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와 홍합"
어느 한 스님이 마을에 볼 일을 보고
절간으로 돌아 가는데,
중간에는 작은 내(川)가 하나 흐르고 있었다.
스님은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많은
사이를 뚫고 건너려고 옷자락을 걷는데,
마침 말을 탄 선비가 냇가에 이르러
물을 건너고자 하였다.
선비는 글짓는 것이 취미라 이곳에 이르러
수많은 아낙네들이 빨래하는 것을 보자
저절로 싯귀 한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그런데 마침 웬 스님 하나를 만나게 되니 반가와서
"스님, 글자를 아십니까?"
"예, 좀 알기는 하지요"
"그렇다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우리 여기에서 한 수 지읍시다."
"소승은 무식하여 시를 지을 수 없습니다"
하고 겸손한데
선비가 먼저
"溪邊紅蛤開 (시냇가에 홍합이 열렸다)"
이렇게 읊고 스님께
"뭐 변변치 못합니다만 제가 한 수 읊었으니
스님도 한 수 지으셔야지요."
재촉하니
"선비님이 읊으신 홍합은 육물(肉物)인고로, 저 같은
山人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빌건데 소찬(蔬饌)으로 대하여도 용서해 주십시오"
선비는 아까 읊은 자기의 시가 스스로 절귀라 생각하였으므로
말 위에 앉아 턱을 높이 치켜 들었다.
"당신은 스님이니 내 肉物에 대해 植物로 대해도 뭐 괜찮겠죠."
그러자, 스님은 먼저 옷을 걷더니 개울을 건너가서
큰소리로 읊어대었다.
"馬上松珥動 (말 위의 송이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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