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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역시 오늘의 승자다

淸潭 2007. 8. 21. 10:12
  • [사설] 박근혜 후보 역시 오늘의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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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후보는 분패했다.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국민 지지율을 갖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박 후보는 그 절대적 불리의 상황을 딛고 이 후보와 거의 대등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인단 투표에선 오히려 이 후보를 앞섰다. 박 후보 진영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며칠 전 “더블 스코어로 뒤지던 전세를 몇 달 만에 여기까지 끌어 온 박 후보의 완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투표함이 열리고 나서 모든 사람이 여기에 共感공감했다.

    선거에서 2위로 출발한 사람은 모든 점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1위 후보로 쏠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사람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이런 악조건을 극복했다. 경선 기간에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헌신적 모습을 보였다. 불리한 진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박 후보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으로 존립의 위기에 빠졌을 때 대표를 맡아 당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 후 계속된 재·보선에서 여권에 0 대 40의 전패를 안긴 사람도 박 후보였다. 박 후보가 이렇게 자신이 지키고 키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한 심정은 다른 사람이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경선은 유례없이 치열했다. 박 후보도 심한 공격을 받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경선 후 패배자가 진심으로 승복하겠느냐고 의심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이 초접전으로 나타난 순간, 누구의 머리에도 경선 불복으로 얼룩졌던 우리 정치 풍토가 떠오른 것은 그간 국민의 경험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연설의 첫머리에서 “저 박근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박 후보는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이 후보에게는 “국민의 염원을 부디 명심해 정권 교체에 반드시 성공해달라”고 부탁했다.

    박 후보는 지지자들에게도 “치열했던 경선은 끝났다”며 “나를 도와줬던 그 순수한 마음으로 정권 창출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꼭 부탁드린다”며 “경선 때의 모든 일들을 이제 잊자. 하루아침에 안 되면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잊자”고 했다.

    박 후보의 깨끗한 승복은 그가 지금까지 말해온 ‘원칙’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박 후보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의 마음에 박 후보의 승복 연설 한마디 한마디가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이날 박 후보로 인해 한 단계 성숙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오늘의 勝者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