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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시대 漢詩-제2부

淸潭 2019. 4. 16. 15:57

朝鮮시대 漢詩

2(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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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무어별」 임제 [無語別 林悌] 담기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열다섯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남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했네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돌아와 겹문을 닫아걸고
泣向梨花月(읍향리화월) 배꽃 같은 달을 보며 우네

 

102.「무위」 이언적 [無爲 李彦迪] 담기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은 변천하여 정해진 모양이 없으니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이 한 몸 한적하여 스스로 때를 따르네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성경영력) 근래 점점 작위(作爲)의 힘이 줄어드니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오래 청산을 대하고도 시를 짓지 못하네

 

103.「무제」 김시습 [無題 金時習] 담기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온종일 짚신으로 발길 닿는 대로 가노라니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한 산을 걸어 다하면 또 한 산이 푸르네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마음에 생각 없으니 어찌 몸에 부림을 받으랴?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성) 도는 본래 이름 없으니 어찌 거짓으로 이룰쏜가?

宿露未晞山鳥語(숙로미희산조어) 간밤 이슬은 마르지 않아 산새는 우는데
春風不盡野花明(충풍부진야화명) 봄바람은 끝없이 불어와 들꽃이 아름답네
歸去千峯靜(단공귀거천봉정) 짧은 지팡이로 돌아가니 봉우리마다 고요한데
翠壁亂煙生晩晴(취벽란연생만청) 푸른 절벽에 자욱한 노을이 저물녘에야 갠다

 

104.「무제」 이달 [無題 李達] 담기

處處多逢馬跡(처처다봉마적) 곳곳에서 말 발자국 많이 만나는데
行行且避車塵(행행차피차진) 가며 가며 또 마차 먼지 피하네
長安陌上花柳(장안맥상화류) 장안의 거리 위 꽃과 버들 속엔
半是高官貴人(반시고관귀인) 반이 고관과 귀인들이네

 

105.「무제」 이수 서경덕 [無題 二首 徐敬德] 담기

其一(기일)
眼垂簾箔耳關門(안수렴박이관문) 눈은 주렴을 드리웠고 귀는 문을 닫았으니
松籟溪聲亦做喧(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 시냇물 소리 또한 시끄럽구나
到得忘吾能物物(도득망오능물물) 나를 잊고 사물을 사물로 볼 수 있음에 이르렀으니
靈臺隨處自淸溫(영대수처자청온) 마음은 처한 곳에 따라 절로 맑고 온화해지네

 

106.「무제」 조식 [無題 曺植] 담기

魯野麟空老(노야린공노) 노나라 들엔 기린이 헛되이 늙어 가고
岐山鳳不來(기산봉불래) 기산엔 봉황새가 오지를 않네
文章今已矣(문장금이의) 빛나던 문물도 이제 끝났으니
吾道竟誰依(오도경수의) 우리의 도는 끝내 누구에 의지하리오?

 

107.「무제」 허균 [無題 許筠] 담기

一樹垂楊接粉墻(일수수양접분장) 한 그루 수양버들 흰 담장에 붙어 있어
夜深攀過入西廂(야심반과입서상) 한밤중 잡고 넘어 서쪽 곁채로 들어가네
移燈侍女紅欄外(이등시녀홍란외) 붉은 난간 밖에서 등불을 옮기던 시녀가
小語低聲喚玉郞(소어저성환옥랑) 작은 소리 낮추어 임을 부르네

 

108.「문비파」 서거정 [聞琵琶 徐居正] 담기

司馬靑衫盆浦泣(사마청삼분포읍) 사마는 푸른 적삼으로 분포에서 울었고
明妃紅袖塞天愁(명비홍수새천수) 명비는 붉은 소매로 변방에서 시름했다네
我無今日愁兼泣(아무금일수겸읍) 나는 오늘 시름할 일도 울 일도 없지만
細聽絃聲不下樓(세청현성불하루) 자세히 비파 소리 들으니 누각을 내려가지 못하겠네

 

109.「문의병장안(중근)보국수사」 삼수 김택영 [聞義兵將安(重根)報國讎事 三首 金澤榮] 담기

平安壯士目雙張(평안장사목쌍장) 평안 장사 두 눈을 부릅뜨고
快殺邦讎似殺羊(쾌살방수사살양) 양을 잡듯 나라 원수 시원하게 죽였네
未死得聞消息好(미사득문소식호) 죽지 않아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었으니
狂歌亂舞菊花傍(광가란무국화방) 국화 곁에서 미친 듯 노래하고 정신없이 춤추네

海蔘港裏鶻摩空(해삼항리골마공)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하늘에서 송골매 맴돌다가
哈爾濱頭霹火紅(합이빈두벽화홍) 하얼빈 가에서 벼락불 붉네
多少六洲豪健客(다소륙주호건객) 얼마나 많은 육대주 호걸들이
一時匙箸落秋風(일시시저락추풍) 가을바람 동시에 수저 떨어뜨렸을까?

 

110.「문임무숙삭과」 권필 [聞任茂叔削科 權韠] 담기

宮柳靑靑鶯亂飛(궁류청청앵란비) 궁궐 버들 푸르고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 성안에 가득한 높은 사람 봄 햇살에 아첨하네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락) 조정에서 함께 태평의 즐거움을 축하하는데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누가 바른말 하여 포의로 쫓겨났나?

 

111.「문파관작」 이수 허균 [聞罷官作 二首 許筠] 담기

其二(기이)
禮敎寧拘放(예교녕구방) 예교에 어찌 묶이고 놓임을 당하리오
浮沈只任情(부침지임정) 잠기고 뜸 다만 정에 맡길 뿐
君須用君法(군수용군법) 그대는 모름지기 그대 법을 쓸 게고
吾自達吾生(오자달오생) 나는 스스로 내 삶을 이루리라

親友來相慰(친우래상위) 친한 벗은 와서 서로 위로하는데
妻孥意不平(처노의불평) 처자식은 뜻이 불평하구려
歡然若有得(환연약유득) 흐뭇하여 소득이 있는 듯하니
李杜幸齊名(이두행제명)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다행히 이름 나란하네

 

112.「문황매천순신작」 김택영 [聞黃梅泉殉信作 金澤榮] 담기

詞垣誰復是眞才(사원수부시진재) 사원에 누가 다시 참재주 있느냐?
璧月無光斗柄摧(벽월무광두병최) 구슬 달은 빛이 없고 북두자리 꺾였네
知否賞音人獨在(지부상음인독재) 마음 아는 사람 홀로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靑楓江畔望魂來(청풍강반망혼래) 푸른 단풍 강 언덕에 혼령 다시 오기를 바라네

 

113.「미인도」 육수 이승소 [美人圖 六首 李承召] 담기

其三(기삼)
閑來相與鬪圍碁(한래상여루위기) 틈이 나면 서로 더불어 바둑과 싸우다가
却被春嬌下子遲(각피춘교하자지) 문득 봄의 교태로 바둑돌을 더디 놓네
手托香無限意(수탁향시무한의) 손으로 향기로운 뺨을 문지르니 뜻은 한이 없고
桃花枝上囀鶯兒(도화지상전앵아) 복숭아꽃 가지 위에는 꾀꼬리 새끼 지저귄다

 

114.「박연」 황진이 [朴淵 黃眞伊] 담기

一派長天噴壑礱(일파장천분학롱) 한 줄기 긴 하늘이 골짜기에서 뿜어 나와
龍湫百仞水潨潨(용추백인수총총) 폭포수 백 길 물이 쏟아져 나오네
飛泉倒瀉疑銀漢(비천도사의은한) 나는 샘이 거꾸로 쏟아져 은하수 같고
怒瀑橫垂宛白虹(노폭횡수완백홍) 성난 폭포는 가로로 드리워 완연히 흰 무지개네

