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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筠 漢詩 210首

淸潭 2019. 12. 13. 18:01

許筠 (1569∼1618). 朝鮮 中期 文臣. 文人.思想家. 本貫 陽川.

字 端甫.號 蛟山 • 鶴山 • 惺所 • 白月居士


(1) 感興
中夜起四望 ~ 밤中에 일어나 四方을 들러보니
晨辰麗晴昊 ~ 별들이 갠 하늘에 곱기도 하구나.
溟波吼雪浪 ~ 푸른 바다에 눈같은 물결 咆哮하고
欲濟風浩浩 ~ 건너려니 바람이 너무나 넓게 부는구나.
少壯能幾時 ~ 젊음은 언제까지 可能할까
沈憂使人老 ~ 근심에 잠기니 사람이 늙어간다.
安得不死藥 ~ 어찌하면 죽지 않는 藥 얻어
乘鸞戲三島 ~ 鸞새를 타고서 三島를 노닐어 보리.

(2) 江城子 (江가의 城)
綉窓春怯五更風 ~ 緋緞 窓가에 봄 날씨 五更 바람 두려워
錦屛中燭花紅 ~ 둘러친 屛風 속에 촛불 붉어라.
夢罷西廂 ~ 西廂에서 잠을 깨니
微雨暗房櫳 ~ 보슬비에 窓문 어두워진다.
望斷瀛洲人不見 ~ 저 멀리 瀛洲를 바라보니 그 사람 보이지 않고
多少恨泣芙蓉 ~ 恨 많아 눈물짓는 芙蓉이여.
滄溟天闊碧煙籠 ~ 푸른 바다 넓은 하늘에 푸른 안개 끼어있고
聚眉峯向瑤空 ~ 聚眉峯은 맑은 하늘 向했어라.
遙想雪波 ~ 저 멀리 생각하니 눈같이 하얀 波濤
應與鏡湖通 ~ 應當 맑은 湖水와 서로 通할 것이니라.
寄我思君千點流淚 ~ 임 그리는 千 點 눈물 부쳐줄까 하여도
不到草堂東 ~ 그대 草堂 東쪽에 이르지 못하리라.

(3) 江亭懷弟(愼氏亭懷無悔甫弟 / 愼氏네 江亭에서 아우인 無悔를 그리워하며)
路盡平丘驛 ~ 가는 길은 平丘驛에서 끝이 났고
江深判事亭 ~ 江물은 判事亭 앞에 와서 깊다.
登臨萬古豁 ~ 올라보니 萬古에 탁 트여 있어
枕席五更淸 ~ 枕席은 五更에 더 맑아진다.
露渚翻魚鳥 ~ 露渚엔 물고기 뛰고 새들 나는데
金波動月星 ~ 가을 물결에 별과 달빛 출렁거린다.
南鄕雙淚盡 ~ 南鄕에서 두 줄기 눈물 다 말랐어도
北闕寸心明 ~ 北闕 向한 마음만은 뚜렷하구나.

(4) 開心臺
昨日正陽樓 ~ 어저께는 正陽樓에 있었는데
仰睇萬玉巒 ~ 萬 個의 玉 봉우리를 쳐다보았다.
今朝開心臺 ~ 오늘 아침은 開心臺에 와서
萬玉忽平看 ~ 萬 個의 玉 봉우리를 平地에서 본다.
地勢非陟高 ~ 地勢가 높이 쳐든 것도 아닌데
何緣壓孱顔 ~ 모든 山을 눌렀으니 무슨 緣由일까.
蔥蔥衆香城 ~ 翡翠色 파릇파릇한 香城
雲表排琅玕 ~ 玉처럼 구름 밖에 널려져 있구나.
霜酣晩楓染 ~ 서리에 醉한 물든 저 丹楓나무
赩奕被崖丹 ~ 곱게도 온 비탈을 뒤덮었구나.
浩歌望紫霄 ~ 붉은 노을 바라보며 浩宕히 노래하니
若可靑天攀 ~ 靑天을 더위잡고 오른 氣分이로다.
仙人空中下 ~ 神仙처럼 空中에서 내려와
願借一白鸞 ~ 흰 鸞새 하나를 빌려타고 싶어라.
跨之橫八極 ~ 그 鸞새 잡아 타고 天地八方을 橫行하며
羨門同遊盤 ~ 神仙과 짝이 되어 함께 놀고 싶어라.
百年亦掣電 ~ 百 年의 긴 歲月도 스치는 번개 같아
何必勞塵寰 ~ 어찌 꼭 俗世에서 헤매야 하나.
從玆拂衣去 ~ 옷자락 툭툭 털고 이곳을 떠나
去上蓬萊山 ~ 어서 蓬萊山을 올라가 보자꾸나.

(5) 客夜
客夜人無睡 ~ 客地의 밤에 잠은 오지 않고
微霜枕簟寒 ~ 첫서리에 이부자리마저 싸늘하구나.
故林歸不得 ~ 故鄕땅 가려 해도 못 가는 身世
新月共誰看 ~ 새로운 달을 누가와 함께 보겠는가.
北里調砧急 ~ 北쪽 마을 다듬질 소리 急한데
西隣品笛殘 ~ 西쪽 이웃에 피리소리 餘韻 남기네.
倚楹仍悵望 ~ 기둥에 몸을 依支하고 惆愴히 바라보니
鳴雁在雲端 ~ 울며 가는 저 기러기 구름 끝을 나는구나.

(6) 客夜記事 (客舍에서 밤에 짓다)
燈花悄悄閃風帷 ~ 燈盞불빛 시름겹게 바람 이는 揮帳에 번쩍이고
夢罷窓櫳缺月窺 ~ 꿈에서 깨어나니 조각달은 窓門을 엿보는구나.
陌上遊人歸未盡 ~ 언덕 위에 노는 사람 아직 돌아다가지 않고
夜闌猶聽玉參差 ~ 밤늦도록 玉퉁소 소리는 들렸다가 말았다 한다.

(7) 車輦館 (車輦館에서)
暫借松陰臥 ~ 暫깐 솔 그늘 빌려 누우니
都忘畏日烘 ~ 여름 햇볕 두려운 줄 全혀 몰랐다.
脩然殘夢破 ~ 깨끗이 남은 꿈에서 깨어나니
吹面有和風 ~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로 불어드네.

(8) 見紅桃 / 見紅桃用紫微韻
(紅桃를 보고 紫微의 韻을 쓰다)
誰種緗桃殿晩春 ~ 宮闕의 늦봄 복숭아는 누가 심었는지
絳紗幽袖映紅巾 ~ 붉은 緋緞 소맷자락이 붉은 手巾에 비친다.
牆頭日出嫣然笑 ~ 담장 머리로 씽긋이 웃으며 해가 솟으니
何啻他鄕見故人 ~ 어찌 他鄕에서 옛 親舊 본 것만 못하랴.

(9) 耕庫別鄭生斗源仍下山
(耕庫에서 鄭斗源과 離別하고 下山하다)
下山未一日 ~ 下山한 지 하루가 못 되어도
懷山如隔年 ~ 한 해나 지난 듯이 山이 그리워라.
擬欲更攀陟 ~ 다시 또 오르리라 생각했으나
奈被塵網牽 ~ 塵網에 얽힌 몸을 어찌할꺼나.
迢迢故人去 ~ 아득히 親舊 따라 떠나
去去洛陽川 ~ 가고 또 가는 洛陽의 냇물.
客中復送客 ~ 나그네가 다시 나그네를 보내다니
我懷益悽然 ~ 내 마음 속이 더욱더 悽凉하구나.
十步九回首 ~ 열 걸음에 아홉 番을 고개 돌리고
五步三駐鞭 ~ 다섯 걸음에 세 番을 채찍 멈추었도다.
凝睇梵王宮 ~ 梵王宮을 흘끗흘끗 바라보는 듯
殿寮藏雲煙 ~ 구름과 煙氣는 建物 안 사람을 감추었다.
悵望不可見 ~ 서글피 바라봐도 보이지 않아
獨立涼風前 ~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앞에 홀로 섰노라.

(10) 經月殿舊基有感
(月殿의 옛터를 지나다가 感懷가 있어서)
紅樓別夜醉芳樽 ~ 紅樓에서 離別하는 밤 맛있는 술에 醉해
月桂天香染彩毫 ~ 月桂의 天香 속에 彩毫을 적시었다.
不是羿妻奔竊藥 ~ 羿의 아내 藥을 훔쳐 달아난 게 아니면 (羿. 사람이름 예)
也無方朔戲偸桃 ~ 東方朔의 偸桃는 應當 없었을 것이리.
羅衣化盡經秦火 ~ 緋緞옷 다 녹아 秦나라 災殃을 겪었으니
綺榭燒殘入賊壕 ~ 좋은 집 타다 남아 賊의 陣에 들었구나.
依舊南隣逢樂叟 ~ 예前처럼 南녘 이웃 樂叟를 만나보니
琵琶猶按鬱輪袍 ~ 琵琶 가락은 如前히 鬱輪袍를 타고 있구나.

(11) 桂陽佳人謠
金陵江水澄如練 ~ 金陵 땅 江물은 緋緞처럼 맑고
江上朱樓簾半捲 ~ 江 위엔 붉은 樓臺엔 발이 半만 걷혔구나.
越羅衣薄不禁風 ~ 越나라 緋緞 옷은 엷어 바람을 못 이기고
啼粧欲褪桃花面 ~ 丹粧 뒤 눈물 자국 복숭아꽃 褪色한 듯.
空濛煙雨桂陽山 ~ 저기 저 桂陽山에는 안개 비 몽실몽실
一朶芙蓉天外寒 ~ 한 송이 芙蓉이 하늘 밖에 차갑구나.
鳳凰城遠渭水隔 ~ 鳳凰城 아득하고 渭水와 떨어져 있고
別後愁多羅帶寬 ~ 離別 後 시름 많아 緋緞 띠가 느슨하다.
巴陵詞客金麒麟 ~ 巴陵의 詩客들은 金麒麟 몸에 입고
香車度陌聲轔轔 ~ 香車로 지난 거리에 소리가 삐걱거린다.
一尺鮫綃千點血 ~ 한 자 길이 鮫綃에는 千 點의 붉은 피
斷腸佳句江南春 ~ 애끊는 좋은 글句 江南의 봄이로구나.
蓬壺海闊芳塵絶 ~ 蓬壺 바다는 넓어 香氣는 먼지에 끊어지니
桂露淸泠白銀闕 ~ 桂樹나무 이슬 맑고 차 銀빛 宮闕은 하얗다.
却月眉鎖鳳額花 ~ 却月의 눈썹은 鳳凰의 머리 꽃에 잠겨 있고
凌波塵濕鴉頭襪 ~ 凌波의 먼지는 까마귀 버선을 젖셨구나.
銀床玳瑁金玲瓏 ~ 玳瑁의 銀床에 金빛이 玲瓏하고
鈿頭玉篋雕花紅 ~ 玉箱子 비녀 꼭지에 새긴 꽃이 빨갛다.
十二瓊宮夜色淺 ~ 열두 곳의 寶石 宮闕에 밤빛이 엷으니
鶴夢驚起秋天空 ~ 鶴이 꿈에서 놀라 깨고 가을 하늘은 넓구나.

(12) 薊州
向晩譙笳咽 ~ 저물녘 城에 피리소리 울리자
翩翩探騎旋 ~ 偵探兵이 敏捷하게 도는구나.
山低天襯薊 ~ 山은 낮아 하늘은 薊州에 붙고
野曠樹浮燕 ~ 들판은 넓어 나무는 燕京에 떠있구나
漸覺皇居近 ~ 皇城이 가까움을 漸漸 깨닫게 되니
還敎客寢便 ~ 나그네 잠자리도 便安해지는구나.
漁陽豪俠地 ~ 漁陽은 俠客들이 사는 땅이라
擊鼓尙鏜然 ~ 북소리가 아직도 둥둥둥 울리는구나.

(13) 苦雨 (궂은비) / 苦雨用望水韻 (苦雨로 望水의 韻을 쓰다)
北客愁無奈 ~ 北쪽 나그네 愁心을 어찌하나
連宵雨驟過 ~ 밤마다 비가 急하게도 내리는데.
林昏銜暮瘴 ~ 어둑한 숲 저문 안개 머금어 있고
溝溢漲晨波 ~ 도랑물 불어나 새벽 물결 넘치는구나.
委地紅將盡 ~ 땅엔 붉은 꽃 다 졌는데
侵堦碧漸多 ~ 섬에 올라보니 푸른 이끼 불어난다.
空吟海嶠作 ~ 헛되이 내가 지은 海嶠作 詩만 읊나니
誰與報羊何 ~ 누가 함께 羊何에게 알려주리오.

(14) 姑泉禮仙謠
簷鈴泠泠風力急 ~ 처마에 風磬소리 찬데 바람이 急히 부니
寒透蝦鬚珠露泣 ~ 珠簾에 추위 스며들어 이슬방울 눈물짓는다.
霞色珠楹照日光 ~ 노을 빛 구슬 기둥엔 햇빛이 비춰들어
雪衣傳語當窓立 ~ 雪衣는 말 傳하여 窓門 앞에서 우뚝 섰다.
新粧初出鴛鴦帷 ~ 鴛鴦의 帳幕에서 새 丹粧 막 나오니
綠雲半亞珊瑚枝 ~ 푸른 구름은 珊瑚 가지를 半이나 눌렀구나.
門外香車駕金犢 ~ 門 밖의 香車에 金송아지에 실렸는데
叉童引向芙蓉池 ~ 男子 종놈 끌고가서 芙蓉池로 向하는구나.
中天旌節降王母 ~ 中天에 깃발 펄럭 西王母로 내려오니
丁當雜佩縈紈袖 ~ 온갖 佩物 소리 울려 옷소매에 얽히는구나.
蟠桃結子三千歲 ~ 蟠桃 복숭아 三千 年에 열매 맺었으니
玉盤盛獻蒼梧帝 ~ 玉盤에 가득 차려 舜임금님께 올리리라.
鞭鸞夜下廣寒宮 ~ 鸞새를 채찍질하여 廣寒宮 내려오니
錦頰中酒生微紅 ~ 고운 뺨 술氣運에 붉은 氣運 살짝 돈다.
姑泉池館烟矇矓 ~ 姑泉池館에 안개가 아득한데
畫橋垂柳眠東風 ~ 그림같은 다리에 능수버들 봄바람에 조는구나.
雲窓霧閤隔銀漢 ~ 구름 窓 안개 낀 집이 銀河水로 막혔으니
丹梯百尺塵緣斷 ~ 百尺의 붉은 사다리 俗된 因緣 끊겼구나.
玉壼靈藥得長生 ~ 玉甁의 靈藥으로 長生은 얻었지만
年年孀宿誰相伴 ~ 해마다 홀로 자니 누구와 서로 짝하리오.
無央公子停龍鑣 ~ 無央 公子님이 龍鑣에 멈췄으니 (鑣. 재갈 표)
赤舃翠袷香嬌嬈 ~ 붉은 신 푸른 옷에 香氣가 아련거린다.
鳳樓斜日照珍簟 ~ 鳳樓에 비낀 햇살 삽자리에 비추는데
露濕絳衫吹紫簫 ~ 이슬 젖은 赤衫 玉퉁소를 부는구나.

(15) 高平
大野通蒲類 ~ 큰 들판은 蒲類로 通하고
長墻限槿原 ~ 긴 담장은 우리나라땅을 境界짓는구나.
風悲邊馬動 ~ 바람소리 구슬프니 말이 설레고
日落虜塵昏 ~ 해가 넘어가니 오랑캐 땅 먼지일어 깜깜하다.
未賦從軍樂 ~ 從軍의 즐거움을 읊지 못하니
徒傷去國魂 ~ 나라를 떠나가는 마음만 傷하는구나.
哀笳數聲發 ~ 슬픈 피리소리 몇 가락 울려퍼지니
不夕掩譙門 ~ 저녁 때도 아닌데 望樓의 門을 닫는구나.

(16) 控江亭
江煙漠漠水悠悠 ~ 江 안개 漠漠하고 江물은 悠悠한데
江上紅亭雨未休 ~ 江위의 붉은 亭子엔 비가 그치지 않는다.
歸雁豈能忘北土 ~ 돌아가는 저 기러기 北녘 땅 잊겠는가
落花偏自逐東流 ~ 지는 꽃은 저대로 東流水를 따라가는구나.
謾吟王粲登樓恨 ~ 누에 오른 王粲의 恨을 노래하노라니
區耐虞飜去國愁 ~ 나라 떠난 虞飜의 恨을 견디어 보노라.
萬里嚴程天共遠 ~ 嚴程가는 萬 里 길이 하늘처럼 멀어
雲邊何處是皇州 ~ 구름가 어느곳이 임금 계신 고을일까.

(17) 過圃隱舊宅歌
(圃隱 鄭夢周의 舊宅을 지나며)
圃隱先生在麗末 ~ 圃隱 鄭 先生은 高麗 末葉人物로
忠節凜然不可奪 ~ 凜凜한 忠節을 빼앗을 수 없었다.
豈惟理學傳不傳 ~ 어찌 性理學만을 傳하였을까
公在巖廊國幾活 ~ 朝廷에 임 계실 땐 나라도 살았도다.
神嵩王氣五百終 ~ 松岳山의 王氣는 五百 年에 끝이 나고
金尺夜下壽康宮 ~ 金尺은 하룻밤에 壽康宮으로 내려갔네.
公也垂紳不動色 ~ 公은 銀띠 띠고 泰然自若하였고
隱若虎豹蹲深叢 ~ 호랑이가 깊은 숲에 도사린 듯 깊이 앉아 있었네.
善竹橋頭一腔血 ~ 善竹橋 다리 위의 한 줄기 피
名與西山並崷崒 ~ 이름은 우뚝하여 西山과 나란하네.
城邑南遷朝市空 ~ 都城이 南으로 옮겨 朝廷의 거리는 비었지만
遺祠香火猶芬苾 ~ 옛 祠堂의 香불은 아직도 끊임없구나.
我從四耐尋宅基 ~ 나는 四耐 兄을 따라 집터를 찾아보니
頹垣野蔓生離離 ~ 무너진 담장에 풀 덩굴만 엉기었네.
山風蕭蕭落日黑 ~ 山바람은 쓸쓸하고 지는 해 어둑해져
暝煙冪樹啼禽悲 ~ 저문 煙氣 나무숲 덮고 새는 슬피 우는구나.
悄然愴古抆我淚 ~ 悄然히 옛일을 슬퍼하며 내 눈물을 닦노니
仁者必祿天何醉 ~ 어진 사람에게 福을 주는 法인데 하느님이 醉하셨나.
男兒一死固難逃 ~ 男兒의 한 番 죽음 元來 避하기 어려우니
寧欲將身徇忠義 ~ 차라리 죽을진대 忠義를 따르련다.
君不見三軍府裏羅劍鋩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三軍이 政府안에 武器를 벌여놓고
忘君易嫡違天常 ~ 임금을 속이고 嫡者를 바꿔치어 綱常을 拒逆하였네.
締構纔畢謝晦死 ~ 陰謀가 끝나자 共謀者인 悄然가 죽고 마니
中橋暴死非人殃 ~ 善竹橋 가운데서 亂暴히 죽은 것이 사람 災殃 아니려니.

(18) 郭山東廂 (郭山의 東便 行廊)
錦席奏哀絲 ~ 緋緞 方席에 들려오는 哀殘한 거문고 소리
胡姬復在玆 ~ 고운 오랑캐 계집 또다시 여기 있구나.
秋雲平海盡 ~ 가을 구름 잔잔한 바다에 끝없이 깔리고
暝色赴杯遲 ~ 어두운 빛은 술盞에 더디 드는구나.
見慣人情熟 ~ 익히 바라보니 人情이 親熟해지고
驩終客意悲 ~ 즐거움이 다하니 나그네 마음 서글퍼지는구나.
寒巖桂花在 ~ 차가운 골짜기에 桂花가 피어 있으니
招隱有新詩 ~ 숨어 사는 선비 불러 새로운 詩나 지어보세.

(19) 官墻碧桃爲雨所折
(官家 담墻의 碧桃花가 비에 꺾이어)
瓊樹含嬌笑 ~ 고운 나무 嬌態로운 웃음 띠니
疑從閬苑移 ~ 아마도 閬苑에서 옮겨왔나 보다.
飄零因雨壓 ~ 휘날려 떨어짐은 비에 눌린 탓이고
摧折豈根萎 ~ 꺾여짐이 어찌 뿌리가 시들어 서랴.
屈子懷沙日 ~ 屈原이 懷沙賦 짓고 죽던 날
昭君出塞時 ~ 王昭君이 邊塞로 떠나는 때 같아라.
蜂愁粘落蕊 ~ 벌은 시름겨이 지는 꽃잎에 붙고
鶯怨啅殘枝 ~ 꾀꼬리는 怨望하여 낡은 가지를 쪼도다.
物性元榮悴 ~ 事物의 本性은 元來로 榮華와 歿落이 있고
人生亦盛衰 ~ 人生 亦是 盛하면 衰하기 마련아닌가.
明年能再發 ~ 明年에는 能히 다시 피게 될 거니
天意諒難知 ~ 하늘 뜻은 眞實로 알기가 어려워라.

(20) 廣寧
都護曾開府 ~ 일찍이 都護府가 開設되고
中丞更築壇 ~ 中丞이 다시 壇을 쌓았었다.
旌旗飜日暗 ~ 깃발들은 해를 가려 어둑하고
戈甲照霜寒 ~ 갑옷과 槍은 서리 비쳐 싸늘하구나.
碣石瞻天近 ~ 碣石山 쳐다보니 하늘은 가깝고
開原拓地寬 ~ 開原이라 開拓한 땅 넓기도 하다.
皇圖憑此壯 ~ 中國 領土도 이 든든한 곳 依支하니
貙虎尙桓桓 ~ 호랑이 같은 軍卒들 只今도 堂堂하도다.

(21) 光州書事 (光州에서 쓰다)
鳳笙亭畔獨徘徊 ~ 鳳笙亭 亭子 가에 외로이 서성이니
宋玉無心賦楚臺 ~ 宋玉에게는 高唐賦를 지을 생각 없었구나.
山鳥似迎佳客語 ~ 山새는 반가운 손님 맞아 이야기 하고
野梅如待故人來 ~ 들梅花는 옛 親舊 찾아옴을 기다리는 듯 하네.
愁侵衰鬢千莖雪 ~ 시름은 귀밑 千萬 갈래 흰머리 찾아들고
恨結柔腸一寸灰 ~ 부드러운 마음에 한 치 恨이 맺히는구나.
公館漏闌廊月黑 ~ 公館에 밤이 늦어 달빛이 어둑하여
曲欄深閤影枚枚 ~ 굽은 欄干 깊은 樓閣에 그림자 아른거린다.

(22) 僑居賦事 (僑居하며 일을 적다)
放逐知前定 ~ 귀양살이는 前生에 定해졌고
功名已後時 ~ 功名은 이미 때가 늦었도다.
惠州方飽飯 ~ 惠州에서 막 배불리 먹고
儋守或觀棋 ~ 儋守나 더러는 바둑 구경한다.
海味餘霜蟹 ~ 바다 맛은 서리철 게가 남았고
園蔬只露葵 ~ 채소밭 나물은 이슬에 젖은 아욱뿐이어라.
吾生本爲口 ~ 우리의 삶이란 本來 먹기 爲한 것이니
非是利妻兒 ~ 온갖 是非는 妻子息을 利롭게 하려는 것이어라.

