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통알(通謁)예불

새해 통알(通謁)예불

 

사찰의 설날 풍경 역시 일반 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 첫날 새벽 예불을 마친 후 전 대중이 법당에 모인다. 스님들은 불법승 삼보 및 제불보살과 신중(神衆)에게 인사를 올린다. 이어 산중의 어른 스님을 찾아 인사 한다. 세속에서는 이를 세배라고 부르지만 사찰에서는 통알(通謁) 이라고 한다. 법당에서 제불보살에게 올리는 인사를 통알이라고 하며 어른스님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세알(歲謁)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새해 첫날 인사하는 것을 통알이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가족과 친척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세속의 세배와 달리 불교의 통알은 삼보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즉 대자대비의 정신이 들어있다. 기원하는 대상과 내용이 세속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넓고 크다.

통알도 일정한 절차가 있다. 우선 통알에 앞서 축상작법(祝上作法)을 행한다. 축상작법은 일종의 불공의례이다. 〈석문의범〉에는 그 절차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 금고(金鼓)를 세번 두드린 다음 범종을 108번 친다. 그 다음 법당과 선당.종각.승당의 뜰 가운데에서 종을 치고 승당.선당.법당 순으로 향을 뿌린다. 이후 게송을 읊는데, 삽향게(揷香偈).갈향게(喝香偈).연향게(燃香偈)를 읊는다.

 

축상작법을 마치면 삼보전에 예경을 올리는 통알을 행한다. 하지만 현재는 축상작법은 하지 않고 바로 통알을 한다. 통알은 대중 가운데 나이가 제일 어린 사미가 게송을 하면 대중은 이에 맞춰 절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 대중이 대웅전에 모이면 스님들은 “대중은 엎드려 청하옵니다. 일대교주 석가모니불이시여(伏請大衆一代敎主釋迦世尊前)”하고 우선 부처님에게 세배를 올리는 것으로 통알은 시작된다. 이어 계속해서 시방삼세의 불보와 법보, 승보 전에 삼배를 한다. 이어 명부시왕 호법신중 내지 산신들, 그리고 국가와 시주 등 먼저 돌아가셨거나 살아 계신 스승과 부모, 친척, 일체 고혼에게 삼배한다. 그리고 끝으로 같이 거주하며 수행하는 도반들과 , 강원 대중들에게 삼배를 한다. 세속에서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조상과 친척 어른 등을 찾아 차례로 인사하듯 교주이신 부처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인사하는 것이 통알의 방식이다.

복청대중 일대교주 석가세존전 세알삼배(伏請大衆 一代敎主 釋迦世尊前 歲謁三拜) 복청대중 시방삼세 일체불보전 세알삼배(伏請大衆 十方三世 一切佛寶前 歲謁三拜) 복청대중 교리행과 일체법보전 세알삼배(伏請大衆 敎理行果 一切法寶前 歲謁三拜) 복청대중 대소선교 일체승보전 세알삼배(伏請大衆 大小禪敎 一切僧寶前 歲謁三拜)

 

뒤이어 시왕전, 신지전, 제위전, 각위전, 백관전, 단월전, 친척전,고혼전, 대중전으로 순서가 이어진다. 사찰에 따라서는 ‘복청대중 차사최초창건주 혜린선사 원력수생 중흥조도 해동불일 보조국사 여시차제 십오국사 위작 증명법사 지공 나옹 무학 삼대화상전 세알삼배’ (伏請大衆 此寺最初創建主 慧璘禪師 願力受生 中興祖道 海東佛日 普照國師 如是次弟十五國師 爲作 證明法師 指空 懶翁 無學 三大和尙前 歲謁三拜) 식으로 창건주나 조사스님들에게 삼배를 올리기도 한다.

통알이 끝난 후 법당에 모인 모든 대중들은 노소에 따라 절을 한다. 차례는 산중의 가장 어른 되는 스님에게 대중 전체가 절을 하고 차츰 밑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총림인 경우 방장스님에게 전체 대중이 목탁에 맞춰 절을 한다. 총림이 아닌 경우에는 조실스님이나 주지스님이 가운데 앉아 절을 받는다. 방장 조실 스님에 대한 삼배가 끝나면 각 장로들이 자리에 앉고 나머지 대중들이 다시 삼배를 올린다. 다음으로 산중의 소임자 스님들이나 비구스님들이 앉으면 사미 비구니 사미니가 삼배를 올리고, 다음에 사미가 자리에 앉아 절을 받는다. 이어 비구니가 자리에 앉고 다음에 사미니가 앉아 신도들로부터 삼배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