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클로렐라가 독소를 제거하는 디톡스(해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 실험 결과 중금속.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의 체외 배출을 돕는다는 것이다. 또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고 간의 해독 기능을 높여준다는 것도 입증됐다.
클로렐라는 녹색 조류(말류)다. 우유.콩.달걀과 함께 완전 식품으로 통한다. 단백질의 보고(전체의 55~67%)이면서 엽록소.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소와 건강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다. 최근 한국식품과학회 주관 '제5회 클로렐라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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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중금속 줄여줘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엄애선 교수팀은 디톡스 작용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용 쥐에 카드뮴(중금속의 일종)을 물에 타 먹였다. 동시에 클로렐라를 첨가한 사료를 이 쥐에 제공했다. 이로부터 8주 후 '클로렐라 첨가 사료'를 먹은 쥐는 '일반 사료'(클로렐라가 안 든)를 섭취한 쥐에 비해 간의 카드뮴 함량이 60~90%나 낮았다.
엄 교수는 "카드뮴이 체내에 들어오면 MT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는데 클로렐라가 MT의 생성을 돕는 것 같다"며 "이 '카드뮴+MT'가 대.소변을 통해 체외로 잘 배설된다"고 설명했다.
식품과학회 관계자는 "황사에 포함된 카드뮴.납 등 유해 중금속을 클로렐라가 낚아챌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이옥신 배출 도와
인류가 만든 화학물질 가운데 독성이 가장 강한 것이 다이옥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혜승 박사팀은 쥐에게 '병'(다이옥신) 주고 '약'(클로렐라)을 주었다. 4주 후 클로렐라 섭취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다이옥신을 체외로 5.4~9.6배나 많이 배설했다.
신 박사는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며 "클로렐라에 풍부한 엽록소.식이섬유가 다이옥신의 체외 배출을 돕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치매 물질 과산화지질 제거
노인성 치매 환자는 체내 카로티노이드(항산화 성분) 함량은 낮고 과산화지질 함량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도호쿠대 농학연구과 미야자와 데루오 교수는 "노인성 치매는 과산화지질이 뇌에 과다 축적돼 뇌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라며 "우리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클로렐라를 먹으면 과산화지질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과산화지질의 축적을 막는 성분으로 그는 루테인을 지목했다. 루테인은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을 내는 색소로 클로렐라 외에 시금치.케일.옥수수.브로콜리 등에 풍부하다.
알코올성 간 손상 예방
인제대 임상병리학과 김용호 교수팀도 쥐에게 '병'(간세포를 파괴하는 사염화탄소)과 '약'(클로렐라)을 함께 주었다. 김 교수는 "'클로렐라를 먹은 쥐의 혈중 중성지방.콜레스테롤치가 먹지 않은 쥐보다 낮았다"며 "클로렐라가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한 덕분"으로 풀이했다. 그는 "술 마시기 전 클로렐라 4~5알을 미리 먹어두면 알코올성 간 손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로렐라를 직접 사람에게 먹여본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헌 교수는 지원자(87명)를 세 그룹으로 나눠 클로렐라를 각각 0, 3, 6g씩 매일 제공했다. 그리고 8주 후 면역력을 검사했다. 이 연구에서 클로렐라를 먹은 사람의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면역력 지표 중 하나인 자연살해(NK)세포 수나 활성은 없었지만 면역력을 높여주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12는 클로렐라 섭취군에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토 등 명현 현상 올 수도
김헌 교수의 연구에서 지원자는 캡슐 형태의 클로렐라를 하루 12알씩 섭취했다.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87명 중 1명이 알레르기를 일으켜 중도 하차했다. '소화 불량' '속이 거북하다'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몇 있었다.
클로렐라는 맛이 별로 없다. 처음 대하는 사람은 섭취 후 2~3일간 구토감.메스꺼움 등 명현 현상이 올 수 있다. 일시적이지만 이때는 섭취용량을 약간 줄이는 게 좋다. 위염.위궤양 등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클로렐라를 처음 먹으면 심한 위 통증을 느낀다. 또 식전에 먹으면 위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클로렐라를 식사 도중이나 식후에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