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漢詩
제1부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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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감로사차혜소운」 김부식 [甘露寺次惠素韻 金富軾] 담기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속객들은 이르지 못하는 곳이라
登臨意思清(등림의사청) 올라오니 마음이 맑아지네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 산 모양은 가을이라 더욱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강 빛은 밤인데도 더 환하구나
白鳥孤飛盡(백조고비진) 흰 새는 훨훨 날아가 버리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외로운 배는 홀로 가볍게 떠 가네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 스스로 부끄럽구나,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반평생을 공명 찾아 헤맸으니
其一(기일)
旅枕鷄號夢易廻[여침계호몽역회] 나그네 잠 닭 울음에 꿈이 뒤섞여
征鞍欲拂思悠哉[정안욕불사유재] 말에 앉아 떨치려 해도 생각이 아득하네
霜風淅瀝貂?弊[상풍석력초구폐] 서릿바람에 서걱서걱 갖옷은 해지고
星月난干畵角哀[성월난간화각애] 별빛 달빛 줄줄이 뿔피리 소리 구슬퍼
淸渭却思浮葉去[청위각사부엽거] 맑은 위수에 배 띄울 생각은 말아야지
玄都非爲看花來[현도비위간화래] 현도관에 꽃구경하러 온 것 아니니
孟嘗賓客皆珠履[맹상빈객개주리] 맹상군의 식객 모두 구슬신 신었다지만
豈必三千摠俊才[기필삼천총준재] 삼천 명 모두가 다 뛰어난 인재였으랴
其二(기이)
枕肱茅店夜三更(침굉모점야삼경) 초가 주막에 팔 베고 누우니 밤은 삼경인데
矯首金臺路幾程(교수김대로기정) 머리 들어 금대를 바라보니 갈 길이 몇 리인고
苦節頗同彈鋏客(고절파동탄협객) 괴롭게 지킨 절개 자못 풍환과 같건만
芳年已過棄繻生(방년이과기수생) 한창 나이는 종군보다 더 먹었네
窮通有命悲親老(궁통유명비친로) 빈궁과 출세는 천명이니 늙은 어버이 애처롭고
緩急非才愧主明(완급비재괴주명) 완급에 재주 없으니 밝으신 임금께 부끄럽네
畢竟行藏誰與問(필경행장수여문) 한평생의 내 출처를 누구에게 물어볼까
滿窓霜月獨鍾情(만창상월독종정) 창에 가득한 서리달만이 정이 있는 듯 비추어 주네
其三(기삼)
半世雕?恥壯夫[반세조충치장부] 반평생의 글장난 장부로서 부끄럽고
中年跨馬倦征途[중년과마권정도] 중년에 말을 타는 먼 길에 지쳤는데
杯盤草草燈花落[배반초초등화락] 단출한 술상 위에 등잔불똥 떨어지고
關塞??曉月孤[관새초초효월고] 아득한 국경요새 새벽달이 외로워라
華表未歸千載鶴[화표미귀천재학] 화표에는 천년동안 학이 돌아오지 않고
上林誰借一枝烏[상림수차일지오] 상림원 나뭇가지 누가 까마귀에게 줄까
有錢徑買?腸酒[유전경매요장주] 돈 있으면 곧바로 술을 사서 마시고
莫使詩班入?鬚[막사시반입빈수] 시 짓느라 수염 희끗해지게 아니 하리
其四(기사)
長卿去蜀曾題柱[장경거촉증제주] 장경은 촉 떠날 때 기둥에 글을 썼고
鄒子遊梁得曳?[추자유양득예거] 추자는 양에 머물며 옷자락을 끌었나니
奔走無功合投劾[분주무공합투핵] 분주해도 공 없으면 응당 물러나야지
交遊似夢惜離居[교유사몽석이거] 사귀던 일 꿈만 같아 헤어짐이 아쉽지만
未?蓑笠盟鷗鳥[미변사립맹구조] 도롱이 삿갓 털기도 전 갈매기와 놀자하고
已分圖書養?魚[이분도서양두어] 책은 이미 좀이 먹게 나누어 주었네
一望鄕關時自笑[일망향관시자소] 고향산천 바라보매 절로 웃음 나오니
百年天地亦?廬[백년천지역거려] 한평생 세상살이 그 또한 여관살이
江南女兒花揷頭(강남여아화삽두) 강남의 아가씨는 머리에 꽃을 꽂고
笑呼伴侶游芳洲(소호반려유방주) 웃으며 벗들 불러내어 방주에서 노니네
蕩槳歸來日欲暮(탕장귀래일욕모) 노를 저어 돌아올 때 해가 막 지려는데 鴛
鴦雙飛無限愁(원앙쌍비무한수) 원앙새만 쌍으로 나니 무한이 시름겹네
江南蕩風俗(강남탕풍속) 강남땅은 풍속이 음탕하여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딸을 아리땁고도 예쁘게 기르네
冶性恥針線(야성치침선) 요염한 성품이라 바느질을 부끄러워하고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화장 마치자 악기를 고르네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배운 것은 고상한 음률은 아니었기에
多被春心牽(다피춘심견) 그 소리 대개 남녀의 정에 이끌리네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스스로 '꽃답고 아름다운 그 얼굴
長占艶陽年(장점염양년) 언제나 청춘을 차지할 거라' 생각하네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 도리어 이웃집 여자를 비웃기를
終朝弄機杼(종조롱기저) "아침 내내 베틀과 북을 놀리네
機杼縱勞身(기저종로신) 베틀과 북이 비록 몸을 괴롭혀도
羅衣不到汝(라의부도여) 비단 옷은 네게 오지 않으리"
江南柳江南柳(강남류강남류) 강남 버들은 강남 버들은
春風裊裊黃金絲(춘풍뇨뇨황김사) 봄바람에 하늘하늘 황금실로 흔들리네
江南柳色年年好(강남류색년년호) 강남에 버들빛은 해마다 좋건마는
江南行客歸何時(강남행객귀하시) 강남의 나그네는 어느 때나 돌아가리
蒼海茫茫萬丈波(창해망망만장파) 푸른 바다 망망해 만 길 파도 넘실대고
家山遠在天之涯(가산원재천지애) 고향 산은 멀리 하늘 끝에 있으니
天涯之人日夜望歸舟(천애지인일야망귀주) 하늘 끝 이 사람 날마다 밤바다 돌아갈 배를 바라보네
坐對落花空長嘆(좌대락화공장탄) 앉아서 낙화를 마주하여 부질없이 탄식만 할 뿐
空長嘆但識相思苦(공장탄단식상사고) 부질없는 긴 탄식에 상사의 괴로움은 알겠지만
肯識此間行路難(긍식차간행로난) 이 사이 행로난을 누가 알리오
人生莫作遠遊客(인생막작원유객) 사람으로 태어나 원유객 되지 마오
少年兩鬢如雪白(소년량빈여설백) 소년의 두 귀밑머리가 눈처럼 희어졌네
6.「강상월야 망객주」 이규보 [江上月夜 望客酒 李奎報] 담기
官人閑捻笛橫吹(관인한념적횡취) 벼슬아치 한가로이 몸 비틀고 젓대 비껴 부는데
蒲蓆凌風走似飛(포석릉풍주사비) 부들돛배는 바람을 타고 나는 듯 달려가네
天上月輪天下共(천상월륜천하공) 하늘의 둥근달은 천하가 함께 보건마는
自疑私載一船歸(자의사재일선귀) 자기만 한 배 싣고 가는구나 싶겠지
7.「개성사 팔척방」 정지상 [開聖寺 八尺房 鄭知常] 담기
百步九折登 岏(백보구절등찬완) 백보에 아홉 굽이, 가파른 산을 올라오니
家在半空唯數間(가재반공유수간) 반쯤 허공에 앉은 절은 겨우 몇 칸뿐이로다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맑디맑은 신비스런 샘에서는 찬 물이 떨어지고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어두운 해묵은 벽엔 푸른 이끼 얼룩졌네
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 바위 끝 늙은 솔엔 한 조각달 걸려 있고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하늘 가 구름 밑엔 천점 산이 벌려 섰네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홍진세상 온갖 일이 이르지 못하나니
幽人獨得長年閑(유인독득장년한) 숨은 사람 한평생 한가로움을 누리누나
8.「개신국호 위조선 이수」 원천석 [改新國號 爲朝鮮 二首 元天錫] 담기
其一(기일)
王家事業便成塵(왕가사업편성진) 왕씨 집안 사업이 문득 티끌이 되어
依舊山河國號新(의구산하국호신) 산하는 예와 같은데 나라 이름 새롭구나
雲物不隨人事變(운물불수인사변) 풍광만은 사람일 따라 변하지 않아
尙令閑客暗傷神(상령한객암상신) 오히려 한가로운 나그네로 하여금 몰래 시름겹게 하네
其二(기이)
恭惟天子重東方(공유천자중동방) 생각건대 천자께서 동방을 중히 여겨
命號朝鮮理適當(명호조선리적당) 조선이라 명명하니 그 이치 적당하네
箕子遺風將復振(기자유풍장복진) 기자께서 남긴 풍속 장차 다시 떨칠 테니
必應諸夏競觀光(필응제하경관광) 반드시 응당 여러 나라 다투듯 관광하리
