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필기 제24권 / 문헌지장편(文獻指掌編)
여섯 살에 지은 시
김인후(金麟厚)는 울산(蔚山) 사람으로 호가 하서(河西)인데, 여섯 살 때 벌써 시에 능하였다. 어느 손님이 하늘을 가리키며 시를 지어 보라고 하니, 즉시 쓰기를,
둥글게 생긴 것이 지극히 크고 아득하여 / 形圓至大又窮玄
널따랗고 텅 빈 채로 땅 가에 둘러 있네 / 浩浩空空繞地邊
중간을 두루 덮은 채 온갖 사물을 포용하니 / 覆燾中間容萬物
기(杞)나라는 어째서 무너져 내릴까 걱정했나 / 杞國何爲恐顚連
널따랗고 텅 빈 채로 땅 가에 둘러 있네 / 浩浩空空繞地邊
중간을 두루 덮은 채 온갖 사물을 포용하니 / 覆燾中間容萬物
기(杞)나라는 어째서 무너져 내릴까 걱정했나 / 杞國何爲恐顚連
하였다.
- [주-D001] 기(杞)나라는 …… 걱정했나 :
- 기는 주대(周代)의 나라 이름으로, 《열자(列子)》 천서(天瑞)에 “기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나는 어디에 의지할까?’라는 걱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음식을 전폐하였다.”는 내용이 있는데, 후대에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을 기우(杞憂)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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