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천불만다라] 3.선행의 즐거움

淸潭 2008. 6. 23. 15:28
[천불만다라]3.선행의 즐거움
갯벌 기름 닦았다고 안도 할 일 아니다
기사등록일 [2008년 01월 14일 월요일]
 
<사진설명>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김장경 회장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도 즐겁고
저 세상에서도 즐거워한다
자기 행동이 선행이었음을 되새기고
그는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 『법구경』

부처님 당시 담미까라는 거사는 평소에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계행을 지키는 맑은 생활을 실천하였고 베푸는 마음으로 보시의 덕행을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 담미까라의 앞에 천상의 꽃수레가 그를 맞이하려고 내려왔다는 이야기와 관련하여 부처님께서는 위의 게송을 설하셨다고 한다. 부처님이 설하신 진리의 말씀 가운데에 핵심이 되는 가르침은 인과응보사상이다.

복덕은 자비의 출발

내가 출가하여 가장 먼저 받은 가르침의 내용이 인과응보에 대한 확신이다. 옛날 석남사에서 사미니 시절을 보내던 때 대중을 통솔하셨던 인홍 선사는 대중공사를 하실 때 언제나 인과법문으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 첫 번째가 ‘복(福)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복이라는 것은 일생을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양식과도 같은 것이다.

불교에서는 지혜와 복덕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지혜가 밝고 올바른 심성이라고 한다면 복덕은 남을 향한 자비와 선행으로 이어지는 풍요로움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서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복덕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불교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인홍 선사의 말씀은 출가 수행자는 복 짓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경책이었다.

비단 출가 수행자뿐만 아니라 복을 짓는 일에는 모두가 앞장서야 참다운 부처님 제자이다.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남의 노동을 착취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히 복을 감소시키는 행위이다. 자신만의 안락을 도모하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이 또한 복을 감소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자신의 작은 편안함을 위하여 환경을 파손하고 물질을 낭비하는 환락의 삶을 살고 있다면 이 또한 복을 감소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착한 행위는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다 복을 더해 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의 착한 행위는 작은 파문이 되어 우주에 퍼져 나아가고 복덕의 기운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이러한 착한 기운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분명 복 있는 사람들이며 이러한 생활은 복을 짓는 삶으로 다시 이어진다.

지난해 연말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원유 유출 사고는 참으로 엄청난 국가적인 재앙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방을 욕하고 속이는 나쁜 기운이 온 나라에 가득 찼던 시기에 덮쳐온 불행이었던 것이다. 바다를 의지해서 삶을 영위해온 어민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되었다. 검은 기름을 온 몸에 덮어쓰고 날아갈 곳을 잃어버린 바다 새의 처절한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검은 파도서 처절한 상실감

갯벌에 숨 쉬고 있던 무수한 생명과 잠시 지나가는 철새들에게 까지 원인 모를 고통을 안겨준 참혹한 사건이었다. 검은 기름이 파도가 되어 백사장을 덮치는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처절한 상실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고 나서 모두가 발 벗고 너른 바다를 걸레질하기 시작하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하여 절망을 딛고서 너나 할 것 없이 걸레를 가지고 바다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는 다시 착한 일을 시작했고 복을 짓는 대열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착한 행위는 기적이 되어 바다는 조금씩 깨끗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조금씩 깨끗해지기 시작하는 바다를 바라보고 오염된 바다를 다 깨끗하게 만들었다고 자만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모래사장이 조금 기름때를 벗었다고 해서 우리의 할일이 다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새해 첫날 바닷가에 엉겨 붙은 기름때를 닦아내는 마음으로 올 한 해는 찌든 악업의 때를 씻어내고 선업을 쌓는 일에 겸허한 마음으로 앞장서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일시적인 행위에 스스로 만족하거나 작은 선행을 실천하고서 할일을 다했다는 가벼운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경책하자. 따라서 오늘 『법구경』의 말씀은 ‘스스로 실천한 선행의 가치는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 통용되는 진실한 가치가 되어야한다’고 설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남이 일러주어서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세계에서 충만 되어 있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선행에 자만 말아야

우리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잘 살아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부처님 제자가 되도록 하자. 부처님의 명호 중에 ‘선서(善逝), 즉 잘 살고 가신 분’이라는 거룩한 이름처럼, 그 뒤를 따르는 부처님 제자가 가득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발원해 본다. 그리하여 처절했던 재앙을 환희로 바꾸는 착한 일, 복 짓는 일에 우리 모두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으로 정진하자. 그리고 남이 하는 착한 일에도 아낌없이 기뻐하는 수희찬탄의 공덕(隨喜讚嘆功德)도 함께 짓도록 노력하자.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933호 [200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