하고 / 春至朝陽煗

바람이 부니 저녁에 물결이 인다 / 風來夕波興

자유로이 서산을 거니노라니 / 翛然步西山

소나무 잣나무가 구릉을 덮었구나 / 松栢被丘陵

 

새가 우는 소리는 처량한데 / 鳥啼音悽惋

누각은 비었고 그림자만 한가롭네 / 樓空影婆娑

봄 구름이 쉽게 해를 가리니 / 春陰易欺日

숲에 내리는 비가 푸른 잔디 적신다 / 林雨濕靑莎

 

외로운 새는 먼 물가 가로지르고 / 獨鳥橫遠渚

돌아가는 기러기는 하늘 높이 난다 / 歸鴻拂蒼昊

오래 서성이다 내 이제 돌아가 / 延佇吾將返

그대를 위해 그윽한 풀을 엮으리 / 爲君結幽草

 

차가운 해가 서쪽에서 지니 / 寒日下西陸

남은 햇살이 긴 대에 비친다 / 餘輝映脩竹

매화 심은 건 열매 맺지 못했고 / 種梅不成實

난초 심은 건 한창 무성히 푸르네 / 種蘭時茂綠

 

집 안에 오래된 거문고 있는데 / 堂中有古琴

현이 끊어졌으니 누가 다시 연주하랴 / 絃絶復誰援

때때로 솔바람이 불어오니 / 時有松風入

맑은 소리에 떠도는 넋을 기탁한다 / 泠泠託遊魂

 

새들은 몹시 시끄럽게 울어대니 / 衆羽苦啾喧

상서로운 봉황이 그 때문에 괴롭네 / 祥鳳爲之惱

원컨대 높은 바람을 타고서 / 願言乘高風

일거에 곤륜산 위에 이르기를 / 一擧崐岡到

 

물 흐름이 어찌나 빠른지 / 水流何悤悤

그윽이 울며 산골짜기 벗어난다 / 幽咽響出谷

세상사는 본디 일정하지 않은 법 / 世故固不定

분간하려니 이미 말을 잊었노라 / 欲辨已忘卻

 

고요한 밤하늘은 사방에 드리웠고 / 靜夜天四垂

뭇별들의 빛은 서로 흔들리누나 / 衆宿光相搖

꿈에서 깨니 얼마나 황홀한지 / 夢覺何怳惚

잎새 소리 소슬하게 들려오누나 / 葉聲來蕭蕭

 

말하면 이미 슬퍼지고 / 言之旣云慽

들으면 마음이 녹는 듯 / 聽之中如銷

명발의 한 움큼 눈물을 / 明發一掬淚

계수나무 숲에다 뿌린다 / 灑向叢桂條

 

[-D001] 그윽한 풀을 엮으리 :

향리에서 띳집을 짓겠다는 말이다. 두보(杜甫)의 〈기악주가사마육장파주엄팔사군양각로오십운(寄岳州賈司馬六丈巴州嚴八使君兩閣老五十韻)〉에바윗골에서 밭을 가니 곡구가 아니요, 풀을 엮으니 바로 하빈이로세.〔耕巖非谷口 結草卽河濱〕하였다.

[-D002] 때때로……기탁한다 :

바람이 불어서 현()이 울리는 것을 풍현(風絃)이라 한다. 백거이(白居易)의 〈금()〉에거문고를 굽은 궤안에 두고, 게을리 앉아서 정만 머금고 있노라. 무엇 하러 번거롭게 손으로 연주하랴. 풍현이 절로 소리 울리는 것을.〔置琴曲几上 慵坐但含情 何煩故揮弄 風絃自有聲〕하였다. 바람이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에 고인이 된 서산(西山)의 넋이 깃들었다는 뜻이다.

[-D003] 명발(明發) :

《시경》〈소아(小雅) 소완(小宛)〉에날이 밝도록 잠을 못 이루고 두 분을 생각하노라.〔明發不寐 有懷二人〕한 데서 온 말로, 부모를 생각하는 효사(孝思)를 뜻한다.

[-D004] 계수나무 숲 :

은사(隱士)가 사는 곳을 뜻한다.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사(文士) 중 소산(小山) 계열에 속하는 문사가 지은 〈초은사(招隱士)〉에계수나무 숲 우거져 산이 그윽하니, 구불텅 뻗은 줄기 가지 서로 얽혔어라.〔桂樹叢生兮山之幽 偃蹇連蜷兮枝相繚〕”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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