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환 |
천주교 김수환(86·사진) 추기경이 새로 출발하는 18대 국회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추기경은 10일 오전 서울 혜화동 주교관을 찾아온 봉두완(74) 한·미클럽 회장에게 “이번 18대 총선을 계기로 우리 국회가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백성을 섬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봉 회장은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한·미외교’ 세미나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날 김 추기경에게 출국 인사를 하러 갔다.
김 추기경은 대화와 협상의 국회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들어가려면 국회도 17대처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는 국회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또 “백성은 곧 하느님”이라고 말했다. 추기경은 “선거는 대개 국민의 뜻을 반영해 왔으며,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 담긴 뜻을 잘 살펴보기를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9일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봉두완 회장은 “추기경께서 불편한 몸에도 직접 걸어서 서울 동성고 투표장에 다녀오셨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최근 침체된 서민경제의 진작을 부탁했다. 추기경은 “누구나 울타리(청와대) 안에 들어가면 세상을 잘 보지 못한다”며 “밖에서 우는 아이가 왜 우는지 그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 추기경은 요즘 정치상황에도 큰 관심을 표시했다. 봉 회장은 “추기경께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연대 후보들, 그리고 이회창 총재와 자유선진당 후보들의 선거 결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셨다”고 밝혔다. “삼성은 나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삼성도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제경쟁에 더욱 뛰어들어야 한다”는 봉 회장의 질문에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김 추기경은 한·미관계 복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을 나타냈다. 양국의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할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한·미외교’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받은 추기경은 봉 회장에게 “열심히 잘하고 돌아오라”며 강복(降福·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리는 복을 뜻하는 가톨릭 용어)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