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사람의 근심은 남을 모르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을 모르는 데 있다.
오직 자신을 알지 못하므로 남이 칭찬하면 기뻐하고 남이 헐뜯으면 슬퍼한다.
人之患,不在於不知人,而在於不知己.惟其不知己,故人譽之而以爲喜,人毁之而以爲慽.
인지환,부재어부지인,이재어부지기.유기부지기,고인훼지이이위희,인훼지이이위척.
이천보(李天輔, 1698∼1761), 『진암집(晉菴集)』권6, 「자지암기(自知菴記)」
이천보(李天輔)는 월사(月沙) 이정귀(李廷龜, 1564∼1635)의 후손으로 조선 영조 때의 문신이다. 그는 황해도 관찰사, 부제학, 대사성, 예문관제학, 병조 판서, 영의정 등을 지냈으며, 노론과 소론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사도세자(思悼世子)와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남유용(南有容), 황경원(黃景源) 등과 교유하였고, 시문에 뛰어났으며 문집으로 『진암집(晉菴集)』이 있다.
위의 문장은 이천보가 유태중, 즉 유언길(兪彦吉, 1695∼1743)의 집에 써준 기문(記文)의 첫 구절이다. 유언길은 23세에 진사에 합격하였지만, 부친 유택기(兪宅基)가 당쟁에 휘말려 임인옥사(壬寅獄事, 1722)로 귀양을 가면서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은거하며 시(詩)로써 삶의 즐거움을 삼았던 인물이다. 유언길이 세상에서 자신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이천보라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지기(知己)였다.(『진암집(晉菴集)』, 「유태중시권서(兪泰仲詩卷序)」)
위의 문장 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천하의 색은 내 눈으로 보는 것이고, 천하의 소리는 내 귀로 듣는 것이다. 소리와 색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헤아리는 것은 나한테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 눈을 감고 자기 귀를 닫고는, 남한테서 색과 소리를 찾는 격이라는 것이다. “내가 나를 몰라서 허둥대며 남의 입만 올려다보면 어찌 병통이 없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칭찬하면 우쭐하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비방하면 슬퍼하거나 화를 낸다. 그런데 칭찬하고 비방하는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들이 나에 대해 잘 알아서가 아니라, 이해 관계 혹은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인들은 ‘천고의 옛사람을 벗 삼는다〔상우천고(尙友千古)〕.’라 하고, 혹은 ‘훗날의 양웅(揚雄)을 기다린다.’고 했다. 자기가 사는 현재에서 지기(知己)를 만나지 못해, 과거의 사람을 벗 삼고 미래의 벗을 기다리는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도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기(知己)도 아닌,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된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를 의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의 말과 감정에 휘둘려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다.
공자가 지혜로운 자와 어진 자에 대해 물었을 때, 자로(子路)는 “지혜 있는 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도록 하며, 어진 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공자는 자로를 ‘사(士)’라고 하였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안회(顔回)는 “지혜 있는 자는 자신을 알고, 어진 자는 자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공자는 안회를 ‘사군자(士君子)’라고 하였다.(『공자가어(孔子家語)』) 주체는 어디까지나 남이 아니라 나인 것이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알아야 할 것이며,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신로사
한문고전번역가, 성균관대학교 한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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