(23) 九井峰
內山白而巧 ~ 안쪽 山은 빛이 희어 巧妙하고
外山蒼而雄 ~ 밖같 山은 검푸르러 雄壯하도다.
巧若費人力 ~ 工巧로움은 사람 힘을 浪費하고
雄則眞天功 ~ 雄壯함은 참으로 하늘의 功力이다.
晨登九井峯 ~ 새벽녘에 九井峯에 올라
俯眺心眼通 ~ 굽어 바라보니 마음과 눈이 트인다.
兩山各有態 ~ 두 山이 제 各各 제 모습을 하고
孰曰有汚隆 ~ 어느 것을 궂다 좋다 누가 말하랴.
東暾已出谷 ~ 東쪽의 해는 이미 골짝에 솟고
海霧含沖瀜 ~ 바다 안개는 눅은 氣運 머금었도다.
煙霞閃輝映 ~ 안개와 노을을 閃光처럼 번쩍거리고
草樹明蔥蘢 ~ 풀과 나무들은 翡翠玉처럼 밝도다.
衆壑爭起伏 ~ 여러 골짜기들 다투어 솟아오르고
如濤扇長風 ~ 波濤처럼 긴 바람에 부쳐댄다.
嵌顚羅九泓 ~ 山마루에 꿇린 아홉 구멍
老蛟蟠其中 ~ 늙은 뱀이 그 속에 서려있구나.
幾年移宅去 ~ 몇 해 前에 제 집을 옮겨가
潛淵化爲龍 ~ 못에 잠겨 龍으로 變했도다.
舊迹僧解說 ~ 스님이 묵은 자취를 이야기하고
尙辨蜿蜒蹤 ~ 꿈틀대던 그 形狀 아직도 區別된다.
濃靄變微雨 ~ 짙은 안개가 갑자기 가랑비 되어
日午雲冥濛 ~ 대낮에도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咫尺毗盧頂 ~ 咫尺이라 毗盧峰 頂上이라
不許移吾笻 ~ 내 지팡이 옮겨가길 許하지 않는구나.
興闌下絶䜫 ~ 興이 식어 絶壁을 내려오니
林梢露紺宮 ~ 수풀 끝에는 절집이 보이는구나.
頹然寄晝睡 ~ 비스듬히 낮잠을 자보려 해도
夢入瑤臺空 ~ 꿈이 瑤臺에 들자 다 사라져버리는구나.

(24) 口號同仲仁天老賦卽事
(입으로 불러 仲仁 天老와 함께 即事하다)
卷幔羅書帙 ~ 揮帳을 걷고 冊 벌여놓은 채
燒香坐寂寥 ~ 香 사르며 고요히 앉았았다.
雪消山色近 ~ 눈 녹아 山빛은 더욱 가까워지고
天闊海聲遙 ~ 하늘은 넓어 바다 물결소리 아득하다.
撫古心還折 ~ 옛날을 더듬으니 마음 오히려 꺾이고
傷時鬢欲凋 ~ 時代를 슬퍼하니 귀밑머리 희어진다.
梅花疏影動 ~ 梅花꽃 성근 그림자 움직이는데
相約醉溪橋 ~ 서로 만나 시냇가 다리에서 醉해나 보자.

(25) 宮詞 (삼짇날 풀싸움)
禁中佳節値三三 ~ 宮中의 三月三짇 佳節엔
諸殿宮娥試薄衫 ~ 諸殿의 宮娥들은 엷은 옷을 입고선
爭向上林來鬪草 ~ 上林院을 向해 가서 다투어 풀싸움을 하는데
就中先取翠宜男 ~ 그 中에도 첫째로 푸른 宜男草(萱草, 忘憂草)를 取한다네.

(26) 宮詞 (七月七夕 祭祀)
糝蘆泥肉製饅頭 ~ 나물을 빻고 고기를 다져 饅頭를 만들고
瓜果爭陳乞巧樓 ~ 참외와 과일과 함께 乞巧樓에 陳設하네.
入夜內人爭指點 ~ 밤이 되자 內人들은 다투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絳河西畔拜牽牛 ~ 銀河水 西便 牽牛星에 절을하네.

(27) 宮詞 (七月 보름 百中節 盂蘭盆)
中元佳節設蘭盆 ~ 百中佳節에 盂蘭盆을 차려놓고
蔓果紛披百種繁 ~ 덩굴 과일과 百穀을 豊盛하게 펼치네.
東序罷朝宮監去 ~ 東序朝會가 罷하자 宮監은 물러가서
上林處深祭亡魂 ~ 上林院 깊은 곳에서 亡魂에 祭祀하네.

(28) 宮詞 (어린 宮女의 宮中生活)
初年抱被直春堂 ~ 初年에는 이불 안고 春堂을 지켰는데
因病休閑在曲房 ~ 病이 들자 閑暇롭게 골房에 있게 됐네.
强就小娥來對食 ~ 억지로 어린 宮女 데려다 戀人으로 삼고서
手開箱篋乞羅裳 ~ 손수 箱子 열고 緋緞치마 내주네.

(29) 宮詞 (人日의 科擧試驗)
朝暾晃朗矞雲端 ~ 五色구름 서린 끝에 아침 햇빛 燦爛한데
人日淸明兩殿歡 ~ 人日(月의 七日)이 맑고 밝아 兩殿이 즐거워하네.
拂曉泮宮方校士 ~ 새벽부터 泮宮에선 선비를 뽑고
黃封宣賜遣中官 ~ 中官을 親히 보내 黃封을 내리네.

(30) 宮詞 (붓을 뽑아 落點함)
三筆淋漓待兩銓 ~ 먹물 뚝뚝 듣는 세 개의 붓, 兩銓(吏曹와 兵曹)의 上申 기다리다가
一枝抽得首陞遷 ~ 한 자루 뽑아내어 첫머리로 昇格했어라.
聖心謙讓知天命 ~ 임금의 마음 謙遜하여 天命을 아시는데
造化安能敢避權 ~ 造物主인들 어이 그 權限 피할쏜가.

(31) 金水潭正卿墅作
(水潭 金正卿의 別莊에서짓다)
層嶂帶茅茨 ~ 層階진 山이 띳집을 둘러싸고
煙蘿斂暝姿 ~ 藤蘿에는 어둑한 이내 걷혔다.
誰知靜者意 ~ 고요히 사는 者의 뜻 뉘라 알랴
不負故人期 ~ 親舊의 期約을 저버리지 않는다.
日落巖泉媚 ~ 해가 지니 바윗가 샘은 한결 곱고
風生竹樹悲 ~ 바람 부니 대나무는 서글퍼진다.
東峯有初月 ~ 東녘 山봉우리에 초생달 오르면
謝朓得新詩 ~ 謝朓는 새로운 詩를 지어 얻겠구나.

(32) 懶翁來 (懶翁이 찾아오다)
客逐東風至 ~ 손님이 봄바람 따라 오니
令余病欲蘇 ~ 나의 묵은 病이 갑자기 낫는 듯.
能爲謝尙舞 ~ 謝尙의 춤가락 을 能히 추니
自是高陽徒 ~ 本是부터 高陽의 무리가 아닌가.
事業餘椽筆 ~ 事業은 서까래 같은 붓이 남았고
生涯付玉壺 ~ 生涯는 玉酒甁에 맡겨 버렸도다.
微官亦何物 ~ 하찮은 벼슬아치 또 그게 무엇인가
歸路在江湖 ~ 돌아갈 길은 저 江湖에 있도다.

(33) 落花. 1
橫風作意擺嬋娟 ~ 비낀 바람 움직인 뜻은 고운 꽃을 흔들고
紅雨霏霏落滿天 ~ 붉은 비 부슬부슬 하늘에 가득 떨어지네.
恰似瑤池春宴散 ~ 瑤池의 봄 잔치 모임에 흩어지려는 듯
墮鬟飄髻積金筵 ~ 쪽진 머리 귀 밑머리 金 자리에 쌓인 듯 하네.

(34) 落花. 2
落地飄紅點點香 ~ 땅에 져서 날리는 붉은 꽃 모두다 香氣롭고
晩風吹去上銀床 ~ 늦바람 불어와 銀床 위로 올라오네.
誰知寂寞臨春閣 ~ 누가 알리오, 쓸쓸히 봄 樓閣에 올라
留得徐娘半面粧 ~ 梁나라 元帝의 妃인 徐娘의 半만 化粧한 얼굴 얻을 줄을.

(35) 落花. 3
凄風苦雨晩來多 ~ 凄凉한 바람 지겨운 비가 저녁에 많이 내려
墮素如煙泣綺羅 ~ 緋緞에 떨어진 꽃이 안개 속 눈물짓는 女人 같아라.
應是三郞西幸蜀 ~ 아마도 唐玄宗 三郞이 西쪽으로 行次하듯
玉顔零落馬嵬坡 ~ 임금님은 馬嵬 언덕에서 馬嵬을 當하셨나보다.

(36) 落花. 4
怨蝶慇懃護墮芳 ~ 怨恨 많은 나비들 慇懃히 떨어진 꽃 감싸주며
小園斜日斷人腸 ~ 작은 동산 지는 해에 사람 애가 끊어지네.
東君似識傷春意 ~ 東皇님은 傷春의 마음 알기라도 하는 듯
吹作回風舞一場 ~ 회오리바람 불어 한 마당 춤이라도 추어보네.

(37) 落花. 5
怊悵深紅更淺紅 ~ 서글프다, 짙붉음이 軟붉음 되고
一時零落小庭中 ~ 一時에 다 떨어져 작은 뜰에 가득 찼네.
不如留着靑苔上 ~ 검푸른 이끼 위에 머무는 만 못하거니
猶勝吹吹西復東 ~ 如前히 좋은 듯 바람 따라 西에서 또 東으로 불어드네.

(38) 落花. 6
繁紅流落委香塵 ~ 번거로운 붉은 꽃잎 날아 떨어져 香불 재 속에 버려지니
風雨無情斷送春 ~ 비바람도 無情해라, 기어이 꺾어 봄을 보내버리려 하는구나.
不是漢皐捐佩女 ~ 周나라의 鄭交甫에게 漢皐에서 佩物 준 女人이 아닐진대
定應金谷墮樓人 ~ 應當 金谷院 樓臺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리라.

(39) 落花. 7
桃李爭誇富貴容 ~ 복사꽃 오얏꽃 다투며 富貴를 자랑하며
笑他篁竹與寒松 ~ 다른 대나무 소나무를 쓸쓸하다 비웃는구나.
須臾九十春光盡 ~ 暫깐사이 봄 석 달이 지나가버리고
惟有松篁翠萬重 ~ 오직 소나무 대나무만 있어 萬 겹으로 푸르구나.

(40) 落花. 8
墮葉因風各自飛 ~ 떨어진 잎 바람 따라 各其 날아
一飄簾幕一汚池 ~ 하나는 珠簾 위로 하나는 못 쪽으로 날아가네.
誰知榮辱皆天分 ~ 누가 알리 榮華와 恥辱이 모두 天分인 것을
不是封姨用意爲 ~ 바람의 神인 封이 마음 써서 그런 것 決코 아니라네.

(41) 老客婦怨 (늙은 나그네 아낙의 怨望)
東州城西寒日曛 ~ 東州城 西쪽 차가운 해 지고
寶蓋山高帶夕雲 ~ 우뚝한 寶蓋山엔 저녁 구름이 감싸고 있다.
皤然老嫗衣藍縷 ~ 머리 허옇게 센 老婆는 藍縷한 옷차림
迎客出屋開柴戶 ~ 손님 맞아 房을 나와 사립門을 열어준다.
自言京城老客婦 ~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 늙은 나그네 아낙
流離破産依客土 ~ 破産하여 떠돌다가 客地에 사는 身世가 되었다네.
頃者倭奴陷洛陽 ~ 저 지난날 倭놈들이 서울을 陷落시켜
提携一子隨姑郞 ~ 외 아들 손에 잡고 媤어머니와 男便 따라나섰네.
重跡百舍竄窮谷 ~ 三百 里 길 걷고 걸어 깊은 골에 숨어서
夜出求食晝潛伏 ~ 밤에 나와 밥을 빌고 낮에는 숨어 살았네.
姑老得病郞負行 ~ 媤母 늙어 病을 얻어 男便이 업고 가니
蹠穿崢山不遑息 ~ 險한 山길에 발바닥이 다 뚫어져도 쉬지도 못했네.
是時天雨夜深黑 ~ 이런 때 비는 내려 밤이 더욱 캄캄하니
坑滑足酸顚不測 ~ 길 미끄럽고 다리 시러워 언제 넘어질지 몰랐소.
揮刀二賊從何來 ~ 칼 휘두르는 두 倭賊은 어디서 왔는지
闖暗躡蹤如相猜 ~ 어둠 속에 머리 내밀며 서로 다투어 뒤를 밟았네.
怒刃劈脰脰四裂 ~ 성난 칼날 목을 갈라서 목이 찢어지고
子母倂命流冤血 ~ 어미와 아들 다 죽어 怨恨의 피 흘렸네.
我挈幼兒伏林藪 ~ 나는 어린아이를 끌고 덤불 속에 엎드렸소
兒啼賊覺驅將去 ~ 아이 울음에 들켜 잡혀가고 말았지.
只餘一身脫虎口 ~ 내 한 몸 겨우 남아 호랑이 굴을 벗어났지만
蒼黃不敢高聲語 ~ 허둥지둥 精神없어 소리 높여 말조차 못했소.
明朝來視二骸遺 ~ 다음 날 아침 와서 보니 두 屍體 버려져
不辨姑屍與郞屍 ~ 媤母인지 男便인지 分揀할 길 없었다오.
烏鳶啄腸狗嚙骼 ~ 솔개와 까마귀 창자 쪼고 들개는 살 뜯으니
虆梩欲掩憑伊誰 ~ 삼태기와 흙수레로 덮어가리려해도 누가 도와주랴.
辛勤掘得三尺窞 ~ 석 자 깊이 구덩이를 어렵게도 겨우 파서
手拾殘骨閉幽坎 ~ 남은 뼈를 손수 모아 封土하고 나니
煢煢隻影終何歸 ~ 依支할 곳 없는 외그림자 끝내는 어디로 돌아갈까
隣婦哀憐許相依 ~ 이웃 아낙 슬피 여겨 함께 살자 하여
遂從店裏躬井臼 ~ 이 酒幕에 더부살이 방아 찧고 물 길렀소.
餽以殘飯衣弊衣 ~ 남은 밥 먹여 주고 낡은 옷 입혀 주어
勞筋煎慮十二年 ~ 지치고 마음졸이기 열두 해가 되었다오.
面黧髮禿腰脚頑 ~ 주름진 얼굴, 듬성머리, 허리도 다리도 뻐근한데
近者京城消息傳 ~ 近者에 서울 消息 드문드문 들려왔소.
孤兒賊中幸生還 ~ 내 불쌍한 아이는 賊中에서 多幸히도 살아나와
投入宮家作蒼頭 ~ 大闕에 投入하여 蒼頭가 되었다 하오.
餘帛在笥囷倉稠 ~ 옷장에는 남은 緋緞, 倉庫에는 穀食 가득하니
娶婦作舍生計足 ~ 장가들고 집 마련하여 生計가 豊足하다 하나
不念阿孃客他州 ~ 他官살이 나그네 處地 제 어미 생각 못하니
生兒成長不得力 ~ 낳은 아들 成長해도 그 德을 보지 못하오.
念之中宵涕橫臆 ~ 생각할 수록 한밤中에 눈물이 가슴 적시고
我形已瘁兒已壯 ~ 내 꼴은 다 시들고 아들은 이미 壯年이 되었소.
縱使相逢詎相識 ~ 設使 서로 만나더라도 알아볼 리 있을까
老身溝壑不足言 ~ 늙은 몸 구렁에 버려지는 건 더 말할 나위 없거니
安得汝酒澆父墳 ~ 너의 술이라도 얻어 아비 墓에 올려볼 수 없겠는가.
嗚呼何代無亂離 ~ 아 슬프구나, 어느 時代인들 亂離야 없으랴만
未若妾身之抱冤 ~ 이 못난 女便네가 품은 怨恨은 없어질리 萬無하네.

(42) 大關嶺
五日行危棧 ~ 닷새 동안 아스라한 棧道를 건너
今朝出大關 ~ 오늘 아침 大關嶺을 벗어났구나.
弊廬俄在眼 ~ 내 집이 어느새 눈에 보이니
遠客忽開顔 ~ 먼 나그네 갑자기 얼굴을 펴는구나.
鉅野諸峯底 ~ 큰 들이 여러 봉우리들 밑에 있다면
長天積水間 ~ 긴 하늘은 쌓인 물 사이에 있구나.
微茫煙靄外 ~ 稀微하고 아득히 아지랑이 밖으로
一點四明山 ~ 한 點 솟은 山이 바로 四明山이구나

(43) 待鶴
待鶴鶴不至 ~ 기다려도 鶴이 오지 않으니
玄裳疑有無 ~ 神仙 鶴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西湖杳何許 ~ 西湖는 아득하여 어디쯤인가
吾是舊林逋 ~ 나야 말로 바로 옛날의 林逋였다네.

(44) 渡江作 (江을 건너며 짓다)
今日日之良 ~ 오늘은 日辰이 좋은 날
我車儼載脂 ~ 내 수레에 넉넉히 기름칠했다.
紛然冠盖至 ~ 떠들썩하게 官吏들이 줄지어 와서
祖道江之湄 ~ 餞別잔치를 江가에서 벌여주는구나.
長波隘連舫 ~ 긴 물결엔 배들이 들어차 막히고
簫鼓中流悲 ~ 中流에 울리는 북소리 구슬프구나.
勸君湏盡觴 ~ 勸하노니 이 술盞은 다 비워야 하네
親愛從此辭 ~ 情다운 사람들과 이제는 떠나야한다니
前途杳何許 ~ 갈 길은 아득한데 얼마나 되는가
燕薊路逶遲 ~ 燕京과 薊州는 너무도 먼 곳이도다.
丈夫貴壯遊 ~ 大丈夫는 壯한 外遊를 貴히여기는데
兒女徒傷離 ~ 兒女子는 離別을 서러워하는구나.
篙師起引棹 ~ 沙工은 일어나 노를 저으니
頃刻越川抵 ~ 瞬息間에 鴨綠江을 넘어가는구나.
回首古長城 ~ 고개 돌려 옛날의 긴 城을 바라보니
瞑靄沉垣埤 ~ 어둑한 아지랑이 城가퀴에 잠기었도다.
日落關塞黑 ~ 해 지니 國境地方은 깜깜해 오고
夜深徒旅飢 ~ 밤 깊으니 오직 나그네는 배가 고프구나.
猶憐故鄕月 ~ 故鄕의 달은 언제나 情다우니
萬里來相隨 ~ 萬 里 먼 곳까지 나를 따라오는구나.

(45) 到郡登化鶴樓
(郡에 到着하여 化鶴樓에 오르다)
吏散空庭靜 ~ 衙前이 흩어져 뜰은 비어 고요하고
登樓豁遠情 ~ 樓臺에 오르니 가슴이 탁 트인다.
四山如拱揖 ~ 四方 山은 팔짱끼고 揖을 하는 듯
一水自紆縈 ~ 한 가닥 江물은 저절로 얽혀 흘러간다.
夕鳥迎人語 ~ 저녁 새는 사람 맞아 이야기 하고
秋花盡意明 ~ 가을꽃은 제 뜻대로 피어 밝기만 하다
翛然多野趣 ~ 온몸이 홀가분하고 들판의 멋은 짙어가는데
忘却擁雙旌 ~ 員님을 모시는 두 깃발마저 잊어버렸다.

(46) 兜率庵
兜率知名寺 ~ 兜率庵은 이름난 절이러니
彌陀不動尊 ~ 阿彌陀佛 不動尊을 모셨네.
歸依何老宿 ~ 歸依한 어떤 老僧이 묵으려고
宴息此山門 ~ 便安히 이 山門에서 쉬시는지
破衲懸苔壁 ~ 이끼 긴 壁엔 헤진 옷 걸리고
寒泉汲瓦盆 ~ 찬 샘물이 물동이에 담겼네.
我來欲問法 ~ 내가 와서 佛法을 물으려 하자
合掌了無言 ~ 合掌하시고 말씀이 없네.

(47) 道中望洛山
(길가다가 洛山을 바라보며)
香鑪散作族雲盤 ~ 香鑪峯 흩어져서 族雲盤이 되어
彩暈長明積翠間 ~ 푸른 빛 쌓인 사이로 彩色한 구름이 뻗혀온다.
欲問洛迦禪寺宿 ~ 洛山寺를 물어 하룻밤 묵으려니
行人遙指五峯山 ~ 길 가는 사람이 아득히 五峯山을 가리킨다.

(48) 頭關站 (頭關站에서)
川流漭沆野蒼茫 ~ 냇물은 넘실거리고 벌판은 아득한데
古戍悲笳斷客腸 ~ 옛 戍자리 슬픈 피리 나그네 肝腸을 끊는다.
始覺塞城秋候早 ~ 邊方의 가을철은 이렇게도 빠른가
夜深蛩韻已依床 ~ 밤 깊으니 뀌뚜라미 소리 寢床에 들려온다.

(49) 登廣遠樓 (黃海道 黃州에 있는 亭子)
高閣憑風逈 ~ 높은 樓閣은 뛰어난 景致를 갖고있어
閑登不待招 ~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閑暇히 오른다.
亂離餘舊賞 ~ 亂離가 겹치어도 옛 情趣는 남아
吟眺始今朝 ~ 오늘 아침에야 두루 돌아보노라.
雨洗靑山近 ~ 비에 씻긴 靑山은 눈앞에 가깝고
煙沈綠野遙 ~ 안개에 잠긴 푸른 들판은 아득하도다.
翛然忘遠客 ~ 먼 나그네 시름 翛然히 잊어버리니 (翛. 빠른모양 소)
西日下長橋 ~ 西쪽에 지는 해는 긴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50) 登箭門嶺 (箭門嶺에 올라서)
行登箭門嶺 ~ 달려가 箭門嶺을 올라보니
斜日照前旌 ~ 지는 해가 앞 깃발을 비춘다.
萬里他鄕路 ~ 萬 里 떨어진 他鄕길에
三年久客情 ~ 三 年 기나긴 나그네 心情이로다.
雲邊開大陸 ~ 구름 가에 큰 땅이 열리고
波外隱關城 ~ 波濤 밖은 關城이 보일 듯 말 듯 하구나.
民吏多相識 ~ 百姓과 衙前들 아는 사람 많아서
慇懃滿路迎 ~ 慇懃히 길에 가득 몰려와 맞아주는구나.

(51) 摩訶衍
寶刹排雲上 ~ 절이 구름 밀고 솟아오르니
珠宮奪日鮮 ~ 宮闕은 햇볕을 빼앗아 鮮明하구나.
經函明貝葉 ~ 佛經 든 箱子는 자개조각에 어리고
爐燼郁栴檀 ~ 火爐의 재는 栴檀이 香氣로워라.
僧自參禪坐 ~ 스님 스스로 參禪에 들고
吾仍借榻眠 ~ 나는 今方 椅子를 빌려 잠이 든다.
夜闌風籟發 ~ 밤이 늦자 바람소리 울려 퍼지고
笙鶴下三天 ~ 神仙世界 鶴들이 三天에서 내려온다.

(52) 漫吟
睡罷高樓上 ~ 높다란 樓閣에서 잠이 깨어
閑吟意轉慵 ~ 게으름 피며 閑暇히 읊어본다.
捲簾黃鳥語 ~ 발을 말아 올리자 꾀꼬리 노래하고
憑檻綠陰濃 ~ 欄干에 기대서니 綠陰이 짙구나.
亂水通平野 ~ 넓은 벌판으로 물은 어지러이 흐르고
孤煙冪遠峯 ~ 홀로 선 먼 봉우리는 안개가 덮었구나.
同心二三子 ~ 마음 맡는 두세 사람
臨眺且從容 ~ 조용히 함께 구경을 한다.

