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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傳說]선묘낭자

淸潭 2016. 1. 18. 12:25

선묘낭자


이 소쇄(瀟灑)한 곳에 한 여인이 촛불을 켜고 있다.

 

그녀는 촛불 되어 뼈와 살을 녹이며 흐르는 촛농처럼 의상(義湘, 625~702)을 목숨처럼 뜨겁게 사랑했다.

그가 사찰에 머물고 있는 것이 꿈만 같았고,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녀는 섬섬옥수가 그리움의 농현(弄絃)으로 그를 사랑하며 날마다 꿈같은 꽃밭을 가꾸며,

생의 순간순간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한 공간 속, 그녀의 삶은 꽃잎 위에 맺힌 아침이슬 위를 나는 노랑나비의 날갯짓처럼 영롱한 빛깔이었다.

 

그러나 자로 잰 듯 철저한 규칙 생활로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엄격하게 다스리던 의상(義湘)이었다.

그 역시 서로의 처지가 사랑해도 죄가 되고, 고백해도 죄가 되는 것을 안 어느 날,

의상(義湘)은 조사당 마루에 지팡이를 꽂고 떠나 버린다.

 

닿지 않는 것에 대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지순한 사랑이 뜨겁게 타올랐던 갈망!

꿈과 사랑이 송두래 채 사라진 자리에 그토록 밝은 달이 막막했고 달빛만 깊고 깊어갔다.

그가 떠나 자리에 허무한 바람이 일고 산다는 것이 물 빠진 갯벌처럼 허망하였다.

 

<선묘낭자>의 그 지순하고도 뜨거웠던 사랑은 눈물비늘 되어 하늘을 덮었다.

 

그가 떠난 허망한 자리에 숱한 비가 내리고, 눈 내린 세월,

그녀는 천만번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눈물방울로 절절한 염원을 띄운다.

그러나 향불은 길을 잃고 허공에 맴돈다.

 

그녀의 절절한 사랑은 어디서도 채워질 수 없고,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목마름이었다.

무릇 그가 떠난 삶은 할머니의 바람 빠진 젖가슴처럼 허망한 것이었고, 그 절절한 그리움은 가슴에 한(恨)이 되었다.

 

그렇게 막다른 시간과 길에 일어선 것은, 하나 뿐인 목숨이었다.

 

그녀는 의상(義湘)이 떠난 뱃길 위를 하얀 소복을 한 채, 한 발 한 발 내딛어 바다에 몸을 날린다.

하얀 치마가 잠시 부풀어 올라 떠오르더니, 그리곤 영영 자취를 감추었다.

그 위를 갈매기가 몇 바퀴 둥글게 돌더니, 붉게 물든 서녘으로 날아갔다.

 

선묘의 지순한 사랑은 그리움 속에서 간절하게 솟아나는 맑은 영혼의 샘물이었고,

절실하고, 절절한 것이었고, 그것은 뜨거운 목숨이었다.

 

 

뒤돌아보니, 바람도 목메어 울고 갔을,

이 고색한 뜰 어딘가에 문풍지 울음에 쌓여 흐느끼는 여인의 울음이 환청처럼 들리는 듯하다.

 

문득, 먼 길 달려온 행려의 뇌리에 삶은 어쩌면 부질없고 덧없음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스치고,

터벅터벅 돌아서는 발길에 처연한 한줄기 바람이 내내 옷깃에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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