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漢詩
제3부(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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早年遊學也悠悠(조년유학야유유) 젊어서 유학하던 일 아득하더니
只向名途走不休(지향명도주불휴) 다만 명예의 길을
향해 쉼 없이 달렸네
昨夜燈前倍惆悵(작야등전배추창) 어젯밤 등불 앞에
매우 서글퍼지니
雨聲如別一年秋(우성여별일년추) 빗소리 한 해의
가을을 이별하는 듯
202.「심화」 신위 [尋花 申緯] 담기
乳燕鳴鳩村景閑(유연명구촌경한) 어린 제비와 우는 비둘기 마을 풍경 한가로운데
郭煕平遠畫春山(곽희평원화춘산) 곽희가 아득히 봄 산을 그렸는가?
卧溪楊柳壓籬杏(와계양류압리행) 냇가에는 버들, 울 너머에는 살구꽃
粧點黃茅八九間(장점황모팔구간) 누른 띳집 팔구
칸이 새 단장하고 있네
203.「십륙야 감탄성시」 노수신 [十六夜 感嘆成詩 盧守愼] 담기
八月潮聲大(팔월조성대) 팔월 조수 소리 크기도 한데
三更桂影疏(삼경계영소) 삼경의 계수나무 그림자
트였네
驚棲無定魍(경서무정망) 보금자리에서 놀라 정처
없는 산도깨비
失木有犇鼯(실목유분오) 나무 잃고 내달리는 날다람쥐
萬事秋風落(만사추풍락) 만사가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지니
孤懷白髮梳(고회백발소) 외로이 시름에 겨워 흰
머리털만 빗질하네
瞻望匪行役(첨망비행역) 살펴보니 여행 온 건
아니지만
生死在須臾(생사재수유) 죽고 사는 것이 잠깐에
달려 있네
204.「십륙야 환선정이수 차운」 노수신 [十六夜 喚仙亭二首 次韻 盧守愼] 담기
其一(기일)
二八初秋夜(이팔초추야) 십육일
초가을 밤
三千弱水前(삼천약수전) 삼천리 잔잔한 물이 앞에
흐르네
昇平好樓閣(승평호루각) 평화로워 누각에 오르기
좋으니
宇宙幾神仙(우주기신선) 천지가 거의 신선 세계로다
曲檻淸風度(곡함청풍도) 굽은 난간에 맑은 바람 지나가고
長空素月懸(장공소월현) 높은 하늘에 밝은 달
매달려 있네
愀然發大嘯(초연발대소) 근심하며 큰 휘파람 부니
孤鶴過蹁躚(고학과편선) 외로운 학이 빙 돌다 지나가네
一年霖雨後西成(일년림우후서성) 일 년 장맛비 내린 뒤 가을이 왔다 하여
休說玄冥太不情(휴설현명태부정) 현명이 너무 무정하다
말하지 말라
正叶朝家荒政晩(정협조가황정만) 늑장만 부리는
조정의 구황(救荒) 정책과 똑같나니
飢時料理死時行(기시요리사시항) 굶주릴 때 처리할
일 죽을 때 시행하네
206.「쌍송정십영 위안(이신)작」 이수광 [雙松亭十詠 爲安(而藎)作 李晬光] 담기
「招仙臺(초선대)」
虛臺四望遙(허대사망요) 텅 빈 누대에 사방이 아득한데
仙侶坐相招(선려좌상초) 신선들 앉아서 서로 부르네
我欲騎鯨背(아욕기경배) 나는 고래 등을 타고
因風戲紫霄(인풍희자소) 바람 따라 하늘에서 놀고
싶네
兒旣生矣當洗(아기생의당세) 아이 태어난 뒤 마땅히
씻어야 할 것이니
盆中貯來淸水(분중저래청수) 동이에 맑은 물 담아
와라
水雖冷兮兒莫啼(수수랭혜아막제) 물이 비록 차더라도
아이야 울지 말라
百病消除堅骨理(백병소제견골리) 온갖 질병 없애고
뼈와 피부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다
北方苦寒又多風(북방고한우다풍) 북쪽 지방 너무 춥고
또 바람이 많아
耐寒耐風從今試(내한내풍종금시) 추위 바람 참는
것 나서부터 시험일세
待風風不至(대풍풍부지) 바람을 기다리나 바람은 오지 않고
浮雲蔽靑天(부운폐청천) 뜬구름만이 푸른 하늘을
가리네
何日涼飆發(하일량표발) 어느 날 시원한 회오리바람 불어와
掃却群陰更見天(소각군음갱견천) 온갖 음기 쓸어
내고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邊城事事動傷神(변성사사동상신) 변방 성에선 일마다 마음을 상하게 하는데
海上狂歌異隱淪(해상광가이은륜) 바다 위의 미친
노래는 은자와는 다르네
春不見花猶見雪(춘불견화유견설) 봄에도 꽃은 보지
못하고 아직도 눈만 보이며
地無來雁況來人(지무래안황래인) 이 땅에는 오는
기러기도 없는데 하물며 올사람 있으랴?
輕陰漠漠雨連曉(경음막막우련효) 엷은 그늘이 스산한데 비는 새벽까지 연달았고
細草萋萋風滿津(세초처처풍만진) 가는 풀이 무성한데
바람이 나루터에 찼구나
惆悵芳時長作客(추창방시장작객) 슬프다, 꽃다운 때에 오랫동안 나그네 되었으니
可堪垂淚更沾巾(가감수루갱첨건) 흐르는 눈물이
또 수건 적심 어이 견디랴?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갈밭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그칠 줄 모르고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관청문을 향해
울부짖다 하늘 보고 호소하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정벌 나간 남편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예부터 남자가
생식기를 잘랐단 말 들어 보지 못했네
211.「야등련광정 차조정이운」 김창흡 [夜登練光亭 次趙定而韻 金昌翕] 담기
雪岳幽棲客(설악유서객) 설악산에 숨어사는 나그네가
關河又薄遊(관하우박유) 관서(關西)에서 또 멋대로 노닌다네
隨身有淸月(수신유청월) 몸을 따르는 것엔 맑은
달빛이 있고
卜夜在高樓(복야재고루) 밤을 택한 것은 높은
누각이 있기 때문
劍舞魚龍靜(검무어룡정) 칼춤을 추자 물고기가 조용하고
杯行星漢流(배행성한류) 술잔이 돌자 은하수가
흐르네
雞鳴相顧起(계명상고기) 닭 우는 새벽 돌아보고
일어나
留興木蘭舟(유흥목란주) 고운 배에 흥을 머물러
둔다네
212.「야박보은사하 증주지우사」 김종직 [夜泊報恩寺下 贈住持牛師 金宗直] 담기
報恩寺下日曛黃(보은사하일훈황) 보은사 아래에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繫纜尋僧踏月光(계람심승답월광) 닻줄 매고 스님
찾아 달빛 밟네
棟宇已成新法界(동우이성신법계) 기둥과 집이 이미
이루어져 새로운 법계인데
江湖猶攪舊詩腸(강호유교구시장) 강호는 오히려