雹亂霆馳彌洞府(박란정치미동부) 어지러운 우박과 날뛰던 번개가 골짜기에 가득하고
珠舂玉碎澈晴空(주용옥쇄철청공) 부서진 구슬과 옥이 맑은 하늘에 맑네
遊人莫道廬山勝(유인막도여산승) 나그네야, 여산이 낫다고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수식천마관해동) 모름지기 천마산이 해동에서 으뜸임을 알아야 하리

 

115.「박조요」 이달 [撲棗謠 李達] 담기

隣家小兒來撲棗(인가소아래박조) 이웃집 아이가 대추 따러 왔는데
老翁出門驅少兒(노옹출문구소아) 늙은이 문을 나서며 아이를 쫓는구나
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로옹도) 아이 도리어 늙은이 향해 말하기를
不及明年棗熟時(불급명년조숙시) “내년에 대추 익을 땐 살지도 못할걸요”

 

116.「반타석」 이황 [盤陀石 李滉] 담기

黃濁滔滔便隱形(황탁도도편은형) 누런 탁류 넘실댈 때는 곧 형체를 숨기더니
安流帖帖始分明(안류첩첩시분명) 고요히 흐를 때면 비로소 분명히 나타나네
可憐如許奔衝裏(가련여허분충리) 어여쁘다! 이 같은 치고받는 물결 속에서도
千古盤陀不轉傾(천고반타불전경) 천고에 반타석은 구르거나 기울지도 않았네

 

117.「발학포 지당산진」 황현 [發鶴浦 至糖山津 黃玹] 담기

海禁開時國已愚(해금개시국이우) 바다 금지 열렸을 때 나라 이미 어리석었으니
空聞關稅較錙銖(공문관세교치수) 부질없이 관세에 따라 약간 붙인다고 들었네
漆箱磁盌知安用(칠상자완지안용) 옻 상자와 자기 사발을 어디에 쓸 것인지 아는가?
擲盡東南萬斛珠(척진동남만곡주) 동남쪽으로 만곡의 구슬을 다 던지는구나

 

118.「방산가」 이용휴 [訪山家 李用休] 담기

松林穿盡路三丫(송림천진로삼아) 솔숲을 다 지나니 세 갈래 길 나와
立馬坡邊訪李家(입마파변방이가) 언덕 가에 말 세우고 이씨 집을 물었네
田父擧鋤東北指(전부거서동북지) 농사꾼 호미 들어 동북쪽 가리키는데
鵲巢村裏露榴花(작소촌리로류화) 까치둥지 있는 마음에 석류꽃 드러나네

 

119.「방속리산」 김창흡 [訪俗離山 金昌翕] 담기

江南遊子不知還(강남유자부지환) 강남 간 나그네는 돌아올 줄 모르는데
古寺秋風杖屨開(고사추풍장구개) 가을바람 부는 옛 절에서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걷네
笑別鷄龍餘興在(소별계룡여흥재) 웃으며 계룡산 떠나도 여흥이 남아 있으니
馬前猶有俗離山(마전유유속리산) 말 앞엔 여전히 속리산이 있기에

 

120.「백저사」 최경창 [白苧辭 崔慶昌] 담기

憶在長安日(억재장안일) 서울에 있을 때를 추억해 보니
新裁白紵裙(신재백저군) 새로 하얀 모시 치마 지었네
別來那忍着(별래나인착) 이별한 뒤 어찌 차마 입을 수 있겠습니까?
歌舞不同君(가무부동군) 노래와 춤을 그대와 함께할 수 없는데

 

121.「별김경원」 황진이 [別金慶元 黃眞伊] 담기

三世金緣成燕尾(삼세금연성연미) 영원한 굳은 인연 제비 꼬리처럼 갈라지니
此中生死兩心知(차중생사량심지) 이 중에서 살고 죽음을 두 마음만은 알리라
楊州芳約吾無負(양주방약오무부) 양주의 꽃다운 약속 내 어기지 않으려니
恐子還如杜牧之(공자환여두목지) 그대 도리어 두목지와 같음이 두렵네

 

122.「별탁라백지임」 사수 김정희 [羅伯之任 四首 金正喜] 담기

其四(기사)
聃牟於古亦耽浮(담모어고역탐부) 담모가 옛날에는 탐부로도 일렀나니
儒李城空枕海頭(유리성공침해두) 유리왕 성을 비우고 바다 끝을 베었다 한다
要足九韓風土志(요족구한풍토지) 구한의 풍토지를 보충해야 하겠는데
魯花遺蹟若爲求(노화유적약위구) 다루가치 유적을 어찌하면 구할까?

 

123.「병여 음성」 사절 강희맹 [病餘 吟成 四絶 姜希孟] 담기

其四(기사)
南窓終日坐忘機(남창종일좌망기) 남창에 종일토록 세사(世事) 잊고 앉았는데
庭院無人鳥學飛(정원무인조학비뜰에 사람 없으니 새는 날기 배우네
細草暗香難覓處(세초암향난멱처) 가는 풀에 그윽한 향기 어디인지 찾기 어려운데
澹煙殘照雨霏霏(담연잔조우비비) 옅은 연기 스러지는 햇빛에 부슬부슬 비 내리네

 

124.「보자계상 유산지서당」 이황 [步自溪上 踰山至書堂 李滉] 담기

花發巖崖春寂寂(화발암애춘적적) 꽃이 가파른 벼랑에 피어 봄은 고요하고
鳥鳴澗樹水潺潺(조명간수수잔잔) 새가 시내 숲에 울어 시냇물은 졸졸 흘러가네
偶從山後童冠(우종산후휴동관) 우연히 산 뒤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閑到山前問考槃(한도산전문고반) 한가히 산 앞에 와 고반을 묻는다

 

125.「보천탄즉사」 김종직 [寶泉灘卽事 金宗直] 담기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복사꽃 띄운 물결이 몇 자나 높았는고
銀石沒頂不知處(은석몰정부지처) 하얀 돌은 머리까지 잠겨서 어딘지 모르겠네
兩兩鸕鶿失舊磯(양량로자실구기) 쌍쌍의 가마우지 옛 돌을 잃고
銜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물고기 물고는 곧 부들로 들어가네

 

126.「복령사」 박은 [福靈寺 朴誾] 담기

伽藍却是新羅舊(가람각시신라구) 절은 도리어 옛날 신라 때 것이고
千佛皆從西竺來(천불개종서축래) 천 개의 불상은 모두 인도에서 온 것이다
終古神人迷大隗(종고신인미대외) 옛날에 신인도 대외에서 길을 잃었나니
至今福地似天台(지금복지사천태) 지금의 복스러운 땅은 천태산과 흡사하여라

春陰欲雨鳥相語(춘음욕우조상어) 스산한 봄기운에 비 내릴 듯 새가 우는데
老樹無情風自哀(노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정이 없어 바람이 절로 슬프다
萬事不堪供一笑(만사불감공일소) 만사는 한 번 웃음거리도 못 되나니
靑山閱世只浮埃(청산열세지부애) 푸른 산에서 세상을 보니 먼지만 떠 있구나

 

127.「봉별소판서세양」 황진이 [奉別蘇判書世讓 黃眞伊] 담기

月下梧桐盡(월하오동진) 달 아래 오동잎 다 지고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 서리 속에 들국화 누렇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 누대는 높아 하늘과 한 척인데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 사람은 취하여도 술은 천 잔이네

流水和琴冷(유수화금냉) 흐르는 물은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 차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 매화꽃은 피리 소리에 들어 향기롭다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서로 이별한 뒤에
情與碧波長(정여벽파장) 정은 푸른 물결과 더불어 길어질 것이네

 

128.「봉은사승축」 최경창 [奉恩寺僧軸 崔慶昌] 담기

三月廣陵花滿山(삼월광릉화만산) 삼월이라 광릉에는 꽃이 산에 가득한데
晴江歸路白雲間(청강귀로백운간) 맑은 강 따라 돌아가는 길은 흰 구름 속에 있네
舟中背指奉恩寺(주중배지봉은사) 배에서 등지고 봉은사를 가리키니
蜀魄數聲僧掩關(촉백수성승엄관) 소쩍새 몇 소리에 스님은 빗장을 내리네

