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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宮詞(한국)

淸潭 2019. 11. 26. 23:10

宮詞 허난설헌(許蘭雪軒)

 

 

宮詞

 

 

궁사는 궁중에 관한 일을 읊은 시로 현전하는 궁사 작가는 약 37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며 여성은 오직 허난설헌 한 명 뿐이다.

허난설헌은 <궁사> 20수를 지었는데 이는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볼 때 분량이나 내용면에서 비교적 우위를 점한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그의 궁사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편이며 작품에 대한 기존 해석도 궁사에 나타난 여러 가지 요소 중 일부분만을 부각시켜 작품의 면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면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허난설헌 <궁사> 20수의 작품세계와 여성문학적 의의를 규명하고자 했다. 허난설헌의 <궁사>는 각 작품의 제재와 내용에 따라 크게 궁중생활과 궁중애환을 다룬 작품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그리고 궁중생활은 시적 대상에 따라 임금의 궁중생활과 궁녀의 궁중생활로, 궁녀애환은 은총 입은 궁녀의 모습과 궁녀의 수원으로 다시 세분할 수 있다. 허균의 궁사를 제외한 다른 작품이 대부분 편향된 제재를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난설헌의 궁사는 다양한 제재를 섬세한 필치로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궁사로서의 의의가 있다. 또한 난설헌의 <궁사>는 여성문학의 제재와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과 여성문학의 의식공간을 궁중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여성문학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문학적 공간의 확장은 곧 작가의 의식 확대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여성문학공간의 사회적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 기여한다.

 

1.

 

千牛閣下放朝初(천우각하방조초) : 천우각 대궐 아래 아침해가 비치면

 

擁箒宮人掃玉除(옹추궁인소옥제) : 궁녀들이 비를 들고 층계를 쓰네.

 

日午殿頭宣詔語(일오전두선조어) : 한낮에 대전에서 조서를 내리신다고

 

隔簾催喚女尙書(격렴최환여상서) : 발 너머로 글 쓰는 여관을 부르네.

 

千牛 : 당나라 때 임금을 지키는 벼슬.

 

尙書 : 대궐에서 문서를 맡은 관원

 

 

2.

 

龍輿初幸建章臺(용여초행건장대) : 임금의 행차가 건장대로 납시자

 

六部笙歌出院來(육부생가출원래) : 육부의 풍악소리가 장악원에서 흘러나오네.

 

試向曲欄催羯鼓(시향곡란최갈고) : 굽은 난간 향해서 북을 치게 하자

 

殿頭宮女奏花開(전두궁녀주화개) : 궁녀들이 대궐에 꽃 피었다고 아뢰네.

 

 

六部 : , , , , 의 여섯 관서

 

: 춤과 노래를 맡은 관서

 

羯鼓 : 장고처럼 생긴 작은 북이다.

 

奏花開 : 당나라 현종은 羯鼓(갈고)치는 몹시 좋아하여 봄에 꽃피면 갈고를

 

쳤다 한다.

 

3.

紅羅袱裹建溪茶(홍라복과건계차) : 다홍 보자기에다 건계산 차를 싸서

 

侍女封緘結出花(시녀봉함결출화) : 시녀가 봉함하여 꽃으로 맺음하네.

 

斜押紫泥書勑字(사압자니서래자) : 비스듬이 인주를 찍어 칙자를 누르고는

 

內官分送大臣家(내관분송대신가) : 내관들이 대신 댁으로 나누어 보내네.

 

 

建溪茶 : 복건성 건구현에서 산생되는 유명 차

 

結出花 : 선물을 포장하여 겉에다 꽃모양의 맺음을 표시하는 방법.

 

4.

 

鸚鵡新調羽未齊(앵무신조우미제) : 새로 기르는 앵무새가 아직도 길들지 않

 

 

金籠鎖向玉樓棲(금롱쇄향옥루서) : 새장을 잠근 채 옥루에서 깃들게 했네.

 

閑回翠首懷簾立(한회취수회염립) : 이따금 파란 고개를 돌려 주렴 안쪽을 향

 

해서

 

却對君王說隴西(각대군왕설농서) : 농서지방 사투리로 임금께 우짓네.

 

隴西 : 감숙성 서쪽 일대. 앵무새를 처음 길들인 곳. 앵무새는 그곳 사투리

 

를 배운 것

 

 

5.

 

儺罷宮庭彩炬明(나파궁정채거명) : 나례굿 마치자 뜨락에 횃불만 환한데

 

景陽樓外曉鍾聲(경양루외효종성) : 경양루 밖에서 새벽 종소리 들려오네.