옛 시 생각을 흔드네
上方鐘動驪龍舞(상방종동려룡무) 절에 종이 움직이니 여강(驪江)의
용이 춤을 추고
萬竅風生鐵鳳翔(만규풍생철봉상) 만물의 구멍에서
바람소리 나니 철봉산(鐵鳳山)이 나네
珍重旻公亦人事(진중민공역인사) 민공을 진중히
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거니
時將菜把問舟航(시장채파문주항) 때로는 채소 다발
갖고 뱃길을 물어야지
213.「야좌」 이항복 [夜坐 李恒福] 담기
終宵默坐算歸程(종소묵좌산귀정) 밤새도록 묵묵히 앉아 돌아갈 길 헤아리는데
曉月窺人入戶明(효월규인입호명) 새벽달이 사람
엿보며 문에 들어 밝구나
忽有孤鴻天外過(홀유고홍천외과) 갑자기 외기러기가
하늘 너머로 날아가니
來時應自漢陽城(내시응자한양성) 올 때는 응당
한양성으로부터 출발했으리
流落關西久(유락관서구) 관서지방에 떠돈 지 오래되었건만
今春且未還(금춘차미환) 금년 봄도 또 돌아가지
못하네
有愁來客枕(유수래객침) 객의 베개로 찾아드는
시름만 있고
無夢到鄕山(무몽도향산) 고향 산천에 이르는 꿈은
없네
時事干戈裏(시사간과리) 당시
일은 전쟁 속에 있고
生涯道路間(생애도로간) 생애는 도로 사이에 있네
殷勤一窓月(은근일창월) 은근히 한 창 안에 드는
달빛만
夜夜照衰顔(야야조쇠안) 밤마다 늙은 얼굴 비추어
주네
215.「야지」 이황 [野池 李滉] 담기
流落關西久(유락관서구) 관서지방에 떠돈 지 오래되었건만
今春且未還(금춘차미환) 금년 봄도 또 돌아가지
못하네
有愁來客枕(유수래객침) 객의 베개로 찾아드는
시름만 있고
無夢到鄕山(무몽도향산) 고향 산천에 이르는 꿈은
없네
時事干戈裏(시사간과리) 당시 일은 전쟁 속에 있고
生涯道路間(생애도로간) 생애는 도로 사이에 있네
殷勤一窓月(은근일창월) 은근히 한 창 안에 드는
달빛만
夜夜照衰顔(야야조쇠안) 밤마다 늙은 얼굴 비추어
주네
216.「양근야좌 즉사시동사」 정사룡 [楊根夜坐 卽事示同事 鄭士龍] 담기
擁山爲郭似盤中(옹산위곽사반중) 산을 끼고 이룬 성곽이 소반과 비슷한데
暝色初沈洞壑空(명색초침동학공) 노을이 막 지자
골짜기는 텅 빈 듯하네
峯項星搖爭缺月(봉항성요쟁결월) 봉우리에 별빛이
반짝이며 이지러진 달과 다투니
樹巓禽動竄深叢(수전금동찬심총) 나무 끝에 새가
움직여 깊은 숲으로 숨네
晴灘遠聽翻疑雨(청탄원청번의우) 맑은 여울 소리 멀리서 들려 빗발이 뿌리는 듯
病葉微零自起風(병엽미령자기풍) 병든 잎 살짝
떨어지자 절로 바람 일어나네
此夜共分吟榻料(차야공분음탑료) 이 밤 시를 읊는
침상 값을 함께 내겠지만
明朝珂馬軟塵紅(명조가마연진홍) 내일 아침이면
붉은 흙길에 말방울소리 울리겠지
217.「양양곡」 이달 [襄陽曲 李達] 담기
平湖日落大堤西(평호일락대제서) 평호 긴 뚝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花下遊人醉欲迷(화하유인취욕미) 꽃 아래 놀던
사람들 취해 비틀거리네
更出教坊南畔路(갱출교방남반로) 다시 교방 남쪽 길로 나서려니
家家門巷白銅鞮(가가문항백동제) 집집 골목마다 백동제 노래일세
平湖日落大堤西(평호일락대제서) 평호 긴 뚝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花下遊人醉欲迷(화하유인취욕미) 꽃 아래 놀던
사람들 취해 비틀거리네
更出教坊南畔路(갱출교방남반로) 다시 교방 남쪽 길로 나서려니
家家門巷白銅鞮(가가문항백동제) 집집 골목마다 백동제 노래일세
相思脈脈掩空齋(상사맥맥엄공재) 텅 빈 서재 닫아 둔 채 서로 생각하며 응시할 뿐
千里人今碧海西(천리인금벽해서) 천 리 밖 사람
지금 벽해 서쪽이네
孤夢不來秋夜盡(고몽불래추야진) 가을밤이 다가도록
외론 꿈도 안 꿔지는데
井梧無響月凄凄(정오무향월처처) 샘가 오동 소리
없이 지고 달빛은 차갑구나
220.「여래남경년 이이시재지척 연장걸면 불득순행렬읍 금장체귀 만부칠절 역서일로산천풍속 이체유람」 구십이수 이의현 [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廵行列邑 今將遞歸 漫...] 담기
其十八(기십팔)
良州勝觀亦云多(양주승관역운다) 양산에는 빼어난 경관도 많아서
雙碧登來梵宇過(쌍벽등래범우과) 쌍벽루에 올라
보고 절간도 찾노라
別是黃江遊可樂(별시황강유가락) 따로 황산강 있어
놀며 즐길 만하니
女郞猶唱鄭誧歌(여랑유창정포가) 여인들 아직도
정포의 노래를 부르네
221.「역루」 임제 [驛樓 林悌] 담기
胡虜曾窺二十州(호로증규이십주) 오랑캐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엔
當時躍馬取封侯(당시약마취봉후) 당시에는 말을
달려 후에 봉해졌지
如今絶塞無征戰(여금절새무정전) 지금은 머나먼
변방에 싸움 없으니
壯士閑眠古驛樓(장사한면고역루) 장사는 옛 역루에서
한가로이 잠을 자네
222.「연」 이승소 [燕 李承召] 담기
胡虜曾窺二十州(호로증규이십주) 오랑캐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엔
當時躍馬取封侯(당시약마취봉후) 당시에는 말을
달려 후에 봉해졌지
如今絶塞無征戰(여금절새무정전) 지금은 머나먼
변방에 싸움 없으니
壯士閑眠古驛樓(장사한면고역루) 장사는 옛 역루에서
한가로이 잠을 자네
223.「연암억선형」 박지원 [燕巖憶先兄 朴趾源] 담기
胡虜曾窺二十州(호로증규이십주) 오랑캐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엔
當時躍馬取封侯(당시약마취봉후) 당시에는 말을
달려 후에 봉해졌지
如今絶塞無征戰(여금절새무정전) 지금은 머나먼
변방에 싸움 없으니
壯士閑眠古驛樓(장사한면고역루) 장사는 옛 역루에서
한가로이 잠을 자네
胡虜曾窺二十州(호로증규이십주) 오랑캐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엔
當時躍馬取封侯(당시약마취봉후) 당시에는 말을
달려 후에 봉해졌지
如今絶塞無征戰(여금절새무정전) 지금은 머나먼
변방에 싸움 없으니
壯士閑眠古驛樓(장사한면고역루) 장사는 옛 역루에서
한가로이 잠을 자네
誰斲崑山玉(수착곤산옥) 누가 곤륜산(崑崙山)의
옥을 깎아다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직녀의 빗을 만들었는가?