(53) 滿庭芳 (뜰에 가득한 芳草)
春入神京 ~ 서울에 봄이 드니
花發禁苑 ~ 大闕에 꽃 피고
一陣微雨初晴 ~ 한차례 보슬비 이제 막 개었구나.
朱樓縹緲 ~ 아스라한 붉은 樓閣에
飛絮撲簾旌 ~ 날아든 버들개지 珠簾 깃발 부딪는다.
樓上佳人罷睡 ~ 樓臺 위의 美人이 잠에서 깨어
斜陽裏低按銀箏 ~ 지는 햇빛 속에 다소곳이 銀箏을 뜯는구나.
靑驄馬誰家浪子 ~ 푸른 얼룩말은 뉘 집 浩宕한 사내 것인가
門外繫紅纓 ~ 門 밖에 붉은 고삐 매었으니
凄涼行樂地 ~ 凄凉하구나 그처럼 즐기던 곳이
塵昏灞岸 ~ 巴水 땅 언덕에 티끌 자욱하니
若變昆明 ~ 昆明池로 變한 듯하여라.
悵巷陌無人 ~ 슬프다 마을이며 들판에 사람 없고
草樹叢生 ~ 草木만 茂盛하여라.
路絶弱水蓬壼 ~ 弱水며 蓬萊山 方壺山에 길 끊어졌구나.
凝情立黃昏 ~ 골똘히 생각하며 黃昏에 서니
好月猶照鳳凰城 ~ 좋은 달은 如前히 鳳凰城을 비추는구나.

(54) 萬瀑洞
兩峽擘層崖 ~ 두 峽谷이 쪼개져 이룬 層層 골짝
百川潰其中 ~ 온갖 내가 그 안에서 용솟음치는구나.
噴流日澒洞 ~ 뿜는 물결 날마다 골짝에 넘실대고
濺沫常溟濛 ~ 뿌려대는 물방울 恒常 자욱하여라.
初驚蒼壁拆 ~ 처음은 푸른 벼랑 벌어진 것에 놀라
飛出雙白龍 ~ 두 마리 하얀 龍이 날아가 버린다.
細看天罅破 ~ 仔細히 보니 하늘에 틈이 벌어지고
倒掛萬玉虹 ~ 數많은 玉무지개 거꾸로 걸려있구나.
轟霆當晝起 ~ 霹靂이 대낮에는 메아리로 일어나
亂石薄雷風 ~ 우레 같은 바람에 늘어선 돌이 엷고
潭潭曲相瀦 ~ 못마다 굽이져 웅덩이가 되었구나
咫尺跳波通 ~ 咫尺에서도 물이 튀어 오르고
壯觀駴我心 ~ 雄壯한 景觀이 내 마음 떨게 하며
韙哉造化功 ~ 거룩하구나 造化의 功이로다.
康樂遊石門 ~ 康樂 謝雲靈은 石門에 노닐었고
謫仙望爐峯 ~ 귀양 온 李太白은 香爐峯 바라보았다.
未知千載後 ~ 모르겠구나 千 年이 지난 뒤의 일을
此景誰雌雄 ~ 어느 곳이 이곳과 雌雄을 겨루겠는가.

(55) 望咸山 (咸山을 바라보며) / 望咸山用望江州韻(咸山을 바라보며 江州韻을 쓰다)
春泥泱沆沒平原 ~ 봄의 흙탕물 가득 고여 한 벌을 묻었고
行過龍城縣郭門 ~ 걸음은 龍城 고을 城門을 지나가노라.
指點兩山烽燧下 ~ 가리키는 兩山의 烽燧臺 바라보니
蒼蒼官樹暝煙昏 ~ 蒼蒼한 저 나라 山 숲에 저녁 煙氣 어둑하다.

(56) 望海庵
西峯蘭若試攀緣 ~ 西쪽 봉우리의 절 望海庵에 올라보니
杯視滄溟意豁然 ~ 盞같이 넓고 푸른 바다에 가슴속이 후련하다.
萬里帆檣通上國 ~ 萬 里 먼 돛단배는 中國과 通하는데
六時鍾梵動諸天 ~ 六時의 梵鐘소리는 諸天을 울리는구나
濟州隱約波濤外 ~ 濟州道는 보일 듯 말 듯 波濤 저 밖이요
蓬島微茫杖屢前 ~ 蓬萊島는 아득하나 지팡이 바로 앞이구나.
始覺壯遊窮宇宙 ~ 이 壯觀을 구경함이 宇宙를 꿰뚫는 일임을 알았으니
欲招笙鶴下群仙 ~ 피리와 鶴을 불러 神仙들을 불러오고 싶어라.

(57) 冕服誥命頒勑禮罷有作
(官服과 直勑 나누는 禮가 끝나고)
芝誥鸞廻錫寵光 ~ 鸞새 날아와 寵愛와 光明 내려주신 使令
桓圭袞冕備儀章 ~ 임금님 袞冕 갖추시고 내려주신 벼슬아치 笏
恩蒙再造仁偏洽 ~ 나라 다시 지으신 恩惠 입어 仁은 두루 洽足하고
運屬重恢業更昌 ~ 나라 回復되는 運을 타니 王業은 다시 昌盛하도다.
旖旎龍亭排鼓吹~ 임금의 宮亭 燦爛하고 軍樂隊 늘어세우고
參差羽仗轉旗常 ~ 깃털 裝飾 옷 多樣하고 깃발이 벌럭인다.
微臣獲覩聲容盛 ~ 거룩한 이 모습을 못난 臣下가 뵙게 되니
歌頌何能罄贊揚 ~ 稱頌의 노래를 어찌 能히 贊揚을 다하리오.

(58) 鳴淵
陰竇窺䆗窱 ~ 그늘진 구멍, 아득하고 깊어
幽幽黮環灣 ~ 깊숙한 물빛 검게 돌아 둥글다.
下有千歲虯 ~ 아래에는 千 年 묵은 이무기놈
佶栗深處蟠 ~ 한 구석 깊은 곳에 힘차게 서려 있다.
有時吐白氣 ~ 이따금 하얀 氣運 뱉어 내니
霏作煙漫漫 ~ 비가 안개되어 자욱하구나.
何時變雷雨 ~ 어느 때야 천둥과 비로 變하여
飛上瑤臺端 ~ 神仙 사는 저 곳 끝으로 날아오르나.

(59) 夢作
門前碑臥綠苔中 ~ 門 앞에는 碑石이 넘어져 푸른 이끼 덮였고
蕭風叢林一畝宮 ~ 숲 속엔 차가운 바람불고 한 이랑 宮이 있네.
殿角幢幢明夕照 ~ 殿角의 깃발에 저녁 빛 밝고
牆頭杉檜響凄風 ~ 담장 머리 杉나무는 찬 바람 소리 울리네.
丹靑畫壁雲雷壯 ~ 丹靑이라 그림 壁에 구름 번개 雄壯하고
香火空堂鬼物雄 ~ 香불 핀 빈 堂은 怪物처럼 雄壯하네.
莫把紙錢招怨魂 ~ 紙錢을 가지고 怨魂을 부르지 마소
杜鵑啼血野花紅 ~ 杜鵑이 울어 피를 쏟아 들꽃들이 붉어있네.

(60) 文集完 (文集이 完成되어) / 文集完用閑吟韻 (文集이 完成되어 閑吟의 韻을 쓰다)
四十三年攻翰墨 ~ 四十 三 年을 文筆에 盡力하여
千金弊帚枉勞心 ~ 부질없은 勞苦한 마음 千 金의 떨어진 빗자루.
詩文十卷方書了 ~ 詩門 열 卷을 이제야 다 썼으니
從此惺翁不復吟 ~ 나, 惺翁은 이제부터 다시 읊지 않으리라.

(61) 聞罷官作. 1 (罷官 消息을 듣고 짓다)
久讀修多敎 ~ 佛經 修多敎를 오랫동안 읽었지만
因無所住心 ~ 마음에 確固히 얻은 마음이 없도다.
周妻猶未遣 ~ 佛敎 믿은 周翁은 아내를 보내지 않았고
何肉更難禁 ~ 齊나라 何胤은 고기를 金食하기 어려웠다네.
已分靑雲隔 ~ 벼슬과 멀어진 것을 이미 아는데
寧愁白簡侵 ~ 官吏를 彈劾하는 글 어찌 근심하랴.
人生且安命 ~ 人生이란 제 運命에 便安해야 하리니
歸夢尙祇林 ~ 돌아갈 꿈은 如前히 祇林 속 절間에 있네.

(62) 聞罷官作. 2
禮敎寧拘放 ~ 禮敎가 어찌 自由를 拘束하리오
浮沈只任情 ~ 盛하고 衰하는 것 다만 情에 맡길 뿐이라네.
君須用君法 ~ 그대는 그대 法을 써야 할 것이고
吾自達吾生 ~ 내 스스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네.
親友來相慰 ~ 親한 벗은 와서 서로 慰勞하는데
妻孥意不平 ~ 妻子들은 마음속으로 不平하는구나.
歡然若有得 ~ 흐뭇하여 얻은 바가 있는 듯하니
李杜幸齊名 ~ 多幸히 李白과 杜甫가 이름을 날리네.

(64) 朴達串 (串. 꿸 관)
緣崖下邐迤 ~ 비탈 타고 슬슬 돌아 내려오니
岑壑漸陰沍 ~ 그윽한 골짜기 차츰 陰散해진다.
回視所來逕 ~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蒼蒼若川路 ~ 가물가물 냇가 길과 같구나.
仰看空團團 ~ 둥글고 둥근 空中을 쳐다보니
日色礙兩岵 ~ 햇볕이 두 山봉우리에 걸리어ㅛ다.
亂流騰矼奔 ~ 내닫는 물줄기 돌다리를 넘치고
湍雷駛吼怒 ~ 우레같은 여울물 성난 듯 소리낸다.
滑隒頻跼足 ~ 미끄러운 낭떠러지에 발을 삐치고
尖巖或傷股 ~ 날카로운 바위에 가끔씩 다리를 다친다.
中川巨石騈 ~ 흐르는 내 복판에 박힌 커다란 돌
伏狻仍踞虎 ~ 獅子가 엎드린 듯 범이 웅크린 듯.
森然來搏人 ~ 무섭게도 날아와 사람을 치니
乍見心膽怖 ~ 살짝만 봐도 心膽이 떨리는구나.
斷谿幾猱緣 ~ 낭떠러지에 원숭이 얼마나 사는지
仄磴屢狼顧 ~ 기울어진 돌길에는 이리가 돌아본다.
艱難濟南岸 ~ 어렵사리 南쪽 언덕 건너가니
脅息汗如湑 ~ 숨가빠 온몸에 땀이 술 거르듯 하네.
到此愜幽期 ~ 여기 到着하니 爽快하고 그윽해져
都忘向來苦 ~ 아까 겪은 苦生을 모두 잊었다.

(65) 芳林 (香氣로운 숲)
入峽春猶在 ~ 山골에 드니 아직 봄氣運이고
沿溪草正芳 ~ 개울 따라 풀이 막 香氣롭구나.
歇鞍投古驛 ~ 말 鞍裝 풀고 옛 驛舍에 投宿하여
欹枕借匡床 ~ 寢床 빌어 베개에 몸을 기대었네.
怪鳥多幽響 ~ 異常한 새의 그윽한 울음소리
高林有晩香 ~ 높은 숲에 늦은 香氣 가득하구나.
勞生幾時息 ~ 疲困한 人生 어느 때나 쉬게 되나
雙鬢惜流光 ~ 두 귀밑 머리에 흐르는 歲月 아쉽기만 하여라.

(66) 訪子正於金吾
(金吾에서 子正을 訪問하고)
男兒官止執金吾 ~ 사나이의 벼슬이 執金吾에 그쳤지만
已覺聲名動漢都 ~ 名聲은 이미 온 서울을 들썩이도다.
郞署比來無輦過 ~ 郞署는 近年 들어 수레 없이 지나니
馮郞頭白只窮途 ~ 머리 흰 賢良 馮郞은 窮乏을 어찌하나
風鐸琅璫徼卒呼 ~ 風磬 소리 뎅그렁 徼卒이 호통치니
皂衣朱杖帀庭隅 ~ 검정옷 붉은 막대 뜰 모퉁이를 둘렀도다.
看君仕宦偏輝赫 ~ 그대의 보니 유달리도 赫赫한데
黃紙書名却悔吾 ~ 詔書에 이름 쓴 것이 도리어 後悔되는구나.
詩名少日許倫魁 ~ 젊은 時節 詩名 무리 中의 우두머리
晩直金吾豈稱才 ~ 늘그막 金吾 벼슬이 才주에 맞다 하리까.
能似漢家中尉豹 ~ 저 漢 나라 中尉豹와 恰似하니
七言來和柏梁臺 ~ 柏梁臺에 모여 七言詩를 和答하였도다.
權埒中書在昔時 ~ 저 지난날 臨時로 中書省에 있을 때
連宵歌管鬧西池 ~ 밤새도록 노래가 西池를 들썩여주었도다.
太平故事能依舊 ~ 太平時節 이야기들 예와 能히 같다하나
只好沈疴問女醫 ~ 묵은 病은 女醫員에게 묻는 것이 좋을거야.

(67) 白沙汀
雪積廻灣淨 ~ 눈이 쌓여 둥그런 물굽이 깨끗한데
瓊鋪闊岸紆 ~ 넓고 오목한 江 언덕에 구슬 깔렸구나.
銀河通玉府 ~ 銀河水는 玉府 通해 흐르고
瑤海湛氷壺 ~ 寶石같은 바다 얼음甁보다 맑아
履迹行疑陷 ~ 다니면 신이 빠질 듯 하고
松梢看似無 ~ 소나무 가지는 보아도 없는 것 같구나.
長歌答明月 ~ 길게 노래불러 밝은 달에 答하니
吾是述郞徒 ~ 내가 곧 花郞 述郞徒같구나.

(68) 百祥樓. 1
高樓架層霄 ~ 높은 樓閣 半空에 솟아있고
下有長江流 ~ 아래로 긴 江이 흘러가는구나.
暇日扶我病 ~ 틈을 내 病든 몸 이끌고
攀陟聊淹留 ~ 더위잡아 올라 애오라지 쉬노라.
仰看香爐峯 ~ 고개 들어 香爐峯 바라보니
紫翠雲外浮 ~ 밖에는 둥둥 뜬 붉고 푸른 구름.
何當理蠟屐 ~ 어찌하면 밀 바른 신 챙겨 신고
直躋最上頭 ~ 바로 저 最上峯을 올라가 보려나.
仙期若汗漫 ~ 神仙되는 期約은 너무도 漠然하여
黯然生覊愁 ~ 鬱寂하게 얽매인 시름 생겨나네.
緬想獨徘徊 ~ 이런저런 생각에 홀로 서성대니
西日下簾鉤 ~ 西山의 지는 해는 발에 걸렸구나.
人生無百歲 ~ 人生이란 百 歲도 못사는데
物役爲煩憂 ~ 物慾에 팔린 마음 근심만 하는구나.
名利亦徒爾 ~ 名利도 모두가 헛 것인데
奈何不早休 ~ 어찌 진작에 그만두질 못했는가.
行將畢王事 ~ 이제라도 나랏일 끝마친다면
投紱歸巖幽 ~ 印띠 풀고 시골로 돌아가려한다.
寄語鶴上人 ~ 鶴을 탄 사람에게 말 부치노니
肯許仍丹丘 ~ 즐겁게 神仙놀음 하는 일 許諾하리라.

(69) 百祥樓. 2
向晩憑高閣 ~ 저물녘 높은 樓閣에 기대니
寒風起夕波 ~ 차가운 바람에 저녁 물결 이는구나.
秋花石間早 ~ 돌 사이의 가을꽃은 이르고
霜氣水邊多 ~ 물가에 서리 氣運 차가워진다.
去國年將晏 ~ 故鄕을 떠난 지가 해마다 늦어지니
傷時恨若何 ~ 時節을 아파하지 내 恨을 어떻다 할까.
悲吟臨海嶠 ~ 바닷가 높은 山에 이르러 슬피 읊다가
得句報羊何 ~ 싯句를 얻어서 羊何에게 말하여 보노라.

(70) 百祥樓. 3
遠客愁無緖 ~ 먼 나그네 시름은 理由도 몰라
登樓暫解顔 ~ 樓臺에 올라 暫時 얼굴빛 풀어본다.
潮聲鳴薩水 ~ 밀물 소리 薩水를 울리고
嵐氣撲香山 ~ 푸른 안개 香山을 두들긴다.
驛路何時盡 ~ 驛馬 길은 언제나 끝나려나
鄕園只夢還 ~ 내 故鄕은 꿈에서만 돌아간다.
佳人知我恨 ~ 그리운 사람 나의 恨을 알고서
停酒唱陽關 ~ 술盞 멎고 陽關曲을 불러주는구나.

(71) 白田庵
星門洞壑鬱蒼氛 ~ 星門의 온 골짝에 푸른 안개 자욱하고
俯視鴻濛一氣曛 ~ 鴻濛을 굽어보니 온 氣運이 자욱하도다.
地逈危巖低出日 ~ 땅이 트이고 높은 바위에 솟는 해 나직하고
天垂削壁斷歸雲 ~ 하늘 아래 깎은 벼랑에는 가는 구름 끊겼구나.
山通內外群峯集 ~ 안팎으로 山이 뚫려 뭇 봉우리 모여들어
川折東西兩派分 ~ 東西로 내가 터져 두 줄기로 갈라졌구나.
庵內老禪方宴坐 ~ 庵子 안의 늙은 중은 便安히 앉았는데
笙簫不入耳中聞 ~ 귓전에 笙簧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 듯.

(72) 百川橋
飛橋百尺跨林端 ~ 나르는 다리 百川橋 수풀 끝을 깔고
九月晴雷殷激湍 ~ 九月의 마른 우레같이 부딪치는 물소리.
利涉何年誰建閣 ~ 利涉이라 어느 해 누가 樓閣을 세웠는지
來游今日我憑欄 ~ 오늘 여기 노닐며 欄干에 기대누나.
霜淸巨壑奔流淨 ~ 서리 맑은 큰 골짝에 부딪히는 맑은 물결
風急層巒落木寒 ~ 바람 急한 層진 山봉우리에 落葉은 차갑다.
惆悵壯時題柱志 ~ 서글퍼라 젊었을 때 기둥에 적은 靑雲의 뜻
半生嬴得鬢毛殘 ~ 人生 半平生에 귀밑머리만 얻었구나.

(73) 普德窟
飛楹裊欲墜 ~ 나는 듯 한 기둥 떨어질 듯
一柱承其半 ~ 기둥 하나 그 折半을 떠받들었다.
萬古撑不俄 ~ 萬 年을 버티어도 기울지 않아
直壓千尋岸 ~ 千 길의 언덕을 곧장 누르고 있구나.
仰看霞甍張 ~ 고개 들어 노을 낀 처마 끝 쳐다보니
翼翼鶱霄漢 ~ 날개 치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石磴恣攀緣 ~ 돌부리 마음대로 부여잡아 타오르니
翩然腋生翰 ~ 너울너울 겨드랑에 깃이 돋는구나.
莎房開士居 ~ 居士의 房 열어보니
金碧最燦爛 ~ 金碧이 너무나도 燦爛하다.
刳木通幽泉 ~ 나무짝에 홈을 파 그윽한 샘과 通하니
酌飮煩疴散 ~ 한 番 따라 마셔보니 숨찬 症狀 다 흩어진다.
寄宿野無眠 ~ 밤에 잠에 드나 깊은 잠 못들고
風松澎耳畔 ~ 솔바람만 귓전을 맴돌아 간다.

(74) 府伯送酒妓
(府伯이 술집 妓女를 보내다)
明府多交誼 ~ 明府에는 交分의 情이 많아
淸樽映翠鬟 ~ 翠鬟이 맑은 동이술에 어리는구나.
還將泛海意 ~ 바다로 떠갈 마음 있더니
携妓在東山 ~ 도리어 妓生 데리고 동산에 있구나

(75) 北里春遊謠 (北里 봄놀이 노래)
紅泥雜花盈香陌 ~ 紅泥의 섞인 꽃이 香氣롭게 거리에 가득하니
惜花靑驄行不得 ~ 靑驄馬 꽃을 아껴 머뭇머뭇 가지 못한다.
綉窓雕戶閉宵寒 ~ 緋緞 窓 華麗한 門 잠기고 밤 氣運 싸늘한데
愁眉淚臉藏春色 ~ 근심어린 눈썹 눈물젖은 뺨에 봄빛이 숨어 있다.
秋千索掛紅欄西 ~ 그네줄은 붉은 欄干 西쪽에 걸렸는데
月照花影參差低 ~ 달 비추자 꽃그림자 들쭉날쭉 나직하다.
寶枕瑤衾選殘夢 ~ 보배로운 베개 緋緞 이불 속에 낡은 꿈 헤어보며
西樓曉起流鶯啼 ~ 西樓에 새벽녘 起床에 꾀꼬리 울음 운다.
啼珠鳳蠟怨天曙 ~ 구슬 눈물 밀촛불에 날새는 것 怨望하고
井下銀甁轆轤語 ~ 우물 아래 銀甁에는 轆轤가 속삭이는구나.
彩箔玲瓏蝦捲鬚 ~ 彩色한 발이 玲瓏한데 발 걷히자
嬌雲一散無尋處 ~ 예쁜 구름 흩어져서 찾을 곳이 없구나.
衫羅葉葉秋煙碧 ~ 緋緞 赤衫 주름마다 가을 煙氣 푸르니
香肌玉妬梅魂白 ~ 香氣로운 살결은 梅花 魂이 시샘한다.
十幅單綃染淚痕 ~ 열 幅의 單色 緋緞에 눈물 자국이 얼룩지니
煙中恨語招香魄 ~ 煙氣 속의 恨스런 말이 香魄을 부르는구나.
姑泉橋畔楊花飛 ~ 姑泉橋 다릿가에 버들꽃이 휘날리니
金鞭錦勒探春歸 ~ 金빛 채찍 緋緞 굴레로 봄을 찾아 돌아간다.
雪衣傳語玉郞至 ~ 雪衣가 말 傳하자 玉郞이 當到하니
纖纖素手開珠扉 ~ 가느다란 하얀 손이 구슬 문을 열어 준다.

(76) 北鎭堡關王廟 (北鎭堡 關王의 祠堂)
門前古碣臥苔中 ~ 門 앞의 옛 碑石 이끼 속에 깔려있고
蕭颯叢林一畝宮 ~ 蕭颯한 풀숲에 한 이랑 畝宮터로구나
殿角幡幢明夕照 ~ 殿角의 깃발은 저녁 노을에 눈부시고
墻頭杉檜響凄風 ~ 담 머리엔 杉나무와 檜나무의 찬 바람 소리로다.
丹靑畫壁雲雷壯 ~ 丹靑한 그림 壁에는 구름과 雷聲 搖亂하고
香火空堂鬼物雄 ~ 香불 타는 빈 祠堂에 怪物이 雄壯하도다.
莫把紙錢招怨魄 ~ 종이 돈으로 怨恨에 사무친 魂魄 부르지 말라
杜鵑啼血野花紅 ~ 杜鵑새 울어 피 토하여 들꽃이 붉게 되었도다.

(77) 佛頂臺
衆谷星門大 ~ 여러 골짜기에 星門은 크고
千巖佛頂尊 ~ 온 골짝 중에 佛頂臺는 높아라.
諸峯齊日觀 ~ 여러 山봉우리를 갠 날에 보니
瀑布瀉天門 ~ 瀑布는 天門에서 쏟아지는구나.
窅爾雲平壑 ~ 구름은 아득히 골짝에 깔려있는데
俄然海浴暾 ~ 이윽고 바다에서 沐浴한 해가 돋는다.
坐來星斗滅 ~ 자리에 앉으니 별들은 스러지고
曙色動雞園 ~ 새벽빛이 雞園에 쏟아지누나.

