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유머해학방

"송이와 홍합"

淸潭 2016. 11. 10. 18:19

"송이와 홍합"


 
어느 한 스님이 마을에 볼 일을 보고

절간으로 돌아 가는데,

중간에는 작은 내(川)가 하나 흐르고 있었다.

스님은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많은

사이를 뚫고 건너려고 옷자락을 걷는데,

마침 말을 탄 선비가 냇가에 이르러

물을 건너고자 하였다.

선비는 글짓는 것이 취미라 이곳에 이르러

수많은 아낙네들이 빨래하는 것을 보자

저절로 싯귀 한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그런데 마침 웬 스님 하나를 만나게 되니 반가와서

"스님, 글자를 아십니까?"


"예, 좀 알기는 하지요"

"그렇다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우리 여기에서 한 수 지읍시다."

"소승은 무식하여 시를 지을 수 없습니다"

하고 겸손한데

선비가 먼저


"溪邊紅蛤開 (시냇가에 홍합이 열렸다)"

이렇게 읊고 스님께

"뭐 변변치 못합니다만 제가 한 수 읊었으니

스님도 한 수 지으셔야지요."

재촉하니





"선비님이 읊으신 홍합은 육물(肉物)인고로, 저 같은

山人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빌건데 소찬(蔬饌)으로 대하여도 용서해 주십시오"

선비는 아까 읊은 자기의 시가 스스로 절귀라 생각하였으므로

말 위에 앉아 턱을 높이 치켜 들었다.

"당신은 스님이니 내 肉物에 대해 植物로 대해도 뭐 괜찮겠죠."

그러자, 스님은 먼저 옷을 걷더니 개울을 건너가서

큰소리로 읊어대었다.



"馬上松珥動 (말 위의 송이가 움직인다)"

 



'글,문학 > 유머해학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식이 부부의 정기 건강검진  (0) 2016.11.18
앞을 내다본 시  (0) 2016.11.17
사주팔자 란 ?  (0) 2016.11.07
만지지 마세요.만지면 커져요.  (0) 2016.11.03
저도 꼬추 푸대 좀 말릴려고요  (0) 201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