牽牛離別後(견우이별후) 견우와 이별하고 난 뒤로
謾擲碧空虛(만척벽공허) 부질없이 푸른 하늘에
던져두었네
226.「영산가고」 팔수 김시습 [詠山家苦 八首 金時習] 담기
其六(기육)
一家十口似同廬(일가십구사동려) 한 가구 열 식구 한집에 사는 것 같은데
丁壯終無一日居(정장종무일일거) 장정들 결코 하루도
집에 있질 못하네
國役邑徭牽苦務(국역읍요견고무) 나라와 고을 부역
괴로운 일로 끌려다니니
弱男兒女把春鋤(약남아여파춘서) 약한 남자 아녀자들이
봄 호미를 잡았네
227.「영신연」 이식 [永新燕 李植] 담기
萬事悠悠一笑揮(만사유유일소휘) 잡다한 세상만사 그저 한바탕 웃음거리
草堂春雨掩松扉(초당춘우엄송비) 사립문 닫은 초당에
봄비 촉촉이 내리네
生憎簾外新歸燕(생증렴외신귀연) 발 밖에 새로
돌아온 제비를 미워하는 것은
似向閑人說是非(사향한인설시비) 일 없는 사람에게
시비 걸기 때문이라네
五日長關三日越(오일장관삼일월) 닷새간 길게 문 닫았다 사흘에 넘어서자
哀辭唱斷魯陵雲(애사창단노릉운) 노릉의 구름 속에서
슬픈 노래도 끊어지네
妾身亦是王孫女(첩신역시왕손녀) 첩의 몸도 또한
왕손의 딸이라서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이곳의 두견새
울음은 차마 듣기 어려워라
玉檻秋來露氣淸(옥함추래로기청) 옥을 새긴 난간에 가을이 오니 이슬 기운 맑은데
水晶簾冷桂花明(수정렴랭계화명) 수정 발은 차갑고
계수나무 꽃은 밝네
鸞驂不至銀橋斷(난참부지은교단) 난새가 끄는 수레
오지 않고 은빛 다리 끊어졌으니
惆悵仙郞白髮生(추창선랑백발생) 슬프다, 선랑은 흰머리만 자라나네
在郊那似在家肥(재교나사재가비) 교외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人笑冥鴻作計非(인소명홍작계비)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 잘못됐다 비웃지만
莫把去留論得失(막파거류론득실) 가고 머무름 가지고
득실을 논하지 말라
江南水闊網羅稀(강남수활망라희) 강남에는 물이
넓고 그물도 드물다오
231.「영현암 몽자당」 남효온 [靈顯庵 夢慈堂 南孝溫] 담기
在郊那似在家肥(재교나사재가비) 교외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人笑冥鴻作計非(인소명홍작계비)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 잘못됐다 비웃지만
莫把去留論得失(막파거류론득실) 가고 머무름 가지고
득실을 논하지 말라
江南水闊網羅稀(강남수활망라희) 강남에는 물이
넓고 그물도 드물다오
232.「영회」 이석형 [詠懷 李石亨] 담기
虞時二女竹(우시이녀죽) 순임금 때의 두 여인의 대나무요
秦日大夫松(진일대부송) 진시황 때의 대부였던
소나무
縱有哀榮異(종유애영이) 비록 슬프고 영화로움이
다름은 있지만
寧爲冷熱容(영위랭열용) 어찌 차고 뜨거운 얼굴을
하리오
233.「영후정자」 오수 박은 [營後亭子 五首 朴誾] 담기
其四(기사)
地如拍拍將飛翼(지여박박장비익) 땅은 새가 날개를 치며 날아오르려는 것 같고
樓似搖搖不繫篷(누사요요불계봉) 누각은 흔들흔들
매인 데 없는 배 같아라
北望雲山欲何極(북망운산욕하극) 북쪽으로 바라보니
구름 낀 산은 어디쯤이 끝인가?
南來襟帶此爲雄(나래금대차위웅) 남쪽으로 와 띠처럼
두른 산세 이곳에서 웅장하네
海氛作霧因成雨(해분작무인성우) 바다 기운은 안개가 되었다 이내 비를 뿌리고
浪勢飜天自起風(낭세번천자기풍) 물결 기세는 하늘에
닿듯 절로 바람을 일으킨다
暝裏如聞鳥相叫(명리여문조상규) 어둑한 중에서
마치 새 우는 소리 들리는 듯
坐間渾覺境俱空(좌간혼각경구공) 앉았노라니 온
경지가 텅 비는 걸 깨닫겠네
遼野何時盡(요야하시진) 요동 벌판 어느 때나 끝이 날는지?
一旬不見山(일순불견산) 열흘 내내 산이라곤 보지
못했네
曉星飛馬首(효성비마수) 새벽 별은 말 머리 위로
날아오르고
朝日出田間(조일출전간) 아침 해가 논밭에서 솟아나네
235.「욕천」 조식 [浴川 曹植] 담기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루) 온몸의 사십 년 전의 허물을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천 섬의 맑은
물로 다 씻어 좋게 하리라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티끌이 혹시라도
오장에 생긴다면
直今刳腹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지금 당장 배를
갈라 물에 흘려보내리라
236.「용람전일난옥생연칠자위운 유증무산장옥랑」 칠수 허균 [用藍田日暖玉生烟七字爲韻 留贈巫山張玉郞 七首 許筠] 담기
其四(기사)
香濃綉被元央暖(향농수피원앙난) 향기 짙은 수놓은 이불에 원앙새 다사로운데
寶釵落枕玄雲亂(보채낙침현운란) 보배 비녀 베개
밑에 떨어지고 검은 구름 어지럽네
絳燭搖紅風捲幔(강촉요홍풍권만) 빨간 촛불 붉은빛으로
흔들리고 바람이 장막 걷을 때
瓊樓西畔低銀漢(경루서반저은한) 화려한 누각 서쪽
가에는 은하수가 지는구나
鳥啼月落夜將半(조제월낙야장반) 새 울고 달이
져도 밤은 장차 한창인데
十二巫山春夢短(십이무산춘몽단) 무산 십이봉에
봄꿈은 짧구려
九日遼河蘆葉齊(구일료하로엽제) 구월 구일 요하에 갈댓잎 가지런한데
歸期又滯浿關西(귀기우체패관서) 돌아갈 기약 또다시
패관 서쪽에 묶였네
寒沙淅淅邊聲合(한사석석변성합) 찬 모래 서걱거려
변방 소리에 합해지고
短日荒荒鴈翅低(단일황황안시저) 짧은 해 어둑한데
기러기 날개 나직하네
故國親朋書欲絶(고국친붕서욕절) 고국의 친척과 벗들 서신이 끊길 듯하고
異鄕魂夢路還迷(이향혼몽로환미) 타향의 꿈속에는
고향길이 아련하네
愁來更上譙樓望(수래갱상초루망) 시름겨워 다시금
초루 올라 바라보니
大漠浮雲易慘悽(대막부운역참처) 큰 사막의 뜬구름에
쉽게도 서글퍼지네
238.「용산월야 문가희창고인성정상공사미인곡 솔이구점 시조지세곤계」 이안눌 [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 李安訥] 담기
江頭誰唱美人詞(강두수창미인사) 강 언덕에 누가 「속미인곡(續美人曲)」을 부르는가?
正是孤舟月落時(정시고주월락시) 바로 외로운 배에
달이 지는 이때에
惆悵戀君無限意(추창련군무한의) 슬프다, 임을 그리는 끝없는 뜻은
世間惟有女郞知(세간유유녀랑지) 세상에서 오직
여인만이 아는구나
239.「용호」 김득신 [龍湖 金得臣] 담기
古木寒雲裏(고목한운리)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있고
秋山白雨邊(추산백우변) 가을 산에 소나기 희뿌였네
暮江風浪起(모강풍랑기) 저물어 가는 강에 풍랑이
일어
漁子急回船(어자급회선) 어부가 급히 배를 돌리네
240.「우」 최립 [又 崔岦] 담기
三入岳陽人不識(삼입악양인불식) 악양에 세 번 들어간 것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고
世喧巖客坐詩成(세훤암객좌시성) 암객이 앉아서
시 쓴 것만 세상이 떠들썩 얘기하네
四仙豈覺留丹字(사선기각류단자) 사선이 어찌 붉은
글자 남기려 의식하였으리?
