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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話] 수염잡고 손맞는 주인

淸潭 2016. 1. 6. 10:55

수염잡고 손맞는 주인

 

 어떤 사람이 수염이 길게 났는데, 집 형편이 풍족하여 오는 손님에게는 으레 술을 대접했다. 그러나 좀 잘 대접해야 할 손님도 있고 아무렇게나 대접할 손님도 있었다. 그 아내는 이것을 분간할 수가 없어서 술상을 똑같이 차려 내보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하고 연구하던 주인은 꾀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귀한 손님이 오면 자기가 수염의 맨 위를 어루만지고, 웬만한 손님이 오면 수염의 중간을,그리고 하잘것없는 손님이 오면 수염의 맨 끝을 어루만져서 이를 신호로 쓰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어느 날 대단치 않은 손님 하나가 왔다. 주인은 아내가 볼 수 있도록 수염의 맨 끝을 매만졌다. 술상은 물론 대단치 않게 준비되어 나왔다. 술도 겨우 석 잔을 따르고 나더니 주인은,

 "내가 집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술도 안주도 부족하니 매우 미안하오."

해서 돌려보냈다.                        

 이렇게 얼마를 지냈는데 그 마을에 사는 친구가 찾아왔다. 주인은 역시 수염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이러한 주인의 수작을 눈치챈 그는,

 "여보게, 오늘은 윗수염을 좀 만지지 그래."

하고 말했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