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지에는 팥죽 대신 '이것'을 먹어야 한다?
정윤식 기자
입력 2017.12.22. 15:30 수정 2017.12.22. 15:33
오늘(22일)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입니다.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는 과거에 '작은 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날 중 하나였습니다. 동짓날을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여기고, 설날 다음으로 중요한 날로 생각한 겁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동지에는 팥죽을 먹어선 안 된다고 하는데요. 왜 그럴까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동짓날과 관련된 재미있는 풍습을 알아봤습니다.
■ 동지에 팥을 먹는 이유가 귀신을 쫓기 위해서라고?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정리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 세시풍속은 중국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인 공공씨(共工氏)의 아들이 동짓날 목숨을 잃고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귀신이 됐는데 이 귀신이 붉은 팥을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찾아오는 귀신을 내쫓기 위해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놓아두거나 벽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팥죽 속에는 찹쌀로 반죽한 '새알'을 넣기도 하는데요. 나이 수만큼 새알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을 수 있고 한해의 액땜을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 올해는 '애동지'…아이들이 팥죽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동짓날마다 팥죽을 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동지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다릅니다. 동지가 음력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일컫습니다. 올해 동지도 음력 11월 5일로 애동지에 속합니다.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었지만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 시루떡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어린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상들은 아이들이 10살이 될 때까지 삼신할머니가 보살펴준다고 믿었는데요.
팥죽을 먹으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뿐 아니라 삼신할머니까지 물리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팥 떡을 먹였다는 재미있는 속설이 전해집니다.
■ 귀신을 쫓았던 팥…알고 보니 겨울철 건강 지키는 보양식이다?
겨울철인 동지에 팥죽이나 팥 떡을 먹은 이유는 세시풍습의 영향도 있겠지만 조상들의 지혜도 담겨 있습니다. 팥은 영약학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건강 식품입니다. 팥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해 무기력증, 피로감을 줄여주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수험생들에게 도움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동맥경화도 예방해줍니다.
팥에는 사포닌과 칼륨도 들어 있는데 사포닌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칼륨은 염분을 많이 섭취해 생긴 부기를 빼주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또 팥은 포만감이 높은 음식인데요. 다른 계절에 비해 움직임이 줄어드는 겨울에 과식하는 걸 막아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동짓날 영조가 돌아가신 어머니께 다녀오는 길에 거리의 노인들에게 팥죽을 나눠 주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동짓날 먹는 팥죽과 팥 떡은 추운 겨울을 이겨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 건강식일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음식이었던 것 같네요.
오늘 맛있는 동지 팥죽과 팥 떡으로 몸과 마음이 따뜻한 하루 보내는 건 어떨까요?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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