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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漢詩-제2부

淸潭 2019. 4. 16. 15:42

고려시대 漢詩

2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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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숙금성현」 이곡 [宿金城縣 李穀] 담기

秋入金城錦不如(추입금성금불여) 가을이 금성에 드니 비단도 이보단 못해

千崖萬樹得霜初(천애만수득상초) 온 산 모든 나무 첫서리를 맞았네

林間老屋流亡外(임간로옥류망외) 숲 사이엔 유망 농민들의 낡은 집만 있고

山上磽田賦稅餘(산상교전부세여) 산 위엔 세금에 뺏기고 자갈만 남았구나

 

莫厭使華紛傳遽(막염사화분전거) 뻔질나게 다니는 사자들 굳이 싫어하지 마오

惟嫌吏弊巧侵漁(유혐리폐교침어) 교묘하게 침탈하는 아전의 행패가 더욱 싫다오

閑遊似我猶相擾(한유사아유상요) 한가히 노니는 나 같은 자도 폐 끼치긴 마찬가지

深愧淵明獨愛廬(심괴연명독애려) 유독 오두막 사랑한 연명에게 부끄럽기 그지없네

 

102.「숙금양현」 고조기 [宿金壤縣 高兆基] 담기

鳥語霜林曉(조어상림효) 새벽 서리 숲속에서 새는 지저귀고

風驚客榻眠(풍경객탑면) 평상에 자던 나그네 바람에 놀라 깬다

簷殘半規月(첨잔반규월) 처마 끝에 반달이 남아 있고

夢斷一涯天(몽단일애천) 꿈은 하늘 한끝에서 깨네

 

落葉埋歸路(낙엽매귀로) 떨어진 잎은 돌아갈 길을 묻고

寒枝掛宿煙(한지괘숙연) 찬 가지에는 묵은 연기가 걸리었네

江東行未盡(강동행미진) 강동으로 갈 길은 아직 멀었는데

秋盡水村邊(추진수촌변) 가을도 이 강마을에서 다하네

 

103.「숙위포」 권근 [宿葦浦 權近] 담기

我行原野際(아행원야제) 나는 들녘을 거닐 때에

不覺嗟歎長(불각차탄장) 나도 몰래 긴 한숨이 나오네

滿畝皆稂莠(만무개랑유) 이랑에 가득 찬 건 모두 가라지

登場欠稻粱(등장흠도량) 마당에 올려놓으니 벼는 적네

 

護村山自繞(호촌산자요) 마을을 보호한 듯 산은 둘러싸고

藏徑草多荒(장경초다황) 풀이 우거져 오솔길 묻혔네

徵斂無由免(징렴무유면) 세금 징수 모면할 길이 없어

居民半已亡(거민반이망) 거주하던 백성은 반이 벌써 도망갔다네

 

104.「술지」 길재 [述志 吉再] 담기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시내 임한 초가집에 홀로 한가로이 살아가도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달 밝고 바람 맑아 흥취 남음이 있네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속세사람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귈 때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대숲으로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본다

 

105.「시고개벽동이왕」 권근 [始古開闢東夷王 權近] 담기

聞說鴻荒日(문설홍황일) 전설을 듣자니 아득한 옛날

檀君降樹邊(단군항수변) 단군님이 나무 밑에 내려오셨다네

位臨東國土(위임동국토) 자리에 올라 동쪽 나라 다스렸는데

時在帝堯天(시재제요천) 때는 요임금과 같다오

傳世不知幾(전세부지기) 전한 세대 얼마인지 모르지만

歷年曾過千(역년증과천) 지나온 해가 천년이 넘었답니다

後來箕子代(후래기자대) 그 뒷날 기자의 대에 와서도

同是號朝鮮(동시호조선) 똑같이 조선이라 이름하였네

 

106.「신곡행」 이규보 [新穀行 李奎報] 담기

一粒一粒安可輕(일립일립안가경) 한 알 한 알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係人生死與富貧(계인생사여부빈) 사람의 생사와 부귀가 여기에 달렸는데

我敬農夫如敬佛(아경농부여경불) 나는 부처를 공경하듯 농부를 공경하노니

佛猶難活已飢人(불유난활이기인) 부처도 오히려 이미 굶주린 사람 살리기 어렵다네

 

可喜白首翁(가희백수옹) 기뻐할 만하다, 늙은 나

又見今年稻穀新(우견금년도곡신) 또 금년 햅쌀을 보게 되니

雖死無所歉(수사무소겸) 비록 죽더라도 부족할 것 없네

東作餘膏及此身(동작여고급차신) 농사에서 오는 혜택 이 몸에까지 미쳤으니

 

107.「신설」 정지상 [新雪 鄭知常] 담기

昨夜紛紛瑞雪新(작야분분서설신) 어젯밤 펄펄 내린 서설이 새로운데

曉來鵷鷺賀中宸(효래원로하중신) 새벽에 백관이 천자를 하례하네

輕風不起陰雲捲(경풍부기음운권) 가벼운 바람도 일지 않고 어둔 구름 걷히니

白玉花開萬樹春(백옥화개만수춘) 백옥 같은 꽃 피어 온 나무 봄이로다

 

108.「신흥즉사」 이색 [晨興卽事 李穡] 담기

湯沸風爐雀噪簷(탕비풍로작조첨) 풍로에선 물이 끓고 처마에선 참새 지저귀고

老妻盥櫛試梅鹽(노처관즐시매염) 늙은 아내는 세수하고 음식을 간 보네

日高三丈紬衾暖(일고삼장주금난) 해는 세 길이나 높이 솟았건만 명주이불 따습게 덮고

一片乾坤屬黑(일편건곤속흑첨) 한 조각 천지를 깊은 잠 속에 맡겼네

 

109.「실제 삼수」 이숭인 [失題 三首 李崇仁] 담기

其一(기일

雪壓村村樹    마을마다 나무 위에 쌓이고

枝枝?作花    가지마다 모두 눈이 피었네

山童爭報道    산골 아이들이 다투어 전하기를

嘉景酒堪?    술 사서 마실 만한 좋은 경치라네.

其二(기이)

赤葉明村途(적엽명촌도) 단풍잎은 마을길을 환히 밝히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 맑은 샘물은 돌부리를 씻어 흐르네

地偏車馬少(지편거마소) 이곳이 외져 말과 마차 거의 없고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 산기운만 저절로 황혼이 되네

其三(기삼)

林靜鳥聲盡    고요한 숲 속에 새소리도 끊어지고

潭空天影閑    빈 연못에 하늘 그림자 한가롭네.

因思陶靖節    도연명이 생각나는 바람에

籬下見南山    울타리 아래에서 남산을 바라보네.

                                               <陶隱先生詩集卷之三>

 

110.「실제」 이숭인 [失題 李崇仁] 담기

其一(기일)

蒼茫歲暮天(창망세모천) 아득하고 넓은 세모의 하늘

新雪遍山川(신설편산천) 첫눈이 온 산천을 가득 덮었네

鳥失山中木(조실산중목) 새들은 산속 깃들 나무를 잃고

僧尋石上泉(승심석상천) 스님은 바위 위에서 샘을 찾네

 

飢烏號野外(기오호야외) 굶주린 까마귀는 들판에서 울고

凍柳溪邊(동류와계변) 얼어붙은 버들은 시냇가에 누워 있네

何處人家在(하처인가재) 어느 곳에 인가가 있는가

遠林生白煙(원림생백연) 먼 숲에서 하얀 연기 피어오른다

其二(기이)

赤葉明村途(적엽명촌도) 단풍잎은 마을길을 환히 밝히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 맑은 샘물은 돌부리를 씻어 흐르네

地偏車馬少(지편거마소) 이곳이 외져 말과 마차 거의 없고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 산기운만 저절로 황혼이 되네

 

111.「십일 욕초함상서 동음 문기선거 유감」 정습명 [十日 欲招咸尙書 同飮 聞其仙去 有感 鄭襲明] 담기

十日秋香未必衰(십일추향미필쇠) 9월 십일이라 가을 향긴 아직도 쇠하지 않았기에

登高意欲共傾巵(등고의욕공경치) 높은 데 올라가 함께 잔을 기울이려 했네

舊遊伴侶今無在(구유반려금무재) 옛날 놀던 친구는 이제 있지 않으니

獨有黃花尙滿籬(독유황화상만리) 홀로 국화만이 남아 아직도 울타리에 가득하

 

112.「십일숙임단역」 안축 [十日宿林丹驛 安軸] 담기

黃昏投古館(황혼투고관) 황혼에 옛 객관에 투숙했는데

數戶閉柴扉(수호폐시비) 몇몇 집 사립문 닫혀 있네

隔岸人猶語(격안인유어) 언덕 저편에 사람 소리 간간이 들리고

棲林鳥已稀(서림조이희) 숲으로 깃드는 새는 이미 드무네

 

幽窓多鬱氣(유창다울기) 그윽한 창안 매우 울적하고

暖堗挫寒威(난돌좌한위) 따뜻한 온돌에 추위는 꺾였네

年儉困供億(년검곤공억) 흉년이 들어 물자가 곤궁하니

寧敎妻子肥(영교처자비) 어찌 처자식 살찌게 할 수 있으리요

 

113.「아계부」 김부식 [啞鷄賦 金富軾] 담기

歲崢嶸而向(세쟁영이향막) 세월이 흘러 해가 저물어 가

苦晝短而夜長(고주단이야장) 낮이 짧고 밤이 긴 것이 괴롭구나

豈無燈以讀書(기무등이독서) 어찌 등불 없어 글 읽지 못하랴마는

病不能以自强(병불능이자강) 병이 들어 꾸준히 노력할 수 없구나

 

但展轉以不寐(단전전이불매) 다만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니

百慮縈于寸(백려영우촌장) 온갖 걱정이 뱃속에 감돈다

想鷄塒之在邇(상계시지재이) 닭의 횃대가 가까이에 있으니

鼓翼以一鳴(조만고익이일명) 조만간 날개를 치며 한 번 울 것이라 여겼네

 

擁寢衣而幽坐(옹침의이유좌) 잠옷 그대로 가만히 일어나 앉았으니

隙之微明(견창극지미명) 창틈으로 희미한 빛이 보이네

遽出戶以迎望(거출호이영망) 갑자기 문을 나가 맞이해 보니

參昴澹其西傾(삼묘담기서경) 삼성과 묘성이 가뭇가뭇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呼童子而令起(호동자이령기) 아이놈 불러 일어나게 하여

乃問雞之死生(내문계지사생) 이에 닭의 생사를 물어보았다

旣不羞於俎豆(기불수어조두) 잡아서 제사상에 놓지 않았는데

恐見害於貍猩(공견해어리성) 혹시 삵이나 성성이에게 물려갔는가

 

何低頭而瞑目(하저두이명목) 왜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고

竟緘口而無聲(경함구이무성) 끝내 입을 다물고 소리가 없는 것인가

國風思其君子(국풍사기군자) 『시경』엔 군자를 생각해

嘆風雨而不已(탄풍우이불이) 비바람에도 그치지 않음을 감탄했는데

 

今可鳴而反嘿(금가명이반묵) 이제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니

豈不違其天理(기불위기천리) 어찌 그 천리를 어김이 아니겠는가

與夫狗知盜而不吠(여부구지도이불폐) 저 개가 도적을 알고도 안 짖으며

猫見鼠而不追(묘견서이불추) 고양이가 쥐를 보고도 쫓지 않는 것같이

 