倏忽百年半(숙홀백년반) 어느새 훌쩍 지난 백 년의 반
蒼黃東海隅(창황동해우) 동해 구석에서 허둥대었네
吾生元跼蹐(오생원국척) 나의 인생 원래 움츠리며 살았다만
世路亦崎嶇(세로역기구) 세상길은 또 험난하구나
白髮或時有(백발혹시유) 백발이야 언젠가는 생길 것이니
靑山何處無(청산하처무) 청산이야 어디인들 없을 것인가
微吟意不盡(미음의불진) 나직이 읊노라니 생각이 끝이 없어
兀坐似枯株(올좌사고주) 마른 나뭇등걸처럼 오뚝 앉았노라
堯階三尺卑(요계삼척비) 요임금 섬돌은 세 자로 낮았으나
千載餘其德(천재여기덕) 천추에 그 덕을 남기었고
秦城萬里長(진성만리장) 진시황 성은 만 리나 되었으나
二世失其國(이세실기국) 두 대만에 나라를 잃었네
古今靑史中(고금청사중) 고금의 역사 속에서
可以爲觀式(가이위관식) 거울로 삼을 수 있으나
隋皇何不思(수황하부사) 수나라 황제(煬帝(양제))는 어찌 생각하지 못하고서
土木竭人力(토목갈인력) 토목공사로 백성의 힘 말렸던가
小雨朝來捲細毛(소우조래권세모) 가랑비가 아침 되자 잔털처럼 걷히더니
浴江初日暈紅濤(욕강초일훈홍도) 강에 목욕한 아침 해가 붉은 파도 무리를 짓네
千門撲地魚鱗錯(천문박지어린착) 천여 가옥 땅에 가득 고기비늘 맞춰 놓듯
雙闕攙天鷙翼高(쌍궐참천지익고) 짝진 대궐 하늘 솟아 매 날개인 양 드높아라
吳苑裌衣晴鬪草(오원겹의청투초) 오원엔 겹옷들로 햇볕 속에 풀싸움이요
漢宮仙袂醉分桃(한궁선몌취분도) 한궁엔 신선 소매로 취해 복숭아를 나누네
多慙久忝金閨侍(다참구첨금규시) 많이 부끄러워라, 주제넘게 궁 안에서 오래 모셔
與倚淸香捧赭袍(여의청향봉자포) 맑은 향기 함께 싸여 임금님을 받든 것이
12.「경주용삭사각」 박인범 [涇州龍朔寺閣 朴仁範] 담기
翬飛仙閣在靑冥(휘비선각재청명) 나는 듯한 신선의 집이 푸른 하늘에 솟아
月殿笙歌歷歷聽(월전생가력력청) 월궁의 피리소리가 역력히 들리는 듯
燈撼螢光明鳥道(등감형광명조도) 등불은 반딧불인 양 새의 길 비추고
梯回虹影到岩扃(제회홍영도암경) 사다리는 무지개 그림자인 양 바위 문에 이르렀네
人隨流水何時盡(인수류수하시진) 인생은 흐르는 물 따라 어느 때 그칠까
竹帶寒山萬古靑(죽대한산만고청) 대는 찬 산에 둘러 만고에 푸르네
試問是非空色理(시문시비공색리) 시험 삼아 시비공색의 이치를 물어보니
百年愁醉坐來醒(백년수취좌래성) 평생 취했던 시름 금방 깨네
蒼松生道傍(창송생도방) 해묵은 솔이 길가에 자라니
未免斤斧傷(미면근부상) 도끼의 상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리
尙將堅貞質(상장견정질) 아직도 굳고 곧은 바탕을 지녀
助此爝火光(조차작화광) 횃불의 빛을 도와줄 수 있다네
安得無恙在(안득무양재) 어쩌면 병 없이 조용히 있어
直榦凌雲長(직간릉운장) 똑바로 구름을 뚫고 자라
時來竪廊廟(시래수랑묘) 때가 와서 큰 집을 지을 적이면
屹立充棟樑(흘립충동량) 우람한 저 대들보에 충당할 것인가
夫誰知此意(부수지차의) 누가 이 뜻을 미리 알아
移種最高岡(이종최고강) 가장 높은 산에 옮기어 심어 줄 것인가
江上山如淡掃眉(강상산여담소미) 강위의 산들은 곱게 그린 눈썹 같고
人家處處槿花籬(인가처처근화리) 인가엔 곳곳마다 무궁화 핀 울타리네
停舟欲問松間寺(정주욕문송간사) 배 멈추고 송림 속의 절 물으려다
策杖先窺竹下池(책장선규죽하지) 지팡이 짚고 먼저 대 아래 못 보네
帆影暮連芳草遠(범영모련방초원) 돛 그림자는 황혼에 초원 멀리 이어지고
鍾聲曉出白雲遲(종성효출백운지) 종소리는 새벽에 흰 구름에서 더디 나오누나
憑欄一望三吳小(빙란일망삼오소) 난간에 기대 바라보니, 삼오가 작아 보여
像想將軍立馬時(상상장군립마시) 장군이 말 세웠던 때 상상되네
槿花低映碧山峯(근화저영벽산봉) 무궁화는 나직이 푸른 산봉우리에 비치는데
卯酒初酣白玉容(묘주초감백옥용) 아침술에 백옥 같은 얼굴 막 붉어지네
舞罷霓裳歡未足(무파예상환미족) 예상곡 춤 끝난 뒤에 즐거움이 흡족하지 못한 때
一朝雷雨送猪龍(일조뢰우송저룡) 하루아침 우뢰와 비가 저룡을 보냈구나
16.「과회음 유감표모사」 이숭인 [過淮陰 有感漂母事 李崇仁] 담기
一飯王孫感慨多(일반왕손감개다) 왕손에게 한 끼 밥을 주어 감개 많긴 하였으나
不須菹醢竟如何(부수저해경여하) 처형될 줄 모른 것 마침내 어찌하랴
孤墳千載精靈在(고분천재정령재) 외로운 무덤 천년 뒤에도 정령만은 있을 테니
笑煞高皇猛士歌(소살고황맹사가) 한고조의 「맹사가」를 비웃으리
17.「금강산 이절」 이제현 [金剛山 二絶 李齊賢] 담기
普德窟(보덕굴)」
陰風生巖曲(음풍생암곡) 음산한 바람 바위틈에서 불어오고
溪水深更綠(계수심갱녹) 시냇물 깊어 더욱 푸른데
倚杖望層巓(의장망층전) 지팡이에 의지하여 절벽 꼭대기를 바라보니
飛簷駕雲木(비첨가운목) 날 듯한 처마가 구름 감긴 나무를 타고 있구나
雪立亭亭千萬峯(설립정정천만봉) 하얗게 우뚝 선 천만 봉우리
海雲開出玉芙蓉(해운개출옥부용) 바다구름 걷히자 옥 연꽃 드러나네
神光蕩漾滄溟近(신광탕양창명근) 늠실대는 신령스러운 빛 창해를 닮은 듯
淑氣蜿蜒造化鍾(숙기원연조화종) 굼틀대는 맑은 기운 조화를 모은 듯
突兀岡巒臨鳥道(돌올강만임조도) 우뚝한 산부리는 조도를 굽어보고
淸幽洞壑祕仙蹤(청유동학비선종) 맑고 그윽한 골짜기엔 신선의 자취 감추었네
東遊便欲凌高頂(동유편욕릉고정) 동쪽을 유람하다 곧 정상에 올라
俯視鴻濛一盪胸(부시홍몽일탕흉) 우주를 굽어보며 가슴 한번 씻어 보자
「漢浦弄月(한포롱월)」
日落沙逾白(일락사유백) 해가 지니 모래가 더욱 희고
雲移水更淸(운이수경청) 구름이 옮겨 가니 물이 더욱 맑구나
高人弄明月(고인롱명월) 고상한 사람이 밝은 달을 희롱하니
只欠紫鸞笙(지흠자란생) 다만 자란생 없음이 흠이로구려
20.「금중동지신죽」 최승로 [禁中東池新竹 崔承老] 담기
錦籜初開粉節明(금탁초개분절명) 뽀얀 죽순 껍질 막 열려 고운 마디 분명한데
低臨輦路綠陰成(저임연로록음성) 머리 숙이고 길에 들자 녹음이 이루었네
宸遊何心將天樂(신유하심장천악) 임금님 놀이에 무슨 마음으로 천악이 울리려고
自有金風撼玉聲(자유김풍감옥성) 가을바람 절로 불어 옥소리를 날리는가
吾窮正坐詩(오궁정좌시) 내가 궁색할 때 바로 앉아 시를 쓰는데
袖手久已縮(수수구이축) 소매 속의 손은 이미 오그라든 지 오래네
但恐身後名(단공신후명) 다만 두려운 건 죽은 뒤의 이름이
同腐草與木(동부초여목) 초목과 함께 썩어 없어지는 것이네
晚學揚子雲(만학양자운) 늦게나마 양자운을 배우려 하니
草玄在天祿(초현재천록) 초록한 『태현경』이 천록각에 있고
隃麋不見賜(유미부견사) 먹을 하사받지 못하여
未奏三千牘(미주삼천독) 삼천장의 편지 아뢰지 못했네
念昔家未破(염석가미파) 옛적 우리 집 아직 파산되지 않았을 때 생각해봐도
嘗寶松煙馥(상보송연복) 항상 향기 나는 먹 보배로 여겼네
正患墨磨人(정환묵마인) 정말 먹 가는 사람 걱정되니
豈暇歎未足(개가탄미족) 어찌 먹이 부족하다는 탄식에 겨를 있었으랴
如今篋笥貧(여금협사빈) 지금같이 먹 상자 비었으니
牢落無餘蓄(뇌락무여축) 남겨 둔 먹 없이 쓸쓸하네
君得東坡法(군득동파법) 그대는 소동파의 먹 만드는 법 터득했으니
油煙收幾掬(유연수기국) 윤기 있는 먹 몇 움큼 가졌으리라
歲月儻可支(세월당가지) 세월이 만약 버텨 준다면
分我一寸玉(분아일촌옥) 나에게 한 자루쯤 나눠 주게나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봄이 깊은 골목에는 지나가는 사람 적은데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락우다) 복숭아꽃 오얏꽃 피었다가 떨어지는 것도 많다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지난해 그 정자 위에 앉았던 일 기억하나니
一簾疏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한 주렴 성근 비에 술은 철철 넘쳤었지
23.「기미오월일 지주사최공댁 천엽류화성개 세소한견 특환이내한인노 김내한극기 이유원담지 함사직순급여 점운명부운」 이규보 [己未五月日 知奏事崔公宅 千葉榴花盛開 世所罕見 特喚李...] 담기
玉顔初被酒(옥안초피주) 옥 같은 얼굴에 술기운 처음 돌아
紅暈十分侵(홍훈십분침) 발그레한 빛 온통 배었네
葩複鍾天巧(파복종천교) 겹친 꽃잎 천연스레 공교롭고
姿嬌挑客尋(자교도객심) 예쁜 자태에 객의 마음 설레네
爇香晴引蝶(설향청인접) 향 피운 듯 맑은 날엔 나비 모이고
散火夜驚禽(산화야경금) 불빛 흩어진 듯 밤에는 새들이 놀라네
惜艶敎開晩(석염교개만) 예쁜 빛 아끼어 늦게 피라 하였으니
誰知造物心(수지조물심) 누가 조물주의 마음 알겠는가
其一(기일)
衣鉢誰知海外傳(의발수지해외전) 의발이 해외로 전해질 줄 누가 알았으랴
