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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승복 아름다웠다

淸潭 2007. 8. 21. 09:50
[사설] 박근혜의 승복 아름다웠다
어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승자는 두 명이었다. 신승을 거둔 이명박 후보는 대선가도를 질주할 화려한 승자가 됐다. 깨끗한 승복과 대선 협력을 선언한 박근혜 후보는 패자이면서 승자였다. 추악했던 경선의 아름다운 종결이다.

 경선의 3대 핵심 요소는 검증·열기, 그리고 화합이다. 당은 흥행에 성공했다. 투표율이 70.8%나 됐다. 그러나 검증의 냉기는 여전했다. “시한폭탄 후보” “본선 필패 후보” “땅떼기당”…. 이런 단어는 당을 지지하는 이에게 자상(刺傷)을 남겼다. 흥행의 열기만큼 검증의 냉기가 당의 장래를 위협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승복으로 자상의 치유가 시작됐다.

 박 후보의 마음속엔 억울함의 큰 덩어리가 있을 것이다. 그는 당원·대의원·국민참여선거인단의 직접투표에서는 승리했다. 예상을 깬 저력이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뒤져 결국 후보를 내주어야 했다. 후보 자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사라진 것이다. 표차도 2400여 표로 2%포인트도 채 안 됐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더 이상 분명할 수 없는 단어로 이 후보를 축하하고 당의 단합을 외쳤다.

 물론 연설만으로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 후보의 표현대로 잊는 데 여러 날이 걸릴 수 있는 상처의 기억이 있다. 박 후보의 귀에 “이 후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속삭임도 들릴 것이다. ‘백의종군’이 소극적 협력으로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흔들려선 안 된다. 이 후보에게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박 후보는 승복과 협력이란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자신을 따랐던 의원과 당원이 흔들리면 그들을 붙잡아야 한다. 그런 일관성이 당을 살리고 자신의 미래를 살릴 것이다. 그는 미래에 소홀하기에는 아직 젊다. 박 후보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이제 그는 ‘승복의 여왕’이 됐다. 어제의 광경은 한나라당이란 무대를 넘어 한국 정치의 성숙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장면이 소중한 기억으로 발전하려면 실천이 중요하다.

2007.08.21 00:0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