校不才之一揆(교부재지일규) 생각해 보니, 제구실 못 하기는 마찬가지이니

雖屠之而亦宜(수도지이역의) 그것을 잡아 버려도 마땅하다마는

惟聖人之敎誡(유성인지교계) 다만 옛 성인의 가르치심에

以不殺而爲仁(이불살이위인) 죽이지 않음이 어질다 하였으니

 

倘有心而知感(당유심이지감) 혹시 마음에 느끼는 것이 있으면

可悔過而自新(가회과이자신)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워져라

 

114.「안변성루」 정몽주 [安邊城樓 鄭夢周] 담기

歸心杳杳入長空(귀심묘묘입장공) 돌아가고픈 마음 아득히 먼 하늘에 뻗쳤는데

萬里登樓滿帽風(만리등루만모풍) 만 리 밖 누에 오르니 바람만 모자 가득

已信此身無定止(이신차신무정지) 이 몸 정처 없음 이미 믿고 있었으니

明年何處聽秋鴻(명년하처청추홍) 내년엔 어디에서 가을 기러기 소리 들으려나

 

115.「안화사치재」 김부식 [安和寺致齋 金富軾] 담기

窮秋影密庭前樹(궁추영밀정전수) 깊은 가을에 뜰 앞 나무는 그림자 빽빽한데

靜夜聲高石上泉(정야성고석상천) 고요한 밤 돌 위의 샘물 소리가 높아라

睡起凄然如有雨(수기처연여유우) 자다가 일어나니 서늘하여 비 오는 듯

憶曾蘆葦宿漁船(억증로위숙어선) 일찍이 갈대숲속 고깃배에 자던 일이 생각나네

 

116.「야보」 진화 [野步 ] 담기

小梅零落柳僛垂(소매령락류기수) 작은 매화꽃은 떨어지고 버들은 어지러이 드리웠는데

 閑踏靑嵐步步遲(한답청람보보지) 한가로이 푸른 산기운을 밟으며 걸음마다 더디어라

漁店閉門人語少(어점폐문인어소) 어촌 가게에는 문 닫힌 채 사람 소리 적고

一江春雨碧絲絲(일강춘우벽사사) 온 강에 봄비 줄기마다 푸르구나

 

117.「야유당성 증선왕악관」 최치원 [夜遊唐城 贈先王樂官 崔致遠] 담기

人事盛還衰(인사성환쇠) 인간의 일이란 성했다가 쇠해지니

浮生實可悲(부생실가비) 덧없는 인생이 참으로 서글프다

誰知天上曲(수지천상곡) 누가 알았으랴, 천상의 곡을

來向海邊吹(내향해변취) 해변에 와 불 줄이야

 

水殿看花處(수전간화처) 물가 궁전에서 꽃구경 하시던 곳과

風欞對月時(풍령대월시) 바람 난간에서 달을 대할 적 불었었는데

今已矣(반염금이의) 선왕은 이제 돌아가셨으니

與爾淚雙垂(여이루쌍수) 그대와 두 줄 눈물 흘리네

 

118.「어옹」 김극기 [漁翁 金克己] 담기

天翁尙未貰漁翁(천옹상미세어옹) 천옹이 아직도 어옹에게 너그럽지 않아

故遣江湖少順風(고견강호소순풍) 일부러 강호에 순풍이 적게 하네

人世嶮君莫笑(인세험희군막소) 인간 세상 험하다고 그대여 비웃지 마소

自家還在急流中(자가환재급류중) 자기도 도리어 급류 속에 있는 것을

 

119.「여수장우중문」 을지문덕 [與隋將于仲文 乙支文德] 담기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신묘한 꾀는 천문을 꿰뚫었고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묘한 헤아림은 지리에 통달했네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만족을 말면 멈추시길

 

120.「여일일 우사유예지훈 자책관물심천 개유완물상지시구이치차이 부유물유칙 기유일물지부위오성내지용재 물지미 막미어척확 고작단가이자경」 이색 담기

汝何屈(척확여하굴) 자벌레야 너는 왜 구부리느냐

屈甚折汝骨(굴심절여골) 심하게 구부리면 네 뼈가 꺾어진다

汝何伸(척확여하신) 자벌레야 너는 왜 펴느냐

伸甚辱汝身(신심욕여신) 심하게 펴면 네 몸이 욕을 본다

 

乍伸又乍屈(사신우사굴) 잠시 폈다 또 잠시 구부려

一生無所拂(일생무소불) 일생 동안 거스름이 없구나

所以古之學(소이고지학) 이런 까닭에 옛사람의 학문은

敎人先格物(교인선격물) 먼저 사람들에게 격물을 가르쳤는데

 

奈之何今人(내지하금인) 어찌하여 지금 사람들은

一向趨要津(일향추요진) 한결같이 요로만을 추구하는가

講學貴不息(강학귀불식) 학문 강습은 쉬지 않는 게 귀하고

施功尤有則(시공우유칙) 공을 펼침에는 더욱 법칙이 있다네

 

況當列簪紳(황당렬잠신) 더구나 조관(朝官)의 반열에 당해서는

自用人必嗔(자용인필진) 자용(自用)하면 남이 반드시 진노하리라

因之得明德(인지득명덕) 이것에 인해서 밝은 덕을 얻으면

上帝臨赫赫(상제림혁혁) 상제(上帝)가 밝게 굽어 임할 것이니

 

周旋無貳心(주선무이심) 기거(起居) 동작(動作)에 두 마음이 없어지면

不用賦尺(불용부척확) 끝내 자벌레 시를 지을 것도 없으리

 

121.「여행촌이암」 길재 [與杏村李岩 吉再] 담기

鳥則山飛魚則水(조칙산비어칙수) 새들은 산에 날고 물고기는 물에 놀아

各隨其性世間斜(각수기성세간사) 각각 그 성품에 따라 살아가는데

如何園裏東風蝶(여하원리동풍접) 어찌하여 동산 속 봄바람에 나비들은

纔向紅花又白花(재향홍화우백화) 붉은 꽃에 앉자마자 또 흰 꽃에 앉는가

 

122.「영류」 정도전 [詠柳 鄭道傳] 담기

含煙偏裊裊(함연편뇨뇨) 연기 머금고 유달리 한들거리더니

帶雨更依依(대우경의의) 비를 맞고선 더 늘어지네

無限江南樹(무한강남수) 강남은 나무도 많건만

東風特地吹(동풍특지취) 봄바람은 이 나무만 부나 봐

 

123.「영몽」 임춘 [詠夢 林椿] 담기

疎慵多是泥春天(소용다시니춘천) 게으른 이 몸 봄날에 취해

頻到香閨玉枕前(빈도향규옥침전) 자주 규방의 베개맡을 찾아가누나

詩榻夜涼風斷續(시탑야량풍단속) 시 짓는 자리 서늘한 밤 이따금 바람 불고

唱樓日晏酒拘牽(창루일안주구견) 노래하는 누각에 해 저물어 술이 거나했도다

 

一場曾把浮生比(일장증파부생비) 한바탕 깨고 나면 인생에 비할까

千里長將別恨傳(천리장장별한전) 천 리 먼 길에 이별의 한 전하누나

更爲等閑世慮(경위등한포세려) 세상 일 던져두고 마음에 두지 않으니

近來還繞故山川(근래환요고산천) 요사이 감도는 곳은 내 고향 산천

 

124.「영사」 이곡 [詠史 李穀] 담기

鴻都門學(홍도문학)

欲挽皇王至治廻(욕만황왕지치회) 옛 성왕들의 지극한 정치 만회해 보려고

石渠白虎昔曾開(석거백호석증개) 석거와 백호의 회의를 예전에도 열었었지

鴻都亦是修文地(홍도역시수문지) 홍도도 글을 닦는 곳인데

何用雕虫鳥篆才(하용조충조전재) 어찌하여 조충 조전의 재주만 썼단 말인고

 

125.「오자서묘」 박인량 [伍子胥廟 朴寅亮] 담기

掛眼東門憤未消(괘안동문분미소) 동문에 눈을 뽑아 걸어둔 채 분이 사라지지 않아

碧江千古起波濤(벽강천고기파도) 푸른 강은 천고에 파도를 일으키네

今人不識前賢志(금인불식전현지) 지금 사람은 옛 어진이의 뜻을 알지 못하고

但問潮頭幾尺高(단문조두기척고) 다만 조수머리가 몇 자나 높은가를 물을 뿐이네

 

126.「오호도」 이숭인 [嗚呼島 李崇仁] 담기

嗚呼島在東溟中(오호도재동명중) 오호도라, 동해바다 한복판 떠 있는데

滄波渺然一點碧(창파묘연일점벽) 푸른 파도 아득한 속에 새파란 한 점

夫何使我雙涕零(부하사아쌍체령) 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 두 줄 눈물 흘리게 하나

祗爲哀此田橫客(지위애차전횡객) 다만 전횡의 객들이 슬프기 때문이네

 

田橫氣槪橫素秋(전횡기개횡소추) 전횡의 기개가 가을 하늘 뻗쳤었고

義士歸心實五百(의사귀심실오백) 의사 심복한 이 실로 5백 명

咸陽隆準眞天人(함양륭준진천인) 함양의 코 큰 분은 하늘에서 내린 사람

手注天潢洗秦虐(수주천황세진학) 손으로 은하를 당겨 진의 학정 씻었는데

 

橫何爲哉不歸來(횡하위재부귀래) 전횡은 어찌하여 귀의하지 않고

怨血自汚蓮花鍔(원혈자오련화악) 원한의 피로 스스로 연화검을 더럽혔나

客雖聞之爭奈何(객수문지쟁내하) 객들 그 기별 들었으나 하소연한들 어쩔 도리 있었으랴

飛鳥依依無處托(비조의의무처탁) 나는 새도 아련히 의탁할 곳 없어지니

 

寧從地下共追隨(영종지하공추수) 차라리 지하에 따라가 함께 따를망정

軀命如絲安足惜(구명여사안족석) 실낱같은 몸과 목숨 어찌 아낄 수 있으리오

同將一刎寄孤嶼(동장일문기고서) 모두 같이 목을 찔러 외로운 섬에 묻히니

山哀浦思日色薄(산애포사일색박) 산도 섧고 개펄도 시름시름 지는 해 희미하네

 

嗚呼千秋與萬古(오호천추여만고) , 천년 지나가고 또 만년이 흘러간들

此心結誰能識(차심울결수능식) 맺힌 이 마음 누가 알아줄까

不爲轟霆有所洩(부위굉정유소설) 천둥이 되어서 이 기운 풀지 못하면

定作長虹射天赤(정작장홍사천적) 정녕코 긴 무지개 되어서 하늘을 붉게 뻗치리

 

君不見(군부견) 그대는 보지 못했나

古今多少輕薄兒(고금다소경박아) 고금의 수많은 경박한 소인들이

朝爲同袍暮仇敵(조위동포모구적) 아침엔 친구였다 저녁에는 원수 되는 걸

 

127.「왕경작고」 권근 [王京作古 權近] 담기

王氏作東藩(왕씨작동번) 왕씨가 동쪽에 번방(藩邦)을 세워

維持五百年(유지오백년) 오백 년 세월을 유지하였네

衰微終失道(쇠미종실도) 쇠약해져 마침내 도를 잃었나니

興廢實關天(흥폐실관천) 흥망 실로 하늘에 달려 있구려

 

慘澹城猶是(참담성유시) 참담한 성은 여전히 남았고

繁華國已遷(번화국이천) 번화한 나라는 이미 바뀌었네

我來增歎息(아래증탄식) 내 오자 탄식 더하니

喬木帶寒烟(교목대한연) 교목에 쓸쓸한 연기 얽히어라

 