圭齋一語尙琅然(규재일어상랑연) 규재의 한마디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邇來物價皆翔貴(이래물가개상귀) 근래에 물건값이 모두 뛰어올랐는데도
獨我文章不直錢(독아문장부직전) 유독 나의 문장만 값을 받지 못하는구나
其二(기이)
其三(기삼)
退卧田廬未足多(퇴와전려미족다) 물러나 시골집에 누운들 자랑할 바 못 되니
山川爲界入豪家(산천위계입호가) 산천을 경계로 모두가 호가의 땅인 걸
算來猶勝馳名客(산래유승치명객) 추측해 보니 그래도 낫겠네, 이름이나 치달리며
萬丈黃埃鬢欲華(만장황애빈욕화) 만길 누런 먼지 속에 백발이 되려는 객보다는
錦字裁成寄玉關(금자재성기옥관) 비단 글자 마련하여 옥관에 부치노니
勸君珍重好加餐(권군진중호가찬) 님께 권하노니, 몸조심하여 밥 많이 드소서
封侯自是男兒事(봉후자시남아사) 후에 봉해짐은 바로 남아의 일이니
不斬樓蘭未擬還(부참루란미의환) 누란을 베지 않고는 돌아오지 마소서
27.「기유삼월 치관후작」 최해 [己酉三月 褫官後作 崔瀣] 담기
分將疏懶掩柴關(분장소라엄시관) 천분(天分) 게을러 사립문 닫고 있으니
十日無人一往還(십일무인일왕환) 열흘에 한 번도 다녀가는 이 없네
懷古誰憐空好古(회고수련공호고) 옛것을 좋아하니 부질없이 호고(好古)하는 나를 누가 어여삐 여기리오
愛閑自覺不如閑(애한자각불여한) 한가함을 사랑하니 한가함보다 나은 것 없는 줄 알겠네
風來樹影低簷暗(풍래수영저첨암) 바람이 불자 나무그림자는 처마 밑에 어둑하고
雨送苔痕上砌斑(우송태흔상체반) 비가 들이치니 이끼 자국 섬돌 위에 얼룩지네
尙友前修眞枉尺(상우전수진왕척) 옛 선인을 벗하자 나는 참으로 굽힐 줄 알겠으니
有時捬卷仰高山(유시부권앙고산) 이따금 책 어루만지며 고산처럼 옛사람을 우러르네
百年心事一扁舟(백년심사일편주) 백 년의 뜻과 일을 한 거룻배에 붙였으니
自笑歸來已白頭(자소귀래이백두) 스스로 우습다, 돌아오니 이미 흰머리로세
猶有皇朝玉堂夢(유유황조옥당몽) 아직도 황조 옥당의 꿈은 있어서
不知身在荻花洲(부지신재적화주) 내 몸이 갈대꽃 핀 물가에 있는 줄을 알지 못하네
自從避地便忘歸(자종피지편망귀) 난을 피해 온 뒤로 곧 돌아가길 잊었지만
夜夢時時入試闈(야몽시시입시위) 밤 꿈속에 때때로 과장에 들어가지요
要使家聲今復振(요사가성금복진) 요컨대 우리 집 명성을 지금 다시 떨치려면
靑雲相伴鶺鴒飛(청운상반척령비) 청운길에 형제 나란히 날아야지요
30.「기행일수 증청주참군」 이곡 [紀行一首 贈淸州參軍 李穀] 담기
古人重畫一(고인중화일) 예전 사람 획일을 중시했는데
今人好變更(금인호변경) 지금 사람은 변경하길 좋아하네
法令牛毛細(법령우모세) 법령은 마치 쇠털같이 세밀해짐에 따라
黔蒼魚尾赬(검창어미정) 백성은 물고기 꼬리같이 붉구나
嗟遠遊子(차차원유자) 슬프다, 멀리 노니는 사람이여
爾心胡不平(이심호부평) 네 마음은 어찌하여 편하지 못하신...
飛舞翩翩去却回(비무편편거각회) 펄펄 날아 춤추며 가다가 다시 돌아오고
倒吹還欲上枝開(도취환욕상지개) 거꾸로 불려 다시 가지에 올라가 피려 하는구나
無端一片黏絲網(무단일편점사망) 무단히 한 조각이 거미줄에 걸리면
時見蜘蛛捕蝶來(시견지주포접래) 때로는 거미가 나비를 잡으러 오는 것을 본다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 말을 타고 길을 가며 「촉도난」 읊조리다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부입진관) 오늘 아침 비로소 진관으로 들어가는구나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 푸른 구름 저물 무렵 어부수에 가리웠고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 붉은 숲은 가을 맞아 조서산에 이어졌네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 문자는 주체 못 할 천고의 한을 더하는데
利名誰博一身閑(이명수박일신한) 명리(名利)를 누가 일신의 한가함과 바꾸랴
令人最憶安和路(영인최억안화로) 사람으로 하여금 가장 그리운 것은 안화 길에서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 죽장에 짚신 신고 멋대로 왕래하던 일이네
作詩尤所難(작시우소난) 시를 짓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語意得雙美(어의득쌍미) 말과 뜻이 함께 아름다워야 해서이네
含蓄意苟深(함축의구심) 함축된 뜻이 진실로 깊어야
咀嚼味愈粹(저작미유수) 음미할수록 맛이 더욱 깊다네
意立語不圓(의립어부원) 뜻은 세웠으나 말이 원숙하지 못하면
澁莫行其意(삽막행기의) 난삽하여 바른 뜻을 펴지 못한다...
就中所可後(취중소가후) 이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은
雕刻華艶耳(조각화염이)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네
華艶豈必排(화염기필배) 아름답게 꾸민 것 어찌 반드시 배제하랴만
頗亦費精思(파역비정사) 자못 또한 정신을 소비해야 한다네
攬華遺其實(남화유기실) 꽃만 잡고 그 열매를 버리니
所以失詩旨(소이실시지) 이 때문에 시의 뜻을 잃게 된다네
邇來作者輩(이래작자배) 근래 시 짓는 무리들이
不思風雅義(부사풍아의) 풍아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外飾假丹靑(외식가단청) 겉으로만 거짓 단청을 꾸며
求中一時嗜(구중일시기) 한때의 기호만 맞추려 하네
意本得於天(의본득어천) 뜻은 본래 하늘에서 얻는 것이므로
難可率爾致(난가솔이치) 쉽게 이를 수 있기가 어렵다네
自揣得之難(자췌득지난) 스스로 얻기 어려운 줄 알고
因之事綺靡(인지사기미)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아
以此眩諸人(이차현제인) 이것으로 여러 사람을 현혹시켜
欲掩意所匱(욕엄의소궤) 뜻이 없음을 가리려 하네
此俗寖已成(차속침이성) 이러한 습속이 점점 이루어져
斯文垂墮地(사문수타지) 사문이 땅에 떨어졌네
李杜不復生(이두부부생) 이백과 두보 다시 나오지 않으니
誰與辨眞僞(수여변진위) 누구와 함께 진위를 분별할까
我欲築頹基(아욕축퇴기) 나는 허물어진 터를 쌓으려 하는데
無人助一簣(무인조일궤) 한 삼태기도 도와주는 사람 없네
誦詩三百篇(송시삼백편) 『시경』 삼백 편을 외운들
何處補諷刺(하처보풍자) 어느 곳에 풍자가 도움되리
自行亦云可(자행역운가) 나만 행하는 것은 괜찮겠지만
孤唱人必戱(고창인필희) 홀로 소리쳐도 남들은 반드시 놀리겠지
34.「다경루배권일재 용고인운 동부」 이제현 [多景樓倍權一齋 用古人韻 同賦 李齊賢] 담기
楊子津南古潤州(양자진남고윤주) 양자강 나루 남쪽 옛 윤주에서
幾番觀樂幾番愁(기번관악기번수) 환락은 몇 번이고 시름은 얼마였던고
佞臣謀國魚貪餌(영신모국어탐이) 고기가 미끼를 탐하듯 아첨 신하 나라 농락하고
黠吏憂民鳥養羞(힐리우민조양수) 새가 모이를 저장하듯 약은 관리 백성 괴롭히네
風鐸夜喧潮入浦(풍탁야훤조입포) 풍경 소리 요란한 밤 조수는 개펄에 들고
煙蓑暝立雨侵樓(연사명립우침루) 도롱이 입고 선 황혼녘 비가 다락에 휘뿌리네
中流擊楫非吾事(중류격즙비오사) 중류에 돛대를 침은 내 일이 아니라서
閑望天涯范蠡舟(한망천애범려주) 하늘 가 범려의 배를 한가히 바라보네
35.「단오일 유감」 정도전 [端午日 有感 鄭道傳] 담기
野父田翁勸酒頻(야부전옹권주빈) 농삿집 늙은이들 술을 자주 권하면서
謂言今日是良辰(위언금일시량진) 오늘은 바로 좋은 날이라 일러 주네
頹然醉臥茅簷下(퇴연취와모첨하) 쓰러져 취하여 초가집 처마 아래에 누웠으니
還愧醒吟澤畔人(환괴성음택반인) 도리어 홀로 깨어 읊조리는 택반 사람 부끄럽네
飮闌欹枕畫屛低(음란의침화병저) 취토록 마시고 그림 병풍 아래 베개 베고 누웠다가
夢覺前村第一鷄(몽각전촌제일계) 앞마을의 첫 닭 소리에 꿈을 깨네
却憶夜深雲雨散(각억야심운우산) 문득 생각하노니, 밤 깊어 운우가 흩어진 뒤
碧空孤月小樓西(벽공고월소루서) 푸른 하늘 외로운 달이 작은 누각 서쪽에 걸렸던 것을
37.「대국유감 사수」 이색 [對菊有感 四首 李穡] 담기
其一(기일)
人情那似物無情(인정나사물무정) 인정이 어찌 무정한 물정과 같을까
觸境年來漸不平(촉경년래점불평) 연래엔 닥치는 일마다 불평이 더해 가네
偶向東籬羞滿面(우향동리수만면) 우연히 동쪽 울타리 향해 얼굴 가득 붉히어라
眞黃花對僞淵明(진황화대위연명) 진짜 국화와 가짜 연명이 마주했네그
其二(기이)
爛熳開時爛熳游(난만개시란만유) : 국화 난만하게 필 적엔 사람도 난만하게 노나니
煙紅露綠滿城浮(연홍로록만성부) : 연기 불그스레하고 이슬도 푸르게 성에 가득하다.
