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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 같은 게 선방수좌의 모습”정진현장/ 반(半)결제 지난 김천 수도선원 |
![]() 동안거 기간 동안 김천 수도암에는 19명의 수좌들이 방부를 들였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정진 중인 스님들의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올 겨울 동장군의 기세가 유난히 등등하다. 하루하루 추위를 이겨내기도 벅찬 세속의 삶과 달리, 동안거 결제에 든 선원 수좌들의 겨울은 뜨겁다. 지금도 전국 100여개 비구.비구니 선원에서는 2200여 명의 스님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맹정진하고 있다. 반결제가 지난 8일 어렵게 허락을 받은 김천 수도암 선원을 찾아 수행현장을 옅보았다.
견성오도 정신으로 하루 9시간 치열한 정진
은산철벽 무너뜨리고 중생구제 실현을 발원
새로 생긴 김천구미역에서 김천 수도암으로 가는 길,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는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올랐다.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수도암 역시 눈으로 덮여 있었다. 멀리 가야산 봉우리부터 수도산까지 이어지는 설산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김천 수도리에 위치한 수도산 수도암은 지명에서 말해주듯 도를 닦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는데 “만대의 수도인이 나와 공부할 터”라고 예언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도선원은 해발 1080m로 전국 선방 중 가장 높은 곳이다. 겨울에는 춥지만, 한 여름에는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아 청량해 수행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내로라하는 선지식들이 이곳을 거쳤다. 경허스님을 비롯해 한암스님, 효봉스님, 전강스님이 수행했고 구산스님과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5~6명 정도 수행정진하던 교무의 수도선원이 20 여명의 선객들이 수행할 수 있는 도량으로 불사한 장본인은 법전 종정예하다. 스님은 1969년 수도선원 불사를 시작했는데, 당시 많은 스님들이 불사에 동참했다고 한다.
관응스님이 첫 방함록을 쓴 이후부터 수행의 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견성오도(見性悟道). 본래의 성품을 깨닫는 것이 견성이면 번뇌를 해탈하고 불타의 지혜를 얻는 것이 오도다. 수도암에는 견성오도를 서원한 19명의 스님이 방부를 들였다. 정각에서 무문관 수행을 하는 스님 한 명을 제외한 18명의 스님이 큰방에 모여 함께 정진한다. 출가 이래 60안거 이상을 성만한 선원장 원인스님부터 비구계를 받은 지 1년이 된 스님까지 열심이다. 선원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치열하다.
오전3시 죽비 3방으로 예불을 대신하고 가부좌를 튼다. 오전5시 방선해 5시50분 아침공양을 끝낸 뒤 오전8시 다시 입선이다. 3시간 동안 정진하고 나면 사시불공과 점심공양을 하고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정진한다. 저녁공양과 예불을 마치고 오후7시부터 9시까지 참선하면 일과가 끝난다. 스님들은 하루 9시간 정진하고 방선 틈틈이 포행과 산행을 하는 게 일상이다. 열흘마다 돌아오는 삭발일은 평소보다 여유 있다. 오전과 저녁정진은 그대로 하되 낮 시간에는 목욕과 삭발을 하고 밀린 빨래를 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선원에 있으면 자연스레 율사가 된다. 산문 밖을 나갈 수 없으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없어진다. 안거 기간에 인터넷이나 TV, 신문을 보게 되면 퇴방이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속세의 뉴스를 접할 일이 없다. 선방에 대중공양을 오는 신도들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을 뿐이다. 수도선원은 안거의 절반이 지나면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반철 산행도, 새해 아침 윷놀이도 하지 않는다.
동안거 하안거가 다를 바 없고, 전국 선방 어느 곳이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올해 수도선원의 동안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눈 치우기 울력 때문이다. 선방의 공양이 평등하듯 울력도 예외 없다. 내리 5일간 쏟아지는 눈을 치우느라 선방 스님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울력에도, 반결제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스님들의 자세다. 안거를 준비하면서 방부를 들일 때면 당장이라도 은산철벽을 깨트릴 기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심이 흐트러지지 않냐고 묻자 입승 청암스님은 “처음과 끝이 같은 게 선방”이라며 “해제하는 날까지 한결같이 수행하는 것이 수좌의 바른 모습이 아니겠냐”며 되물었다.
선원장 원인스님은 “불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화두를 들고 염불을 하거나 주력을 하고 간경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고 바른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며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을 본보기로 삼아 생활에서 선을 실천한다면 날마다 좋은 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어현경 기자
■ 인터뷰 / 수도선원장 원인스님 “수좌들 정진 외호에 최선”
![]() 원래는 10년 정각 수행을 결심하고 정진을 시작했지만 선방 안정화와 30년간 정체된 수도암 불사를 해달라는 은사 스님의 말씀을 따라, 3년 결사를 마친 후 주지와 선원장 소임을 겸임하게 됐다. 원인스님은 “그간 선원장 없이 입승 스님이 선원을 관리하면서 선원 운영에 어려움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주지와 선원장 소임을 함께 맡아 사중과 선방이 일원화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암 선원이 처음 불사를 시작해 개원한 것까지 지켜봤던 스님은 “당시 영남 3대 수행처 중 하나였던 수도암의 옛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원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는 입승 스님의 재량에 맡기고 대중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정진할 수 있도록 외호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수행 인연 때문인지 수도암을 좋은 수행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수도암이 제 궤도에 오르면 다시 무문관 정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선원 대중공양은...
여래성중 공양하는 일
세상 위없는 福田 일궈
목련존자가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려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한 것처럼 선원 대중공양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다. <증일아함경> ‘불선품’에서 부처님은 “여래의 성중은 공경할만해서 세상의 위없는 복밭(福田)이기 때문에 공양하면 큰 복을 짓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사분율> 제13권에서 부처님은 수행자에게 공양을 베푼 공덕에 대해 “비구들이 너에게 한 덩어리의 밥만을 얻어먹더라도 그 복덕이 한량없다”고 설하셨다. 오늘날에도 많은 불자들이 안거기간 중 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다. 재가자들은 수행하는 스님들을 만나 신심을 얻고, 음식과 의복, 약품 등을 공양 받은 스님들은 재가자를 위해 법보시를 한다.
[불교신문 2688호/ 1월15일자] 2011-01-12 오후 2:31:33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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