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慶州金氏

경김7-7 금(金) 씨를 김(金) 씨로 부르게 된 사연

淸潭 2008. 2. 6. 16:43
 

금(金) 씨를 김(金) 씨로 부르게 된 사연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가장 많은 성씨는 바로 김(金)씨입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분명 김씨의 한자어는 '쇠 금(金)' 자인데, 어째서 '김'씨라고 읽는 것일까요?
김씨의 연원은 신라 제4대 탈해왕 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주 계림에서 기이한 닭 울음소리가 들려 이 지역을 수색해보니
소나무 숲의 높은 나뭇가지에 금빛 찬란한 작은 궤가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궤를 열어보니 잘생긴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으니,
이 사람이 바로 김알지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금궤(金櫃)에서 나왔다 하여 이 아이의 성을 김(金)씨라 했는데,
그런데 금궤에서 나왔다면 금(金)알지가 되는 게 정상이지 않은가요?
여기에 얽힌 비밀을 찾아가 보죠.


"전하, 어제로 고려의 역사는 끝이 나고,
새 시대, 새로운 기틀을 다진 조선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쁜 마음을 어찌 다 풀어낼 수 있을지…….
전하! 천세, 천세, 천천세~."


만세는 황제국에서 쓰는 것이고,

명목상의 제후국인 조선은 천세라고만 외칠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 설치기는. 그래, 오늘 같은 날 설쳐봐야지 언제 설쳐보겠냐?
좋아, 내가 오늘 거하게 쏜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 아니 태조 이단(李旦)은
나라를 개국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한껏 들뜨긴 했는데,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쿠데타로 집권한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 또 나같이 무신이 나오면 안 되는데……. 신경 쓰이네……."


결국 이성계는 정도전을 시켜 사병을 혁파하게 만들고,
최무선이 만들었던 화약무기도 반란군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봐 봉인하기에 이릅니다.
그래도 태조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을 때쯤 돼서 난데없이 터져나온 것이
바로 금(金)씨에 대한 이야기이죠.


"전하, 전하가 고려를 쓰러뜨리고 조선을 개국한 가장 큰 힘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군대 아니겠어? 위화도 회군을 하고 최영 장군 쓰러뜨린 게 다 군대의 힘이었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거야."
"아니, 뭐 꼭 그렇게 단정지으실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음, 저기, 전하, 어떤 권력이든 민심을 얻지 못하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하하, 뭐 그 정도야 상식 아니겠어? 그런데 그게 왜?"
"예전에 전하께서 잠저(潛邸 : 왕이 되기 전에 있었던 곳)에 계실 때
저희가 의도적으로 민심을 뒤흔들려고 퍼뜨린 프로파간다 기억하십니까?"
"아, '목자득국(木子得國 : 나무 목과 아들 자를 붙이면 오얏 이李가 된다.
즉, 이씨가 나라를 얻는다는 뜻.)' 그거?
내가 그걸 깜박했네. 그거 누가 기획했지? 이참에 보너스 좀 줘야겠구먼."
"전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목자득국'을 깰 수 있는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니까요!"
"그게 뭔 소리여? 너 또 《정감록》 보고 왔구나?
왕씨들 모조리 없애버린 지가 얼마나 됐다고 정씨들 죽이자고?
그렇게 따지면 이씨 아닌 사람들은 다 죽여야겠다."
"전하, 그게 아니에요. 일단 들어보세요.
전하는 이씨죠?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이(李)씨는 나무(木)입니다.
오행설에 따르면,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순서로 나오는데,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물을, 물은 불을, 불은 쇠를,
쇠는 나무를 이기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죠"
"그래서?"
"그러니까 음양오행을 따지면,
나무의 성질을 가진 이(李)씨가 쇠의 성질을 가진 금(金)씨들에게 진다는 거죠."
"진짜야? 사실이야?"
"음양오행설로 따지면 그렇다는 거죠."
"그럼 언젠가는 이씨들도 쫓겨난다는 소리네?"
"그렇다고 봐야겠죠?"
"이런 된장. 일단 전국에 있는 금(金)씨 성을 가진 놈들은 다 잡아들여!"
"전하, 그럼 전체 인구의 1/5을 잡아들이란 소린데요?"
"그럼 어쩌라고?"
"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다 잡아들일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 금씨의 기운을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당장 쇠 금 자를 안 쓰게 할 수도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맞춤법 개정안을 내놓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론 쇠 금 자를 성으로 쓸 때는 쓰기는 쇠 금 자로 쓰되
발음은 김씨로 하게 만드는 거죠. 어떻습니까?"
"옳지!"


이렇게 해서 조선시대부터 금씨 성은 김씨로 불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지만,
당시로선 정권 안보 차원의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지금의 김씨 성에는 이런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