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시대 漢詩
제4부(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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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제양통판응우청계장」 백광훈 [題楊通判應遇靑溪障 白光勳] 담기
簿領催年鬢(부령최년빈) 관청 문서 귀밑털을 재촉하더니
溪山入畫圖(계산입화도) 시내와 산 그림 속에
들어와 있네
沙平舊岸是(사평구안시) 모래 평평한 옛 언덕
바로 여긴데
月白釣船孤(월백조선고) 달 밝은 채 낚싯배만
외롭구나
302.「제중성주인벽상」 유득공 [題中城主人壁上 柳得恭] 담기
家住蕪城下(가주무성하) 거친 성 아래 집이 있어
時畊殷代田(시경은대전) 때때로 은나라 때 밭을
갈다가
柴門共客望(시문공객망) 사립문에서 손님과 함께
바라볼 때면
桑柘晩芊芊(상자만천천) 뽕나무 숲 해질녘 무성하겠구나
卷裏天磨色(권리천마색) 책 속에 천마산 빛이
依依尙眼開(의의상안개) 어렴풋이 여전히 눈앞에
열리네
斯人今已矣(사인금이의) 이 사람 지금 이미 가고
없으니
古道日悠哉(고도일유재) 옛길은 날로 아득해지네
細雨靈通寺(세우령통사) 영통사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斜陽滿月臺(사양만월대) 만월대에는 석양이 비끼었네
死生曾契闊(사생증계활) 죽고 삶에 일찍이 서로
약속했는데
衰白獨徘徊(쇠백독배회) 쇠약한 백발의 몸으로
홀로 배회하노라
304.「제청산백운도」 이수광 [題靑山白雲圖 李晬光] 담기
白雲本無心(백운본무심) 흰 구름은 본디 마음이 없고
靑山亦不語(청산역불어) 푸른 산도 말이 없구나
色相兩空空(색상량공공) 색과 상 둘 다 실체가
없는데
風吹何處去(풍취하처거) 바람은 불어 어디로 가는가?
岧嶢飛閣郡城隈(초요비각군성외) 성 모퉁이의 날아갈 듯 높이 솟은 누각
하나
俯視中州氣壯哉(부시중주기장재) 충주를 굽어보는
그 기상 웅장하구나
山鎭東南尊月岳(산진동남존월악) 산은 동남방 제압하여
월악산을 떠받들고
水趨西北抱琴臺(수추서북포금대) 물은 서북쪽 따라
흘러 탄금대를 안고 있다네
乾坤縱目靑春動(건곤종목청춘동) 하늘과 땅 둘러보니 푸른 봄기운 꿈틀대는데
今古傷心白髮催(금고상심백발최) 고금에 마음 아파
흰머리 재촉하는구나
已覺元龍豪氣盡(이각원룡호기진) 원룡의 호기 없어진
걸 이미 알겠으니
明朝投劾可歸來(명조투핵가귀래) 내일 아침 투핵하고
돌아가리라
千尺巖崖傍碧流(천척암애방벽류) 천 척 바위 벼랑 곁으로 푸른 물 흐르고
如今佳會飮芳醇(여금가회음방순) 오늘 같은 좋은
만남에 향기로운 술 마시네
若將此樂爲圖畵(약장차락위도화) 만약 이 즐거움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作我千年長醉人(작아천년장취인) 나는 천 년 동안
술 취한 사람 되겠지
307.「제평성(박원종)화병」 팔절 신용개 [題平城(朴元宗)畫屛 八絶 申用漑] 담기
其一(기일)
芳逕步携琴(방경보휴금) 꽃길을
거문고를 끼고 걸으니
剩知乘興處(잉지승흥처) 더군다나 흥이 나는 곳을
알겠네
誰家別討春(수가별토춘) 어느 집에서 봄을 이별하고
있는가?
背柳穿花去(배류천화거) 버드나무 등지고 꽃을
뚫고 가네
仙山鬱岧嶢(선산울초요) 신선의 산이 울창하고 높으니
雲氣連蓬瀛(운기련봉영) 구름 기운이 봉래와 영주에
연하였도다
茅亭隱巖下(모정은암하) 띠로 이은 정자는 바위
밑에 숨어 있고
綠竹繞簷楹(녹죽요첨영) 푸른 대는 처마를 둘러싸고
있도다
高人奏綠綺(고인주록기) 고상한 사람이 녹기금을 타니
細和松風淸(세화송풍청) 가늘게 솔바람과 어울려
맑도다
彈成太古曲(탄성태고곡) 연주하여 태고의 곡조를
이루니
超然悟長生(초연오장생) 초연히 장생법을 깨달았겠구나
香燒古篆坐蕭然(향소고전좌소연) 향을 고전 향로에 사르고 쓸쓸히 앉아
讀盡黃庭內外篇(독진황정내외편) 『황정경』의 내외
편을 모두 읽었다
一味天眞無與語(일미천진무여어) 천진의 한 맛
더불어 말할 이 없어
畫中相對飮風仙(화중상대음풍선) 그림 속에서 서로
대하니 바람을 마시는 신선일세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비바람 쓸쓸하게 낚시터를 스칠 때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위수의 고기와
새는 망기한 줄 알았네
如何老作風雲將(여하노작풍운장) 어쩌자고 늘그막에
풍운 모는 장수 되어
終使夷齊餓采薇(종사이제아채미) 끝내 백이와 숙제
고사리 캐다 죽게 했나
311.「조조」 이승소 [早朝 李承召] 담기
東華待漏曙光回(동화대루서광회) 조정에서 조회를 기다리니 서광이 일며
萬戶千門次第開(만호천문차제개) 수많은 문이 차례로
열리네
雙鳳遙瞻扶玉輦(쌍봉요첨부옥련) 봉황이 멀리 보며
천자의 수레를 부축하고
九韶還訝下瑤臺(구소환아하요대) 구소곡 다시 맞아
요대에 내려오네
香煙殿上霏如霧(향연전상비여무) 향기로운 연기는 전각 위에 안개처럼 날리고
淸蹕雲間響轉雷(청필운간향전뢰) 맑은 벽제 소리
구름 사이에 우레처럼 울리네
聖代卽今家四海(성대즉금가사해) 성스러운 시대
당장 천하가 한집안이니
盡敎殊俗奉琛來(진교수속봉침래) 다 이국(異國)으로 하여금 보배 바치러 오게 하네
黃泥滑滑馬行遲(황니활활마행지) 황토 진흙 미끄러워 말은 더디지만
從旅相攀莫怨咨(종려상반막원자) 같이 사는 사람들아
서로 끌어주며 원망하지 말게나
自有文章娛寂寞(자유문장오적막) 적막을 즐길 만한
문장을 지녔으니
肯於名位恨差池(긍어명위한차지) 어찌 명예와 지위가
어긋난 일을 한하리오?
