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충무공 탄신 462주년이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1545~1598)은 남북한 모두 존경하는 민족적 영웅이다.
그러나 충무공의 유물 관리는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순신 장군의 공적을 기록한 '선무공신 상훈교서'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 공신교서는 일제가 관리해 왔지만 1945년 광복 이후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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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방 묘연한 공신교서=선조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라가 안정된 1604년 이순신.권율.김시민 등 장수 18명에게 선무공신 상훈교서를 내렸다. 이 중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공신교서는 원균.권응수.김시민.이광악.이운룡.유사원 등 7건이다. 이 중 6건이 보물로 지정됐다. 김시민 공신교서의 경우 30년대 사라졌다가 2005년 일본의 경매장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국민성금 1억2000여만원을 모아 국내로 들여왔고, 올 1월 보물 1476호로 지정됐다.
이순신 공신교서를 처음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은 일제 당국이다. 조선사편수회는 28년 충남 아산군 덕수 이씨 종손 이종옥씨가 보관하고 있는 공신교서를 사진으로 촬영했다. 이 흑백사진의 유리 원판 필름은 현재 국사편찬위원회가 보관하고 있다. 모두 13장으로 된 이순신 공신교서에는 충무공의 전공이 자세히 적혀 있다.
광복 이후에는 충무공의 후손인 덕수 이씨 종가에서 공신교서를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덕수 이씨 종가는 '난중일기' 등 충무공에 관한 각종 유물과 자료들을 보존했다. 덕수 이씨 문중 관계자는 "어렸을 때 공신교서를 본 기억이 난다. 두루마리가 아닌 책자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신교서는 문화재로 지정된 적이 없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홍순민 명지대(교양학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 때 충무공을 성웅(聖雄)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도 공신교서가 문화재로 지정 안 된 것은 당국이 존재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갑자기 증발했다. 본지가 덕수 이씨 종가나 아산 현충사 측에 문의한 결과 "공신교서를 소장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학계에서도 최근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임진왜란 전문가인 이상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관은 "지난해 이순신 관련 유물을 조사하면서 일제 때까지 남아 있던 공신교서가 없어진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어디로 갔을까=서지학자이자 독도박물관을 운영했던 이종학(2002년 사망)씨는 생전에 88~99년 다섯 차례에 걸쳐 827점의 충무공 관련 자료를 기증했다. 이씨의 딸 선영(38)씨는 "90년대 공신교서를 본 적이 있고, 아버지가 이것을 현충사에 기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충사 측은 "이씨의 기증품 목록엔 공신교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신교서의 자취는 2005년에서야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됐다. '충무공 이순신 사이트'(www. choongmoogongleesoonsin.co.kr)에 공신교서 컬러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일제 시대 흑백 사진과 달리 영상이 뚜렷하다. 이 학예관은 "사진으로 봤을 때 비단 재질이기에 진본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천용 덕수 이씨 모임 총무는 "문중 인사가 보관하고 있는 진본을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사자로 지목된 이모(62)씨는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문화재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존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개인 소장품을 소장자의 의사 없이 조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충무공 공신교서는 덕수 이씨 문중의 재산일 뿐 아니라 국가적 유산이기도 하다. 국가적 파악과 문화재 지정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이종찬 기자
◆ 선무공신(宣武功臣)=선조(宣朝)는 1604년,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신하를 공신(功臣)에 책봉했다. 왜군을 물리친 장수 18명은 선무(宣武)공신으로, 선조를 의주(義州)까지 안전하게 데려간 86명은 호성(扈聖)공신으로 각각 봉해졌다. 공신은 공적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졌다. 1등 선무공신은 이순신.권율.원균 3명이며, 2등 선무공신은 김시민.이억기 등 5명, 3등 선무공신은 정기원.권협 등 10명이다.
◆ 상훈교서(賞勳敎書)=나라나 왕실을 위해 공을 세운 신하에게 임금이 공신 칭호와 상을 내린 일종의 상장. 수상자의 공적과 상훈이 적혀 있다. 조선시대에는 모두 28차례의 공신 책봉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