128.「용심」 이첨 [慵甚 李詹] 담기

平生志願已蹉跎(평생지원이차타) 평생에 뜻하던 것 이미 다 어긋나니

爭奈慵疏十倍多(쟁내용소십배다) 게으르고 등한하기 열 배나 더한 것 어찌하리

午寢覺來花影轉(오침각래화영전) 낮잠에서 깨고 나니 꽃 그림자 옮겼는데

暫携稚子看新荷(잠휴치자간신하) 잠깐 어린애 손을 잡고 새로 핀 연꽃을 보네

 

129.「우」 정도전 [ 鄭道傳] 담기

雨聲偏好處(우성편호처) 빗소리 유달리 좋은 곳이란

茅屋午眠中(모옥오면중) 띳집에서 낮잠 자는 그때로구나

亂灑侵寒浦(난쇄침한포) 어지럽게 뿌려 찬 개울을 침범하고

斜飛逐細風(사비축세풍) 비스듬히 날아가는 바람을 쫓네

 

柳低含晩翠(유저함만취) 버들은 나직하여 언제나 푸른빛을 머금었고

花重濕鮮紅(화중습선홍) 꽃은 무거워 선홍에 젖었네

田父笑相對(전부소상대) 농부들 웃고 서로 대하며

家家望歲功(가가망세공) 집집마다 풍년 들기 바라는구나

 

130.「우음 이수」 길재 [偶吟 二首 吉再] 담기

其一(기일)

竹色春秋堅節義(죽색춘추견절의) 대나무색 봄가을로 절의를 굳게 하고

溪流日夜洗貪婪(계류일야세탐람) 흐르는 냇물은 밤낮으로 탐욕을 씻어 준다

心源瑩靜無塵態(심원영정무진태) 마음 근원은 맑아 티끌 없어지니

從此方知道味甘(종차방지도미감) 이로부터 바야흐로 도의 맛이 단 것을 알겠구나

其二(기이)

五更殘月窓前白(오갱잔월창전백) 새벽녘 남은 달빛 창 앞에 희고

十里松風枕上淸(십리송풍침상청) 십 리의 솔바람은 베개 위에 맑구나

富貴多勞貧賤苦(부귀다노빈천고) 부귀는 고생 많고 빈천은 괴롭나니

隱居滋味與誰評(은거자미여수평) 숨어 사는 이 맛 누구와 애길 하나

 

131.「우음」 이색 [偶吟 李穡] 담기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상전벽해가 정말 아침저녁인데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뜬 인생은 더구나 끝이 있으니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도잠은 바야흐로 술만 즐기고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강총은 아직 집엘 못 돌아갔도다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가랑비에 산빛은 생기가 넘치고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실바람에 버들 그림자는 늘어졌네

自回遠游意(자회원유의) 멀리 나가 노닐 뜻 바꾼 뒤로는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홀로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노라

 

132.「우정야우」 최치원 [郵亭夜雨 崔致遠] 담기

旅館窮秋雨(여관궁추우) 여관에 깊은 가을비 내리고

寒窓靜夜燈(한창정야등) 차가운 창에는 고요한 밤 등불 비치네

自憐愁裏坐(자련수리좌) 스스로 가엾어 하길, 시름 속에 앉아 있으니

眞箇定中僧(진개정중승) 이야말로 참으로 참선에 든 중이라고

 

133.「월계사만조」 진화 [月桂寺晩眺 ] 담기

小樓高倚碧孱(소루고의벽잔안) 작은 다락 높다랗게 험한 산에 기댔어도

雨後登臨物色閑(우후등림물색한) 비온 뒤에 올라보니 풍경이 한가롭네

帆帶綠煙歸遠浦(범대록연귀원포) 돛단배는 푸른 안개 안고 먼 개펄로 돌아가고

潮穿黃葦到前灣(조천황위도전만) 조수는 누런 갈대 뚫고 앞 물굽이 들어오네

 

水分天上眞身月(수분천상진신월) 강물은 하늘 위의 제 몸 달을 나눠 놨고

雲漏江邊本色山(운루강변본색산) 구름은 강물가의 제빛 산을 흘려보내네

客路幾人閑似我(객로기인한사아) 나그넷길 몇 사람이 나처럼 한가하랴

曉來吟到鴉還(효래음도만아환) 새벽에 와 시 읊조리다 저녁까지 되었으니

 

134.「월사방장화족이영」 이규보 [月師方丈畵簇二詠 李奎報] 담기

蓼花白鷺(요화백로)

前灘富魚蝦(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 많아

有意劈波入(유의벽파입) 백로가 물결을 뚫고 들어가려다

見人忽驚起(견인홀경기) 사람을 보고 문득 놀라 날아올라

蓼岸還飛集(요안환비집) 여뀌 핀 언덕에 도로 날아 앉았네

 

翹頸待人歸(교경대인귀) 목을 들고 사람 가기 기다리면서

細雨毛衣濕(세우모의습) 보슬비에 깃털 젖는구나

心猶在灘魚(심유재탄어) 그 마음은 여전히 여울 고기에 있는데

人道忘機立(인도망기립) 사람들은 '모두 잊고 서 있다'고 하네

 

135.「유」 진화 [ ] 담기

鳳城西畔萬條金(봉성서반만조금) 봉성 서쪽 강둑에 노랗던 수만 가지

勾引春愁作暝陰(구인춘수작명음) 봄 시름 끌어안고 그늘을 만들었네

無限狂風吹不斷(무한광풍취부단) 한없이 미친 바람 쉬지 않고 불어

惹煙和雨到秋深(야연화우도추심) 안개 끼고 비 어울려 깊은 가을을 맞게 됐네

 

136.「유거」 이색 [幽居 李穡] 담기

最愛幽居僻(최애유거벽) 궁벽한 곳에 조용히 사는 것 가장 좋아하니

林泉興有餘(임천흥유여) 임천에서 지내는 흥 남음이 있네

出門山擁馬(출문산옹마) 문을 나가면 산이 말을 감싸고

入室酒浮蛆(입실주부저) 집에 들면 술에 거품이 뜨네

 

園靜宜扶策(원정의부책) 정원은 고요하여 산책하기 적당하고

窓明快讀書(창명쾌독서) 창은 밝아 글 읽기도 유쾌하네

陶然是眞隱(도연시진은) 도연한 게 바로 참다운 은일인데

何必賦歸歟(하필부귀여) 어찌 반드시 귀여를 읊는단 말인가

 

137.「유어」 이규보 [游魚 李奎報] 담기

圉圉紅鱗沒復浮(어어홍린몰복부) 어릿어릿 붉은 물고기 잠겼다 다시 떠오르니

人言得意好優遊(인언득의호우유) 사람들은 걱정 없이 한가롭게 노닌다고 말하네

細思片隙無閑暇(세사편극무한가) 곰곰이 생각하면 잠시도 편안할 겨를 없어

漁父方歸鷺更謀(어부방귀로갱모) 어부 돌아가자 해오라기 다시 노린다네

 

138.「유지리산」 이인로 [遊智異山 李仁老] 담기

頭流山逈暮雲低(두류산형모운저) 두류산이 깊어 저녁구름 나직한데

萬壑千巖似會稽(만학천암사회계) 온갖 골짜기와 바위가 회계와 비슷해라

策杖欲尋靑鶴洞(책장욕심청학동) 지팡이 짚고 청학동을 찾으려는데

隔林空聽白猿啼(격림공청백원제) 건너편 빈 수풀에 흰 원숭이 울음이 들리네

 

樓臺縹渺三山遠(누대표묘삼산원) 누대는 아득한데 삼산은 멀고

苔蘚依四字題(태선의희사자제) 이끼 낀 넉자 글씨는 희미하네

始問仙源何處是(시문선원하처시) 도원이 어디냐고 물어 보렸더니

落花流水使人迷(낙화류수사인미) 흐르는 물에 떨어진 꽃잎이 사람을 헤매게 하네

 

139.「의장」 이숭인 [倚杖 李崇仁] 담기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 사립문 밖 지팡이에 기대어 서자

悠然發興長(유연발흥장) 하염없는 감흥이 길게 이네

四山疑列戟(사산의렬극) 사방 산은 창을 벌려 놓은 듯하고

一水聽鳴璫(일수청명당) 한 줄기 물은 구슬 울듯 들리어오네

 

鶴立松丫暝(학립송아명) 학이 서서 솔가지는 어두워 보이고

雲生石竇涼(운생석두량) 구름이 일어 바위구멍은 서늘하네

遙憐十年夢(요련십년몽) 아련히 안타깝네, 꿈같은 10

欵欵此中忙(관관차중망) 애쓰며 그동안 바삐 산 일이

 

140.「이씨이거」 권근 [李氏異居 權近] 담기

東國方多難(동국방다난) 동쪽 나라 어려움 한창 많을 적에

吾王功乃成(오왕공내성) 우리 임금 마침내 공을 이루셨다오

撫民修惠政(무민수혜정) 백성 어루만져 은혜로운 정사를 닦고

事大盡忠誠(사대진충성) 대국(大國) 섬겨 충성을 다했답니다

 

錫號承天寵(석호승천총) 국호(國號)를 내려주신 황제의 은총 받들어

遷居作邑城(천거작읍성) 터전 옮겨 읍성을 일으켰도다

願言修職貢(원언수직공) 원컨대 직공에 부지런하여

萬世奉皇明(만세봉황명) 만세토록 명나라를 받들렵니다

 

141.「이화」 김극기 [李花 金克己] 담기

凄風冷雨濕枯根(처풍랭우습고근) 차가운 비바람이 마른 뿌리를 적시는데

一樹狂花獨放春(일수광화독방춘) 온 나무에 미친 꽃이 홀로 봄을 쏟아내네

無奈異香來聚窟(무나이향래취굴) 기이한 향기 취굴주(聚窟洲)에서 오니

漢宮重見李夫人(한궁중견이부인) 한 나라 궁중에서 다시 이부인 보네

 

142.「임경대」 최치원 [臨鏡臺 崔致遠] 담기

煙巒簇簇水溶溶(연만족족수용용) 내 낀 봉우리 웅긋쭝긋, 물은 출렁출렁

鏡裏人家對碧峯(경리인가대벽봉) 거울 속 인가는 푸른 봉우리를 마주 했네

何處孤帆飽風去(하처고범포풍거) 외로운 돛단배는 바람을 안고 어디로 가는가

瞥然飛鳥杳無蹤(별연비조묘무종) 별안간에 나는 새처럼 자취 없이 사라졌네

 

143.「자적」 이첨 [自適 李詹] 담기

舍後桑枝(사후상지눈) 집 뒤 뽕나무 가지 고운 새싹 트고

畦西薤葉抽(휴서해엽추) 서쪽 언덕 맡에 염교잎 싹이 나네

陂塘春水滿(피당춘수만) 봄물이 연못에 넘치니

稚子解撑舟(치자해탱주) 아이놈들 배를 저을 줄 아네

 

144.「잠부」 이색 [蠶婦 李穡] 담기

城中蠶婦多(성중잠부다) 성중엔 누에치는 부인도 많은데

桑葉何其肥(상엽하기비) 뽕잎은 어찌 그리도 무성한고

雖云桑葉少(수운상엽소) 비록 뽕잎이 적어졌다고는 말하나

不見蠶苦饑(불견잠고기) 누에가 굶주림은 보지 못했네

 