 

129.「봉황대」 차천로 [鳳凰臺 車天輅] 담기

千仞岡頭石骨分(천인강두석골분) 천 길 봉우리에 단단한 바위가 나뉘어
迥臨無地出塵氛(형림무지출진분) 아득히 임한 곳에 먼지가 솟았네
江通碧海生潮汐(강통벽해생조석) 강은 푸른 바다와 통해 밀물과 썰물이 일고
山近靑天合霧雲(산근청천합무운) 산은 푸른 하늘에 가까워 안개와 구름이 합치네

不盡鳥飛平楚外(부진조비평초외) 평야 밖에 끊임없이 새들이 날고
遙看日落大荒垠(요간일락대황은) 큰 황야 끝에 지는 해가 멀리 보이네
蘊眞協遇堪留眼(온진협우감류안) 참됨을 쌓아 어울린 모습 계속 바라보니
笑撥人寰幾聚蚊(소발인환기취문) 우습다, 속세에는 모기떼가 얼마나 모였는가?

 

130.「봉효직(조정암광조)상」 이수 박상 [逢孝直(趙靜菴光祖) 二首 朴祥] 담기

其一(기일)
無等山前曾把手(무등산전증파수) 무등산 앞에서 일찍이 손을 잡았더니
牛車草草故鄕歸(우차초초고향귀) 소 수레를 타고 바쁘게 고향으로 돌아가네
他年地下相逢處(타년지하상봉처) 뒷날 지하에서 서로 만나는 곳에서
莫說人間謾是非(막설인간만시비) 부질없이 인간세상의 시비에 대해 말하지 마세나

 

131.「부춘별서」 백광훈 [富春別墅 白光勳] 담기

夕陽湖上亭(석양호상정) 석양에 비친 호수 위의 정자에서 볼 때
春光在湖草(춘광재호초) 봄 풍경이 호수 풀밭에 있네
明月山前榭(명월산전사) 밝은 달빛 산 앞 정자에서 보니
花陰看更好(화음간갱호) 꽃그늘 바라볼수록 더욱 좋구나

 

132.「북행백절」 조수삼 [北行百絶 趙秀三] 담기

其七(기칠)(麥灘(맥탄))
舂白趁虛市(용백진허시) 흰 것은 찧어서 텅 빈 시장에 나아가고
殺靑充夜餐(살청충야찬) 푸른 것은 베어서 저녁을 때우네
麥嶺斯難過(맥령사난과) 보릿고개 넘어가기 어려운데
如何又麥灘(여하우맥탄) 어떻게 또 보리여울을 건너갈까?

 

133.「분성증별」 김안국 [盆城贈別 金安國] 담기

燕子樓前燕子飛(연자루전연자비) 연자루 앞에 제비가 날고
落花無數惹人衣(낙화무수야인의) 지는 꽃은 무수하여 사람의 옷을 물들이네
東風一種相離恨(동풍일종상리한) 봄바람은 한결같이 서로 이별의 한을 심으니
腸斷春歸客又歸(장단춘귀객우귀) 애달프다, 봄이 가니 객도 돌아가네

 

134.「빈녀음」 허난설헌 [貧女吟 許蘭雪軒] 담기

豈是乏容色(기시핍용색) 어찌 인물이 모자란다 하리오?
工針復工織(공침부공직) 바느질도 잘하고 또 길쌈도 잘해요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어려서 가난한 집에서 자라
良媒不相識(양매불상식) 좋은 중매가 나를 알아주지 않네요

 

135.「사마창방일 구호칠보시」 조수삼 [司馬唱榜日 口呼七步詩 趙秀三] 담기

腹裏詩書幾百擔(복리시서기백담) 배 안에 시와 글이 거의 백 짐은 되는데
今年方得一襴衫(금년방득일란삼) 금년에야 한 난삼을 얻었네
傍人莫問年多少(방인막문년다소) 곁에 있는 사람들아! 나이 많고 적음을 묻지 마라
六十年前二十三(육십년전이십삼) 육십 년 전에는 나도 23살이었네

 

136.「사십팔영갱운응제」 김일손 [四十八詠賡韻應製 金馹孫] 담기

腹裏詩書幾百擔(복리시서기백담) 배 안에 시와 글이 거의 백 짐은 되는데
今年方得一襴衫(금년방득일란삼) 금년에야 한 난삼을 얻었네
傍人莫問年多少(방인막문년다소) 곁에 있는 사람들아! 나이 많고 적음을 묻지 마라
六十年前二十三(육십년전이십삼) 육십 년 전에는 나도 23살이었네

 

137.「사우정영송」 강희안 [四友亭詠松 姜希顔] 담기

階前偃蓋一孤松(계전언개일고송) 계단 앞에 누운 듯 서 있는 한 그루의 외로운 소나무
枝幹多年老作龍(지간다년로작룡)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지나 늙어 용의 모습이네
歲暮風高揩病目(세모풍고개병목) 해 저물고 바람 높을 제 병든 눈을 비비고 보니
擬看千丈上靑空(의간천장상청공) 마치 천 길의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네

 

138.「사월이십육일 서동궁이어소직사벽」 이행 [四月二十六日 書東宮移御所直舍壁 李荇] 담기

衰年奔走病如期(쇠년분주병여기) 분주한 노년에 기약한 듯 병이 찾아드는데
春興無多不到詩(춘흥무다부도시) 봄 흥이 많지 않아 시를 짓지 않노라
睡起忽驚花事了(수기홀경화사료) 잠 깨자 봄이 다 저무는 것에 갑자기 놀라노니
一番微雨落薔薇(일번미우락장미) 한 차례 가랑비에 장미꽃이 져 버렸네

 

139.「사청사우」 김시습 [乍晴乍雨 金時習] 담기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천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譽我便應還毁我(예아편응환훼아)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방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
寄語世上須記憶(기어세상수기억)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득이 되느니라

 

140.「사충암증장」 정희량 [謝沖菴贈杖 鄭希良] 담기

似嫌直先伐(사혐직선벌) 곧으면 먼저 베임을 꺼린 듯
故欲曲其身(고욕곡기신) 일부러 그 뿌리를 굽게 하였네
直性猶存內(직성유존내) 곧은 성품 여전히 안에 지니고 있으니
那能免斧斤(나능면부근) 어찌 도끼질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141.「사친」 신사임당 [思親 申師任堂] 담기

千里家山萬疊峯(천리가산만첩봉) 천 리 고향은 만 겹의 봉우리로 막혔으니
歸心長在夢魂中(귀심장재몽혼중)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길이 꿈속에 있도다
寒松亭畔孤輪月(한송정반고륜월) 한송정 가에는 외로운 보름달이요
鏡浦臺前一陣風(경포대전일진풍) 경포대 앞에는 한 바탕 바람이로다

沙上白鷺恒聚散(사상백로항취산) 모래 위엔 백로가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波頭漁艇各西東(파두어정각서동) 파도머리엔 고깃배가 각기 동서로 왔다 갔다 하네
何時重踏臨瀛路(하시중답임영로) 언제나 임영 가는 길을 다시 밟아
綵服斑衣膝下縫(채복반의슬하봉) 비단 색동옷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할까?