應恨當時南石行(응한당시남석행) 당시에 남석 가는
것을 응당 유감으로 여겼을 뿐
241.「우득기우계」 송익필 [偶得寄牛溪 宋翼弼] 담기
萬物從來備一身(만물종래비일신) 만물은 애초부터 나
한 몸에 갖추어졌으니
山家功業莫云貧(산가공업막운빈) 산속의 공업 빈약하다
말하지 말라
經綸久斷塵間夢(경륜구단진간몽) 경륜은 오래 끊어져
세속의 꿈일 뿐이고
詩酒長留象外春(시주장류상외춘) 시와 술은 만상(萬象) 밖의 봄에 길이 머무는구나
氣有閉開獜異馬(기유폐개린이마) 기(氣)는 열리고 닫힘이 있어 인(獜)은 말과 다르고
理無深淺舜同人(이무심천순동인) 이(理)는 깊고 얕음이 없어 순임금도 보통 사람과 같네
祥雲疾雨皆由我(상운질우개유아) 상서로운 구름과
폭우는 모두 나로 말미암으니
更覺天心下覆均(갱각천심하부균) 하늘의 마음이
하계(下界)에 고루 덮음을 다시 깨닫네
242.「우부」 이수 김창협 [又賦 二首 金昌協] 담기
其一(기일)
蒹葭岸岸露華盈(겸가안안로화영) 갈대 자란 언덕마다 이슬 꽃 가득한데
篷屋秋風一夜生(봉옥추풍일야생) 거룻배 지붕에
가을바람 밤새도록 불어오네
臥遡淸江三十里(와소청강삼십리) 배에 누워 맑은
강 삼십 리를 거슬러 오르니
月明柔櫓夢中聲(월명유로몽중성) 밝은 달빛 아래
노 젓는 소리 꿈결인 듯하네
243.「우서」 정희량 [寓書 鄭希良] 담기
年來索寞鴨江濱(년래색막압강빈) 요즘 압록강 가에서 삭막하게 지내다가
回首塵沙欲問津(회수진사욕문진) 모래먼지에서 머리
돌려 나루터를 물으려 하네
客裏偶逢寒食雨(객리우봉한식우) 객지에서 우연히
한식의 비를 맞으니
夢中猶憶故園春(몽중유억고원춘) 꿈속에서 아직도
고향의 봄을 기억하네
一生愁病添衰鬢(일생수병첨쇠빈) 일생의 시름과 병은 흰머리만 늘어났는데
萬里溪山著放臣(만리계산착방신) 만 리의 시내와
산은 쫓겨난 신하를 붙여 주네
直以疏慵成落魄(직이소용성락배) 바로 등한하고
게으름 때문에 영락하게 되었으니
非關時命滯詩人(비관시명체시인) 운명이 시인을
곤궁하게 한 것이 아니라네
244.「우설월중상매운」 이황 [又雪月中賞梅韻 李滉] 담기
盆梅發淸賞(분매발청상) 화분의 매화가 맑은 감상을 발하고
溪雪耀寒濱(계설요한빈) 시냇가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更著氷輪影(갱저빙륜영) 다시 차갑고 둥근 달
그림자 떠오르지만
都輸臘味春(도수랍미춘) 한겨울인데도 봄을 맛보네
迢遙閬苑境(초요랑원경) 아득하니 신선의 경지요
婥約藐姑眞(작약막고진) 아름다우니 막고야산의 선녀일세
莫遣吟詩苦(막견음시고) 시를 읊조리느라 고심하지
마시오
詩多亦一塵(시다역일진) 시가 많은 것도 또한
하나의 흠이라오
245.「우열삼국사 겸채잡기 작동도잡영」 이십오수 유호인 [偶閱三國史 兼採雜記 作東都雜詠 二十五首 兪好仁] 담기
盆梅發淸賞(분매발청상) 화분의 매화가 맑은 감상을 발하고
溪雪耀寒濱(계설요한빈) 시냇가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更著氷輪影(갱저빙륜영) 다시 차갑고 둥근 달
그림자 떠오르지만
都輸臘味春(도수랍미춘) 한겨울인데도 봄을 맛보네
迢遙閬苑境(초요랑원경) 아득하니
신선의 경지요
婥約藐姑眞(작약막고진) 아름다우니 막고야산의 선녀일세
莫遣吟詩苦(막견음시고) 시를 읊조리느라 고심하지
마시오
詩多亦一塵(시다역일진) 시가 많은 것도 또한
하나의 흠이라오
246.「우음」 박순 [偶吟 朴淳] 담기
卷箔看晴景(권박간청경) 발을 걷어 맑은 경치를 보고
巡簷步落花(순첨보락화) 처마를 돌며 떨어진 꽃을
밟네
蒼山臨野水(창산림야수) 푸른 산은 강물을 내려다보고
落日滿漁家(낙일만어가) 지는 해는 어부의 집에
가득하네
247.「우음」 송한필 [偶吟 宋翰弼] 담기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는구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애달프다, 한철 봄이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비바람 속에 왔다 가누나
248.「우음」 윤선도 [偶吟 尹善道] 담기
金鎖洞中花正開(금쇄동중화정개) 금쇄동 가운데 꽃이 바야흐로 피고
水晶巖下水如雷(수정암하수여뢰) 수정암 아래 물은
우레 같네
幽人誰謂身無事(유인수위신무사) 은자가 할 일
없다고 누가 말했는가?
竹杖芒鞋日往來(죽장망혜일왕래)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 신고 날마다 왕래하네
249.「우음」 조식 [偶吟 曹植] 담기
高山如大柱(고산여대주) 높은 산은 큰 기둥과 같이
撑却一邊天(탱각일변천) 한쪽의 하늘을 받치고
섰네
頃刻未嘗下(경각미상하) 잠깐도 일찍이 내려앉은
적이 없기에
亦非不自然(역비부자연) 또한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네
250.「우음」 차천로 [偶吟 車天輅] 담기
蝸角爭名戰未休(와각쟁명전미휴) 달팽이 뿔에서 이름을 다투느라 싸움은 끝이 없는데
幾人談笑覓封侯(기인담소멱봉후) 몇 사람이나 봉후자리를
구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할까?
劍頭螘血流千里(검두의혈류천리) 칼끝 개미 피는
천 리에 흐르고
甲外鯨波沒十洲(갑외경파몰십주) 군진(軍陣) 밖의 고래 파도는 열 모래섬을 삼켰네
莫問是非身後定(막문시비신후정) 시비가 죽은 뒤에 정해지는지 묻지 마라
從知勝敗掌中收(종지승패장중수) 승패는 손바닥
안에서 결정되는 것을 알 것이니
若敎畫像麒麟閣(약교화상기린각) 만약 기린각에
초상을 그리게 한다면
上將奇功在伐謀(상장기공재벌모) 상장공의 기이한
공은 적의 계책을 무찌름에 있다네
251.「우제」 기대승 [偶題 奇大升] 담기
庭前小草挾風薰(정전소초협풍훈) 뜰 앞 작은 풀에 훈훈한 바람 감도는데
殘夢初醒午酒醺(잔몽초성오주훈) 남은 꿈 갓 깨자 낮술에 취하였네
深院落花春晝永(심원락화춘주영) 깊은 정원에 꽃
지고 봄날은 긴데
隔簾蜂蝶晩紛紛(격렴봉접만분분) 주렴 넘어 벌과
나비 늦도록 윙윙대며 날고 있네
252.「우중유회택지」 박은 [雨中有懷擇之 朴誾] 담기
寒雨不宜菊(한우불의국) 찬 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데
小尊知近人(소준지근인) 작은 술동이는 사람 가까이할
줄 아네
閉門紅葉落(폐문옹엽락) 문을 닫으니 붉은 잎이
떨어지고
得句白頭新(득구백두신) 시구를 얻으니 흰머리가
새롭네
歡憶情親友(환억정친우) 정다운 벗 생각할 때는 즐겁지만
愁添寂寞晨(수첨적막신) 적막한 새벽 되니 시름만
더하네
何當靑眼對(하당청안대) 그 언제나 반가운 눈길로
만나
一笑見陽春(일소견양춘) 한바탕 웃으며 화창한
봄을 보리요?
