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하안거 결제 법어

淸潭 2010. 5. 28. 15:28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내려오시니…”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하안거 결제 법어 내려

‘90일간 정진하여 한마디 내 놓아라’ 당부 


  우리 종단 종정예하 법전 대종사께서 불기 2554년 5월 28일(음력 4월 15일) 하안거(夏安居) 결제일(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수행납자(修行衲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법어를 내리셨습니다.


  법전 대종사께서는 부처님과 문수보살의 일화를 예로 들며 “세존께서 법좌에 오르자마자 내려오신 뜻이 무엇인지 결제대중은 하안거 내내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란다”며 “문수처럼 뭔가 한 마디 자기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도록 90일 동안 용맹심을 가지고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하안거는 하루 전날인 27일(목)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28일(금) 입제 당일 오전 10시경에는 사찰별로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의 참선정진에 들어갑니다.


  우리 종단에서는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반사찰 스님과 신도들도 하안거 기간 동안에는 함께 정진하게 됩니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하고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불교 안거수행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적인 단체 수행문화입니다.


  다음은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의 법어 전문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내려오시니


세존께서 법상에 올라가 앉자마자 문수보살은 설법을 마치는 종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왕의 법法이 여시如是하나이다.

부처님의 법이 이러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즉시 그 자리에서 내려 오셨습니다. 


행자行者가 북을 칠 필요도 없는데 천고天鼓가 저절로 울렸으니 어리둥절한 자가 하늘과 땅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눈 밝은 이가 보면 세존께서 자리에서 내려오신 것은 자리에 오른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이는 오월 유월 호시절의 아름다운 경치에 아랑곳없이 바로 낚시줄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온 그 소식인 것입니다. 그건 지혜제일인 문수만이 세존과 나눌 수 있는 말없는 법담法談인 것입니다.

 

금강경 첫머리는 ‘부좌이좌敷座而坐’라고 하여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로 시작합니다. 자리 펴고 앉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눈이 제자리에 붙어있는 납자들에게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닙니다. 그건 바로 법좌인 까닭입니다. 부처님이 앉는 곳은 평상이건 맨바닥이건 모두 법좌입니다. 어디에 앉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앉는가 하는 것이 문제인 까닭입니다.


그래서 밀암함걸 선사는 모자라는 공부로 그 자리에 나아가면 자신의 공부마저 매몰시키게 되지만, 제대로 된 공부인이 앉는다면 사면팔방에 맑은 바람이 흐르도록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도리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결제를 할 자격이 있고 또 해제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법좌에 오르자마자 즉시 하좌하였습니다. 이를 보고서 문수는 ‘여시(如是)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세존께서 법좌에 오르자마자 내려오신 뜻이 무엇인지 결제대중은 하안거 내내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수처럼 뭔가 한 마디 자기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도록 90일 동안 용맹심을 가지고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초전타착 (燋甎打着) 하니

연저동 (連底凍) 이로다

뜨거운 벽돌로 쳤는데

밑바닥까지 얼었구나.


불기 2554(2010)년 하안거 결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