 

142.「산거」 이수 서경덕 [山居 二首 徐敬德] 담기

雲巖我卜居(운암아복거) 운암에 내가 살게 된 것은
端爲性慵疏(단위성용소) 모두 성질이 게으르고 못 사귀기 때문이네
林坐朋幽鳥(임좌붕유조) 숲에 앉아 조용한 새와 벗하고
溪行伴戲魚(계행반희어) 시냇가에 가서 노니는 물고기와 짝하네

閒揮花塢帚(한휘화오추) 한가로이 꽃 언덕을 빗자루로 쓸고
時荷藥畦鋤(시하약휴서) 때로 약초밭에 호미질을 하네
自外渾無事(자외혼무사) 세상 밖에 전혀 아무 일 없으니
茶餘閱古書(다여열고서) 차 마신 뒤에 옛글을 읽네

 

143.「산당병기」 이언적 [山堂病起 李彦迪] 담기

平生志業在窮經(평생지업재궁경) 한평생 뜻과 일은 경전(經典) 궁구(窮究)에 있어
不是區區爲利名(불시구구위리명) 구구하게 이익과 명예 구하지 않으리
明善誠身希孔孟(명선성신희공맹) 명선(明善)과 성신(誠身)엔 공맹(孔孟)을 바라고
治心存道慕朱程(치심존도모주정) 치심(治心)과 존도(存道)엔 정주를 사모했네

達而濟世憑忠義(달이제세빙충의) 통달해서 세상을 구제함엔 충의에 의지하고
窮且還山養性靈(궁차환산양성령) 궁하면 산으로 돌아와 성령을 기른다
豈料屈蟠多不快(기료굴반다불쾌) 어찌 험하고 많은 불쾌함 생각하리오?
夜深推枕倚前楹(야심추침의전영) 깊은 밤 베개 밀어 두고 앞 난간에 기대노라

 

144.「산민」 김창협 [山民 金昌協] 담기

下馬問人居(하마문인거) 말에서 내려 “누구 없소?” 하고 물으니
婦女出門看(부녀출문간) 아녀자 문을 열고 나오네
坐客茅屋下(좌객모옥하) 초가집 아래로 객을 맞아들이고는
爲客具飯餐(위객구반찬) 객을 위해 밥상을 차려 주네

丈夫亦何在(장부역하재) 남편은 “어디 있는가?” 물었더니
扶犁朝上山(부려조상산) “쟁기 메고 아침에 산에 갔다오
山田苦難耕(산전고난경) 산밭은 갈기가 어려워
日晩猶未還(일만유미환) 해 저물어도 돌아오지 못하오

四顧絶無隣(사고절무린) 사방을 둘러보아도 전혀 이웃이 없고
雞犬依層巒(계견의층만) 닭과 개만 험한 산속에 살고 있지요
中林多猛虎(중림다맹호)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가 많아서
采藿不盈盤(채곽불영반) 콩잎을 따도 광주리에 차지 못하오

哀此獨何好(애차독하호) 슬프구나, 이곳이 뭐가 좋아서
崎嶇山谷間(기구산곡간) 험한 산골 사이에 있겠소
樂哉彼平土(낙재피평토) 즐겁구나, 저 평지여
欲往畏縣官(욕왕외현관) 가고 싶으나 현의 관리가 무섭구나”

 

145.「산사야음」 정철 [山寺夜吟 鄭澈] 담기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근 비라고 착각했네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스님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네

 

146.「산중사영」 이이 [山中四詠 李珥] 담기

[] : 바람

樹影初濃夏日遲[수영초농하일지] : 나무 그림자 막 짙어지고 여름 해는 더디어

風生自拂雲枝[만풍생자불운지] : 저녁 바람 절로 일어 덮인 구름이 흩어지네.

幽人睡罷披襟起[유인수파피금기] : 유인이 잠에서 깨어 옷깃을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涼只自知[철골청량지자지] : 인품을 다스리는 맑고 깨끗함 겨우 스스로 알게하네.

[] :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 만리에 구름 한점 없어 온 하늘은 푸른데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 비취색 작은 산마루에 항아의 궁전이 나타나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 세인들은 한갖 없다가 다시 커지는 것을 보지만

不識氷輪夜夜圓[불식빙륜야야원] : 얼음같이 밝은 달이 밤마다 둥근것은 알지 못하네.

 [] :

晝夜穿雲不暫休[주야천운부잠휴] : 밤 낮으로 구름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으니

始知源派兩悠悠[시지원파량유유] : 水源[수원]과 갈래 둘다 멀고 아득함 비로소 알겠네.

試看河海千層浪[시간하해천층랑] : 천 겹 물결이는 강과 바다를 잠시 바라보니

出自幽泉一帶流[출자유천일대류] : 깊은 샘에서 절로 나와 하나의 띠를 이루어 흐르네.

[] : 구름

飛入靑山幾許深[비입청산기허심] : 푸른 산에 날아 드니 얼마나 깊은 곳인지

洞中猿鶴是知音[동중원학시지음] : 골짜기 속의 원숭이와 학이 무릇 친구라네.

何如得逐神龍去[하여득축신룡거] : 신룡을 내몰아 뒤쫓아 가면 어떨런지 ?

慰却蒼生望雨心[위각창생망우심] : 창생들의 비를 바라는 마음에 위로가 될텐데.

 

147.「산중즉사」 삼수 이언적 [山中卽事 三首 李彦迪] 담기

其一(기일)
雨後山中石澗喧(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후 산중 바위틈에 시냇물 소리 요란한데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시 읊으며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평생에 가장 싫은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유독 이 시냇물 소리는 귀에 번거롭지 않네

 

148.「산행」 박지원 [山行 朴趾源] 담기

叱牛聲出白雲邊(질우성출백운변) 이랴 저랴 소몰이 소리 흰 구름 속에 들리고
危嶂鱗塍翠揷天(위장린승취삽천) 하늘 찌른 푸른 봉우리엔 비늘같이 밭골 즐비하네
牛女何須烏鵲渡(우녀하수오작도) 견우직녀 왜 구태여 까막까치 기다리나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쪽 가에 달이 걸려 배 같은데

 

149.「산행」 송익필 [山行 宋翼弼] 담기

山行忘坐坐忘行(산행망좌좌망행) 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았다 걷기를 잊어
歇馬松陰聽水聲(헐마송음청수성)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後我幾人先我去(후아기인선아거)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 갔는가?
各歸其止又何爭(각귀기지우하쟁) 각자 그칠 곳에 돌아가니 또 어찌 다투는가?

 

150.「산행」 이서구 [山行 李書九] 담기

數棘荒寒堆亂石(수극황한퇴란석) 가시덤불 황량하며 어지러운 돌무더기 쌓여 있고
斜陽欲盡廢田頭(사양욕진폐전두) 석양볕이 버려진 밭머리에 지려고 하네
野棠結子珊瑚顆(야당결자산호과) 팥배나무 열매 산호처럼 맺혀 있는데
何處飛來黃褐侯(하처비래황갈후) 어디에서 청학이 날아왔나?

 

151.「산행관외작」 이달 [山行關外作 李達] 담기

近水疏籬紅杏花(근수소리홍행화) 물 가까이 성근 울타리에 붉은 살구꽃 피었고
掩門垂柳兩三家(엄문수류량삼가) 문을 가린 드리운 버들 두세 집이네
溪橋處處連芳草(계교처처련방초) 시내 다리 곳곳엔 향기로운 풀 이어졌고
山路無人日自斜(산로무인일자사) 산길엔 인적 없이 해만 저절로 기우네

 

152.「산행즉사」 김시습 [山行卽事 金時習] 담기

兒捕蜻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아이는 잠자리를 잡고 늙은이는 울타리를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작은 시내 봄물에 가마우지가 목욕하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푸른 산 끝난 곳에 돌아갈 길은 멀지만
橫擔烏藤一箇枝(횡담오등일개지) 등나무 한 가지 꺾어 비스듬히 메고 가네

 

153.「삼물음」 이항복 [三物吟 李恒福]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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廁鼠數驚社鼠疑(측서수경사서의) 측간 쥐는 자주 놀라고 사당 쥐는 의심이 많아
安身未若官倉嬉(안신미약관창희) 안전하긴 관아의 창고에서 즐겁게 노닒만 못하리
志須滿腹更無事(지수만복갱무사뜻은 배불리 먹고 또 무사하길 바라지만
地塌天傾身始危(지탑천경신시위) 땅 꺼지고 하늘 기울면 제 몸도 위태로워진다네