人中懷璧元堪罪(안중회벽원감죄) 사람 틈에서 옥을 품으면 원래 죄를 얻는 법이고
暗裏投珠却見疑(암리투주각견의) 어둠 속에 진주
던지면 도리어 의심을 받는 법이지
此去不愁身更遠(차거불수신갱원) 이번에 가면 몸이
더욱 소외됨을 근심하지 않으리니
梅花消息已南枝(매화소식이남지) 매화 소식이 이미
남쪽 가지에 왔을 텐데
313.「좌유화자 부용전운 이시석춘지의」 신광한 [座有和者 復用前韻 以示惜春之意 申光漢] 담기
名是爲春實是賓(명시위춘실시빈) 이름은 봄이지만 실은 손님
桃花欲謝強爲春(도화욕사강위춘) 복사꽃 지려는데 억지로 봄이라 하네
年年惜此春光去(년년석차춘광거) 해마다 봄빛이
지나가는 것을 애석해했는데
春作殘春人老人(춘작잔춘인로인) 봄은 늦봄이 되었고
사람은 노인이 되었네
314.「주분원이십여일 무료중효두자미기주가체 잡용리어 희성절구」 칠수 이하곤 [住分院二十餘日 無聊中效杜子美夔州歌體 雜用俚語 戱成絶句 七首 李夏坤] 담기
其三(기삼)
宣川土色白如雪(선천토색백여설) 선천의 흙 색깔은 눈처럼 흰데
御器燔成此第一(어기번성차제일) 임금님 그릇 구워
만든 것은 여기가 제일이네
監司奏罷蠲民役(감사주파견민역) 감사의 주청이
끝나면 백성의 일 줄려나
進上年年多退物(진상년년다퇴물) 해마다 진상품에
퇴자가 많은데
315.「주하양화도 석귀차계운운」 신용개 [舟下楊花渡 夕歸次季雲韻 申用漑] 담기
水國秋高木葉飛(수국추고목엽비) 수국의 가을이 깊어 나뭇잎은 날리고
沙寒鷗鷺淨毛衣(사한구로정모의) 차가운 모래 위의
갈매기와 해오라기는 깃털을 깨끗이 하네
西風日落吹遊艇(서풍일락취유정) 서풍이 해질녘에
놀잇배에 불어오니
醉後江山滿載歸(취후강산만재귀) 취한 후 강산을
가득 싣고 돌아왔네
衙罷乘閑出郭西(아파승한출곽서) 관청 일 마치고 틈을 내어 서쪽 성곽에 나서니
僧殘寺古路高低(승잔사고로고저) 스님 드물고 절은
오래되었는데 길은 울퉁불퉁
祭星壇畔春風早(제성단반춘풍조) 별 제사 지내는
제단 가에는 봄바람 아직 이른데
紅杏半開山鳥鳴(홍행반개산조명) 붉은 살구나무
반쯤 피었고 산새가 우는구나
317.「즉사(정축)」 이건창 [卽事(丁丑) 李建昌] 담기
一春多病掩茅茨(일춘다병엄모자) 온 봄 병이 많아 자리를 덮고 있어서
孤負山紅澗碧時(고부산홍간벽시) 외로이 산꽃이랑
맑은 시냇물을 등졌네
懶往人家猶戀客(라왕인가유련객) 남의 집에 가길
게을러 하고 오히려 객을 그리며
疎看書卷未忘詩(소간서권미망시) 책은 대략 보나
시 짓기는 잊지 못하네
新菘露滴侵籬葉(신숭로적침리엽) 이슬 맞은 새숭채 울타리를 덮치고
老杏風搖過屋枝(노행풍요과옥지) 바람에 흔들리는
오래된 살구가지 지붕을 넘어가네
睡起開門成獨笑(수기개문성독소) 자다 일어나 문을
열고 홀로 웃자니
小鬟襁負戱嬰兒(소환강부희영아) 어린 종이 갓난아이
강보에 업고 노네
318.「즉사」 이옥봉 [卽事 李玉峯] 담기
柳外江頭五馬嘶(유외강두오마시) 버들 너머 강 머리 오마가 울어대니
半醒半醉下樓時(반성반취하누시) 반쯤 깼다 반쯤
취해 다락에서 내릴 때로세
春紅欲瘦臨鏡粧(춘홍욕수림경장) 화장이 얇을세라
경대 앞에 앉아
試畫梅窓却月眉(시화매창각월미) 시험 삼아 매화
창의 반달눈썹 그린다오
319.「증거정주인구리김진」 황정욱 [贈居停主人舊吏金珍 黃廷彧] 담기
少年刀筆吏稱佳(소년도필리칭가) 젊어서 서기로 명성이 있었으나
老去還悲五色迷(노거환비오색미) 늙어서는 도리어
슬프게도 오색도 구분 못 하네
迷路世間吾亦爾(미로세간오역이) 세간의 미로에선
나 역시 그러하니
白頭筇杖笑相携(백두공장소상휴) 흰머리에 지팡이 짚고 웃으며 서로 끌어
주네
320.「증무녕독서아동양정」 송순 [贈撫寧讀書兒童養正 宋純] 담기
聖敎分明次第俱(성교분명차제구) 성인의 가르침은 분명하게 차례가 갖추어져 있으니
初門孝悌爾知無(초문효제이지무) 처음 들어가는
문이 효제임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自從科擧爲人病(자종과거위인병) 과거를 따름으로부터
사람의 병폐가 되어
天下堪傷正學蕪(천하감상정학무) 바른 학문 황폐함을
천하가 상심하네
321.「증별당질원량잠지임영동군」 신광한 [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 申光漢] 담기
一萬峯巒又二千(일만봉만우이천) 일만 봉우리에 다시 이천 봉우리
海雲開盡玉嬋姸(해운개진옥선연) 바다 구름 다
걷히자 옥빛이 곱다
少時多病今傷老(소시다병금상로) 젊을 때는 병이
많았고 이제는 늙어서
終負名山此百年(종부명산차백년) 끝내 명산을 저버린
지 백 년이네
落日毗盧頂(낙일비로정) 비로봉 봉우리에 해 지니
東溟杳遠天(동명묘원천) 동해는 먼 하늘에 아득하네
碧巖敲火宿(벽암고화숙) 푸른 바위틈에 불을 지펴
자고
連袂下蒼煙(연몌하창연) 소매 이어 푸른 안개
속으로 내려오네
323.「증안응휴(천서)」 성혼 [贈安應休(天瑞) 成渾] 담기
一區耕鑿水雲中(일구경착수운중) 물과 구름 낀 가운데에 한 뙈기 밭 갈고 우물 파니
萬事無心白髮翁(만사무심백발옹) 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네
睡起數聲山鳥語(수기수성산조어) 산새들 지저귀는
몇몇 소리에 잠깨 일어나
杖藜閑步遶花叢(장려한보요화총) 지팡이 짚고 산보하며
꽃들 구경하네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 안부가 어떠하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이 깁창을
비추니 저는 한에 사무치나이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만일 꿈속의 혼이
다니며 자취를 남기었더라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임의 집 앞 돌길은
반이 모래가 되었을 텐데
醉客執羅衫(취객집나삼)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를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명주저고리 손길을 따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불석일나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다만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두려워라
326.「지연」 박제가 [紙鳶 朴齊家] 담기
醉客執羅衫(취객집나삼)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를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명주저고리 손길을 따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불석일나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다만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두려워라
327.「질우」 홍양호 [叱牛 洪良浩] 담기
叱牛上山去(질우상산거) 이랴 소야 산을 올라가자
山高逕仄牛喘息(산고경측우천식) 산은 높고 길은
기울어 너도 숨차지
把犂將墢土(파려장발토)
쟁기 잡고 밭 갈려 하니
土硬人汗犂不入(토경인한리불입) 땅은 단단하고 사람은 땀나며 쟁기는 들어가지
않지만
牛兮努力莫退(우혜노력막퇴겁) 소야 힘을 내고 머뭇거리지 마라
爾喘我汗亦奈何(이천아한역내하) 너는 헐떡이고
나는 땀나나 또한 어찌하랴?
