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사랑하는 이유, 몇개쯤 댈 수 있나요

淸潭 2007. 4. 14. 12:57
사랑하는 이유, 몇개쯤 댈 수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녀가 왜 좋은지 이유를 몇 가지쯤 댈 수 있으십니까? 아~무 이유 없어! 입니까? 카티가 프레데릭에게 묻습니다. “왜 날 좋아하는 거야?” 프레데릭이 대답합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당신이 온 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크루아상 냄새를 맡는 모습도 보기 좋고.” “장난 말고. 진짜로 말해 봐. 왜 내 곁에 있는지.” “날 웃게 만들고…. 항상 날 존중해주고, 기분 상하게 하지도 않고…. 또 날 흥분시키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이번 주는 프레데릭 페테르스가 펴낸 그림소설 ‘푸른 알약’(세미콜론)을 권해 드립니다. 가슴 뭉클하면서 따뜻한 소설입니다. 프레데릭이란 남자가 카티라는 여자를 만나며 스토리는 시작됩니다. ‘냄새 맡는 모습이 멋져서’ 프레데릭의 사랑을 받게 된 카티는, 그런데 에이즈 환자에다 이혼녀에다 역시 에이즈에 감염된 사내아이까지 달려 있습니다. 참,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 다소 음울한 터치와 굵게 풀어진 선(線)들을 뚫고 두 남녀의 인간애가 피어나는데,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독자들은 왜 프레데릭과 카티는 헤어질 수 없는지 궁금해집니다.

아이가 떼를 쓰며 힘들게 할 때마다 카티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과거에 일어난 실수들을 상기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아이는 가루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카티와 프레데릭은 거의 날마다 전쟁하는 기분으로 약을 먹입니다. 두 사람에게도 ‘마지막 어둠의 지대’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감염 문제입니다. 둘은 콘돔으로 감염을 막아왔다고 믿었으나 어느 날 관계를 하다가 콘돔이 터져 버립니다. 카티가 말합니다. “난 당신에게 행복이 되고 싶지 위험이 되고 싶지는 않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을 때조차 진심으로 감탄하지는 않습니다. 감탄은 사랑에서 나오지 않고 헌신에서 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때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이해됩니다.

묵직해진 감동을 풀풀 날려버리고 싶다면 캐린 보스낙의 소설 ‘안녕, 쇼콜라 봉봉’(랜덤하우스)이 좋습니다. 주인공은 가정용품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는 스물아홉 독신 여성 딜라일라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20명의 ‘옛 남자’들을 찾아간다는 줄거리입니다. 그 남자들은 섹스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딜라일라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해고 통보를 받고, 그날 밤 술에 취해 로저와 또다시 잠자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맙소사! 로저는 자신이 평소에 끔직하게 싫어하던 상사였습니다. 딜라일라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옛 남자들을 찾아냈고, 그 중 한 남자는 자신을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초대까지 하길래 잘 될 줄 알고 꿈에 부풀어 나갔더니 다단계 판매 암웨이에 가입하라고 합니다. 한마디 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암웨이 같은 건 너나 해! 이 나쁜 자식아!”

이 책의 저자는 ‘캐린을 구해 주세요.’(www.saveka ryn.com)라는 홈피를 만들어 네티즌들에게 “제 카드빚 2만 달러를 여러분이 좀 갚아주세요”라고 외쳤던 당돌한 여성입니다. 소설 제목부터 눈치채셨겠지만 튀밥 같은 소설, 초콜릿 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딜라일라는 이렇게 외칩니다. “연애 전력 19전 19패. 20은 넘지 않겠다. 운명의 남자를 만났을 때 누가 벨이라도 울려줘!” 사랑 문제로 자신이 내린 결정에 땅을 치고 후회해본 일이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저자는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