 

154.「삼월삼일 등망경루 요양성」 최립 [三月三日 登望京樓 遼陽城 崔岦] 담기

城上高樓勢若騫(성상고누세약건) 성 위의 높은 누대 기세 날아갈 듯한데
危梯一踏一驚魂(위제일답일경혼) 가파른 사다리 한 번씩 밟을 때마다 혼이 온통 놀라네
遙空自盡無山地(요공자진무산지) 먼 하늘은 산 없는 평원에 절로 다하고
淡靄多生有樹村(담애다생유수촌) 엷은 아지랑이는 나무 있는 마을에 많이 이네

北極長安知客路(배극장안지객로) 북극성 아래 장안은 나그네 길 알려 주고
東風上巳憶鄕園(동풍상사억향원) 바람 부는 삼짇날은 고향 동산 생각하게 하네
閑愁萬緖那禁得(한수만서나금득) 만 갈래 시름 어떻게 막을까?
料理斜陽酒一樽(요리사양주일준) 석양 속에 술 한 동이 마시고 싶구나

 

155.「삼일포」 최립 [三日浦 崔岦] 담기

晴峯六六斂螺蛾(청봉육육렴루아) 서른여섯 갠 봉우리는 좋은 경관 거두고
白鳥雙雙弄鏡波(백조쌍쌍롱경파) 쌍쌍의 갈매기는 맑은 물결 희롱하네
三日仙遊猶不再(삼일선유유부재) 삼 일 동안 놀던 신선 아직도 다시 찾지 않으니
十洲佳處始知多(십주가처시지다) 십주에 멋진 곳 많다는 걸 비로소 알겠네

 

156.「삼전도도중」 서거정 [三田渡道中 徐居正] 담기

羸馬三田渡(이마삼전도) 야윈 말 타고 삼전도를 건너는데
西風吹帽斜(서풍취모사) 서풍이 비스듬히 갓에 불어오네
澄江涵去鴈(징강함거안) 맑은 강물은 날아가는 기러기 머금고
落日送還鴉(낙일송환아) 지는 해는 돌아가는 까마귀 배웅하네

古樹明黃葉(고수명황엽) 고목에는 노랗게 물든 나무 밝고
孤村見白沙(고촌견백사) 외로운 마을은 흰 모래 위에 보이네
靑山將盡處(청산장진처) 푸른 산 장차 다할 곳에
遙認是吾家(요인시오가) 멀리 내 집이 있음을 알겠구나

 

157.「상사몽」 황진이 [相思夢 黃眞伊] 담기

相思相見只憑夢(상사상견지빙몽) 서로 그리워 만나는 건 다만 꿈에 의지할 뿐
儂訪歡時歡訪儂(농방환시환방농) 내가 임 찾으러 갈 때 임은 날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원사요요타야몽) 바라노니,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
一時同作路中逢(일시동작로중봉) 동시에 함께 일어나 길에서 만나지기를

 

158.「상원석」 김인후 [上元夕 金麟厚] 담기

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높고 낮은 건 지면의 형세 따라서이고
早晩自天時(조만자천시) 이르고 늦은 건 하늘의 때로부터이네
人言何足恤(인언하족휼) 사람들의 말 어찌 근심할 만하겠는가?
明月本無私(명월본무사) 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적인 것이 없는데

 

159.「상춘」 이매창 [傷春 李梅窓] 담기

不是傷春病(불시상춘병) 봄을 근심해서 생긴 병이 아니라
只因憶玉郞(지인억옥랑) 다만 임 그리워 생긴 병이라오
塵豈多苦累(진기다고루) 진세(塵世)에 어찌나 괴로움이 많은가?
孤鶴未歸情(고학미귀정) 외로운 학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정이여

 

160.「서민」 육수 김시습 [敍悶 六首 金時習] 담기

其一(기일)
心與事相反(심여사상반) 마음과 일이 서로 반대가 되어
除詩無以娛(제시무이오) 시를 제외하면 즐길 수 없네
醉鄕如瞬息(취향여순식) 취한 기분도 순식간 같고
睡味只須臾(수미지수유) 잠의 맛도 다만 잠깐이네

切齒爭錐賈(절치쟁추가) 송곳 끝을 다투는 장사치 이가 갈리고
寒心牧馬胡(한심목마호) 말이나 먹일 오랑캐 한심하다네
無因獻明薦(무인현명천) 밝은 천거에 몸 바칠 인연 없으니
抆淚永嗚呼(문투영오호) 눈물 닦으며 길이 탄식하네

 

161.「서산만성」 정철 [西山漫成 鄭澈] 담기

明時自許調元手(명시자허조원수) 밝은 때라 스스로 정승감을 자부했는데
晩歲還爲賣炭翁(만세환위매탄옹) 늘그막에 도리어 숯을 파는 노인이 되었네
進退有時知有命(진퇴유시지유명) 진퇴는 때가 있어 운명이 있음 알겠고
是非無適定無窮(시비무적정무궁) 시비는 일정이 없어 끝이 없구나

膏肓未備三年艾(고황미비삼년애) 고황병에 삼 년 묵은 쑥 갖추지 못하고
飄泊難營十畝宮(표박난영십무궁) 뜬 생활에 열 이랑 집 마련하기 어렵네
惟是老來能事在(유시로래능사재) 오직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百杯傾盡百憂空(백배경진백우공) 백 잔의 술잔을 다 기울여 온갖 근심 없애는 것이라네

 

162.「서일병」 조식 [ 曺植] 담기

离宮抽太白(이궁추태백) 불 속에서 하얀 칼날을 뽑아내니
霜拍廣寒流(상박광한류) 서릿발 칼빛이 달을 치고 흐르네
牛斗恢恢地(우두회회지) 견우성과 두우성 넓디넓은 곳에
神游刃不游(신유인불유)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네

 

163.「서하당잡영」 사수 정철 [棲霞堂雜詠 四首 鄭澈] 담기

其二(기이) 蓮池(연지)
山中畏逢雨(산중외봉우) 산속이라 비를 만날까 걱정되지만
淨友也能喧(정우야능훤) 깨끗한 벗이야 요란하겠지
漏泄仙家景(누설선가경) 선가의 풍경을 새어 나가게 해서
淸香滿洞門(청향만동문) 맑은 향이 마을 입구에 가득하길

 

164.「서회」 정철 [書懷 鄭澈] 담기

掖垣南畔樹蒼蒼(액원남반수창창) 궁궐 담 남쪽 가에 수풀만 울창한데
歸夢迢迢上玉堂(귀몽초초상옥당) 아득히 멀리 돌아간 꿈속 옥당에 오르네
杜宇一聲山竹裂(두우일성산죽렬) 두견새 울음소리 산 대나무 찢어지는 듯
孤臣白髮此時長(고신백발차시장) 외로운 신하 흰 머리털 이때 길어지네

 

165.「석민종필」 정사룡 [釋悶縱筆 鄭士龍] 담기

隨意攤書坐(수의탄서좌) 마음대로 책을 편 채 앉아 있다가
孤吟對晩暉(고음대만휘) 외로이 읊조리며 석양빛 보네
岸風帆腹飽(안풍범복포) 둑 바람에 돛배는 잔뜩 부풀고
沙雨荻芽肥(사우적아비) 모래 가 비에 갈대 싹은 오동통하네

籬缺通江色(이결통강색) 울 터져 강 풍경 통해 보이고
簾垂礙燕飛(염수애연비) 발 내려져 제비 날 때 방해되겠네
誰知浴沂節(수지욕기절) 누가 알랴? 기수에 목욕하는 계절에
和病試春衣(화병시춘의) 병중에 봄옷으로 갈아입는 걸

 

