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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 날린 초등생 엽서 한 장

淸潭 2013. 12. 23. 09:43



☞‘층간소음 갈등’ 날린 초등생 엽서 한 장


★... 서울 도봉구 신학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아랫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보낸 편지(위)와 한 주민의 답장 편지가 8일 공개됐다. 편지보내기 이후 매달 74건이던 신동아아파트의 층간소음 민원이 21건으로 줄었다고 도봉구는 밝혔다. | 도봉구 제공

ㆍ“죄송해요, 시끄럽게 해서”… “괜찮아 , 우린 이웃이잖아”

ㆍ서울 도봉구 ‘엽서 보내기 운동’으로 민원 크게 줄어

서울 도봉구 신학초등학교 6학년 김지나양(12·가명)은 지난 9월 아랫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엽서를 보냈다. 김양은 편지에 “저희가 이사를 오면서 저희집에 손님도 많이 오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창고에서 물이 새서 많이 불편하셨죠?”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층간소음을 줄이도록 노력할게요. 그동안 죄송했어요”라고 적었다.

며칠 후, 김양은 아랫집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답장을 받았다. 편지에는 “괜찮아, 우린 서로 이웃이잖아. 이제 만나면 인사하자!”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3학년 신주연양(9)은 지난 7월 아랫집 주민에게 “층간소음을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엽서를 썼다. 신양은 “엽서를 쓴 후에 아래층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우리 가족을 보면 항상 인상을 찌푸리던 아주머니가 내 엽서를 받은 후로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해 주신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끼리 엽서 보내기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도봉구 신학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윗집과 아랫집에 층간소음을 주제로 엽서를 보냈다. 그동안 자신들이 일으킨 소음에 대해 죄송하다는 내용과,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지난 5월부터 5개월 동안 학생들이 쓴 총 1148통의 엽서가 신동아아파트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엽서를 보내기 전 학생들은 학교에서 ‘우리집 거실은 아랫집 천장이래요, 현관문을 열 때도 조심조심하지요’와 같은 층간소음 예방 노래를 부르며 층간소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

엽서 하나만으로 층간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크게 해소됐다. 엽서 보내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월 신학초등학교 학생 대부분이 살고 있는 신동아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총 74건이었다. 지난달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민원은 21건으로 줄었다.

엽서 보내기는 주민 이수열씨(59)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씨는 “언론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까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층간소음의 원인 중 대부분이 아이들의 뛰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직접 엽서를 쓰고 보내면서 층간소음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엽서 보내기를 고안해냈다”고 말했다.

실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지난해 3~12월 접수된 민원 1829건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원인의 73.1%가 ‘아이들의 발걸음이나 뛰는 소리’로 분석됐다.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이번 엽서보내기 행사와 같이 이웃 간에 벽을 허물어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적 가치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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