今也不畊時不及(금야불경시불급) 지금 갈지 않으면
농사철 다 놓친다
過眼如雲事事新(과안여운사사신) 구름처럼 눈앞을 지나가는 일마다 새로운데
狂歌獨立路岐塵(광가독립로기진) 먼지 낀 갈림길에서
미친 듯 노래하여 홀로 서 있네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륙천일) 백 년은 삼만
육천 일이요
四海東西南北人(사해동서남북인) 사해에는 동서남북으로
오가는 사람이라네
宋玉怨騷悲落木(송옥원소비락목) 송옥의 원망하는 초사는 지는 잎을 슬퍼하고
謫仙哀賦惜餘春(적선애부석여춘) 이백(李白)의 슬픈 부는 남은 봄을 아까워했네
醉鄕倘有閒田地(취향상유한전지) 취향에도 거닐
한적한 땅이 있으니
乞與劉伶且卜隣(걸여유령차복린) 빌려 유령과 장차
이웃하리라
329.「차금대유(굉필)상필재선생운」 오수 김일손 [次金大猷(宏弼)上畢齋先生韻 五首 金馹孫] 담기
其四(기사)
空山花落月如氷(공산화락월여빙) 빈산에 꽃잎 지고 달은 얼음 같은데
蜀魄聲中哭未能(촉백성중곡미능) 두견새 소리에
통곡도 할 수 없네
自是無心人世事(자시무심인세사) 이로부터 세상일에
뜻이 없어져
帝鄕何處白雲乘(제향하처백운승) 제향이 어디인가? 백운 타고 가련다
白沙翠竹波萬尋(백사취죽파만심) 흰 모래와 푸른 대나무에 파도는 만 길
朝煙暮靄閑晴陰(조연모애한청음) 아침 안개와 저녁노을이
한가롭게 갰다 흐리네
鳥去雲移歲月遠(조거운이세월원) 새 날아가 구름
흘러가니 세월이 아득하고
山長水闊杯觴深(산장수활배상심) 산 따라 강물
넘실거리니 술잔이 깊어지네
秋風萬里數莖鬢(추풍만리수경빈) 가을바람 만 리에 불 때 몇 가닥의 귀밑털
蟾桂一宵千古心(섬계일소천고심) 달밤은 한밤중에
천고의 마음
醉睡飽嬉從意好(취수포희종의호) 취하여 잠들며
마음껏 즐김은 뜻에 합당한 바니
誰能愁盡床頭金(수능수진상두금) 누가 침상 맡의
금을 다하는 것 근심하리오?
331.「차송영로운」 이수 최립 [次宋靈老韻 二首 崔岦] 담기
其一(기일)
容易歸田判未能(용역귀전판미능) 전원으로 돌아가는 쉬운 일도 못 했으니
未歸那免與愁仍(미귀나면여수잉) 돌아가지 못하고
어떻게 거듭된 시름을 면하리오
官還戴笠身疑卒(관환대립신의졸) 벼슬은 벙거지
쓰고 보니 이 신세 마냥 졸개 같고
食每無魚計似僧(식매무어계사승) 밥상엔 고기도
안 나오니 절간의 중 같네
亂世用文方釋馬(난세용문방석마) 난세에 글을 쓰니 말을 풀어 놓은 듯하고
從人安字轉成蠅(종인안자전성승) 사람 따라서 글자
쓰니 파리똥 같구나
英豪不快由來事(영호불쾌유래사) 영웅호걸은 유래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니
爲我誰能說海鵬(위아수능설해붕) 나를 위해 누가
바다 붕새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其一(기일)
容易歸田判未能(용역귀전판미능) 전원으로 돌아가는 쉬운 일도 못 했으니
未歸那免與愁仍(미귀나면여수잉) 돌아가지 못하고
어떻게 거듭된 시름을 면하리오
官還戴笠身疑卒(관환대립신의졸) 벼슬은 벙거지
쓰고 보니 이 신세 마냥 졸개 같고
食每無魚計似僧(식매무어계사승) 밥상엔 고기도
안 나오니 절간의 중 같네
亂世用文方釋馬(난세용문방석마) 난세에 글을 쓰니 말을 풀어 놓은 듯하고
從人安字轉成蠅(종인안자전성승) 사람 따라서 글자
쓰니 파리똥 같구나
英豪不快由來事(영호불쾌유래사) 영웅호걸은 유래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니
爲我誰能說海鵬(위아수능설해붕) 나를 위해 누가
바다 붕새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333.「차운겸보숙장영회이수」 윤선도 [次韻謙甫叔丈詠懷二首 尹善道] 담기
其二(기이)
人間軒冕斷無希(인간헌면단무희) 인간 세상의 높은 벼슬 단연코 바란 일 없고
惟願江湖得早歸(유원강호득조귀) 오직 강호에 일찍
돌아갈 수 있길 원했네
已向孤山營小屋(이향고산영소옥) 이미 고산에 작은
집을 지었으니
何年實着芰荷衣(하년실착기하의) 어느 해에 실로
연잎 옷 입으려나?
334.「차운기정백형」 정이오 [次韻寄鄭伯亨 鄭以五] 담기
二月將闌三月來(이월장란삼월래) 이월이 다하고 삼월이 오려 하니
一年春色夢中回(일년춘색몽중회) 일 년의 봄빛이
꿈속에서 돌아가네
千金尙未買佳節(천금상미매가절) 천금으로도 아름다운
시절 살 수 없으니
酒熟誰家花正開(주숙수가화정개) 누구 집에 술
익고 꽃이 한창 피었는가?
京洛旅遊客(경락려유객) 서울에 와서 나그네로 떠도는 객이여
雲山何處家(운산하처가) 구름 낀 산 어느 곳이
그대 집인가?