166.「석서」 김시습 [碩鼠 金時習] 담기

碩鼠復碩鼠(석서부석서) 큰 쥐야, 큰 쥐야
無食我場粟(무식아장속) 우리 마당의 곡식을 먹지 마라
三歲已慣汝(삼세이관여) 삼 년째 벌써 너를 알고 지냈는데
則莫我肯穀(칙막아긍곡) 나를 살려 주지 않으려면

逝將去汝土(서장거여토) 떠나서 장차 너의 땅을 버리고
適彼娛樂國(적피오락국) 저 즐거운 나라로 가리라

 

167.「선죽교」 이개 [善竹橋 李塏] 담기

繁華往事已成空(번화왕사이성공) 번화했던 지난 일은 이미 헛것이 돼 버린 채
舞館歌臺野草中(무관가대야초중) 춤추던 집이나 노래하던 무대 들풀 속에 묻혔네
惟有斷橋名善竹(유유단교명선죽) 오직 남은 잘린 다리 그 이름은 선죽교로
半千王業一文忠(반천왕업일문충) 반 천 년의 왕업은 한 사람의 문충뿐이구나

 

168.「성산과구용고택」 이수 권필 [城山過具容古宅 二首 權韠] 담기

其一(기일)
城山南畔是君家(성산남반시군가) 성산 남쪽이 그대의 집인데
小巷依依一逕斜(소항의의일경사) 작은 마을에 희미한 길 하나 뻗어 있었지
浮世十年人事變(부세십년인사변) 덧없는 세상 십 년에 인간사 변했는데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 봄이 와서 온 산에 꽃은 부질없이 피었구나

 

169.「세모음」 오수 유득공 [歲暮吟 五首 柳得恭] 담기

其一(기일)
歲暮山中客(세모산중객) 세모에 산속에 있는 나그네는
托桂枝(고회탁계지) 외로운 회포 계수나무 가지에 의탁해 있네
峯靑雨黑際(봉청우흑제) 봉우리 푸르고 비 검게 내릴 즈음
漁白樵紅時(어백초홍시) 물고기 희고 땔나무 붉은 때

痛飮田間酒(통음전간주) 밭 사이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셨고
微吟馬上詩(미음마상시) 조용히 말 위에서 시를 읊조리네
獨行荒野外(독행황야외) 거친 들 밖으로 홀로 가자니
端的我爲誰(단적아위수) 마침내 나는 누구인가

 

170.「소백주」 황진이 [小栢舟 黃眞伊] 담기

汎彼中流小栢舟(범피중류소백주) 저 중류에 떠 있는 작은 잣나무 배
幾年閑繫碧波頭(기년한계벽파두) 몇 해나 한가로이 푸른 물가에 매었던가?
後人若問誰先渡(후인약문수선도) 뒷사람이 만약 누가 먼저 건넜냐고 묻는다면
文武兼全萬戶侯(문무겸전만호후) 문무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라

 

171.「송경잡절」 구수 유득공 [松京雜絶 九首 柳得恭] 담기

其一(기일)
門千戶萬摠成灰(문천호만총성회) 천만 집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어도
剩水殘山春又來(잉수잔산춘우래) 남은 물과 산에 봄은 또 찾아오네
吹笛橋邊踏靑去(취적교변답청거) 취적교가로 답청을 가고
禮成江上打魚回(예성강상타어회) 예성강 위에서 고기 잡아 돌아가네

 

172.송김분사인 부직산」 성석린 [送金汾舍人 赴稷山 成石璘] 담기

稷山雖十室(직산수십실) 직산이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亦足試吾仁(역족시오인) 또한 우리의 인정(仁政)을 시험할 만하네
撫字先惸獨(무자선경독) 어루만짐에 독신자부터 우선하고
差科問富貧(차과문부빈) 빈부를 물어 부역에 차등을 두어야 하네

割鷄言是戲(할계언시희) 현령의 직책 장난삼아 말하지만
留犢事堪遵(유독사감준) 청렴한 관직 생활한 일 따를 수 있어야 하네
幼學終何用(유학종하용) 어려서 배운 학문 끝내 어디에 쓰겠는가?
須令澤及民(수령택급민) 모름지기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게 해야지

 

173.「송김선산(종직)지임」 오수 강희맹 [送金善山(宗直)之任 五首 姜希孟] 담기

其一(기일)
萱堂雲闕隔微茫(훤당운궐격미망) 훤당과 궁궐 아득히 머니
仕宦寧親兩未忘(사환녕친량미망) 벼슬살이와 모친 봉양 모두 잊지 못하네
乞郡章成誰會得(걸군장성수회득) 고향의 수령 청하여 이룬 것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事親猶短事君長(사친유단사군장) 부모 섬길 날 오히려 짧고 임금 섬길 날 긴 것을

 

174.「송김탁경(조윤)지임문주」 이용휴 [送金擢卿(朝潤)之任文州 李用休] 담기

其一(기일)
萱堂雲闕隔微茫(훤당운궐격미망) 훤당과 궁궐 아득히 머니
仕宦寧親兩未忘(사환녕친량미망) 벼슬살이와 모친 봉양 모두 잊지 못하네
乞郡章成誰會得(걸군장성수회득) 고향의 수령 청하여 이룬 것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事親猶短事君長(사친유단사군장) 부모 섬길 날 오히려 짧고 임금 섬길 날 긴 것을

 

175.「송박희령환향」 김안국 [送朴希齡還鄕 金安國] 담기

(上略(상략))
記誦自膚末(기송자부말) 기송은 저절로 부차적인 것이요
詞章靡織組(사장미직조) 사장은 짜 맞춤에 쏠리네
俗士不探原(속사불탐원) 속된 선비 근원을 찾으려 않고
支流徒鹵莽(지류도로망) 지류조차도 거치네
矧是利祿輩(신시리록배) 하물며 이익만 따지는 무리들
貿貿安足數(무무안족수) 어리석어 어찌 일일이 헤아릴 수 있겠는가?
(
下略(하략))

 

176.「송승지풍악」 성석린 [送僧之楓岳 成石璘] 담기

一萬二千峯(일만이천봉) 일만 이천 봉우리는
高低自不同(고저자부동) 높고 낮음이 절로 다르네
君看日輪出(군간일륜출) 그대 보게나, 해 돋을 때에
高處最先紅(고처최선홍)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진다네

 

177.「송어」 홍량호 [松魚 洪良浩] 담기

松魚無乃松江來(송어무내송강래) 송어는 바로 쑹화 강에서 오는 것 아니냐?
巨口細鱗兼四鰓(거구세린겸사새) 큰 입에 가는 비늘 네 지느러미를 가졌네
大者如箕小盈尺(대자여기소영척) 큰 놈은 키만 하고 작은 놈은 한 자 남짓
一網剩得盤上堆(일망잉득반상퇴) 한 번 그물질에 쟁반 위에 넘치네
其味孔嘉莫先嘗(기미공가막선상) 그 맛 매우 좋다고 먼저 맛보지 말라
于以獻之公堂(우이헌지공당) 관가에 먼저 바쳐야 하니까

 

178.「송이제독」 백수 차천로 [送李提督 百首 車天輅] 담기

其二(기이)
漢家飛將出崆峒(한가비장출공동) 한나라 비장 이광(李廣) 같은 이여송(李如松)이 높은 곳에서 나오니
氣激金風颯爽中(기격금풍삽상중) 기운이 가을바람 청신한 속에 이는 듯하네
匣裏龍鳴三尺劍(갑리룡명삼척검) 칼집 속엔 삼 척 검이 용처럼 울어대고
腰間蛇動六勻弓(요간사동륙균궁) 허리엔 육 균의 활이 뱀처럼 꿈틀거리네