(77) 寫懷 (懷抱를 적다)
凄涼楚臣夢 ~ 凄凉하게도 楚나라 臣下의 꿈
牢落野人期 ~ 無聊하게 野人의 期約이어라.
徇祿憂終在 ~ 官吏의 祿을 따르니 근심은 있고
歸田計已違 ~ 시골로 돌아갈 計劃 이미 틀렸어라.
靑春對芳草 ~ 한창 봄이라 고운 풀 마주 對하고
白日見遊絲 ~ 맑은 날이라 아지랑이를 보고 있어라.
卽此多幽興 ~ 이만해도 그윽한 興趣 가득하니
還如未病時 ~ 도리어 病들지 않았을 때와 같구나.

(78) 山映樓
赤葉驁秋晩 ~ 늦가을 高高한 붉은 丹楓
黃花似故園 ~ 샛노란 菊花는 故鄕 꽃과 같구나.
盤筵羅郡餼 ~ 盤筵에는 고을 膳物 늘어놓고
菘葍御僧飱 ~ 배추와 무는 중의 飯饌 되었구나.
亞使知名早 ~ 亞使는 이름 안 지 오래되고
齋郞宿契敦 ~ 齋郞과 묵은 友情 두텁기만하다.
偶然成勝集 ~ 偶然히 좋은 모임 이루었으니
落日瀲淸尊 ~ 지는 해가 맑은 술桶에 넘실거린다.

(79) 山海關
地理臨滄海 ~ 땅은 바다에 臨해있는데
長垣接固原 ~ 긴 담장은 固原에 맞닿았구나.
關防嚴暴客 ~ 關防은 亂暴한 놈에 嚴하고
管鑰壯重門 ~ 管鑰은 겹겹門이 튼튼하도다.
四野桑麻室 ~ 四方 들엔 桑麻의 집
連營戊己屯 ~ 잇닿은 집들은 武器庫이로다.
太平無戰伐 ~ 太平하여 戰爭이 없어
民物荷聖恩 ~ 百姓들과 여러 가지 임금의 恩惠로다
絶塞開雄鎭 ~ 邊方에 雄大한 鎭地가 열려 있고
重關設巨防 ~ 重要한 關門이라 防禦網도 巨大하구나.
治兵副都尉 ~ 軍士를 맡은 이는 副都尉요
留鑰職方郞 ~ 열쇠를 쥔 사람은 職方郞이로다.
邑屋歌蕃曲 ~ 邑의 집에서는 蕃曲을 부르고
津橋稅浙商 ~ 津橋에는 浙江 商人들에게 稅金을 물린다.
遠客胡不樂 ~ 먼 나그네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賖酒勸君賞 ~ 술을 주며 맛 좀 보라 勸하는구나.

(80) 傷春 (봄날에 마음 傷하여)
抱疴常在暮春時 ~ 저무는 봄날에 언제나 病을 알아
遊興蒼茫未易期 ~ 다니는 興趣 아득하여 期約이 쉽지 않다.
欲貰濁酒貰客恨 ~ 막걸리 外上 받아 客의 恨을 풀어보려니
杏花村畔乏靑旗 ~ 살구꽃 핀 마을에 푸른 깃발 끊겼어라.

(81) 西京道中 (平壤가는 길에)
牢落栽松院 ~ 悵望하게도 栽松院이여
凄涼南浦橋 ~ 凄涼하구나 南浦의 다리로다.
江山如宿昔 ~ 江山은 옛날과 같은데
臺館半焚燒 ~ 館舍는 折半이나 불타버렸구나.
謾自悲興廢 ~ 부질없이 興亡을 슬퍼할 뿐
憑誰破寂寥 ~ 누구를 依支하여 寂寞함 벗어날까.
東風知客意 ~ 봄바람은 나그네의 뜻을 알고
吹送木蘭橈 ~ 木蘭의 놀이배로 불어오는구나.

(82) 宣川
纔入宣川館 ~ 宣川客館에 들어서자
軒窓野望通 ~ 窓 밖으로 넓은 들판 훤히 보인다.
喬林藏畏景 ~ 큰 숲은 따가운 햇볕 감추고
高檻受長風 ~ 높은 欄干은 긴 바람을 맞는구나.
爽覺詩功進 ~ 詩功이 솟는 것 爽快히 느끼고
慵抛酒聖中 ~ 술에 醉하여 게으름을 날려버렸다.
坐看階藥爛 ~ 뜰에 가득 芍藥꽃 바라보니
何似妓裙紅 ~ 어찌 妓生의 다 紅치마 같은가.

(83) 成佛庵
深樹僧房小 ~ 깊은 숲에 작은 僧房
層巒石路分 ~ 層진 봉우리 돌길이 갈라진다.
中宵初見月 ~ 밤이 깊어서야 비로소 달이 보여
滄海闊無雲 ~ 廣闊한 짙푸른 바다에 구름 한 點 없다.
香氣諸天降 ~ 香氣는 諸天에서 내려오고
鍾聲下界聞 ~ 鍾소리는 下界에서 들려오는구나.
冷然人境外 ~ 시원하구나, 人間 밖 世上이여
不恨久離群 ~ 오랫동안 무리 떠나 있음을 恨하지 말라.

(84) 省中夜直 (省中에서 夜直하며)
魚鐶橫戶燭撓光 ~ 쇠고리 門짝에 비끼고 촛불 어지러운데
中禁詞臣坐玉堂 ~ 宮中에 남아 詩 짓는 臣下 玉堂에 앉아있다.
紫殿夜闌鈴索靜 ~ 宮闕 늦은 밤에 방울줄 고요한데
桐花時送隔簾香 ~ 발 너머 梧桐나무에서 꽃香氣 건네온다.

(85) 小桃 (小桃花)
二月長安未覺春 ~ 二月 서울은 채 봄도 느끼지 못하는데
墻頭忽有小桃顰 ~ 담장엔 작은 복숭아꽃 눈짓하네.
嫣然却向詩翁笑 ~ 아리따운 웃음 도리어 늙은 詩人을 向하여 웃으니
如在天涯見故人 ~ 마치 먼 他鄕에서 옛 親舊 본 듯하네.

(86) 小讌贈主牧
(작은 讌會에 主牧에게 드리다)
晩敞芙蓉堂 ~ 저녁이 되어 芙蓉堂을 활짝 여니
淸凝讌寢香 ~ 맑은 香氣 讌會 寢床에 엉겨붙는구나.
一尊開北海 ~ 한 동이 술 열어라 北海 太守의 술자리
千騎下東方 ~ 千里馬가 東方으로 내려가누나.
山雨鏖殘暑 ~ 山비는 남은 더위 물리치고
林風進夕涼 ~ 숲에선 저녁 서늘한 바람 보내는구나.
平生無劇飮 ~ 平生에 마음 놓고 마신 적 없으니
聊盡使君觴 ~ 애오라지 使君의 술은 其必코 다 마셔보리라.

(87) 續曲歌
十四爲君婦 ~ 열 네 살에 當身 아내되어
二十去君家 ~ 스물에 當身 집을 떠났지요.
路逢相識者 ~ 길에서 아는 사람 만나
寄君雙蔕花 ~ 雙蔕花를 보내드립니다.
心中不得語 ~ 마음 속을 말로 못하고
腹作車輪轉 ~ 배에서만 수레바퀴만 굴렀다오.
我是歡家妻 ~ 나는 곧 임의 집 아낙네 였건만
思歡不可見 ~ 임이 그리워도 볼 수 없다오.

(88) 送成則生茂長
(茂長 縣監에 赴任하는 成則生을 보내며)
上念長沙郡 ~ 主上이 長沙 고을 念慮하시어
銅章付省郞 ~ 銅章을 省郞에게 내려 주셨도다.
雙旌非謫宦 ~ 雙깃발은 귀양간 官員 아니니
百里借循良 ~ 百 里의 고을을 循良에게 맡기셨다.
彩翟迎琴集 ~ 彩色 꿩은 거문고 맞아 모이고
晴花拂綬香 ~ 밝은 꽃은 印끈 스쳐 香氣롭고
空看五馬貴 ~ 縣令의 다섯 말 行次 바라보니
西去笑吾忙 ~ 西쪽으로 바삐 가는 나를 비웃는다.
曾到長沙郡 ~ 내 일찍이 長沙 고을 當到하여
溪亭坐晩涼 ~ 개울 亭子에 앉으니 저녁이 서늘했다.
竹風吹帽冷 ~ 대나무 바람은 갓에 불어 서늘하고
荷露滴衣香 ~ 蓮꽃 이슬은 옷에 스며 香氣로웠다.
俊味烹赬鯉 ~ 좋은 按酒에 붉은 잉어 삶아 오고
妖姬薦玉觴 ~ 고운 계집 玉술盞을 올리는구나.
仙遊已如夢 ~ 神仙놀이 이미 꿈만 같으니
回首意茫茫 ~ 고개 돌려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89) 送楊毗盧入靑鶴山
(靑鶴山에 들어가는 楊毗盧를 餞送하며)
晹谷之西碧海上 ~ 晹谷의 西쪽 푸른 바다 위
神鰲戴出蓬萊山 ~ 神鰲는 蓬萊山을 떠받들었구나.
嵯峨一萬二千峯 ~ 높고도 險한 一萬二千 峰우리
白玉束立煙霞間 ~ 白玉을 안개 사이에 묶어 세운 듯하여라.
層硿絶壑祕仙蹤 ~ 層層의 바위와 깎아지른 골짝에 숨긴 神仙의 발자취
雖有絶頂無人攀 ~ 정상에는 아직 등반한 사람 없어라.
最高毗盧峯揷天 ~ 가장 높은 毗盧峯은 하늘에 꽂혀있고
諸山環侍如兒孫 ~ 여러 山들은 子孫처럼 둘러 있구나.
奇巖襞積古苔鎖 ~ 주름진 奇巖怪石에 옛이끼 끼어있고
斗起蒼然撑帝閽 ~ 우뚝 솟아 蒼然히 天帝의 宮門을 버티고있네.
始知嵩高岱宗外 ~ 비로소 알았도다, 저 높은 崇山과 泰山 말고
別有突兀他山尊 ~ 또다른 높은 山 있음을 비로소 알았어라.
扶桑六龍枎火輪 ~ 扶桑의 여섯 龍이 太陽을 붙들고
日日海傍山腰行 ~ 날마다 바다 곁에서 山허리를 다니고 있구나.
驂鸞翳鳳下仙曹 ~ 鳳凰새 타고 神仙世界에 내려오니
十二樓居連玉淸 ~ 열두 樓臺 玉淸宮에 連해 있구나.
乘槎海客紫霞想 ~ 뗏배를 탄 바다 나그네 紫色구름 생각하고
筆端收拾山精英 ~ 붓 끝에 山川의 온갓 精氣 거두었네.
精神貫石石爲裂 ~ 精神이 돌을 꿰뚫으니 돌도 갈라지고
大字欲與峯爭雄 ~ 큰 글씨는 봉우리와 雄壯함을 다투려 한다.
眉山挻蘇岳降甫 ~ 眉山은 蘇氏 낳았고 五岳은 보후 낳으니
毓靈暗許朝雲通 ~ 神靈한 氣運은 隱隱히 아침 구름과 通한다.
紫蓋神氣下中胎 ~ 紫蓋城의 神靈한 氣運 탯속으로 내려와
錦襁初脫麒麟兒 ~ 緋緞 이불에서 麒麟 같은 아이 태어나니
頭森五岳目四海 ~ 머리는 五岳을 닮고 눈은 四海를 닮았어라.
八尺長身天下奇 ~ 天下의 奇怪한 사내라 八尺의 큰 키
巉巖額鼻鑿峯房 ~ 이마와 코는 우뚝한 바위인 듯하여라.
怳對毗盧眞面目 ~ 毗盧峯의 眞面目를 마주보는 듯
人工豈可擅造化 ~ 사람의 才주가 어찌 造化를 마음대로 하리오.
好事天工眞喜極 ~ 일을 좋아하는 하늘의 솜씨에 기쁨이 至極하여라.
前身習氣未全磨 ~ 前生의 묵은 버릇 完全히 없어지지 않아
向人自道毗盧峯 ~ 남 向하여 自身을 毗盧峯이라 말하는구나.
世間方見有脚山 ~ 世上에서 바야흐로 다리 있는 山을 보았으니
何異方瀛浮海中 ~ 方丈ㆍ瀛洲 바다 속에 떠 있음과 어찌 다를까.
塵寰厭答米芾拜 ~ 米芾 같은 사람에게 절 받기 귀찮아 (芾. 작은모양 비)
回首仙山歸興濃 ~ 神仙들의 山에 고개 돌려니 돌아갈 興 무르었다.
溟州直北五臺東 ~ 溟州의 北쪽이요 五臺山의 東쪽
芝成宮闕生虛空 ~ 芝草 쌓인 宮闕이 虛空에 솟았어라.
攢巒飛瀑作洞府 ~ 뭇봉우리 나는 瀑布와 골짝을 이루었고
下有珠潭藏九龍 ~ 그 아래는 珠潭이라 九龍이 숨어있어라.
層臺一柱俯雙闕 ~ 한 기둥의 層臺는 雙闕을 굽어보는데
六月晴雪飄長松 ~ 六月에도 하얀 눈 落落長松에 휘날리는구나.
尋巢靑鶴伴雲飛 ~ 둥지 찾는 靑鶴이 구름을 짝해 날아드니
知是遼東丁令威 ~ 알았도다, 이게 바로 遼東의 丁令威인 줄을.
玄裳縞衣語星星 ~ 흰 저고리 검정치마 말조차 또렷한데
問渠毗盧何日歸 ~ 묻노니 毗盧峯에 너는 어느 날에 돌아가는가.
巖扉寥落蕙帳冷 ~ 돌 사립 寂寞해라 蕙草 帳幕 싸늘하니
萬壑松風誰共聽 ~ 萬 골짝 솔바람을 누가와 같이 들을까.
北山移文已勒成 ~ 北山移文이 지어진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須把筇枝嗚石逕 ~ 어서어서 막대 소리 돌길을 울리어라.
山人愛山不出谷 ~ 山사람은 山을 아껴 골짝을 벗어나니 않고
時有片雲簷下宿 ~ 이따금 조각 구름 처마 밑에 잠자는구나.
天香滿室月色空 ~ 하늘 香氣는 房에 가득하고 달빛은 고요한데
疏磬冷冷煙外落 ~ 風磬 소리 드맑은데 안개 너머 떨어진다.
藥爐經卷可棲遲 ~ 藥爐와 經卷이라 몸 담을 곳 더없는데
淸水明燭生計足 ~ 맑은 물 밝은 촛불 生計마저 넉넉하여라.
飄然甁錫返林泉 ~ 막대 하나 甁 하나로 거뜬히 돌아가니
出家已做忘家禪 ~ 出家하여 집 잊은 禪僧이 되고 말았어라.
山靈應喜得毗盧 ~ 山神靈은 毗盧를 만난 것 너무나 기뻐
置于最上之山巓 ~ 가장 높은 山마루에 올려 놓게 되었다오.
石廩天柱作同行 ~ 石廩峰 天柱峰이 行列이 같다면
雁蕩芙蓉爲弟昆 ~ 雁蕩山 芙蓉山은 아우와 언니로 되었으려나.
風儀戍削表獨立 ~ 깎은 듯한 風采로 表表하게 우뚝 서니
楓岳從今奪顔色 ~ 楓岳도 이제부터 顔色을 빼앗기리라.
勿使醉猿化道士 ~ 醉한 猿숭이 道士로 變하게 하지 말고
長向巖間爲怪石 ~ 길이 바위 틈을 向해 怪石이 되었단다.
我生江海一閑客 ~ 내 人生은 江과 바다의 閑暇한 나그네
幾費登山雙蠟屐 ~ 山을 오르는 나막신을 몇 켤레나 버렸나.
會須振衣直上毗盧千仞岡 ~ 끝내 옷 떨치고 곧장 千 길 毗盧峯에 올라
與君一笑下觀天地窄 ~ 그대와 함께 한 番 웃으며 좁은 天地 내려보리라.

(90) 送柳淵叔之京
(柳淵叔이 서울가는 것을 送別하며)
行裝蕭散等鶉居 ~ 쓸쓸한 行裝이 鶉居와 같은데
囊裏孤琴篋裏書 ~ 자루 속엔 거문고 箱子 속에는 冊.
時論共疑狂李白 ~ 李白의 狂太라고 當時 사람들 疑心하나
故人猶記病相如 ~ 親舊들은 오히려 病든 相如를 記憶한다.
風回曲沼淸長檻 ~ 蓮못을 돌아 부는 바람 긴 欄干 맑게 하고
日送繁陰映綺疏 ~해빛은 짙은 그늘로 紗窓에 비추누나.
歸去洛城如有問 ~서울로 가 나를 묻는 이 있다면
生涯已付武陵漁 ~ 武陵의 낚시질에 이미 生涯를 맡겼다 하여라.

(91) 守歲 (한해를 지키며)
舊歲隨更盡 ~ 묵은 해 밤과 함께 가버리고
新年趁曉來 ~ 새해는 새벽 따라 오는구나.
光陰眞可惜 ~ 歲月이란 참으로 아까운 것
客子轉堪哀 ~ 나그네 몸 더욱 서글퍼지는구나.
寶瑟頻移柱 ~ 寶瑟은 자주자주 기둥을 옮기고
香醪正滃杯 ~ 맛있는 술은 盞에 넘칠 듯 찰랑이네.
明朝已三十 ~ 밝은 아침이면 이미 내 나이 서른 살
衰病兩相催 ~ 늙음과 疾病이 서로 재촉 하는구나.

(92) 睡箴
世人嗜睡 ~ 世上 사람들이 잠을 좋아하여
夜必終夜 ~ 밤이면 으레 밤새도록 자고도
睡晝或睡 ~ 낮에 또 낮잠을 잔다.
睡而不足 ~ 그리고 잠이 不足하면
則咸以爲病 ~ 모두 病으로 여긴다.
故相問訊者 ~ 그러므로 서로 問安할 때는
至以配於食 ~ 먹는 것을 붙여
必曰眠食如何 ~ '眠食이 어떠하냐?'고 한다.
可見人之重睡也 ~ 이것으로 사람이 잠을 대단하게 여김을 알 만하다.
余少曰少睡 ~ 내가 젊어서는 잠이 적고
亦不病 ~ 또 앓지를 않았는데
年來漸多睡漸衰 ~ 요즘 와서는 잠은 많아지고 漸漸 衰弱해진다.
不自知其故 ~ 그래도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했었다.
熟思之則睡乃病之道也 ~ 곰곰이 생각해보니 잠이란 病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人身以魂魄爲二用 ~ 사람의 몸은 魂과 魄 두 길로 用事를 한다.
魂陽也 ~ 魂은 陽이고,
魄陰也 ~ 魄은 陰이다.
陰盛則人衰且病 ~ 陰이 盛해지면 사람이 衰弱해져서 病들게 되고
陽盛則人康无疾 ~ 陽이 盛해지면 사람이 健康하고 無病해진다.
睡則魂出 ~ 잠을 자면 魂은 나가고
魄用事于中 ~ 魄이 몸속에서 用事하게 되므로
故陰以之盛而致衰疾 ~ 陰이 盛해져 衰弱해지고 病드는 것은
固也 ~ 뻔 한 일이다.
不睡則魂得其 ~ 잠을 안자면 魂이 제 구실을 하여
自能制魄 ~ 魄을 눌러서
使不得侵陽也 ~ 陽을 侵犯하지 못하게 만든다.
睡宜不過多也 ~ 그러므로 잠을 너무 많이 자서는 안 된다.
經云 ~ 經에 이르기를
煩惱毒蛇 ~ "煩惱는 毒蛇니,
睡在汝心 ~ 잠이 네 마음에 있는 것이 바로 毒蛇다.
毒蛇已去 ~ 毒蛇가 없어져야만
方可安眠 ~ 便安히 잘 수 있다."하였다.
世之嗜睡者 ~ 世上의 잠꾸러기들은
皆爲惱蛇所困也 ~ 모두 毒蛇 같은 煩惱로부터 辱을 當하는 셈이니
豈不可懼歟 ~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仍箴以自警曰 ~ 箴을 지어 다음과 같이 스스로 警戒한다.
吁惺惺翁 ~ 아, 惺惺翁이여
宜睡眼勿睡心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말라.
睡眼則可以炤心 ~ 눈만 자면 마음은 밝힐 수 있지만
睡心則陰魄來侵 ~ 마음까지 자면 陰의 魄이 와서 덤빈다.
魄侵陽剝體化爲陰 ~ 魄이 侵擄하여 陽이 부서지면 몸이 變하여 陰이 되니
其與鬼相尋 ~ 그러면 鬼神과 서로 어울리게 된다.
吁可畏惺翁 ~ 아, 두렵다. 惺惺翁이여!

(93) 宿金城
縣郭依山樾 ~ 고을 城郭 山기슭에 붙어
荒齋俯樹林 ~ 낡은 집은 나무 숲을 굽어본다.
使君能館穀 ~ 員님이 먹을 糧食 주시니
行子有歡心 ~ 나그네 마음이 흐뭇도 하다.
客久秋强半 ~ 오랜 他鄕살이에 가을도 깊어
談餘夜向深 ~ 이야기 끝에 밤 깊어간다
風簾閃燈影 ~ 珠簾에 부는 바람에 燈盞 어른거리고
雨砌澁蟲音 ~ 뜨락에 비 내리고 벌레 소리 시끄럽다.
玉膾絲絲斫 ~ 실오리처럼 生鮮膾를 썰어서
香醪細細斟 ~ 맛있는 술 조금씩 따라 마신다.
窮途一飽足 ~ 窮할 때는 한 番 飽食도 滿足스러워
感激意難任 ~ 感激하여 마음에 맞기기도 어렵구나.

(94) 宿洛山寺
重尋五峯寺 ~ 五峯寺를 다시 찾아오니
風景似前年 ~ 風景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竹逕通秋屐 ~ 대숲 길을 오가는 가을 발길
花臺起夕煙 ~ 花臺에 저녁煙氣 피어오른다.
歡迎羅衆衲 ~ 여러 스님 열 지어 歡迎하니
勝踐躡諸天 ~ 멋진 발걸음 諸天을 밟아간다.
已悟無生忍 ~ 이미 不生不滅의 眞理 깨달아
蕭然淨俗緣 ~ 肅然히 俗된 因緣 씻어버린다.

(95) 宿德源民舍. 1 (德源에서 民泊하며)
城外悲笳夜半吹 ~ 城 밖에 슬픈 胡笳 밤中에 들려오고
女垣斜月展愁眉 ~ 城가퀴 비낀 달은 근심 어린 눈썹 편다.
河流遠坼單于壘 ~ 물줄기 아득히 되놈의 堡壘 나누었고
海色遙明大將旗 ~ 바다 달빛 아득히 大將 깃발 비추누나.

(96) 宿德源民舍. 2
王粲倚樓空作賦 ~ 樓臺에 기댄 王粲은 空然히 詩를 짓고
杜陵徒步只吟詩 ~ 맨발의 杜甫는 오직 詩만 읊었어라.
空聞戰血傾伊洛 ~ 戰場에 흐른 핏물 伊水와 洛水로 든다는데
却敵何人出六奇 ~ 敵 물리치는 일에 누가 奇拔한 計策 짜낼까.

(97) 宿德源民舍. 3
斜月含山宿霧晴 ~ 비낀 달 山에 들고 짙은 안개 맑게 개니
僕夫相對語前程 ~ 下人들은 저희끼리 앞길을 수군댄다.
中宵起舞君休怪 ~ 한밤에 추는 춤을 그대는 異常타 마오
未必荒鷄是惡聲 ~ 때 아닌 닭 울음도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98) 宿瑞興人家
甌笋捧纖纖 ~ 砂鉢에 담은 竹筍 손수 받들고
龍團渴更添 ~ 龍團이 말라가니 다시 더 보탠다.
天寒風捲幙 ~ 날이 차니 바람은 帳幕을 걷고
夜久月窺簷 ~ 밤이 깊으니 달은 처마를 엿본다.
山蹙文君錦 ~ 卓文君의 緋緞처럼 주름진 山
香熏賈氏簾 ~ 賈氏의 珠簾처럼 香氣 진하구나
蓬山一千里 ~ 蓬山은 千 里 밖에 있어
歸夢曉懕懕 ~ 새벽마다 꿈 속에 실컷 돌아간다.