疏煙生竹逕(소연생죽경) 성근 연기 대숲 길에
피어오르고
細雨落藤花(세우락등화) 가랑비에 등나무 꽃이
지는 곳일세
336.「차의지동지운」 김정 [次義之冬至韻 金淨] 담기
玄機無外亦無停(현기무외역무정) 하늘의 이치는 무궁하고 또 멈춤도 없으니
誰識虧盈造化形(수식휴영조화형) 누가
이지러지고 차는 조화의 모습을 알겠는가
萬物未生凝涸處(만물미생응학처) 만물이
자라지 못하는 얼거나 마른 곳에도
一陽萌動暗回靑(일양맹동암회청) 하나의 양이 싹터
움직이면 몰래 푸른빛으로 돌아오네
337.「차이진사정지운」 삼수 이언적 [次李進士定之韻 三首 李彦迪] 담기
其三(기삼)
今春不雨大無麥(금춘불우대무맥) 올봄 비가 오지 않아 보리조차 없고
又悶西疇少揷秧(우민서주소삽앙) 서쪽 밭두둑에
민망할 정도로 모내기에 물이 적네
自愧空疏忝侍從(자괴공소첨시종) 보잘것없는 재주로
임금을 모심이 스스로 부끄럽구나
凶年無術撫流亡(흉년무술무류망) 흉년에 유리망명(流離亡命)하는 백성을 구할 재주도 없으니
338.「차조용수운」 이언적 [次曺容叟韻 李彦迪] 담기
霧捲山靑晩雨餘(무권산청만우여) 늦은 비 온 뒤 안개 걷히고 산은 푸른데
逍遙俯仰弄鳶魚(소요부앙롱연어) 소요하고 부앙하며
연비어약을 즐기도다
莫言林下孤淸興(막언림하고청흥) 숲에 맑은 흥취
적다고 말하지 말라
幽鳥閑雲約共棲(유조한운약공서) 깊은 새, 한가한 구름이 함께 살자 하였노라
339.「차중열운」 삼수 이행 [次仲說韻 三首 李荇] 담기
其三(기삼)
佳節昏昏尙掩關(가절혼혼상엄관) 좋은 계절 저무는데 여전히 문 닫고 지내노니
不堪孤坐背南山(불감고좌배남산) 남산 등지고 차마
홀로 앉았기 어려워라
閑愁剛被詩情惱(한수강피시정뇌) 한가한 시름은
바야흐로 시흥에 몹시 시달리고
病眼微分日影寒(병안미분일영한) 병든 눈은 찬
햇살을 겨우 알아보겠네
止酒更當嚴舊律(지주갱당엄구률) 술 끊자니 옛 맹세 더욱 엄하고
對花難復作春顔(대화난부작춘안) 꽃을 보고도 다시
봄 얼굴빛 짓기 어렵네
百年生死誰知己(백년생사수지기) 인생 백 년 삶과
죽음에 누가 지기인가?
回首西風淚獨潸(회수서풍루독산) 가을바람에 고개
돌리며 홀로 눈물 흘린다
340.「차풍전역운」 강희맹 [次豊田驛韻 姜希孟] 담기
海上靈山特地開(해상령산륵지개) 바다 위의 신령한 산 특별히 솟았는데
鑾轝東幸採新詩(난여동행채신시) 임금님 동쪽으로
행차하시어 새로운 시 보시리라
定知此去醫民瘼(정지차거의민막) 정녕 이번에 가시면 백성의 병 고치시리니
倒瀉恩波便滌痍(도사은파편척이) 은혜의 물결 쏟아부어
상처를 씻어 주시리
341.「창랑정」 권필 [滄浪亭 權韠] 담기
蒲團岑寂篆煙殘(포단잠적전연잔) 부들자리 적막하고 향 연기 가물가물
獨抱仙經靜裏看(독포선경정리간) 홀로 신선의 경전
끼고서 조용히 보노라
江閣夜涼松月白(강각야량송월백) 강가 누각에 밤
서늘하고 소나무에 달이 밝으며
渚禽飛上竹闌干(저금비상죽란간) 물가의 새가 대나무
난간으로 날아오르네
342.「채련곡 차대동누선운」 이달 [采蓮曲 次大同樓船韻 李達] 담기
蓮葉參差蓮子多(연엽참치련자다) 연잎은 들쭉날쭉 연밥도 많은데
蓮花相間女郞歌(연화상간녀랑가) 연꽃을 사이에
두고 아가씨들 노래하네
來時約伴橫塘口(내시약반횡당구) 돌아갈 때 짝과
횡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辛苦移舟逆上波(신고이주역상파) 힘써 배를 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네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란주)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었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련자) 임을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 동안 부끄러웠네
344.「청로기상림춘탄금 유감 차전운」 김안국 [聽老妓上林春彈琴 有感 次前韻 金安國] 담기
容謝尙存傾國手(용사상존경국수) 뛰어난 용모 아직도 남아 있고 솜씨도 뛰어난데
哀絃彈出夜深詞(애현탄출야심사) 슬픈 거문고로
밤 깊은 노래 연주하네
聲聲似怨年華暮(성성사원년화모) 소리마다 인생의
황혼 원망하는 듯한데
奈爾浮生與老期(내이부생여로기) 네 뜬 인생과
늙어 감을 어이하랴?
土虎春全暮(토호춘전모) 무인년 봄이 완전히 저무는데
吳牛喘未蘇(오우천미소) 오나라 소는 헐떡거림을
멈추지 않네
初辭右議政(초사우의정) 막 우의정을 사직하고
便就判中樞(편취판중추) 바로 판중추로 나아갔네
睿澤深如海(예택심여해) 영예로운 은택의 깊이는 바다와 같고
慈恩潤似酥(자은윤사수) 자애로운 은혜의 윤기는
연유와 같네
避賢仍樂聖(피현잉락성) 탁주가 싫어 청주를 즐기지만
能住幾年盧(능주기년로) 노수신을 몇 년이나 머물게
할 수 있을까?
自吾觀海山(자오관해산) 내가 바다와 산을 봄으로부터
胸中與之壯(흉중여지장) 가슴이 그것과 더불어
장쾌했네
身今脫馽羈(신금탈칩기) 몸이 이제야 굴레를 벗었으니
天馬益奔放(천마익분방) 천마가 더욱 분방해졌네
人皆弔失官(인개조실관) 사람들은 모두 벼슬 잃은 것 조문하고
笑指雲來往(소지운래왕) 구름처럼 오간다고 웃으며
손가락질한다지
庭樹入秋風(정수입추풍) 뜰의 나무에 가을바람
드는데
江湖歸意王(강호귀의왕) 강호로 돌아갈 마음 왕성하구나
長當從此辭(장당종차사) 오래 마땅히 이로부터 떠날 것인데
君胡不我訪(군호불아방) 그대는 어찌 나를 찾지
않는가?