追思人倚甘棠召(추사인의감당소) 백성들은 「감당」의 소공(召公)을 의지할 것 생각하나
不代名高大樹馮(부대명고대수풍) 명성 높은 대수장군 풍이(馮異) 대신하려 하지 않네
看取燕然一片石(간취연연일편석) 연연산(燕然山) 한 조각돌을 취하듯 하나
海邦千古誦明公(해방천고송명공) 우리나라에선 천고에 그대를 칭송하리

 

179.「송이평사」 임제 [送李評事 林悌] 담기

朔雪龍荒道(삭설룡황도) 오랑캐 땅에 북방 눈보라 치고
陰風渤(음풍발해애) 발해 바닷가에 찬바람이 분다
元戎掌書記(원융장서기) 대장군의 서기를 맡은 이는
一代美男兒(일대미남아) 한 시대의 미남아로다

匣有干星劍(갑유간성검) 칼집엔 별을 찌르는 칼 있고
囊留泣鬼詩(낭유읍귀시) 주머니엔 귀신도 울릴 시가 들어 있네
邊沙暗金甲(변사암금갑) 변방 먼지는 창칼에 어두워지고
關月照紅旗(관월조홍기) 관문 위의 달은 붉은 깃발을 비추리

玉塞行應遍(옥새행응편) 변방을 응당 두루 돌아다닐 터이니
雲臺畫未遲(운대화미지) 공신각에 화상 그려질 날도 머지않으리
相看豎壯髮(상간수장발) 바라보니, 머리카락 곤두세우고
不作遠遊悲(부작원유비) 먼 길 떠남도 슬퍼하지 않는구나

 

180.「송인부수안군」 이수 황정욱 [送人赴遂安郡 二首 黃廷彧] 담기

其一(기일)
詩才突兀行間出(시재돌올항간출) 시의 재주 특출하여 무리 중에 뛰어난데
宦路蹉跎分外奇(환로차타분외기) 벼슬길 이지러졌으니 매우 기구해라
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 모두 인생은 각각 운명이 있나니
悠悠餘外且安之(유유여외차안지) 많고 많은 세상사 편안히 보내시게

 

181.「송인출수」 정이오 [送人出守 鄭以五] 담기

黎蒸失業食無餘(여증실업식무여) 백성들 생업을 잃어 먹을 것 남아 있지 않고
井邑蕭條尾魚(정읍소조정미어) 마을은 쓸쓸하여 백성은 꼬리 붉은 물고기 신세라네
臘雪不飛春又旱(납설불비춘우한) 섣달에 눈이 오지 않아 봄이 또 가물겠으니
公歸須看活民書(공귀수간활민서) 공이여, 가거든 모름지기 백성을 살릴 글 보게나

 

182.「송지봉부홍주」 신흠 [送芝峯赴洪州 申欽] 담기

世間萬事竟奚有(세간만사경해유) 세상의 모든 일 마침내 무엇이 있나?
海內百年惟我曹(해내백년유아조) 천하의 백 년 인생 우리들뿐이로세
九鼎何曾異瓦釜(구정하증이와부) 구정이 어찌 일찍이 가마솥과 다를쏘냐
泰山本自同秋毫(태산본자동추호) 태산도 본디 절로 가을 새털과 같은 것을

新陽藹藹韶華(신양애애소화눈) 새 볕은 따사로워 봄빛은 아름다운데
遠客悠悠行色勞(원객유유행색로) 멀리 가는 나그네 아득하게 행색이 수고롭네
握手出門相別去(악수출문상별거) 손잡고 문을 나가 작별을 나누는데
茫茫漢水春波高(망망한수춘파고) 망망한 한강물에 봄 물결 높이 이네

 

183.수기유술」 이수 신흠 [睡起有述 二首 申欽] 담기

其一(기일)
溪上茅茨小(계상모자소) 시냇가 띳집 자그마한데
長林四面回(장림사면회) 긴 숲이 사방으로 둘러싸였네
夢醒黃鳥近(몽성황조근) 꿈을 깨니 꾀꼬리 가까이 있고
吟罷白雲來(음파백운래) 읊조림 마치니 흰 구름 날아드네

引瀑澆階(인폭요계순) 폭포 끌어 섬돌의 죽순에 대고
印石苔(타공인석태) 지팡이 짚어 돌 위의 이끼를 찍네
柴扉無剝啄(시비무박탁)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없으나
時復爲僧開(시부위승개) 이따금 스님 위해 열어둔다네

 

184.「수양산」 성간 [首陽山 成侃] 담기

其三(기삼)
夢入首陽山(몽입수양산) 꿈속에 수양산에 들어갔더니
愁雲憑憑欲吼怒(수운빙빙욕후노) 근심의 구름 성난 듯 울부짖으려 하고
靑兕黃熊怒我啼(청시황웅노아제) 푸른 외뿔소와 누런 곰이 나에게 성내며 으르렁거려
萬丈層崖緣細路(만장층애연세로) 까마득한 절벽 위에 가느라단 길을 따라 달아나네

不知故人在何處(부지고인재하처)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萬水千山日欲暮(만수천산일욕모) 많은 물과 산에 해가 저물어 가네
嗚呼(오호) !
忽然覺來天欲昏(홀연각래천욕혼) 갑자기 깨어났을 때 하늘이 저물어 가려 하니
萬慮關心淚如雨(만려관심루여우) 온갖 시름이 일어나 눈물이 비 오듯 하네

 

185.「수정한림류별운」 박상 [酬鄭翰林留別韻 朴祥] 담기

江城積雨捲層霄(강성적우권층소) 강마을에 장맛비가 하늘에서 걷히니
秋氣泠泠老火消(추기령령로화소) 가을 기운 서늘하여 뜨거운 해 사라졌네
黃膩野迷眼發(황니야갱미안발) 누렇게 기름진 들판의 메벼는 눈에 어지럽게 팼고
綠疏溪柳對樽高(녹소계류대준고) 푸릇푸릇 성근 개울의 버들은 술잔을 마주하고 높네

風隨舞袖如相約(풍수무수여상약) 약속이나 한 듯 바람이 춤추는 옷자락을 따르고
山入歌筵不待招(산입가연부대초) 부르지도 않았는데 산이 노래하는 자리에 드네
慙恨至今持斗米(참한지금지두미) 부끄럽고 한스러워라, 지금까지 적은 녹봉 받느라
故園蕪絶負逍遙(고원무절부소요) 고향의 언덕이 묵어도 거닐지 못했음이

 

186.「수주객사」 칠십구수 박제가 [愁洲客詞 七十九首 朴齊家] 담기

足凍姑撤尿(족동고철뇨) 언 발에 오줌 누어 무엇하랴?
須臾必倍寒(수유필배한) 금방 반드시 배나 추워질 것인데
糴不了(금년적불료) 금년에 환곡을 갚지 못했으니
明年知大難(명년지대난) 내년은 큰 곤란함 알겠네

 

187.「수춘도중」 강위 [壽春道中 姜瑋] 담기

襪底江光緣浸天(말저강광연침천) 버선 밑 강 빛은 하늘에 잠겨 푸른데
昭陽芳艸放(소양방초방공면) 소양강 방초에 지팡이 두고 자네
浮生不及長堤柳(부생불급장제류) 뜬 인생 긴 둑의 버들에 미치지 못하여
過盡東風未脫綿(과진동풍미탈면) 봄이 다 지나도록 솜옷을 벗지 못하구나

 

188.「숙강촌」 송익필 [宿江村 宋翼弼] 담기

襪底江光緣浸天(말저강광연침천) 버선 밑 강 빛은 하늘에 잠겨 푸른데
昭陽芳艸放(소양방초방공면) 소양강 방초에 지팡이 두고 자네
浮生不及長堤柳(부생불급장제류) 뜬 인생 긴 둑의 버들에 미치지 못하여
過盡東風未脫綿(과진동풍미탈면) 봄이 다 지나도록 솜옷을 벗지 못하구나

 

