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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해서 유복자 키운 열녀

淸潭 2024. 12. 3. 21:53

 

개가해서 유복자 키운 열녀

줄거리
소씨 가문의 삼대 과부인 한 여인이 보쌈을 당한다. 여인은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유복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하문(下門)을 지지며 버틴다. 이후에 후부(後夫)와의 사이에서 형제를 낳고 살았는데, 장성한 유복자가 장원급제하자 본남편의 아들임을 밝히고 함께 본가로 떠난다. 여인은 유복자를 먼저 들여 보낸 후에 본가 대문에 한 발만 내딛고 자결한다.


변이
유복자를 가진 채 개가하게 되는 여인이 절손(絶孫)의 위기에 처한 양반 가문의 며느리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화자의 성별에 따라 변이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남성 화자의 각편에서는 여인이 정절을 지키려고 자해하며 후부의 자식을 낙태하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잔인하게 죽인다. 여성 화자의 각편에서는 부인이 아기를 낳다 죽은 상민의 집으로 보쌈을 당한 양반 가문의 며느리가 자신의 유복자와 상민의 아이를 정성스럽게 키운다. 상민이 죽은 뒤, 유복자는 과거에서 장원급제하고 상민의 아들은 낙방하지만, 며느리는 상민의 아들도 잘살게 해 주고 유복자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 잘 살았다는 내용이다. 남성 화자는 여인과 후부의 결합 동기를 후부의 정욕으로 설정하지만, 여성 화자는 갓난아기의 양육을 위한 것으로 설정하여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확대된 모성애를 드러낸다.


분석
양반 가문의 대 잇기가 서사 갈등의 핵심인 이 설화에서 유복자의 과거급제와 가문의 대 잇기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중세적 의미의 열(烈)이 근본적으로 양반 사대부 가문의 영달을 위한 것임을 보여 준다. 양반 가문의 여성은 아들을 낳아 과거에 급제하도록 하여 가문의 지속과 번영을 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유복자를 양육하여 절손의 위기에서 가문을 구하는 일은 과부의 수절보다 더 적극적이고 본질적인 열행에 해당한다. 여인은 유복자를 통해 가문의 대를 잇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국에는 자결하여 자신의 훼절로 손상된 가문의 도덕성도 만회한다. 이 설화의 절정은 유복자가 본가의 제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혈연관계가 밝혀지는 장면인데, 유복자의 가슴이 뜨거워진다거나 조상의 위패가 유복자의 가슴에 달라붙는 것으로 혈연성이 진하게 부각된다. 혈연관계가 제사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제사가 양반 사대부 가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상징적 의례이기 때문이다.


특징
남성들이 가부장적 가족 질서와 명예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반면, 여성들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부부의 애정을 더 소중히 한다는 일반적 특징이 이 설화 유형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여성 의식은 고전소설에서 여성 작가의 존재를 추적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출처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3-4, 166; 4-4, 306; 6-4, 455; 7-12, 213; 8-5, 915.
참고문헌
구비열녀설화의 양상과 의미(김대숙, 고전문학연구9, 한국고전문학연구회, 1994), 열녀설화의 재해석(이인경, 월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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