蠶生桑葉足(잠생상엽족) 누에가 막 나선 뽕잎이 넉넉하다가

蠶大桑葉稀(잠대상엽희) 누에가 크면 뽕잎도 드물어졌네

流汗走朝夕(유한주조석) 조석으로 땀 흘리며 분주하건만

非緣身上衣(비연신상의) 자기가 입을 옷 때문이 아니라네

 

145.「잡흥 구수」 최유청 [雜興 九首 崔惟淸] 담기

其一(기일)

春草忽已綠(춘초홀이록) 봄풀이 어느새 푸르니

滿園胡蝶飛(만원호접비) 온 동산에 나비가 날아다니네

東風欺人睡(동풍기인수) 잠든 사이에 동풍이 슬쩍 불어

吹起床上衣(취기상상의) 평상 위의 옷자락 펄럭이게 하네

 

覺來寂無事(각래적무사) 잠이 깨니 고요해 일이 없는데

林外射落暉(임외사락휘) 숲 저쪽에 저녁 볕 쏟아지네

倚檻欲嘆息(의함욕탄식) 난간에 기대어 탄식하려 했더니

靜然已忘機(정연이망기) 고요히 이미 세상만사 잊었네

其二(기이)

人生百歲間(인생백세간) 사람이 사는 백 년 동안

忽忽如風燭(홀홀여풍촉) 홀연히 바람 앞의 촛불 같아라

且問富貴心(차문부귀심) 잠깐 묻노니, 부귀하려는 마음

誰肯死前足(수긍사전족) 누가 죽기 전에 만족할 수 있을까

 

仙夫不可期(선부불가기) 신선은 기약할 수 없으며

世道多飜覆(세도다번복) 이 세상길은 번복도 많아라

聊傾北海尊(요경북해존) 애오라지 북해의 술통 기울여

浩歌仰看屋(호가앙간옥) 큰 소리로 노래하며 천정이나 쳐다보세

기삼

 

기사

 

기오

 

기육

 

기칠

 

기팔

 

기구

 

146.「장원정」 정지상 [長源亭 鄭知常] 담기

岧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 우뚝 솟은 쌍궐이 강가를 베고 누워

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 맑은 밤에 도무지 티끌 한 점 안 이네

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 바람 실은 돛단배는 구름처럼 조각조각

露凝宮瓦玉鱗鱗(노응궁와옥린린) 이슬 엉긴 궁기와는 옥처럼 반짝반짝

 

綠楊閉戶入九屋(녹양폐호입구옥) 푸른 버들 속 문 닫은 여덟아홉 집이 있고

明月捲簾三兩人(명월권렴삼량인) 밝은 달에 발 걷은 두세 명의 사람 있네

蓬萊在何處(표묘봉래재하처) 아득한 봉래산은 어느 곳에 있는가

夢闌黃鳥囀靑春(몽란황조전청춘) 꿈 깨니 꾀꼬리가 푸른 봄을 노래하네

 

147.「전가사시」 김극기 [田家四時 金克己] 담기

()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풀통발엔 고기들이 뛰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버들 둑에 철새가 날아오네

菖葉秀(경고창엽수) 봄갈이 하는 밭둑엔 창포잎 우거지고

畝蕨芽香(엽무궐아향) 점심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이 향기롭네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비를 부르는 비둘기들 지붕 위에서 날고

含泥燕入樑(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에 들어오네

晩來芧舍下(만래서사하) 느지막이 초가집 방 안에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베개를 높이 베니 태곳적 사람일세

 

148.「전부탄」 이달충 [田婦嘆 李達衷] 담기

霖雨連旬久未炊(임우연순구미취) 열흘 이은 장맛비에 밥이라곤 못 했는데

門前小麥正離離(문전소맥정이이) 문 앞의 밀은 한창 무성하다

待晴欲刈晴還雨(대청욕예청환우) 날이 개길 기다려 베려 하면 맑았다 또 비 오고

謀飽爲傭飽易飢(모포위용포역기) 품 팔아 배 채우지만 부른 배 쉬 허기진다

 

夫死紅軍子戍邊(부사홍군자수변) 남편은 홍건적 난리에 죽고 아들은 변방 수자리

一身生理正蕭然(일신생리정소연) 한 몸뚱이 살림살이 정녕코 쓸쓸한데

竿冠笠雀登頂(삽간관립작등정) 장대 꽂아 씌운 허수아비 머리 위로 참새 오르고

拾穗擔筐蛾撲肩(습수담광아박견) 이삭 주워 광주리 메자 나방들이 어깨를 친다

 

149.「절구」 최충 [絶句 崔沖] 담기

滿庭月色無煙燭(만정월색무연촉)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입좌산광부속빈) 자리에 드는 산빛은 청하지 않은 손님일세

更有松絃彈譜外(경유송현탄보외) 거기에 솔거문고 있어 악보 없는 곡조를 타노니

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 다만 진중히 하여 남에게 전하지 마소

 

150.「정부원 이수」 정몽주 [征婦怨 二首 鄭夢周] 담기

其一(기일)

一別年多消息稀(일별년다소식희) 한 번 이별한 뒤 여러 해인데 소식 드무시니

塞垣存歿有誰知(새원존몰유수지) 변방에서의 생존 여부 알 수나 있겠습니까

今朝始寄寒衣去(금조시기한의거) 오늘 아침 처음 겨울옷을 부치러 가는 사람

泣送歸時在腹兒(읍송귀시재복아) 울며 전송하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랍니다

其二(기이)

織罷回文錦字新 비단을 짠 뒤에 편짓글 짓고 그 위에 수를 놓아 슬픔 삭이며

題封寄遠恨無因 겉봉투에 주소적어 부치려 하나 인편이 없음을 한스러워하여

衆中恐有遼東客 길떠나는 사람중에 행여 있는가 요동가는 손님이 없으십니까

每向津頭問路人 매일같이 나루터에 찾아 나와서 길손을 붙들고 물어봅니다

 

151.「정서군막 유감」 김부식 [征西軍幕 有感 金富軾] 담기

柴門日午喚人開(시문일오환인개) 사립문은 한낮에 아이 불러 열고

步出林亭坐石苔(보출림정좌석태) 숲속 정자로 걸어가 이끼 돌에 앉았네

昨夜山中風雨惡(작야산중풍우악) 어젯밤 산중의 비바람이 거칠더니

滿溪流水泛花來(만계류수범화래) 개울 가득 흐르는 물 꽃잎이 떠내려오네 <감상>

 

152.「정주중구 한상명부」 정몽주 [定州重九 韓相命賦 鄭夢周] 담기

定州重九登高處(정주중구등고처) 정주에서 중양절에 높은 곳 오르니

依舊黃花照眼明(의구황화조안명) 예전같이 국화꽃 환하게 눈에 비치네

南連宣德鎭(포서남련선덕진) 갯벌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었고

峯巒北倚女眞城(봉만북의녀진성) 봉우리는 북으로 여진의 성에 닿았구나

 

百年戰國興亡事(백년전국흥망사) 백 년간 전쟁에 흥하고 망한 일에

萬里征夫慷慨情(만리정부강개정) 만 리 정벌 나간 나그네 강개한 정이로다

酒罷元戎扶上馬(주파원융부상마) 술 끝나자 대장 부축 받고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천산사일조홍정) 얕은 산 비낀 석양이 붉은 기를 비추네

 

153.「제가야산독서당」 최치원 [題伽倻山讀書堂 崔致遠] 담기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첩첩한 돌 사이에 미친 듯이 내뿜어 겹겹 봉우리에 울리니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사람 소리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항상 시비 소리 귀에 이를까 두려워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

 

154.「제관목역정」 안축 [題灌木驛亭 安軸] 담기

彤雲赤日火鎖空(동운적일화쇄공) 붉은 구름 붉은 해 붉은 하늘

傍岸團茅在眼中(방안단모재안중) 곁 언덕 둥근 초가집 시야에 들어오네

珍重成林百年樹(진중성림백년수) 귀중하게 숲을 이룬 오래된 나무들

坐來分我一襟風(좌래분아일금풍) 앉자마자 나에게 한 아름 바람을 나누어 주네

 

155.「제구월산소암」 조운흘 [題九月山小庵 趙云仡] 담기

山中猶在戊辰雪(산중유재무진설) 산중에는 아직도 무진년의 눈이 있는데

柳眼初開己已春(유안초개기이춘) 버들눈은 처음으로 기사년 봄에 터지네

世上榮枯吾已見(세상영고오이견) 세상의 영고를 나는 이미 다 보았으니

此身無恨付窮貧(차신무한부궁빈) 이 몸이 빈궁에 처해 있는 것 한하지 않노라

 

156.「제등고사」 정지상 [題登高寺 鄭知常] 담기

石逕崎嶇苔錦斑(석경기구태금반) 험한 돌길에 비단 같은 이끼가 알록달록한데

錦苔行盡入禪關(금태행진입선관) 비단 이끼 길 다 지나서 절문으로 들어서니

地應碧落不多遠(지응벽락부다원) 땅은 푸른 하늘에 닿은 채 그리 멀지 않고

僧與白雲相對閑(승여백운상대한) 스님은 흰 구름 더불어 한가히 마주 앉아 있네

 

日暖燕飛來別殿(일난연비래별전) 날씨 따스해 제비는 별전에 날아오고

月明猿嘯響空山(월명원소향공산) 달이 밝자 원숭이 울음이 빈산에 울려오네

丈夫本有四方志(장부본유사방지) 대장부는 본래 천하에 큰 뜻을 품었으니

吾豈匏瓜繫此間(오기포과계차간) 내 어찌 박처럼 이곳에만 매어 있으리오

 

157.「제승사」 이숭인 [題僧舍 李崇仁] 담기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산 뒤쪽 산 앞쪽 오솔길이 갈려 있고

松花含雨落繽紛(송화함우락빈분) 송화꽃은 비에 젖어 어지럽게 떨어지네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스님이 샘물 길어 띳집으로 돌아간 뒤

一帶靑烟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한 줄기 푸른 연기 흰 구름을 물들이네

 

158.「제우강역정」 최치원 [題芋江驛亭 崔致遠] 담기

沙汀立馬待回舟(사정립마대회주) 모래톱에 말 세우고 돌아올 배를 기다리니

一帶煙波萬古愁(일대연파만고수) 일대 물안개가 만고의 시름일세

直得山平兼水渴(직득산평겸수갈) 산이 곧 평지 되고 또한 물도 말라 버린다면

人間離別始應休(인간리별시응휴) 인간 세상에 이별이 비로소 없게 될 것을

 

159.「제촌사」 이곡 [題村舍 李穀] 담기

我欲卜居滄海濱(아욕복거창해빈) 나는 푸른 바닷가에 터 잡고 살고 싶은데

漁村到處盡堪憐(어촌도처진감련) 어촌은 어딜 가나 모두 사랑스럽네

此家有酒仍多竹(차가유주잉다죽) 이 집엔 술도 있고 대나무 또한 많으니

題壁何須問主人(제벽하수문주인) 벽에 시 쓸 때 주인에게 물을 것도 없겠네

 

160.「조원각경」 김구 [嘲圓覺經 金坵] 담기

蜂歌蝶舞百花新(봉가접무백화신) 벌의 노래와 나비의 춤에 온갖 꽃 새로우니

摠是華藏藏裏珍(총시화장장리진) 모두 아름다운 장경(藏經)이고 장경(藏經)속에보배로다

終日啾啾說圓覺(종일추추열원각) 종일토록 떠들썩하게 원각경을 말씀하나

不如緘口過殘春(불여함구과잔춘) 입 다물고 남은 봄을 보내는 것만 못하리라

 