 

君王受賀朝元殿(군왕수하조원전) : 임금께서 조원전에서 하례를 받으시니

 

日照彤闈拜九卿(일조동위배구경) : 햇살이 붉은 문에 비치자 대신들이 절하

 

.

 

 

나례굿 : 잡귀를 쫓는 굿.

 

 

6.

 

黃昏金鎖鎖千門(황금금쇄쇄천문) : 날 저문 뒤 자물쇠로 대궐문 잠그면

 

一面紅粧侍至尊(일면홍장시지존) : 얼굴 단장하고 임금님을 모시네.

 

阿監殿前持密詔(아감전전지밀조) : 아감님이 침전 앞에서 비밀쪽지 가리키며

 

問頻知是最承恩(문빈지시최승은) : 임금님 은총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자꾸만

 

물어보네.

 

千門 : 한나라 건양궁의 문이 천개 였다 함. 이후 千門은 대궐 문을 가르

 

.

 

阿監 : 나인을 감독하던 내시.

 

7.

 

金爐獸炭欲回春(금로수탄욕회춘) : 화로의 골탄불이 봄이 온 듯 따뜻하건만

 

八字眉山澁未匀(팔자미산삽미균) : 팔자 눈썹 맘에 안들고 분도 고르게 안받

 

.

 

共怪滿身珠翠暖(공괴만신주취난) : 몸을 꾸민 구슬과 비취가 이상하게도 따

 

뜻하니

 

六宮新賜辟寒珍(육궁신사벽한진) : 육궁에다 추위 막는 보배를 내리셨구나.

 

 

獸炭 : 짐승의 뼈로 만든 숯. 骨炭이라고도 한다.

 

六宮 : 왕후에게 여섯 궁전이 있었는데, 正寢 하나와 燕寢 다섯이다.

 

辟寒珍 : 숯이 추위를 막는 보배라고 하여, 辟寒珍이라고도 하였다.

 

 

8.

 

淸齋秋殿夜初長(청재추전야초장) : 할 일 없는 가을의 대궐은 초저녁이 길기

 

도 한데

 

不放宮人近御床(불방궁인근어상) : 궁인이 다가와서 임금님을 모시지 못하게

 

하네.

 

時把翦刀裁越錦(시파전도재월금) : 이따금 가위 잡고 월 땅의 비단을 잘라

 

燭前閑繡紫鴛鴦(촉전한수자원앙) : 촛불 앞에서 한가롭게 원앙새를 수놓네.

 

9.

 

長信宮門待曉開(장신궁문대효개) : 새벽부터 장신궁 문 열리길 기다렸건만

 

內官金鎖鎖門回(내관금쇄쇄문회) : 내관은 금쇄문 잠그고 그저 돌아가네.

 

當時曾笑他人到(당시증소타인도) : 예전엔 남들이 입궁한다 비웃었건만

 

豈識今朝自入來(기식금조자입래) : 오늘 아침 내가 들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10.

 

披香殿裏會宮粧(피향전리회궁장) : 피향전 안에 단장한 궁녀를 만나보니

 

新得承恩別作行(신득승은별작항) : 은총을 새로 받아 자리가 높아졌네.

 

當座綉琴彈一曲(당좌수금탄일곡) : 임금 모시고 거문고 한가락 타고 났더니

 

內家令賜綵羅裳(내가령사채라상) : 나인을 부르셔서 오색 치맛감을 내리셨다

 

.

 

作行(작항) : 항렬 또는 높은 반열에 오르는 것.

 

 

11.

 

避暑西宮罷受朝(피서서궁파수기) : 더위 피해 서궁에서 조회를 마쳤는데

 

曲欄初展碧芭蕉(곡란초전벽파초) : 난간에는 파초 새싹이 새파랗게 퍼졌네.

 

閑隨尙藥圍棋局(한수상약위기국) : 한가롭게 태의를 따라 바두을 두고는

 

賭得珠鈿綠玉翹(도득주전녹옥교) : 구슬 새긴 옥비녀를 내기해서 얻었네.

 

西宮(서궁) : 장신궁을 말함.

 

尙藥(상약) : 임금이나 왕자의 치료를 맡은 의원

 

12.

 

天廚進食簇金盤(천주진식족금반) : 부엌에서 수라상을 차려 올리자

 

香果魚羹下筯難(향과어갱하저난) : 향그런 과일과 어죽 사이에 머뭇거리시네.

 

徐喚六宮分退膳(서환육궁분퇴선) : 천천히 육궁 불러 물림상을 나눠 주시자

 

旋推當直女先飡(선추당직여선손) : 되물려서 당직 든 나인에게 먼저 먹게 하

 

.

