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마음이 근본이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
마음에 의해서 행위는 이루어진다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에게는 반드시 행복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형체를 따르듯이
- 『법구경』
금화사 천불만다라에서 천불이 수화로 설법하는 내용은 『법구경』 ‘진리의 말씀’을 설하고 계시는 것이다. 『법구경』은 『숫따니빠따』와 함께 『아함경』 중에 속하며 가장 오래된 경전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법구경』은 삶에 있어서 참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신 살아 숨쉬는 부처님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경전이다. 법정 스님의 『진리의 말씀』을 기본으로 순서를 취사선택하였고, 거해 스님의 『법구경』1,2에 의하여 빨리어본의 내용을 확인하였다. 취사선택한 이유는 내용에 있어서 중복을 피하고 출가수행자에 치우치지 않으며 수화로 표현하기 쉬운 게송을 가려 뽑은 것이다.
천불만다라의 첫 설법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불교처럼 ‘마음’을 강조하는 종교도 없을 것이다. 옛 선사는 ‘마음은 몸의 주인이고 몸은 마음의 스승’이라고 하였다. 몸과 마음은 곧 우리 삶의 두 바퀴인 것이다. 올바른 마음이 하고자하는 일을 몸이 성실하게 따라 줄때 우리의 삶은 보람된 결과를 이룩해 낸다. 몸의 주인인 마음이 주인의 노릇을 바르게 하고 마음의 스승인 몸이 스승으로서의 가르침을 잘 표출해 낼 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조화로운 삶을 엮어내게 되는 것이다. 『법구경』은 그 조화로운 삶을 살기위한 첫걸음을 우리의 마음에서 찾고 있다.
요즈음 세상은 너무나 혼탁하고 어지러워서 맑고 착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 따위는 힘없는 사람들의 잠꼬대 정도로 여겨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착한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세태가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착하고 맑은 마음들이 복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참다운 마음의 주인공이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주인이 되어서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법구경』 첫 장에서 마음이 물질에 앞서가고 마음에 의해서 모든 행위가 이루어지며 악한 마음을 일으키면 자동차가 운전자에 의해서 방향을 잡듯이 그 결과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는 쪽으로 향하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행복의 원동력도 우리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형체를 따라서 그림자가 나타나듯 행복은 착한 마음에 의해서 다가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이 진리를 잊어버리고 산지가 이미 오래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다가서고 있고, 국민의 교육 정도도 높아져서 지식도 쌓을 만큼 쌓아올린 듯하다. 또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는 상식도 배워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왜 이렇게 어지럽고 각박해 지는지 모두가 아우성이다. 서로 욕하고 몹시도 배타적이고 남을 향한 배려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릴 때 할머니가 나물 삶은 물을 수채에 버리시면서 입으로 호호불면서 뜨거운 물을 버리고 계셨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수챗구멍에 사는 벌레들이 놀래고 다칠까봐 피하라고 하시는 행위라고 설명을 하셨다. 그 당시에는 할머니의 바보 같은 행위에 웃음이 나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수채에 사는 벌레에게 까지 배려를 하셨던 착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착한 마음의 복으로 우리는 지금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할머니 마음이 없어진지도 오래되었고 배려의 마음이 사라진지도 이미 오래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아야 마음이 흡족하고 어려운 사람은 남을 원망하는 마음만 더해갈까 걱정스럽다.
참으로 행복한 삶이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이다. 그림자가 물체를 떠나지 않듯이 내가 사는 모습 속에 내 마음이 있다. 모습이 굽으면 그림자도 굽어지고 모습이 곧으면 그림자도 곧게 나타난다. 마음이 올곧으면 삶이 올바르고 마음이 훈훈하면 세상이 따듯하다. 마음이 남을 향하여 배려하면 싸움과 시비가 없어지고 마음이 남을 존중하면 서로를 상하게 하는 모멸감이 사라진다. 내 삶이 귀하다는 마음속에 남의 삶도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모습은 오직 이 한 마음에서 이루어진다는 『화엄경』 ‘삼계유심’의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이어진다. 나의 이 한 마음은 언제나 현재에 움직이고 있다. 과거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아닌 현재 살아 움직이고 있는 ‘이 마음’인 것이다.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는 생동하는 이 마음을 현재의 주인이 되어 잘 가다듬어 나아가야 한다. 마음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선으로 악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우리 불자들은 현재의 올곧은 한 생각으로 이 마음을 바로 잡아서 진리의 길로 향하게 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뒤로 미루거나 앞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행동하라는 말씀이 『금강경』의 과거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포착할 수 없다는 말씀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오늘 현재 우리 모두는 자신의 마음을 선한 공덕의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고통이 아닌 행복을 일구어 내는 터전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법구경』의 첫 구절은 텃밭을 가꾸고 행복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이를 새해 첫날에 소중한 보배로 간직하면서 모두가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여 마음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고, 삶의 영고성쇠를 진리로 받아드리는 지혜 있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글=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931호 [200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