山齋又是秋風晚(산재우시추풍만) : 이 좋은 산재, 게다가 가을바람 불어오는 저녁
只有黃花映白頭(지유황화영백두) : 오직 누런 국화꽃 있어 내 흰 머리를 비추는구나
其三(기삼)
仁煕殿北白沙岡(인희전북백사강) : 인희전 북쪽 흰 백사장 모래 언덕에
駐蹕群臣獻壽觴(주필군신헌수상) : 임금의 행차 머무니 신하들 술잔 올린다.
病裏苦吟秋又晚(병리고음추우만) : 병중에 애써 시를 읊노니 가을에다 저녁이라
夢中時或侍先生(몽중시혹시선왕) : 꿈속에서나 혹 선왕을 모셔보려나.
其四(기사)
龍沙漠漠又秋風(용사막막우추풍) : 용만의 모래벌판 아득하고 가을바람마저 부는데
衰草連雲落照紅(쇠초연운락조홍) : 시든 풀과 피어오르는 구름은 지는 햇볕에 붉다.
折得黃花誰上壽(절득황화수상수) : 노란 국화꽃 꺾어 누가 임금의 장수를 비나
海西千里是行宮(해서천리시행궁) : 바다 서쪽 천 리 먼 곳에 우리 임금 행궁있는데.
38.「대농부음 이수」 이규보 [代農夫吟 二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帶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비를 맞으며 밭이랑에 엎드려 김을 매니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모습 검고 추악하니 어찌 사람의 모습이리오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왕손공자여, 나를 업신여기지 말라
富貴豪奢出自儂(부귀호사출자농) (당신들의) 부귀호사가 나로부터 나오나니
其二(기이)
新穀靑靑猶在畝(신곡청청유재무) : 시퍼런 새 곡식 아직도 채 밭에 있는데
縣胥官吏已徵租(현서관리이징조) : 현의 서리들은 벌써 조세를 징수하는구나.
力耕富國關吾輩(역경부국관오배) : 힘껏 일한
부자 나라 우리들에게 달렸는데
何苦相侵剝及膚(하고상침박급부) : 어찌 이다지도
빼앗으며 살마저 벗겨 가는가.
生涯寒似水(생애한사수) 생애는 싸늘하기 물과 같은데
賦役亂如雲(부역난여운) 부역은 뒤엉켜 구름 같구나
急抄築城卒(급초축성졸) 급하게 성 쌓을 병졸을 뽑더니
兼抽鍛鐵軍(겸추단철군) 다시 철을 단련시킬 군사를 징발하네
風霜損禾稼(풍상손화가) 바람과 서리도 농사일 망치고
積雪弊衣裙(적설폐의군) 쌓이는 눈에 옷마저 해졌구나
未忘妻孥養(미망처노양) 처자식 양육을 잊을 수 없어
心煎火欲焚(심전화욕분) 불타는 듯 마음이 애타는구나
一別征車隔歲來(일별정차격세래) 가는 수레 한 번 작별한 뒤 1년이 다하니
幾勞登覩倚樓臺(기로등도의루대) 다락에 기대어 바라보고자 오르기에 몇 번이나 수고로웠나
雖然有此相思苦(수연유차상사고) 서로 그리는 괴로움 비록 이와 같을지라도
不願無功便早廻(불원무공편조회) 공 없이 빨리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丱角森森東海之蒼煙(관각삼삼동해지창연) 동해의 검푸른 연기에 동남동녀 아득하고
紫芝曄曄商山之翠巓(자지엽엽상산지취전) 상산의 푸른 봉우리에는 붉은 지초 빛난다
等是當時避秦處(등시당시피진처) 이처럼 당시 진나라를 피할 만한 곳은
桃源最號爲神仙(도원최호위신선) 도원이 가장 좋아 신선이라 하였네
溪流盡處山作口(계류진처산작구) 시냇물이 다한 곳에 산에 입구가 뚫렸으니
土膏水軟多良田(토고수연다량전) 땅이 기름지고 물도 부드러워 좋은 밭이 많았다
紅尨吠雲白日晩(홍방폐운백일만) 붉은 삽살개 구름 보고 짖어 해 저물고
落花滿地春風顚(낙화만지춘풍전) 떨어진 꽃 땅에 가득하여 봄바람에 뒤집히네
鄕心斗斷種桃後(향심두단종도후) 복숭아나무 심은 뒤에 홀연 고향 생각 끊어졌고
世事只說焚書前(세사지설분서전) 책을 사르기 이전 세상의 일들만 말하였다
坐看草樹知寒暑(좌간초수지한서) 앉아 풀과 나무를 보아 추위와 더위 알고
笑領童孩忘後先(소령동해망후선) 웃으며 어린아이 데리고 앞뒤를 잊었네
漁人一見卽回棹(어인일견즉회도) 어부가 한 번 보고 곧 배를 돌리니
煙波萬古空蒼然(연파만고공창연) 안개 낀 물결만 만고에 속절없이 아득하여라
君不見江南村(군불견강남촌) 그대 저 강남 마을 보지 못했는가
竹作戶花作藩(죽작호화작번) 대나무가 지게문 되고 꽃이 울타리 되며
淸流涓涓寒月漫(청류연연한월만) 실개울 맑은 물에는 찬 달이 어지럽고
碧樹寂寂幽禽喧(벽수적적유금훤) 고요한 푸른 나무에는 그윽한 새가 지저귄다
所恨居民産業日零落(소한거민산업일령락) 한스럽기는 백성들 생활이 날로 피폐한데
縣吏索米長敲門(현리색미장고문) 고을 아전들은 세미 받으러 항상 문을 두드린다네
但無外事來相逼(단무외사래상핍) 다만 바깥일로 와서 핍박하는 것만 없다면
山村處處皆桃源(산촌처처개도원) 산촌은 곳곳마다 모두 도원일 텐데
此詩有味君莫棄(차시유미군막기) 이 시는 뜻이 있거니 그대는 버리지 말고
寫入郡譜傳兒孫(사입군보전아손) 고을 문헌에 적어 두었다가 자손들에게 전하라
東飄西轉路岐塵(동표서전로기진) 동쪽으로 나부끼고 서쪽으로 굴러 갈림길에서 먼지 쓰며
獨策羸驂幾苦辛(독책리참기고신) 홀로 여윈 말 몰고 채찍질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나
不是不知歸去好(불시부지귀거호) 돌아감이 좋은 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只緣歸去又家貧(지연귀거우가빈) 다만 돌아가 봤자 집이 또 가난할 따름이리
43.「도중피우 유감」 이곡 [途中避雨 有感 李穀] 담기
甲第當街蔭綠槐(갑제당가음록괴) 거리의 훌륭한 집, 푸른 홰나무에 가렸는데
高門應爲子孫開(고문응위자손개) 높은 문은 아마도 자손 위해 열었겠지만
年來易主無車馬(년래역주무차마) 요샌 주인 바뀌고 찾는 손님조차 없어
唯有行人避雨來(유유행인피우래) 오직 길 가던 나그네만 비를 피하러 오네
榮辱循環理自然(영욕순환리자연) 영화와 욕됨의 돌고 도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
有誰哀怨向蒼天(유수애원향창천) 누가 푸른 하늘을 향해 슬퍼하고 원망하랴
高名千古長沙上(고명천고장사상) 높은 이름 천고토록 장사에 남았거니와
只愧才非賈少年(지괴재비가소년) 다만 내 재주가 가소년에 못 미쳐 부끄러울 뿐
吾道多迷晦(오도다미회) 우리 도가 혼미한 적 많아서
儒冠摠冶容(유관총야용) 갓 쓴 선비들은 겉만 꾸미네
子雲殊寂寞(자운수적막) 자운이 자못 적막한 척했고
伯始自中庸(백시자중용) 백시는 중용이라 자처했네
六籍終安用(육적종안용) 육경을 마침내 어디 쓰랴
三章竟不從(삼장경부종) 삼장조차 끝내 따르지 않았으니
悠悠千載下(유유천재하) 아득한 천년 뒤건만
重憶孔明龍(중억공명룡) 공명와룡(孔明臥龍)을 다시 생각하네
曙色明樓角(서색명루각) 새벽빛은 누각 끝에 밝고
春風着柳梢(춘풍착류초) 봄바람은 버드나무 가지 끝에 다가오네
鷄人初報曉(계인초보효) 계인이 처음으로 새벽을 알리니
已向寢門朝(이향침문조) 이미 침문에서 아침 문안 드리네
元氣判 渾(원기판비혼) 한 덩어리로 뭉친 원기 갈라져서
天皇地皇氏(천황지황씨) 천황씨 지황씨가 태어났다
十三十一頭(십삼십일두) 머리가 열셋 혹은 열하나
體貌多奇異(체모다기이) 그 모습 기이함이 많았다
其餘聖帝王(기여성제왕) 그 나머지 성스러운 제왕들
亦備載經史(역비재경사) 경서(經書)와 사서(史書)에 실려 있다
女節感大星(여절감대성) 여절은 큰 별에 감응되어
乃生大昊摯(내생대호지) 이에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 지를 낳았고
女樞生顓頊(여추생전욱) 여추는 전욱을 낳았는데
亦感瑤光暐(역감요광위) 또한 북두칠성의 광채에 감응되었다
伏羲制牲犧(복희제생희) 복희씨는 희생제도(제사법)를 마련하였고
燧人始鑽燧(수인시찬수) 수인씨는 불을 만들어 냈다
生蓂高帝祥(생명고제상) 명협(蓂莢)이 난 것은 요(堯)임금의 상서요
雨粟神農瑞(우속신농서) 하늘에서 곡식 떨어진 것은 신농씨의 상서다
靑天女媧補(청천녀왜보) 푸른 하늘은 여와씨가 기웠고
洪水大禹理(홍수대우리) 홍수는 우(禹)임금이 다스렸다
黃帝將升天(황제장승천) 황제헌원씨(黃帝軒轅氏)가 하늘에 오르려 할 제
胡髥龍自至(호염용자지) 턱에 수염 난 용이 절로 이르렀다
太古淳朴時(태고순박시) 태고 적 순박할 때는
靈聖難備記(영성난비기) 신령하고 성스러운 것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는데
後世漸澆漓(후세점요리) 후세에 인정이 점점 야박해지고
風俗例汰侈(풍속례태치) 풍속이 지나치게 사치해져
聖人間或生(성인간혹생) 성인이 간혹 나기는 하였으나
神迹少所示(신적소소시) 신령한 자취 보인 것이 드물었다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한 점 같은 군산에 석양빛이 붉었는데