189.「숙남시보(언경)교사」 이이 [宿南時甫(彦經)郊舍 李珥] 담기

返照依山扣野扉(반조의산구야비) 지는 해 산에 의지할 무렵 들 사립 두드려
坐看淸月出林霏(좌간청월출림비) 앉아서 숲 안개 위로 뜨는 맑은 달을 보네
焚香小閣淸無語(분향소각청무어) 향을 피운 조그만 집에 말쑥하고 조용하니
更覺風塵此會稀(갱각풍진차회희) 다시 세속에 이런 자리 드문 것을 깨닫겠네

 

190.「숙림반촌사」 허균 [宿林畔村舍 許筠] 담기

茅店荒涼雪色寒(모점황량설색한) 띳집은 황량하여 눈빛마저 차가운데
風帷低擧曉燈殘(풍유저거효등잔) 바람에 장막 흔들리고 새벽 등불 가물거리네
誰知一枕蓬山夢(수지일침봉산몽) 누가 알리오? 베개 위 봉래산(蓬萊山) 꿈속에서
却有文簫駕彩鸞(각유문소가채란) 도리어 문소처럼 채색 난새 탈 줄을

 

191.「숙봉은사」 정두경 [宿奉恩寺 鄭斗卿] 담기

世廟崇西竺(세묘숭서축) 세조께서 불도를 숭상하셨기에
招提號奉恩(초제호봉은) 절을 봉은이라 불렀네
域中王亦大(역중왕역대) 도성 안에 임금님이 또한 크지만
天下佛爲尊(천하불위존) 천하에는 부처님이 높다네

絶壁干雲起(절벽간운기) 절벽에서는 높이 구름이 일어나고
滄江注海奔(창강주해분) 푸른 강은 쏟아붓듯이 바다로 달려가네
禪房隨意宿(선방수의숙) 선방에서 마음대로 묵으면서
還喜脫籠樊(환희탈롱번) 다시 새장을 벗어남 기뻐하네

 

192.「술회이절 상지지당」 김굉필 [述懷二絶 上止止堂 金宏弼] 담기

日邊揮翰玉堂春(일변휘한옥당춘) 임금 곁에서 붓 휘두르던 옥당의 봄
靄靄靑雲鬧後塵(애애청운료후진) 자욱한 푸른 구름, 후진이 떠들썩하였지
嶺外枕書茅屋夜(영외침서모옥야) 고개 넘어 띳집에서 책 베고 누운 밤
娟娟孤月屬斯人(연연고월속사인) 곱고 외로운 저 달 이 사람 차지로세

 

193.「승」 김정희 [ 金正喜] 담기

天末蟲飛沸若雷(천말충비비약뢰) 하늘 끝에 벌레 날아 우레같이 들끓으니
幾時大火聚邊回(기시대화취변회) 어느 때 대화가 모인 가로 돌아갈까?
憐渠浮世多情甚(연거부세다정심) 불쌍한 너는 뜬세상과 너무도 다정해서
抵死驅之抵死來(저사구지저사래) 한사코 몰아내면 한사코 기어드네

 

194.「시김혜사(이규) 강위 [示金蕙史() 姜瑋] 담기

界宋分唐是也非(계송분당시야비) 송이라 경계 짓고 당으로 나뉘어 시비가 분분하지만
尋常笑罵摠天機(심상소매총천기) 나는 늘 시는 오직 천기여야 한다고 웃으며 꾸짖네
欲從滄海橫流地(욕종창해횡류지) 넓은 시()의 바다에서 멋대로 떠돌고자 하면
獨溯江西一派歸(독소강서일파귀) 홀로 강서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될지도 모르네

 

195.「시위」 변계량 [試闈 卞季良] 담기

春闈曾見士如林(춘위증견사여림) 봄철 과장 선비들 수풀처럼 모였는데
萬萬花容有淺深(만만화용유천심) 모두들 꽃 같으나 재주는 제각각이네
李白桃紅都自取(이백도홍도자취) 흰 오얏꽃 붉은 복사꽃 저마다 뽐내지만
天工造化本無心(천공조화본무심) 조물주의 조화는 본래부터 무심타네

 

196.「식영정잡영」 십수 정철 [息影亭雜詠 十首 鄭澈] 담기

其七(기칠) 平郊牧笛(평교목적)
飯牛煙草中(반우연초중) 안개 낀 풀밭에서 소를 먹이고
弄笛斜陽裏(농적사양리) 기우는 햇살 속에서 피리를 부네
野調不成腔(야조불성강) 촌스러워 곡조라 가락이 맞지 않아도
淸音自應指(청음자응지) 맑은 소리 저절로 손가락에 응하네

 

197.「신묘세 자춘조하 불우 종불득파 천택구갈 민심유작」 김안국 [辛卯歲 自春徂夏 不雨 種不得播 川澤俱渴 悶甚有作 金安國] 담기

杲日朝朝出(고일조조출) 밝은 해는 아침마다 떠오르고
遮雲不作霖(차운부작림) 구름은 끼나 비가 오지 않네
過夏何所用(과하하소용) 여름이 지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堪笑野人心(감소야인심) 촌사람의 마음이 웃을 만하구나

 

198.「신배대사헌」 서거정 [新拜大司憲 徐居正] 담기

烏府淸班動百官(오부청반동백관) 사헌부 맑은 부서는 백관을 움직이는 자리인데
不才承乏愧朝端(부재승핍괴조단) 무능한 내가 자리만 이어 장관된 게 부끄럽네
何人自有風霜面(하인자유풍상면) 어떤 이는 서릿발 같은 위엄이 있었다는데
今我元非鐵石肝(금아원비철석간) 지금 나는 원래 철석같은 심장을 가지지 못했다네

直劍不辭終百折(직검불사종백절) 곧은 칼날은 끝내 백 번 부러짐을 사양치 않지만
曲藤何用要千蟠(곡등하용요천반) 굽은 넝쿨은 천 번이나 휘감겨 어디에 쓰겠는가?
幸逢昭代無封事(행봉소대무봉사) 다행히 태평성대 만나서 탄핵할 일 없으니
鳴鳳朝陽尙亦難(명봉조양상역난) 양지쪽에 봉황 우는 것 또한 어렵겠구려

 

199「신씨정 회무회보제」 노수신 [愼氏亭 懷無悔甫弟 盧守愼] 담기

路盡平丘驛(노진평구역) 길은 평구역에서 끝나고
江深判事亭(강심판사정) 강은 판사정에 깊구나
登臨萬古豁(등림만고활) 올라 내려다보니 만고에 트였기에
枕席五更淸(침석오경청)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이 맑구나

露渚翻魚鳥(노저번어조) 서리 내린 물가에 물고기와 새가 노닐고
金波動月星(금파동월성) 금빛 물결에 달과 별이 일렁이네
南鄕雙淚盡(남향쌍루진) 남쪽 고향을 바라보니 두 줄기 눈물은 말랐지만
北闕寸心明(북궐촌심명) 북쪽 대궐을 향한 일편단심은 밝다네

 

200..「신안」 허균 [新安 許筠] 담기

向夕笙歌散(향석생가산) 저물어 가자 생황 노래 흩어지니
燒香閉客房(소향폐객방) 향을 피우고 나그네 방을 닫는다
關河孤雁逈(관하고안형) 변방 강에 외로운 기러기 아득하고
風雨一燈涼(풍우일등량) 비바람에 등잔불 하나 싸늘하다

雪入朱絃冷(설입주현랭) 눈은 붉은 거문고에 들어차고
花飄綵翰芳(화표채한방) 꽃은 채색 붓에 날려 향기롭다
人生貴懽笑(인생귀환소) 인생이란 즐거움과 웃음이 소중한데
何地是吾鄕(하지시오향) 어느 곳이 내 고향일까?

…………………………………………………………………………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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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네이버- 사전-지식백과-카테고리보기-문학백과-고려시대 한시읽기(203)

                                                                   -조선시대 한시읽기(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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