161.「조행」 이색 [早行 李穡] 담기

凌晨問前路(능신문전노) 이른 새벽에 갈길 물어보지만

曉色未全分(효색미전분) 새벽빛이 완전히 밝지 않았네

帶月馬頭夢(대월마두몽) 달빛 속을 말 위에서 졸며 가는데

隔林人語聞(격림인어문) 숲 너머엔 사람 소리 들리누나

 

樹平連野霧(수평련야무) 숲은 평평해 들안개 연하였고

風細起溪雲(풍세기계운) 바람은 살살 불어 시내 구름 일으키네

已過三河縣 이과삼하현 한참이나 삼하현을 지나갔어도

丹心祗在君 단심지재군 불타는 마음 오직 임금에 있네

 

162.「죽소」 정도전 [竹所 鄭道傳] 담기

高人竹爲所(고인죽위소) 고상한 사람이 대로 처소 만드니

竹與人共淸(죽여인공청) 대와 사람 함께 맑아라

婆娑月夕影(파사월석영) 달 뜬 저녁엔 그림자 너울너울

淅瀝風朝聲(석력풍조성) 바람 부는 아침엔 소리 우수수

 

渠心獨自許(거심독자허) 제 마음을 홀로 허여하노니

苦節乃可貞(고절내가정) 괴로운 절개 곧을 수밖에

對比成益友(대비성익우) 서로 대하면 유익한 친구가 되니

聊以寄此生(요이기차생) 애오라지 이 생을 의탁하노라

 

163.「즉사」 이색 [卽事 李穡] 담기

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로미청) 숨어 사는 시골 흥취가 늙을수록 맑아

恰得新詩眼底生(흡득신시안저생) 눈앞에 나오는 새로운 시 얻기 알맞구려

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 바람은 그쳤으나 남은 꽃은 절로 지고

雲移少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 구름은 옮겨 갔지만 가랑비는 다 개질 않았네

 

牆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 담장 머리 분나비는 딴 가지로 옮겨 가고

屋角錦鳩深樹鳴(옥각금구심수명) 지붕 귀퉁이 산비둘기는 깊은 숲에서 울어대네

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 제물 소요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鏡中形色甚分明(경중형색심분명) 거울 속 세상 만물 너무나도 분명하네

 

164.「즉사」 조운흘 [卽事 趙云仡] 담기

柴門日午喚人開(시문일오환인개) 사립문은 한낮에 아이 불러 열고

步出林亭坐石苔(보출림정좌석태) 숲속 정자로 걸어가 이끼 돌에 앉았네

昨夜山中風雨惡(작야산중풍우악) 어젯밤 산중의 비바람이 거칠더니

滿溪流水泛花來(만계류수범화래) 개울 가득 흐르는 물 꽃잎이 떠내려오네 <감상>

 

165.「증금천사주인」 최치원 [贈金川寺主人 崔致遠] 담기

白雲溪畔刱仁祠(백운계반창인사) 흰 구름 낀 시냇가에 절을 짓고

三十年來此住持(삼십년래차주지) 삼십 년간 이곳에서 주지로 지내네

笑指門前一條路(소지문전일조로) 문 앞의 한 줄 길을 웃으며 가리키노니

纔離山下有千岐(재리산하유천기) "산 아래를 벗어나자마자 천 갈래 길이 있다." 하네

 

166.「증기」 정습명 [贈妓 鄭襲明] 담기

雨餘庭院簇莓苔(우여정원족매태) 비 온 끝에 정원 뜰 이끼들만 돋아난 채

人靜雙扉晝不開(인정쌍비주불개) 인적 고요해 두 사립문 낮에도 열지 않네

碧砌落花深一寸(벽체락화심일촌) 푸른 섬돌 위 지는 꽃잎 한 치 남짓 쌓인 채로

東風吹去又吹來(동풍취거우취래) 봄바람에 불려갔다 또 불려오네

 

167.「증사우: 시우림기지」 이인로 [贈四友 詩友林耆之 李仁老] 담기

昔在文陣間(석재문진간) 옛날에는 문단 속에서

爭名勇先購(쟁명용선구) 이름을 먼저 알리려고 다퉜지

吾嘗避銳鋒(오상피예봉) 나는 이미 날카로운 칼날을 피했지만

君亦飽毒手(군역포독수) 그대도 내 뛰어난 솜씨에 실컷 혼났지

 

如今厭矛楯(여금염모순) 지금은 우열을 다투기 싫어

相逢但呼酒(상봉단호주) 서로 만나면 다만 술을 권할 뿐

宜停雙鳥鳴(의정쌍조명) 마땅히 두 새 울음 그치고

須念兩虎鬪(수념량호투) 모름지기 두 호랑이 싸움을 생각하세나

 

168.「증우인」 최림 [贈友人 崔林] 담기

白日有朝暮(백일유조모) 태양은 아침과 저녁 변화 있어도

靑山無古今(청산무고금) 청산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구나

一尊榮辱外(일존영욕외) 세상 영욕 밖에서 한 동이 술로

相對細論心(상대세론심) 마주 앉아 속마음 애기해 볼까

 

169.「증청평이거사」 곽여 [贈淸平李居士 郭輿] 담기

淸平山水冠東濱(청평산수관동빈) 청평의 산수가 동해가에 으뜸인데

邂逅相逢見故人(해후상봉견고인)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네 그려

三十年前同擢第(삼십년전동탁제) 30년 전에 같이 과거에 급제했고

一千里外各棲身(일천리외각서신) 천 리 밖에 각기 나뉘어 살았네

 

浮雲入洞曾無累(부운입동증무루) 뜬구름 골에 들어가도 더러운 일 없었고

明月當溪不染塵(명월당계불염진) 밝은 달이 시내를 비추어도 티끌에 물들지 않네

擊目忘言良久處(격목망언량구처) 마주 보고도 말을 잊고 한참 앉았노라니

淡然相照舊精神(담연상조구정신) 담연히 옛 마음을 서로 비추어 주네

 

170.「차무풍현벽상운」 정이오 [次茂豊縣壁上韻 鄭以吾] 담기

立錐地盡入侯家(입추지진입후가) 송곳을 세울 만한 땅도 모두 권문세족에게 들어갔나니

只有溪山屬縣多(지유계산속현다) 다만 시내와 산 몇 곳만이 현에 붙어 있구나

童稚不知軍國事(동치부지군국사) 어린애들은 나랏일을 알지 못하고

穿雲互答採樵歌(천운호답채초가) 큰 소리로 서로 나무꾼 노래를 주고받네

 

171.「차우인운」 임춘 [次友人韻 林椿] 담기

十載崎嶇面(십재기구면박애) 얼굴에 먼지 가득 10년간 기구한 신세

長遭造物小兒猜(장조조물소아시) 오랫동안 어린 조물주의 시기를 받았네

問津路遠槎難到(문진로원차난도) 나루 길은 멀어 뗏목으로 이르기 어렵고

燒藥功遲鼎不開(소약공지정불개) ()을 달이는 일 늦어 솥은 열지 못했네

 

科第未消羅隱恨(과제미소라은한) 과거는 아직도 나은의 한 사라지지 않았고

離騷空寄屈平哀(이소공기굴평애) 이소에 부질없이 굴원의 설움을 부쳤다

襄陽自是無知己(양양자시무지기) 양양이 스스로 지기가 없었던 게지

明主何曾棄不才(명주하증기부재) 명주가 언제 일찍이 재주 없다 버리셨는가

 

172.「차운기정백용」 정이오 [次韻寄鄭伯容 鄭以吾] 담기

二月將闌三月來(이월장란삼월래) 2월도 무르익고 3월이 오려 하니

一年春色夢中回(일년춘색몽중회) 한 해의 봄빛이 꿈속에 돌아오네

千金尙未買佳節(천김상미매가절) 천금으로도 좋은 계절 살 수가 없으니

酒熟誰家花正開(주숙수가화정개) 술 익는 뉘 집에서 꽃은 정히 피었는가

 

173.「천력삼년오월 수강릉도존무사지명 시월삼십일발송경 숙백령역 야반우 작유회」 안축 [天曆三年五月 受江陵道存撫使之命 是月三十日發松京 宿白嶺驛 夜半雨 作有懷 安軸] 담기

讀書求道竟無成(독서구도경무성) 글 읽어 도를 구해도 끝내 이룸 없었으니

自愧明時有此行(자괴명시유차행) 밝은 시대 이 행색이 스스로 부끄럽네

但盡迂疏施實學(단진우소시실학) 다만 어리석음 다하여 실학을 시행하려 하니

敢將崖異盜虛名(감장애이도허명) 감히 모난 행동으로 허명을 훔치겠는가

 

民生塗炭知難救(민생도탄지난구) 도탄에 빠진 민생들 구하기 어려움 알겠고

國病膏肓念可驚(국병고황념가경) 고황에 든 나라 병은 생각만 해도 놀라워라

耿耿枕前眠未穩(경경침전면미온) 근심하는 베갯머리에 잠 못 들고 있으려니

臥聞山雨注深更(와문산우주심경) 누워 듣는 산비 소리만 깊은 밤에 쏟아지네

 

174.「천수절 입근대명전」 이색 [天壽節 入勤大明殿 李穡] 담기

大闢明堂曉色寒(대벽명당효색한) 활짝 열린 명당에 새벽빛이 상큼한데

旌旗高拂玉闌干(정기고불옥란간) 깃발들이 옥난간에 높직이 휘날리네

雲開寶座聞天語(운개보좌문천어) 구름 걷힌 보좌에 천음이 들리고

春滿金巵奉聖歡(춘만김치봉성환) 봄빛 가득 금술잔에 천자 기쁨 받드네

 

六合一家堯日月(육합일가요일월) 온 천하가 한집 되니 요임금 시대이고

三呼萬歲漢衣冠(삼호만세한의관) 세 번 만세 소리하니 한나라 제도로다

不知身世今安在(부지신세금안재) 모르겠네, 이 몸이 지금 어디 있는지

恐是冥控紫鸞(공시청명공자란) 아마도 난새를 타고 푸른 하늘 올랐는 듯

 

175.「첩박명 용태백운 이수」 이곡 [妾薄命 用太白韻 二首 李穀] 담기

其一(기일)

妾本寒門子(첩본한문자) 첩은 본래 한미한 집안의 딸로

荊釵居白屋(형채거백옥) 가시나무 비녀 꽂고 초가집에 살았지만

美質天所生(미질천소생) 아름다운 자질은 타고난 바탕이라

(양검여정옥) 두 뺨이 붉은 옥과 같아서

 

自倚傾國艶(자의경국염) 스스로 경국지색이라 믿고는

乃與世人疎(내여세인소) 세상 사람들과 아예 사귀지 않았지요

五陵多年少(오릉다년소) 오릉의 많은 젊은 자제들 중에

過者皆停車(과자개정차) 지나가는 자는 모두 수레를 멈추고

 

一笑肯輕賣(일소긍경매) 미소 한 번으로 쉬 내 마음 사려 들지만

千金且不收(천금차불수) 천금을 준다 해도 응하지 않았죠

以此自愆期(이차자건기) 이 때문에 절로 시기 놓치고서

歲月長江流(세월장강류) 세월만 장강처럼 흘려보냈죠

 

西風昨夜至(서풍작야지) 어젯밤엔 서풍이 불더니

莎雞鳴露草(사계명로초) 이슬 맺힌 풀숲에서 귀뚜라미 울어요

紅顔恐消歇(홍안공소헐) 고운 얼굴 시들까 두렵네

時過不再好(시과불재호) 때 지나면 좋은 시절 다시 오지 않건마는

其二(기이)