(99) 宿正陽寺東廂 (正陽寺 東廂에 묵으며)
花宮隱映金芙蓉 ~ 花宮은 金芙蓉을 어리비치고
闍梨起打二更鍾 ~ 上座僧은 일어나 二更 鍾을 친다.
試拓交窓一揮手 ~ 손 한 番 휘둘러 두 窓을 열어보니
涼月湧上樓東峯 ~ 樓臺 東쪽 봉우리에 달 솟아오른다.
桂影婆娑白銀闕 ~ 흰 銀빛 宮闕에 桂樹 그림자 춤을 추니
千巖萬壑瓊瑤窟 ~ 온 바위며 온 골짝이 瓊瑤의 窟이구나.
天風翩翩吹我衣 ~ 하늘 바람 살랑이며 내 옷을 펄렁이니
飄然八極神橫逸 ~ 八方 끝에 날 듯이 精神이 恍惚하다.
怳疑身世陟珍臺 ~ 아마도 내 한 몸이 珍臺에 오른
浮丘仙人安在哉 ~ 물에 뜬 언덕의 神仙님은 어디 있는가
不須鞭石橋滄海 ~ 돌 몰아서 滄海에 다리 놓을 必要없어라.

(100) 宿黃州
屛蕉隱映背蘭釭 ~ 둘러선 芭蕉는 어리비추며 蘭釭을 등지고
瑟柱初張萬玉鏦 ~ 琵琶 기둥 갓 고르니 온갖 玉돌 쟁그렁소리.
羔酒滿斟金張暖 ~ 高梁酒 盞에 술 부으니 金張이 따뜻해져
任他風雪撲寒窓 ~ 눈바람은 저 마음대로 窓門을 때리는구나.

(101) 試士回到楊山作
(試驗 본 선비가 楊山에 이르러)
棘撤催歸騎 ~ 科場이 걷어지자 돌아갈 길 재촉하여
楊州暫解顔 ~ 楊州에 이르러서 暫깐 緊張을 풀었다.
使君斟綠醞 ~ 員님은 좋은 술을 勸하고
淸樂動雲鬟 ~ 雲鬟의 妓女들은 맑은 風樂 울린다.
挑燭香凝帳 ~ 촛불을 돋우니 帳幕에 香이 어리고
掀簾雪滿山 ~ 珠簾이 걷히니 온 山에 눈이 가득하다.
歡娛不知竟 ~ 기쁘고 즐거워 마칠 줄을 모르나니
良夜已闌珊 ~ 좋은 이 밤에 時間이 이미 늦었구나.

(102) 十王百川洞 ( 十王百川洞에서)
陰洞窺靚深 ~ 어둑한 골짜기 그 깊은 곳 들여보며
回川涉泱漭 ~ 넘실넘실 돌아드는 河川을 아득히 건너간다.
線路仄峻涯 ~ 오솔길은 險한 언덕에 매달려 있고
嵌壁環穹嶂 ~ 깊은 골짜기 壁은 높은 山을 둘렀구나.
搜奇忘險艱 ~ 좋은 景致 더듬어 찾으니 險한 것도 잊고
陟高勞偃仰 ~ 높은 데를 오르다 疲困하여 엎드려 쳐다본다.
匯磵怒湍崩 ~ 성낸 물결 무너져 急한 沼를 이루고
拔地危峯上 ~ 땅을 뽑아 올린 듯 높은 봉우리 솟아있다.
斷硿屢改屐 ~ 끊어진 벼랑에서 신을 몇 番이나 고쳐 신고
傾巖費移杖 ~ 傾斜진 바위에는 지팡이도 옮기지 못한다.
瀑流洒還空 ~ 瀑布는 물 뿌리다가 도로 潛潛해지고
石角森相向 ~ 돌 머리는 쭝긋쭝긋 서로 맞서 늘어섰다
葱倩楓括交 ~ 파릇파릇 楓括은 서로 엉켜있고
晻靄霏煙漲 ~ 어둑한 물안개는 아른아른 煙氣처럼 퍼진다.
冥詮幸遐討 ~ 神秘한 法典을 멀리 찾자니
逸境留淸賞 ~ 뛰어난 곳에 맑은 구경거리 남기는구나.
勝景愜幽悁 ~ 좋은 景致는 깊숙한 情에 洽足하고
玄悟快煩想 ~ 玄妙한 깨우침 煩惱를 快히 씻어낸다.
縣閬通絶港 ~ 閬縣은 絶港과 서로 通해서
喬簫非遠響 ~ 仙人 王喬의 퉁소소리 먼 곳이 아니구나.
謫籍尙通班 ~ 귀양살이 오히려 班과 通하거늘
天梯咸飛爽 ~ 空中에 친 사닥다리도 더러는 날아오른다
芝車倘下來 ~ 仙人이 수레 타고 萬若에 내려온다면
一笑解世網 ~ 한 番 웃으며 世上살이 얽힘을 풀어주리라.

(103) 神光寺
宮殿麗巖腰 ~ 宮殿처럼 華麗한 바위허리
祥雲捧綺寮 ~ 祥瑞로운 구름 깁窓을 받든다.
檀施自公主 ~ 施主는 公主로부터 始作되고
結構在前朝 ~ 절 建築은 高麗 때 했었도다.
地布黃金燦 ~ 黃金이 燦爛하게 땅에 깔리고
臺騫碧漢遙 ~ 대가 높이 솟고 銀河水는 멀리 있다.
瑞毫三界絢 ~ 瑞光의 끝은 三界에 絢亂하고
天樂六時調 ~ 하늘 소리 六時에 調和롭구나.
欹側週廊巧 ~ 비스듬히 둘러선 回廊 精巧하고
森羅像設喬 ~ 森嚴하게 모셔진 金像은 크다랗다.
鴿驚風鐸翥 ~ 風磬 소리에 놀라 합새는 날고
龍抱火珠跳 ~ 龍은 火珠를 껴안은 채 뛰논다.
花雨霑瑤蓋 ~ 꽃비는 瑤臺의 지붕을 적시고
燈輪切絳霄 ~ 燈꽃의 기둥은 불빛 하늘과 調和롭다.
壯觀眞駭矚 ~ 壯觀이라 참으로 눈이 휘둥그래하고
幽賞暫停軺 ~ 수레 暫깐 멈추고 그윽히 구경하노라.
蒲供陳淸淨 ~ 蒲團의 이바지는 淸淨하게 베풀어지고
禪談慰寂寥 ~ 參禪 이야기는 寂寞을 慰勞해 주노라
經函明貝葉 ~ 모든 佛書는 貝葉 위에 鮮明하고
鍾梵殷山椒 ~ 梵鍾 소리는 山꼭대기에 隱隱하구나.
苦海誠難涉 ~ 苦海를 건너가긴 正말 어렵고
慈航未易招 ~ 慈航을 부르기 쉽지 않구나.
還從舍利子 ~ 뒤미처 舍利子를 따르리니
空界倘相邀 ~ 空界에서 或是 서로 맞아주려나.

(104) 安城館
客裏經寒食 ~ 客地에서 寒食을 지나며
春光奈老何 ~ 봄빛이 늦어지니 어찌하리오.
出門芳草遍 ~ 門을 나서면 두루 봄풀인데
倚杖落花多 ~ 지팡이 기대서니 꽃잎이 진다.
公子聯鑣訪 ~ 公子는 말 타고 갔는데
佳人勸酒歌 ~ 佳人은 勸酒歌를 부른다.
莞然開一笑 ~ 빙그레 한 番 웃으니
足以慰蹉跎 ~ 出世못한 서글픔 잊기에 足하다.

(105) 夜客
客夜人無睡 ~ 나그네 身世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微霜枕簟寒 ~ 첫서리에 베개와 이불마저 싸늘하구나.
故林歸不得 ~ 故鄕 동산에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新月共誰看 ~ 새로운 저 달을 누구와 같이 바라보랴.
北里調砧急 ~ 북녘 마을 다듬잇소리 빠르기도 한데
西隣品笛殘 ~ 西녘 이웃 피릿소리에 餘韻이 남는구나.
倚楹仍悵望 ~ 기둥에 몸 기대어 서글피 바라보니
鳴雁在雲端 ~ 울고 가는 기러기는 구름 끝을 나는구나.

(106) 夜坐
經卷橫烏几 ~ 經書는 검은 几에 비껴 있고
香煙裊鴨鑪 ~ 香 煙氣는 鴨鑪에서 하늘거린다.
不知軒冕客 ~ 모를겠구나 벼슬아치들
能似此翁無 ~ 能히 이 늙은이와 같을 수 있을까.

(107) 養眞堂
春陰漠漠映璇題 ~ 봄 그늘 아득하여 추녀 끝을 비추고
欹枕東廂已午鷄 ~ 東廂의 베갯머리에 대낮의 닭이 운다.
風裊篆煙縈檻細 ~ 바람에 날린 火爐 煙氣 欄干을 돌아
雨含山翠滴簾低 ~ 비 머금은 山안개 나직이 발에 내린다.
欄花解事迎人笑 ~ 들꽃은 일 아는 듯 사람 맞아 웃고
谷鳥多情伴客啼 ~ 골짝 새는 多情하여 나그네와 벗하여 운다.
非有別懷魂更斷 ~ 離別이 싫다 하여 넋이 다시 끊어지고
故園今在渭橋西 ~ 渭橋의 西쪽에 있는 옛 동산이 그립구나.

(108) 良策
空館夜超超 ~ 空館이라 밤이 길기도 하여
羅帷捲寂寥 ~ 고요에 못 견디어 緋緞 揮帳을 걷는다.
初寒微霰集 ~ 첫 추위에 싸락눈 조금 내리고
永夜朔風驕 ~ 北風은 驕慢스레 긴 저녁 내내 불어오네.
飄泊情長倦 ~ 떠돌자니 情은 늘 게을러지고
譏讒骨已銷 ~ 謀略 속에 내 뼈는 이미 녹아버렸구나.
關河信難越 ~ 關河를 넘기 참 어려우니
天外絳河遙 ~ 하늘 밖 銀河水 아스라이 멀도다.

(109)憶鑑湖 (鑑湖를 記憶하며)
我家住在鑑湖西 ~ 내 집은 鑑湖의 西쪽에 있으니
千巖萬壑如會稽 ~ 온갖 바위와 골짜기는 會稽와 같구나.
愛看魚鳥放山澤 ~ 물고기와 새를 구경하기를 좋아하여 山과 못을 찾으니
笑遺名利同筌蹄 ~ 名譽와 利慾을 남기는 것은 비웃나니 통발 같은 拘束이라네.
偶然獻賦蓬萊殿 ~ 偶然히 賦를 지어 蓬萊殿에 올렸더니
爭賞彩筆如虹霓 ~ 뛰어난 文體 무지개 같다하여 다투어 稱讚하네.
金門避世困索米 ~ 大闕에서 避하니 쌀도 사지 못해 窮하여
東洛十聽秋蛩嘶 ~ 東洛에서 十 年을 가을벌레 소리 들었노라.
素衣化盡鬢如雪 ~ 흰 옷은 새까맣고 살쩍 털은 눈 같이 희어지니
回首祖州歸夢迷 ~ 祖州를 回想하매 돌아가는 꿈 稀微하도다.
空敎轉喉屢觸諱 ~ 空然스레 입을 놀려 여러 番 忌諱를 抵觸하니
未免懲熱仍吹虀 ~ 懲罰이 바람 불 듯 불고 나물 버무리듯 함을 免치 못하네.
燕雀徒誇集阿閣 ~ 제비와 참새 같은 무리들은 저 언덕 樓閣에 서로 모인 것만 자랑하고
神龍或自蟠泥沙 ~ 神聖한 龍들은 或 스스로 모래 진흙을 밝는구나.
人間萬事固如是 ~ 人間의 모든 일이 眞實로 이와 같으니
有脚不踏靑雲梯 ~ 다리는 있는데도 靑雲의 사다리를 밟지 못하네.
鬼門關外客路闊 ~ 鬼門關 밖에는 나그네 다니는 길만 널찍하니
同時俊髦猶金犀 ~ 같은 時代 젊은 人才 金犀帶를 둘렀네.
樊翮翩翾不自擧 ~ 울안에 갇힌 새는 스스로 날지 못하고
哀鳴幾憶南枝棲 ~ 슬피 울며 몇 番이나 南쪽 가지의 둥지를 그리워했던가.
黃茆蕭蕭川接海 ~ 누른 잔디는 쓸쓸하고 냇물은 바다 닿아
瘴煙盡黑蘆笋齊 ~ 대낮에도 濕氣 많고 갈대 순은 오붓하구나.
客軒煩墊坐深甑 ~ 客室은 사뭇 더워 깊은 시루 속에 앉은 듯
桐陰日午啼彩鷄 ~ 한낮의 梧桐나무 그늘에 빛깔 고운 닭이 우는구나.
忍飢無處通假借 ~ 아무리 굶주려도 빌릴 곳은 全혀 없고
鰻魚苦臭田多稗 ~ 長魚는 냄새 사납고 논에는 피도 많구나.
思君見君不可得 ~ 그대가 그리워 만나려 해도 만날 길이 없어
有酒孰共斟玻瓈 ~ 술은 있는데 그 누구와 함께 玉盞을 나눌까.
半生離合足悲喜 ~ 半生의 離別과 만남이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데
長嗟人事極多睽 ~ 아, 사람의 일이란 너무도 어긋나는 일이 많구나.
陽和布澤但蘇槁 ~ 穩和한 氣運 북돋우고 恩澤 입혀서 시든 物件 살려내리
東路自此鞭歸驪 ~ 여기서 東쪽 길로 말을 몰아 돌아가리.
故園松菊尙三逕 ~ 옛 동산 소나무와 菊花꽃은 아직도 세 오솔길
自斷晩歲安農畦 ~ 늙어지면 農事터에 便安히 묻히기로 스스로 決心했소.
風流丘壑吾輩事 ~ 山에서의 風流가 우리들의 日常이니
鵬路莫更思攀躋 ~ 벼슬길에 오를 생각 다시는 말아야지.
我自康健子亦壯 ~ 내 스스로 康健하고 그대 또한 健壯하니
探勝不妨相提携 ~ 서로 손 마주 잡고 좋은 景致 찾는 것 妨害나 받지 말게나.
蟾宮藍島舊有約 ~ 蟾宮의 푸른 섬에 묵을 言約 있는데
幾日伴子同耕犁 ~ 몇날이 되어야 그대와 짝이 되어 밭을 갈게 될까.

(110) 憶權趙諸君
(權ㆍ趙 諸君을 記憶하며)
天涯悲作客 ~ 먼 하늘 가 서글픈 나그네 身世
澤畔恨離群 ~ 물가에 離別하는 무리들이 恨스러워라.
花事今將盡 ~ 꽃은 피어 이제부터 다 끝나 가는데
鶯聲不欲聞 ~ 꾀꼬리 울음 듣고 싶지도 않아라.
親朋杳千里 ~ 親한 벗 千 里 멀리 아득하니
日夕詠停雲 ~ 날 저물면 親舊생각 노래 부르리라.

(111) 憶石洲
楚塞身何遠 ~ 楚나라 要塞라 몸은 어찌나 먼지
秦關望漸賖 ~ 秦關望을 바라보니 漸漸 더 아득하다.
惟憐湘水夢 ~ 다만 湘水의 꿈이 사랑스러워
偏在故人家 ~ 유달리 옛 親舊의 집에만 있도다.
恨入王孫草 ~ 恨스러움 王孫의 풀에 깃든다면
愁添蜀帝花 ~ 시름은 蜀帝花에 더하는구나.
紉蘭行澤畔 ~ 蘭草 꿰어 佩物 삼아 못 가를 거닐고
倚玉隔天涯 ~ 倚玉은 머나먼 하늘 끝에 있도다.
海黯停雲合 ~ 바다는 어둑한데 구름이 몰려들고
山橫落景斜 ~ 山은 비끼어 있고 저녁 해는 기우는구나.
春來有佳句 ~ 봄에 지은 아름다운 글句 있거든
莫惜問懷沙 ~ 아끼지 말고 屈原의 글에 물어보아라.

(112) 憶太虛亭
遙憐鑑湖墅 ~ 아련히 鑑湖의 들 亭子 그리워라
煙景膩殘春 ~ 봄날의 景致에 남은 봄이 潤澤하다.
江燕語留客 ~ 江가의 제비 소리에 길손 머물고
林花飛趁人 ~ 숲 속 꽃잎은 날아다니며 사람을 따른다.
思將濯纓水 ~ 將次 갓끈 씻은 물을 가져와
洗盡化衣塵 ~ 옷 더럽힌 먼지를 다 빨았으면 좋겠다.
羽翮在羅網 ~ 날개깃이 그물 속에 갇혔으니
誰爲自身在 ~ 그 누가 스스로 自由로운 몸이 될거나.

(113) 與景武宿學仙堂
(景武와 學仙堂에서 묵다)
故人能命駕 ~ 親舊는 늘 나를 찾아와
仍伴郡齋眠 ~ 서로 어울려 고을 官衙에 묵었다.
寵辱驚今日 ~ 寵愛와 辱됨에 놀란 오늘
悲懽說舊年 ~ 슬픔과 기쁨의 옛날을 이야기 한다.
天長霜雁怨 ~ 높은 하늘에 기러기는 서리가 恨스럽고
漏盡燭花偏 ~ 밤은 깊어가는데 촛불 꽃이 지는구나.
吏體吾方傲 ~ 官吏의 品位 維持에 傲慢해지는 나
滄洲憶釣船 ~ 滄江에서 낚싯배를 追憶하노라.

(114) 旅舍
異地春將晩 ~ 客地에 봄이 저물어가니
年光奈老何 ~ 나이는 늙어감을 어찌하나.
林花經雨少 ~ 숲 속 꽃들은 비 지나니 적어지고
鳥語得晴多 ~ 새 우는 소리는 날 개니 많아지는구나.
身世悠悠客 ~ 身世는 멀고 먼 나그네 身世
乾坤浩浩歌 ~ 天地엔 浩放한 노래로구나.
忘生憑底物 ~ 무엇을 依支하여 生을 잊었나
案上有楞伽 ~ 冊床 위에는 楞伽經이 놓여 있었구나.

(115) 礪山逢尹止中
(礪山에 尹止中을 만나다)
珥筆承明直瑣闈 ~ 命令을 받들어 붓대 귀에 꽂고 番을 설 때
御香同襲侍臣衣 ~ 侍從하는 臣下 옷자락에 임금님의 香氣 스며든다.
天囷照夜千艘集 ~ 天囷星이 비추는데 千 隻의 배가 모여들고
綉服輝春四牡騑 ~ 네 필 말이 달리니 繡놓은 옷이 봄에 빛나네.
深喜聯衾俱逆旅 ~ 너무 기쁘기는 이불 갖춘 旅館만큼 기쁘고
不妨竝轡賞芳菲 ~ 고삐를 마주 잡은 風景놀이도 좋구나.
江南萬里花將發 ~ 數萬 里 江南땅에 꽃들은 將次 피어나리니
能憶金門對紫薇 ~ 紫薇院 마주 보던 金門이 생각나네.
乘驄暫許外臺居 ~ 騘馬 타고 暫깐 동안 外臺에 머무르며
回首靑雲跡漸疏 ~ 구름을 돌아보니 자취 漸漸 성글어지네.
時輩雖嘲逐貧賦 ~ 世上 사람들 揚雄의 逐貧賦를 嘲弄해도
故人寧著絶交書 ~ 親舊들이야 어찌 嵇康의 絶交書를 지을까.
春來花鳥添離恨 ~ 봄이 오니 꽃과 새는 離別의 恨을 더하고
老至林泉憶弊廬 ~ 늙어가니 살림의 陋醜한 草家집이 생각난다.
却笑淸朝俱落拓 ~ 어이없이 밝은 朝廷 모두가 落拓을 當하다니
可容聯佩待公車 ~ 임금님의 부름을 기다리면 짝 됨을 容納리라.

(116) 閭陽
塞近秋防緊 ~ 邊方 近處에 가을 防禦 急한데
途長客意厭 ~ 途長은 길어 나그네 마음 싫증만 난다.
馬煩知日昃 ~ 말은 지치고 해는 기우는데
鵰急覺風嚴 ~ 매가 빨리 날아가니 바람이 甚하구나.
廢堡聞城角 ~ 荒廢한 城의 堡壘에는 胡角소리 들리고
荒鄽辨酒帘 ~ 荒廢한 城에는 酒幕의 깃발 펄럭인다. (帘. 기렴)
探詩自排悶 ~ 詩를 찾아 스스로 근심 잊나니
不害撚寒髥 ~ 찬 鬚髥을 쓰다듬는 것도 害롭지는 않으리.

(117) 旅懷
瑤絃一曲動文君 ~ 거문고 한 曲調 卓文君을 불러일으키니
關塞蒼蒼日欲曛 ~ 國境關門은 아득하고 날조차 저물어간다.
落葉滿庭門早掩 ~ 落葉은 뜰에 가득하고 門은 일찍 닫혔는데
雁聲偏向客中聞 ~ 기러기 소리 유달리 나그네에게만 들려온다.

(118) 詠桂樹
桂樹來南海 ~ 南海에서 건너온 桂樹나무
何年植此山 ~ 어느 해에 이 山에 심어졌는지.
天香風處落 ~ 바람 있는 곳에 하늘 香氣 떨어지니
疑是月中攀 ~ 아마도 달 속의 더위잡는 끈인가보다.

(119) 靈源寺
螺宮高削翠芙蓉 ~ 깎아지른 山빛에 절이 우뚝 솟아
日出金霏射牖濃 ~ 해가 돋자 金빛 짙게 窓門을 쏘아댄다.
舍利舊藏多寶塔 ~ 舍利는 예부터 多寶塔에 감췄는데
沙彌猶扣下堂鍾 ~ 上座僧은 오히려 下堂의 鍾을 친다.
蓮花晝集聽經鳥 ~ 낮에는 蓮꽃에 새가 모여 讀經 소리 듣고
雲氣秋盤入洞龍 ~ 구름 氣運 가을에 서리어 龍이 골에 든다.
絶境偶拚人外賞 ~ 외딴 곳에 偶然히 人間 밖 景致 보아
振衣伋陟望高峯 ~ 옷 떨쳐 입고 곧바로 望高峯에 오른다.

(120) 寧遠城
橫梢走馬驀長坡 ~ 달리는 말 채찍질 하여 긴 둑 내달아
年少相逢意氣多 ~ 少年들 서로 만나니 意氣가 揚揚하구나.
笑脫羅衫沽美酒 ~ 웃으며 緋緞 두루막 벗고 맛있는 술 사서
倡樓留唱女郞歌 ~ 倡樓에 머물러 쉬면서 女郞歌를 부르네.

(121) 永平府 ( 永平府에서)
盧龍城裏日初曛 ~ 盧龍城 안에 날 저물자
右北山頭結陣雲 ~ 右北山 꼭대기에 뭉게구름 모이네.
共說單于來牧馬 ~ 모두들 말하기를 오랑캐 와서 말 먹이며
漢家誰是李將軍 ~ 漢 나라의 李將軍이 누구냐고 말한다네.

(122) 迎薰樓
絶域春寒重 ~ 외딴 곳이라 봄추위 甚하고
高樓落日斜 ~ 높은 樓閣에 해가 지는구나.
佳人頻勸酒 ~ 佳人이 자주 술 勸하는데
客子正思家 ~ 나그네는 집생각만 懇切하다.
曲岸餘殘雪 ~ 굽은 둑에 눈이 남아 있어
辛夷有早花 ~ 개나리는 일찌 꽃이 피었구나.
蒼蒼關塞黑 ~ 아득한 邊方은 어두워가고
城樹已棲鵝 ~ 城채의 숲에는 갈가마귀 깃든다.