闊吞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오초를 삼킬 듯이 기세 끝이 없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먼 바람이 불어오며 저녁달 솟아오니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은촛불이 아른아른 초롱 속에 들어 있는 듯
49.「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부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 원천석 [杜
門 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元天錫] 담기
古鏡(고경)」
曾照蛾眉粉面新(증조아미분면신) 일찍이 눈썹 비춰 화장 얼굴 새롭더니
十年奩底久埋塵(십년렴저구매진) 십 년 동안 경대 아래서 오래 먼지에 묻혔네
皎然本質元無損(교연본질원무손) 밝은 본바탕은 원래 손상되지 않았건만
刮垢磨光欠一人(괄구마광흠일인) 먼지 털고 광을 내는 한 사람이 없구나
50.「등롱시 사수」 이규보 [燈籠詩 四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五色雲中拜玉皇(오색운중배옥황) 오색구름 속에 옥황에게 절하니
壓頭星月動寒芒(압두성월동한망) 머리 위로 별과 달이 차가운 빛을 쏟아내네
都人不覺天文爛(도인불각천문란) 도성 사람들은 천문이 찬란한 줄 모르고
遙認銀燈爍爍光(요인은등삭삭광) 멀리서 은등불이 반짝이는 것으로만 알고 있네
其二(기이)
其삼(기삼)
其사(기사)
西風遠客獨登樓(서풍원객독등루) 서녘 바람에 먼 나그네 홀로 다락에 오르니
楓葉蘆花滿眼愁(풍엽로화만안수) 단풍잎 갈대꽃 눈에 시름 가득하네
何處人家橫玉笛(하처인가횡옥적) 어느 곳 뉘 집에서 옥피리 비껴들어
一聲吹斷一江秋(일성취단일강추) 한 가락 불어온 강의 가을을 끊는가
其一(기일)
風細不敎金燼落(풍세불교금신락) 바람이 잔잔해 금불똥을 떨어뜨리지 않건만
更長漸見玉蟲生(경장점견옥충생) 밤이 깊으니 차츰 옥벌레의 생김을 보겠구나
須知一片丹心在(수지일편단심재) 모름지기 알겠노라,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있어
欲助重瞳日月明(욕조중동일월명) 겹눈동자의 일월 같은 밝음을 도우려 하고자 함을
其二(기이)
谷寒未放金鶯?(곡한미방금앵전) 골짜기 차니 황금빛 꾀꼬리 아직 지저귀지 못하고
風?難敎海燕來(풍초난교해연래) 바람 사나우니 바다제비 오기 어렵네
須信帝城春色早(수신제성춘색조) 믿나니 서울에는 봄빛이 일찍와서
銀花千樹徹宵開(은화천수철소개) 수많은 나무 은빛 꽃이 밤을 새워 피겠구나
城闕深嚴更漏長(성궐심엄경루장) 성과 궁궐이 깊고 엄한 채 시간 깊이가고
燈山火樹燦交光(등산화수찬교광) 연등 걸린 산과 불 숲은 어울려 찬란해라
綺羅縹緲春風細(기라표묘춘풍세) 비단 휘장 어슴푸레 봄바람은 살랑대고
金碧鮮明曉月涼(금벽선명효월량) 고운 단청 환해지며 새벽 달 서늘하네
華蓋正高天比極(화개정고천비극) 어좌(御座)는 하늘 북극에 드높이 걸려 있고
玉爐相對殿中央(옥로상대전중앙) 옥로는 대궐 중앙에 마주 대해 놓여 있네
君王恭默疏聲色(군왕공묵소성색) 임금님 공손하셔서 성색을 멀리하시니
弟子休誇百寶粧(제자휴과백보장) 궁녀들아 패물치레 자랑 마라
54.「등윤주자화사상방」 최치원 [登潤州慈和寺上房 崔致遠] 담기
登臨暫隔路岐塵(등림잠격로기진) 산에 올라 잠시 갈림길 먼지와 멀어졌으나
吟想興亡恨益新(음상흥망한익신) 흥망을 읊으며 생각하니 한이 더욱 새롭구나
畫角聲中朝暮浪(화각성중조모랑) 뿔나팔 소리 가운데 아침저녁 물결일고
靑山影裏古今人(청산영리고금인) 푸른 산 그림자 속엔 고금 인물 몇몇인고
霜摧玉樹花無主(상최옥수화무주) 서리가 옥수를 꺾어 꽃은 주인이 없고
風暖金陵草自春(풍난금릉초자춘) 바람이 따스한 금릉에 풀만 절로 봄이구나
賴有謝家餘境在(뇌유사가여경재) 사씨 집의 남은 풍광이 있음에 힘입어
長敎詩客爽精神(장교시객상정신) 길이 시인에게 정신을 상쾌하게 하네
55.「등전주망경대」 정몽주 [登全州望京臺 鄭夢周] 담기
千仞岡頭石徑橫(천인강두석경횡) 천 길 산등성이 위에 돌길이 비꼈는데
登臨使我不勝情(등림사아불승정) 올라 보니 나로 하여금 회포를 가눌 길이 없게 하네
靑山隱約扶餘國(청산은약부여국) 청산은 가물가물 부여국이 여기였고
黃葉繽紛百濟城(황엽빈분백제성) 누른 잎이 우수수 백제성이 저기인데
九月高風愁客子(구월고풍수객자) 9월 높은 바람은 나그네를 시름겹게 하고
百年豪氣誤書生(백년호기오서생) 백 년 호기는 서생을 그르쳤네
天涯日沒浮雲合(천애일몰부운합) 하늘가에 지는 해는 뜬구름 덮였으니
惆悵無由望玉京(추창무유망옥경) 서글퍼라, 옥경을 바라볼 길 없구나
境僻人誰到(경벽인수도) 후미진 곳에 어느 누가 올 것인가
春深酒半酣(춘심주반감) 봄이 한창이니 술이 얼큰히 취했네
花光迷杜曲(화광미두곡) 꽃빛은 두씨 마을인가 싶고
竹影似城南(죽영사성남) 대 그림자는 성남과 비슷하구나
長嘯愁無四(장소수무사) 휘파람 길게 부니 네 시름 다 없어지고
行歌樂有三(행가악유삼) 다니며 노래 부르니 세 즐거움 생기네
靜中滋味在(정중자미재) 고요한 가운데 재미있으니
豈是世人諳(기시세인암) 어찌 세상 사람들 이걸 알 수 있으랴
老來心事向春慵(노래심사향춘용) 늘그막의 심사가 봄에 게을러져
睡起空驚落絮風(수기공경락서풍) 자다 일어나 부질없이 바람결에 떨어지는 버들개지에 놀란다
紅雨濛濛簾捲處(홍우몽몽렴권처) 발을 걷는 곳에 붉은 비가 쏟아지고
靑陰漠漠鳥啼中(청음막막조제중) 우는 새소리에 푸른 그늘이 어둑하구나
田家葚熟麥將稠(전가심숙맥장조) 전가에 오디 익으니 보리가 장차 한창인데
綠樹時聞黃栗留(녹수시문황률류) 푸른 나무에서 때때로 꾀꼬리소리 듣는다
似識洛陽花下客(사식락양화하객) 낙양의 꽃 아래 손님 아는 듯
殷勤百囀未能休(은근백전미능휴) 은근히 울고 울어 쉬지를 않네
59.「문교방기창포곡가 유감」 김부식 [聞敎坊妓唱布穀歌 有感 金富軾] 담기
佳人猶唱舊歌詞(가인유창구가사) 기생들은 아직까지 옛 노래를 부르며
布穀飛來櫪樹稀(포곡비래력수희) "뻐꾸기가 도토리나무에 날아오는 것이 드물다."고
還似霓裳羽衣曲(환사예상우의곡) 도리어 똑같구나, 「예상곡우의곡」에
開元遺老淚霑衣(개원유로루점의) 개원의 남은 늙은이들 눈물이 옷을 적심과
60.「문군수수인이장피죄 이수」 이규보 [聞郡守數人以贓被罪 二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歲儉民幾死(세검민기사) 흉년 들어 거의 죽게 된 백성
唯殘骨與皮(유잔골여피) 오직 앙상하게 뼈와 가죽만 남았는데
身中餘幾肉(신중여기육) 몸속에 남은 살이 얼마나 된다고
屠割欲無遺(도할욕무유) 남김없이 죄다 긁어내려 하는가
其二(기이)
61.「문금월십오일 국가이정창군립왕위 전왕부자이위신돈자손 폐위서인 이수」 원천석 [聞今月十五日 國家以定昌君立王位 前王父子以爲辛旽子孫 廢爲庶人 二首 元天錫] 담기
其一(기일)
前王父子各分離(전왕부자각분리) 전 임금 부자가 각각 헤어지니
萬里東西天一涯(만리동서천일애) 만 리 동쪽 서쪽 하늘 끝이라네
可使一身爲庶類(가사일신위서류) 한 몸이야 서인으로 만들 수 있으나
正名千古不遷移(정명천고부천이) 정명은 천고에도 변하지 않으리라
其二(기이)
祖王信誓應于天(조왕신서응우천) 조왕의 맹세 하늘에 감응하여
餘澤流傳數百年(여택류전수백년) 남은 은택이 수백 년에 전해졌네
分揀假眞何不早(분간가진하부조) 참과 거짓을 분별함을 어찌 일찍 하지 않았는가
彼蒼之鑑照明然(피창지감조명연) 저 푸른 하늘의 거울만은 환하게 비추어 주리라
法宮有儼深九重(법궁유엄심구중) 대궐이 우람하여 깊이가 구중이니
一日萬機紛其叢(일일만기분기총) 하루에도 큰 정사(政事) 무더기로 쌓이누나
君王要得民情通(군왕요득민정통) 임금님은 백성과 정을 통해야 하는 지라
大開言路達四聰(대개언로달사총) 언로를 활짝 열어 사총(四聰)을 달하셨네
開言路臣所見(개언로신소견) 언로가 열렸으니 신의 소견으로는
我后之德與舜同(아후지덕여순동) 우리 임금 덕이 순임금과 같으시네
聖人受命乘飛龍(성인수명승비룡) 성인이 천명을 받아 나는 용을 타시니
多士競起如雲從(다사경기여운종) 뭇 선비 다투어 일어나 구름처럼 따르도다
恊謀効力成厥功(협모효력성궐공) 꾀 맞추고 힘을 바쳐 그 공을 이뤘으니
誓以山河保始終(서이산하보시종) 산하로써 맹세하여 시종을 안보(安保)하네
保功臣臣所見(보공신신소견) 공신을 안보(安保)하니 신의 소견으로는
我后之德垂無窮(아후지덕수무궁) 우리 임금 성덕이 무궁에 드리우리