生不識人面(생불식인면) 나면서부터 남과 사귀지 못한 채     

長年在深屋(장년재심옥) 긴긴 세월 집 안에만 틀어박혔는데

一爲色所誤(일위색소오미색이란 굴레로 계속 신세 그르치다 

反遭珉欺玉(반조민기옥) 옥돌이 옥을 기만하여 조롱만 당했다오

 

憎愛古無常(증애고무상미움과 사랑은 예부터 무상한 것이라서

朝恩暮乃疏(조은모내소) 아침의 연인이 저녁에는 타인이 된다네

??詠秋扇(읍읍영추선)   울적한 심정에 秋扇 시 읊조리노니

望絶登君車(망절등군차) 임의 수레에 오를 희망 끊어졌어라

 

金牀爲誰拂(금상위수불누굴 위해 금빛 침상 먼지 털까

繡被久已收(수피구이수) 수놓은 이불 거둔 지도 이미 오래전

閨空寒月落(규공한월락) 허전한 규방에 스며드는 차가운 달빛 보이나니

但見螢火流(단견형화류) 깜박이며 흐르는 반딧불

 

沈憂暫成夢(침우잠성몽깊은 시름 속에 스쳐 지나간 한바탕 꿈

依稀鬪百草(의희투백초) 어렴풋이 鬪百草놀이도 해 보았네

世無相如才(세무상여재지금 세상에 司馬相如 재주 구할 수 없으니

誰令復舊好(수령부구호) 그 누가 옛정을 되찾게 해 줄 수 있을까

 

176.「청명후 출성남 망서산설」 이곡 [淸明後 出城南 望西山雪 李穀] 담기

今朝偶上第三橋(금조우상제삼교) 오늘 아침 우연히 제3교에 올라 보니

西山雪未消(춘만서산설미소) 봄이 늦은 서산에 눈 아직 녹지 않았네

恠底東風吹不力(괴저동풍취불력) 괴이한 것은 봄바람이 힘차게 불어오지 못해

近山麥有春苗(근산모맥유춘묘) 산 가까이 밀보리가 봄 싹 그대론걸

 

肉林高處酒池深(육림고처주지심) 육림 높은 곳에 술 못도 깊으니

春雪餘威不敢侵(춘설여위불감침) 봄눈의 남은 위세도 감히 침범을 못 하나 봐

天本於人無厚薄(천본어인무후박) 하늘은 본래 사람에게 차별이 없는데

民今相食是何心(민금상식시하심) 백성이 지금 서로 잡아먹으니 이 무슨 마음인가

 

177.「촌중시사운 삼수」 민사평 [村中時事韻 三首 閔思平] 담기

其一(기일)

村中對案淚霑衣(촌중대안루점의) 시골서 책상 마주하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只爲今年省見稀(지위금년성견희) 다만 금년에 성친(省親)을 자주 못 했기에

男困有心逃戶籍(남곤유심도호적) 사내는 고단하여 호적에서 도망할 마음 있고

女飢無力借隣機(여기무력차인기) 아낙은 굶주려 이웃집 베틀을 빌릴 힘조차 없다

 

催租酷吏頻持牒(최조혹리빈지첩) 조세를 재촉하는 잔인한 관리는 번번이 공문서를 가져오고

乞食窮兒每到扉(걸식궁아매도비) 먹을 것을 비는 궁한 아이는 늘 문 앞에 이른다

且問當時誰任責(차문당시수임책) 묻노니, 지금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欲言非職恨身微(욕언비직한신미) 말하려 해도 직임 없고 신분 낮아 한스럽다

其二(기이)

無義生猶死(무의생유사) 의롭지 않게 사는 것 죽는 것과 똑같고

有心榮亦枯(유심영역고) 욕심을 지니면 영화로워도 마른 것이네

忍看邦本瘁(인간방본췌) 국가의 근본이 병드는 것 차마 보겠는가

鞭背無完膚(편배무완부) 등을 매질해 살가죽 온전한 사람 없구나

其三(기삼)

志士慕高舜(지사모고순) 지사는 높으신 순임금 사모하여

難忘畎畝中(난망견무중) 농사일 중에서도 도를 잊지 않는다네

負暄琴在膝(부훤금재슬) 햇빛 등에 업고 거문고 무릎에 두었으니

可以和南風(가이화남풍) 남풍에 화답할 수 있으리

 

178.「추림」 정도전 [秋霖 鄭道傳] 담기

秋霖人自絶(추림인자절) 가을장마라 사람 절로 끊기니

柴戶不曾開(시호불증개) 사립문은 일찍이 열지를 않네

籬落堆紅葉(이락퇴홍엽) 울타리엔 붉은 잎이 쌓이고

庭除長綠苔(정제장록태) 뜰에는 푸른 이끼 자랐네

 

鳥寒相並宿(조한상병숙) 새들은 추워 서로 맞대고 자고

鴈濕遠飛來(안습원비래) 기러기도 젖어 멀리서 날아오네

寂寞悲吾道(적막비오도) 슬프다, 우리 도 적막한 것

惟應泥酒杯(유응니주배) 오직 응당 술에 빠져야겠네

 

179.「추만월야」 김극기 [秋滿月夜 金克己] 담기

日落頑風起樹端(일락완풍기수단) 해 떨어지니 세찬 바람 가지 끝에 일어나는데

飛霜貿貿葉聲乾(비상무무엽성건) 날리는 서리를 보지 못하나 잎 소리 버석인다

開軒不用迎淸月(개헌불용영청월) 창 열고 맑은 달빛 맞을 것 없어라

瘦骨秋來怯夜寒(수골추래겁야한) 여윈 몸 가을 오면 찬 밤기운 두렵네

 

180.「추야우중」 최치원 [秋夜雨中 崔致遠] 담기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오직 힘들여 읊고 있건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에 알아주는 이 적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 밖에는 삼경의 비가 오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불 앞에 만 리의 마음이여

 

181.「추회」 이숭인 [秋回 李崇仁] 담기

天末秋回尙未歸(천말추회상미귀) 하늘 끝에 가을이 와도 아직 못 돌아가니

孤城落照不勝悲(고성락조부승비) 외로운 성 석양빛에 슬픔을 못 이기네

曾陪鴛鷺趨文陛(증배원로추문폐) 일찍이 대신(大臣) 따라 조정에 분주하다

今向江湖理釣絲(금향강호리조사) 지금은 강호에 와서 낚싯줄을 다스리네

 

骨自罹讒成大瘦(골자리참성대수) 몸이야 참소에 걸려 몹시 여위었으나

詩因放意有新奇(시인방의유신기) 시는 뜻 마구 펴 신기한 맛이 있네

明珠薏苡終須辨(명주의이종수변) 구슬과 율무는 마침내 가려지겠지만

只恐難調長者兒(지공난조장자아) 다만 권귀 자제 다루기 어려움이 걱정일세

 

182.「춘」 정몽주 [ 鄭夢周] 담기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봄비 가늘어 방울 짓지 않더니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밤이 되니 소록소록 소리 내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 녹은 남쪽 시내 불어났을 것이고

多少草芽生(다소초아생) 어느 정도 풀싹은 돋아났겠지

 

183.「춘만제산사」 진화 [春晩題山寺 ] 담기

雨餘庭院簇莓苔(우여정원족매태) 비 온 끝에 정원 뜰 이끼들만 돋아난 채

人靜雙扉晝不開(인정쌍비주불개) 인적 고요해 두 사립문 낮에도 열지 않네

碧砌落花深一寸(벽체락화심일촌) 푸른 섬돌 위 지는 꽃잎 한 치 남짓 쌓인 채로

東風吹去又吹來(동풍취거우취래) 봄바람에 불려갔다 또 불려오네

 

184.「춘일방산사」 이규보 [春日訪山寺 李奎報] 담기

風和日暖鳥聲喧(풍화일난조성훤) 바람은 부드럽고 햇볕은 따스하며 새소리는 요란한데 垂柳陰中半掩門(수류음중반엄문) 드리운 버들 그늘 속에 반쯤 문을 닫았네

滿地落花僧醉臥(만지락화승취와) 땅에 가득 떨어진 꽃 속에 스님은 취해 누워

山家猶帶大平痕(산가유대대평흔) 산집에는 오히려 태평 흔적 띠고 있네

 

185.「춘일성남즉사」 권근 [春日城南卽事 權近] 담기

春風忽已近淸明(춘풍홀이근청명) 봄바람에 어느덧 청명절이 다가오니

細雨霏霏晩未晴(세우비비만미청) 가랑비 부슬부슬 늦도록 개질 않네

屋角杏花開欲遍(옥각행화개욕편) 집 모퉁이 살구꽃 두루 활짝 피려 하는데

數枝含露向人傾(수지함로향인경) 이슬 먹은 두어 가지 내게로 기울이네

 

186.「취시가」 김극기 [醉時 金克己] 담기

釣必連海上之六鼇(조필연해상지육오) 낚으면 반드시 큰 바다 속 여섯 자라를 낚고

射必落日中之九烏(사필락일중지구오) 쏘면 반드시 해 속의 아홉 마리 까마귀를 떨어뜨린다

六鼇動兮魚龍震蕩(륙오동혜어룡진탕) 여섯 자라가 움직이면 어룡이 놀라 날뛰고

九烏出兮草木焦枯(구오출혜초목초고) 아홉 까마귀 나타나면 초목이 마르고 탄다

 

男兒要自立奇節(남아요자립기절) 사내는 스스로 기특한 절개를 세워야 하나니

弱羽纖鱗安足誅(약우섬린안족주) 약한 새와 작은 물고기 어찌 잡을 가치가 있나

紫纓雲孫始墮地(자영운손시타지) 귀한 집안의 자손으로 처음 세상에 나올 적에

自謂壯大陳雄圖(자위장대진웅도) 스스로 장하고 큰 계획을 편다고 말했네

 

鍊石欲補東南缺(연석욕보동남결) 돌을 다루어 하늘 동남 무너지는 것 막으려 했고

鑿石將通西北迂(착석장통서북우) 돌을 뚫어 하늘 막힌 서북의 길 트려 했네

嗟哉計大未易報(차재계대미역보) 슬프다, 계획만 컸지 쉬이 이루지 못하여

半世飄零爲腐儒(반세표령위부유) 반평생 떠돌면서 썩은 선비 되었구나

 

不隨馮異西登隴(불수풍이서등롱) 풍이가 농서에 오름을 따르지 못하였

不逐孔明南渡瀘(불축공명남도로) 공명이 노수를 건넘을 본받지 못하였다

論詩說賦破屋下(논시설부파옥하) 쓰러진 집 아래서 시를 논하고 부를 말하며

却把短布抱妻孥(각파단포포처노) 도리어 잠방이 입고서 처자와 살고 있네

 

時時壯憤掩不得(시시장분엄부득) 때때로 비장한 울분을 누를 수 없어

拔劍斫地空長吁(발검작지공장우) 칼을 빼어 땅을 치며 부질없이 긴 탄식만 하네

何時乘風破巨浪(하시승풍파거랑) 어느 때나 바람을 타고 큰 물결 부수고

坐令四海如唐虞(좌령사해여당우) 앉아서 천하를 요순시절같이 하려나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나

凌煙閣上圖形容(능연각상도형용) 능연각 위에 그려진 사람들이

半是書生半武夫(반시서생반무부) 반은 서생이고 반은 무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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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취후」 정지상 [醉後 鄭知常] 담기

