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거지 여인의 구걸

淸潭 2015. 7. 10. 09:31

거지 여인의 구걸

중국 오대산에는 '거지 여인의 구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대산 영축산에는 해마다 삼월이면 '누구나 부처님처럼 환영하는 법회'인 무차재無

遮齋를 열었다.  그래서 이 법회에는 스님이든 마을 사람이든, 여자든 남자든, 귀한

사람이든 천한 사람이든, 늙은이든 아이든, 심지어 짐승들까지도 모두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참으로 이 법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평등하고 음식에도

평등한, 지극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그런데 이 법회에 아이를 밴 거지 여인이 느닷없이 두 아이를 안고 개 한 마리를 데

리고 나타났다.  가진 것 없는 그녀는 머리키락을 잘라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리더니

 주지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곧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니 제게 먼저 먹을 음식을 주

시지요."

 

아직 음식 먹을 시간이 아니었지만, 주지 스님은 여인의 청을 들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배불리 먹은 여인은 데리고 온 개에게도 음식을 달라고 해서 먹인 다음

또 다시 주지 스님에게 가서 배 안에 있는 아기의 음식 몫도 달라고 했다.  여인의 행

동을 못마땅해 하던 주지 스님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몫까지 음식을 달라고 하니, 어쩌면

그렇게 음식 욕심이 많단 말인가!"

 

이 말을 들은 거지 여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쓴 조랑박은 뿌리까지 쓰고

 달디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지.

 삼계三界라,

 집착할 것 없는 이 천지 안에

 나는 무슨 까닭으로 스님의

 꾸지람을 듣는가?"

 

그리고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문수보살이 되어 금빛 사자로 변한 개를

 타고 두 동자와 함께 구름 속으로 사라지며 다시 노래했다.

 

"평등을 배우는 이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온갖 경계에 흔들리는가

 이 몸 이 마음 다 흩어지고 말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어느 곳에 있는가!"

 

그 자리에 모인 수천의 대중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외쳤다.

"성스러운 이여, 평등 법문을 듣고 힘써 수행하고 싶습니다."

 

보살의 모습이 사라지고 하늘 끝 어디선가 다시 보살의 노래만 들려왔다.

 

"그 마음

 모든 삶 실어주는

 너른 땅과 같다면,

 그 마음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다면

 두 가지 모습 없는

 참 세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리라.

 다툴 일 없이.

 있고 없음의 그 바탕

 허공 아닌가?"

 

문수보살의 진신을 몰라본 주지 스님이 주머니칼을 커내들고 자신의 어두운 눈을 찌

르려하자 대중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말렸다.  대중은 바로 큰 탑을 세워 거지 여인이

잘라준 머리카락을 탑 안에 모셨다.  명나라 초기에 이 절의 주지로있던 원광圓廣이

탑을 다시 고치다가 그 머리카락을 보았는데 머리카랃은 금빛 광명을 뿜어내며 볼

때마다 양이 달라 보였다고 한다.  그 탑은 지금도 오대산 대탑원사 동쪽에 있다.

 

김진태의 <물 속을 걸어가는 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