 

下筯難 : 어느 반찬에 먼저 젓가락이 가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린다는 뜻.

 

 

13.

 

氷簟寒多夢不成(빙점한다몽불성) : 싸늘한 대자리가 너무 차가워 꿈도 못꾸

 

 

手揮羅扇撲流螢(수휘라선박류형) : 비단 부채만 부치며 날아가는 반딧불을

 

쫓네.

 

長門永夜空明月(장문영야공명월) : 장문궁은 밤도 길어 달빛만 밝은데

 

風送西宮笑語聲(풍송서궁소어성) : 서궁의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오네.

 

14.

 

綵羅帷幕紫羅茵(채라유막자라인) : 화려한 비단 장막에 붉은 비단보료

 

香麝霏微暗襲人(향사비미암습인) : 짙은 사향내음이 은은히 몸에 스며드네.

 

明日賞花留玉輦(명일상화유옥련) : 내일은 꽃구경하려고 가마를 가져다 놓고

 

 

地衣簾額一時新(지의염액일시신) : 깔개에다 발까지 한꺼번에 손질하네.

 

 

15.

 

看修水殿種芙蓉(간수수전종부용) : 수전을 손질하고 연꽃을 심으라 분부하여

 

舁下羅函出九重(여하나함출구중) : 비단상자에 받들고 대궐을 나왔네.

 

試着綵衫迎詔語(시착채삼영조어) : 채색 적삼 입고서 조서를 맞으려니

 

翠眉猶帶睡痕濃(취미유대수흔농) : 눈썹에는 아직도 졸던 자국이 짙구나.

 

16.

 

鴨爐初委水沈灰(압로초위수침회) : 향로에다 물 부어 재를 적시니

 

侍女休粧掩鏡臺(시녀휴장엄경대) : 시녀가 단장 마치고 경대를 덮네.

 

西苑近來巡幸少(서원근래순행소) : 서원에는 요즘 임금님의 순행이 드물어

 

玉簫金瑟半塵埃(옥소금슬반진애) : 퉁소와 비파에 먼지가 쌓였네.

 

17.

 

新擇宮人直御床(신택궁인직어상) : 새로 간택된 궁녀가 임금님을 모시니

 

錦屛初賜合歡香(금병초사합환향) : 병풍을 둘러치고 합환의 은총을 내리셨네.

 

明朝阿監來相問(명조아감내상문) : 날이 밝아 아감님이 어찌 되었냐 물으니

 

笑指胸前小佩囊(소지흉전소패낭) : 가슴에 찬 노리개 주머니를 웃으며 가리

 

키네.

 

18.

 

金鞍玉勒紫遊韁(금안옥늑자유강) : 금안장에 옥굴레 붉은 고삐 느슨히 잡고

 

跨出西宮入未央(과출서궁입미앙) : 서궁에서 타고나와 미앙궁으로 들어가네.

 

遙望午門開雉扇(요망오문개치선) : 멀리서 남문을 바라보니 치미선이 비껴져

 

日華初上赭袍光(일화초상자포광) : 햇살이 비치자 곤룡포가 붉게 비치네.

 

19.

 

西宮近日萬機煩(서궁근일만기번) : 서궁은 요즘 정사가 번잡해져

 

催喚昭容啓殿門(최환소용계전문) : 자주 소용을 불러 대궐문을 열게 하네.

 

爲報榻前持燭女(위보탑전지촉녀) : 임금님 앞에서 촛불 받든 여관이

 

漏聲三下紫薇垣(누성삼하자미원) : 자미원에서 물시계가 세 번이나 울렸다

 

아뢰네.

 

 

萬機 : 많은 일. 임금의 정사를 가르킨다.

 

昭容 : 궁녀의 품계중 1(, 귀인, 소의, 숙의, 소용, 소원등의 품계)

 

紫薇垣 : 북두의 북쪽에 있는 별.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

 

20.

 

當夜中官抱御書(당야중관포어서) : 밤이 되자 내시가 책을 끼고 들어와

 

玉籖抽付卷還舒(옥첨추부권환서) : 서산을 빼서 놓고는 접었다 폈다 하네.

 

慇懃護惜金蓮燭(은근호석금련촉) : 은근히 안스러워 연꽃 촛불 가지고

 

學士歸時送直廬(학사귀시송직려) : 학사님 돌아갈 때에 상직방까지 배웅하였

 

.

 

 

玉籖 : 서산(書算)으로 쓰는 옥심지인데, 책을 읽을 때 마다 그 숫자를 헤아

 

리기 위해 접고 폈다.

 

直廬 : 상직방(上直房)처럼 숙직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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