桃花紅雨鳥喃喃(도화홍우조남남)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이 지저귀니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람) 집을 둘러싼 청산에는 푸른 이내 아른거리네

一頂烏紗慵不整(일정오사용부정) 이마 한편 오사모 게을러 바로 쓰지 않고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취하여 꽃핀 언덕에 누워 강남을 꿈꾸네

 

188.「치당태평송」 진덕여왕 [致唐太平頌 眞德女王] 담기

大唐開洪業(대당개홍업) 훌륭한 당나라가 큰 일(帝業(제업))을 여니

巍巍皇猷昌(외외황유창) 드높은 황제의 교화가 창성하구나

止戈戎衣定(지과융의정) 융복 입고 전쟁을 그치게 하고 천하를 평정하며

修文繼百王(수문계백왕) ()을 닦아 백왕을 계승하였네

 

統天崇雨施(통천숭우시) 천하를 통어함에 은혜 내림을 숭상하고

理物體含章(이물체함장) 만물을 다스림에는 내면의 미덕을 체현(體現)하였네

深仁諧日月(심인해일월) 깊은 인덕(仁德)이 일월과 조화를 이루고

撫運護時康(무운호시강) 시운(時運)을 어루만져 태평을 지켰네

幡旗何赫赫(번기하혁혁) 나부끼는 깃발은 어이 그리도 빛이 나며

鉦鼓何鍠鍠(정고하굉굉) 징과 북소리는 어이 그리도 쾅쾅거리는고

外夷違命者(외이위명자) 외지의 오랑캐로서 명을 어기는 자는

剪覆被天殃(전복피천앙) 전복되어 천벌을 받으리

 

淳風凝幽顯(순풍응유현) 순후한 풍속이 음계(陰界)와 양계(陽界, 온 천하)에 엉기고

遐邇競呈祥(하이경정상) 멀리서나 가까이서 다투어 하례를 올리네

四時和玉燭(사시화옥촉) 사철의 기후가 화창하여 조화롭고

七曜巡萬方(칠요순만방) 해와 달과 별들이 만방을 순행하네

 

維岳降宰輔(유악강재보) 높은 산은 보필할 재상을 내리고

維帝任忠良(유제임충량) 황제는 충량한 이에게 일을 맡기네

五三成一德(오삼성일덕) 삼황과 오제의 덕을 하나로 이루었으니

昭我唐家皇(소아당가황) 우리 당나라 황제의 가문을 밝혀준다네

 

189.「칠월사일득가서」 이곡 [七月四日得家書 李穀] 담기

去國已五月(거국이오월) 고국을 떠난 지 벌써 다섯 달

今朝始得書(금조시득서) 오늘 아침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네

得之不敢拆(득지불감탁) 받고는 감히 뜯어보지 못함은

書中道何如(서중도하여) 편지 속에 무어라 말했을지 (겁이 나서라네)

 

平安無他語(평안무타어) 평안하다 하고 다른 말은 없으니

旅懷今始舒(여회금시서) 나그네의 시름이 비로소 풀어지네

菽水歡自足(숙수환자족) 가난한 봉양에도 만족할 수 있을 텐데

箕斗名亦虛(기두명역허) 실속 없는 명예는 또한 헛될 뿐이네

 

誰能更拘束(수능갱구속) 누가 다시 나를 구속할 수 있으랴

吾當返吾廬(오당반오려) 내 마땅히 내 집에 돌아가리라

 

190.「파천현 우서」 김극기 [派川縣 寓書 金克己] 담기

信馬行吟海北垠(신마행음해북은) 말 가는 대로 읊조리며 바다 북쪽 끝 가노라니

天敎勝賞赴征軒(천교승상부정헌) 하늘이 좋은 경치를 가는 수레에 보내 주네

風蟬翳葉鳴槐縣(풍선예엽명괴현) 바람결의 매미는 잎에 가려 홰나무 고을에서 울고

雨燕依枝集柳村(우연의지집류촌) 비 맞은 제비는 가지를 의지해 버들 마을에 모여드네

 

飄盡斷霞花結子(표진단하화결자) 흩어진 노을인 듯 꽃은 져서 열매를 맺고

割殘驚浪麥生孫(할잔경랑맥생손) 베어진 물결인 양 보리는 새싹이 돋네

回頭却望鴻飛處(회두각망홍비처) 머리를 돌려 기러기 나는 곳 바라보니

草色連空惱客魂(초색련공뇌객혼) 풀빛이 하늘에 맞닿아 나그네 혼을 뒤설레게 하네

 

191.「풍하」 최해 [風荷 崔瀣] 담기

淸晨纔罷浴(청신재파욕) 맑은 새벽에 겨우 목욕을 마치고

臨鏡力不持(임경력부지) 거울 앞에서 힘을 가누지 못하네

天然無限美(천연무한미)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이란

摠在未粧時(총재미장시) 모두 단장하기 전에 있구나

 

192.「하성조사」 선종 [賀聖朝詞 宣宗] 담기

露冷風高秋夜淸(노랭풍고추야청) 이슬 차고 바람 높고 가을밤을 맑기도 한데

月華明披香殿裏(월화명피향전리) 달빛은 향기로운 대전 속을 밝게 비춰 주고

欲三更沸歌聲(욕삼경비가성) 삼경이 되려는데 노랫소리 요란하네

擾擾人生都似幻(요요인생도사환) 어지러운 인생살이 모두 꿈 같으니

 

莫貪榮好將美(막탐영호장미록) 영화를 탐하지 말고 맛좋은 술 가져다

滿金觥暢歡情(만김굉창환정) 금잔에 가득 부어 마음껏 즐겨 보세

 

193.「하일즉사 이수」 이규보 [夏日卽事 二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簾幕深深樹影廻(염막심심수영회)。 주렴은 나무 그늘에 둘러싸여 고즈넉하고

幽人睡熟鼾成雷(유인수숙한성뢰)。 유인은 한잠에 들어 코 고는 소리 우레로세.

日斜庭院無人到(일사정원무인도)。 해 기운 정원에 찾는 사람 없는데

唯有風扉自闔開(유유풍비자합개)。 사립문만 바람따라 저절로 여닫히네.

其二(기이)

輕衫小簟臥風欞(경삼소점와풍령) 홑적삼 작은 대자리에 바람 난간에 누웠다가

夢斷啼三兩聲(몽단제앵삼양성) 우는 꾀꼬리 두어 소리에 꿈에서 깨었네

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우거진 잎 가려진 꽃은 봄이 갔어도 남아 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 엶은 구름 틈새 햇살 빗속에도 환하구나

 

194.「한풍삼수 여엽공소동부」 이색 [寒風三首 與葉孔昭同賦 李穡] 담기

其一(기일)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 찬바람이 서북에서 불어오니

客子思故鄕(객자사고향) 나그네가 고향을 생각하네

悄然共長夜(초연공장야) 쓸쓸히 긴 밤을 함께 하니

燈光搖我床(등광요아상) 등불만 내 잠자리에 가물거린다

 

古道已云遠(고도이운원) 옛길은 이미 멀다 말들 하기에

但見浮雲翔(단견부운상) 다만 뜬구름 나는 것을 볼 뿐이네

悲哉庭下松(비재정하송) 슬프다, 뜰아래 저 소나무만이

歲晩逾蒼蒼(세만유창창) 겨울 되자 더욱 푸르구나

 

願言篤交誼(원언독교의) 원컨대 교의를 두터이 하여

善保金玉相(선보김옥상) 금옥 같은 바탕을 잘 보전하세

其二(기이)

日夜吹不休 밤낮으로 불어 그치지 않는다

雲飛碧空闊 구름은 날고 푸른 하늘은 넓은데

樹木聲颼颼 숲 소리는 쏴쏴하고 들려 온다

 

早衙有公事 아침에 공사 있어서

策馬披重裘 겹 갖옷 입고 말을 채찍질하누나

武夫喝官道 무부는 관도에 벽제 소리를 치는데

心中焦百憂 마음 속에는 백 가지 근심이 타오르네

 

何如日三丈 해가 세 발이나 높은 뒤에 천천히 일어나서

徐起猶蓬頭 머리 빗질도 하지 않음과 어떠한고

其三(기삼)

寒風西北來 찬 바람이 서북에서 불어 오니

漸見層陰結 두터운 음기가 점점 맺혀진다

坐知風勢闌 두터운 음기가 점점 맺혀진다

又是天欲雪 눈이 또 오려나 보다

 

須臾舞萬鶴 잠깐 동안에 만 마리 학이 춤을 추니

變化眞一瞥 변화는 참으로 눈 깜짝할 사이로다

閉戶獨微吟 문을 닫고 홀로 가늘게 읊조리니

途中車軸折 길에서는 수레 굴대가 꺾어지누나

 

時聞楚石琴 때로 초석금을 들으면서 향을 태우니

焚香更淸絶 맑기가 그지없어라

 

195.「해당」 안축 [海棠 安軸] 담기

海棠花發白沙堤(해당화발백사제) 해당화 피어 있는 백사장 둑길에

紅艶紛紛沒馬蹄(홍염분분몰마제) 붉은 꽃 어지러이 말발굽에 묻혀 있네

時復行間六七里(시복행간육칠이) 때때로 다시 가는 6, 7리 길에서

忽聞枝上鷓鴣啼(홀문지상자고제) 문득 나뭇가지 위의 자고새 울음소리 듣네

 

196.「행화」 최유청 [杏花 崔惟淸] 담기

平生最是戀風光(평생최시련풍광) 평생에 가장 즐김은 풍광을 그리워하는 일

今日花前興欲狂(금일화전흥욕광) 오늘 꽃 앞에 흥이 미칠 듯

願借漆園胡蝶夢(원차칠원호접몽) 원컨대 칠원의 나비꿈을 빌려서

遶枝攀蘂恣飛揚(요지반예자비양) 가지를 돌고 꽃술에 앉으며 마음대로 날고저

 

197.「현재설야」 최해 [縣齋雪夜 崔瀣] 담기

三年竄逐病相仍(삼년찬축병상잉) 3년을 쫓겨 다니면서 병이 서로 겹쳤는데

一室生涯轉似僧(일실생애전사승) 방 한 칸의 생애가 스님과 같구나

雪滿四山人不到(설만사산인부도) 온 산에 눈은 가득하고 사람은 오지 않는데

海濤聲裏坐挑燈(해도성리좌도등) 바다 물결 소리 속에 앉아 등불을 돋운다

 

198.「호종성남」 이숭인 [扈從城南 李崇仁] 담기

郊甸秋成早(교전추성조) 교외에 가을걷이 일찍 맞아서

君王玉趾臨(군왕옥지림) 임금님 귀한 걸음 행차하셨네

觀魚前事陋(관어전사루) 고기 구경 옛일이야 비루하지만

講武睿謀深(강무예모심) 무예 수련 임금님 뜻 깊으시네

角蒼江動(고각창강동) 북과 나팔에 푸른 강이 출렁이고

旌旗白日陰(정기백일음) 깃발에 대낮에도 그늘지네

詞臣多侍從(사신다시종) 글 하는 신하가 많이 시종하였으니

會見獻虞箴(회견헌우잠) 반드시 우잠을 올리는 것을 보시리

 

199.「홍무정사 봉사일본작 십일수」 정몽주 [洪武丁巳 奉使日本作 十一首 鄭夢周] 담기

其一(기일)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 섬나라에 봄기운 감도는데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 하늘 끝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 하네

草連千里綠(초련천리록) : 풀은 천 리에 연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월공양향명) : 달은 두 고을 모두 밝히네

 

遊說黃金盡(유설황금진) : 사행길에 비용도 다 써고

歸白髮生(사귀백발생) : 고국 갈 생각에 흰머리만 느네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 세상을 다스리려는 나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불독위공명) : 다만 공명만을 위함은 아니라오.

