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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盧) 전 대통령, 자신의 과거 먼저 돌아보고 남 탓해야

淸潭 2008. 10. 24. 12:33

 

[사설] 노(盧) 전 대통령, 자신의 과거 먼저 돌아보고 남 탓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2일 자신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정책 감사와 감사원의 독립'이란 글에서 "감사 요청은 국회도 할 수 있고 일반시민도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할 수 없다는 논리가 과연 말이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감사원은 당초 지난해 9월 쌀 직불금(直拂金) 감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요청으로 3월로 6개월 앞당겼다. 대통령 선거 시기에 임박해서 감사를 해 공직자를 비롯한 비(非)농업인들이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받을 몫을 가로챘다는 감사결과가 공개되면 농민들의 투표가 반(反)정권적 방향으로 움직일 것을 염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의혹의 핵심인 감사원이 왜 감사 시기를 앞당겼고, 힘들게 감사를 해 놓고선 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관련 자료까지 없애 버렸느냐는 것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난데없이 대통령의 감사요구권을 들고 나왔다. 또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감사원이 수시로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 5년간 벌인 500건 가량의 감사 중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건 11건뿐이다. 11건 중 10건은 안보와 기업에 관련되는 기밀 사항이다. 쌀 직불금 문제가 기밀일 수는 없다. 이 같은 비공개 결정과 자료 폐기 의혹 등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법을 넓게 해석하면 대통령도 감사 요청을 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감사원 법 23조는 국무총리를 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청와대'는 법을 무시하고 총리를 밀쳐두고 대통령의 386 심복들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이나 비서관을 내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감사원장보다 더 감사 실무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듣는 사무총장에 청와대 비서관을 2명씩이나, 그것도 그 중 1명은 대통령 고교 후배를 임명한 것에 대해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한 인사 교류"라고 했다. 대통령의 고교 후배 사무총장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에 도움이 됐을지, 아니면 청와대 뜻을 감사원에 밀어넣는 데 도움이 됐을지는 상식으로 판단할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글에서 "(감사원이) 권력의 칼이 됐고 다른 사정기관들도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며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고 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선 "생트집"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정조사에 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하려는 것을 의식한 반응일 것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국정조사에 소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고, 입만 열면 '전임 정부 탓'을 하는 여권(與圈)의 태도 역시 볼썽사납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는 재임 중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불의와 기회주의가 승리한 역사'라며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역대 대통령을 깨워 내 심판대에 올려놓았던 대통령이다. 그뿐 아니라 '민생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민생문제는 (전임 정부에서) 물려받은 것"이라며, 자기와 뿌리가 같고 자기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권력과 TV와 조직과 영향력을 동원해 주다시피 한 전 정부까지 물고 늘어지곤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직불금 은폐 의혹을 남 탓으로 돌리려 하기보다 밝힐 것은 먼저 밝히는 게 옳은 일이다.

입력 : 2008.10.23 23:07 / 수정 : 2008.10.23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