(123) 玉梅花下用櫻桃花下韻
(玉梅花 아래서 '櫻桃花下'를 用韻하다)
花事春猶淺 ~ 꽃의 일은 봄이 오히려 얉아
南翁興已衰 ~ 南쪽 늙은이 興이 이미 시들었다.
正憐微雨後 ~ 가랑비 지난 뒤라 正말 좋지 않으나
無那夕陽時 ~ 때마침 夕陽이라 어쩔 수가 없도다.
浥露香先動 ~ 이슬에 젖으니 香이 먼저 감돌다가
迎風態自遲 ~ 바람 받으니 態度 절로 느려진다.
空嗟萬里客 ~ 부질없이 서글퍼지는 萬 里 나그네여
垂老鬢如絲 ~ 늙어가니 살쩍머리는 흰 실과 같구나.

(124) 用答春韻 (答春을 用韻하여)
瘴雲霾日晦還明 ~ 濕한 구름 날을 가려 어둡다 밝아지고
莫說春光比兩京 ~ 봄빛을 두 서울에다 견주어 말을 말라.
能使逐臣腸數盡 ~ 쫓겨난 臣下로 애肝腸 자주 닳게 하니
隔林終日怪禽聲 ~ 숲 건넌 쪽에 終日토록 怪異한 새소리 들린다.

(125) 用代春贈韻
(代春贈의 韻을 使用하여)
雪後山光浸水光 ~ 눈 온 뒤에 山 빛은 물빛에 젖어들고
酴醾將白阿槐黃 ~ 여미는 희끗희끗 阿槐는 노랗구나.
請君莫恨江南遠 ~ 바라기는 그대 江南 멀다고 恨歎 마오
風景元來似故鄕 ~ 風景이 元來 故鄕과 비슷하다오.

(126) 寓邸漫書 (집에서 마음대로 적다)
春色何如畫省看 ~ 尙書省서 보노니 봄빛이 어떠한가
輕陰漠漠杏花寒 ~ 엷은 그늘 漠漠하고 살구꽃 차갑구나.
病遭杯酒先心怯 ~ 病든 몸도 술맛 나 마음 먼저 두렵지만
老讀詩書亦興闌 ~ 늘그막에 글 읽으니 興 또한 느긋하도다.
冠在欲從神武掛 ~ 머리에 쓴 冠 벗어 神武門 위에 걸어두니
身强寧懾惠文彈 ~ 心身이 康健하니 어찌 惠文冠에 萎縮되리오.
浮沈且玩人間世 ~ 浮沈을 거듭하며 人間 世上 구경하며
昭代投簪却是難 ~ 밝은 時代에 벼슬 버리는 일도 어렵도다.
淸明節物已闌珊 ~ 淸明節이라 이미 時節의 景物들 무르익고
落盡園紅滿地斑 ~ 동산 꽃 다 떨어져 땅에 가득 얼룩진다.
天外宿雲兜率院 ~ 하늘 밖의 뭉게구름 兜率院 그곳이라
夢中芳草洛迦山 ~ 꿈속의 꽃다운 풀 洛迦山에 있도다.
輕寒悄悄春侵幙 ~ 가벼운 추위 썰렁해도 봄은 帳幕을 찾고
小雨愔愔晝掩關 ~ 작은 비 어둑하여 낮에도 門을 가렸도다.
自捲斑簾聊北望 ~ 얼룩 대나무 발 올리고 北쪽을 바라보니
遠岺煙際點螺鬟 ~ 안개 서린 먼 봉우리 끝은 螺鬟을 그린 듯.

(127) 寓懷. 1 (感懷에 부쳐)
彭澤公田秫 ~ 彭澤令은 陶淵明의 수수밭이고
河陽一縣花 ~ 河陽땅 온 고을이 꽃世上이로다.
歸來君自逸 ~ 돌아온 그대는 절로 便한데
拙官爾堪嗟 ~ 못난 벼슬아치 너희는 서글퍼하누나.

(128) 寓懷. 2
漉酒頭巾墊 ~ 술 거르니 頭巾은 꺾여지고
趨塵手板斜 ~ 티끌 속 헤매니 計算이 기우는구나.
賢愚俱泯滅 ~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 모두가 죽는 法
黃綬豈吾誇 ~ 누런 벼슬 印끈이 어찌 내 자랑이 되리오.

(129) 寓懷. 3
田畝略抛荒 ~ 밭이랑은 거의 다 묵혀 荒廢하고
人民半死亡 ~ 百姓들은 거의 折半이나 죽었도다.
征徭仍聚斂 ~ 戰爭과 賦役에 苛斂誅求라
水旱更蟲蝗 ~ 물亂離 가뭄에 또 蟲災까지 덮쳤구나.

(130) 偶興
南窓睡起葛巾低 ~ 南窓에서 잠을 깨니 葛巾이 내려오고
滿院濃陰樹色迷 ~ 院에 가득한 짙은 그늘은 풀色과 混沌되네.
蹤迹久淹滄海上 ~ 바닷가에 오랫동안 蹤迹을 감추고 사는데
鄕山遙在碧峯西 ~ 故鄕의 山은 멀리 푸른 봉우리 西쪽에 있다.
花殘菜隴黏香蝶 ~ 菜蔬밭에 꽃이 남아 나비가 날아들고
日轉桑園響午鷄 ~ 뽕나무 밭에 햇빛 드니 낮에 닭이 우는구나.

(131) 圓通寺
所徑獅子峯 ~ 獅子峯을 질러가는 길
得造圓通寺 ~ 圓通寺에 當到를 하였다.
藤刺罥我衣 ~ 藤덩굴 가시는 내 옷을 옭아매고
香葛澾我履 ~ 내 신은 칡덩굴에 미끌어진다.
催藍涉石湍 ~ 가마를 재촉하여 돌 여울 건너니
赤葉滿虛隧 ~ 丹楓잎이 빈 웅덩이에 가득하다.
雲日映喬林 ~ 구름 낀 해는 높은 숲에 비치고
嵐霏捲微吹 ~ 바람은 嵐氣 활짝 말아 분다.
入門老僧迎 ~ 門에 들자 늙은 중이 마중나와
見我顔色喜 ~ 나를 보고 반기는 얼굴이로다.
言從二兄遊 ~ 둘째 兄 따라 놀러 나갔다
探勝窮靈閟 ~ 名勝地 찾아 神秘로운 곳을 헤맸었다.
出示軸中詩 ~ 두루마리 속의 詩를 내보여
讀之還拭淚 ~ 읽어 보니 눈물이 절로 흐른다.
哀哀斷絃情 ~ 이다지도 슬픈 건가 斷絃의 情이란 것이
杳杳看雲思 ~ 아득히 구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132) 留別
此行何日更歸來 ~ 이제 가면 어느 날 다시 오게 되려는가
淚酒羅衫意轉哀 ~ 緋緞 赤衫에 눈물 뿌려 마음은 한결 서글퍼지네.
行到江南逢驛使 ~ 江南에 와 驛의 官吏 만나 보니
暗香先入嶺頭梅 ~ 그윽한 香氣 먼저 고개 머리 梅花에서 풍겨오네.

(133) 留松京
故國遺墟在 ~ 옛나라 터만이 남아있고
荒城客子過 ~ 거친 城에 나그네는 지나간다.
半千無王氣 ~ 五伯 年에 王氣는 없어지고
百二有山河 ~ 百二 江山은 그대로구나.
落日村煙冷 ~ 지는 해에 煙氣는 차갑고
餘寒野雪多 ~ 추운 날씨에 들에는 많은 눈 남았구나.
南樓一惆悵 ~ 南쪽 樓臺도 한같이 서글픈데
弔古且長歌 ~ 지난일 슬퍼하며 길게 노래부른다.

(134) 楡岾寺
金鍾法像月支來 ~ 金鍾法像은 西域 땅 月支에서 오고
傑構耽耽寶地開 ~ 우람한 淚閣들은 보배로운 땅에서 열렸다.
八部龍神趨玉座 ~ 八部의 龍神은 玉座에 굽실대고
六時天樂動香臺 ~ 六時의 宮中音樂은 香臺에 들썩인다.
修齋尙祝光陵福 ~ 재를 닦아 光陵(世宗)의 福을 빌고
作記猶稱閔漬才 ~ 지은 글에서는 閔漬의 才주를 稱讚한다. (漬. 담글 지)
何事許詢根苦淺 ~ 무슨 일로 許詢은 根苦가 淺薄하여
却將衣鉢混塵埃 ~ 도리어 衣鉢을 가져다가 塵埃에 뒤섞었구나.

(135) 有懷. 1
功名非我輩 ~ 功名은 우리들 것 아니니
書史且相親 ~ 冊이나 于先 가까이해보자.
泉壑待逋客 ~ 自然은 隱者를 기다리는데
津梁誰故人 ~ 津梁에는 親舊들 누가 있던가.
危途靑鬢換 ~ 危殆한 人生길에 푸른 귀밑 變해가고
舊業白雲貧 ~ 옛 살림살이 흰 구름 따라 漸漸 貧寒하다.
但自賦歸去 ~ 다만 歸去來를 노래한다면
山中瑤草春 ~ 山속의 아름다운 풀들은 봄빛이어라.

(136) 有懷. 2 (沓沓한 이 心事)
倦鳥何時集 ~ 지친 새는 어느때 모여들지 모르고
孤雲且未還 ~ 외로운 구름은 흘러 다시 돌라오지 않는구나.
浮名生白髮 ~ 헛된 名譽 쫓느라 흰머리는 늘고
歸計負靑山 ~ 돌아간다 하면서 靑山만 저버렸네.
日月消穿榻 ~ 歲月은 부질없이 흘러만 가고
乾坤入抱關 ~ 天地는 벌써 밤이 되는구나.
新詩不縛律 ~ 새로 짓는 詩는 韻律에 얽메이지 않았으니
且以解愁顔 ~ 이로써 愁心에 찬 얼굴을 펴보리라.

(137) 隱身臺
午登紫月庵 ~ 한낮에 紫月庵에 겨우 올라
引頸勞北眄 ~ 목을 빼어 北쪽을 힘겹게 바라본다.
已失內山容 ~ 안쪽 山의 貌樣은 이미 잃어
若別佳人面 ~ 님의 얼굴 離別함과 꼭 같구나.
俄然大雲鋪 ~ 이윽고 큰 구름이 퍼져나가고
川谷皆無見 ~ 골짜기와 내도 모두 보이지 않는다.
脚底驟風雨 ~ 다리 아래는 비바람 소나기 되고
階前閃雷電 ~ 댓돌 앞에는 천둥 번개 번쩍이는구나.
不誣天柱遊 ~ 天柱峰의 遊覽을 우습게 보지 말라
露葉尙見睍 ~ 이슬 내린 나뭇잎은 아직도 아름답다오.
阿香未息威 ~ 阿香은 아직 威勢를 그치지 않고
屛翳倏而捲 ~ 屛風의 어둑함이 暫깐 활짝 걷힌다.
矯然萬玉虹 ~ 矯然히 떠오르는 萬 個의 玉무지개
鐵壁飛流濺 ~ 鐵壁을 날아 흘러내리는구나.
謂作十二者 ~ 열두 개를 만들었다 말하니
井觀豈知變 ~ 우물에서 하늘 보니 어찌 밖 變化를 알까.
寄謝李靑蓮 ~ 靑蓮인 李白에게 말 傳하노니
廬峯不足羨 ~ 廬山 봉우리에 別로 부끄러움이 없음을.

(138) 飮新茶. 1 (새 茶를 마시며)
新劈龍團粟粒鋪 ~ 龍團을 새로 쪼개어 속잎을 달여 놓으니
品佳能似密雲無 ~ 좋은 品種이 密雲보다 낫도다.
依然雪水閑風味 ~ 依然히 눈 녹인 물의 閑暇한 風味이니
遮莫諸傖號酪奴 ~ 모든 사람들이여 酪奴라 부르지 마시라.

(139) 飮新茶. 2
消渴能呑七椀無 ~ 목이 말라 거뜬히 일곱 盞을 마시니
屛除煩痞勝醍醐 ~ 沓沓症을 없애주어 醍醐보다 낫도다.
湖南採摘嘗偏美 ~ 湖南에서 따온 것이 유달리 좋다 하니
從此天池口僕奴 ~ 이로부터 天池는 입맛의 上典과 종이로다.

(140) 鷹
蒼鷹愁眠似降胡 ~ 蒼매의 근심스런 눈초리 降伏한 오랑캐인 듯
風骨依俙漢郅都 ~ 骨格이랑 風采는 漢나라의 郅都와 彷佛하여라. (郅. 고을이름 질)
逸翮縱爲金鏇繫 ~ 뛰어난 날개는 비록 쇠갈이틀에 묶였지만
異姿應與鳥群殊 ~ 異彩로운 姿態는 뭇 새들과는 다르구나.
未擒狡兎營三窟 ~ 세 개의 窟을 파는 狡猾한 토끼를 잡지 못했지만
且伴韓盧待一呼 ~ 韓盧와 짝이 되어 呼出되기를 기다리는구나.
早晩紫絛如脫去 ~ 早晩間 紫朱色 끈에서 벗어만 난다면
碧天當搏大鵬雛 ~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鵬새 새끼 후려 채고 말리라.

(141) 義州
暑氣淸長簟 ~ 더운 氣運도 대자리에서는 맑아지고
江煙濕遠林 ~ 江 안개는 먼 숲속으로 스며드는구나.
拓窓今夜月 ~ 窓을 여니 오늘 밤 달이 휘영청 밝고
欹枕故人心 ~ 베개 베고 누우니 옛 親舊 그리워지는구나.
悄悄悲秦贅 ~ 쓸쓸하구나, 妻家살이 서글픈 일
寥寥動越吟 ~ 寂寥하구나, 越의 노래 절로 生動기는구나.
夜涼無客夢 ~ 서늘한 밤에 나그네 꿈 못 이루는 것은
非爲候蟲音 ~ 벌레 울음 기다리는 마음만은 아니로다.

(142) 移小桃 (작은 복숭아나무를 옮기며)
淸晨移得小桃來 ~ 맑은 새벽 작은 복사나무를 옮겨와
細劚黃泥用意栽 ~ 黃土 땅 잘 파내어 마음 먹고 심었네.
不識明年春二月 ~ 모르겠어라 明年 봄 二月이면
此花還向阿誰開 ~ 이 꽃은 도리어 누구를 向해 피어나리오.

(143) 移小桃用惜落花韻
(櫻桃를 옮겨심으며 惜落花의 韻을 쓰다)
淺植幽厓奈爾何 ~ 응달에 얕게 묻힌 네 身世를 어찌할까
孤根無路近陽和 ~ 외로운 뿌리 따뜻한 빛을 가까이할 길이 없어라.
移栽隙地勤封護 ~ 틈새 땅에 옮겨 심고 부지런히 돋워주니
爲待朱明結子多 ~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爲해서라오.

(144) 以試士將向湖南
(試士로 湖南을 가게 되어서)
璽書朝下建章宮 ~ 建章宮에 아침 璽書가 내려
驄馬翩翩豸綉紅 ~ 豸冠에 綉紅이라 驄馬는 치닫는다.
敢達天人如董相 ~ 敢히 天人에 이른 董相과 같아
祗慚詞賦擬揚雄 ~ 揚雄과 겨루는 詞와 賦로 부끄럽도다.
權仍漢郡掄方正 ~ 方正을 選拔하는 漢郡의 權仍이고
職是周官採國風 ~ 國風을 採集하는 周官의 職이로다.
寄語湖南諸士子 ~ 湖南의 선비들께 말을 먼저 묻노니
何人健筆氣霏虹 ~ 어느 사람 억센 붓이 무지개를 날리게 될까.

(145) 因軍務曉渡海
(軍務로 因해 새벽에 바다를 건너며)
說劍非能事 ~ 칼 이야기가 나의 能事가 아닌데
還勞府檄徵 ~ 도리어 官衙의 부름만을 힘들게 했다.
侵星航積水 ~ 불어난 물에 배 저어 별빛에 나가니
驅馬戰層氷 ~ 얼음판에 떨면서 말을 몰아 간다.
曉月風樓笛 ~ 새벽 달빛에 바람부는 樓臺에 젓대소리
寒天雪舫燈 ~ 차가운 하늘에 불켜진 배에 눈이 쌓인다.
宦遊吾自倦 ~ 벼슬놀이 나 스스로 지겨워져
世事負聾丞 ~ 世上 일로 귀머거리 輔左官을 저버리는구나.

(146) 入東堂作 (東堂에 들어가 짓다)
通才自古罕兼優 ~ 兼備한 人才는 예로부터 드문 것인데
文體三場矧異流 ~ 하물며 文體는 三場의 試驗이 다 다름에야.
涑水詞章非四六 ~ 司馬光의 文章은 四六體가 아니고
江都江都只江都 ~ 江都 時代의 江都는 다만 江都이로다.
專門或可追轅伏 ~ 專門으로는 或是 轅固와 伏生을 따를지언정
博習安能繼孔周 ~ 博習이야 어찌 孔子와 周公을 繼承하리오.
日下半庭蠶食葉 ~ 뜰 折半에 해 내리자 누에는 뽕잎 갉아 먹고
幾人雄猛奪頭籌 ~ 몇 사람이나 勇猛하게 윗자리를 빼앗을까.

(147) 自戱
承明夜直燭燃窓 ~ 承明殿의 夜間當職 촛불 돋우고
曾草絲綸筆似杠 ~ 서까래 같은 붓이 詔書를 草했도다.
司馬漢廷誰曰兩 ~ 漢 나라에는 司馬가 둘이라 누가 말하나
淮陰國士豈無雙 ~ 淮陰侯 韓信이 國士라 어찌 둘 둘이랴.
年來謗焰空銷骨 ~ 해마다 오는 誹謗의 불꽃 뼛骨을 녹이고
老去詩城豈受降 ~ 늙어가도 詩城은 降伏받기 어렵도다.
安得詞源傾峽水 ~ 어찌하면 詞源이 골짝 물 기울여서
滔滔千里注潘江 ~ 우리나날 千 里가 넘실토록 潘江에 쏟을까.

(148) 長安寺
化城眺生臺 ~ 方便敎인 化城에서 生臺를 보니
洞宮依崇岫 ~ 洞宮은 높은 峰을 依支해 있었다.
突兀騫鳳甍 ~ 우뚝하여 鳳甍이 나를 듯하고
(甍. 용마루 맹)
參差列雲構 ~ 들쭉날쭉 雲構가 줄지어 있었다.
藻井倒垂蓮 ~ 마름 떠 있는 우물에 蓮꽃 거꾸로 대롱거리고
虹梁屈承霤 ~ 무지개 다리는 구부러져 처마 물 받는구나.
纏龍覆金龕 ~ 서린 龍은 金龕을 뒤덮었고
伏猊蹲瑤甃 ~ 엎드린 獅子의 瑤甃에 웅크렸구나.
法像煥巍崇 ~ 法 갖춘 形像은 빛나고 높고 높았고
鬼物紛決驟 ~ 鬼神 物件들은 어지러이 달아나려 하는구나.
玉毫絢彤霄 ~ 부처의 白毫相인 玉毫는 붉은 하늘 비치고
紺霞弄晴晝 ~ 紺色 노을은 맑은 날에 흩날리는구나.
貝葉當午飜 ~ 대낮이면 佛經을 뒤적거리고
洪鍾候晨扣 ~ 새벽이면 큰 쇠鍾을 두들겨대는구나.
旃檀妙香焚 ~ 旃檀 香나무에 妙한 香불 타올라
闥婆天樂奏 ~ 闥婆라 天堂의 音樂이 울려퍼지구나.
珪幣萃捨施 ~ 구슬과 幣帛은 施主物件으로 모여들고
人天極趍走 ~ 사람과 하늘이 모두 늦게도 가네.
夙齡遐賞違 ~ 이른 나이에 먼리 구경가는 일 어겼으나
玆遊壯觀富 ~ 이곳에는 놀아보니 볼만한 景致 많기도 하다.
探奇情始愜 ~ 좋은 景致 찾는 일 내 마음에 洽足하여
討幽計方售 ~ 그윽한 僻村을 찾을 計劃 이제야 이루는구나.
稽首不動尊 ~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殿에 움직이지 않으니
天眼非虛覯 ~ 天堂의 眼目 헛되게 보는 것 아니도다.
空花捐起滅 ~ 눈 앞에 헛된 忘想 消滅하는 것 버리고
正法無聲臭 ~ 바른 法度에는 소리와 냄새도 하나 없도다.
洗心願歸依 ~ 마음 씻고 歸依하길 願하나니
燈燈在傳授 ~ 燈과 燈을 잇는 것은 眞理를 傳함에 있도다.

(149) 將向古長城 (古長城을 向하며)
纔越蘆關境便佳 ~ 蘆關을 갓 넘으니 景槪 문득 아름답고
丰茸蘅杜被溪崖 ~ 우거진 杜蘅 풀은 시냇가 둑을 뒤덮는다.
辛夷糝蕊催春事 ~ 辛夷는 꽃잎 날려 봄 일 재촉하는데
杜宇啼冤惱客懷 ~ 杜鵑새는 恨을 울어 나그네 가슴 설렌다.
身外功名損與奪 ~ 몸 밖의 功名이야 주건 뺏건 무슨 相關
世間榮悴任安排 ~ 人間世上 榮枯盛衰 運命의 安排에 맡긴다.
林泉有約吾將隱 ~ 山水의 굳은 言約 내 將次 숨어들어
肯待年侵始乞骸 ~ 늙음을 기다려 隱退하기를 請하련다.

(150) 在郡夕作 (고을에 머물며 저녁에 짓다)
靑煙一抹起官庖 ~ 한 줄기 파란 煙氣 官庖에 피어오르고
麛卵熊蹯薦案肴 ~ 사슴 새끼와 곰 발바닥을 按酒로 올렸구나.
飽飯不容公事了 ~ 배불리 먹고 公事에는 等閑하다니
詩人應有素餐嘲 ~ 詩人은 應當 素餐을 嘲弄할 것이로다.

(151) 寂滅庵
金銀樓閣映香臺 ~ 金빛 銀빛 저 樓閣 香臺에 비치고
俯視扶桑海一杯 ~ 東海를 굽어보니 바다는 한 盞의 물이로고.
素練倒垂千瀑落 ~ 매달린 하얀 베처럼 一千 瀑布 떨어지고
玉虹橫橋百川廻 ~ 玉무지개 비낀 다리를 온갖 내가 돌아흐른다.
層崖怒折雷霆鬪 ~ 層階 진 벼랑을 성난 듯 꺾는 천둥의 싸움
巨壑平臨日月開 ~ 커다란 골짝이 平平하여 해와 달에 열렸도다.
坐久瞑煙籠萬谷 ~ 앉자 있으려니 어두운 안개 골짝을 감싸고
幾時笙鶴降蓬萊 ~ 神仙 鶴이 어느 때나 蓬萊山에서 내려올까.

(152) 全州
沛鄕湯沐國陪都 ~ 임금님 故鄕의 湯沐 나라의 陪都이라
佳氣爲龍壯帝圖 ~ 아름다운 龍의 氣運 帝王의 業이 雄壯하다.
鷄犬至今知邑里 ~ 개와 닭도 只今까지 고을을 알아보고
風雲長爲護枌楡 ~ 바람 구름도 永遠히 枌楡의 땅을 保護한다.
時淸館亭曾巍煥 ~ 맑은 때에는 館亭의 지붕은 우뚝 빛나고
亂後山川尙鬱紆 ~ 亂離 뒤에도 山川은 아직도 鬱蒼하도다.
南服雄藩稱第一 ~ 南方의 雄壯한 울타리, 第一로 일컬어지고
詞臣安得借銅符 ~ 글 하는 迅下가 어찌하면 銅符를 빌릴 수있나.

