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약물요법

인슐린 주사, 2년 뒤면 매일 안맞아도 된다

淸潭 2010. 6. 16. 21:02

인슐린 주사, 2년 뒤면 매일 안맞아도 된다

획기적 당뇨병 신약들 임상시험 마치고 곧 출시
일주일 1회 주사로 OK 비만·고혈압에도 효과
1형 환자용 백신도 개발중

기존 당뇨병 약과 전혀 다른 신약이 2~3년 안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릴리, BMS 등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이 신약들이 출시되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비만이나 고혈압 같은 다른 만성질환의 관리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약들은 대부분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거나 마지막(3상) 시험 중이어서 늦어도 2012년까지 국내에 출시될 전망이다.

바이더리온(릴리)=1주일에 한번만 주사

인슐린이 아닌 '인크레틴' 분비를 돕는 약이다. 인크레틴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이것이 많아지면 저절로 인슐린 분비도 많아진다. 인슐린 제제와 달리 인크레틴 제제는 혈당 수치에 따라 분비량을 조절할 수 있어 저혈당 위험 없이 인슐린 분비를 늘릴 수 있다.

지난 10일 열린 미국당뇨병학회에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팀이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13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 바이더리온을 주사하자 공복 혈당이 평균 40mg/dL 이상 떨어졌다. 이 약은 현재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는 2012년 시판될 예정이다. 김신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인슐린 주사는 적게는 하루 한번, 많게는 하루 네번까지 주사하는데 바이더리온은 1주일에 한번만 주사해도 약효가 일정하게 지속된다"며 "직장생활 등으로 주사를 자주 맞기 어렵거나 주사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에게 특히 좋다"고 말했다.

▲ 당뇨병 환자가 간호사에게 인슐린 주사를 맞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기존의 인슐린 주사는 매일 맞아야 하지만 최근 한 달이나 1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는 약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다파글리플로진(BMS)=비만·고혈압도 같이 좋아져

대부분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 혈당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 약은 인슐린과 관계없이 신장에 작용해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켜 혈당을 떨어뜨린다. 신장에서 나트륨과 포도당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운반체(SGLT)의 활동을 막기 때문에 당뿐만 아니라 나트륨과 수분 배출도 많아져 혈압 강하·체중 감량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는 것. 당뇨병 환자의 50~60%가 비만을, 30~80%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어 약 하나로 세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약의 장점이다.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영국 에인트리대병원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약 10㎎을 3달 동안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기존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것과 비슷하게 유지됐으며 체중은 평균 4.51㎏, 혈압은 약간 감소했다. 단, 이 약을 복용하면 소변에 세균의 먹이가 되는 당이 많아져 소변을 저장·배출하는 방광과 요도 감염이 잘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지난해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쳤고 국내에는 2012년 출시 될 예정이다.

김정국 경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슐린 분비와 무관하므로 저혈당 위험이 없고, 약을 오래 써도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비만이나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췌장이 완전히 망가져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미드(다이아미드메디컬)=제1형 당뇨병 예방 백신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당뇨병 예방 백신도 개발 중이다. 제2형(성인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생기지만, 제1형 당뇨병은 아예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체 자가 면역 시스템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췌장을 공격하므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스웨덴 제약사 다이아미드메디컬은 췌장 세포를 공격하는 단백질(글루탐산 디카르복실레이스 항체)을 없애 제1형 당뇨병이 생기지 않게 하거나 늦게 생기게 하는 약을 개발했다. 2008년 스웨덴 린코핑대 연구팀은 10~18세 제1형 당뇨병 환자 70명에게 이 약을 주사하자 2년6개월 뒤 인슐린 생성 전 단계 물질(C-petide)이 대조 그룹보다 22.3% 가량 많아졌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계에 발표해 화제를 일으켰고, 다이아미드메디컬은 곧바로 영국 등 유럽 6개국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올 가을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3~4년 내 시판될 예정이다. 이외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도 2008년부터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카나키누맙(노바티스), 알테아(릴리), 비아탭(바이오델)

그 밖에 노바티스는 인슐린을 한달에 한번 주사하는 약을 개발 중이다.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관절염을 일으키는 물질(인터루킨-베타)이 인슐린 분비 세포도 파괴한다는 것을 발견, '카나키누맙'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었다.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월 1회 이 약을 주사하자 인슐린 분비 세포를 파괴하는 '인터루킨-베타'라는 물질의 활동이 줄어 인슐린 분비량이 많아졌다. 현재 2상 임상 시험 중이며, 5년 쯤 후 시판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릴리는 팔과 배에 붙이면 약이 피하지방으로 흡수돼 혈당을 떨어뜨리는 패치제 '알테아'를 개발, 현재 2상 임상시험을 마쳤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델은 '비아탭'이라는 설하 인슐린 제제를 개발해 현재 1상 임상시험 중이다. 패치나 설하제는 주사제에 비해 통증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 2010.06.16 08:4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