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참회하며 판 터널

淸潭 2015. 7. 13. 09:17

참회하며 판 터널

 


일본 사무라이의 아들이었던 선해(禪海)는 고관집의
가신(家臣)이 되었다. 그러나 고관 부인의 유혹에 빠져
사랑을 나누었고, 그 사실이 고관에게 발각되자 어쩔
수 없이 그를 죽이고 여인과 함께 도망을 쳐야만 했다.

그러나 도망자의 삶은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줄어들 줄 모르는 여인의 탐욕심 때문에 그는
마침내 도둑으로까지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여인의 탐욕에 혐오감을 느낀 선해는 홀로 후쿠오카
지역으로 가서 탁발승이 되었고, 남은 생애 동안 과거의
잘못을 속죄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완수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그리고 속죄의 일을 찾던 어느 날, 위험한 절벽길
을 지나가다가 앞의 사람이 떨어져 죽은 것을 목격하고,
산을 뚫는 터널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아무리 힘들지라도 꼭 터널을 뚫어, 절벽길를 가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하리라.'
선해스님은 잠깐 음식을 구걸하러 가는 시간을 빼고
밤낮없이 굴을 팠고, 30년을 기약하며 폭 6m에 길이
690m나 되는 터널을 완성해 나갔다.

그런데 터널이 완성되기 2년을 앞둔 어느 날, 자신이
살해한 고관의 아들이 무술을 익혀 아버지의 원수를 갚
겠다며 선해스님 앞에 나타났다. 결투를 신청하는 그
아들에게 스님은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부탁을 했다.

"내 목숨을 기꺼이 당신에게 주리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을 마칠 때까지만 기다려 줄 수는 없겠소?"

고관의 아들은 그 날을 기다렸고, 선해스님은 끊임없이
굴 파는 일을 계속하였다. 몇 달 동안 하는 일 없이
'도망치지나 않나' 감시만 하고 지내기에 지친 고관의
아들은 서서히 굴 파는 일을 돕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년 이상을 함께 굴을 파면서, 선해스님의 굳건한
원력과 진실한 성품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

마침내 터널이 완성되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을 때, 선해스님은 무릎을 꿇고 청하였다.
"이제 나의 목을 치시오. 나의 할 일은 끝났소."
"어떻게 제가 스승의 목을 자를 수 있겠습니까?"
젊은이는 눈물을 흘리며 스님을 부축해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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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거룩한 참회행(懺悔行)입니까?
30년에 걸친 선해스님의 성실한 참회행으로 모든 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긴 터널이 완성되었고, 하늘 아래
함께 할 수 없는 원수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정녕 우리가 참회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면, 생활 속에서
형편 따라 능력 따라 참회의 선행을 짓고 살아야 합니다.
불보살님께 절을 하고 기도를 하는 것만을 참회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한 마디의 축원과 따스한 마음가짐, 남의
불안을 없애주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기쁨과 웃음을 주는
것, 정성껏 사람들을 돕고 보시를 하는 것 또한 훌륭한
참회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로 참회는 우리의 번뇌를 녹이고 업을 녹입니다.
우리를 평화로움이 가득한 열반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열반(涅槃)! 열반은 범어(梵語) 니르바나를 뜻으로 풀이한
말입니다. '니르'는 사라진다, 꺼진다 등의 상태를 나타내는
부정적 접두사이고, '바나'는 불이므로, '니르바나'라고 하면
불이 꺼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바꾸어 말하면 환멸(還滅)입니
다. 번뇌의 불길이 모두꺼져 본래의 고요함으로 되돌아간 상
태, 그것을 일컬어 적멸(寂滅)이라 하고 환멸이라고도 하며
열반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삶을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빠져서 끊임없이 타락의 길로
흘러가는 유전(流轉)의 삶이고, 또 하나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끊고 스스로의 진실을 체험하며 참된 본성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환멸(還滅)의 삶입니다.

석가모니께서는 이 두 가지 중 환멸의 삶을 택하여 어떠한
번뇌의 불길도 일어나지 않는 적정(寂靜)의 상태에 이르게
됨으로써 부처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45년 동안 중생들에게
환멸의 삶을 가르치다가 육신으로 인한 마지막 장애까지
모두 버리고 열반의 세계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 누구든 환멸의 삶을 이루어 열반의 경지에 들어서면
영원, 행복, 자유, 청정{常樂我淨}등의 갖가지 덕이 충만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괴롭고 힘든 일에 처하였을지라도,
'이 모두가 나의 업 때문이니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가짐
으로 염불을 통한 참회, 108대참회, 자비도량참법,
예념미타도량참법 등의 참회법 가운데 하나를 택하여 매일
매일 참회하고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인 고통을 참고
견디면, 좋지 않은 업들이 빨리 빨리 소멸됩니다.

잘 명심하십시오. 환멸의 삶, 열반의 경지로 나아가는
비결은 참회에 있습니다.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나쁜 업이 다 녹아 죄가 없어지면
복이 생기고, 복이 깃들면 마음이 신령스러워집니다.
만일 우리의 마음이 항상 신령스럽다면 그 결과가
무엇이겠습니까? 성불(成佛)이요 부처님이 되는 것입니다.

부디 모든 불자들이 진참회(眞懺悔)를 이루어, 업의
결박에서 벗어난 대자유, 대행복의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월간 [법공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