347.「초조」 최경창 [楚調 崔慶昌] 담기
楚國傷讒日(초국상참일) 초나라에서 참소에 슬퍼하던 날
懷沙怨屈原(회사원굴원) 「회사부(懷沙賦)」로 원망하며 죽은 굴원아
湘江流不歇(상강류불헐) 상강의 물은 흘러 마르지
않는데
千載寄遺魂(천재기유혼) 천 년간 남긴 원혼만
붙여 놨구나
楚國傷讒日(초국상참일) 초나라에서 참소에 슬퍼하던 날
懷沙怨屈原(회사원굴원) 「회사부(懷沙賦)」로 원망하며 죽은 굴원아
湘江流不歇(상강류불헐) 상강의 물은 흘러 마르지
않는데
千載寄遺魂(천재기유혼) 천 년간 남긴 원혼만
붙여 놨구나
349.「촌거모춘」 육수 황현 [村居暮春 六首 黃玹] 담기
其三(기삼)
一蝶西來一蝶東(일접서래일접동) 나비 한 마리 서쪽에서 오고 한 마리는 동쪽에서 날아와
偶然群蝶鬪成叢(우연군접투성총) 우연히 뭇 나비들
떼 지어 싸우네
世間戰伐何曾異(세간전벌하증이) 세간의 싸움도
어찌 다르겠는가?
倚杖閑看閱始終(의장한간열시종)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끝까지 바라본다
窮秋山日下西林(궁추산일하서림) 늦은 가을 해 서쪽 숲속으로 사라지는데
落葉蕭蕭行逕深(낙엽소소행경심) 낙엽이 쌓여 가는
길을 덮고 있네
身世未應同宋玉(신세미응동송옥) 신세 응당 송옥과
같지 않지만
如何憀慄感人心(여하료률감인심) 어찌하여 슬프고 아픈 마음이 느껴질까?
351.「추일작」 정철 [秋日作 鄭澈] 담기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산비가 밤에 대나무를 울리니
草虫秋近床(초충추근상) 풀벌레가 가을에 침상에
다가오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잡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 백발이 자라는 것을 금할
수 없다네
352.「추정」 김정희 [秋庭 金正喜] 담기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노인이 기장 멍석을 바라보는데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집안 가득 가을볕이 밝구나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닭은 풀벌레를 쫓아가서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국화밭 깊은 곳에서 우네
353.「추천곡」 삼수 임제 [鞦韆曲 三首 林悌] 담기
白苧衣裳茜裙帶(백저의상천군대) 흰 모시 의상에 붉은 띠 두르고
相携女伴競鞦韆(상휴녀반경추천) 서로 이끄는 처녀들
다투어 그네 탄다
堤邊白馬誰家子(제변백마수가자) 둑 가 흰 말을
탄 사람은 누구 집 자제인가?
橫駐金鞭故不前(횡주금편고불전) 금채찍 움켜쥐고
일부러 앞으로 가지 않네
354.「추풍」 서거정 [秋風 徐居正] 담기
茅齋連竹逕(모재련죽경) 띠풀 지붕의 서재는 대나무 길에 이어 있고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가을 날 곱고 맑은 햇살
비추네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열매는 익어 높은 가지에
무겁게 달려 있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오이는 차갑게 성근 덩굴에
매달려 있네
游蜂飛不定(유봉비부정) 노는 벌은 쉴 새 없이 날기만 하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어
조네
頗識心身靜(파식심신정) 자못 몸과 마음이 고요한
줄 알았으면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한가히 지내는 것 어기지
않기를 바라노라
355.「춘사」 이매창 [春思 李梅窓] 담기
東風三月時(동풍삼월시) 봄바람이 불어오는 삼월에
處處落花飛(처처락화비) 곳곳에서 지는 꽃잎 흩날려요
緣綺相思曲(연기상사곡) 비단 옷 입고 상사곡을
불러 봐도
江南人未歸(강남인미귀) 강남 간 임은 돌아오시지
않네요
356.「춘일」 서거정 [春日 徐居正] 담기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금빛은 실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작은 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봄 시름과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옅은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제비가 오지 않아
꽃이 피지 않았네
一年春光花萬樹(일년춘광화만수) 일 년의 봄빛은 만 나무에 꽃으로 가득 피고
空山流水淨照面(공산류수정조면) 빈 산 흐르는
물 말끔히 얼굴에 비치네
芳草如剪蜨遺粉(방초여전접유분) 향기로운 풀 오려낸
듯 나비는 분을 남기고
靜士心朗無所罥(정사심랑무소견) 고요한 선비는 마음씨 밝아 매인 바 없네
煙垞烏牸牟然吼(연타오자모연후) 연기 자욱한 언덕에 검은 암소 “음메-에” 울며
自任其眞蹄自遣(자임기진제자견) 스스로 한껏 천진스레
발굽질을 하네
358.「춘일우중소집」 이서구 [春日雨中小集 李書九] 담기
幽人集小閣(유인집소각) 은거한 사람들 작은 누각에
모였는데
疏雨復侵尋(소우부침심) 성근 빗방울도 다시 개여
가네
花欲娟娟靜(화욕연연정) 꽃은 예쁘고 고요하며
山尤漫漫陰(산우만만음) 산은 더욱 퍼져 짙어가네
草光明去蝶(초광명거접) 풀빛 밝으니 가는 나비 밝히고
林翠膩棲禽(임취니서금) 숲 푸르니 깃든 새 살쪄
보이네
向晩微風善(향만미풍선) 저녁에 미풍이 좋아
冷然有好音(냉연유호음) 서늘하게 좋은 소리 있구나
359.「춘일재거 만용도사 목흔향영 천연시류 분운위시」 팔수 김창협 [春日齋居 漫用陶辭 木欣向榮 泉涓始流 分韻爲詩 八首 金昌協] 담기
其七(기칠)
田家聞布穀(전가문포곡) 농가에
뻐꾸기 울음 들리니
耒耜日就治(뇌사일취치) 쟁기 들고 날마다 밭 갈러 가네
相呼種春麥(상호종춘맥) 봄보리 심으라고 서로
부르니
東作自玆始(동작자자시) 봄 농사 지금부터 시작이로다
而余長京洛(이여장경락) 그런데 나는 서울에서 자라
生不識田事(생불식전사) 날 때부터 농사일을 모른다네
明農古有言(명농고유언) 농사에 힘쓰겠다던 옛
성현의 말씀
素食詩人恥(소식시인치) 공밥을 먹는 것은 시인의
수치라네
今我不努力(금아불노력) 지금 내가 농사에 노력하지 않으면
歲暮將何俟(세모장하사) 해 저물 때 장차 무엇을
바라겠는가?
