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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한번 안하던 녀석이 왜 여태 안나오고 있는지 추우니까 이제 그만 나와"

淸潭 2014. 6. 9. 18:10

 

"지각 한번 안하던 녀석이 왜 여태 안나오고 있는지 추우니까 이제 그만 나와"

단원고 선생님 ‘애타는 편지’

 

문화일보 | 강승현기자 | 입력 2014.06.09 14:31
  • "매일 일찍 오던 녀석이 왜 안 하던 짓을 하는 거니."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홀연히 모습을 감춘 지 55일째가 되던 9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길 끝에는 두 달이 다 되도록 소식조차 없는 제자들에게 전하는 단원고 한 교사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현재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는 12명, 그중 단원고 학생은 모두 6명이다. 노란 리본 위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은 이 편지에는 지난날 선생님과 아이들이 나눈 추억이 가득 담겨 있었다.

    교사는 2학년 6반 학생들 가운데 아직 바닷속을 헤매고 있는 두 명의 이름을 부르며 글을 써내려갔다. 어젯밤 두 명의 아이를 모두 찾는 꿈을 꿨다는 그는 "내 새끼들 추우니까 이제 그만 나와. 쌤(선생님)이 꼭 안아주고 싶어서 그래"라며 애타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한 옛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하루빨리 돌아올 것을 부탁했다.

    교사는 "매일 학교에 일찍 나오던 녀석이 왜 안 하던 지각을 하느냐"면서 "둘이 손잡고 어서 나와 노래도 불러주고 선생님 앞에서 영어로 멋지게 말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적었다. 편지 곁에는 선생님이 애타게 찾는 제자 가운데 한 학생의 부모가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그리며 기타를 놓아둬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이들과 나눈 추억을 한참 써내려가던 선생님은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미 주검으로 돌아온 또 다른 제자들에게 "○○이랑 ○○이 좀 빨리 나오라고 너희들이 꼭 전해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사고발생 두 달이 가까워지면서 이곳 팽목항에는 남은 12명 실종자들을 향한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이날 방파제 길 위에는 '○○야 돌아오소서, ○○야 빨리 돌아와라'와 같이 실종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담긴 노란리본과 추모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진도 =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