(153) 正陽西樓 (正陽寺 西樓에서)
萬峯秋盡玉參差 ~ 가을 다 간 一 萬 봉우리 玉돌 같아
笑倚西樓落日時 ~ 해질 무렵 西쪽 樓臺에 기대어 웃어본다.
欲寫廬山眞面目 ~ 廬山의 眞面目을 그리고 싶지만
世間安有謫仙詞 ~ 이 世上에 어찌 神仙의 詩가 있을까.

(154) 丁酉朝天錄. 1
傳通抹桑寇 ~ 消息들으니 倭國이 우리나라 짓밟아와
潛邀下瀨師 ~ 바다에 목을 지켜 水軍을 奇襲하였다 하네.
戈舡俄渰水 ~ 兵船이 波濤 속에 뒤집어져
都護摠輿屍 ~ 統制使라 水師가 다 죽었다 하네.
漢將能誅粤 ~ 漢나라 將軍은 能히 越나라 베었지마는
周居恐邑岐 ~ 周 나라는 두려워 岐山으로 都邑 옮겼다네.
中宵坐垂涕 ~ 한밤中에 홀로 앉아 눈물 쏟으니
憂憤有誰知 ~ 이 근심과 이 憤痛을 그 누가 알아주리요.

(155) 丁酉朝天錄. 2
時序屬高秋 ~ 節期가 한가을이 되니
流年暗中失 ~ 이 해도 모르는 사이에 거의 지났다.
賞月有佳篇 ~ 달 구경에 아름다운 詩 있으니
才情推第一 ~ 才주와 貞操가 第一이라 推穿합니다.
正値秋風節 ~ 가을 바람 제 時節을 이제 만나니
金波漲滿天 ~ 金물결 하늘 가득 출렁이는구나.
夜闌偏皎潔 ~ 늦은 밤이 유달리 희고 깨끗하니
淸景最今年 ~ 今年 들어 第一 맑은 景致이로다.
浩彩流銀漢 ~ 하얀 빛깔 銀下水로 흐르고
寒輝漾玉京 ~ 찬 빛깔은 서울에 넘실거린다.
嫦娥如欲語 ~ 嫦娥가 무슨 말 하고 싶은 듯
轉作十分明 ~ 完全히 둥글어져 저렇게 밝아졌도다.
携影步中庭 ~ 그림자에 이끌려 뜰 가운데로 걸어가니
寒光徹人骨 ~ 싸늘한 빛이 뼛골에 스며드는구나.
傳語李謫仙 ~ 謫仙 李太白에게 消息 傳하노니
把酒來問月 ~ 술 들고 와 저 달에게 물어보소서.
對酒惜淸景 ~ 술을 對하니 맑은 빛이 아까워져
愴然傷客心 ~ 먼 나그네 마음이 서글퍼지는구나.
古來人望月 ~ 예부터 사람마다 달 봤지만
何者到如今 ~ 어떤 사람이 只今까지 남아 있는가.
故國亦明月 ~ 내 故鄕도 밝은 달은 마찬가지
居人愁寂寥 ~ 집안 사람 시름겨워 허전도 하리라.
應憐萬里客 ~ 應當 萬 里 나그네를 불쌍히 여겨
天畔度今宵 ~ 하늘가서 이 밤을 지새고 있도다.
北里姬彈瑟 ~ 北村에선 美人이 거문고를 타고
東隣客按歌 ~ 東村에선 나그네 노래를 부르노라.
吟詩酬勝景 ~ 詩 읊으며 좋은 景致 答하노니
月色爲誰多 ~ 달빛은 뉘를 爲해 더욱 밝아지는가.

(156) 定州
此來無興愛良宵 ~ 여기 오니 좋은 밤 즐길 氣分 나지 않아
萬里關山路正遙 ~ 萬 里 關山 길, 길은 너무나 멀도다.
錦瑟玉觴無意緖 ~ 거문고 玉 술盞에도 氣分이 나지 않는데
燭花如淚背屛蕉 ~ 촛불 꽃은 눈물처럼 屛風의 芭蕉를 등졌구나.

(157) 定州道中
王程冉冉出西關 ~ 使臣길 가고 또 가 西關을 벗어나
昨夜鄕園夢裏還 ~ 어젯밤에는 꿈속에 故鄕에 돌아갔소.
暖日羸驂行正苦 ~ 날 덥고 말도 지쳐 걷기가 正말 괴로워
天邊何處定州山 ~ 하늘가 어느 곳이 定州의 山川인가.

(158) 帝都 (帝王의 都邑)
帝都何巍巍 ~ 帝王의 都邑이라, 어찌 그리도 우람한지
樓殿鬱雲虹 ~ 樓閣과 宮殿에 구름과 무지개 솟아오른다.
熾昌二百載 ~ 불꽃처럼 繁昌한 二百如 年
赫業行其雄 ~ 빛난 業積이 이렇게도 雄奬하도다.
治風遍宇內 ~ 다스리던 風敎가 四海에 두루 미치고
文物盛寰中 ~ 禮樂과 文物은 온 世上에 가득하도다.
天子朝月朔 ~ 天子는 初하룻날 朝會를 보아
曉闢明光宮 ~ 새벽에 明光宮이 활짝 열리는구나.
鳴環集百辟 ~ 玉佩소리 울리니 四方에서 諸侯가 모여들고
拂霧朝群公 ~ 안개를 헤치고 뭇 公卿들이 朝會한다.
仗引鉤陳轉 ~ 의장이 鉤陳을 引導하여 돌아나오자
鍾鳴閶闔通 ~ 종이 울려 大闕門으로 通해지는구나.
黼座擁裔雲 ~ 輔佐엔 五色 구름 擁衛 하여
怳若日出東 ~ 마치 해가 東쪽에서 솟는 듯하구나.
遠人重譯至 ~ 먼 나라 사람들 爲해 譯官이 와서
萬里來觀風 ~ 萬 里를 와서 文物을 구경을 하는구나.
庭實列貢篚 ~ 뜰에는 實로 朝貢 弊帛이 줄지어 늘어서
拜舞瞻重瞳 ~ 拜謁하며 天子를 우러러본다.
嗟爾箕封客 ~ 아, 우리 箕子 나라 사람들에게
渥澤偏其洪 ~ 끼친 恩澤 유달리 크도다.
微禹吾其魚 ~ 禹의 治水 아니었으면 우리는 고기밥 身世니
感涕祝華嵩 ~ 感激에 찬 눈물로써 萬壽無疆을 비나이다.
東海尙揚波 ~ 東海에선 아직도 亂離가 있어
中丞受彤弓 ~ 中丞이 功을 세워 붉은 활을 받았다.
願言宣九伐 ~ 願컨대, 널리 討伐하여
終使除群兇 ~ 여러 凶惡한 盜賊을 깨끗이 없애주소서.
耕鑿再粒民 ~ 百姓들 農事지어 밥 먹이면서
永頌吾皇功 ~ 永遠히 우리 皇帝의 功을 讚頌드립니다.

(159) 題僧卷用西潭韻
(僧卷에 題하여 西潭의 韻을 쓰다)
松花茗葉進僧飡 ~ 松花와 차잎, 절間 飮食 進上하니
愧把塵容對碧山 ~ 靑山을 相對하는 世俗 얼굴 부끄럽다
林月未圓蘿逕暗 ~ 숲 속의 달 둥글지 않아 藤蘿길 어둡고
峀雲初霽石樓寒 ~ 山 구름 갓 개어 돌樓閣이 싸늘하구나.
宦遊牢落秋將老 ~ 벼슬살이 漸漸 서글프고 가을에 늙어가니
禪話留連夜向闌 ~ 參禪 이야기 날 붙들어 밤마저 늦어진다.
却恨勞生長役役 ~ 도리어 閑스러운건 疲困한 내 삶 오래도 힘겨워
白頭猶事馬蹄間 ~ 검은 머리 희어져도 말 위를 떠나지 못한다.

(160) 早發板橋院 (일찍 板橋院을 떠나며)
星倌催發趁晨鍾 ~ 새벽鍾 소리에 官員은 길 재촉하여
路出橋汀宿霧濃 ~ 江다리를 벗어나니 짙은 안개 서려있다.
春色暗回堤畔柳 ~ 언덕 가의 능수버들에 봄빛이 돌고
日輪初湧馬前峯 ~ 말 앞의 봉우리에 해가 떠오른다.
平生翰墨才先退 ~ 내 平生 글과 글씨 才주 먼저 뒤지고
淸世功名意轉慵 ~ 맑은 世上 功名에도 마음은 게을러진다.
早晩辦身方外去 ~ 早晩間에 몸을 빼어 方外로 떠나려니
不妨人喚酒家傭 ~ 남이 나를 술꾼이라 불러도 相關없노라.

(161) 朝向川安 (아침에 川安을 向하여)
黃泥滑滑馬行遲 ~ 黃土 진흙 미끄러워 말 걸음 늦고
從旅相攀莫怨咨 ~ 지루한 나그네들 괴롭다 怨望하는구나.
自有文章娛寂寞 ~ 쓸쓸함을 즐길 만한 文章 才주 지져
肯於名位恨差池 ~ 名譽와 地位 얻음에 차남을 恨하는가.
人中懷璧元堪罪 ~ 사람 틈에 살자니 구슬 가진 것이 罪되고
暗裏投珠却見疑 ~ 어둠 속에 眞珠 던지니 도리어 疑心 받는다.
此去不愁身更遠 ~ 여기 떠나면 몸 다시 멀어짐이 근심되는데
梅花消息已南枝 ~ 梅花 消息 이미 南녘 가지쯤에 와 있으리라.

(162) 從望高臺下 (望高臺에서 내려와)
躋險闖窾崖 ~ 險한 길을 올라 빈 비탈을 나오며
臨幽憩潭洞 ~ 깊숙한 곳에 으르러 골짜기 못에 쉰다.
亂流屢褰裳 ~ 어지러운 물살에 자주 바지를 걷으며
危杠僅移踵 ~ 危殆로운 외다리라 겨우겨우 발꿈치 옮겨간다.
牽藤幾投距 ~ 藤나무 끌며 몇 番이나 멀리 다리를 뻗었던가
驀澗先賈勇 ~ 먼저 勇氣를 내어 골짝물을 뛰어넘는다.
臺唇仰干霄 ~ 樓臺머리는 치솟아 하늘 바라보며
巖腹如側罋 ~ 바위의 가운데느 항아리 기울인 것 같구나.
滑蘇上玲瓏 ~ 위는 玲瓏하여 미끄러질 듯하고
深淵下濛澒 ~ 아래로 陰散한 것은 깊은 저 못이어라.
斷广跼還眩 ~ 징검다리 딛자 眩氣症이 일어 몸을 굽히며
鐵絙攀仍恐 ~ 쇠줄 끈을 붙잡아도 이내 곧 두려워진다.
進一步澾魂 ~ 한 걸음 내딛어도 精神이 미끌어지는 듯 하고
俯睨駭神竦 ~ 밑을 보니 精神이 놀라 아찔해지진다.
踰險心始豫 ~ 險한 비탈을 넘어서야 마음 갈앉는데
躋嶺目方縱 ~ 마루턱에 오르니 눈이 四方으로 열리네.
衆壑瞰嶙峋 ~ 울퉁불퉁 가파른 온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郡巒拱巃嵷 ~ 여러 山봉우리는 가파른 山을 둘러싸고 있구나.
冷風飛蘭林 ~ 불어오는 선들바람이 蘭草숲을 날리고
天籟引韶鳳 ~ 自然의 소리는 갖은 音樂소리 끌어오는구나.
傍隒得蓮宮 ~ 곁에 있는 낭떠러지에 절집이 있는데
翔空抗虹棟 ~ 아름드리 기둥은 날 듯이 空中에 솟아있구나.
息倦抛隱囊 ~ 보따리 내던지고 疲勞를 풀어보며
充飢列蒲供 ~ 널려진 供養으로 굶주림 채운다.
興極反輕生 ~ 興이 至極하여 목숨을 가볍게 여겨
魄悸猶思痛 ~ 넋이 놀라니 오히려 생각이 苦痛스러워진다.
留戒後至徒 ~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警戒하노니
其思性命重 ~ 목숨이 貴한 것임을 깊이 생각이나 하시오.

(163) 主倅來慰 (主倅가 와서 慰勞하다)
鬖髿雲䯻卸金鈿 ~ 구름 같은 머리굽에 金비녀 비끼고
數曲蠻歌十二絃 ~ 두어 가락 오랑캐 노래에 열두 줄 가야금이라.
太守待人呈燭跋 ~ 員님은 사람 待接에 초의 끝이 드러나는데
放臣娛客爇香煙 ~ 귀양살이 손님 歡迎하는 香煙을 피우노라.
閑情肯折章臺柳 ~ 閑暇한 마음은 기꺼이 章臺버들 꺾는데
促節疑傳相府蓮 ~ 빠른 節은 相府蓮을 傳했는가 疑訝하다.
强盡醁醽消積恨 ~ 거른 술 애써 말려 쌓인 恨을 녹이는데
莫將衰白問群仙 ~ 부디 시든 白髮 들어 群仙에게 묻지말아라.

(164) 駐驆山歌 (駐驆山의 노래)
蒼山如龍回斷麓 ~ 푸른山이 龍처럼 끊어진 山기슭을 돌아
蜿蜒斗起臨平陸 ~ 구불구불 치솟아 平平한 땅을 내려보는구나.
何年萬乘勞遠征 ~ 어느 해가 되어야 萬乘天者
遠征에 지칠까
往往行人拾遺鏃 ~ 이따금 길가는 사람들 떨어진 화살鏃을 줍는구나.
喜功好大不足云 ~ 功 세우기 좋아하는 隋나라 皇帝 말할 나위 없고
秦皇漢武俱驕君 ~ 秦始皇과 漢武帝도 다같이 驕慢한 임금이로다.
區區蜂蠆亦有毒 ~ 작다고 얕볼 건가 蜂蠆에도 毒이 있는데 (蠆. 전갈 채)
鳴鏑忽犯玄衣軍 ~ 소리내며 날아가는 화살이 玄衣軍에 侵犯했도다.
安市城頭鼓紞紞 ~ 安市城 꼭대기선 북소리 둥둥 울려
英公黑麾沙塵暗 ~ 英公의 검은 깃발에 모래먼지 자욱하도다.
百疋賜縜徒勸忠 ~ 緋緞을 百 疋이나 주어서 부질없이 忠誠 勸하여도
寧使蘇文驚破膽 ~ 어찌 淵蓋蘇文이 놀라 쓸개가 터지게 하리오.
坐令銀海帶箭傷 ~ 앉아서 命하다가 눈에 화살 맞아 傷處입었다지만
此說之傳亦荒唐 ~ 이 말의 傳해짐도 荒唐한 것이로다.
玆行雖得一仁貴 ~ 이 걸음에 薛仁貴는 얻었지만
其奈人歌武媚娘 ~ 사람들이 測天武后 비웃어 노래하니 어찌하리오
太子宮中銅馬咽 ~ 太子宮 앞에는 銅馬가 목이 메어 울고
房州城中日如血 ~ 房州城 안에는 해빛이 핏빛처럼 붉었구나.
泉下阿煬亦有言 ~ 저승에 간 煬帝도 할 말 있으려나
唐室之存僅一髮 ~ 唐 나라 王室의 保存이 겨우 間髮의 差異로다.

(165) 中和阻潦 (中和에서 洪水로 길이 막혀)
積雨秋連日 ~ 가을 들어 몇 날을 비 내리고
平郊潦映空 ~ 들판에 고인 물에 하늘이 비친다.
行人愁利涉 ~ 나그네는 길 잘 건널 일 걱정하고
舟楫信難通 ~ 배들은 消息조차 通하기 어렵구나.
野色孤煙外 ~ 한 가닥 외로운 이내넘어 보이는 들 빛
江聲亂樹中 ~ 어지러운 숲 속에 흐르는 江물소리.
停楹仍北望 ~ 欄干에 기대어 저 北쪽을 바라보니
天際有賓鴻 ~ 하늘 가로 기러기 손님들 높이도 날아가누나.

(166) 贈輝上人. 1 (輝 上人에게)
淸坐香臺萬慮空 ~ 맑게 앉은 香臺에 맑게 않자 온갖 생각 사라지고
風箏無語閉花宮 ~ 風磬소리에 사람소리 하나 없고 꽃핀 宮闕은 닫혀 있다.
雲收疊嶂千層碧 ~ 疊疊한 山봉우리에 구름 걷혀 層層이 푸르고
霜落疏林一半紅 ~ 성긴 숲에 서리 내려 折半이나 붉어졌다.
病後參禪渾得趣 ~ 病 나은 뒤에 參禪하니 멋을 사뭇 알겠는데
愁來覓句未全工 ~ 시름 속에 詩 지으려니 지어지지 않는구나.
扶桑浴日看還厭 ~ 東海에서 씻은 해를 질리도록 보고
臥聽濤聲蹙地雄 ~ 雄壯한 波濤 소리는 누워서 듣고 있도다.

(167) 贈輝上人. 2
曾脫禪衣挂鐵衣 ~ 일찍이 스님 옷 벗고 甲옷을 바꿔 입고
石初解百重圍 ~ 百 겹의 包圍網을 처음으로 서도에서 풀었도다.
魔軍已伏神通力 ~ 神通한 힘으로 魔鬼 같은 敵軍 屈服되고
妙悟猶存過量機 ~ 奧妙한 깨우침은 過量한 技倆의 기틀이 있었도다.
金鎖綠沈抛壯志 ~ 金鎖 綠沈이라 壯大한 뜻을 抛棄하고
佛香經卷返眞依 ~ 부처라 佛經이라 참 뜻으로 돌아왔어라.
憐渠足了男兒事 ~ 어여뻐라, 너는 足히 사나이 일을 마쳤으니
莫剪長髭掩石扉 ~ 돌門을 닫아걸고 긴 鬚髥일랑 자르지 말라.

(168) 至沙村 (沙村에 이르다)
行至沙村忽解顔 ~ 걷어 沙村에 이르자 웃음이 나와
蛟山如待主人還 ~ 蛟山은 主人 돌아오길 기다린 듯 하다.
紅亭獨上天連海 ~ 紅亭에 올라보니 하늘에 닿은 바라
我在蓬萊縹緲間 ~ 멀고 아득한 사이로 蓬萊山에 나가 있다.

(169) 淸磵亭晝睡
楓岳曇無竭 ~ 楓岳山 曇無竭 菩薩이 그대라면
金門老歲星 ~ 大闕의 뛰어난 臣下는 나 아니겠나?
相逢雖恨晩 ~ 그대와의 만남이 한참 늦었으나
交契自忘形 ~ 서로의 處地 잊고 절로 親해졌네.
暫別緣塵累 ~ 世上에 매인 몸이니 暫깐 떨어졌다가
幽期屬暮齡 ~ 늙은 뒤에 호젓하게 다시 만나세.
高亭殘午夢 ~ 높다란 亭子에서 낮잠을 깨고 보니
天外萬峯靑 ~ 一萬 봉우리 하늘 끝에 푸르구나.

(170) 聽杜鵑用畫眉鳥韻
(杜鵑의 울음을 듣고 畫眉鳥의 韻을 빌리다)
流血飜身樹樹移 ~ 피 흘리고 몸 뒤집어 나무들을 옮겨가니
前聲乍亮後聲低 ~ 앞소리는 살짝 높고 뒷소리는 나직하구나.
萬事不如歸去好 ~ 萬事가 돌아가는 일보다 더 좋지는 않아서
隔窓終夜盡情啼 ~ 窓 너머서 밤새도록 목 놓아 情을 다해 울어제친다.

(171) 聽伯姬謳 (白姬의 노래를 듣고)
塞曲聲偏壯 ~ 邊方의 노랫가락 유달리 壯嚴하여
胡姬貌更奇 ~ 오랑캐 젊은 계집 얼굴조차 絶妙하다.
淸音揚月苦 ~ 맑은 소리 달빛을 흔들고
逸響度雲遲 ~ 긴 메아리 느릿느릿 구름을 건너온다.
凄絶思君曲 ~ 凄絶히 임 그리는 曲調
悲涼勸酒詞 ~ 슬프고 悽凉하다, 勸酒歌의 歌詞.
留君歌至曙 ~ 벗님 잡아두려 새벽까지 노래 불러
遮莫斂愁眉 ~ 시름겨운 蛾眉 거두지 말라.

(172) 初到咸山 (咸山에 처음 到着하여)
穿巷緣溪路忽窮 ~ 개울 따라 길을 트니 문득 막다른 길
數椽茆店館墻東 ~ 두어 칸 酒幕집 담 東쪽에 몸 던진다.
縱無棨戟施門外 ~ 門 밖에는 지키는 施設은 없어도
尙有圖書在篋中 ~ 箱子 속의 圖書는 오히려 들어있도다.
簌簌寒階飄竹雪 ~ 찬 뜰에는 싹싹 대나무에 눈이 날리고
團團幽戶颯桐風 ~ 깊숙한 동그란 지게門에 梧桐 바람분다.
寬恩似海甘留滯 ~ 바다 같은 너그러운 恩惠에 기꺼이 머무니
休恨周南太史公 ~ 周南 땅의 太史公일량 決코 怨望하지 마시라.

(173) 初坐軒 (東軒에 앉자마자)
客病經三月 ~ 나그네 病이 들어 석 달이 지나니
危冠已二毛 ~ 높은 四毛에 이미 二毛가 비치는구나.
淹留嗟汝拙 ~ 주저앉은 네 壅拙하고 가엽고
歸去是人豪 ~ 故鄕으로 돌아가는 者가 바로 잘난 사람.
日氣融殘雪 ~ 날씨는 남은 눈도 다 녹이고
春寒勒小桃 ~ 봄 추위는 복사꽃을 죄어매는구나.
東風動歸興 ~ 봄바람이 돌아갈 興을 일으키니
湖海有漁舠 ~ 湖水와 바다에는 낚싯배가 떠있구나.

(174) 初夏省中作 (初여름 省 안에서)
田園蕪沒幾時歸 ~ 田園이 荒廢하니 언제나 돌아가나
頭白人間宦念微 ~ 머리 희어지는 人間世上의 벼슬생각 없다.
寂寞上林春事盡 ~ 寂寞한 上林에는 봄날이 다 가는데
更看疎雨濕薔薇 ~ 성긴 비에 젖은 薔薇 다시 또 보는구나.

(175) 秋夜作
高閣夜沈沈 ~ 높은 樓閣 밤이라 沈沈하고
衰燈伴客吟 ~ 시든 燈盞만 길손의 짝이로다.
寒宵坐惆悵 ~ 차가운 房에 쓸쓸히 앉아있으니
風雨滿西林 ~ 비바람이 西쪽 숲에 가득하도다.

(176) 出郊
秋熟郊原喜 ~ 가을이 무르익어 들판은 즐겁고
歡聲達近聞 ~ 기뻐서 지르는 소리 가까이로 들려오네.
家家傾白酒 ~ 집집마다 막걸리 기울이고
處處割黃雲 ~ 곳곳마다 누런 벼를 베는구나.
可笑無田客 ~ 우습구나, 이 몸은 땅 하나 없는 나그네 身世
空書乞米文 ~ 헛되이 쌀 求乞 便紙만 쓰네.
城東借三畝 ~ 城 東쪽에 세 이랑 밭을 빌려서
何日事耕耘 ~ 어느 날에 밭 갈고 김매어볼까.