253.「월야 등통군정구점」 이수 이정구 [月夜 登統軍亭口占 二首 李廷龜] 담기
寒雨不宜菊(한우불의국) 찬 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데
小尊知近人(소준지근인) 작은 술동이는 사람 가까이할
줄 아네
閉門紅葉落(폐문옹엽락) 문을 닫으니 붉은 잎이
떨어지고
得句白頭新(득구백두신) 시구를 얻으니 흰머리가
새롭네
歡憶情親友(환억정친우) 정다운 벗 생각할 때는 즐겁지만
愁添寂寞晨(수첨적막신) 적막한 새벽 되니 시름만
더하네
何當靑眼對(하당청안대) 그 언제나 반가운 눈길로
만나
一笑見陽春(일소견양춘) 한바탕 웃으며 화창한
봄을 보리요?
254.「월영대」 이황 [月影臺 李滉] 담기
寒雨不宜菊(한우불의국) 찬 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데
小尊知近人(소준지근인) 작은 술동이는 사람 가까이할
줄 아네
閉門紅葉落(폐문옹엽락) 문을 닫으니 붉은 잎이
떨어지고
得句白頭新(득구백두신) 시구를 얻으니 흰머리가
새롭네
歡憶情親友(환억정친우) 정다운 벗 생각할 때는 즐겁지만
愁添寂寞晨(수첨적막신) 적막한 새벽 되니 시름만
더하네
何當靑眼對(하당청안대) 그 언제나 반가운 눈길로
만나
一笑見陽春(일소견양춘) 한바탕 웃으며 화창한
봄을 보리요?
255.「위인부령화」 박제가 [爲人賦嶺花 朴齊家] 담기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洗面盆爲鏡(세면분위경) 얼굴을 씻는 동이로 거울을 삼고
梳頭水作油(소두수작유) 머리를 빗는 물로 기름
삼아도
妾身非織女(첩신비직녀) 이 몸이 직녀가 아닐진대
郎豈是牽牛(낭기시견우)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되오리까?
257.「유거」 송익필 [幽居 宋翼弼] 담기
春草上巖扉(춘초상암비) 봄풀은 바위 집에 돋아나고
幽居塵事稀(유거진사희) 그윽한 거처에 세상일
드무네
花低香襲枕(화저향습침) 꽃이 드리우니 향기 베개에
젖어들고
山近翠生衣(산근취생의) 산이 가까우니 푸른 기운
옷에 생겨나네
雨細池中見(우세지중견) 비가 가늘어 연못 가운데서야 보이고
風微柳上知(풍미류상지) 바람이 살랑 불어 버들
위에서야 알겠네
天機無跡處(천기무적처) 하늘의 기미는 자취가
없어
淡不與心違(담불여심위) 담담함은 마음과 더불어
어긋나지 않네
258.「유대관령 망친정」 신사임당 [踰大關嶺 望親庭 申師任堂] 담기
慈親鶴髮在臨瀛(자친학발재임영) 어머니는 흰머리로 임영에 계시는데
身向長安獨去情(신향장안독거정) 이 몸은 서울을
향하여 홀로 가는 심정이여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머리 돌려 북촌
마을 때때로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날아
내리고 저녁 산이 푸르구나
259.「유룡문산등절정」 김안국 [遊龍門山登絶頂 金安國] 담기
步步緣危磴(보보연위등) 걸음걸음 위태로운 돌길을 따라 오르니
看看眼界通(간간안계통) 보면 볼수록 눈의 경계가
트이네
閑雲迷極浦(한운미극포) 한가로운 구름은 먼 포구에
아득하고
飛鳥沒長空(비조몰장공) 나는 새는 먼 하늘로
사라지네
萬壑餘殘雪(만학여잔설) 골짝기마다 잔설이 남아 있고
千林響晩風(천림향만풍) 온 숲에는 저녁 바람
울리네
天涯懷渺渺(천애회묘묘) 하늘가에 회포가 아득한데
孤月又生東(고월우생동) 외로운 달이 또 동쪽에서
떠오르네
260.「유물음」 이수 서경덕 [有物吟 二首 徐敬德] 담기
其一(기일)
有物來來不盡來(유물래래부진래) 물은 오고 와도 끝없이 오니
來纔盡處又從來(내재진처우종래)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또 따라오네
來來本自來無始(내래본자래무시) 오고 와도 본래
처음이 없었으니
爲問君初何所來(위문군초하소래) 그대에게 묻노니
처음에 어디서부터 왔는가?
蒼生難蒼生難(창생난창생난)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年貧爾無食(년빈이무식) 흉년이 들어 너희는 먹을
것이 없구나
我有濟爾心(아유제이심) 나는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而無濟爾力(이무제이력) 너희를 구제할 힘이 없구나
蒼生苦蒼生苦(창생고창생고)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天寒爾無衾(천한이무금) 날은 찬데 너희는 이불조차
없구나
彼有濟爾力(피유제이력) 저들은 너희를 구제할
힘은 있으나
而無濟爾心(이무제이심)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이
없구나
願回小人腹(원회소인복) 원하노니, 소인의 배를 뒤집어
暫爲君子慮(잠위군자려) 잠시 군자다운 생각으로
바꾸고
暫借君子耳(잠차군자이) 잠시 군자의 귀를 빌려
試聽小民語(시청소민어) 백성들의 말을 들어 보아라
小民有語君不知(소민유어군부지) 백성들 할 말 있으나 임금은 알지 못해
今歲蒼生皆失所(금세창생개실소) 올해 백성들 모두
살 곳을 잃었다네
北闕雖下憂民詔(북궐수하우민조) 대궐에선 비록
백성을 근심하는 조서를 내리지만
州縣傳看一虛紙(주현전간일허지) 고을로 전해져
보일 때면 한 장의 빈 종이뿐
特遣京官問民瘼(특견경관문민막) 특별히 서울 관리를 파견하여 민폐를 물어보려
馹騎日馳三百里(일기일치삼백리) 역마 타고 하루에
삼백 리를 달리지만
吾民無力出門限(오민무력출문한) 우리 백성 문턱
나설 기력도 없으니
何暇面陳心內事(하가면진심내사) 어느 겨를에 마음속
사정 대면하여 말하랴?