其二(기이)

僑居寂寞閱年華(교거적막열년화) 타향살이 적막하게 세월만 가고

苒苒窓日影過(염염창롱일영과) 뉘엿뉘엿 창살엔 해 그림자 자나가네

每向春風爲客遠(매향춘풍위객원) 해마다 봄바람은 이 길손을 멀리하니

始知豪氣誤人多(시지호기오인다) 비로소 알겠다, 호기가 사람 많이 그르침을

 

桃紅李白愁中艶(도홍리백수중염) 복사꽃 붉고 오얏꽃 흼은 근심 속의 고운 자태

地下天高醉裏歌(지하천고취리가) 땅 낮고 하늘 높음을 취중에 노래하네

報國無功身已病(보국무공신이병) 나라 보답에 공이 없어 병든 몸 되었으니

不如歸去老煙波(불여귀거로연파) 돌아가 강호에서 늙는 것만 못하리

其三(기삼)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섬나라에 봄빛은 몰려오는데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하늘 끝 나그네는 가지 못하네

草連千里綠(초련천리록) 봄 풀빛은 천 리나 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월공량향명) 달빛은 두 곳 함께 밝아 있는데

 

遊說黃金盡(유설황김진) 유세 길에 황금마저 다하고

思歸白髮生(사귀백발생) 고향 생각에 흰머리가 생겼지만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남아의 큰 뜻은

不獨爲功名(불독위공명) 다만 공명 때문만은 아니라네

其四(기사)

平生南與北(평생남여북) 평생 남과 북 다니느라

心事轉蹉跎(심사전차타) 마음먹은 일 갈수록 어긋나네

故國海西岸(고국해서안) 고국은 바다 서편 언덕 너머요

孤舟天一涯(고주천일애) 외로운 배는 하늘 한끝이네

 

梅窓春色早(매창춘색조) 매화 핀 창가엔 봄빛이 이르고

板屋雨聲多(판옥우성다) 판자로 지은 집 빗소리 요란하네

獨坐消長日(독좌소장일) 홀로 앉아 긴긴 날 보내노라니

那堪苦憶家(나감고억가) 어찌 몹시 집 그리운 생각을 견디랴

其五(기오)

其六(기육)

其七(기칠)

其八(기팔)

客子年來已遠遊(객자년래이원유) 나그네로 여러 해 이미 먼 사신길 다녔는데

又尋風俗海東頭(우심풍속해동두) 풍속 또 찾아 동해 끝에 찾아왔네

行人脫履邀尊長(행인탈리요존장) 행인들은 신을 벗고 어른을 맞이하고

志士磨刀報世讎(지사마도보세수) 지사는 칼을 갈아 선대 원수 갚는구나

 

藥圃雪深新綠嫩(약포설심신록눈) 약초밭에 눈 깊어도 새싹은 나고

梅村月上暗香浮(매촌월상암향부) 매와 마을 달이 뜨니 살포시 향기 떠돌지만

自知信美非吾土(자지신미비오토) 제아무리 좋아도 내 땅 아님을 알겠으니

何日言歸放葉舟(하일언귀방엽주) 어느 때 한 척 배로 내 고향 돌아갈까

其九(기구)

其十(기십)

其十一(기십일)

 

200.「화귀거래사」 이인로 [和歸去來辭 李仁老] 담기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陶潛昔歸吾亦歸(도잠석귀오역귀) 도잠이 옛날에 돌아갔으니 나도 돌아가리라

得隍鹿而何喜(득황록이하희) 해자의 사슴을 얻은들 무엇이 기쁘며

失塞馬而奚悲(실새마이해비) 새옹(塞翁)이 말을 잃은들 무엇이 슬프랴

 

蛾赴燭而不悟(아부촉이불오) 나방이 불에 덤벼들어도 죽을 줄 모르고

駒過隙而莫追(구과극이막추) 망아지 틈을 지남을 따를 수 없네

纔握手而相誓(재악수이상서) 겨우 손잡고 서로 맹세하더니

未轉頭而皆非(미전두이개비) 머리도 채 돌리기 전에 다 틀려지누나

摘殘菊以爲飡(적잔국이위손) 시들은 국화를 따서 밥을 짓고

緝破荷而爲衣(즙파하이위의) 찢어진 연잎을 꿰매 옷 만들자

旣得反於何有(기득반어하유) 이미 무하유향(無何有鄕)에 돌아왔으니

誰復動於玄微(수부동어현미) 누가 다시 현미한 이치에 움직이랴

 

蝸舍雖窄(와사수착) 달팽이집이 비록 좁을망정

蟻陣爭奔(의진쟁분) 개미 떼는 다투어 달려오네

蛛絲網扇(주사망선) 거미줄이 문짝에 그물 치고

雀羅設門(작라설문) 참새 그물을 문에 칠 만하구나

 

臧穀俱亡(장곡구망) 장과 곡이 다 잃었으니

凡孰存(형범숙존) 형나라 범나라 어느 것이 존재하는가

以神爲馬(이신위마) 정신으로 말을 삼고

破瓠爲樽(파호위준) 큰 박을 쪼개어 뒤웅박을 삼으려네

 

身將老於(신장로어도구) 몸이 도구에 늙는다면

樂不減於商顔(낙불감어상안) 즐거움은 상안 못지않으리

遊於物而無忤(유어물이무오) 사물을 노닐어 거슬림이 없으니

在所寓以皆安(재소우이개안) 몸 붙이는 곳이 모두 편안하구나

 

鱗固潛於尺澤(인고잠어척택) 물고기는 얕은 물에도 잠기는데

翅豈折於天關(시기절어천관) 새가 높이 난들 어찌 하늘문에 꺾일 것인가

肯逐情而外獲(긍축정이외획) 정욕을 쫓아 밖에서 얻으려 하는가

方收視以(방수시이내관) 바야흐로 눈 감고 안을 보고 있네

 

途皆觸而無礙(도개촉이무애) 길은 다 닥치는 데마다 걸림이 없고

興苟盡則方還(흥구진칙방환) 흥이 만약 다하면 바야흐로 돌아오리

鵬萬里而奚適(붕만리이해적) 붕새는 만 리를 무얼 하러 날아가나

鷦一枝而尙寬(초일지이상관) 메추리는 한 가지로도 넉넉한 걸

 

信解牛之悟惠(신해우지오혜) 소를 잡는 백정이 문혜군(文惠君)을 깨우침이 미덥고

輪之對桓(지착륜지대환) 바퀴 깎는 장인이 제환공(齊桓公)에게 대답함을 알겠네

 

201.「황토점 삼수」 이제현 [黃土店 三首 李齊賢] 담기

其一(기일)

世事悠悠不忍聞(세사유유불인문) 세사는 시끄러워 귀담을 수 없는데

荒橋立馬忽忘言(황교입마홀망언) 다리 위에 말 멈추고 할 말을 잊었노라.

幾時白日明心曲(기시백일명심곡) 언제나 태양은 내 마음 밝힐지

是處靑山隔淚痕(시처청산격루흔) 푸른 산 바라보며 눈물지누나.

 

燒棧子房寧負信(소잔자방녕부신) 내 언제 믿음을 저버렸던가

翳桑靈輒早知恩(예상령첩조지은) 이국에서 헤매어도 은혜는 아네.

傷心無術身生翼(상심무술신생익) 내 몸 날개 없어 날아가지 못하고

飛到雲霄一叫閽(비도운소일규혼) 슬프다 나 홀로 애만 태우네.

其二(기이)

咄咄書空但坐愁(돌돌서공단좌수) 허공에 '쯧쯧'이라고 쓰며 앉아서 탄식만 할 뿐

式微何處是菟裘(식미하처시도구) 딱해지신 우리 임은 어느 곳이 안식처랴

十年艱險魚千里(십년간험어천리) 십 년 동안 험한 길에 물고기처럼 천 리를 다니듯

萬古升沈一丘(만고승침맥일구) 만고 흥망은 담비 떼가 한 언덕에 몰리는 듯

 

白日西飛魂正斷(백일서비혼정단) 밝은 해가 서로 지니 혼이 바로 끊어지고

碧江東注淚先流(벽강동주루선류) 푸른 강물 동으로 흐르니 눈물이 먼저 쏟아진다

滿門簪履無鷄狗(만문잠이무계구) 문안 가득 덕 입은 자 닭·개 재주마저 없으니

飽德如吾死合羞(포덕여오사합수) 은덕 받은 나 같은 자 죽어도 면목 없네

其三(기삼)

寸腸氷炭亂交加(촌장빙탄난교가) 마음속에 얼음과 숯 어지러이 들볶는데

一望燕山九起嗟(일망연산구기차) 연산을 한 번 바라보고 탄식은 아홉 번 하네

誰謂鱣鯨困螻蟻(수위전경곤루의) 고래가 개미에게 욕볼 줄 누가 알았으랴

可憐蟣虱訴蝦(가련기슬소하마) 가련하구나! 이가 두꺼비를 참소하다니

 

才微杜漸顔宜赭(재미두점안의자) 미리 막는 재주 없으니 얼굴 당연 붉어지고

責重扶顚髮已華(책중부전발이화) 붙드는 책임 중한데 머리칼은 벌써 희어지네

萬古金縢遺冊在(만고김등유책재) 만고에 금등유책 남아 있으니

未容群叔誤周家(미용군숙오주가) 관숙·채숙이 주나라를 그르치지 못하리라

 

202.「회음표모묘」 이제현 [淮陰漂母墓 李齊賢] 담기

其一(기일)

重士憐窮義自深(중사련궁의자심) 선비를 중히 여기고 가난을 불쌍히 여긴 의가 절로 깊으니

豈將一飯望千金(기장일반망천금) 어찌 한 그릇 밥으로 천금을 바랐겠는가

歸來却責南昌長(귀래각책남창장) 돌아와 남창의 정장을 책망했으니

未必王孫識母心(미필왕손식모심) 반드시 왕손도 표모의 마음을 몰랐던가 봐

其二(기이)
婦人猶解識英雄(부인유해식영웅) 여자인데도 오히려 영웅을 잘 알아봐서

一見慇懃慰困窮(일견은근위곤궁) 한 번 보자 은근히 곤궁을 위로했네

自棄爪牙資敵國(자기조아자적국) 스스로 날랜 장수 버려 적국에 보탰으니

項王無賴目重(항왕무뢰목중동) 항왕은 눈이 중동이라도 소용이 없었네

 

203.「희이군중민봉군」 이규보 [戱李君中敏縫裙 李奎報] 담기

踏破香紈雪色裙(답파향환설색군) 눈빛처럼 흰 고운 비단치마 밟아 터졌네

誰家帳底弄文君(수가장저롱문군) 누구 집 휘장 안에서 탁문군을 건드렸나

細君愼勿加針線(세군신물가침선) 영부인(令夫人)이여, 꿰매는 일일랑 그만두시오

又向巫山染雨雲(우향무산염우운) 또 무산에서 운우를 물들일 텐데

………………………………………………………………………………….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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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네이버- 사전-지식백과-카테고리보기-문학백과-고려시대 한시읽기(203)

                                                                    -조선시대 한시읽기(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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