晝永鳥無聲(주영조무성) 낮이 길어 새는 소리 없고
雨餘山更靑(우여산갱청) 비 넉넉하여 산은 더욱
푸르네
事稀知道泰(사희지도태) 일이 없으니 도가 형통(亨通)함을 알겠고
居靜覺心明(거정각심명) 사는 곳이 고요하니 마음이
환함을 깨닫겠네
日午千花正(일오천화정) 해 중천에 떠 천 개의 꽃이 바르게 나타나고
池淸萬象形(지청만상형) 못이 맑으니 모든 형상이
드러나네
從來言語淺(종래언어천) 지난날 언어는 천박했으니
默識此間情(묵식차간정) 말없이 이 사이의 뜻을
아노라
361.「충주석 효백락천」 권필 [忠州石 效白樂天 權韠] 담기
忠州美石如琉璃(충주미석여류리) 충주의 아름다운 돌은 유리와 같은데
千人劚出萬牛移(천인촉출만우이) 천 사람이 깎고 만 마리 소가 옮기네
爲問移石向何處(위문이석향하처) 어느 곳으로 돌을
옮기는가 물어보니
去作勢家神道碑(거작세가신도비) 가서 권세가의
신도비를 만든다네
神道之碑誰所銘(신도지비수소명) 신도비는 누가 짓는 것인지
筆力倔强文法奇(필력굴강문법기) 필력이 강경하고
문법이 뛰어나네
皆言此公在世日(개언차공재세일) 모두 이분이 살아
있을 때를 말한 것으로
天姿學業超等夷(천자학업초등이) 천품과 학업이
모두 출중하였다네
事君忠且直(사군충차직) 임금을 섬김은 충성스럽고도 정직하며
居家孝且慈(거가효차자) 집안에서는 효성스럽고도
자애로웠다네
門前絶賄賂(문전절회뢰) 문 앞에는 뇌물 청탁이
아주 없었고
庫裏無財資(고리무재자) 창고 안에는 쌓아둔 재물이
없었으며
言能爲世法(언능위세법) 말은 세상의 법이 될 만하고
行足爲人師(행족위인사) 행실은 남의 사표가 될
만하네
平生進退間(평생진퇴간) 평생에 진퇴 거취가
無一不合宜(무일불합의) 하나도 도리에 안 맞는
게 없다네
所以垂顯刻(소이수현각) 그래서 이 비석을 세워서
永永無磷緇(영영무린치) 길이 사적이 인몰되지
않게 한다네
此語信不信(차어신불신) 이 말을 믿든 믿지 않든
他人知不知(타인지부지) 남이야 알든 알지 못하든
遂令忠州山上石(수령충주산상석) 마침내 충주 산 위의 돌들은
日銷月鑠今無遺(일소월삭금무유) 날로 달로 사라져
지금은 남은 게 없네
天生頑物幸無口(천생완물행무구) 하늘이 무딘 물건을
낼 때 입 없는 게 다행이지
使石有口應有辭(사석유구응유사) 만약 돌에 입이
있다면 응당 할 말이 있으리라
362.「취우」 김정희 [驟雨 金正喜] 담기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나무 더운 바람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 봉우리 서쪽에는
비 짙어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새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363.「칠석영우녀」 이수 김안국 [七夕詠牛女 二首 金安國] 담기
其二(기이)
鵲散烏飛事已休(작산오비사이휴) 까치 흩어지고 까마귀 날아 일이 이미 끝났으니
一宵歡會一年愁(일소환회일년수) 하룻밤 즐겁게
만나고 일 년 내내 근심하네
淚傾銀漢秋波闊(누경은한추파활) 눈물이 은하수에
쏟아져 가을 물결 넘실대고
腸斷瓊樓夜色幽(장단경루야색유) 화려한 누각에서
애끓으니 밤빛이 그윽하네
錦帳有心邀素月(금장유심요소월) 비단 휘장에 흰 달을 맞이할 마음은 있어도
翠簾無意上金鉤(취렴무의상금구) 푸른 발에 금갈고리를
올릴 뜻은 없네
只應萬劫空成怨(지응만겁공성원) 다만 응당 만겁도록
부질없이 한만 쌓이리니
南北迢迢不自由(남북초초부자유) 남과 북이 아득하여
자유롭지 못하네
364.「탄금대」 박상 [彈琴臺 朴祥] 담기
湛湛長江上有楓(잠잠장강상유풍) 출렁출렁 긴 강가에 단풍나무 있고
仙臺孤截白雲叢(선대고절백운총) 신선의 대는 흰
구름 모인 곳에 홀로 솟았네
彈琴人去鶴前月(탄금인거학전월) 가야금 타던 사람은
학이 나는 앞 달로 가고
携笛客來松下風(휴적객래송하풍) 피리
가진 객은 소나무 아래 바람 속으로 오네
萬事一廻悲逝水(만사일회비서수) 만사는 한결같이 돌아가니 흘러가는 물을 슬퍼하고
浮生三嘆撫飛蓬(부생삼탄무비봉) 뜬 인생 거듭
탄식하며 날아다니는 쑥을 어루만지네
誰能畫出湖州牧(수능화출호주목) 누가 그려 낼
수 있는가? 충주 목사가
散步狂唫夕照中(산보광음석조중) 석양 속을 산보하며
미친 듯이 읊조리는 것을
365.「탐진농가」 십수 정약용 [耽津農歌 十首 丁若鏞] 담기
其八(기팔)
陂澤漫漫不養魚(피택만만불양어) 넓디넓은 연못에도 물고기를 기르지 않고
兒童愼莫種芙蕖(아동신막종부거) 애들더러 삼가
연꽃도 심지를 말란다네
豈惟蓮子輸官裏(기유연자수관리) 연밥 따면 관가에다
바쳐야 할 뿐 아니라
兼怕官人暇日漁(겸파관인가일어) 관리들이 한가한
날 고기 잡을까 두려워서네
366.「탐진어가」 십장 정약용 [耽津漁歌 十章 丁若鏞] 담기
其一(기일)
桂浪春水足鰻鱺(계랑춘수족만려) 계량 봄바다에 뱀장어가 많고
橕取弓船漾碧漪(탱취궁선양벽의) 푸른 물결 헤치며 활선이 떠나간다
高鳥風高齊出港(고조풍고제출항) 높새바람 드높을
때 일제히 출항해서
馬兒風緊足歸時(마아풍긴족귀시) 마파람 급히 불
때 가득 싣고 돌아올 때라네
367.「투구행」 권필 [鬪狗行 權韠] 담기
誰投與狗骨(수투여구골) 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주었나?