經界毁矣久未修(경계훼의구미수) 경계 무너져 오래도록 수리 못 해
强幷弱削相炰烋(강병약삭상포휴) 강자는 겸병하고 약자는 빼앗겨 기세가 대단하네
我后正之期甫周(아후정지기보주) 우리 임금 바로잡아 주의 보후 기하시니
倉廩充富民息休(창름충부민식휴) 창고는 가득 차고 백성은 편안하네
正經界臣所見(정경계신소견) 경계를 바로잡으니 신의 소견으로는
烝哉樂豈享千秋(증재악기향천추) 임금님이시여 즐겁게 천추를 누리시리다
爲政之要在禮樂(위정지요재례악) 정치하는 요령은 예악에 있어
近自閨門達邦國(근자규문달방국) 가까이는 안방에서부터 온 나라에 달하도다
我后定之垂典則(아후정지수전칙) 우리 임금 법칙을 제정하여 남기시니
秩然以序和以懌(질연이서화이역) 질서가 바로잡혀 평화롭고 즐겁구려
定禮樂臣所見(정례악신소견) 예악을 제정하니 신의 소견으로는
功成治定配無極(공성치정배무극) 공 이루고 다스림 정해져 무극과 짝하리라
强秦若翼虎(강진약익호) 강한 진나라는 나는 범과 같은데
懦趙眞首鼠(나조진수서) 나약한 조나라는 관망하는 쥐와 흡사했었지
特會非同盟(특회비동맹) 동맹이 아니라 특별히 모인 거라
安危在此擧(안위재차거) 안위가 이번 일에 달렸었다
藺卿膽如斗(인경담여두) 인상여의 담은 말만해서
杖劍立左右(장검입좌우) 칼을 짚고 옆에 서 있다가
叱咤生風雷(질타생풍뢰) 우뢰같이 한 번 꾸짖으니
萬乘自擊缶(만승자격부) 만승의 임금도 스스로 질장구를 쳤고
桓桓百萬兵(환환백만병) 용감한 백만 명 군사들도
一言有重輕(일언유중경) 그 한 말을 중히 여겼다
廉頗伏高義(염파복고의) 염파는 높은 의리에 감복하고
犬子慕遺名(견자모유명) 견자도 남긴 이름 사모하였네
駕言池上遊(가언지상유) 말을 타고 민지 가에 이르니
去我今幾秋(거아금기추) 나와 거리가 몇 천 년인데도
餘威起毛髮(여위기모발) 남은 위엄에 머리끝이 쭈뼛해지고
萬木寒颼颼(만목한수수) 온갖 나무도 찬바람에 떨고 있구나
龍首正東傾短墻(용수정동경단장) 용수산 바로 동편 짧은 담이 기울었고
水芹田畔有垂楊(수근전반유수양) 물미나리 논가에 버들가지 늘어졌네
身雖從衆無奇特(신수종중무기특) 몸은 비록 남들 따라 특이한 것 없지만
志則夷齊餓首陽(지칙이제아수양) 뜻은 백이(伯夷)·숙제(叔齊) 본받아 수양산에서 굶어 죽으리라
孤城微彎像半月(고성미만상반월) 외로운 성 약간 굽어 반달을 닮았고
荆棘半掩猩鼯穴(형극반엄성오혈) 가시덤불은 다람쥐 굴을 반쯤 가리고 있구나
鵠嶺靑松氣鬱蔥(곡령청송기울총) 곡령의 푸른 솔은 항상 울창한데
鷄林黃葉秋蕭瑟(계림황엽추소슬) 계림의 누른 잎은 가을엔 쓸쓸하다
自從太阿倒柄後(자종태아도병후) 태아의 자루를 거꾸로 잡은 뒤로부터
中原鹿死何人手(중원록사하인수) 중원의 사슴은 누구 손에 죽었는가
江女空傳玉樹花(강녀공전옥수화) 강가의 여자들은 부질없이 옥수화를 전하는데
春風幾拂金堤柳(춘풍기불금제류) 봄바람은 몇 번이나 금빛 제방의 버들을 흔들었던가
66.「발수주로상 유감」 권근 [發隨州路上 有感 權近] 담기
催車出登道(최차출등도) 수레를 재촉하여 길에 오르니
畏日流炎曦(외일유염희) 여름날이라 불볕이 흐르누나
驅馳踰山坂(구치유산판) 달려 달려 산언덕을 넘어가자니
馬困人亦疲(마곤인역피) 말이 피곤하고 사람도 피곤하네
行行不自息(행행부자식) 가고 가서 쉴 새 없으니
王事有程期(왕사유정기) 나랏일은 날짜가 정해졌기 때문
風來草樹動(풍래초수동) 바람 부니 풀과 나무 흔들리고
吹我涼膚肌(취아량부기) 내게 불어 피부와 살이 서늘하네
眷彼病畦者(권피병휴자) 농사에 병이 든 저 농부 돌아보니
曝背勤鋤犂(폭배근서리) 등 쬐며 김매고 밭 가는데 바쁘군 그래
孜孜望秋稔(자자망추임) 가을 곡식 익길 바라며 노력을 다해
輸稅身忍飢(수세신인기) 세 바치고 자신은 굶주림을 참네
我生幸免此(아생행면차) 내 삶은 다행히도 이를 면했으니
奔走何由辭(분주하유사) 분주하는 괴로움을 어떻게 사양하리까
67.「방김거사야거」 정도전 [訪金居士野居 鄭道傳] 담기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가을 그늘 아득아득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落葉無聲滿地紅(녁엽무성만지홍) 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시내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을 묻노라니
不知身在畫圖中(부지신재화도중) 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모르네
人盜天生物(인도천생물) 사람은 천생의 물건을 훔치는데
爾盜人所盜(이도인소도) 너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는구나
均爲口腹謀(균위구복모) 다 같이 입과 배를 위해 꾀한 일이니
何獨於汝討(하독어여토) 어찌 너만 나무라랴
論功豈啻破强吳(논공기시파강오) 공을 논하면 어찌 강한 오나라를 쳐부순 것뿐이랴
最在扁舟泛五湖(최재편주범오호) 가장 큰 공은 오호에 조각배를 띄운 거지
不解載將西子去(불해재장서자거) 서시를 배에 싣고 떠날 줄을 몰랐더라면
越宮還有一姑蘇(월궁환유일고소) 월나라 궁전에도 다시 고소대가 또 하나 있었을 것이네
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 오래된 길 적막한 채 솔뿌리가 얼기설기
天近斗牛聊可捫(천근두우료가문) 하늘이 가까워 두우성은 손에 잡힐 듯하네
浮雲流水客到寺(부운류수객도사) 뜬구름 흐르는 물인 양 나그네 절에 이르렀고
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 단풍잎 푸른 이끼에 스님은 문을 닫는구나
蠶生桑葉足(잠생상엽족) 누에가 막 나선 뽕잎이 넉넉하다가
蠶大桑葉稀(잠대상엽희) 누에가 크면 뽕잎도 드물어졌네
流汗走朝夕(유한주조석) 조석으로 땀 흘리며 분주하건만
非緣身上衣(비연신상의) 자기가 입을 옷 때문이 아니라네
老與病相隨(노여병상수) 늙음과 병이 함께 겹쳤는데
窮年一布衣(궁년일포의) 한평생 포의로 지냈네
玄花多掩映(현화다엄영) 눈은 흐릿하여 덮어 가린 것 많고
紫石少光輝(자석소광휘) 눈동자에 빛이 적구나
怯照燈前字(겁조등전자) 등불 앞 글자 읽기 두렵고
羞承雪後暉(수승설후휘) 눈 온 뒤 햇빛에는 눈이 부시네
待看金牓罷(대간금방피) 합격명단을 보기 기다리다 지쳐
閉目學忘機(폐목학망기) 눈감고 세상일 잊는 것 배운다
年年虛過試圍開(년년허과시위개) 해마다 과시 때를 헛되이 지내오누나
臨老猶堪矍鑠哉(임로유감확삭재) 늙어도 몸은 아직 정정하건만
科第由來收俊士(과제유래수준사) 과거란 준재만을 뽑는다지
公卿誰肯薦非才(공경수긍천비재) 공경 중에 누가 재주 없는 사람 천거하리
長鯨欲奮波濤渴(장경욕분파도갈) 큰 고래가 놀자니 물결이 마르고
病鶴思飛羽翼嶊(병학사비우익최) 병든 학이 날려 하니 날개가 부러졌네
舊有江東隱居地(구유강동은거지) 강동에 숨어 살던 땅 전부터 있으나
自憐頭白始歸來(자련두백시귀래) 머리 희어 비로소 돌아갈 내 신세 가련하네
西華而蕭索(서화이소삭) 서의 중화는 이미 시들고
北塞尙昏濛(북새상혼몽) 북쪽 변방은 아직도 캄캄하다
坐待文明旦(좌대문명단) 앉아서 문명의 아침을 기다리노니
天東日欲紅(천동일욕홍) 하늘 동쪽에 해가 붉으려 하네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잠깐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성은 빈 채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돌은 오래되어 구름은 천 년간 흘러가네
麟馬去不返(인마거불반)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고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천손은 어느 곳에 노니는고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길게 휘파람 불고 돌계단에 기대자니
山青江水流(산청강수류) 산은 푸르고 강물은 흘러가네
75.「북산잡제 구수」 이규보 [北山雜題 九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欲試山人心(욕시산인심) 산사람의 마음을 시험코자 하여
入門先醉奰(입문선취비) 문에 들자 먼저 취한 척 성을 내네
了不見喜愠(요불견희온) 끝내 기뻐하고 불평함을 나타내지 않으니
始覺眞高士(시각진고사) 비로소 정말 고사임을 알겠네
其二(기이)
高嶺不敢上 고령불감상 높은 봉우리에 감히 오르지 아니함은,
不是憚躋攀 불시탄제반 높이 오르는 것 싫어서가 아니라네.
