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요즘소식

아직도 태안은....

淸潭 2008. 1. 28. 10:03

"검은 때는 아직 씻겨지지 않았다"

12월 7일, 검은 기름이 태안의 바다를 덮쳤다. 뉴스에서는 실시간 태안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태안은 순식간에 대선보다 큰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태양에 반짝이던 돌과 모래가 검게 물든 참상에 국민들은 가슴 아파했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태안으로 달려가 일꾼을 자처했다. 방제복과 장갑, 장화를 입고, 끼고, 신었다. 부착포가 부족하다하자, 갓난아기가 업히던 포대기까지 가져와 돌을 닦고 또 닦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자원봉사 100만 명 기록. ‘태안에 희망이 보인다. 태안에 기적이 일어났다. 다시 돌아 온 태안이여’ 뉴스는 흥분된 기쁨으로 들떴다. 그러나 너무 일찍 떠들어댔다. 태안은 아직 검은 피가 씻기지 않았는데 말이다. 태안은 아직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사건 발생, 한 달여 뒤 태안을 찾았다.[스포츠서울닷컴ㅣ김겨울기자]


끝없는 사투 중인 태안

차를 타고 태안과 가까워질수록 곳곳에서 현수막이 보였다. ‘자원봉사, 여러분들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인사부터 ‘군민 여러분! 희망과 용기로 하나 되어 일어납시다’라는 격려의 말, ‘유류피해 주민은 총 궐기하자’, ‘검게 물든 삶의 터전 생존권을 보상하라’ 라는 다소 비장한 투쟁의 목소리까지. 단편적인 글귀가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돼 태안의 실상을 알려줬다. 태안 터미널 역에 도착하고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에 박희석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는 자신이 세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유류 사고 후,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보통 사납금(영업용 택시가 택시를 빌리는 대신 회사에 납입하는 금액) 8만원에 가스비가 4만 원정도 들어가 일일 12만원이 필요해서 근데 그저께는 자정까지 일했는데도 11만 6천 원밖에 못 벌어 4천원을 내 돈으로 채웠다.” 그는 요즘 일부러 바다를 보지 않고 산다고 말했다. “바다만 보면 울컥 울컥 해요. 요만한 꼬맹이부터 할머니까지 자갈 하나 닦는다고 눈 오는 추운 날 고생하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사는 목이 메었다.


태안 할머니들의 구슬땀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둘러 본 첫 느낌은 비교적 깨끗하다는 것. 저 멀리 모래 사장에는 포크레인들이 여기 저기 노다니고 비닐 옷으로 감싼 자원봉사자들이 보였다. 만리포 해수욕장 입구 슈퍼 안으로 들어가봤다. 그 곳에는 먼지가 쌓인 물품들 사이로 한 평 남짓한 방에 김복자 할머니가 누워있었다. 기자는 김 할머니에게 기름 제거 작업이 잘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할머니는 ‘모르는 소리’라며 손을 저었다. “이 동네 보이는 건 깨끗해 보이지만 겨울이고 유화제를 많이 뿌려 기름이 꽉 뭉쳐있는 게여. 봄 되면 어떨지 걱정이다.” 그리고는 “이거 어쩔 것인가. 정부가 어떻게든 해줘야지.” 할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밖으로 나오니 각지에서 보내 온 헌 옷을 정리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보였다. 할머니들은 그 곳에서 원래 굴이나 조개를 따서 하루 벌이 장사를 해왔다. 할머니들 평균 연령은 일흔이 넘는 고령. 그 중에는 성한 이도 없는 여든이 넘는 할머니도 꽤 있었다. “여기서 굴도 따고 민박도 하고 밥도 해주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없게 생겼어.” 그러나 할머니들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보며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기자 아가씨. 기름 흘린 사람들보고 책임지라고 하고, 정부도 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빨리 제시하라고 말이지”라며 당부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한 달 가까이 생업을 포기한 채 선크림이나 따뜻한 방한 잠바 하나 없이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할머니들. 대선 운동 당시 수행원들과 함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치장’하고 나타났던 정치인들과 비교되는 건 왜 일까.


태안을 돕는 손길들

바닷가 근처로 자리를 이동해 방제작업을 하는 네 댓 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갓 스물을 넘긴 청년들인 이들은 방학을 맞아 스키장을 가기로 했다가 자원봉사를 택했었다,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워 두 번 째 방제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이 지영(20)씨는 “텔레비젼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와보니 작업이 끝이 없다.

그래도 첫 번 째 왔을 때보단 빨리하는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씨는 검은 기름이 닦아질 때마다 빨래 끝낸 느낌처럼 뿌듯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 승호 씨는 유행가인 원더걸스의 “텔미”에 맞춰 검은 떼를 벗겨낸다는 의미로 “땔미땔미 땔땔땔땔땔땔미~”를 작사했다며 선보이기도 했다. 문득 태안의 검은 시름에서 한순간 해방된 느낌이었다.


태안을 잃은 어부들

[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검은 기름에 얼을 잃은 어부들을 만났다. “기자님도 알겠지만 이건 바다를 알고 배를 아는 사람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야” 우렁찬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리는 그는 이곳에서 어부로 산 지 사십 여년이 넘은 노선장이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신다고 했다. 바다를 보며 답답해서 첫 잔을 털고, 정박된 배를 보고 갑갑해서 두 번 째 잔을 마시고 사고 이후 매일 눈물로 지새우는 아내를 보며 셋째 잔을 비운다고 했다.

“그게 말이지. 북서풍이 불고 있고 썰물일 때라. 크러치만 빼면 그냥 배는 간단 말이요. 일부러 배를 뒤로 돌리지 않는 한 말이여. 이건 고의로 밖에 안보인다. 초등핵교 다니는 애들도 알겠네” 그는 충혈된 눈이 빠질 만큼 기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을 몇 번이고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그는 힘없는 어부의 목소리에 누구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며 기자를 향해 세상을 향해 울부짖었다. 아직도 복구되려면 족히 10년은 넘게 걸릴 태안의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설움을 삼켰다. 그리고 다른 어부가 그의 떨리는 등을 조용히 두드려줬다.

서울로 돌아오는 저녁 길. 갑자기 태안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사고로 인해 양식장을 하던 한 어민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기자에게 연락 온 태안 주민은 “피해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비관해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 같다”면서 “이게 지금 ‘태안의 현실'’”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검은 바다는 다시 파랗게되는 것만 같은데,태안주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기름밭을 헤매고 있다. 재편집에 hankooki.com 사진이 사용되었습니다. 한국 네티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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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찾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7일 충남 태안군 구름포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 누적 방문자수 700만명 돌파를 기념해 기획된 이번 자원봉사에는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호박사랑' 회원 6천여명이 함께 했다.(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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