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野談,傳說,說話,등

[野談]퉁소 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淸潭 2016. 1. 23. 10:50

퉁소 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문(斯文) 이(李)라는 사람이 은산(殷山) 현감이 되었다.

서울 친구가 찾아가 만나기를 청하고 오래 서 있었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고,

배는 고파 견딜 수 가 없었다.

이미 해가 높이 떠올라서야 문득 관청 안에서 퉁소 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지키는 아전이,

“세숫물을 올리라.” 하고,

해가 거의 중천에 뜨자 또 퉁소 소리가 들리며 아전이,

“안장을 갖추어라.” 하고,

해가 정중에 뜨자 또 퉁소 소리가 들리면서, 현감이 나왔다.

그의 친구가 나가 봤더니, 현감은 선 채로 한 마디 하고는 곧 관청으로 돌아가고 마침내 친구를 부르지 않았다. 친구가 크게 실망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감의 성적이 하등이 되어 체직되었다.


 

또 사문 백(白)이라는 사람이 우성(牛城) 현령이 되었는데, 감사 성공(成公)이 순행(巡行)하다가 이 현(縣)의 북계(北界)를 지날 때 도사(都事)를 돌아보고,

“오늘은 이미 늦어서 저절로 시장기가 난다.” 하니, 도사가,

“앞으로 5리를 못 가서 주정(晝停 점심 참 하는 곳)하는 곳이 있으니, 현에서 마땅히 예대로 음식을 갖추어 올 것입니다.” 하고, 아뢰어, 말을 달려 그곳에 가 보았으나 적적하고 인기척이 없었다.

이때 돌연 보릿대 갓을 쓴 늙은 아전이 어깨에 망태를 메고 나와, 길가에 꿇어앉아 말하기를, “마중을 나왔소이다.” 하고,

망태를 끌러 질그릇병 하나와 조그만 봉지 하나를 내놓았는데 병에 든 것은 술이고 봉지에 든 것은 닭이었다. 감사가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내가 비록 배가 고프고 피곤하나 어찌 이것을 먹겠는가.”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문도 또한 체직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시를 지어 희롱하기를

현관은 세 번 퉁소를 불어야 출입하고 / 縣官出入三吹角

사또는 질그릇 병 한 개를 만났도다 / 使道迎逢一瓦甁

하였다.

有李斯文者。爲殷山縣監。京友投刺於門。久立無影響。枵腹不耐勞苦。日已高。忽聞衙中有吹角聲。門吏曰供盥頮也。日幾中天。又聞角聲。門吏曰整鞍粧也。日正中。又聞角聲。縣監出。其友進謁。縣監立與一語。卽歸官廳。竟不招友。友大失望。未幾縣監居殿而遞。又有白斯文者。爲牛縣令。監司成公巡行過縣北界。顧謂都事曰。今日已晩。自然思食。都事曰。前未五里有晝停之處。縣當作例來辦矣。馳至其處。寂無人聲。有麥笠老吏。肩掛網囊。出跪路旁曰。支應而來。遂解囊呈一瓦壜及一小封。壜是酒而封是雞也。監司大怒曰。我雖飢困。安食此物。未幾斯文亦遞。時人作詩戱之曰。縣官出入三吹角。使道迎逢一瓦甁。 慵齋叢話卷之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