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누구에게나 결정의 순간은 온다 그 순간 더 빛난 그들

淸潭 2007. 4. 14. 12:54
누구에게나 결정의 순간은 온다 그 순간 더 빛난 그들
 
위대한 결정
앨런 액셀로드 지음|강봉재 옮김|북스코프|352쪽|1만2000원
이 책의 저자는 결정의 순간 여지없이 위대한 결정을 내리는 리더들의 의지에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루비콘 요소(Rubicon Factor)’라 부른다. 루비콘은 북이탈리아의 소도시 라벤나 근교에 있는 작은 강이다. 가뭄이면 물이 말라버릴 정도로 폭이 좁고 바닥이 낮은 강이지만, 기원전 1세기 루비콘을 건넌다는 사실은 로마에 반기(叛旗)를 든다는 것을 뜻했다. 당시 로마를 지배하고 있던 폼페이우스는 휘하 장군들이 관할 지역 밖으로 군대를 이동하면 ‘반역죄 처벌법’으로 처단했다. 알프스 남쪽 갈리아를 통치하던 카이사르는 고뇌 끝에 6000여 군사를 이끌고 루비콘을 건넌다. 카이사르의 유명한 말은 이 때 나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
역사를 바꾼 위인들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놀라운 통찰력과 용기로 위대한 결정을 내린다. 사진은 왼쪽부터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카이사르, 미국의 여성운동을 이끈 베티 프리단, 청각장애라는 운명에 도전한 작곡가 베토벤.
이 책은 루비콘을 건너 운명의 주사위를 던졌던 역사적 인물들을 순례한다. 1948년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서(西)베를린에 생필품을 공수(空輸)하기로 결정했다. 소련의 동독 지역 봉쇄로 서베를린은 섬이 된 상태였다. 육로수송은 소련과의 충돌로 3차 세계 대전으로 번질 수 있었다. 1년 3개월 동안 24시간 연속 18만9963차례 공수가 실시됐다. 국제여론에 밀린 소련은 결국 봉쇄를 풀었다.

테드 터너는 절친한 친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꿈꾸던 사업에 착수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지금 아니면 언제(If not now, when)?” “내가 아니면 누가(If not me, who)?”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 채널 CNN은 그렇게 탄생했다.

남아프리카 기차여행을 하던 마하트마 간디는 3등석 화물차로 자리를 옮기라는 역무원의 말을 들었다. “유색인종의 자리는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1등석 티켓을 끊었다는 항변도 소용없었다. 간디는 말했다. “좋아요. 그러나 내 발로 나가지는 않겠소.” 비폭력투쟁을 하겠다는 결단은 이때 비롯됐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과 조건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다가온다. 조직의 리더, 혹은 국가의 지도자라면 그가 내린 결정은 전체 구성원의 운명을 결정한다. 트루먼은 “대통령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면 국가에 다행이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했다.

이 책의 저자 앨런 액셀로드(Alan Axelrod)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여러 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미국의 대중작가다. 역사인물과 군사전략에서 비즈니스 리더십을 이끌어내는 책 60여권을 저술했다. 그 중에서 ‘두려움은 없다: 불굴의 CEO 루즈벨트(Nothing to Fear)’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CEO)’ ‘패튼의 리더십(Patton on Leadership)’ 등 5권이 한국어로 번역됐다.

이 책은 역사의 위인들이 위기 속에서 내린 결단을 통해 리더십의 교훈을 준다. 콜럼버스·갈릴레이·라이트 형제 같은 탐험 과학자들, 링컨·케네디·트루먼·닉슨처럼 역사를 바꾼 미국 대통령들, 빌 게이츠·테드 터너·앤드루 카네기 등 탁월한 기업가들, 간디와 로사 팍스 같은 독립·인권운동가들의 사례 35개를 담았다. 원서(Profiles In Audacity: Great Decisions and How They Were Made)는 45가지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번역서에서는 이 중 10개를 제외했다.

저자는 ‘루비콘 요소’를 가진 사람은 어떤 결정 앞에서 일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고 말한다. ‘루비콘 요소’는 장애와 난관을 돌파하게 하는 힘이 된다. 그 결정은 순간의 통찰력과 용기도 필요하지만 대개는 무수한 고뇌와 탐색 끝에 나온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점수(漸修·점진적인 수행) 끝에 돈오(頓悟·문득 깨닫는 경지)랄까.

사례마다 10쪽 안팎으로 짧게 서술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더 깊은 사례가 궁금한 독자라면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임스 맥그리버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지식의날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을 다룬 ‘영혼을 지휘하는 리더십’(책세상)도 읽을 만하다. 한국의 사례는? ‘제왕의 리더십’(휴머니스트)에서 고대부터 조선까지 위기를 기회로 여긴 국왕 20명의 결단을 엿볼 수 있다.

이한수 기자 , hs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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