群狗鬪方狠(군구투방한) 뭇 개들 사납게 싸우는구나
小者必死大者傷(소자필사대자상) 작은 놈은 반드시
죽고 큰 놈은 다치니
有盜窺窬欲乘釁(유도규유욕승흔) 도둑놈이 엿보다
그 틈을 타려 하네
主人抱膝中夜泣(주인포슬중야읍) 주인은 무릎 껴안고 한밤에 우는데
天雨墻壞百憂集(천우장괴백우집) 비 내려 담장
무너져 온갖 근심 모인다
368.「파릉(속명시근채)」 김창협 [菠薐(俗名時根菜) 金昌協] 담기
菠薐傳數名(파릉전수명)
시금치는 여러 명칭이 전해지는데
其始出波羅(기시출파라) 그 시작은 페르시아에서
온 것이네
我國有俗稱(아국유속칭) 우리나라에도 세속의 칭호가
있는데
恐是赤根訛(공시적근와) 아마 적근의 와전인 듯싶네
369.「패강가」 십수 임제 [浿江歌 十首 林悌] 담기
其六(기륙)
浿江兒女踏春陽(패강아녀답춘양) 대동강의 계집아이 봄볕에 거니노라니
江上垂楊政斷腸(강상수양정단장) 강 위에 드리운
버들에 정말 애간장이 끊어지네
無限煙絲若可織(무한연사약가직) “한없는 가는
버들가지로 만약 베를 짤 수 있다면
爲君裁作舞衣裳(위군재작무의상) 임을 위해 춤출
옷을 짓고 싶네요”
370.「패강곡」 십수 임제 [浿江曲 十首 林悌] 담기
其八(기팔)
離人日日折楊柳(이인일일절양류)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가지 꺾어
折盡千枝人莫留(절진천지인막류) 천 가지를 다
꺾어도 임을 붙잡지 못했네
紅袖翠娥多少淚(홍수취아다소루) 붉은 소매 아가씨들
눈물이 많은 탓인가?
煙波落日古今愁(연파락일고금수) 물안개 지는 해도
고금에 수심이네
371.「하일전원잡흥 효범양이가체」 이십사수 정약용 [夏日田園雜興 效范楊二家體 二十四首 丁若鏞] 담기
其七(기칠)
黃犢新生母愛殊(황독신생모애수) 누런 송아지 막 나오니 어미 사랑 남다른데
橫跳豎躍入山廚(횡도수약입산주) 가로 뛰고 세로
뛰며 산속의 인가로 들어가네
不知似許便娟質(부지사허편연질) 모르겠다, 이렇게도 고운 본바탕이
何故他年作笨夫(하고타년작분부) 어찌하여 후일엔
거친 것이 되는지
小晴簾幕日暉暉(소청렴막일휘휘) 잠시 갠 주렴과 휘장에 햇빛은 반짝반짝
短帽輕衫暑氣微(단모경삼서기미) 짧은 모자 홑적삼에
더위가 가시네
解籜有心因雨長(해탁유심인우장) 껍질 벗은 죽순은
유심이 비를 맞아 자라고
落花無力受風飛(낙화무력수풍비) 지는 꽃은 힘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네
久拚翰墨藏名姓(구반한묵장명성) 성명을 감추어 둔 문자는 버린 지 오래고
已厭簪纓惹是非(이염잠영야시비) 시비를 일으키는
벼슬도 진작 싫었다네
寶鴨香殘初睡覺(보압향잔초수각) 보압 향 다 타
갈 때 잠이 막 깨니
客曾來少燕頻歸(객증래소연빈귀) 손님은 적게 오고
제비만 자주 나네
373.「한식」 권필 [寒食 權韠] 담기
小晴簾幕日暉暉(소청렴막일휘휘) 잠시 갠 주렴과 휘장에 햇빛은 반짝반짝
短帽輕衫暑氣微(단모경삼서기미) 짧은 모자 홑적삼에
더위가 가시네
解籜有心因雨長(해탁유심인우장) 껍질 벗은 죽순은
유심이 비를 맞아 자라고
落花無力受風飛(낙화무력수풍비) 지는 꽃은 힘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네
久拚翰墨藏名姓(구반한묵장명성) 성명을 감추어 둔 문자는 버린 지 오래고
已厭簪纓惹是非(이염잠영야시비) 시비를 일으키는
벼슬도 진작 싫었다네
寶鴨香殘初睡覺(보압향잔초수각) 보압 향 다 타
갈 때 잠이 막 깨니
客曾來少燕頻歸(객증래소연빈귀) 손님은 적게 오고
제비만 자주 나네
374.「향무위사 차자중운」 임제 [向無爲寺 次子中韻 林悌] 담기
孤村犬吠客歸時(고촌견폐객귀시) 나그네 돌아갈 때 외진 마을에서 개가 짖더니
日暮白煙生竹籬(일모백연생죽리) 해 지자 흰 연기
대나무울타리에서 일어나네
前路更憐蕭寺近(전로갱련소사근) 앞길이 절간에
가까워서 더욱 반가워라
一聲微磬渡溪遲(일성미경도계지) 희미한 경쇠소리
시냇물 넘어 느릿느릿 건너오니
靑裙女出木花田(청군녀출목화전) 푸른 치마 입은 여자 목화밭을 나와
見客回身立路邊(견객회신립로변) 객을 보자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네
白犬遠隨黃犬去(백견원수황견거) 흰 개는 멀리서
누런 개를 따라가다가
雙還更走主人前(쌍환갱주주인전) 짝지어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가네
亂流經野入江沱(난류경야입강타) 어지러이 흐르는 시냇물들을 지나 강으로 들어가는데
滴瀝猶存檻外柯(적력유존함외가) 물방울이 아직도
난간 밖 가지에 남아 있네
籬掛簑衣簷曬網(이괘사의첨쇄망) 울타리에 도롱이 걸어 두고 처마에 그물을
말리는데
望中漁屋夕陽多(망중어옥석양다) 바라보니 어부의
집에는 석양이 빛나네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가을 풀, 전 왕조의 절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남은 비석에 한림학사의
글이로다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천 년 동안 흘러온 물이
있어서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지는 해에 돌아오는 구름을
본다
378.「홍류동희제」 이수 이건창 [紅流洞戲題 二首 李建昌] 담기
其二(기이)
大書深刻競纍纍(대서심각경루루) 다투어 덕지덕지 큰 글씨 깊이 새겨
石泐苔塡誰復知(석륵태전수부지) 돌이 부서지고
이끼 덮이면 누가 다시 알랴?