恐將山中眼 공장산중안 산 속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乍復望人寰 사복망인환 잠시라도 인간세상 다시 볼까봐서라네.
其三(기삼)
山花發幽谷 산화발유곡 산꽃이 깊숙한 골짜기에 핀 것은,
欲報山中春 욕보산중춘 산 속의 봄을 알리고 싶어서라네.
何曾管開落 하증관개락 꽃 피고 지는 것을 어찌 간섭하리?
多是定中人 다시정중인 모두가 선정에 든 사람인 것을..
其四(기사)
山人不浪出 산인불랑출 산 속 사는 사람들 함부로 나가지 않아,
古徑蒼苔沒 고경창태몰 좁은 오솔길이 푸른 이끼에 묻혀있다.
應恐紅塵人 응공홍진인 마땅히 속세 사람들이 들까 두려운데,
欺我綠蘿月 기아녹라월 푸른 이끼에 걸린 달이 나를 속인다.
其五(기오)
我是忘機人 나는 기회를 보고 움직이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萬物視一類 만물을 모두 한 무리로 보네.
山鳥殊未知 산새가 유달리 이를 알지 못해서
見我忽驚起 나를 보고 갑자기 깜짝 놀라 날아가네.
其六(기육)
無心白駒詩 벼슬에 뜻이 없음을 노래한 백구시白駒詩에 마음이 없고
寓意黑蝶賦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읊은 흑접부黑蝶賦의 뜻을
풍자하네.
讀罷南華篇『장자莊子』를 다 읽고 나니
山中日亭午 산속의 해가 마침 한낮이네.
其七(기칠)
山花發幽谷(산화발유곡) 산꽃이 깊은 골짜기에 피어
欲報山中春(욕보산중춘) 산중의 봄을 알리려 하지
何曾管開落(하증관개락) 피고 지는 것을 어찌 일찍이 상관했던가
多是定中人(다시정중인) 모두가 선정에 든 사람이니
其八(기팔)
客榻靜無聊 손님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고요하여 심심하고 지루하니
幽人睡正濃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은 때마침 잠이 깊이 들었네.
未聞呼勝力 부르는 소리는 미처 듣지 못하다가
驚起一聲鍾 종소리 한 번 울리자 깜짝 놀라 일어나네.
其九(기구)
山人不出山(산인불출산) 산에 사는 사람이 산 밖을 나가지 않으니
古徑荒苔沒(고경황태몰) 옛길이 묵은 이끼에 파묻혔네
應恐紅塵人(응공홍진인) 아마 겁냈겠지, 속세 사람이
欺我綠蘿月(기아록라월) 담쟁이 사이 비친 달을 훔쳐볼까 봐
杜鵑聲裏但靑山(두견성리단청산) 두견의 소리 속에 푸른 산뿐이라
竟日行穿翠密間(경일행천취밀간) 종일토록 푸르고 빽빽한 풀을 뚫으며 걸어가네
渡一溪流知幾曲(도일계류지기곡) 한 시냇물을 건넜으니 몇 굽이나 남았는지
送潺潺了又潺潺(송잔잔료우잔잔) 흐르는 물 보내고 나면 또 흐르는 물이다
海棠花發白沙堤(해당화발백사제) 해당화 피어 있는 백사장 둑길에
紅艶紛紛沒馬蹄(홍염분분몰마제) 붉은 꽃 어지러이 말발굽에 묻혀 있네
時復行間六七里(시복행간육칠이) 때때로 다시 가는 6, 7리 길에서
忽聞枝上鷓鴣啼(홀문지상자고제) 문득 나뭇가지 위의 자고새 울음소리 듣네
78.「사송과사주구산사」 박인량 [使宋過泗洲龜山寺 朴寅亮] 담기
巉巖怪石疊成山(참암괴석첩성산) 험한 바위 괴상한 돌이 겹쳐 산이 되었는데
上有蓮坊水四環(상유련방수사환) 그 위에 절이 있어 물이 사방에 둘렀네
塔影倒江翻浪底(탑영도강번랑저) 탑 그림자가 강에 거꾸러져 물결 속에 일렁이고
磬聲搖月落雲間(경성요월락운간) 풍경소리가 달을 흔들며 구름 사이로 떨어지네
門前客棹洪濤疾(문전객도홍도질) 문 앞 나그네 탄 배의 노는 거센 파도에 빠르고
竹下僧棋白日閑(죽하승기백일한) 대 아래 중의 바둑은 한낮에 한가롭네
一奉皇華堪惜別(일봉황화감석별) 한 번 사신으로 오가는 몸 이별이 애석하니
更留詩句約重攀(경류시구약중반) 시구 남겨두고 다시 오기 기약하네
山禽啼盡落花飛(산금제진락화비) 산새는 울음 그치고 지는 꽃은 날며
客子未歸春已歸(객자미귀춘이귀) 나그네는 못 가는데 봄은 벌써 가 버렸네
忽有南風情思在(홀유남풍정사재) 갑자기 남녘 바람이 무슨 생각이 있는 듯
解吹庭草也依依(해취정초야의의) 자꾸 불어 뜰의 풀이
春去花猶在(춘거화유재) 봄은 가도 꽃은 아직 있고
天晴谷自陰(천청곡자음) 하늘은 갰건만 골짜기는 절로 어둑하네
杜鵑啼白晝(두견제백주) 소쩍새 한낮에 울고 있으니
始覺卜居深(시각복거심) 비로소 깨닫노라, 깊은 골에 사는 줄을
81「산석영정중월 이수」 이규보 [山夕詠井中月 二首 李奎報] 담기
其一(기일)
漣漪碧井碧嵓隈 (연의벽정벽암외) 이끼 덮인 암벽 모퉁이 맑은 우물 속에
新月娟娟正印來 (신월연연정인래) 방금 뜬 어여쁜 달이 바로 비추네
汲去甁中猶半影 (급거병중유반영) 길어 담은 물병 속에 반쪽 달이 반짝이니
恐將金鏡半分廻 (공장금경반분회) 둥근 달을 반쪽만 가지고 돌아올까 두렵구나
其二(기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물과 함께 한 병 속에 긷고 있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가서 바야흐로 응당 깨달으리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면 달도 또한 없음을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종이 이불에 한기 생기고 불당 등불은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鍾(사미일야불명종) 사미는 한밤 내내 종을 치지 않는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아마 성내겠지, 자던 손이 일찍 문을 열고서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의 눈에 덮인 소나무를 보잔다고
83.「삼척서루 팔영」 안축 [三陟西樓 八詠 安軸] 담기
「 牛背牧童(우배목동)」
仰空吹笛快軒眉(앙공취적쾌헌미) 하늘 우러러 피리 불며 즐겁게 눈살 펴는데
牛背身無掩脛衣(우배신무엄경의) 소 등에 탄 몸은 정강이를 가릴 옷도 없구나
家在山前陂隴隔(가재산전피롱격) 산 앞에 있는 집은 언덕으로 막혀 있고
雨天行趁暮鴉歸(우천행진모아귀) 비 내려 걸음 재촉하니 저녁 갈까마귀 돌아오네
橡栗橡栗栗非栗(상률상률률비률) 도톨밤 도톨밤, 밤이면서 밤이 아니거늘
誰以橡栗爲之名(수이상률위지명) 누가 도톨밤이라 이름 지었는가
味苦於荼色如炭(미고어도색여탄) 맛은 씀바귀보다 쓰며, 색은 숯처럼 검으나
療飢未必輸黃精(요기미필수황정) 요기하는 덴 반드시 황정보다 지지 않나니
85.「상원회호재 득루자」 최해 [上元會浩齋 得漏字 崔瀣] 담기
我衣縕袍人輕裘(아의온포인경구) 내가 솜옷을 입었는데 남들은 가벼운 갖옷 입고
人居華屋我圭竇(인거화옥아규두) 남은 화려한 집에 사는데 나는 초라한 집에 살았다
天翁賦與本不齊(천옹부여본부제) 하늘이 준 것은 본래 가지런하지 않아
我不人嫌人我詬(아불인혐인아구) 나는 사람을 꺼리지 않는데 사람들은 나를 욕한다
今夕何夕是元宵(금석하석시원소) 이 밤이 어떤 밤인가? 대보름 밤인데
筵秩侯家隨客後(연질후가수객후) 연회 베푼 후가에서 손님 뒤를 따르네
人間萬事何足論(인간만사하족론) 인간 만사를 무슨 말할 거리 있나
身健且向尊前鬪(신건차향존전투) 몸은 건강하니 우선 술동이 앞에서 술잔이나 다투어야지
君乎添酒復回燈(군호첨주복회등) 그대여, 술을 더 붓고 등불을 다시 켜게나
轟飮直到傳曉漏(굉음직도전효루) 새벽 파루 울릴 때가지 한껏 마시고 말리라
86.「서대관전보좌후 무일도장상 이수」 김인경 [書大觀殿黼座後 無逸圖障上 二首 金仁鏡] 담기
其一(기일)
其二(기이)
園花紅錦繡(원화홍금수) 동산의 꽃은 붉은 비단이요
宮柳碧絲綸(궁류벽사륜) 궁전의 버들은 푸른 실이다
喉舌千般巧(후설천반교) 재상들 각양각색의 교묘함이야
春鶯却勝人(춘앵각승인) 봄 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구나
紫陌春風細雨過(자맥춘풍세우과) 도성 거리 봄바람에 보슬비 지나가니