(177) 出榜日飮中解諸生作
(出榜하는 날 술마시며 諸生의 作品을 解釋하다)
仙籍初開淡墨渾 ~ 仙籍을 펼치자 옅은 먹빛 뒤섞여
風雷三級躍龍門 ~바람소리 세 等級에 龍門을 올랐다.
肯容懷璞重傷刖 ~ 玉을 가져 발을 베인다면 될 일인지
却恐遺珠更抱冤 ~ 구슬 빠뜨려 다시 怨恨 품게 되리.
蟾窟路通餘一桂 ~ 月宮에 길이 뚫려 하나 남은 桂樹
鹿鳴歌奏有朋樽 ~ 鹿鳴詩를 노래하니 벗과 술이 있구나.
臨觴自爲諸生祝 ~ 술盞을 앞에 두고 諸生 爲해 祝賀하니
素念元來不飽溫 ~ 意識 不足하면 생각이 처음과 같을까.

(178) 通溝 (通溝에서)
度澗攀危逕 ~ 개울 지나 危殆로운 길 오르니
山腰棧閣分 ~ 山허리에 棧橋가 나누어지는구나.
孤村昏細雨 ~ 외로운 마을엔 가랑비 자욱하고
遠岫起寒雲 ~ 먼 봉우리에서 찬 구름 피어나네.
田父時相値 ~ 시골 늙은이들 이따금 서로 만나고
樵歌遠或聞 ~ 나무꾼 소래소리 멀리서 들려온다.
臨溪問茅店 ~ 시내에 다다라 酒幕집 찾으니
煙樹已斜曛 ~ 이내 어린 숲에는 이미 햇살 氣運가득하다.

(179) 通州
通州控帝州 ~ 通州는 皇城을 끼고
轉餉此咽喉 ~ 穀食을 運搬하는 中要한 길목이다.
廛市陳蕃貨 ~ 市場에는 外國 物件 널려져 있고
江橋集海舟 ~ 江의 다리에는 바다의 배들이 모여든다.
逢人皆越客 ~ 만나는 사람은 모두가 越나라 사람
沽酒上津樓 ~ 술 사 들고 津樓로 올라보노라.
遊子空留聽 ~ 길손이 空然히 머물러 듣노니
蕭蕭兩鬢秋 ~ 두 귀밑머리에 찾아오는 쓸쓸한 가을 바람.

(180) 退朝晩望
(朝廷에서 물러나와 저녘에 바라보다)
仙郞罷直五門西 ~ 仙郞은 五色구름 西便에서 當職을 마치고
緩策靑驄響月題 ~ 靑驄馬에 느린 채찍질에 말굽소리 울린다.
細柳和煙迷別院 ~ 실버들에 안기 서려 別院이 아득하고
落花經雨襯香泥 ~ 지는 꽃에 비 지나가니 香泥가 묻어난다.
東臺詔下慚詞令 ~ 東臺에서 詔書 내리니 詞令이 부끄럽고
南國烽傳厭鼓鼙 ~ 南國에서 烽火 오니 戰爭의 북소리 지겨워라.
過盡一春歸未得 ~ 한 봄이 다 가도록 돌아가지 못하노니
釣竿辜負武陵溪 ~ 武陵溪谷 낚시질을 속절없이 저버렸구나.

(181) 板門嶺
箭括躋攀苦 ~ 箭括은 오르기도 어려워
塵沙損旅顔 ~ 흙먼지 나그네 얼굴 憔悴케 한다.
逢人非舊識 ~ 만나는 사람마다 낯 선 사람
何處是鄕關 ~ 그 어느 곳이 바로 내 故鄕인가.
積水兼天盡 ~ 쌓인 물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孤雲帶雁還 ~ 외로운 구름 기러길 데리고 온다.
微茫煙靄外 ~ 아득히 이내 엉긴 저 밖
一點義州山 ~ 한 點 義州의 山이 솟아있다.

(182) 八角殿看佛畵
(八角殿에서 부처 그림을 보며)
森嚴殿四壁 ~ 八角殿 四面의 壁畵는 森嚴한데
不知何時績 ~ 어느 때 그린 건지 알지도 못한다.
儼然紫摩軀 ~ 부처의 몸體가 우람하고
彩毫光炯碎 ~ 彩色하는 붓끝은 번쩍거리며 빛난다.
龍天來走趍 ~ 龍天이 앞에 와 굽실대고
幢蓋雜環佩 ~ 幢蓋와 佩物들이 뒤섞여있다.
左右護法神 ~ 法神이 左右로 擁衛하고
努眼耿相對 ~ 부릅뜬 눈이 뚫을 듯이 마주본다.
飛動颯精神 ~ 날 듯이 움직여 精神이 颯爽하여
淋漓露情態 ~ 흥건히 스며들어 마음이 드러난다.
色昏意常新 ~ 色은 흐려도 뜻은 恒常 새로워져
妙法眞可愛 ~ 神妙한 法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皆云吳道玄 ~ 모두들 말하기를, 吳道子가
來畫垂千載 ~ 이것을 그려 千 年을 傳하였다 한다.
道玄是貴臣 ~ 吳道子는 남의 나라 貴한 臣下
何緣遊海外 ~ 무슨 緣由로 海外에 노닐었겠나.
野言不足憑 ~ 떠도는 말을 어찌 다 믿을까
信者實聵聵 ~ 믿는 者는 眞實로 無識한 소리.
雖曰非道玄 ~ 비록 吳道子가 아니라 할지언정
的在新羅代 ~ 新羅 時代 것만은 틀림이 없도다.
物古藝亦殊 ~ 옛것에다 藝術性마저 뛰어났으니
觀之自心快 ~ 쳐다보면 마음 절로 爽快하도다.
莫較吳與羅 ~ 吳道子의 것과 新羅 것을 比較말고
寶之毋欲壞 ~ 고이고이 간직하여 傷하지 않게 할지라.

(183) 平壤道中 (平壤에 가면서)
匹馬西京道 ~ 한 匹 말로 西京 가는 中
東風倦客情 ~ 봄바람에 倦怠로운 나그네 마음.
淸波容彩舫 ~ 맑은 물에 고운 빛 배 한 隻
斜日半層城 ~ 지는 해에 層層진 城砦에 半쯤 내렸다.
落拓笑前事 ~ 衰落한 身世 되니 지난일 우스워
支離悲此行 ~ 너무도 지루하여 이 걸음 슬퍼한다.
長亭望不極 ~ 긴 亭子 바라봐도 끝이 없는데
津樹暝煙生 ~ 나루터 숲에 어둑히 물안개 오른다.

(184) 平壤旅夜 (平壤旅館의 밤)
夕霽天氣冷 ~ 저녁에 비 개자 싸늘해지고
閒房來遠風 ~ 멀리서 바람불어 오고 旅館房을 찾아든다.
誰知今夜會 ~ 누가 알았으랴 오늘 밤의 이 모임
却有故人同 ~ 갑자기 임과 함께 만날 줄이야.
月射金蕉白 ~ 金蕉에 달빛 훤히 비치니
花依鳳蠟紅 ~ 꽃 빛은 촛불에 어리어 붉도다.
鄕園望不極 ~ 故鄕 옛 동산 바라보기 끝없고
消息碧雲中 ~ 消息은 저 푸르른 구름 속에 있으리.

(185) 抱川道中
刈稻人歸郭 ~ 벼 베고 城 밖에서 돌아오는데
銜蘆雁下田 ~ 갈대를 문 기러기는 밭에 날아내린다.
歲華行暮矣 ~ 이 해도 저물어가는데
客況轉凄然 ~ 나그네 處地 절로 悽凉하다.
遠岫斜呑日 ~ 먼 山은 비스듬히 해를 삼키고
孤村半帶煙 ~ 외진 마을 折半이 안개 속에 가린다.
平生倦遊恨 ~ 平生동안 놀이에 지쳐버려
容鬢近彫年 ~ 顔色과 毛髮 어느덧 시드는구나.

(186) 表訓寺. 1
玲瓏金碧纈林端 ~ 玲瓏한 金碧이 수풀 끝에 얽혀있고
廣殿無人夕磬殘 ~ 넓은 大殿에는 아무도 없고 저녁 鍾소리 사라진다.
疑有龍天來洒掃 ~ 아마도 스님이 와 洒掃를 하나보다
爐煙霏作裔雲盤 ~ 火爐에는 자욱한 煙氣 慶事로운 구름이 서린다.

(187) 表訓寺. 2
寺廢重新亦有緣 ~ 廢한 절 새로 새우니 이 또한 因緣
老師神力動諸天 ~ 늙은 스님 神力이 諸天을 움직였구나.
珠宮忽湧蓮花地 ~ 珠宮이 갑자기도 蓮花꽃 땅에 솟아나니
想被曇無笑輾然 ~ 생각 할 수록 菩薩 曇無가는 싱글벙글 웃어댄다.

(188) 豐田驛
早霜初落雁呼群 ~ 이른 서리 처음 내리자 기러기는 무리를 부르고
天外遙岑起暝雲 ~ 하늘 밖의 아득한 봉우리에 어두운 구름 피어오른다.
日暮傍山投古驛 ~ 곁 山에는 날 저무는데 옛날 驛을 찾아드니
馬前紅葉正紛紛 ~ 말 앞에는 붉은 나뭇잎이 우수수 흩날려 떨어진다.

(189) 避地連閣作八絶. 1
( 避地 連閣에서 八絶을 짓다)
家在長陵小市東 ~ 집은 長陵 작은 저자 東쪽이라
數間茅屋一年空 ~ 두어 칸 草家집을 한 해나 비워두었다.
牙籤萬軸歸何處 ~ 牙籤 꽂은 萬軸書 어디로 돌아갔나
不落溝中卽土中 ~ 도랑 속에 안 빠지면 흙 속에 묻혔으리라.

(190) 避地連閣作八絶. 2
朝罷天街響水蒼 ~ 朝會 罷한 서울 거리에 푸른 물결소리
萬家花柳沸笙篁 ~ 집집마다 꽃 버들 피리 소리 들끓는다.
君王一別通明殿 ~ 임금님 하루 아침에 通明殿 떠나자
歌舞場爲戰鬪場 ~ 노래하고 춤추던 곳 戰爭터가 되었다오.

(191) 避地連閣作八絶. 3
先子丘墳寄漢濱 ~ 先親의 墳墓를 漢水 가에 모시니
歲時誰是掃墳人 ~ 歲時마다 무덤을 쓸어 줄 이 그 누군가.
松楸西望腸堪斷 ~ 西녘으로 松楸 보니 애肝腸 끊어지는데
日暮天涯淚滿巾 ~ 해지는 하늘 가에 흐르는 눈물은 手巾에 가득하여라.

(192) 避地連閣作八絶. 4
西塞關河路幾千 ~ 西쪽 邊方 關河는 몇 千 里의 길이던가
別來音信若爲傳 ~ 離別 後 消息일랑 어떻게 해야 傳할 건가.
干戈滿眼身如寄 ~ 亂吏만 눈에 가득한데 더부살이 身世
何處看雲費晝眠 ~ 어느 곳에서 구름 보며 낮잠을 자볼 건가.

(193) 避地連閣作八絶. 5
塞北凶鋒尙未摧 ~ 邊塞ㅅ 北쪽 凶한 칼날 아직 꺾이지 않아
嶺西封豕幾時廻 ~ 재 너머 西쪽 오랑캐는 언제 돌아가는가.
煙臺日暮平安火 ~ 해 저문 煙臺에 烽火 불빛 平安하니
坐識高城賊不來 ~ 높은 城에 적이 못 온 것을 앉아서 알았다.

(194) 避地連閣作八絶. 6
千尺金城百尺壕 ~ 千 자 높이 굳은 城壁과 百 자 깊은 塹壕
矢銛弓硬且長刀 ~ 날카로운 화살과 센 활에 칼도 길기만 하다.
帳前擊柝軍相語 ~ 幕舍 앞에서 柝을 치며 軍士들 나누는 말
太守元來守不牢 ~ 처음부터 太守님이 굳게 지키지 못하였단다.

(195) 避地連閣作八絶. 7
到處生涯一病僧 ~ 어디서나 生涯는 한 사람 病든 僧侶
靜夜茆屋對篝燈 ~ 고요한 밤 떡집에서 燈불을 마주본다.
豪華舊習鎖難得 ~ 豪華스런 옛 習慣을 씻어내기 어려워
明日平原約放鷹 ~ 來日은 平原에서 매 사냥을 約束하노라.

(196) 避地連閣作八絶. 8
霽江公子紫霞仙 ~ 비 갠 江의 公子는 紫霞의 神仙이라
一別音塵兩渺然 ~ 한 番 離別 뒤엔 消息 兩쪽이 아득하다.
懷憶去年今夜月 ~ 지난해 오늘의 달밤을 생각해보니
雪中聯騎訪姑泉 ~ 눈 속에서 말 나란히 姑泉을 찾았어라.

(197) 海山仙夢謠 (海山, 꿈속 神仙의 노래)
溟波隱隱浮鰲島 ~ 푸른 바다에 隱隱히 뜬 鰲島여
瓊草漫山春不老 ~ 온갖 奇妙한 풀 山에 가득하고 봄이 한창이라.
帝遣小玉驂靑鸞 ~ 上帝는 小玉을 보내 푸른 鸞새 태워서
吹笙夜下紅雲端 ~ 피리 불며 한밤에 구름 끝을 내려온다.
裙衩半謝芙蓉帶 ~ 저고리는 芙蓉띠를 折半만 가리고
遠岫凝愁抹蛾黛 ~ 먼 봉우리에 엉긴 시름 눈썹에 발리었다.
陸郞倚醉隔煙語 ~ 陸郞은 醉한 氣運에 안개 밖에 속삭이며
仙袂笑拂三珠樹 ~ 神仙은 웃으며 소매로 三珠樹를 휘젓는구나.
丁當瑤瑤韻空冥 ~ 錚錚한 佩玉 소리 空中에 울리니
鞭龍踏鯇多娉婷 ~ 龍 타고 잉어 밟으니 너무나 아름답다.
彩蟾春桂香入骨 ~ 月宮의 桂樹나무 그 香氣가 뼈를 뚫고
鮫綃一點薔薇血 ~ 鮫綃의 붉은 무늬 한 點은 薔薇꽃 핏빛이다.
蓬萊重結千年期 ~ 蓬萊山에 또다시 千 年 期約 맺었으니
碧桃花落生孫枝 ~ 碧桃花는 떨어져 孫子 가지가 나오는구나.
寶枕瑤衾生曉寒 ~ 玉베개 緋緞 이불에 새벽 추위 차가운데
祥雲繚繞歸巫山 ~ 祥瑞로운 구름 얽혀 巫山으로 돌아간다.
憑誰寄語陽雍伯 ~ 누구에게 付託하여 陽雍伯에게 말 傳하여
種玉藍田餉書客 ~ 藍田에 玉을 심어 글 손님을 배불리 먹일까.

(198) 海州
海西大都會 ~ 海州는 西海의 큰 都市
首陽爲雄藩 ~ 首陽大君이 큰 울타리로 여겼다.
繚隍帶複塹 ~ 둘러 있는 垓字은 塹壕 두르고
擊柝嚴重門 ~ 치는 柝은 겹門이 壯嚴하도다.
中藏萬家室 ~ 그 가운데 萬戶의 집이 들어앉아
列肆若雲屯 ~ 열지은 가게들이 구름 뭉친 듯하다.
日夕賓旅集 ~ 밤낮으로 손님들 모여들고
車馬何喧喧 ~ 말과 수레 어찌나 시끄러운지.
自古稱難治 ~ 예부터 다스리기 어렵다 했으니
幹者方剸煩 ~ 맡은 者는 只今 한창 번거로우리.
近世苦數易 ~ 近世에는 너무도 자주 바뀌어
民吏瘦迎奔 ~ 官吏와 百姓들 迎接에 다 여위었다.
廨宇草如積 ~ 官衙 지붕은 풀더미 쌓인 것 같아
盤皿半無存 ~ 그릇에는 남은 것이 折半도 없다.
客至多厭色 ~ 客이 오면 싫증내는 氣色이 많고
蔬糲充饔飱 ~ 거친 밥 푸성귀로 끼니 채우네.
況我佐幕者 ~ 하물며 나 같은 幕佐의 身世야
其苦不可言 ~ 그 苦楚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도다.
酸酒對腐臭 ~ 신 술에 썪은 냄새 對하게 되니
對之心煩冤 ~ 對할 적마다 鬱火 치미는구나.
使旆幾時發 ~ 使臣 行次 어느 때 出發할 건가
吾亦催吾軒 ~ 나도 亦是 내 가마를 재촉하련다.
悵望故鄕路 ~ 서글피 故鄕 길 바라 보니
日落秋雲屯 ~ 해는 지는데 가을 구름 뭉치어 있다.

(199) 杏山
遠客愁無睡 ~ 먼 길 나그네 시름겨워 잠도 오지 않고
新涼入鬢絲 ~ 올 해의 차가운 바람은 귀밑머리 찾아든다.
雁聲天外遠 ~ 기러기 소리 하늘 밖에 멀어지고
蟲語夜深悲 ~ 밤 깊어 벌레 소리 悽凉도 들려온다.
勳業時將晩 ~ 功業을 세우기에는 漸次 늦어지고
漁樵計亦遲 ~ 漁夫와 나무꾼으로 돌아갈 計劃도 늦어진다.
起看河漢轉 ~ 일어나 바라보니 銀河水는 돌아가고
曉角動城埤 ~ 새벽 고동소리는 城壁에 搖動치는구나.

(200) 歇古宅 (옛집에서 쉬다)
蕭蕭風雨岸烏紗 ~ 부슬부슬 비바람에 烏紗帽 벗겨지고
三月韶光鬢半華 ~ 三月이라 봄빛에 귀밑머리 半白이어라.
客裏不堪佳節過 ~ 나그네 마음에 좋은 季節 보내지 못해
借人高館看梨花 ~ 높은 집을 빌려서 배꽃을 구경하는구나.

(201) 湖亭 (鏡浦湖 亭子)
煙嵐交翠蕩湖光 ~ 안개와 嵐氣 푸른고 湖水물결 넘실
細踏秋花入竹房 ~ 가을 꽃 밟고 밟아 대나무 房에 들었다.
頭白八年重到此 ~ 머리 센 지 八 年 만에 다시 이곳에 와
畫船無意載紅粧 ~ 그림배에 붉은 丹粧 싣고 갈 뜻 없도다.

(202) 䨥成湖 (䨥. 소낙비 확)
並海平湖闊 ~ 바다에 붙어있어 湖水가 트이고
沿流客棹輕 ~ 흐름 따라 내려가는 배는 빠르다.
煙凝暮山紫 ~ 안개는 서리고 저문 山은 붉어
霜落夕波淸 ~ 서리가 내리니 저녁 물결 맑기도 하다.
槎路通銀漢 ~ 뗏목 길이 銀河水로 通하고
仙居近玉京 ~ 神仙 같은 삶이 玉京과 가까웁다.
吹笙降王母 ~ 피리 부니 西王母가 내려오니
何許董雙成 ~ 董雙成은 그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203) 黃州道中
野店人煙小 ~ 들판 酒幕에는 사람과 煙氣 드물고
江橋落日愁 ~ 江가 다리위로 지는 해 시름겨워라.
誰憐千里客 ~ 누가 千 里 먼 나그네 불쌍히 여기랴
今始到黃州 ~ 오늘에야 黃州 고을에 當到했도다.

(204) 紅桃落盡 (붉은 복숭아꽃잎 다 지네)
南枝雨僽北枝摧 ~ 南쪽 가지 酷毒한 비에 北녘 가지 꺾여
寂寞香魂招不廻 ~ 寂寞한 香氣로운 넋은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
怊悵明年此翁去 ~ 서글퍼라 明年에 이 늙은이 떠나고 나면
不知花爲阿誰開 ~ 이 꽃은 뉘를 爲해 피어 줄는지 모르겠노라.

(205) 火龍潭
深泓渟黛綠 ~ 깊은 웅덩이 고인물 검푸른데
俯瞰何幽幽 ~ 굽어보니 어찌 그리도 으슥한가.
兩崖滑而仄 ~ 兩쪽 벼랑 미끄럽고 또 기울어져
竦身難久留 ~ 몸이 오싹하여 오래 서있기 어려워라.
其下毒龍蟠 ~ 이 밑에는 毒龍이 도사려있고
霜葉不得投 ~ 丹楓잎을 던지지는 말아라.
遊者愼跼足 ~ 구경꾼은 제발 발操心하여서
毋爲龍所求 ~ 주린 龍의 먹이감이 되지 말아라.

(206) 歡喜嶺
陟巘眺蓬萊 ~ 봉우리에 올라 蓬萊山 바라보니
瓊峯四面開 ~ 구슬같은 봉우리 四方으로 열렸구나.
蒼茫日月色 ~ 까마득한 해빛과 달빛
照耀金銀臺 ~ 金銀臺를 밝게 비추는구나.
高嘯千巖動 ~ 높은 휘파람 一千 바위가 흔들리고
長風萬里來 ~ 긴 바람은 萬 里를 불어오는구나.
王喬在何處 ~ 神仙 王喬 사는 곳은 어느 곳인가
天外鶴飛回 ~ 하늘 밖에 鶴이 돌아 날아드는구나.

(207) 懷遠關
設鎭臺隍壯 ~ 臺隍市 雄壯한 곳에 陣을치니
防胡節制强 ~ 節制使는 强하도다, 오랑캐를 막는구나.
土風餘俠窟 ~ 地方 風俗에 義俠心 남아있고
民俗雜氈鄕 ~ 民間習俗에 野蠻性이 섞여있구나.
旅館人誰問 ~ 旅館을 묻는이가 누가 있으리오
殊方歲漸涼 ~ 異域이라 한해도 서늘해 간다.
孤燈照無睡 ~ 외로운 燈불 비추어 잠은 오지않아
候雁已南翔 ~ 가을철 기러기는 벌써 南으로 날아간다.

(208) 曉坐試院 (試院에 아침에 앉아)
晨燎煇煌列棘分 ~ 새벽 횃불 燦爛히 가시 울에 벌려있고
白袍庭下立如雲 ~ 뜰아래 흰 道袍는 구름같이 늘어서 있다.
龍淵欲霽豐城氣 ~ 龍淵은 걷고 칼 氣雲 뻗혔는데
駿骨誰空驥北群 ~ 어느 駿馬가 驥北의 무리를 席卷할까.
爭詑彎弧來破的 ~ 다투어 활을 당겨 과녁 뚫는 자랑들
幾人劘壘可嘗軍 ~ 몇 사람이 軍事 내어 壁壘를 뭉갤까.
春官飮墨腸曾飽 ~ 禮曹에서 먹물 마셔 이미 배불러서
多愧今朝典校文 ~ 오늘 아침 글 校文 맡은 것이 부끄럽구나.

(209) 後岡
溪水淙潺亂石間 ~ 어지러운 돌 사이로 시냇물 좔좔 쏟아지고
隔花幽鳥語關關 ~ 꽃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윽한 새소리 搖亂하다.
長風忽捲前林雨 ~ 긴 바람이 갑자기 눈앞의 숲속 비를 걷어가니
一抹斜陽映半山 ~ 한 가닥 비낀 햇살이 山 허리를 비추는구나.

(210) 撝客獨坐 (손님을 떠나보내고 홀로 앉아)
經卷鑪香寂不譁 ~ 經書나 香爐의 香이 말없이 고요하니
蕭然如在羽人家 ~ 神仙의 집에 와 있는 듯이 蕭然하여라.
當堦暖日烘梅蕊 ~ 섬돌에 닿은 따뜻한 햇살 梅花 꽃 술 덥히고
撲戶輕颺墮柳花 ~ 窓門을 때리는 가벼운 바람 버들꽃을 떨어뜨린다.
鄴瓦久乾抛兎翰 ~ 鄴瓦라는 벼루는 이미 말라 붓을 벌써 던지어
焦阬方熱試龍茶 ~ 焦阬이란 茶가 이제 막 더우니 龍茶나 맛보자꾸나.
休言地僻無來往 ~ 窮僻한 땅이라서 往來 傳혀 없다 말하지 마소
自由山蜂趁兩衙 ~ 山벌처럼 自由로워 하루 두 番 官衙에 參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