縱使一郡一京官(종사일군일경관) 가령 고을마다 경관 한 사람씩 둔다 해도
京官無耳民無口(경관무이민무구) 경관은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으니
不如喚起汲淮陽(불여환기급회양) 급회양(汲淮陽)을 불러일으켜
未死孑遺猶可救(미사혈유유가구) 죽지 않은 남은
백성들을 오히려 구하는 것만 못하다네
山家秋索索(산가추색색) 산속 집 가을 되어 쓸쓸한 채
梨栗落庭除(리률낙정제) 배와 밤 뜰에 떨어지네
秫熟堪爲酒(출숙감위주) 찰벼 익어 술 담글 만하고
菘肥可作菹(숭비가작저) 배추는 살쪄 김치 담글
만하네
飢鷹號老樹(기응호노수) 굶주린 매는 늙은 나무에서 울어 대고
羸犢嚙荒墟(이독교황허) 여윈 송아지는 거친 터에서
씹어 대네
日晚喧鷄犬(일만훤계견) 날이 저물자 닭과 개 짖어 대니
前村過里胥(전촌과리서) 앞마을에 아전이 들렀나
보네
263.「유압도」 이수 남효온 [遊鴨島 二首 南孝溫] 담기
芳洲十里露潮痕(방주십리로조흔) 꽃 핀 모래섬 십 리에 조수 흔적 드러나는데
手自持鋤採艸根(수자지서채초근) 손수 호미 잡고서
풀뿌리를 캐어 본다
野水汲來澆麥飯(야수급래요맥반) 들 물 길어 와서
보리쌀 씻으니
擬將身世付江村(의장신세부강촌) 이 한 몸 강촌에다
부쳐 볼 만하겠네
264.「유풍악 차윤미촌운」 송시열 [遊楓嶽 次尹美村韻 宋時烈] 담기
陳編聞有古人心(진편문유고인심) 옛 책에 옛사람의 마음 있다 들었기에
半世牢關字字尋(반세뢰관자자심) 반평생 문 닫고
한 자 한 자 찾았다오
却恐埋頭無了日(각공매두무료일) 아무리 몰두해도
끝날 날 없을 듯한데
遂將閒脚逐孤禽(수장한각축고금) 마침내 한가로운
걸음으로 외로운 새를 찾아왔네
楓山灝氣千年積(풍산호기천년적) 금강산의 맑은 기운 천 년토록 쌓였고
蓬海滄波萬丈深(봉해창파만장심) 봉래산 바다 맑은
물결 만 길이나 깊구나
此地只宜南嶽句(차지지의남악구) 이 땅에 남악의
시구 읊음이 마땅하니
每登高處費長吟(매등고처비장음) 높은 곳 오를
적마다 길게 한번 읊었노라
265.「율」 이산해 [栗 李山海] 담기
一腹生三子(일복생삼자) 한배에서 세 아들을 낳았는데
中男兩面平(중남량면평) 중간 아들 양쪽 얼굴이
납작하구나
不知先後落(부지선후락) 먼저 떨어졌는지 뒤에
떨어졌는지 알 수 없으니
難弟亦難兄(난제역난형) 형이네 동생이네 하기가
어렵구나
266.「은대시박내한자룡」 이항복 [銀臺示朴內翰子龍 李恒福] 담기
深室蒸炎氣鬱紆(심실증염기울우) 깊은 방 찌는 더위에 기분이 답답하여
夢爲鷗鷺浴淸湖(몽위구로욕청호) 꿈에 갈매기와
해오라기 되어 맑은 호수에 목욕하네
縱然外體從他幻(종연외체종타환) 비록 겉몸이야
변하거나 말거나
煙雨閑情却是吾(연우한정각시오) 가랑비에 한가로운
정이 바로 나라오
南山村翁養貍奴(남산촌옹양리노) 남산골 늙은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歲久妖兇學老狐(세구요흉학노호) 해가 묵자 요사하고
흉악하기 늙은 여우로세
夜夜草堂盜宿肉(야야초당도숙육) 밤마다 초당에서
두었던 고기 훔쳐 먹고
翻瓨覆瓿連觴壺(번강복부연상호) 항아리 단지 뒤집고 잔과 술병까지 뒤진다네
種穀不須嘉(종곡불수가) 곡식을 심는 데 반드시 좋을 필요 없구나
嘉者多不實(가자다불실) 좋은 것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많으니
作人不須才(작인불수재) 사람을 낳는 데 꼭 재주
있을 필요 없구나
才者輒夭折(재자첩요절) 재주 있는 사람은 번번이
요절하는데
269.「이십일도회고시」 사십삼수 유득공 [二十一都懷古詩 四十三首 柳得恭] 담기
「高麗(고려)(開城府(개성부))」九首(구수)
其五(기오)
指點前朝宰相家(지점전조재상가) 손을 들어 고려 재상의 집을 가리키니
廢園風雨土牆斜(폐원풍우토장사) 황폐한 정원엔
비바람 치고 흙담은 기울었네
牧丹孔雀凋零盡(목단공작조령진) 모란과 공작이
다 시들어 떨어지고
黃蜨雙雙飛菜花(황접쌍쌍비채화) 노랑나비만 쌍쌍이
나물 꽃에 나네
賀年廿七死(하년입칠사) 이하는 나이 27세에 죽어
志業僅成半(지업근성반) 뜻한 일을 겨우 반만
이루었네
再爲李姓人(재위이성인) 다시 이씨 성으로 태어나서
又續廿七筭(우속입칠산) 또 27년을
이었네
271.「일로」 박지원 [一鷺 朴趾源] 담기
一鷺踏柳根(일로답류근) 한 마리 해오라기 버들 뿌리 밟고 섰고
一鷺立水中(일로립수중) 또 한 마리 물 가운데
우뚝 서 있네
山腹深靑天黑色(산복심청천흑색) 산 중턱은 짙푸르고
하늘은 시커먼데
無數白鷺飛翻空(무수백로비번공) 무수한 흰 해오라기
공중을 빙빙 돌며 나네
頑童騎牛亂溪水(완동기우란계수) 선머슴 소를 타고 시냇물 거슬러 건너는데
隔溪飛上美人虹(격계비상미인홍) 시내 너머로 각시
무지개 날아오르네
「「觀物(관물)」
芸芸庶物從何有(운운서물종하유) 많은 저 사물은 어디로부터 생겼는가?
漠漠源頭不是虛(막막원두불시허) 아득한 근원의
머리, 빈 것이 아니네
欲識前賢興感處(욕식전현흥감처) 앞 현인의 흥감처를
알고 싶으면
請看庭草與盆魚(청간정초여분어) 뜰의 풀이나 동이의
물고기를 보아라
273.「임사절명시」 성삼문 [臨死絶命詩 成三問] 담기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울리며 사람의 목숨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리니 해가 지려고
한다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잘까?