一字不題崔致遠(일자부제최치원) 한 자도 쓰지
않은 최치원
至今人誦七言詩(지금인송칠언시) 지금까지 칠언시
외운다네
379.화매」 이달 [畵梅 李達] 담기
擁腫古槎在(옹종고사재) 울퉁 오래된 등걸만 있나 했더니
寒香知是梅(한향지시매) 찬 향기가 매화인 걸
알겠네
前宵霜雪裏(전소상설리) 어젯밤 눈과 서리 속에서도
尙有一枝開(상유일지개) 오히려 한 가지가 피어났구나
其九(기구)
荒政第一策(황정제일책) 기근
구제 정치의 첫째 방법은
麥麰兼麻籸(맥모겸마신) 보리와 메밀과 깨와 범벅이네
么麽莫輕擲(요마막경척) 작은 것도 허투루 버리지 말아야
可免溝壑身(가면구학신) 굶어 죽는 신세를 면하리로다
寄言同社子(기언동사자) 같은 마을 친구들에게 말 부치노니
且勿憂艱辛(차물우간신) 장차 어려운 살림을 근심치
말게
山中十八公(산중십팔공) 산중에 늘어선 소나무들이
解衣活吾人(해외활오인) 옷을 벗어 우리를 살려
준다네
381.「화석정」 이이 [花石亭 李珥] 담기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뜻이 끝이 없도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물줄기는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해놓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소리가 저물어 가는 구름
속에서 끊어지네
382.「화양동암상정사음(기유십이월)」 송시열 [華陽洞巖上精舍吟(己酉十二月) 宋時烈] 담기
溪邊石崖闢(계변석애벽) 시냇가 바위 벼랑 열린 곳에
作室於其間(작실어기간) 그 사이에 집을 지었노라
靜坐尋經訓(정좌심경훈) 조용히 앉아 경서(經書)의 가르침 찾아서
分寸欲躋攀(분촌욕제반) 시간을 아껴 높은 곳에
오르고 싶네
383.「화홍겸선제천정차송중추처관운」 김종직 [和洪兼善濟川亭次宋中樞處寬韻 金宗直]
吹花擘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 꽃 날리고 버들 가르며 강바람 부는데
檣影搖搖背暮鴻(장영요요배모홍) 돛대 그림자 흔들흔들
저녁 기러기 등져 있네
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 한 조각 고향
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에 기대니
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 흰 구름은 날아서
술 실은 배를 지나네
黃雀啄黃黍(황작탁황서) 참새가 누런 기장을 쪼아 먹고는
飛鳴集林木(비명집림목) 날아 울며 숲으로 모이네
田中有稚兒(전중유치아) 밭 가운데 어린아이 있어
日日來禁啄(일일래금탁) 날마다 와서 쪼아 먹지
못하게 하네
雀飢不得飽(작기부득포) 참새는 먹을 수 없어 굶주렸으나
兒喜能有粟(아희능유속) 아이는 곡식을 지킬 수
있어 기뻐하네
有粟輸官倉(유속수관창) 지키던 곡식은 관의 창고로
보내고
歸家但四壁(귀가단사벽) 집으로 돌아가니 다만
사방 벽뿐이네
黃雀終自肥(황작종자비) 참새는 끝내 살이 쪘으나
兒飢向田哭(아기향전곡) 아이는 굶주려 밭을 향해
운다네
385.「회주」 이달 [回舟 李達] 담기
宿鷺下秋沙(숙로하추사) 자려는 해오라기 가을 모래에 내려오고
晩蟬鳴江樹(만선명강수) 저녁 매미 강숲에서 울어대네
歸舟白蘋風(귀주백빈풍) 흰 마름꽃 바람결에 배
돌리며
夢落西潭雨(몽락서담우) 꿈속에서도 서담 비 속
맴돌고 있네
386.「회최가운(명경창)」 백광훈 [懷崔嘉運(名慶昌) 白光勳] 담기
庭靜水空去(정정수공거) 뜰 고요히 물만 부질없이 흐를 뿐이고
草深亂鳴(초심충란명) 풀은 수북이 벌레 어지럽게 울어대네
今宵有明月(금소유명월) 오늘 밤에 밝은 달 있으니
應照洛陽城(응조락양성) 응당 낙양성을 비춰 주겠지
不已霜鷄郡舍東(불이상계군사동) 관아 동쪽 새벽 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잔성배월경수공) 샛별 달과 함께
하늘에서 반짝이네
蹄聲笠影矇朧野(제성립영몽롱야) 삿갓 쓰고 말에
올라 어스름한 들녘 지나면서
行踏閨人片夢中(행답규인편몽중) 임의 꿈속으로
밟으며 가네
388.「효좌서회」 칠수 박제가 [曉坐書懷 七首 朴齊家] 담기
其五(기오)
掘地得黃金(굴지득황금) 땅을
파 황금을 얻어
萬斤空餓死(만근공아사) 만근이 되는데도 부질없이
굶어 죽고
入海採明珠(입해채명주) 바다에 들어가 명주를
캐어
百斛換狗矢(백곡환구시) 백 섬이나 되는데도 개똥과
바꾸네
狗矢尙可糞(구시상가분) 개똥은 오히려 거름으로 쓸 수 있지만
明珠其奈何(명주기내하) 명주는 그 어찌하리오
陸貨不通燕(육화불통연) 육지의 재화는 연경과
통하지 않고
海賈不輸倭(해가불수왜) 바다 장사꾼은 왜의 물건을
실어 오지 않네
譬如野中井(비여야중정) 비유하자면 들판의 연못과 같아
不汲將自渴(불급장자갈) 긷지 않아 장차 말라
버리려 하도다
安貧不在寶(안빈부재보) 안빈락도(安貧樂道)는 보물에 있지 않다고 하여
生理恐日拙(생리공일졸) 살아가는 이치가 날로
졸렬해질까 두려우니
太儉民不樂(태검민불락) 지나친 검소 백성들 즐거워 않고
太窶民多竊(태구민다절) 지나친 가난 백성들 훔침이
많아지네
羸驂載倦客(이참재권객) 파리한 말이 지친 나그네를 싣고서
日暮發黃州(일모발황주) 해 저물 때 황주를 떠났네
可惜踏靑節(가석답청절) 애석해라, 답청절에
未登浮碧樓(미등부벽루) 아직 부벽루에 오르지
못했구나
佳人金縷曲(가인금루곡) 미인들은 금루곡을 노래 부르고
江水木蘭舟(강수목란주) 강 위에는 목란주가 떠
있겠지
寂寂生陽館(적적생양관) 적적한 여기 이곳 생양관은
相思夜似秋(상사야사추) 임 생각에 밤이 가을처럼
쓸쓸하네
390.「희증쌍묵상인」 이정구 [戲贈雙默上人 李廷龜] 담기
釋重身猶病(석중신유병) 무거운 일을 벗자 몸이 오히려 병들어
經秋守一窓(경추수일창) 가을이 지나도록 창을
지키네
柴扉掩落葉(시비엄락엽) 사립문은 낙엽에 닫혀
있고
書榻照寒釭(서탑조한강) 책상은 차가운 등불만
비추네
鳥語還嫌鬧(조어환혐료) 새 우니 도리어 시끄러움 싫고
僧來却喜跫(승래각희공) 스님 오니 문득 발자국
소리 반갑구나
秖今吾已默(지금오이묵) 마침 지금 나는 이미 침묵하고 있어
對爾便成雙(대이편성쌍) 그대를 마주하니 문득
쌍을 이루었네
………………………………………………………………………………………
제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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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네이버- 사전-지식백과-카테고리보기-문학백과-고려시대 한시읽기(203)
-조선시대 한시읽기(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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