輕塵不動柳絲斜(경진부동류사사) 가벼운 티끌조차 일지 않고 버들개지 늘어졌네
綠窓朱戶笙歌咽(녹창주호생가열) 푸른 창 붉은 문에 자지러진 풍악 소리
盡是梨園弟子家(진시리원제자가) 이 모두 이원제자의 집이라네
風入湖山萬竅號(풍입호산만규호) 바람이 산수에 드니 일만 구멍이 부르짖고
宿雲歸盡塞天高(숙운귀진새천고) 자던 구름 다 돌아가니 변방의 하늘이 높구나
蒼鷹直上百千尺(창응직상백천척) 푸른 매 곧장 치솟아 백 천척을 올라가니
那箇纖塵點羽毛(나개섬진점우모) 저 가는 티끌인들 깃털에 묻으리오
晩年佐邑竟何成(만년좌읍경하성) 늘그막에 고을에 속관 되어 무엇을 이루었나
唯有千篇寫客情(유유천편사객정) 오직 천 편의 시로써 나그네 정을 읊었네
邊吏不知詩有味(변리부지시유미) 변방의 아전들이 시의 맛을 몰라
幾回相笑絶冠纓(기회상소절관영) 몇 번이고 서로 웃어 갓끈이 끊어졌네
詩人自古以詩窮(시인자고이시궁) 시인들은 예부터 시로 궁했다지만
顧我爲詩亦未工(고아위시역미공) 나를 돌이켜 보니 시 짓는 일도 뛰어나지 못했네
何事年來窮到骨(하사년래궁도골) 어쩐 일로 몇 년간 곤궁이 뼛속까지 사무칠까
長飢却似杜陵翁(장기각사두릉옹) 오래 굶주리긴 두보와 비슷하구나
二儀初判後(이의초판후) 음양이 처음 갈라진 뒤에
物種萬紛然(물종만분연) 사물의 종류 만 가지로 나뉘었네
有石中含質(유석중함질) 돌이 타고난 안으로 지닌 자질은
無人外奪堅(무인외탈견) 사람이 밖에서 굳음 못 뺏네
勢堪從擊破(세감종격파) 형세야 쳐부술 수는 있을지언정
性莫失生全(성막실생전) 본성은 타고난 온전함을 잃지 않는다오
素受形資地(소수형자지) 본디 땅에서 부여받은 형질
難移守自天(난이수자천) 옮기지 아니하고 천성을 지키지요
鐵慙融作器(철참융작기) 쇠는 녹아 그릇 됨이 부끄럽고
銅恥鑄成錢(동치주성전) 구리는 부어 돈이 됨도 창피하네
比若賢良士(비약현량사) 현량한 선비와 비교커니
操心固莫遷(조심고막천) 마음잡아 진실로 변치들 마시오
世愛牧丹紅(세애목단홍) 세상 사람이 붉은 모란을 좋아하여
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 뜰에 가득 심어 놓았네
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 누가 알리, 거친 들풀에도
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 또한 좋은 꽃떨기가 있는 줄을
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 빛은 마을 연못에 잠긴 달을 뛰어넘고
香傳隴樹風(향전롱수풍) 향은 언덕 나무 바람에 풍겨 오네
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 땅이 궁벽하니 공자가 적어
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 아리따운 모습을 촌옹에게만 붙이누나
93.「성동영가 차윤소종대제」 권근 [城東迎駕 次尹紹宗待制 權近] 담기
東巡畿甸閱春畋(동순기전열춘전) 동쪽으로 경기도를 순행하여 봄 사냥 사열하니
獵火燒原欲漲天(엽화소원욕창천) 들판에 붙은 사냥불길 하늘을 찌르누나
未進相如銜橛戒(미진상여함궐계) 사마상여(司馬相如)처럼 함궐의 경계를 못 올리고
遙瞻馳道向風烟(요첨치도향풍연) 바람연기 향해 아스라이 달리는 길만 바라보네
一帶滄波兩岸秋(일대창파량안추) 온 강에 푸른 물결 양쪽 언덕 가을인데
風吹細雨洒歸舟(풍취세우쇄귀주) 바람이 가랑비를 불어 돌아가는 배에 뿌린다
夜來泊近江邊竹(야래박근강변죽) 밤이 되자 강변 대숲 가까이에서 자니
葉葉寒聲摠是愁(엽엽한성총시수) 잎마다 찬 소리가 모두 다 시름이네
長巖曲(장암곡)(『高麗史(고려사)』 「樂志(악지)」: 平章事杜英哲(평장사두영철) 嘗流長巖(상류장암) 與一老人相善(여일로인상선) 及召還(급소환) 老人戒其苟進(노인계기구진) 英哲諾之(영철낙지) 後位至平章事(후위지평장사) 果又陷罪貶過之(과우함죄폄과지) 老人送之(노인송지) 作是歌(작시가) 以譏之(이기지))
拘拘有雀爾奚爲(구구유작이해위) 움츠린 참새야
너는 어찌하여
觸着網羅黃口兒(촉착망라황구아) 그물에나 걸리는 참새새끼가 되었느냐
眼孔元來在何許(안공원래재하허) 눈은 본래 어디에 두고서
可憐觸網雀兒癡(가련촉망작아치) 가엾게 그물에 걸리는 어리석은 참새가 됐나
96.「송이임종직랑 귀구은」 최해 [送李林宗直郞 歸舊隱 崔瀣] 담기
我欲歸歟久未歸(아욕귀여구미귀) 나는 돌아가려 하나 오래 못 돌아가는데
君胡去矣復來斯(군호거의복래사) 그대는 어찌 갔다가 다시 왔는고
衣冠恰似倡優戲(의관흡사창우희) 의관은 흡사 배우 놀 때 같고
升斗爭敎妻子肥(승두쟁교처자비) 쌀 몇 말로 다투어 어찌 처자를 살찌게 하리
却羨已收匡國策(각선이수광국책) 부러워라, 그대는 나라 건질 방책 마련했다는데
自憐苦乏買山貲(자련고핍매산자) 불쌍해라, 고달픈 나는 산 살 밑천도 없네그려
百年後有知音在(백년후유지음재) 백 년 뒤엔 지음이 있으리니
不用題詩淚滿衣(불용제시루만의) 시 지으며 눈물로 옷깃 적시지 않으리라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둑엔 풀빛이 짙어 가는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르려는지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강물에 더해지네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뜰 앞에 한 잎 떨어지자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평상 밑 온갖 벌레 슬피 우네
忽忽不可止(홀홀불가지) 갑자기 떠남을 말릴 수 없지만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하염없이 어디로 가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산이 끝난 곳에는 한 조각 마음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달 밝을 땐 외로운 꿈을 꿀 텐데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지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그대여 뒷기약 어기지 마시게
謫宦傷心涕淚揮(적환상심체루휘) 귀양살이 벼슬에 마음이 상해 눈물을 뿌리며
送人兼復送春歸(송인겸복송춘귀) 사람을 보내고 또 돌아가는 봄을 보내네
春風好去無留意(춘풍호거무류의) 봄바람아 잘 가고 머무를 생각 마라
久在人間學是非(구재인간학시비) 인간 세상에 오래 있으면 시비를 배울 테니
100.「수가 장원정상등루 만조유야수기우방계이귀 응제」 곽여 [隨駕 長源亭上登樓 晩眺有野叟騎牛傍溪而歸 應製 郭輿] 담기
太平容貌恣騎牛(태평용모자기우) 태평스런 모습으로 마음대로 소를 타고
半濕殘霏過壟頭(반습잔비과롱두) 부슬비에 반은 젖어 밭두둑을 지나간다
知有水邊家近在(지유수변가근재) 알겠구나, 물 가까이 집 있음을
從他落日傍溪流(종타락일방계류) 그를 따라 지는 해가 개울을 끼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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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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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네이버- 사전-지식백과-카테고리보기-문학백과-고려시대 한시읽기(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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