274.「임우십일 문무래객 초초유감어회 취구우래금우불래위운 투택지걸화시」 칠수 박은 [霖雨十日 門無來客 悄悄有感於懷 取舊雨來今雨不來爲韻 投擇之乞和示 七首 朴誾] 담기
其七(기칠)
早歲欲止酒(조세욕지주) 젊을
때에는 술을 끊고자 했고
中年喜把盃(중년희파배) 중년에는 술잔 잡길 좋아했네
此物有何好(차물유하호) 이 물건 대체 무엇이
좋은지
端爲胸崔嵬(단위흉최외) 응당 마음속 응어리 때문이리
山妻朝報我(산처조보아) 산골 아내가 아침에 내게 말하길
小甕潑新醅(소옹발신배) 작은 항아리에 술이 막 익었다네
獨酌不盡興(독작부진흥) 홀로 마셔도 흥이 다하지
않으니
且待吾友來(차대오우래) 우리 벗님이 오시길 기다린다오
275.「자청풍소류이상 소과첩문명기승 잉용류공종룡(운)류자절구운 범득약간수」 이황 [自淸風泝流而上 所過輒問名紀勝 仍用柳公從龍(雲)流字絶句韻 凡得若干首 李滉] 담기
「「花灘(화탄)」
勢利爭先得(세리쟁선득) 권세와
이익 먼저 얻으려고 다투고
巉巖鬭衆流(참암투중류) 우뚝 솟은 바위 여러 물줄기와 만나네
惡人能覆國(악인능복국) 악한 사람 나라를 전복시킬
수 있고
惡灘能覆舟(악탄능복주) 악한 여울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네
276.「자한」 이매창 [自恨 李梅窓] 담기
春冷補寒衣(춘냉보한의) 봄날이 차서 얇은 옷을 꿰매는데
紗窓日照時(사창일조시) 깁창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저두신수처) 머리 숙여 손길 가는
대로 맡긴 채
珠淚滴針絲(주루적침사) 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네
277.「잡서」 오십수 신위 [雜書 五十首 申緯] 담기
其四(기사)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사(士)도 본래 사민
가운데 하나일 뿐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부터 귀천이
서로 현격했던 것은 아니었네
眼無丁字有虗名(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
眞賈農工役於假(진가농공역어가)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게 부림을 받네
278「재박다도 차운기인수백옥중장근보청보산거」 신숙주 [在博多島 次韵寄仁叟伯玉仲章謹甫淸甫山居 申叔舟] 담기
半歲天涯已倦遊(반세천애이권유) 하늘 끝에 노닌 지 반년 이미 노닐기 지쳤는데
歸心日夕故山秋(귀심일석고산추) 밤낮 돌아갈 마음
고국산천에 있다오
山中舊友靑燈夜(산중구우청등야) 산속에서 등불
아래 글 읽던 옛 벗들이여
閒話應憐海外舟(한화응련해외주) 한담하다 해외의
숙주(叔舟)를 애처로워하겠지
一任東西自在遊(일임동서자재유) 동서를 책임져서 어느 곳이나 다녔더니
滄溟萬里海天秋(창명만리해천추) 푸른 바다 만
리 밖 하늘가에서 가을을 보내네
翻思有命應先定(번사유명응선정) 아무리 생각하여도
팔자에 정해졌나니
字是泛翁名叔舟(자시범옹명숙주) 자는 범옹이요, 이름 또한 숙주일세
深秋木落葉侵關(심추목락엽침관) 깊은 가을 낙엽이 문을 치고 들어오는데
戶牖全輸一面山(호유전수일면산) 창은 한쪽의 산을
온통 실어 들이네
縱有盃尊誰共對(종유배준수공대) 비록 술잔과 술병이
있은들 누구와 마시리오
已愁風雨欲催寒(이수풍우욕최한) 이미 비바람이
추위를 재촉할 것 걱정하노라
天應於我賦窮相(천응어아부궁상) 하늘이 응당 나에게 궁한 팔자 주었으니
菊亦與人無好顏(국역여인무호안) 국화조차도 사람에게 좋은 안색 보이지 않네
撥棄憂懷眞達士(발기우회진달사) 근심을 떨쳐 버려야
참으로 도사이니
莫敎病眼謾長潸(막교병안만장산) 병든 눈 부질없이
늘 눈물 흘리게 하지 말게나
280.「전가」 박지원 [田家 朴趾源] 담기
翁老守雀坐南陂(옹로수작좌남피) 늙은 노인 참새 쫓느라 남녘 둑에 앉았는데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개꼬리 같은 조
이삭에 노란 참새 매달렸네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다 들에 나가니
田家盡日晝掩扉(전가진일주엄비) 농삿집 온종일
낮에도 문 닫겼네
鳶蹴鷄兒攫不得(연축계아확부득) 솔개가 병아리를 채려다가 빗나가니
群鷄亂啼匏花籬(군계란제포화리) 호박꽃 울타리에
뭇 닭이 꼬꼬댁거리네
小婦戴棬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젊은 아낙 바구니
이고 시내를 건너려다 주춤주춤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아이와 누렁이가
줄지어 뒤따르네
281.「전가」 이용휴 [田家 李用休] 담기
婦坐搯兒頭(부좌도아두) 며느리는 앉아 아이 머리를 땋는데
翁傴掃牛圈(옹구소우권) 구부정한 노인은 소우리를
쓰네
庭堆田螺殼(정퇴전라각) 뜰에는 우렁이 껍질이
수북하고
廚遺野蒜本(주유야산본) 부엌에는 들마늘 대 널려
있네
282.「전가사」 십이수 성현 [田家詞 十二首 成俔] 담기
其十(기십)
良月就盈天地肅(양월취영천지숙) 좋은 달이 찼으니 천지가 숙연하고
萬稼登場高似屋(만가등장고사옥) 온갖 곡식 수확되어
집처럼 높네
夜寒碓杵隱晴雷(야한대저은청뢰) 추운 밤 이집
저집 옷 다듬는 소리
香粳浮浮炊白玉(향갱부부취백옥) 향기로운 메벼
무럭무럭 김을 내네
富者少稅豐囷倉(부자소세풍균창) 부자는 세금 적어 곳간이 풍부해도
貧者輸租反不足(빈자수조반부족) 빈자는 세를 내기도
도리어 부족하네
貧家富家愁與歡(빈가부가수여환) 빈가와 부가의
시름과 기쁨이
只在區區一寸腹(지재구구일촌복) 다만 구구한 한
치 배에 있네
黽勉餬口生理忙(민면호구생리망) 애써 입에 풀칠할 생계로 분주한데
又披雪絮妝衣裳(우피설서장의상) 또 하얀 솜을
뜯으며 옷 마련을 해야 하누나
283.「절구」 이십이수 이덕무 [絶句 二十二首 李德懋] 담기
其一(기일)
紅葉埋行踪(홍엽매행종) 단풍잎이
발자국을 묻어 버렸으니
山家隨意訪(산가수의방) 산중 집을 마음 가는
대로 찾아가네
書聲和織聲(서성화직성)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와 어울려
落日互低仰(낙일호저앙) 석양녘에 서로 낮았다
높았다 하네
〈주석〉
〖埋〗 묻다 매, 〖踪〗 자취 종,
〖低〗 낮다 저
其二十二(기이십이)
石磴樵人細(석등초인세) 비탈길엔
나무꾼이 작게 보이고
遙村一火紅(요촌일화홍) 먼 마을엔 한 점 불이
붉네
川原堪入畫(천원감입화) 내와 들판이 그림으로
들어올 듯이
都在遠觀中(도재원관중) 모두 다 멀리 보이는
광경 속에 있네
284.「절명시」 사수 황현 [絶命詩 四首 黃玹] 담기
其三(기삼)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새와 짐승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槿花世界已沉淪(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세계가
이미 망했구나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의 역사를 회고하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글을 아는 인간의
구실이 어렵구나
愛君如愛父(애군여애부) 임금을 아비처럼 사랑하고
憂國如憂家(우국여우가) 나라를 집안처럼 걱정하였네
白日臨下土(백일림하토) 밝은 해가 아래 땅을
내려다보니
昭昭照丹衷(소소조단충) 충심(忠心)을 환히 비춰 주겠지
工部之詩太史文(공부지시태사문) “두보의 시에다 사마천의 문장을
一人兼二古無聞(일인겸이고무문) 한 사람이 두
가지를 겸했다는 것 예전에 듣지 못했네
雷霆霹靂來驚総(뇌정벽력래경총) 우레와 벼락이 치듯 놀랍구나”
谿谷先生昔所云(계곡선생석소운) 계곡 선생이 예전에
하던 말씀이네
287.「정유동 상락증향우」 이언적 [丁酉冬 上洛贈鄕友 李彦迪] 담기
陰盡陽廻萬物春(음진양회만물춘) 음이 다하고 양이 돌아오니 만물이 봄인데
強將衰朽入紅塵(강장쇠후입홍진) 쇠한 몸 억지로 이끌고 홍진으로 들어가네
莫言輔主無才調(막언보주무재조) 임금님 돕는데
재주 없다 말하지 말라
一片丹心老更新(일편단심로갱신) 일편단심 늙어
더욱 새롭다오
288.「정좌」 송익필 [靜坐 宋翼弼] 담기
不出南庭畔(불출남정반) 남쪽 뜰 가로 나가지 않고
遊觀唯敬天(유관유경천) 놀며 봄은 오직 하늘을
공경해서라네
心中無一物(심중무일물) 마음속에는 하나의 물(物)도 없어
默契未形前(묵계미형전) 말 없는 가운데 형체가
있기 전과 통하네
289.「제금상사신중화폭」 팔절 이황 [題金上舍愼仲畫幅 八絶 李滉] 담기
「西湖伴鶴(서호반학)」
湖上精廬絶俗緣(호상정려절속연) 호숫가 깨끗한 집 세속의 인연과 끊어진 곳이니
胎仙栖託爲癯仙(태선서탁위구선) 학이 깃들어 여윈
신선이 되었구나
不須翦翮如鸚鵡(불수전핵여앵무) 앵무처럼 깃촉을
꺾을 필요 없으니
來伴吟梅去入天(내반음매거입천) 장차 함께 매화를
읊으며 하늘로 들어가세
290.「제금오신화」 이수 김시습 [題金鰲新話 二首 金時習] 담기
其二(기이)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옥당에서 붓을 휘두를 마음 이미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단정히 송창에
앉았으니 밤이 정히 깊구나
香揷銅甁烏几淨(향삽동병오궤정) 구리 병에 향
꽂히고 책상이 깨끗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풍류기화를 자세히
찾아보노라
291.「제김양송화첩」 이달 [題金養松畵帖 李達] 담기
一行兩行雁(일행량행안) 기러기 줄이 한 줄인가? 두 줄인가?
萬點千點山(만점천점산) 산이 만 점인가? 천 점인가?
三江七澤外(삼강칠택외) 삼강과 칠택 밖인가?
洞庭瀟湘間(동정소상간) 동정과 소상 사이인가?
292.「제김열경사진첩」 이달 [題金悅卿寫眞帖 李達] 담기
悅卿道高下(열경도고하) 열경이 높은 도로 내려왔다가
留影在禪林(유영재선림) 영정만을 절에다 남겨
놓았네
一片水中月(일편수중월) 한 조각 물속의 달이요
千秋鍾梵音(천추종범음) 천 년 두고 울릴 종범소리네
293.「제덕산계정주」 조식 [題德山溪亭柱 曹植] 담기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청컨대 천석 종을 보라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려도 오히려
울지 않을 수 있을까?
樂天亭上又淸秋(낙천정상우청추) 낙천정 위로 또 맑은 가을이 왔는데
地戴明君佳氣浮(지대명군가기부) 이 땅에 명군
모시니 서기(瑞氣)가 떠오르네
疎雨白鷗麻浦曲(소우백구마포곡) 부슬비 속 백구는
마포 어귀 날고
落霞孤鶩漢山頭(낙하고목한산두) 지는 노을 외로운
오리는 한산 위로 날아가네
仁風浩蕩草從偃(인풍호탕초종언) 인풍이 호탕하니 풀이 좇아 절로 쓰러지고
聖澤瀰漫水共流(성택미만수공류) 성스런 은택이
가득하니 강물도 함께 흐르도다
宵旰餘閒觀物象(소간여한관물상) 정사(政事)에 바쁘신 여가에 풍광을 감상하니
人間仙境更何求(인간선경갱하고) 인간의 선경(仙境)을 어디서 또 구하리오
295.제로방송」 삼수 김정 [題路傍松 三首 金淨] 담기
其二(기이)
海風吹去悲聲遠(해풍취거비성원) 바닷바람 불어 가니 슬픈 소리 멀리 퍼지고
山月高來瘦影疏(산월고래수영소) 산 달 높이 뜨자
파리한 그림자 성기네
賴有直根泉下到(뇌유직근천하도) 곧은 뿌리 샘
아래까지 있음에 힘입어
雪霜標格未全除(설상표격미전제) 눈서리 모르는
품격 전부 없어지지 않았네
296.「제비해당 사십팔영」 신숙주 [題匪懈堂 四十八詠 申叔舟] 담기
「熟睡海棠(숙수해당)」
高人睡起掩朱扉(고인수기엄주비) 고인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붉은 사립문을 닫으니
月轉長廊香霧霏(월전장랑향무비) 달빛은 긴 회랑을
돌고 꽃향기 어린 안개는 내리네
獨繞芳叢燒短燭(독요방총소단촉) 홀로 꽃떨기에
둘러싸여 작은 촛불 켜 두고
沈吟夜久更忘歸(침음야구갱망귀) 밤늦도록 읊조리며
다시 돌아가길 잊네
江雲昏似漆(강운혼사칠) 강 구름은 흡사 칠흑처럼 캄캄한데
朔雪白於屑(삭설백어설) 북방의 눈은 가루보다
희네
山河與大地(산하여대지) 산하와 대지가
一夜瓊瑤窟(일야경요굴) 하룻밤 새에 경요굴이
되었네
幽人開竹扉(유인개죽비) 은거한 사람이 대사립 여니
眼界迷空闊(안계미공활) 눈앞이 아득하게 툭 트였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은
欸乃聲欲裂(애내성욕렬) 뱃노래 소리에 화폭이
찢어질 것 같구나
298.「제서호부전도」 정약용 [題西湖浮田圖 丁若鏞] 담기
下田多水常苦雨(하전다수상고우) 낮은 논엔 물이 많아 항상 비가 괴롭고
高田高燥旱更苦(고전고조한갱고) 높은 논은 건조해서
가뭄이 더욱 괴로운데
西湖浮田兩無憂(서호부전양무우) 서호의 부전은
두 쪽 다 걱정 없이
歲歲金穰積高庾(세세금양적고유) 해마다 풍년 들어
창고에 곡식 쌓이네
299.「제성거산원통암창벽」 남효온 [題聖居山元通庵囱壁 南孝溫] 담기
東日出杲杲(동일출고고) 동쪽 해가 눈부시게 떠오르고
木落神靈雨(목락신령우) 신령한 비처럼 낙엽이
떨어지네
開囱萬慮淸(개창만려청) 창문 열자 온갖 생각 맑아져서
病骨欲生羽(병골욕생우) 병든 몸에 날개가 돋으려
하네
300.「제쌍계설운시축」 정철 [題雙溪雪雲詩軸 鄭澈] 담기
未到雙溪寺(미도쌍계사)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先逢七寶僧(선봉칠보승) 먼저 칠보암 스님을 만났네
僧乎從我否(승호종아부) “스님, 저를 따르시겠소?
春入白雲層(춘입백운층) 봄이 층층의 흰 구름
속에 왔다오”
…………………………………………………………………………….
제3부 끝
https://terms.naver.com/list.nhn?cid=60520&categoryId=60520
※자료출처-네이버- 사전-지식백과-카테고리보기-문학백과-고려시대 한시읽기(203)
-조선시대 한시읽기(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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